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맞이하여 ebs다큐 프라임이 준비한 카드는 <대통령은 누구인가> - '미스터 프레지던트, 대통령의 탄생', '위 더 피플, 국민의 탄생' 2부작이다. 대통령 제도가 탄생한 나라, 미국에서 초대 대통령의 탄생 과정과 이제 45번 째 대통령을 뽑는 대선 과정을 통해 과연 대통령이란 제도의 의미를 돌아본다. 말 그대로 옛것을 읽혀 그것을 미루어 새 것을 아는 '대통령 제도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하지만 그저 '고전 강독'이 아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독립된 국가로, 그리고 나쁜 대통령은 있었지만 나쁜 제도는 아닌 대통령 중심제를 45번을 수행해 온 과정은, 이제 '대통령 중심제', 그 자체에 대한 '회의'가 들썩이는 대선 과정에서 한번쯤은 복기해 볼 만한 문제이다. 무엇보다, 누구를 뽑느냐 이전에 과연 대통령을 뽑는다는 그 '행위' 자체로서의 정치적 의미, 그 본질을 짚어보는 과정으로서 <대통령은 누구인가>는 유의미하다. 




1부 대통령은 미 독립 투쟁의 산물이다
5월 1일 방영된 <대통령은 누구인가> 1부 미스터 프레지던트, 대통령의 탄생은 지난한 미국 독립투쟁사의 과정을 나열한다. 

당시는 오늘날과 다르게 미 대륙과 유럽 사이의 대서양을 건너는 것은 아프리카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듯 목숨을 건 여정이었다. 하지만 그 생사를 오고간 여정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낙원'이 아니라 극심한 추위, 심지어 죽은 동료의 시체를 먹는 풍습이 생길 정도의 굶주림, 그리고 터줏대감인 인디언의 무자비한 공격 등이었다. 그런 역경을 뚫고 차츰 미 대륙에 자리를 잡아가던 이주민들,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당연히 자신들을 영국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악화시킨건 본국이었다. 18세기 무모한 식민지 전쟁으로 인한 국부의 피폐함을 식민지, 그 중에서 급격하게 경제적 안정을 일구어 가는 미 대륙으로 부터 '징수'하고자 한 본국 정부는 가장 일상적인 '사탕', '종이' 등에 '관세'를 부여했고, 이런 본국과 식민지 미 대륙의 갈등은 '보스턴 차 사건'을 계기로 학살과 무장 투쟁으로 국면을 전환하며 '독립'을 향해 나아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역사 '교과서에서 배운 '사실'들이 아니다. 그 행간을 채운 '사람'들이다. 즉 본국의 무자비한 관세에 대하여 '내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며 투쟁했던 버지니아의 패트릭 헨리를 비롯하여, '대표없이 관세없다'며 영국 상품 불매 운동을 시작으로 독립 전쟁을 이끈 새뮤얼 애덤스, 샘 콕 등의 보스턴 자유의 아들들 등의 중단없는 저항이었다. 이들 저항의 과정이 '독립 전쟁'이요, 그 '결실'이 바로 독립이자, 그 결과물이 대통령이란 미국의 새로운 제도인 것이다. 



1776년 낭독된 독립 선언서, 하지만 그로부터 미국의 헌법이 만들어지기까지는 11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미국은 새로운 정치 체제와 관련된 치열한 논쟁을 치뤘다. 무엇보다 영국의 국왕제와는 다른 새로운 제도를 원했다. 거기에 시민들 투쟁의 결과물인 만큼, 평등한 시민의 권리가 담겨있는  제도라야 했다. 그래서 그 결과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프레지던트' 대통령이다. 

당시 프레지던트라 불리는 사람들은 지역단체, 위원회, 대학 총장 등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란 뜻이었다. 무엇보다 국왕처럼 'too much power'를 저지하고자 처음 3명의 대통령까지 염두에 두었다니, 우리의 대통령제와 격세지감이다. 대신 한 명의 대통령을 두는 대신 의회와 법원의 삼권 분립 제도를 철저하게 하여, 권력의 집중을 막았다. 오늘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덜 불안해하는 이유는 바로, 제 아무리 트럼프가 막무가내식으로 나간다하여도 상원과 하원으로 분리된 의회와 법원, 그리고 각 주로 분리된 연방 정부라는 '분립'된 국가 권력이 그의 독주를 막아낼 것이란 제도적 안정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의료 보험 제도를 통과시키기 위해 지난한 의회 설득 과정처럼 말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통령은 '미스터 프레지던트'다. 우리의 '각하'가 아니다. 대통령이 되면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전권을 행사하는 '독점 권력'이 아니다. 그렇게 세계 최초로 이전의 왕정제와는 다른 권력 체제를 탄생시킨 미국, 그 첫 대통령으로 조지 워싱턴을 뽑았고, 1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재선 이후 스스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루어 내며, 새로운 군주가 아닌 '국민의 동의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는' 대통령 제도를 완성시켰다. 



2부 we the pepple 국민이 국가를 만든다
2부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2016년 1차 tv 토론부터 시작한 미국의 대선 레이스다. 45대 대통령 선거 절대적 표수로 보면 힐러리가 트럼프를 이겼다. 하지만 복잡오묘한 미국 대선의 승자는 트럼프였다. 도대체 왜 다수의 득표를 하고도 힐러리는 트럼프에게 승복할까? 이기고도 지는 선거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2부에서 바라본 미국의 대선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tv 토론을 시작으로 벌어진 국민들의 자발적 선거 참여의 과정이다. 우리나라 대선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당원'들이라고 한다. 그나마 나이든 사람들은 좀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정의당'이 아니고서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하물며 한 자리를 약속받지 않은 자발적 자원봉사자는 언감생심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선 과정은 자신을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한바탕 축제와도 같다. 그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슬로건을 스스로 만들어 걸고, 자원 유세에 나선다. 집집마다 찾아다니기도 한다. 유세 과정에서 갖가지 방식으로 참여한다. 미국의 공공 정치 참여 비율은 28%이다. 겨우 28%라고? 아니다. 이 비율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이다. 

거리에서 만난 노년의 자원 봉사자가 초등학생 어린이들과 논쟁을 벌인다. 우리 식의 훈계와 대꾸가 아니다, 아이들은 '어른'에게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어른'은 경청한다.  고깝기는 커녕 '어른'은 그렇게 정치에 관심을 가져주는 아이들이 '고맙단'다. 선거 과정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쉽다. 어른들은 아이와 함께 풋볼 시합에 가듯 선거 과정을 함께 한다. 아이들도 당당하게 말한다.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도대체 이런 어린 시절부터의 당당한 참여는 어디로 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미국의 선거는 '즐기는' 과정이다. 선거 후 '정치 보복'을 두려워해야 하는 사생결단의 과정이 아니다. 물론 자신의 후보가 당선되지 않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 비난도 한다. 하지만 그 조차도 과정의 일부니다. 오히려 미국에서 선거는 과정의 일부이다. 우리는 투표가 유일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정치적 행위라 자조적으로 말하지만, 미국에서 선거는 투표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관심을 가지고 지역 공동체에 참여하는 식으로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 과정의 한 매듭에 불과하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당당한 시민으로서의 권리에 대한 교육에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은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 배운다. 국민의 권리와 투표에 대해 토론한다. 우리 식으로 외워 시험보는 것이 아니다. 교사는 말한다. 너희는 학생이지만 국민이기도 하다고 선생님은 강조한다. 스스로 학생 헌법을 '제정'해 보기도 한다. 교실은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현장이다. 

이런 교육이 특정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저소득층 지역을 중심으로 각 학교마다 이루어진다. 왜? 국민의 권리는 참여로부터 시작되고, 어떤 권리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빼앗길 것이기에 더 나은 시민으로 깨어있기 위해 당연한 권리라는 의식이 미국 사회 전반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변화의 과정이자, 결과물이 대통령 선거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나라의 미래와 방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실천'한다. 시민들의 평등한 권리로서의 국가, 하지만 그것에 전제가 되는 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잘 교육받고 그에 대해 제대로 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민이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알렉시스 토크빌의 국민의 자조적 수준에 대한 비감어린 한국에서의 이 경구가 미국으로 가면 풀뿌리 민주주의 교육의 경구로 변화된다. 평등한 시민들의 권리로서의 대통령, 과연 5월 9일 우리가 뽑으려고 하는 대통령도 '그런' 사람일까? 


by meditator 2017. 5. 3. 15:15

헌법 재판소의 판결이 엊그제인가 싶더니 새로운 권력의 탄생을 1주일여 앞두고 있다. 장미꽃이 만발하기도 전에 우리는 새 대통령을 맞이할 듯하다. 이제 대선 종반주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를 선택할 지 이미 결정했을 듯하다. 인기투표처럼 일주일에도 몇 번씩 후보자간의 지지율이 등락하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지만, 정치학자들은 생각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단언하기도 한다. 혹시나 아직 당신의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 혹은 마음을 결정했다손 치더라도, <sbs스페셜- 권력의 탄생>을 보며, 과연 이제 당신이 선택하는 그 대상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짚어보는 건 어떨까?




지난 2월 sbs 스페셜은 '권력'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대통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며, 보여지는 '이미지'에 휩쓸려 당신의 선택을 '실수'하지 말아달라 당부한 편이었다. 그에 이어 이제 대선을 앞두고 다시 프로그램은 '권력'의 문제를 들고 나온다. 이제는 제 아무리 독방에서 떵떵거려도 법이 심판을 앞둔 지난 권력, 그 권력을 다시 들춰보는 건 철 지난 유행가같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철지난 유행가를 다시 곰곰히 들여다 보는 것이야 말로, 새 권력의 선택에 가장 유효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그 지난 권력의 '인사', 그것이 이번 '권력' 편의 주제다. 

왜 사람일까?
최진 대통령 리더쉽 위원장은 지금 유력한 대선 주자의 인사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사 그가 '악마'라 하더라도 인사만 잘하면 '천사'로 보일 수도 있다며. 

우리가 대통령중심제를 취한 이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불행한 역사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매번 되풀이되는 권력의 불운, 권한이자 함정이 되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유시민 작가는 그 권력의 핵심이 바로 '인사권'이라 단언한다. 

왜 인사권일까? 대통령이 되면 행사할 수 있는 인사의 권한이 줄잡아 6000 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즉 권력의 시작이 바로 '인사', 인재의 등용으로 막이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대통령이 된 사람들은 이런 수많은 인사의 권한을 준비하지 않고 권력을 맞이한다. 또한 선거 기간 중에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준 사람들에게 '사농공상'을 해주고 싶고, 해주어야 할 조건이기도 하다. 더구나 동양권에서는 '사농공상'으로서의 관직은 곧 '조상의 은덕'처럼 여겨지니, 더더욱 그 '인재의 등용'에 힘이 실린다. 

그러기에 손쉽게, 그리고 허겁지겁 믿을만한 인맥의 인사, 즉 이른바 '코드 인사'로 권력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믿을 만한, 운명을 함께 한 '이너 서클'에 눈이 돌아가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이다. 



바로 그런 식으로 믿을 만한 이너 서클의 사농공상으로 권력을 시작한 것이 바로 박근혜 정권의 첫 번째 코드 인사 '윤창중'이었다. 1호 대변인으로 박근혜의 상대방 세력을 향해 막말을 퍼붓던 언론의 인사가 첫 번째 인사라 됨으로써, 박근혜 정권은 '화합' 대신, '코드'의 색깔을 드러내며 정권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어서 윤창중에 의해 발표된 '밀봉 인사'는 '수첩 인사', 깜깜 인사'로 이어지고, 이는 정권이 형성되기도 전에 내정된 인물의 7명이 낙방하는 '인사 참사'로 결론을 맺는다. 하지만, '참사'에 대한 반성은 커녕,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격 사유가 있는 17명 중 끝내 6명의 인사를 강행하고, 결국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을 맞이하게 된다. 

또한 박근혜 정권은 경제 민주화를 외치던 김종인을 내친 대신 유신 정권의 출신의 성장론자 현오석을 부총리로 앉힌데 이어, 진박 감별사 최경환, 호위 무사 윤상현, 박근혜의 신데렐라라 칭해지던 조윤선 장관을 거듭 들이며 '충성'을 인사의 제 1 명제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런 드러난 인사보다 심각한 것은 이른바 '소도(蘇塗)'라 칭해지던 정윤회를 비롯한 문고리 삼인방, 그리고 결국 최순실로 이어진 뽑히지 않은 '권력의 핵심'들이다. 결국 '이너 서클'에 의존한 코드 인사와 불통 인사는 '나쁜 권력'의 전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권력은 언제나 나빠질 수 있다
프로그램은 일찌기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이른바 '팽' 당한 경험이 있는 조응천, 김병준 등의 전직 '이너 서클' 인사와 문희상, 유시민 등 오랜 정치적 경험을 가진 정치인들의 경험과 의견에 기초하여, '권력'의 인사를 서술해 간다. 

결국, '인사'로 시작하여, '인사'로 정의 내릴 수 있는 '권력', 권력이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유일한 합법적 '폭력'이다. 하지만 그 '권력의 정의에서 찍혀져야 하는 방점이 '국민'에서 '폭력'으로 바뀌는 순간, '법과 원칙' 대신 자신의 '권력'이 우선되는 순간 국민의 의사는 무시되고 , 탄핵 재판소의 판결이 기다린다. 출연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권력은 칼이라고. 하지만 권력이라는 칼에는 손잡이가 없다고. 잘못잡으면 손을 베기도 하고, 상대방을 찌른다고 했는데 어느새 내 몸 속에 칼이 박혀 있기도 하다고 . 그래서 '군주민수(君舟民水),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라,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뒤집기도 한다. 그러니 권력자는 늘 국민을 두려워하고 살펴야 한다는 순자의 경구로 '인사'에 대한 다큐는 마무리된다. 



대선 투표를 일주일 여를 앞둔 시점에, 새삼 지난 권력의 '인사'를 '역지사지'해보겠다는 취지의 다큐, 어쩌면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지난 정권의 '권력' 행사에 대한 이야기는 과열된 대선 레이스의 정점에서, '원칙'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최근 정치학자 박상훈씨는 시민을 위한 정치 이야기란 부제를 달고 <정치가 우리를 구제할 수 있을까>란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우리의 사회적 삶을 '진화'하는 방편으로서의 '정치'를 역설한다. '누가 더 '진정성'이 있는가를 가지고 논쟁할 것이 아니라 권력을 선용할 수 있는 능력의 경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준비와 '이상'을 가지고 있는가 여부가 새로운 권력 선택의 기준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가 하면 다 해낼 겁니다' 란 말에 대한 맹목적 믿음으로 '탄핵으로 이어진 엄청난 역사적 후퇴를 경험했던 시간, 과연 지금 이 대선 가도의 정점에 선 우리는 ''인지 상정'이 아닌, 미래를 향한 권력을 담당할 '눈밝은 이'를 향한 바램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부디 장미꽃 향기 속에 탄생한 정권의 미래는 불운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by meditator 2017. 5. 1. 16:49

삼포 세대, 2011년 '복지 국가'에 대한 한 신문의 특별 취재 기사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다. '불안정한 일자리, 학자금 대출 상환, 기약없는 취업 준비, 치솟는 집값 등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하염없이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층'을 일컫는 단어였다. 하지만 나아지기는 커녕, 해가 갈 수록 삶의 비용은 상승하지만, 그 삶의 비용을 감당할 '젊은이들의 소득'에는 더욱 가차없다못해, 약탈에 가까운 세상에서 젊은이들은 포기할 '꺼리'를 추가한다. 연애와 결혼, 출산에, 인간 관계와 집을 포기하더니, 이제 거기에 '꿈'과 '희망'까지 더해, 칠포 세대가 등장했다. 여기에 '건강'과 '외모'까지 포기한 구포 세대, '보통의 삶'이 로망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희망'이 사치가 되는 시대, 그 시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하지만 여전히 tv 속에서는 '로맨스', '가족극' 등의 소재로써만 소용되기가 십상이다. 그런 가운데 14회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젊은이들의 눈물겨운 고군분투를 '다큐'가 아닐까 싶게 실감나게 그려가는 <자체 발광 로맨스>는 발군이다. 하지만, <자체 발광 로맨스>가 '다큐'가 아닌 이유는, 그 현실 속에서 애써 '판타스틱'한 '로망'을 품어보려 하기 때문이다. 



제 남자예요 
하우 라인의 '은장도'. 은호원(고아성 분), 도기택(이동휘 분), 장강호(이호원 분). 한강 자살 특공대 동지로 이 시대 루저들의 표상으로 등장했던 이들, 서현(김동욱 분)의 배려아닌 배려(?)로 하우라인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꿈에 부풀었던 것도 갖은 비정규직으로서의 수모와 고생, 거기에 '낙하산'이라는 오명으로 마음 고생까지 하며 가까스로 정규직 심사까지 도달했던 세 사람의 희비가 엇갈렸다. 은호원과 장강호가 정규직으로 채용된 반면, 도기택은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것이다. 

인생에는 다음이 있으니 괜찮다던 도기택, 하지만 그도 결국은 홀로 화장실에 들어가 오열하고 만다. 그의 오열에는 동료들보다 좀 더 곡진한 사연이 있으니, 바로 이제야 다시 본 궤도로 회복할 가능성을 보인 오랜 연인 하지나(한선화 분)와의 관계 때문이다. 

공시생으로 매번 미역국을 먹는 앞날이 불투명한 도기택에게 이별을 통보했던 하지나. 그녀가 바랬던 건 자신을 빛나게 해줄 멋진 스펙의 남자였다. 그녀 역시 회사 일보다는 쇼핑과 소개팅을 주업으로 살아가던 처지. 그런 그녀의 눈 앞에 그녀가 이별했던 도기택이 비정규직 사원으로 등장한다. 보잘 것없는 도기택대신 있는 집안과 가진 남자를 찾아 방황하던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도기택은 헌신적인 태도를 보이고, 그런 그의 태도에 하지나의 마음도 조금씩 움직이는데. 그러나 정작 마음이 열려가는 하지나와 달리, 기택은 자신의 처지로 인해 그녀를 포기하려 한다. 대신 정규직이 된다면 당당하게 그녀의 앞에 나서겠다 했는데.......

하지만 하지나는 정규직에서 탈락한 도기택을 다른 사원들 앞에서 당당하게 '제 남자예요'라고 밝힌다. 또한 도기택에겐 '과분한 여자'가 되겠다며 상심한 그를 품어준다. 이 상황 자체로만 보면 흔한 '로코'의 극적 반전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체 발광 로맨스>라 이를 설득해 가는 과정이다. 그저 흔한 '로코식 반전'이 아니라. 거기에는 극 초반 이른바 '김치녀'라 세간에서 야유하는 캐릭터의 전형으로 등장했던 하지나란 여성의 성장이 포함된다. 어떻게든 일하는 대신 괜찮은 남자를 잡아 결혼을 하는게 성공이라 생각했던 그녀가 도기택의 등장과 함께 하우라인의 대리로써 점점 자기 몫을 찾아간다. 그렇게 일과 함께 달라지던 그녀는 선배인 싱글맘 조석경(장신영 분) 과장의 충고를 통해 '취집' 대신, 일을 통해 자기 성취를 하고, 그 성취의 동반자이자, 지원자로서 도기택의 '과분한 여자'가 되기로 한다. 이처럼 하지나-도기택의 사랑은 결혼은 당연히 포기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현실에 기반하면서도, 그런 젊은이들의 새로운 로망으로서의 '사랑'을 '과분한 여자'의 캐릭터로 제시한다. 



제 힘으로 살아볼게요 
도기택과 달리 이전의 취업 면접에서 놀라운 스펙과 달리 자신없는 태도로 인해 내리 '미역국'을 먹었던 장강호는 하우라인에 들어와 꾸준한 성실성과 능력으로 인해 상급자 조과장의 눈에 들어 무난하게 정규직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정작 그에게는 정규직의 길보다 더 어려운 관문이 남아있으니 바로 '가족'과의 관계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스펙을 가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울 수 있었던 풍족한 집안 환경, 하지만 부모님은 자신들의 기대에 못미친 아들 장강호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 할 만큼 마땅찮아 한다. 하우라인 정규직이 된 장강호, 부모님은 기택과 함께 보잘 것없는 자취방에서 지내는 생활을 버리고 이제 다시 부모님 그늘 아래 풍족한 삶으로 돌아오라 한다. 

여기에 다시 장강호에게 말 한 마디로도 위로와 힘이 되어주던 조과장이 등장한다. 그녀 역시 강호처럼 사회 생활의 출발과 함께 집안으로부터 독립했던 경험이 있던 바, 그 생활을 회고하며 힘들어지만, 비로소 '어른'이 된 느낌이었다는 소회를 밝히며 강호의 '어른됨'을 축하한다. 어느새 '멘토'가 된 조과장의 말에 강호는 그 예전 '마마보이'로서의 복귀 대신, 아직도 낯설고 힘들지만 기택과의 자취방 생활을 선택한다. '제 힘으로 살아볼게요'라는 선언은 또 다른 이 시대 청춘의 선언이다. 가진 것이 없어서 고민하는 청춘과 달리, '캥거루 족'이라는 단어가 우리 시대 청춘의 또 다른 표상이듯, 부모의 그늘이 곧 스펙이 되는 세상 속에서 '청춘'의 또 다른 도전, 어른됨에 대해 드라마는 말한다. 



이건 취업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사고뭉치, 기존의 정규직 평가표로 보면 당연히 떨어져야 마땅한, 그래서 도기택 대신 정규직이 된 은호원의 처지는 사실 애매모호한 지점이 있다. 그녀가 죽을 위기에서 겨우 살아나 응급실에서 만난 서현에 의해 하우라인이라는 낙하산이 되었듯이, 마찬가지로 늘 고개를 수그리다 결국은 할 말은 하고야 마는 '도발'적 비정규직 은호원에게 또 다른 키다리 아저씨 서우진(하석진 분)이 없었다면 과연 그녀의 정규직이 가능했을까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낙하산 비정규직이란 처지에 고개를 숙이는 대신, 발품을 팔아 열심히 했고, 노오력은 하되, 꺽이지는 않고 할 말은 하고 보는 그녀의 정규직 전환은 '을'을 내연화시키며 자신을 꾹꾹 눌러담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우진의 그늘을 지울 수 없는 정규직 은호원, 그녀는 역시나 그녀답게 14회 마지막 정규직을 볼모로 젊은이들을 낚는 회사의 공모원 응모 사항에 반기를 든다. '이건 취업 사기입니다.'라며. 취업 사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스펙'의 한 줄을 채우기 위해 공모전을 전전해야 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 비정규직 혹은 정규직이라도 하급자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상황에 대해서도 할 말을 꿀꺽 삼켜야 하며 어느덧 자신이 부속품이 아닐까란 자기 모멸감에 시달리는 또 다른 청춘들의 한계를 은호원은 도발한다. 그리고 그렇게 굴러들어온 복을 스스로 버리며, 다시 한번 어쩌면 '또 다른 낙하산'일 지도 모를 그녀의 행운을 스스로 찢어내며 도전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체 발광 오피스>의 은장도는 다큐에서 흔히 보던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스테레오 타입이다. 그들은 삼포, 오포, 칠포 이제 구포를 하며 '포기'는 당연하다며 보통의 삶을 꿈꾸는 것도 사치라 여기는 세대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런 세대에게 '꿈'와 '희망'을 열어보이고자 한다. 하지만 그 '희망'과 '꿈'은 그들에게 '거저' 오지 않는다. 낙하산이란 행운은 결국 스스로 극복해야 할 또 다른 딜레마이자, 관문으로 그들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 관문을 통과하며 쭈그리고 한없이 고개를 수그리던 자신감없는 청춘에서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렇게 드라마는 힘들지만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의 한 걸음을 떼어가며 '자체발광'하는 '청춘'들의 도전기를 곡진하게 그려가고 있다. 

by meditator 2017. 4. 28. 16:58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불평등과 편견을 허무는 차별에 화난 프로 불편러'들의 이야기 <까칠 남녀>가 4월 24일로 5회를 맞이했다. 프로그램은 '털', '졸혼', '피임', '김치녀', '시선 폭력'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내에 '젠더'와 관련된 민감한 주제를 선택한 덕분에 매회 화제가 되었다. 또한 화제가 된 만큼 '엄연히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는 식의 정영진 씨 등의 발언이 매회 인터넷 상에서 숱한 질타의 대상이 되며, 5회에도 발언을 할 때마다 '캡춰'돨 것이란 우스개가 등장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과연 이 '우스개'를 웃고 넘어가야 하는 것인지. '한남'과 '페미'라는 양 극단의 용어가 넘쳐나는 세상에 '양성 평등'을 지향하는 <까칠 남녀>의 젠더 토크쇼에 대해 몇 가지 고민을 풀어보고자 한다. 




시선 폭력? 시선 강간?
5회의 주제가 된 것은 여성의 몸을 '폭력적'으로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에 대한 것이었다. 미국 거리의 실험 영상을 예로 들며, 그런 남성의 '시선'에 대해 여성들의 '고통'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프로그램. 하지만 곧 대다수의 여성들이 '시선 폭력'을 느꼈다는 것과 달리, 그 자리에 참석한 남성 패널들은 이런 여성들의 '고통'에 '공감'하기 힘들어 한다. 

남성이 여성을 보는 것은 '본능'이라거나, 여성들도 '시선을 즐기지 않냐'는 '이의 제기(?)'에 대해 페미니스트 은하선이나, 여성 철학자는 '권력'의 문제를 제기한다. 바로 '남성의 권력'이 우리 사회에서 우위에 있기에, 여성들은 그런 '젠더'의 '을'로, 남성들이 끈질기게 자신의 몸을 '관음'하는 시선에 '시선 강간'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폭력성'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 5회 '시선' 문제의 딜레마가, 동시에 젠더 문제의 딜레마가 등장한다. '시선 폭력'의 문제가 제기되고, 그것이 '성적 권력 관계'에서 오는 관음적 폭력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그 '결론'에 대한 공감 대신, 오히려 애초에 개념인 '시선'에 대한 정의와 혼돈으로 '토크'는 뒤돌아 간다. 즉, 과연 어떤 시선이 '폭력'인가에 대해, 상황 설정까지 해가며 다시 설명을 하며, '여자는 안다'라는 단호한, 하지만 모호한 결론에 이르른다. 

'시선 폭력'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 내에서 젠더 권력 관계의 약자인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분명한 '폭력'적 요소임에도, 어디까지가 '폭력'인가에 대해 '당하는 사람은 안다'라는 이 모호한 결론은 바로 현재 우리 사회가 부딪치고있는 '젠더'문제의 모호함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기울어진 젠더의 전문성 
결론에 이르러 봉만대 감독이 '지켜본다'와 '바라본다'라는 언어적 유희를 통해 설명하려 했듯이, 우리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을 본다'는 성적 호기심, 호감, 그리고 '폭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미'를 담은 행위이다. 이는 즉, 프로그램의 초반, '시선'의 문제를 들어 '권력'이라고 소리를 높였듯, 우리 사회 내 '젠더'에 관한 문제는 수 천년의 시간 동안 '가부장제'적 구조 아래 '절대 우위'를 누려온 '남성'의 권력과 그 '권력'의 피해자 여성이라는 문제 임과 동시에, '섹슈얼'한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문제라는 복합적 구도를 지닌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가진다. 

정영진이나 봉만대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대표적인 '한남' 심지어 '한남충'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몰매를 맞는 것과 달리, 현실적으로 대다수의 남성들이 심지어 '여성편'이라며 한없이 고개를 조아리는 서민조차도 '감사하다'는 표현을 들이밀 정도로 '시선'의 문제를 내세우면 그것이 '본능'이라 생각한다는 지점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시선의 폭력'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선'에 대한 정의에 대한 공감대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감'에는 '권력'의 문제와 함께, '생물학적 본능'의 지점이 내포되어 있는 복합적 문제라는 것을 여성과 남성이 역시나 공감하는데서, 우리 사회의 '양성 평등'은 '도그마'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양성 공감'으로서의 지평을 넓혀가지 않을까 싶다. 이는 곧 <까칠 남녀>가 페미니스트적 담론을 되풀이하는 장이 아니라, 진정한 '양성의 대중적 공감'을 확산시키기 마당이 되는가의 시금석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패널의 구성 자체에서도 어쩌면 기울어진 세상을 바로 잡겠다고 하지만, 어쩌면 패널의 구성 자체가 기울어진 것이 아닌가 아쉽다.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페미니스트 은하선에 여성 철학자 이현재라는 '페미니즘'의 전문가 두 사람이 포진한 여성의 입장과 달리, 과연 봉만대나 정영진이 '남성'의 대표성을 띤 전문가인가라는 점에서 아쉽다. 즉 여성들의 입장이 '페미니즘'이라는 학문적이고, 보다 체계적인 이데올로기를 가진 전문가들에 의해 '권력' 문제까지 짚어져 가면서 문제 제기가 되고 결론을 '목적의식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과 달리, '서구에서는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는 여성이 자신을 스스로 가리는' 경우는 없다'며 여성들이 좀 더 당당하기를 요구하는 '합리적'인 주장과, 아내가 나를 사랑해서 가사를 돌보고 양말을 신겨준다는 비이성적 잣대를 갈짓자로 오가는 정영진의 주장이나, 에로 감독으로서의 정체성을 뜬금없이 드러내고야 마는 봉만대의 입장은 어쩐지 늘 역부족이다. 하지만 과연 이들을 '한남'이라 욕하거나 제압하고 보면, 우리 사회 남자들이 반성할까? 의식이 달라질까? 과연 이 '한남'이라고 욕먹는 이들이 우리 사회 평균 남성들의 이하인가? 



문제는 이런 이들의 개별적이고 경험주의적이며, '논리적이지' 않은 입장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여성 측 전문가들의 입장이 '격파'한 것이 과연 '양성 평등'의 확산에 도움이 될까? 즉 이는 우리 사회 속 '페미니스트'적인 입장들은 분명하지만 과연 그 대중적 파급력이 얼마나 원심력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사실 그런 점에서 기생충 학자 서민의 존재가 아쉽다. 콘돔의 사용과 관련하여 질외 사정을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봉만대에게 그건 질외 사정의 합리성이 아니라, 봉만대의 나이에서 오는 정자 운동성의 감소라 과학적으로 짚었던 서민은 5회에 이르러 '여성편'이라며 앙탈을 부리거나, 우스꽝스런 상황극에 자신을 소모한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이데올로기적 갈등으로 심화되어가는 젠더 문제와, 경험주의적 무지가 지배적인 공감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과학자'로서 서민은 '권력' 관계를 넘어, 보다 과학적인 전문가로서 '방향'을 열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물론, 최근 유행하고 있는 '진화 심리학'조차 '젠더적 편견'에 대해 문제 제기를 받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과학자로서의 그의 사리밝은 식견이 도그만에 빠진 담론과, 그를 맞서는 막무가내 경험주의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젠더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계몽주의적 캠페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캠페인의 성공의 전제가 되는 것은 '여성은 물론, 남성 대중의 공감이다. 권력의 관계이지만, 동시에 남성과 여성은 '성적'으로 동반자적 관계에 있는 미묘한 역학 관계의 존재들에 대한 때론 논리적이고, 때론 감성적인 설득이다. 과연 5회를 맞이한 <까칠 남녀>가 이런 딜레마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분명한 지향'과 함께, 그 '지향'을 위한 공감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고민이 제고되기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7. 4. 25. 16:53

드라마 리뷰를 쓰는 입장에서 물론 이 주에 결정적 장면 정도를 쓰려면 이 주에 방영되는 드라마 정도는 다 보고 써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나도 호불호가 갈리는, 그리고 지극히 편향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라, 그래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또 하지만 비록 내가 모든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다손쳐도, 그래도  꾸준히 일주일 동안 본 드라마들 중에, 그래도 이 '결정적 장면'은 그냥 넘어가기가 아쉬웠다. 더구나 세 편의 드라마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 드라마의 결정적 장면은 그동안 드라마가 '복선'으로 숨기고 있던 '진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이들 숨겨진 진실의 등장으로 드라마의 갈등은 전면화되고,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그 첫 번 째; <터널> 진짜 범인이 나타났다!
30년의 시간을 거슬러 현재로 온 아재 형사 박광호(최진혁 분)가, 그가 못잡은 범인에 의해 죽은 피해자 여성의 아들 김선재(윤현민 분)과 함께 30년의 시차를 두고 '연쇄 살인'의 진범을 추격하는 미스터리 범죄 수사. 드디어 이들이 쫓던 연쇄 살인의 진범인 정호영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수사팀과 함께 숨바꼭질을 하듯 공중전화를 이용하며 그들에게 알 수 없는 힌트를 흘리는 정호영. 정호영의 힌트에 미심쩍어하면서도 화양 경찰서 수사팀은 정호영을 잡기에 혈안이 되는데. 그렇게 정호영을 향해 치다리는 수사 상황 속에서 9회 마지막, 뜻밖의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김선재가 가장 의지해마지않는 법의관 목진우(김민상 분)이 놀이터에서 '나는 이유없이 살인을 하지 않는다'며 여성 법의관의 목을 조르며 시청자들의 허를 찌른다. 

이미 눈밝은 시청자들이라면 연쇄 살인이라는 범죄 자체가 등장하기도 전인 30년전 여성들을 잇따라 스타킹으로 목을 졸라 죽인 범죄가 당시 학생이었던 정호영의 짓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가 등장할 때마다 심상치않은 분위기와 대사로 이미 목진우를 의심스레지켜본 시청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드라마가 그렇게 시청자는 알지만, 정작 수사 당사자들은 그것을 찾아 헤매는 것을 드라마적 복선이 양 꽁꽁 숨겨놓는 것과 달리, <터널>은 자신만만하게 9회 엔딩에서 대놓고 자신의 숨겨진 패를 '깐다'. 결국 <터널>의 연쇄 살인 역시 <갑동이> 등에서 등장했던 진범과 카피캣의 이야기, 하지만 30년의 시간을 둔 과거의 형사와 현재의 형사의 슬픈 인연, 는그리고 과거의 연쇄 살인범과 현재의 카피캣의 엇갈린 범죄는 목진우의 가면이 벗겨지며 이제 그 얽힌 악연이 전면에 드러나며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두 번 째; <시카고 타자기> 귀신이 나타났다!
5회 마지막 한세주(유아인 분)가 그의 유령 작가 유진오(고경표 분)와 함께 간 곳, 거기엔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진오를 옆에 앉힌 유아인, 고백한다. 지금까지 자신의 작품과 관련된 유령 작가설은 낭설이었음을, 하지만 이번 작품의 유령 작가설은 진짜였음을. 당연히 그의 놀라운 발표에 기자들의 손은 빨라지고, 출판사 사장은 뒤로 넘어갈 지경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한세주가 자신의 옆에 있다는 유령 작가를 소개한 순간, 기자 회견은 해프닝으로 바뀐다. 한세주가 소개하는 유령 작가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대필 작가로 등장했던 유진오가 진짜 유령이었음이 드러나는 이 장면, 하지만 뜻밖에도  그 장면은 제작진이 '놀랬지'라는 반전 카드에, 이미 시청자들은 수를 훤히 꿴듯, 그래 '놀랬다 치자' 정도의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첫 회부터 계속 의미심장하게 등장하는 삽살개와 시카고 타자기에 이은 유진오의 등장으로 이 드라마가 초현실적 존재를 끌어들일 것이라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어쩌면 <시카고 타자기>의 전작인 <도깨비>로, 그리고 <내일 그대와>에 다시 유령이라니, '또 너냐?'라는 느낌이 앞섰달까? 하지만 정작 그보다 심각한 것은 현실의 한세주에게 '유령이 나타난 들'이라는 심드렁함이다. 심지어 유진오 유령설 확정보다 삽살개에 빙의한 유진오가 더 흥미로웠다. 1회에서부터 유령보다 더 유령같은 한세주라는 기묘한 캐릭터를 등장시켰지만, 오히려 그런 현실의 한세주보다 잠시 잠깐 그의 잠재 의식 속에서 끌어올려지는 '1930년대의 경성 트로이카'가 더 궁금해지니, 이것이 바로 <시카고 타자기>의 딜레마이다.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이 '경성 트로이카'가 전면에 나선다면 <시카고 타자기>의 부활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불씨의 조짐이기도 하다.



세 번 째; <자체 발광 오피스> 은장도가 낙하산이라니!
100번의 입사 시험에 실패한 은호원(고아성 분), 만년 공시생이라 애인에게 마저 차인 도기택(이동휘 분), 강남 8학군 출신에 완벽한 스펙을 갖추고도 매번 미끄러지는 장강호(이호원 분)은 면접 실패 동지이자, 한강 투신 동지들이다. 그런 이들이 하우라인의 비정규직 사원으로 만났다. 그러나 이 '기막힌 우연'이 알고보니 사주 아들 서현(김동욱 분)의 기획된 '낙하산'이었다니! 

88만원 세대의 전형으로 등장하여, 어렵사리 하울라인 비정규직 사원으로 고분분투하고 있는 <자체 발광 오피스>의 세 주인공들. 하지만 드라마는 이들이 기대고 있는 마지막 '자존감'의 보루마저 채가 버린다. 그래도 세상이 자신들을 완전히 외면한 것은 아니라고 믿었던, 자신들의 능력으로 쟁취했단 믿었던 그 '비정규직'의 자리조차. 사실은 그들의 원래 몫이 아니라고, 심지어 여태까지 은인이자 호인이라 믿었던 사람이 알고보니 자신들을 '이용'한 사람이라며 드라마는 그 알량한 '환타지'마저 거둬들인다. 역시나 시청자들은 알고 주인공들을 몰랐던 그 최소한의 '특혜'마저 거둬 들어며 주인공들을 다시 한번 맨 땅에 헤딩하게 만드는 <자체 발광 오피스>

하지만 그렇게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거둬들인 곳에, 이제 진짜로 자신을 마주 봐야 할 세 명의 젊은이들이 있다. 늘 세상이 자신을 몰라줘서 서운하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자신들 역시 그 누군가의 밥그릇을 뺏어들고 이 자리에 있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세 사람. 늘 자신들의 삶이 '은장도'를 빼어든 '배수진'의 삶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배수진'의 처지가 역전된 상황. 그들은 '쪽 팔려서' 도망가는 대신, 마지막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 아니 은호원이 서현에게 '고소'를 들먹이며 따낸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놓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 비록 회사가 내준 조건에 따르면 그간 사고만 친 이들에게 정규직의 희망은 아득하지만, 그래서 다시 손을 내민 하지나(한선화 분)의 손을 잡을 수는 없지만, 이제 이들은 우르르 한강으로 몰려가던 그들이 아니다. 아직은 위축되고, 자신은 없지만, 대신 당당할 수 있고, 자신들의 역전된 처지에, 쪽팔려하는 대신, 자신들의 처지를 돌아보고, 남은 시간동안 최선을 다하려는 이들 세 명의 은장도는 아프지만 주저앉지 않는 당당한 청춘을 그려내기에 고심한다. 



by meditator 2017. 4. 23. 18:50

흔히 남성 작가들을 따라다니는 '수식어'에 '선굵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에 대해 막상 따지고 들어 정의를 내리자면 모호하지만, 서사의 스케일이 장대하며, 스토리 라인을 추동하는 힘을 '남성적 역동성'에 기댄다는 의미라 본다면 아마도 크게 엇나가지 않을 듯하다.  물론 '남성 작가'에 굳이 '선굵은'이란 수식어를 얹어주는 것 자체가 이 시대에는 또 다른 성적 편견의 소치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작가의 영역에서 분명 '선굵은 남성 작가'의 장르는 내내 존속해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일찌기 <주몽(2006)>에서 <아이리스(2009) 등으로 사극과 시대극을 오가며 그의 이름이 곧 장르가 되었던 '최완규'작가가 최근 우리나라의 대표적 선굵은 남성 작가로 칭해진다. 하지만 최완규 작가 자신조차도 그의 최근작 <옥중화>가 작품성에 있어서나, 시청률 면에서 아쉬운 결과를 보이며 그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김은숙 작가와 함께 <태양의 후예>를 통해 김은숙이란 장르에선 신선했던 이야기를 끌어냈던 김원석 작가가 4월 21일 jtbc의 <맨투맨>을 통해 또 한 명의 '선굵은 장르'작가로서 자신의 진검승부를 펼쳐보고자 한다. 


<태양의 후예>처럼 날아서 
심지어 지하철 광고문에도 '했지 말입니다'란 사라진 군대 용어가 씌일 정도였던 <태양의 후예> 신드롬의 시작은 바로 '신체 건강한 심지어 정신마저 건강한 진짜 군인들의 이야기'였다. 항간에 대한민국 군복이 그렇게 멋있을 줄 몰랐다는 우스개가 떠돌 정도로 군복으로 감싼 잘 단련된 젊은이들이 이국의 빛나는 태양 아래에서 우리가 첩보 영화에서나 보던 활약을 펼치는데 다수의 시청자들이 매료되었다. 우리의 군사 작전권이 미국에 있다는 실질적 사실은 저리 밀쳐두고 미군 앞에서도 당당하고 '여자와 어린이'로 대변되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그들의 순수한 군인 정신은 '군인 드라마'는 안된다는 전례를 가볍게 물리쳤다. 그리고 <맨투맨>은 바로 오마주처럼 <태양의 후예>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바로 그 '첩보' 영화 속 한 장면을 다시 불러들인다. 



스쿨버스의 아이를 생포한 인질범과 대치하는 다국적군, 지휘관은 명령이 있을 때까지 발사하지 말라고 하지만 인질인 어린이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김설우(박해진 분)은 그런 지휘관의 명령에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 뛰어들어 그를 죽이고 아이를 구한다. 그의 하극상 행동은 체포와 함께 더 이상 군인으로 활약할 수 없는 그와, 대신 그에게 주어진 수면 아래의 첩보원 '고스트'로서의 새로운 인생, 그리고 그에 걸맞는 <007> 시리즈에서나 볼 법한 '여자'를 볼모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적을 능멸하는 신출귀몰한 활약상을 보여준다. 심지어 <태양의 후예>에서 익숙했던 까메오와 함께. 

이 익숙한 화법은 이미 대중들에게 환호받은 바 있는 전작의 코드를 영리하게 활용함과 동시에 바로 이게 김원석이라는 장르라는 확인 도장과도 같다. 과연 김은숙 작가와 김원석 작가의 공동 작품인 <태양의 후예>에서 명불허전의 김은숙을 차치하고, 김원석이란 색깔을 어디서 찾아야 했는지 궁금함에 대한 김원석 식의 답이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신드롬을 일으킨바 있고, 첫 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듯 김원석 드라마의 주인공은 '국가'의 그늘 속에 '사명감'을 가지고 그것을 '자신의 직분'으로 살아가는 '정의로운' 젊은이다. 흔히 다른 드라마에서 '국정원'이 비리의 배후, 혹은 비리의 그림자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맨투맨> 속 국정원은 첫 회에 등장한 장팀장(장현성 분), 이동현(정만식 분), 그리고 김설우의 면면만 봐도 <태양의 후예> 속 군인들 못지 않게 '직업적 사명감과 정의감의 현신으로 그려진다. 마치 007처럼. 과연 김원석의 이런 해석이 이번에도 또 한번 통할지 <맨투맨>의 귀추가 주목된다. 

어라, 장르가 뭐지?
그렇게 화려하게 <태양의 후예> 도입부처럼 날았던 <맨투맨>, 선굵은 액션 어드벤처를 기대했던 시청자의 기대는 온 몸을 감싼 히어로복을 입은 여운광(박성웅 분)의 입에서 사투리가 터져나오며 급 장르 변경을 한다. 헐리웃과 중국 영화에 출연했다는 한류 스타 여운광, 하지만 그의 행보는 '코믹'하다. 허우대 멀쩡한 덩치와 다르게, 팬클럽 출신 차도하(김민정 분)에게 쩔쩔매다, 매니저에게 막무가내, 송미은(채정안 분) 앞에서는 자존심만 남은 그 모습은 마치 남자 천송이를 보는 듯 로맨틱 코미디의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여운광의 주변 에피소드에서 장르를 급변환했던 드라마는 다시 또 송산그룹 모승재 회장(연정훈 분)에게로 가면 장르가 달라진다. 할아버지의 초상화 앞에서 서울 시장에 나서는 전직 관료에게 돈과 따귀 세례를 안기며 딜을 하는 그, 그리고 다시 그렇게 무자비하게 포기시킨 서울 시장 자리를 갖다 바친 백인수(천호진 분)와의 사이에서 등장한 '세 개의 목각상'은 이 장르가 여전히 미스터리 첩보 장르이면서, 동시에 최근 빈번해진 기업 비리물임을 확인시켜준다. 

이렇게 장르와 장르 사이를 오가며 첫 회를 선보인 <맨투맨>, 덕분에 김설우과 여운광, 모승재의 등장 장면들이 연결은 매끄럽지 않았지만, 마지막 김설우와 여운광이 차도하와 함께 얽힌 해프닝을 통한 만남으로 이 다음 이야기의 궁금증이 증폭된다. 무엇보다 세 개의 목각상을 구하기 위해 국내에 잠입한 '고스트'가 선택한 일자리가 뜻밖에도 한류 스타 여운광의 '가드'라는 신선한 설정은 흔히 첩보원이라면 그에 걸맞은 '가오잡힌'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과 다른 반전이다. 과연 이 반전을 통해 폭을 넓인 드라마가 신선한 장르로 결과물을 나을지 그 또한 <맨투맨>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by meditator 2017. 4. 22. 13:06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미, 중과 우리 나라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졌었다. 새 정권이 탄생하기 이전에 배치를 서두르던 미국, 그런 미국에 대항하여 한류 관련 산업과 상품에 있어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는 중국, 그 가운데에서 청와대가 빈 우리나라는 외교적 대응 대신, 사드 배치를 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놓고 정쟁에 빠졌다. 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던 '치킨 게임'은 뜻밖에 허무하게도 미중 정상 회담으로 한 김이 빠지고 만다. 냉랭하게 공동 회견조차 하지 않고 끝났다던 두 정상의 회담은 이후 뜻밖에도 많은 공가대를 형성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에 넘긴다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중국은 '한류'등 을 통해 중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던 'Made in korea'에 대해 그 흐름에 족쇄를 채웠고, 미국은 여전한 한국에서의 영향력을 검증했다. 이렇게 결국 우리 땅에 배치하는 '사드'에 대해 그 '결정권'에 있어 다시 한번 무기력했음을 증명했던 시간, 하지만 사드가 끝일까? 이에 kbs1의 <시사 기획 창>은 마치 무기력한 한반도에 저 마다의 이권을 가지고 쟁투했던 제 2의 구한말과 같은 이 시기,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변화를 2부작 <격동의 세계>로 다룬다. 




1부; 스트롱 맨의 부활
무엇보다 한반도 상황을 격동에 빠뜨린 가장 결정적 인물은 예상을 뒤엎고 미 대선의 승리자가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리하여 당연히 한반도를 격동으로 몰아넣는데 김정은보다도 더 불확실한 존재가 되어버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쉽 분석으로 부터 들어간다. 

키신저에 의해 본능형 인간이라 규정되는 트럼프는 '트럼프 케어'가 폐기된 날 골프를 치는 여유를 부리고, 선거 전 일본을 압박하다, 입장을 싹 바꾸는 등 '관습이나, 풍습, 심지어 법규조차' 존중하지 않는 예측 불가의 행보를 보인다. 하지만, 그런 예측 불가 행보는 '그와 가족과 조직에 이로운 것'이라는 일관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그 점이 미국 국민들이 그를 선택했던 이유고, 또 그런 지극히 '미국 우선주의'의 방향이 한반도에는 위협적이다. 

하지만 막무가내 스트롱맨만 위협적인 건 아니다. 올해 전인대에서 공식적으로 '핵심' 칭호를 받으며 명실상부한 '시황제'가 된 시진핑은 '정치적으로는 인민주의의 마오쩌둥을 경제적으로는 개방의 덩샤오핑'을 이어받은 합리적이며 친근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만 남중국해 장악을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해나가고 있는 지점에 이르면 역시나 중국 패권주의의 또 다른 스타일일 뿐이다. 

미, 중만이 아니다.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요지부동이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에 미국으로 달려가 '조공 외교'라고 조롱을 받았던 아베 일본 수상, 하지만 아베는 웃었다. 경제적으로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주는 듯하면서, 미일 군사 동맹을 확고히 하여 군사 강국으로의 야심을 펴나갈 기반을 공고히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만만치 않다. 2016년까지 포브스 선정 세계 영향력 1위, 미 대선 조차도 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는 3번의 대통령, 1번의 총리, 이제 다시 재선을 앞둔 푸틴 대통령은 국제 정치의 '캐스팅 보트'를 쥔 채 '소련의 영광'을 되찾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2부; 태평양 무역 전쟁
이렇게 한반도를 둘러싸고 열강은 저마다 자신의 국익을 제일로 하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그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한반도를 둘러싸고 갈등한다. 바로 다큐가 주목한 바 '태평양 무역 전쟁'이다. 

45대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은 명확하다. only America first! 미국의 물건을 사라! 미국인을 고용하라!이다. 미국과 타국, 대표적으로 중국과의 무역 수지에서, 중국의 압도적 흑자에 더 이상 미국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에서 많은 반대를 겪으며 어렵사리 도달했던 한미FTA 10년. 이제 한국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이 협정에 대해 미국은 이의를 제기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아 다큐의 제작진은 미국을 향한다. 한때는 융성했던 미국의 한 도시, 그러나 그 도시를 먹여살리던 기업체가 보다 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떠나자, 도시는 망했다. 사람들은 떠나고 이제 나이든 사람들만 남아 폐허가 되다시피한 도시를 지킨다. 바로 여기에 트럼프 정책의 본질이 있다고 다큐는 지적한다. 우리 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있던 기아와 LG의 공장은 보다 싼 임금을 찾아 멕시코로 공장을 옮겼다. 그런데 이제 트럼프가 물건만 팔아먹으면서 미국에 이익을 넘겨주지 않는 해외 기업들에, 국가들에 선전포고를 한다. 

이런 트럼프의 선전 포고에 각국의 대응은 발빠르다. 시진핑은 트럼프와 정상 회담을 했고,  아베는 취임식도 전에 미국을 예방했다. 아베는 토요타 자동차의 미국 투자 등을 내세워 트럼프를 달랬고, 중국은 '국경세'를 만지작거린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의 도전에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미국의 슈퍼마켓에서 만난 대부분의 생필품은 중국 아니면 멕시코, 하지만 국경세가 더해지면 불가피하게 이들의 값을 오를 수 밖에 없다. 즉 트럼프의 도발로 미국의 몇몇 산업은 되살아날지 모르지만, '보호무역주의'의 여파는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미국 하층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짐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다큐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새로운 '경제 전쟁' 상태에 들어간 주변 열강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그 전쟁의 핵인 미국의 현실을 현장에서 지켜본다. 전문가들은 그간 역사적으로 실행되었던, 하지만 결국은 실패로 끝난 보호무역주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들을 짚어본다. 그러나 제 아무리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비관적이라 본다 하더라도, 짧게는 4년, 최장 8년간 미국은 그 예측불가능하게 자국의 이익을 향해 돌진하는 트럼프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을 것이다. 트럼프만이 아니다. 사드를 핑례로 한류를 겁박하는 중국, 위안부는 나몰라라 하면서 미일 동맹에는 매달리는 일본, 그리고 그 뒤에서 영향력을 확산시켜가는 러시아는, 구한말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를 난도질했던 서구 열강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다큐가 찾아온 태평양 무역 전쟁의 현장에 한국 정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기업체는 트럼프의 등장을 예견하지 못한 채 멕시코 공장 이전 등 위기를 자초하고 만다. 구한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우리 내부의 의견조차도 마무리짓지 못한 채 열강의 이해 관계에 따라 다시 한번 허수아비의 춤을 추게 되는 건 아닐지. 전쟁의 중심에 서있으면서도, 주도권은 언감생심인 한반도의 운명을 다큐는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다. 

by meditator 2017. 4. 19. 15:57

해리, s, 덴트는 그의 저서, <2018 인구 절벽이 온다>를 통해 '인구 절벽'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세상에 등장시켰다. 이 책은 주로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어느 시점에 젊은 층의 인구가 인구 그래프에서 절벽과 같이 뚝 떨어지고 있는 지점을 가르켜 '인구 절벽'이라 정의내린 것이다. 해리, s, 덴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 원인이다. 경제적인 위기가 젊은 인구 감소, 인구 절벽에 직접적인 원인이라 지적하고 있다. 




세계 은행(WB)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 현황 보고서는 2040년까지 한국에서 14세에서 60세까지의 인구가 15%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런 한국이 맞은 인구 절벽 상황은 그간 한국을 이끌어 온 성장 동력에 심각한 브레이크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이런 인구 절벽, 특히나 생산 인구의 감소를 직접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는 건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이다. 

아니나 다를까, 18일 공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 9~24세 청소년 인구가 924만 9천 명으로 한국 전체 인구의 1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978년 36.9%로 정점을 찍은 뒤 한국의 청소년 인구는 지속적으로 하락, 인구 5명당 한 명에도 못미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심각한 것은 이런 추세가 지속되어 2060년에는 청소년 인구가 11.1%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청소년들 중 51.4%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보수적 가정관을 지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70%를 넘었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싶지 않은 나라, 아이도 낳는 것이 쉽지 않은 나라, 청소녕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대한민국, <MBC 스페셜-인구 절벽 원년 보고서>는 그런 '인구 절벽'의 나라 대한민국을 냉정하게 그려낸다. 



1부; 2년제 인생, 결혼 못하는 청춘 
인구 절벽 시리즈가 첫 번째로 다루고 있는 건 '결혼은 꿈, 아이는 언감생심'인 이 시대의 청춘들이다. 인서울 잘 나가는 대학 미디어 관련 학과를 나온 김경민 씨의 첫 직장은 영업직 인턴, 역시나 IMF를 뚫고 취업을 문을 뚫었다는 최애란 씨의 첫 직장 역시 비정규직 인턴, 입학금이 없어 대학을 가지 못했던 윤성노씨 이후 한양대 경영학과에 편입, 학사 장교를 거치며 어렵사리 그래도 자신의 힘으로 대학을 졸업했지만, 사회가 그를 맞이하는 방식은 역시나 '인턴'.

비정규직 사원으로 사회의 첫 발을 내딛은 이들, 하지만 그 비정규직 사원에서 2년 안에 '정규직'이 되지 못하면 이들은 영원히 월 100만원 남짓의 '비정규직'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없다. 그래서 33살이 되어서 결혼식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느 김경민씨는 '탈조선'을 꿈꾸고, 자신의 꿈을 찾아 어렵게 요가 강사가 된 최애란씨는 대신 단돈 10만원의 청약저축 통장과 8번의 이사, 그리고 결혼을 포기했다.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살아보려던 윤성노씨는 이제 일일 노동자가 되어 집도 없이 서울을 떠돈다. 과연 이렇게 자기 한 몸 벌어먹이기도 힘들고, 그래서 누일 곳도 마땅찮은, 비젼이나 꿈따위는 사치가 되어버린 청춘들에게 '인구 절벽'이란 시대적 호소는 씨도 안먹힌다. 



2부; 1.17 기적의 출산율
결혼을 하면 좀 나아질까? 4월 17일 방영된 2부에서는 '문산여고 5인방'이라는 젊은 아기 엄마 다섯 명의 현실을 통해 출산과 육아가 기적인 나라를 살펴본다. 

문산 여고에서 꽃다운 10대를 보냈던 다섯 명의 동창생, 그들이 아기 엄마가 되어 다시 만났다. 다섯 명의 엄마와 아빠들, 그들의 아이는 합쳐 일곱 명이다. 하지만 다섯 명의 동창생들은 그 일곱 명의 아이들을 대한민국 사회에서 기르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 입을 모은다. 

모 대통령 후보의 유아 교육과 관련된 공약으로 인해 다수의 국민들이 분노와 호응을 앞다투어 드러내는 시절, 왜 그리도 많은 엄마들이 공약의 단어 하나에 일희일비했을까? 그 이유는 동창생 중 한 명인 송미영의 피말리는 유치원 입성기를 통해 드러난다. 2016년 21조가 넘게 보육 정책에 들였다는데, 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아이를 낳자마자 어린이집에 대기를 타도 몇 년을 기다려야 갈 수 있을지 말지이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어린이집 보육 아동 비율이 12.1%, 24.1%인 상황에서는 불을 보듯 뻔한 결과다. 

엄마들은 말한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낳으면 하나는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둘은?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면 그것도 어찌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가 어디 있을까? 기업 임직원을 꿈꾸던 엄마는 아픈 아이 때문에 쉬고 온 회사에서 퇴직을 권유받았다. 낳는다 해도 돈이 문제다. 2월에 재희씨가 둘째를 낳을 수 있는 이유를 탈 서울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쁜 남편때문에 육아는 온전히 그녀의 '독박'이다. 세째를 가진 지근호씨 부부는 똑같은 고생을 하더라도 맘 편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캐나다 이민을 준비 중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다. 직장을 다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된 조성희씨는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다시 사회로 돌아가려하니 두려움이 앞선다. 

엄마들은 묻는다. 초저출산 국가 16년째 국가는 계속 아이를 나으라 무언가를 했다는데 그 3차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21조는 어디로 간거냐고. 여전히 아이를 낳는 것이 모험이고, 자멸이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힘든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결혼은 말조차 꺼내기도 무색한 청춘, 결혼을 하기 위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해서 '탈조선'을 해야하는 나라, 열 명 중 한 명이 나라에서 만든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는 나라. 한때 인구 12만의 번성했던 도시가 급격한 인구 감소로 청년 인구 400명도 안되는 '도시 소멸'에 이른 일본 유바리시는 바로 젊은이를 등쳐먹고, 어머니를 학대하고 아이들 방치하는  대한민국의 당연한 미래다. 청춘의 현실, 육아의 현황은 다큐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내용들이다. 하지만, 그 처절한 현실이 '인구 절벽'이라는 주제 아래 새롭게 묶여 구성되니, '헬조선'의 현실이 보다 극명하게 다가온다. 

by meditator 2017. 4. 18. 14:34

사회가 변하고 있다. 아니 변화가 강제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부터 너도 나도 자신이 4차 산업 혁명의 주역이라 단언한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던 그 시점부터, 사람들은 이제 세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인공 지능'이 판을 친다는 세상을 도대체 어찌 맞이해야 하는걸까? 그 세상은 지금까지 우리가 몸담아 왔던 산업혁명으로 만들어진 세상이랑 무엇이 다르단 것일까? 


이를 위해 미, 중 등 선진국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 발빠른 움직임에는 그저 '산업'적 변화만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산업'적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사회와 교육이 변화하려 하고 있다. 그 중에서 돋보이는 건 미국의 '스타트업'. 교육에 있어서의 '메이커(maker)'와, 산업에 있어서의 '스타트업(start-up)'이라는 트렌드는 창의력에 기반을 둔 '무한 도전'과도 같은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다수의 스타트 업 기업이 '창업'되고 있다. 이 '다수'의 창업 기업 중 정작 성공하는 기업은 1%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달라진 사회 분위기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기를 '고무'한다. 바로 여기, 이 달라진 '트렌드'에 4월 16일 <sbs스페셜- 나의 빛나는 흑역사>의 배경이 자리잡는다.



나처럼 망해라
부산대학교의 한석정 총장님은 학생들을 모아놓고 이상한(?) 강연을 하곤 한다. 이른바 '나처럼 망해라' 부산대학교 총장님이 된 한석정 총장님의 이력서, 하지만 그 이력서 뒤에 나타난 또 한 장의 이력서는 들어가는 기업마다 망해서 마흔이 되도록 전전했던, 그래서 심지어 그가 유학을 가자 그곳 대학도 망하는 거 아니냐는 친구들의 웃음섞인 우려를 들었던 그의 실패사로 가득차있다. 재수, 폐업, 그리고 이제 총장이 된 이후에도 아마추어 권투 선수로서의 실패로 가득찬 그의 또 다른 이력서를 학생들에게 자랑하며 한석정 총장은 '실패'는 인생에서 당연한 것이라 '권'한다. 

이렇게 4월 16일 방영된 <sbs스페셜-나의 빛나는 흑역사>는 우리 사회에서 '두려움'의 대상이 된 '실패'를 불러낸다. 과연 그 불러낸 '실패'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실패'의 의미를 짚어보기 위해 초대한 사람은 바로 '성선제 피자'의 성선제씨. '피자'라는 말이 낯설던 시절 우리나라 최초로 해외 피자 브랜드인 '피자헛'을 도입하여 30대의 입지전적 사업가가 되었던 그, 이후 케니 로저스 치킨의 실패를 딛고, 자생 피자 브랜드인 성선제 피자로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지만, 지금은 암 수술 이후, 몇 평의 가게에서 홀로 재기를 꿈꾸는 처지이다. 그런 그가 뒤늦게 자신의 실패를 돌아본다. 자신이 했던 실패를 되돌려 보기 싫어 처음 성선제 피자를 열었던 명동엔 발걸음도 하기 싫었다던 그, 그러나 그보다 더 실패를 했던 7전8기의 김승호 회장이다. 미국으로 건너가 하는 사업마다 족족 망했던 그는 이제 4000억대의 자산가가 되었다. 

김승호 회장을 통해 성선제씨는 비로소 뒤늦은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은 실패를 부끄러워하고 아파했지만 정작 자신의 실패를 되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 뒤늦게 그는 예전 자신이 성공하던 시절, 그리고 실패를 하던 시절의 메모를 들춰본다. 그와 함께 사업을 했던 동료의 말처럼, 되돌이켜 보니 지난 시절 그가 했던 말 속에 '성공'의 자양분이 있었다. 



실패는 곧 도전이다 
이렇게 <나의 빛나는 흑역사>가 주목하고자 하는 건, 성공의 밑받침이 되는 실패다. 우리도 익히 아는 접착제의 성능 부족이 오늘날의 3m을 만들었던 사례에서 부터, 노키아의 도산 이후 그 인재들의 창업이 오늘날 새로운 핀란드의 부흥을 이끌어 냈던 사례까지 '실패'로 부터 시작되는 '성공'이다.

또한 이렇게 '실패'가 새롭게 조명되며 달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 내 변화도 주목한다. 10대 시절부터 창업을 시도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던 젊은 스타트업 대표 주자 양준철 대표는 자신의 실패를 거름 삼아, 회사에 실패의 경험을 단 실패목을 세우고, 직원들의 실패담을 회의에서 자유롭게 발표하도록 한다. 가장 큰 실패를 한 직원에게 상을 주는 회사도 생겼다. 

왜 실패가 외면대신 '격려'를 받게 되는 것일까? 이것은 앞서 말한 4차 산업 시대를 이끌어 갈 달라진 산업 환경에 그 이유가 있다. 노키아의 실패 이후 새로운 핀란드를 이끌고 있는 핀란드 최대 모바일 게임 회사 ceo는 '실패 장려 정책'을 벌인다. 10개의 게임을 만들면 그 중 9개가 실패를 하는데 바로 그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다음의 성공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데 '장려 정책'의 취지가 있다고 말한다. 양정철 ceo 역시 계속된 실패를 놓치지 않은 것이 오늘날 성공의 기반이 되었다 자부한다. 

그렇다고 상까지 준다고? 하지만 실패의 다른 말은 '시도'요, '도전'이다.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과 동의어로 씌여진다. 여기선. 유투브의 스타이자, 강연가로 활동하는 미국의 거절 전문 블로거가 있다. 미국에서 비자를 받는 것에서 부터 취업까지 모든 것을 실패했던 그는, 그런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100번 거절 당하기 동영상을 시도한다. 처음 거리를 지나는 사람에게 1달러를 빌리기 위해 주저하고 목소리를 떨었던 그는, 이제 '거절'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능숙하게 요청하고, 여유롭게 거절당하는 전문가로 거듭났다. 즉, '두려움'의 대상인 '실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그 '실패'로 인한 '늪'에서 자신을 건져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4차 혁명을 앞두고 달라질 산업 환경, 그에 발맞추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 그런 트렌드에 <sbs스페셜- 나의 빛나는 흑역사>는 발빠르게 발맞추어 우리 사회에서 '끝'이라고 여겨지는 실패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고자 한다. 굳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트렌드가 아니더라도, 한 번 실패가 곧 인생의 망함으로 여겨지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그런 견고한 의식에 대한 재고로 다큐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남는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도전으로서의 실패는 긍정적이지만, 그것 역시 어쩌면 그 지난 시대의 '하면 된다'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또 다른 버전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언제나 그렇듯, 실패를 하라며 내몰기 전에, 실패를 해도 되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먼저가 아닐까. 
by meditator 2017. 4. 17. 13:24

김순옥 작가는 이른바 '막장 복수극'의 상징이자 전형으로 여겨지는 대표적 작가이다. 김순옥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회자하게 만든 <아내의 유혹(2008)>이 그러했고, <왔다 장보리(2014)>와 <내 딸 금사월(2015)>로 그 정점을 찍었다. 얼굴에 점을 찍고 나타나 자신을 파멸로 이끌었던 전 남편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속여 넘긴다는 얼토당토않은 구은재(장서희 분)식 설정에 많은 시청자들이 어이없어 하면서도 열광하게 만들고, 착한 주인공 대신 '네버엔딩 악'이었던 연민정에게 환호하게 만들었듯이 김순옥 작가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속내를 가장 절묘하게 포착하여, 가장 적나라하게 표출해내는데 일가견이 있었고, 그런 댓가로 돌아온 건, '막장'의 대표적 작가라는 오명과 함께 얻어진 믿고 보는 '시청률 보증수표'였다. 




당찬 자기 디스로 시작된 첫 회 
그런 이율배반적 명성의 작가답게 15일 첫 포문을 연 <언니는 살아있다>는 가장 자극적인 상황, 스토커에게 죽을 위기에 빠지고, 어렵게 한 결혼식 당일 사고로 남편을 잃고, 애지중지하는 아이를 잃고, 범인으로 몰려 모든 것을 다 잃는 극한의 상황 속으로 주인공을 몰아넣으며 운을 뗀다. 한 명도 아니고, 네 명의 여주인공을 인생 절체 절명의 위기로 몰아넣으며, 이런 자극적인 내용인데도 안볼래?라는 식이다. 

더욱이 첫 회 흥미로웠던 것은, 김순옥 작가 자신이 스스로에게 한 '디스'다. 발연기의 여배우 민들레(장서희 분)의 대본 연습 장면, 구제할 길 없는 그녀의 발연기에 작가가 한 마디하자, 민들레는 얼굴에 점 하나 찍는 대본을 야유한다. 김순옥 작가의 <아내의 유혹>이 연상되는 이 장면, 스스로 작가 자신이 자신의 설정을 '막장'이라 조롱하는 이 장면은 반전의 '오마주'랄까? 아니면 '커밍 아웃'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렇게 막장이라 야유하면서 볼 거지?란 여율까? 그렇게 첫 회 스스로 자신에 대한 '디스'를 마다하지 않고 야심차게, 혹은 여유롭게 말문을 연 드라마의 설정은 기존의 김순옥 드라마다운 '복수극'과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상으로 이목을 끌고자 한다. 

우선 기존 김순옥 드라마다운 '복수'의 그물이 촘촘하게 드리워져 있다. 공룡 그룹을 중심으로 그 가계 내에서 공룡 그룹의 후계 구도를 향해 저마다 돌진하는 구세준(조윤우 분)과 구세경(손여은 분), 특히 구세경의 갑질과 김은향(오윤아 분) 남편인 추태수(박광현 분)과의 불륜은 '복수극'의 전형으로 씨을 뿌린다. 여기에 구세준의 친모 이계화(양정아 분)의 욕망과 김은향의 상실, 그리고 양달희(다솜 분)의 욕망이 뒤얽혀 들며 김순옥 특유의 '가족 막장극'의 구도를 완성한다. 

하지만 이런 가족간의 막장극이야 이미 주말 드라마 계에선 이제 클리셰다 못해 신물이 날 정도로 자기 복제를 거듭했던 장르가 되어버린 소재. 이런 '자가 당착'의 딜렘마를 극복하기 위해 김순옥 작가가 내세운 것은 '네 명의 언니'라는 거의 대하 드라마 급의 얽히고 얽힌 서사의 구조이다. 일반적으로 미니 시리즈가 여성 한 명과 남성 한 명이라는 하나의 멜로 구조를 가지고 이끌어 가는 것과 달리, <언니는 살아있다>에서는 주말 드라마 특유의 등장 인물 각가의 곡진한 멜로 구조가 김순옥 특유의 '극단적' 설정을 가지고 포진해 있다는 것을 첫 회의 첫 장면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호객'을 한다.



욕망에 솔직한 여주인공들
거기에 더해 이미 일찌기 <아내의 유혹>이래 김순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주도적으로 자기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여주인공의 캐릭터이다. 윗 연배의 언니들인 민들레와 김은향이 '수동적'으로 자기 삶에 몰려온 '비극'에 대항하여 '복수'를 꾀하는 전형적인 '복수극'의 주인공들인 반면, 그와 다르게 젊은 주인공 강하리(김주현 분)과 양달희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욕망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수능 하루 전날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전문대학만 나온 양하리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문방구를 운영하며 어린 동생을 키우고 사는 소녀 가장. 흔히 이런 '캔디' 캐릭터가 보여주는 순애보적인 사랑 역시 양하리의 몫이다. 그 양상은 다르다. 법학 전문 대학원을 나온 입지전적 애인에 대해 주제를 알라는 동생에게게 당당하게 왜 자신이 포기해야 하느냐 반문한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다며 하늘에 몸을 던져 먼저 프로포즈를 하는 등 자신의 사랑에 대해 비겁하거나 물러서지 않는 양하리의 캐릭터는 이 시대 여성의 당당함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런가하면 양달희는 거기에 한 술 더 뜬다. 미국까지 건너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처지에서 만난 재벌녀의 갑질에 그녀는 때론 반항하고, 결국 스스로를  범죄의 족쇄에 얽혀들게 만든다. 그런 그녀의 위기 속에 일관되게 표출되는 건 내가 돈만 없을 뿐 결코 저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당찬, 아니 당찬을 넘은 자존감. 그 자존감은 '신분 상승'에 대한 열망으로 전화되어, '배신'의 행로에 그녀를 몰아넣을 듯하다. 

이처럼 김순옥 등의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것은 '욕망'의 솔직함,과 실천력이다. <아내의 유혹>에서 구은재가, 그리고 <왔다 장보리>의 주연을 역전시켜버린 연민정이 그랬듯이, 당하지 않고 비록 어거지일 설정이라도 그것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그리고, 기꺼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매진하는 '우먼 파워'가 바로 이 시대 시청자들의 욕망을 솔직하게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언니가 살아있다>에서 아직 구은재와 연민정을 대신할 젊은 연기자의 매력이 돋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단 한 장면이지만, 나이든 언니들인 민들레와 김연향의 호연이 돋보인다. 과연 이런 신구의 언밸런스한 연기력을 어떻게 조화로 이끌어 낼지, 과연 새로운 구은재와 연민정이 등장할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스스로 디스한 그 김순옥 작가의 말도 안되는 설정의 딜레마를 이번에는 극복할 수 있을지, 그 또한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by meditator 2017. 4. 16. 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