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2008년 출간 즉시 붐을 이루었던 <엄마를 부탁해>는 자식의 집에 가려고 서울로 상경했다 남편의 손을 놓친 채 실종된 '엄마'의 삶을 복원한 이야기다. 그저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서의 삶을 살아야 했던 엄마의 실존적 삶을 복원해 내려 애썼던 이 소설은 당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 '붐'은 '붐'으로서 흘러가고, 여전히 우리 문화 속 '엄마', '어머니'는 여전히 누군가의 어머니, 아내다.
tv도 다르지 않다. tv 속 '엄마'들은 주말 드라마나, 일일 드라마 속에서 누군가의 결혼과 사랑의 매개자나, 반대자 등의 '갈등' 혹은 '감초' 요소로서 등장한다. 그나마 '가족'을 '주제'로 내건 주말, 일일 드라마에서는 존재감이라도 있지만, 제작비와 출연료의 문제로 언제부터인가 주중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게 '부모님'의 존재감은 '희박'해지고 있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의욕적으로 중, 노년의 이야기를 선보이겠다고 한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거야>에서도 중, 노년의 삶은 등장하지만, 여전히 거기서 중년의, 노년의 여성들은 종종 '자아'에 대한 결핍증을 호소하다, 결국은 '가족'이라는 구심력 속에 자신을 '실종'시키고 만다. 오죽했으면 늘 막장 드라마의 악역을 도맡았던 박정수, 이휘향 등이 역시나 비슷한 캐릭터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를 개연성있게 전개시켰던 <결혼 계약>이라는 드라마에 반가움을 표명했을까.
tv도 다르지 않다. tv 속 '엄마'들은 주말 드라마나, 일일 드라마 속에서 누군가의 결혼과 사랑의 매개자나, 반대자 등의 '갈등' 혹은 '감초' 요소로서 등장한다. 그나마 '가족'을 '주제'로 내건 주말, 일일 드라마에서는 존재감이라도 있지만, 제작비와 출연료의 문제로 언제부터인가 주중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게 '부모님'의 존재감은 '희박'해지고 있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의욕적으로 중, 노년의 이야기를 선보이겠다고 한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거야>에서도 중, 노년의 삶은 등장하지만, 여전히 거기서 중년의, 노년의 여성들은 종종 '자아'에 대한 결핍증을 호소하다, 결국은 '가족'이라는 구심력 속에 자신을 '실종'시키고 만다. 오죽했으면 늘 막장 드라마의 악역을 도맡았던 박정수, 이휘향 등이 역시나 비슷한 캐릭터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를 개연성있게 전개시켰던 <결혼 계약>이라는 드라마에 반가움을 표명했을까.
디어 마이 프렌즈ⓒ tvn
노년, 풍성한 삶의 속내를 열다
그런 중에 5월 14일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가 등장했다. tv 속 어머니들이 '막장' 속 악다구니의 담당자가 되자 우리 곁에서 슬그머니 사라져갔던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누구누구의 엄마 대신, 정아(나문희 분), 희자(김혜자 분), 난희(고두심 분), 충남(윤여정 분), 영원(박원숙 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름만이 아니다. 누구누구의 어머니나 아내라는 이름표 대신, 그 어떤 통속극보다도 적나라한 삶의 속내를 내보이며 '사람'의 모습으로.
시끌벅적 첫 회를 연 것은 바로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동창회다. 충남의 야외 까페에서 열린 동창회, 하고 많은 설정 중에 동창회는 바로 누군가의 엄마, 아내로 살아온 노년의 이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부여하는 절묘한 장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들이 가족 속 이름표를 내던진 채 '누구야' 라고 불리워지는 이 세월의 역회전 순간, 드라마는 '노년'이라는 단절된 세대에게 생생한 삶의 가치를 부여한다.
등장한 배우들의 면모가 쟁쟁한 만큼, 그 배우들이 연기하는 <디어 마이 프렌즈> 속 삶도 제 각각이다. 72살의 정아는 중졸 출신 컴플렉스를 가진 남편의 비위를 맞추며 세계 여행의 꿈에 부풀어 세 딸의 뒤치닥거리를 하며 오늘도 분주하게 산다. 그런가 하면 그녀의 오랜 친구 희자의 삶은 바쁜 정아와 정반대다. 오죽하면 그녀의 남편이 돌아가셨을 때 자식들이 차라리 어머니가 먼저 가시는 게 낫다하며 걱정할 만큼, 홀로 갈아가는 하루하루가 그녀에겐 버겁다. 결국 홀로 남겨진 집은 공허하고, 시간은 깃털처럼 휘날리는데 정작 그녀는 그걸 주체할 수 없다. 유학까지 뒷바라지한 딸에게 조차 열심히 살아온 삶을 쉬이 이해받지 못하는 난희의 열혈 노년도, 65세의 나이에도 '처녀'임을 자부하는 충남의 부질없는 예술혼 치닥거리도, 그리고 이제는 돌아온 거울 앞의 국화가 되고 싶지만, 우정조차 용인받지 못하는 영원의 노년도,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그런 중에 5월 14일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가 등장했다. tv 속 어머니들이 '막장' 속 악다구니의 담당자가 되자 우리 곁에서 슬그머니 사라져갔던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누구누구의 엄마 대신, 정아(나문희 분), 희자(김혜자 분), 난희(고두심 분), 충남(윤여정 분), 영원(박원숙 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름만이 아니다. 누구누구의 어머니나 아내라는 이름표 대신, 그 어떤 통속극보다도 적나라한 삶의 속내를 내보이며 '사람'의 모습으로.
시끌벅적 첫 회를 연 것은 바로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동창회다. 충남의 야외 까페에서 열린 동창회, 하고 많은 설정 중에 동창회는 바로 누군가의 엄마, 아내로 살아온 노년의 이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부여하는 절묘한 장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들이 가족 속 이름표를 내던진 채 '누구야' 라고 불리워지는 이 세월의 역회전 순간, 드라마는 '노년'이라는 단절된 세대에게 생생한 삶의 가치를 부여한다.
등장한 배우들의 면모가 쟁쟁한 만큼, 그 배우들이 연기하는 <디어 마이 프렌즈> 속 삶도 제 각각이다. 72살의 정아는 중졸 출신 컴플렉스를 가진 남편의 비위를 맞추며 세계 여행의 꿈에 부풀어 세 딸의 뒤치닥거리를 하며 오늘도 분주하게 산다. 그런가 하면 그녀의 오랜 친구 희자의 삶은 바쁜 정아와 정반대다. 오죽하면 그녀의 남편이 돌아가셨을 때 자식들이 차라리 어머니가 먼저 가시는 게 낫다하며 걱정할 만큼, 홀로 갈아가는 하루하루가 그녀에겐 버겁다. 결국 홀로 남겨진 집은 공허하고, 시간은 깃털처럼 휘날리는데 정작 그녀는 그걸 주체할 수 없다. 유학까지 뒷바라지한 딸에게 조차 열심히 살아온 삶을 쉬이 이해받지 못하는 난희의 열혈 노년도, 65세의 나이에도 '처녀'임을 자부하는 충남의 부질없는 예술혼 치닥거리도, 그리고 이제는 돌아온 거울 앞의 국화가 되고 싶지만, 우정조차 용인받지 못하는 영원의 노년도,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디어 마이 프렌즈 인물 관계도 ⓒ tvn
나이듦, 꼰대, 그 이상
1,2회를 통해 보여준 것은, 세상에서 쉽게 단절적으로 정의 내리는 '노년'에 대한 거부이다. 나이듦이란 시간의 경과로 한 세대를 동질의 그 무엇으로 정의내리지만, 드라마는 '나이가 들었다는 것' 그 이상 들여다 보면 동일하다 말할 수 없는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그와 다른 세대는 쉬이, '꼰대'라고 치부해 버리는 그 '나이듦'의 진부함 속에 사실은 풍성하고도 생생한 삶의 풍경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드라마는 단 2회만에 드러낸다. 희자의 삶이 하루 아침에 독거노인의 고독을 절실하게 보여준다면, 그녀의 친구인 정아는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한 '엄마'와 '아내'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그저 '꼰대'라고 치부했던 그들의 요지부동 고집스러움의 속내도 살짝 드러낸다. 고졸인 정아가 자신의 고졸이 부끄러울 줄 몰랐다는 토로처럼 중졸 그녀의 남편 석균의 열등감은 그의 자수성가에 힘입어 '본투비 꼰대'의 전형으로 등장한다. 딸과의 소통이 안된 엄마 난희의 '꼰대스러움'에는 사랑받아보지 못한 결핍의 잔재가 역력하다. 죽음을 결심한 희자에게 꼰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렇게 <디어 마이 프렌즈>는 oecd 국가 중 가장 급격하게 노령 사회가 되어가는, 하지만 그런 사회적 지표에 반대급부로 급격하게 사회적 신뢰감을 잃어가는 노년층을 '삶'을 가진 풍성한 존재로 불러온다. 그리고 '단절'되고 '처치곤란'한 노년을 넘어, 삶의 지속적이면 '완성'을 앞둔 존재로서 노년에 대한 '상념'을 풀어놓는다.
무엇보다 <디어 마이 프렌즈>가 반가운 것은 제목에서부터 '프렌즈'이듯, 노년의 삶을 엄숙하지 않은 어조로 다가서려는 점이 반갑다. 더구나 그 작가가 노희경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간 <꽃보다 아름다워(2004)>, <기적(2006)>, <유행가가 되리(2005)> 등 노년의 삶을 진솔하게 감동적으로 그려왔던 작가였기에 기대가 크다.
1,2회를 통해 보여준 것은, 세상에서 쉽게 단절적으로 정의 내리는 '노년'에 대한 거부이다. 나이듦이란 시간의 경과로 한 세대를 동질의 그 무엇으로 정의내리지만, 드라마는 '나이가 들었다는 것' 그 이상 들여다 보면 동일하다 말할 수 없는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그와 다른 세대는 쉬이, '꼰대'라고 치부해 버리는 그 '나이듦'의 진부함 속에 사실은 풍성하고도 생생한 삶의 풍경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드라마는 단 2회만에 드러낸다. 희자의 삶이 하루 아침에 독거노인의 고독을 절실하게 보여준다면, 그녀의 친구인 정아는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한 '엄마'와 '아내'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그저 '꼰대'라고 치부했던 그들의 요지부동 고집스러움의 속내도 살짝 드러낸다. 고졸인 정아가 자신의 고졸이 부끄러울 줄 몰랐다는 토로처럼 중졸 그녀의 남편 석균의 열등감은 그의 자수성가에 힘입어 '본투비 꼰대'의 전형으로 등장한다. 딸과의 소통이 안된 엄마 난희의 '꼰대스러움'에는 사랑받아보지 못한 결핍의 잔재가 역력하다. 죽음을 결심한 희자에게 꼰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렇게 <디어 마이 프렌즈>는 oecd 국가 중 가장 급격하게 노령 사회가 되어가는, 하지만 그런 사회적 지표에 반대급부로 급격하게 사회적 신뢰감을 잃어가는 노년층을 '삶'을 가진 풍성한 존재로 불러온다. 그리고 '단절'되고 '처치곤란'한 노년을 넘어, 삶의 지속적이면 '완성'을 앞둔 존재로서 노년에 대한 '상념'을 풀어놓는다.
무엇보다 <디어 마이 프렌즈>가 반가운 것은 제목에서부터 '프렌즈'이듯, 노년의 삶을 엄숙하지 않은 어조로 다가서려는 점이 반갑다. 더구나 그 작가가 노희경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간 <꽃보다 아름다워(2004)>, <기적(2006)>, <유행가가 되리(2005)> 등 노년의 삶을 진솔하게 감동적으로 그려왔던 작가였기에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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