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이병훈 감독과 최완규 작가가 다시 손을 잡았다. 1999년 두 사람의 인생작 <허준>과 2001년 <상도> 이후 15년만이다. 4월 30일부터 시작된 mbc창사 55주년 50부작 특별 기획 드라마 <옥중화>는 첫회 17.3%에서 시작하여 단 2회만에 20.0%의 시청률(닐슨 코리아 기준)을 보이며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찬사를 불러왔다. 




구관이 명관, 이병훈과 최완규의 콜라보 
허준으로 평균 시청률 48.3%를 보이며 '국민 드라마'를 탄생시켰던 두 사람이지만, 하지만 다시 상봉하기 까지 최근 행보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최근 최완규 작가는 2014년 <트라이앵글> 촤고 시청률 10.5%의 미미한 성적은 물론, 작품성에 있어서도 그다지 좋은 평가지 받지 못했고, 심지어 자신의 히트작을 리메이크한 2013년작 <구암 허준>은 일일 드라마임에도 최고 시청률 11.8%의 저조한 성적은 물론 스스로가 성취한 허준의 명예조차도 얼룩지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이병훈 감독의 경우, 최완규 작가와 <허준> 이후, 김영현 작가와 <대장금>을 통해 한류붐을 일으킨 주역으로, 이후에도 <동이>, <마의> 등으로 20%를 오르내리는 꾸준한 성적을 보였지만, 그의 이전 드라마가 가진 화려한 조명을 더 이상 받을 수는 없었다. 허준이나, 장금이처럼 여전히 입지전적인 인물들을 주역으로 삼았지만, 스토리의 허술함과 느슨함은 이병훈 감독의 연출력으로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이제는 '지는 해'가 되어가던 두 사람이 모처럼 손을 잡았다. 역시나 이병훈 감독이 해왔던 바, 입지전적인 인물 중심의 퓨전 사극이다. <대장금>으로 의학과 먹거리의 역사를, 그리고 마의를 통해 조선시대 수의라는 새로운 영역을 사극에 도입했던 이병훈 감독이 이번엔 그 이름도 생소한 조선시대의 감옥 '전옥서'를 배경으로 장금이 못지 않은 천재 소녀 옥녀의 탄생을 알린다. 


비록 2회에 불과하지만 동일한 인물 유형을 다른 배경을 통해 변주해낸 또 한편의 이병훈 사극이 최완규와 만나 어떻게 달라졌을까? 첫 장면이 무리의 군사들로 부터 도망을 치는 배부른 옥녀의 어미로 부터 시작되었듯이, 그리고 그 도망자 어미의 출생 장소가 다름아닌 '이승의 지옥'이라 불리워지던 '조선시대 교도소'이듯이, 출생 과정부터 비극적인 운명이 겹쳐진 여주인공 옥녀의 탄생은 이젠 이병훈 사극의 클리셰라 할 정도로 장소와 스토리만 다를 뿐 그 운명적 곡예는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걸 풀어가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단 1회만에 비극적 출생을 마무리짓고, 2회부터 비록 아역이지만 전옥서 다모로 활약하는 천재 소녀 옥녀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그 속도감에서 50부작의 사극이 무색하게 박진감넘친다. 

또한 남성적 필치에서 독보적이었던 최완규 작가의 특색은 이전 김이영 작가와 함께 아기자게 하게 풀어내던 이병훈 감독의 연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가끔은 15세라는 연령 제한이 무색할 정도로 적나라한 추격씬, 대치씬 등이 천재 소녀의 미담을 넘어 극에 강약을 분명하게 준다. 이전의 김영현 작가가, <육룡이 나르샤>에서 보여졌듯이 사변적인 사관을 구체적 사건을 통해 풀어내고, 김이영 작가가 등장인물의 에피소드에 집중한 반면, 최완규 작가는 <아이리스(2009)>, <빛과 그림자(2011)>에서 보여지듯이 권력과 인간 군상간의 역학 관계를 역동적으로 풀어내는데 일가견이 있었던 바, <옥중화>는 1,2화를 통해 윤원형과 그 일가를 중심으로 한 명종 시대의 권력 구도를 중심으로 극의 갈등 관계를 분명하게 하며 시청자들을 흡인시킨다. 


이병훈의 클리셰에 최완규의 박진감이 더해져 
또한 이병훈 감독이 풀어왔던 사극의 방식도 결코 덜해지지 않는다. 사극인지 현대극인지 구분이 힘든 윤원형의 정준호, 정난정의 박주미 등의 연기를 사극의 감초 정은표, 맹상훈. 이세창 등이 감싸 안으며, 정통 사극의 김미숙, 임정하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이희도 등이 더해져, 가벼움과 무거움을 절묘하게 풀어낸다. 때론 코믹하게, 그러다 결정적 순간에 감동을 주고, 거기에 극적인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가는 이병훈 감독의 특기가, <트라이앵글> 이후 와신상담했던 최완규 작가를 만나 새롭게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이병훈 사극은 최근 지지부진했던 퓨전 사극의 노정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종영한 <육룡이 나르샤>는 비록 동시간대 1위를 수성했지만, '퓨전'이란 이름으로 작가의 입맛에 맞춰 지나치게 역사를 자의적으로 주무르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새롭게 시작한 sbs의 <대박> 역시, 역사와 거기에 새롭게 해석한 작가의 해석이 따로 놀며 퓨전을 무색하게 만들며 초반 흥미진진했던 열기를 식히고 있다. 그렇게, '퓨전'이란 이름으로 역사를 재해석하는 영역에서 의문점을 남겼던 사극들이, '퓨전'이라지만, 어렵지 않고, 퓨전이라지만 역사를 자의적으로 덧대지 않은 영역에서 재미를 주는 <옥중화>의 등장으로 새로운 기대감을 준다. 

by meditator 2016. 5. 2. 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