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재판소의 판결이 엊그제인가 싶더니 새로운 권력의 탄생을 1주일여 앞두고 있다. 장미꽃이 만발하기도 전에 우리는 새 대통령을 맞이할 듯하다. 이제 대선 종반주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를 선택할 지 이미 결정했을 듯하다. 인기투표처럼 일주일에도 몇 번씩 후보자간의 지지율이 등락하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지만, 정치학자들은 생각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단언하기도 한다. 혹시나 아직 당신의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 혹은 마음을 결정했다손 치더라도, <sbs스페셜- 권력의 탄생>을 보며, 과연 이제 당신이 선택하는 그 대상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짚어보는 건 어떨까?




지난 2월 sbs 스페셜은 '권력'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대통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며, 보여지는 '이미지'에 휩쓸려 당신의 선택을 '실수'하지 말아달라 당부한 편이었다. 그에 이어 이제 대선을 앞두고 다시 프로그램은 '권력'의 문제를 들고 나온다. 이제는 제 아무리 독방에서 떵떵거려도 법이 심판을 앞둔 지난 권력, 그 권력을 다시 들춰보는 건 철 지난 유행가같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철지난 유행가를 다시 곰곰히 들여다 보는 것이야 말로, 새 권력의 선택에 가장 유효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그 지난 권력의 '인사', 그것이 이번 '권력' 편의 주제다. 

왜 사람일까?
최진 대통령 리더쉽 위원장은 지금 유력한 대선 주자의 인사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사 그가 '악마'라 하더라도 인사만 잘하면 '천사'로 보일 수도 있다며. 

우리가 대통령중심제를 취한 이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불행한 역사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매번 되풀이되는 권력의 불운, 권한이자 함정이 되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유시민 작가는 그 권력의 핵심이 바로 '인사권'이라 단언한다. 

왜 인사권일까? 대통령이 되면 행사할 수 있는 인사의 권한이 줄잡아 6000 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즉 권력의 시작이 바로 '인사', 인재의 등용으로 막이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대통령이 된 사람들은 이런 수많은 인사의 권한을 준비하지 않고 권력을 맞이한다. 또한 선거 기간 중에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준 사람들에게 '사농공상'을 해주고 싶고, 해주어야 할 조건이기도 하다. 더구나 동양권에서는 '사농공상'으로서의 관직은 곧 '조상의 은덕'처럼 여겨지니, 더더욱 그 '인재의 등용'에 힘이 실린다. 

그러기에 손쉽게, 그리고 허겁지겁 믿을만한 인맥의 인사, 즉 이른바 '코드 인사'로 권력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믿을 만한, 운명을 함께 한 '이너 서클'에 눈이 돌아가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이다. 



바로 그런 식으로 믿을 만한 이너 서클의 사농공상으로 권력을 시작한 것이 바로 박근혜 정권의 첫 번째 코드 인사 '윤창중'이었다. 1호 대변인으로 박근혜의 상대방 세력을 향해 막말을 퍼붓던 언론의 인사가 첫 번째 인사라 됨으로써, 박근혜 정권은 '화합' 대신, '코드'의 색깔을 드러내며 정권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어서 윤창중에 의해 발표된 '밀봉 인사'는 '수첩 인사', 깜깜 인사'로 이어지고, 이는 정권이 형성되기도 전에 내정된 인물의 7명이 낙방하는 '인사 참사'로 결론을 맺는다. 하지만, '참사'에 대한 반성은 커녕,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격 사유가 있는 17명 중 끝내 6명의 인사를 강행하고, 결국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을 맞이하게 된다. 

또한 박근혜 정권은 경제 민주화를 외치던 김종인을 내친 대신 유신 정권의 출신의 성장론자 현오석을 부총리로 앉힌데 이어, 진박 감별사 최경환, 호위 무사 윤상현, 박근혜의 신데렐라라 칭해지던 조윤선 장관을 거듭 들이며 '충성'을 인사의 제 1 명제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런 드러난 인사보다 심각한 것은 이른바 '소도(蘇塗)'라 칭해지던 정윤회를 비롯한 문고리 삼인방, 그리고 결국 최순실로 이어진 뽑히지 않은 '권력의 핵심'들이다. 결국 '이너 서클'에 의존한 코드 인사와 불통 인사는 '나쁜 권력'의 전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권력은 언제나 나빠질 수 있다
프로그램은 일찌기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이른바 '팽' 당한 경험이 있는 조응천, 김병준 등의 전직 '이너 서클' 인사와 문희상, 유시민 등 오랜 정치적 경험을 가진 정치인들의 경험과 의견에 기초하여, '권력'의 인사를 서술해 간다. 

결국, '인사'로 시작하여, '인사'로 정의 내릴 수 있는 '권력', 권력이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유일한 합법적 '폭력'이다. 하지만 그 '권력의 정의에서 찍혀져야 하는 방점이 '국민'에서 '폭력'으로 바뀌는 순간, '법과 원칙' 대신 자신의 '권력'이 우선되는 순간 국민의 의사는 무시되고 , 탄핵 재판소의 판결이 기다린다. 출연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권력은 칼이라고. 하지만 권력이라는 칼에는 손잡이가 없다고. 잘못잡으면 손을 베기도 하고, 상대방을 찌른다고 했는데 어느새 내 몸 속에 칼이 박혀 있기도 하다고 . 그래서 '군주민수(君舟民水),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라,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뒤집기도 한다. 그러니 권력자는 늘 국민을 두려워하고 살펴야 한다는 순자의 경구로 '인사'에 대한 다큐는 마무리된다. 



대선 투표를 일주일 여를 앞둔 시점에, 새삼 지난 권력의 '인사'를 '역지사지'해보겠다는 취지의 다큐, 어쩌면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지난 정권의 '권력' 행사에 대한 이야기는 과열된 대선 레이스의 정점에서, '원칙'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최근 정치학자 박상훈씨는 시민을 위한 정치 이야기란 부제를 달고 <정치가 우리를 구제할 수 있을까>란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우리의 사회적 삶을 '진화'하는 방편으로서의 '정치'를 역설한다. '누가 더 '진정성'이 있는가를 가지고 논쟁할 것이 아니라 권력을 선용할 수 있는 능력의 경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준비와 '이상'을 가지고 있는가 여부가 새로운 권력 선택의 기준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가 하면 다 해낼 겁니다' 란 말에 대한 맹목적 믿음으로 '탄핵으로 이어진 엄청난 역사적 후퇴를 경험했던 시간, 과연 지금 이 대선 가도의 정점에 선 우리는 ''인지 상정'이 아닌, 미래를 향한 권력을 담당할 '눈밝은 이'를 향한 바램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부디 장미꽃 향기 속에 탄생한 정권의 미래는 불운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by meditator 2017. 5. 1.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