'청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라 덕담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샌가, 우리 사회 청춘에겐, '꿈이 사치'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절이 돌아왔다. '꿈이 '사치'가 되는 시절, 하지만, 그럼에도 '꿈'을 꾸는 청춘에게 세상은 가혹하다. 그 가혹한 세상의 이야기를  tv는 전한다. 요즘 가장 인기있다는 두 개의 드라마, <미생>과 <나쁜 녀석들>이 그것이다. 아마도 젊은이들이 이 드라마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현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토로하기 때문일게다.

 

9회에 돌입한 <나쁜 녀석들>, 드디어, 나쁜 녀석들을 모아놓고, 박웅철(마동석 분)과 정태수(조동혁 분)로 하여금 이정문(박해진 분)을 죽이도록 사주한 오구탁(김상중 분)반장의 사연이 하나씩 풀어진다. 그리고 화연동 연쇄 살인 마지막 희생자였던 오구탁 반장 딸의 사연도 함께.

처음 딸의 유학을 앞두고 설레이며, 이별을 아쉬워 하며 함께 상을 마주했던 두 모녀, 하지만, 오구탁 반장 딸의 유학에는 숨겨진 사연이 있었다.

 

범인을 '공명정대'하게 쫓느라, 전셋집 대출금 갚기도 빠듯한 오구탁 반장의 딸은 레슨 선생이 이제 더 이상 가르칠 게 없을 정도로 피아노 치는 실력이 월등하다. '유학'을 권하는 레슨 선생, 하지만, 자신을 회유하는 범인에게, 법의 심판을 들이대는 오구탁 반장에게는 딸을 유학 보낼 돈 5000만원이 없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에게 빌려봐도, 다 오구탁 반장 같은 그들이 돈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 아버지를 아는 듯 괜찮다는 딸, 하지만, 사실 딸은 괜찮은 게 아니었다.

 

어느 날 소식을 듣고 달려 간 병원, 그곳에서 오구탁 반장은 고수익 알바 보장이라는 문구에 속아 노래방 도우미를 자청했다 폭력을 당한 딸을 마주한다. 그리고, 자신이 꾼 '꿈'으로 인해 좌절하며 절망하는 어린 딸을 목격한다.

 

결국 이 사회에서, 자신이 소망하는 '꿈'을 가진 것 없는 아버지로 인해 꿀 수 없게 되어 절망하는 딸 때문에, 청렴함을 자랑처럼 내세웠던 오구탁 반장은, 처음으로 검은 세력을 눈감아 준다. 하지만, 그런 그의 결탁이 무색하게 유학을 갈 수 있게 되어 기뻐했던 딸은 유학을 가기 전 날, 무참히 살해되고 만다. 그리고, 오구탁 반장은, 자신의 신념조차 헌신짝처럼 버리며 지켜주려 했던 짓밟힌 딸의 '꿈' 앞에, 가장 잔인한 복수를 계획하고, 그것이 바로, '나쁜 녀석들'이 된 것이다.

 

그리고 방식은 다르지만 또 한 명의 짓밟힌 꿈이 있다. 바로 <미생>의 비정규직 장그래(임시완 분)이다.

박과장의 횡령 등으로 엎고 가야 했던 요르단 수출 건을 영업 3팀의 프로젝트로 대담하게 내세워 원인터내셔널 전 직원의 주목을 받은 것도 잠시, 장그래에게는 비정규직의 현실이 다가온다. 마치 하늘을 난 것도 잠시 뜨거운 태양의 열기에 밀랍으로 만든 날개가 녹아내려 바다로 추락하고 만 이카루스처럼, 전직원의 주목을 받고, 각종 회의에 참가하며, 신입 동기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받던터라, 연봉 협상은 커녕 하다못해 새해 선물에서조차 차별이 노골적인 비정규직이란 존재의 자각은 장그래에게 더 뼈아프다.

 

오구탁 반장이 평생을 지켜왔던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면서 까지 딸의 '꿈'을 지켜주려 했던 것과 달리, 장그래의 멘토 격인 오과장(이성민 분)은, 장그래에게 냉혹하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한다. '아마도 너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대학을 나오고, 어학 연수를 다녀온, 정규직들의 내공을 넌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고. 차라리 기대하지 않는 게 속편하다고.

 

하지만 그런 오과장의 냉혹한 현실 정리에는 역시나 숨겨진 사연이 있었다. 그에게는 장그래 이전에 또 한 사람의 비정규직 부하 직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그래처럼 오과장을 따르며 오과장을 배우며 '꿈'을 키웠던 비정규직 직원, 그녀에게, 오과장은, '자기 개발서'에 나오는 '희망'의 언어들을 들려주었다. '꿈'을 키우면 언젠가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덕담을 마다치 않았다. 하지만, 오과장과, 최전무(이경영 분) 등, 정규직의 자기 보신과 안위를 위한 제단에, 그녀의 비정규직은, 제물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걸 깨달은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거두었고, 오과장에게는 내내 그녀의 이름이 잔인한 꾜리표가 되어 따라 다닌다. 그래서, '꿈'을 쫓다 추락하는 또 한 명의 비정규직을 만들고 싶지 않아, 오과장은 냉정하게 장그래에게 현실을 인정하라고 직언하는 것이다.

 

(tv리포트)

 

그런 오과장에게 장그래는 반문한다. '꿈'을 꾸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냐고? 그저 자신이 바라는 건, 계속 함께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 뿐이라고. 그리고 그건 장그래 개인의 속내가 아니라, 오늘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질문이요, 외침일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오구탁 반장의 딸처럼, 스스로 자신의 꿈을, 그리고 자신을 포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돈이 없어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혹은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에 대해, '꿈'을 꾸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른들이, 그리고 그 어른들로 대표되는 사회가 하는 일이란, 오구탁처럼 '비리'를 눈감으며 '검은 돈'으로 입신양명을 돕거나, 오과장처럼 책임감없는 맆서비스마저 할 수 없어 절망하거나, 최전무처럼 외면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그리고, 이 사회가, 젊은이들의 '꿈'을 위해 '제도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것은 없다.

by meditator 2014. 11. 30. 0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