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의 전통을 정착시켰지만 늘 시청률면에서는 아쉬웠던 케이블 OCN의 드라마. 시간대를 토일요일로 바꾼 첫 작품 <384사기동대>가 참신한 주제, 매력적인 조합으로 1%의 늪에서 헤매던 OCN의 드라마를 구제했다. (16회 4.559% 닐슨 코리아) 당연하게도 그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 해를 넘기며 암중모색을 하던 OCN의 새해 첫 드라마가 1월 14일 첫 선을 보였다. <보이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소리로 범인을 찾는, 바로 112 신고 센터 직원들의 활약상을 그린 수사 드라마이다. 




<피리부는 사나이>에 이는 신선한 범죄 수사극
무엇보다 <보이스>란 드라마의 탄생과 관련하여 첫 번째 코드로 등장해야 할 것은 주연을 맡은 장혁이나, 이하나가 아니라, 연출자 김홍선이다. 그의 전작은 바로 2016년 TVN을 통해 방영된 <피리부는 사나이>, 일촉즉발의 범죄 현장에서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위기 협상팀과 시대가 낳은 괴물 '피리부는 사나이'와의 대결을 다루었다. <보이스>가 다루고 있는 동일한 위기의 범죄 상황을 다루되, 거기서 <피리부는 사나이>가 범죄자와 전면에 맞서는 협상팀을 다루었다면, <보이스>는 그 신고 과정의 주체가 되는 112 신고 센터를 전면에 세웠다는 점에서 이란성 쌍생아와도 같은 작품들이다. 무엇보다 이 두 작품은 모두 그간 범죄 드라마 등에서 다루어 지지 않았던 직업군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소재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기업 협상 과정에서 베테랑이 된 주성찬(신하균 분)과 새내기 협상관 여명하(조윤희 분)의 사제 구도, 혹은 협업 과정과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절대 악과의 대결 구도로 극이 진행되었다. 첫 회를 연 <보이스> 역시 관계는 다르지만, 112 신고센터의 긴급 신고 전문가 강권주(이하나 분)와 지구대 경사 무진혁(장혁 분)의 남여 협업 구조로 전개될 예정으로 보인다. 첫 회 강권주와 무진혁은 무진혁 아내의 죽음을 통해 '악연'아닌 '악연'을 맺게 되고, 이 사건으로 전문가로 거듭난 강권주와, 폐인이 된 무진혁이 112 신고 센터 골든타임팀을 통해 얽히게 되며 <보이스> 수사팀의 구도가 형성된다. 과거의 악연이, 이제 현재의 협업 구도의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피리부는 사나이>와 <보이스>는 동일한 구성을 보이지만, 전혀 다른 직업군과 배경이라는 점에서 <보이스>는 또 하나의 신선한 범죄 수사물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스파이 브릿리(2015)> 등의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협상 전문가를 드라마로 구현했던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더 콜(2013)>을 통해 911 구조 요원만으로도 손에 땀이 차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구조 센터가 <보이스>를 통해 재발견되기를 기대해 본다. 



첫 회 역시나 김홍선이라는 기대에 걸맞게 드라마는 흡사 <시그널>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온 듯 잔인한 살인마와 쫓기는 여성, 그리고 그 가운데서 헛발질하고 마는 센터 직원이라는 '범죄'의 트라우마를 생생하게 재연해 낸다. 그리고 3년 후 마치 3년 전의 그 사건처럼 재연되는 걸려온 신고 전화와, 그 신고 전화를 받고 골든 타임 10분 안에 희생자를 구하기 위해 달려든 강권주와, 깊은 잠에서 깨어나 범죄 현장으로 달려나간 무진혁을 통해 <보이스>라는 드라마의 가능성은 충분하게 제시하고도 남아보인다. 

첫 회, 우려되는 것은 
단지 첫 회를 통해 우려되는 것은 뜻밖에도 배우들이다. 흥미진진한 소재와 구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피리부는 사나이>의 발목은 잡은 것은 뜻밖에도 배우들이었다. 자타공인 연기 잘하는 배우 신하균이었지만, 그의 잘 하는 연기가 보는 시청자들에겐 너무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뻔함'과 또 다른 여자 주인공의 어설픈 감정 연기의 언밸런스가 보는 이의 집중도를 흐트러 뜨렸다. 마찬가지로 장혁은 역시나 배우 신하균처럼 자타공인 연기 잘 하는 배우이지만, 이제 그의 연기가 여전히 <추노>를 보는 듯한 기시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도록 만든다는데 문제가 있다. 역시나 첫 회 <보이스>에서도 잠시 생활형 인간으로 돌아온 듯 했지만 예의 연기 스타일을 재연한다. 그런 장혁의 너무도 익숙한 연기와 함께, 목소리가 중요한 이하나의 어딘가 답답한 목소리 연기가 보는 이들의 집중도를 흐트러 트린다. 

물론 <피리부는 사나이>와 <38사기동대>의 시청률 희비는 극 구성 자체의 어두움과 밝음이라는 대비되는 분위기 자체도 일조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연들조차도 뜨게 만들었던 <38사기동대>의 절묘한 캐스팅과 호연은 분명 벤치마킹해야 할 지점이다. 부디 이번 기회가 대길이가 아닌 장혁의, 늘 아쉬웠던 이하나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7. 1. 15. 15:15

이제 단 2회만을 남긴 sbs의 월화드라마 <낭만 닥터>가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 중이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19회 26.7%(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에 도달하며 과연 이 드라마가 30% 고지를 깨뜨릴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인기있는 장르인 의학 드라마에 역시나 빠질 수 없는 강동주(유연석 분)과 윤서정(서현진 분)의 병원에서 연애하기까지 흥미로운 요소를 다 갖춘 <낭만 닥터>, 하지만 그런 흥미로운 요소를 넘어서 격동의 2016년을 넘어 2017년, 역사적 전환기에 놓인 대한민국에서 <낭만 닥터>의 인기는 그저 재밌는 병원 이야기를 넘어 시사적인 지점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그 모호했던 '낭만'의 실체가 드러나며, 그 '낭만'을 차근차근 실현해가는 '낭만닥터' 부용주를 통해 그려내는 '제대로 된 어른'의 모습이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의 시대에 더욱 상징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미담' 주인공만으론 부족한 어른되기 
첫 회부터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던 김사부의 비밀이 극이 종반을 향해 달려가며 비로소 서서히 드러났다. 거대 병원의 인기 스타였던 닥터 부용주, 그리고 그의 이름값을 보고 달려오는 환자들, 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거대 병원, 그리고 당시 부원장이었던 도윤환(최진호 분)은 대리 수술이라는 편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그런 과정에서 부용주를 '김사부'라 부르며 따르던 장현주가 죽고 부용주는 그 비리의 전모를 밝히려 했지만 그 비리를 밝히면 스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거라는 도원장의 협박에 부용주는 스스로 모든 것을 짊어진 채 병원을 떠났다. 

지금까지의 드라마는 이 정도의 부용주, 아니 지금의 김사부의 책임 의식만을 그려내면, '어른'으로서의 몫을 다한 것이라 칭송한다. 거기에 김사부가 미처 몰랐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병원을 깽판쳤던 강동주가 병원에 입힌 피해와 법적 판결까지 보호해 줬다면 '미담'도 이런 미담이 없다. 하지만 강은경 작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낭만 닥터>가 기존 강은경 작가의 작품, 그리고 기존 의학 드라마, 아니 드라마에서 한 발 더 진일보한 작품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2017년 새해에도 여전히 나날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이 드라마의 이유이기도 하다. 

19회, 가까스로 정신이 돌아온 신회장(주현 분) 덕분에 폐쇄 위기에 놓인 돌담 병원을 구한 김사부. 그 과정에서 그가 그리고 있던 야심차고 비밀스러웠던 계획이 드러난다. 바로 그가 끌어모았던 응급의학, 외과 스텝들과 함께 외상전문 센터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김사부는 말한다. 신회장의 돈으로 만들어진 카지노, 그리고 그 환각의 터널 속에서 빚어지는 갖가지 사건 사고로 인해 돌담 병원의 중환자실은 병상이 비기는 커녕 모자라는 병상을 놓고 우격다짐을 하는 실정이다. 돈이 만들어낸 부상자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그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외상 전문 센터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부담을 안고 신회장의 치료를 맡았던 김사부였던 것이다. 



이 시대 진짜 어른이 되려면 
그렇게 굴러온 돌같은 외과, 응급의학과 젊은 의사들과 함께 응급 환자 전문의 외상 센터 건립에만 매진하던 김사부가 떨쳐 일어선다. 이제는 법적 소추 기간도 지났지만 지난 시절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당시 스텝들의 안위가 걱정돼서 홀로 물러서면 된다고 생각했던 김사부, 하지만 그가 물러섬으로써 당시 부원장이었던 도윤환은 이제 거대 병원의 원장이 되어 당시의 그 시스템을 확장시켰다. 그저 나 하나만 입 닫고 살면 된다고 생각했던 김사부, 그리고 당시 스텝이었던 간호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비겁'으로, 돌담병원 원장 말대로, 분명 나쁜 사람인데, 여전히 그 사람이 나쁜 짓을 하고, 심지어 그로 인해 여전히 그 피해가 되풀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는 이제 '미담'을 만들어 내는 것만으로 '어른'의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니라 말한다.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눈감고, 외면했던 진실은 결국 시간이 흘러도 다시 똑같은 부조리를 낳으며 사람들을 고통에 빠지도록 만든다는 교훈을 강조하며, 진짜 어른이라면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 강변한다. 그래서 19회 마지막 김사부는 돌담의 '군단'을 이끌고 거대 병원을 향한다. 뒤늦었지만, 이제라도 당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그로 인해 늘 한 자락 '과거'라는 그림자로 어두움이 드리워졌던 김사부는 이제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김사부의 나아감은 이 드라마를 보는 부용주로 살아왔던 어른들의 반성을 촉구한다. 당신들의 비겁과 부역에 이 나라가 이렇게 된 게 아니냐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서달라고. 
by meditator 2017. 1. 11. 13:10

지난 연말부터 이광수는 주말 밤마다 바빴다(?) 12월 24일 종영한 <안투라지>에서는 주인공의 사촌 형, 카메라 울렁증을 가진 만년 조역 연예인으로, 그리고 이제 1월 6일 종영한 <마음의 소리>에서는 만년 백수 웹툰 작가 지망생 조석으로 분했다. 서로 다른 채널, 다른 장르의 드라마지만, 첫 회부터 맨몸으로 목욕탕에서 열연했던 <안투라지>나, 마지막 회까지 나체바람으로 거실을 활보하던 <마음의 소리> 조석은 이광수하면 떠오르는 예의 캐릭터와 그리 다르지 않은 캐릭터들이다. 순수하지만 사회적응력은 조금 떨어지고, 열심히 하려하지만 세상의 코드와 맞지않아 늘 보는 사람에게 안타까운 웃음을 짓게 만드는. 하지만 그리 다르지 않은 캐릭터로 출연했던 두 작품의 반응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온도차가 크다. 



<안투라지>와 <마음의 소리>, 그 다른 행보 
심지어 미국 HBO에서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안투라지>를 리메이크하고, 화제 웹툰이었던 <마음의 소리>를 드라마화한다며 방송 되기 전부터 그 출연 캐릭터들이 화제가 되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의 화제성은 방영 전부터 대단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자, <안투라지>는 첫 방 시청률이 최고 시청률이 되고만다.(2.264% 닐슨 코리아) <안투라지>와 달리 <마음의 소리>는 비록 금요일 밤을 달군 예능들에는 못미치는 성적이지만(4.7% 닐슨 코리아) 전작이었던 <언니들의 슬램 덩크>못지 않은 시청률에 무엇보다 웹 동시 방영 작품으로 최단 시간 네이버 조회수 100만 돌파에, 3천 6백만 뷰를 넘기며 웹드라마 전체 조회수 1위,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중국 웹 조회수 1억뷰를 넘기는 기록을 갱신하는 놀라운 성과를 내며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똑같은 리메이크작임에도 무엇이 두 작품의 행로를 갈랐을까? 첫 방송부터 알몸 열연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똑같았던 두 작품이었지만 결국 그 행보를 가른 것은 '리메이크' 운용의 묘였다. 미국 케이블 드라마의 선정성을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스란히 옮겨온 <안투라지>는 성인용 드라마의 표방을 우리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농담과 욕설를 통해 풀어내며 비호감을 자처했다. 따지고 보면 삶의 민낯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리 다르지 않은 <마음의 소리>는 그 배경을 가족, 그리고 가족이란 테두리에서 살다보면 그 누구라도 공감할 가족들의 '찌질한' 속내,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가족애를 시트콤 형식으로 그려내며 똑같은 이광수 임에도 호감과 비호감으로 그 길을 달리하게 만들었다. 



<마음의 소리> 그 흥행의 배경
그러나 어쩌면 이런 평가에 대해 <안투라지> 제작진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비록 인기 미드이지만 대중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미국 케이블 채널 작품과 이미 그 만화가 조석의 이름 두 자가 명망성을 충분히 얻었던 인기 웹툰 <마음의 소리>를 절대 비교한다는 자체가 어불설성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듯 <마음의 소리>는 이미 확보된 대중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하지만 시트콤 <마음의 소리>를 그것만으로 또 퉁치기엔 아깝다. 드라마화 하는 과정에서 웹툰 그 이상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캐릭터 구현에서 시트콤 <마음의 소리>는 성공적이었다. 웹툰 <마음의 소리>가 작품화된다고 했을 때 관심을 끌었던 등장인물들은 배역의 선정에서 '절묘하다'는 찬사를 이미 받았고, 방송 중 빈번하게 등장하는 웹툰과의 이질감조차 느낄 수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다수의 작품에서 잔인한 악역으로 등장했던 김병옥 배우의 전작 캐릭터를 활용한 쉰(50) 세계나, 어머니 역 김미경 배우의 숨은 매력을 아낌없이 발휘하게 했던 2부에서 보듯 배우의 장점을 유감없이 살려냈다. 

무엇보다 이미 <하이킥> 시리즈에서 검증되었듯이, 가족, 한 꺼풀 벗겨놓고 보면 권위도 무색하고, 논리 따윈 없는 먹고 자고 싸며 끊임없는 갈등을 조성하고, 그렇지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무장해제되는 인간 공동체 기본 단위의 민낯은 공중파 시트콤의 가장 어울리는 소재였다. 마지막 회 웹툰 작가로 성공한 조석이 세상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 주었던 작품 그 자체였던 개그 가족에 감사하듯, 누구나 되돌아 보면 '우리 가족 참 웃겨'라는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익숙하고 친숙한 소재를 들고 온 것이 <마음의 소리>성공의 관건이었다. 



덕분에 결국 시청률이라는 늪을 헤쳐나오지 못해 각 방송사에서 고사되고만 '시트콤'이라는 장르가 부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몇 년만에 <복면 가왕>에 등장한 최민용이 연일 검색어에 오르내리듯 한때는 가장 인기있는 주중 작품이었던 시트콤이 공중파에서 그 설 자리를 잃고, 케이블에서조차 발을 내밀지 못하게 된 것은 결국 그 '시청률' 때문이었다. 비록 <마음의 소리>가 양 방송사의 터줏대감이 된 금요 예능의 벽을 뚫진 못했지만, 전작의 예능보다 그리 나쁘지 않은 시청률을 선방했다는 점에서 밤 11시 프로그램 대의 가능성을 연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애초에 시청률 자체의 무용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시청률에 의존하지 않고 웹 드라마와 공중파 드라마 양수 겸장의 방식으로 시트콤 부진을 뚫고 나간 전략은 시트콤 부진의 활로를 뚫은것이라 볼 수도 있다. 특히 웹상 접근성이 좋을 짤막한 에피소드 중심의 스토리 라인, 그 스토리 라인 몇 개를 다시 모아 한 회분 시트콤으로 편성한 방식도 지혜로운 운영의 묘라 할 수 있겠다. 덕분에 몇 년만에 돌아온 시트콤이 <마음의 소리>를 통해 가능성을 열었다. <마음의 소리> 2, 혹은 또 다른 운용의 묘를 가진 시트콤의 귀환이 덕분에 기대된다
by meditator 2017. 1. 7. 12:12

kbs2의 <월계수 양복점>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이번 주에도 전국 수도권 가릴 것없이 34%로 자체 최고 시청률의 기염을 토했다.  2위인 mbc의 <불어라 미풍아>(18.9%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와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차이가 나는 수치이다. 그에 걸맞게 지난 2016 kbs연기 대상에서 <월계수 양복점> 팀은 우수상, 여자 조연상, 신인상, 베스트 커플상까지 다수의 상을 휩쓸었다. 


1월 1일 방송분에서 그간 재기의 설움을 겪던 성태평(최원영 분)이 동숙(오현경 분)-다정(표예진 분)모녀의 아낌없는 도움으로 드디어 <가요 무대>에서 트롯 가수로 재기에 성공하듯이 과거의 가수와 팬의 사랑이라던가, 월계수 양복점을 매개로 한 수제 맞춤 양복(belpoke handmade suit) 등 신선한 트렌드의 도입처럼 그간 주말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았던 이색적 소재와 '가족', '사랑'이라는 주제를 적절하게 버무려 주말 안방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제 중반을 넘겨 드라마 속 등장한 커플들의 이야기가 각각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즈음 <월계수 양복점>이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는 관점에 대해서는 한번쯤 짚어보아야만 한다. 아니 <월계수 양복점>만이 아니다. <월계수 양복점>을 비롯하여 우리네 안방 극장의 주인공이라 할 주말극, 일일극들의 관성적인 구성 방법 자체에 대해 새삼스럽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지점이기도 하다. 

사랑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는 여주인공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하고 드디어 공중파 음악 프로까지 나선 성태평의 무대가 1일 <월계수 양복점>의 화려한 눈요기였다면, 정작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아진 것은 바로 남녀 주인공 이동진(이동건 분)과 나연실(조윤희 분)의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이별이었다. 

그 과정은 우리나라 드라마의 전형적인 관례에 따른다. 잘못꿰어진 첫 만남으로 인해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던 이동진-나연실 커플, 심지어 아버지가 사라진 월계수 양복점에 사장으로 취임한 이동진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나연실의 해고였을 정도로 이 커플의 사이는 나빴다. 하지만 드라마가 그렇듯이 그럴 수록 사사건건 얽히게 된 이 커플,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드디어 결국 당연하게도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하지만 나연실은 비록 형식적인 식이나마 올리다 잡혀간 명색이 남편 홍기표(지승현 분)가 조만간 감옥에서 출소할 예정이고, 이동진은 한때 미사 어패럴의 사위였다, 비록 지금은 이혼했지만. 엄연히 법적으로 싱글인 두 사람, 하지만 막상 두 사람이 사랑을 하고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르자 두 사람의 앞길을 막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처음부터 나연실을 데리고 안성에 데려가 시집살이를 시키려 했던 홍기표의 어머니는 이제 아예 대놓고 연실의 집을 점거하기에 이른다. 소용이 다했다고 내칠 땐 가방 하나 싸서 짐짝 버리듯 내버릴 땐 언제고 이제와 잊지 못하겠다며 미사 어패럴의 큰딸 민효주(구재이 분)는 미련이 한 보따리다. 하지만 문제는 이 둘이 아니다. 정작 가장 큰 두 사람의 복병은 연실이 부모님처럼 믿고 따랐던 이동진의 어머니(김영애 분)다. 극중에서 꼬장꼬장하고 잔걱정이 많지만 그 누구보다 마음따뜻했던 동진의 어머니가 정작 연실이 동진의 배필이 된다고 하자, '시'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미사 어패럴의 큰딸인 옛 며느리 민효주를 불러들이는가 하면 대놓고 연실에게 떠나달라 요구하는 식이다. 드라마는 아내에게 말도 없이 집을 나갔던 동진의 아버지는 묵묵히 사랑을 후원하는 마음 넓은 아버지로 그리는 반면, 어머니는 제 아무리 인격적으로 훌륭했어도 자식의 결혼 앞에서는 이해가 앞서는 이기적인 캐릭터로 그린다. 이 역시 우리 드라마에서는 익숙한 설정이다. 극단적 모성으로 희화화된 민씨 일가의 고은숙(박준금 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2017년에도 여전한 가족 이데올로기 
2016년, 그리고 17년, 무려 21세기에도 여전히 '시어머니'의 반대가 결혼의 주요한 장애가 되는 드라마, 그리고 그런 장애를 넘지 못하고, 테일러의 기술자가 되겠다며 의욕을 냈던 나연실은 자신이 그간 쌓아왔던 커리어를 다 버린 채 야반도주하듯 월계수 양복점을 떠나 딸기 농장의 일용직 노동자가 된다. 물론 극중에서 연실은 이미 앞서도 마트 직원과 야쿠르트 아줌마를 전전했다. 하지만 그건 월계수 양복점에서 해고가 되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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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젠 경우가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커리어를 단박에 포기하고 떠나는 '순애보적'인 여인을 드라마는 눈물겨운 사랑이라 칭송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사랑에 목매는 여성은 연실만이 아니다. 이미 성태평과 동숙의 결혼 과정도 '스타'와 '팬'이라는 관계로 설정되었을 뿐 처음부터 동숙이 태평을 거둬먹이다시피한 사랑이었다. 

어디 태평과 동숙 뿐인가. 요즘 '아추' 커플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민효원(이세영 분)-강태양(현우 분) 커플 역시 성태평-동숙 커플의 판박이다. 비록 낙하산이었지만 미사 어패럴 실장이었던 민효원은 모든 것을 제친 채 드라마 속에서 오로지 강태양 바라기만을 한다. 그녀의 배움, 그녀의 학력 따위는 모두 소용이 없다. 한때 닭집을 하며 시장을 호령하고, 양복점을 하다 망한 남편까지 거두었던 복선녀(라미란 분)는 그래도 한때는 아르바이트라도 열심히 하더니 요즘은 오로지 잘 생긴 남편 배삼도(차인표 분) 스토커에 가까운 행보를 보인다. 

드라마는 이런 여성들의 '사랑 밖에 난 몰라'를 요즘식의 적극적인 여성의 구애 방식이라 그린다. 사랑에 있어 적극적인 것은 좋다. 하지만 적극적인 것과 사랑밖에 몰라서 자신의 일상 생활을 온통 사랑에 몸바치는 것과는 별개의 차원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주말, 일일 드라마는 쉽게 여성을 사랑을 위해 자신이 그간 쌓아왔던 것들을 포기하고, 사랑으로 인해 분노하여 복수에 헌신하는 캐릭터로 그려낸다. 그리고 그런 여성들이 삶에 있어서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 사랑과 그 결실인 '가정'이다. 그 결과물이 가정이건대, 당연히 그 가정의 위계를 이루는 '시어머니'의 입김 또한 절대적이다. 가정과 사랑에 목매는 여성, 드라마가 강요하고 있는 이 시대의 이데올로기다. 
by meditator 2017. 1. 2. 16:25

미자'라는 용어가 있다. 한국 가요 역사상 50년이 넘는 가수 활동을 하며 2000 곡이 넘는 곡을 발표하신 가수 이미자 씨의 그 '미자'가 아니다. 일제 시대의 잔재로 그 시대 흔했던 '자'자 돌림의 '미찌꼬'의 미자인 듯 보이는 이 용어는 '인터넷 공간'에서 미성년자의 줄임말이다. 지난 시대의 어느 여성의 이름같지만 실은 아직 '법적'으로 한 몫을 할 수 없는 한계적 인간형, 미자, 아니 미성년자. 하지만 공교롭게도 올 한 해 가장 화제가 되었던 케이블 tvn과 종편 jtbc가 한 해를 마감하며 방영하는 금토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바로 이 '미자'들이다.  




도깨비의 신부, 지은탁
성년이 되지 않은 여배우들의 활약 때문일까? 올 한 해 찾아보면 '미성년'이 여주인공으로 등장한 드라마들이 꽤 눈에 띤다. 김소현이 활약했던 tvn의 <싸우자 귀신아>, kbs2의 <페이지 터너>가 그랬고, 얼마전 화제가 되었던 <구르미 그린 달빛>의 김유정이 분했던 홍라온이 그랬다. <페이지 터너>야 일종의 '학교' 시리즈물로 그렇자 치고, <구르미 그린 달빛>은 시대극이라 그렇다 치지만, 어쨌든 돌아보면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미성년자' 주인공들이 꽤 많이, 그것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에 등장했던 것이다. 허긴 일찌기 김혜수는 15세의 나이에 <사모곡(1987)>의 여주인공이었으니 그걸 새삼스럽다 할 순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성년자 배우들의 활약과 따로 떼어놓을 순 없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 방영 중 불편하다는 반응이 등장했듯이 아직 미성년인 여주인공을 청소년물이 아닌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설정'한 지점에 대해서는 분명 한번쯤은 짚어보아야 할 지점이다.

그런 가운데 그런 짚어보아야 할 지점에 대한 방점을 찍은 드라마가 있다. 바로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n의 <도깨비>이다. <도깨비>는 900년을 넘게 살아온 도깨비 김신(공유 분)과, 그 도깨비가 죽을 운명의 모녀를 구해주며 '신부'의 연을 맺게 된 도깨비 신부 18세 지은탁의 사랑을 주된 서사로 삼고 있다. 

드라마 속 고등학생 지은탁은 '사고무친'의 존재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이모네 집에 얹혀 살지만, 말이 얹혀사는 거지, 법적 보호라는 이유만으로 아니 사실은 엄마가 남긴 보험금의 볼모로 갖은 구박과 학대를 받았다. 그런 그녀에게 나타난 운명의 도깨비는 그런 억압적 조건의 그녀를 구해 안락한 생활 환경과 사랑을 준다. 

드라마는 900 살이 넘은 도깨비와 그의 신부로 점지된 지은탁을 삼십대 중반의 아저씨와 소녀의 관계로 드러낸다. 지은탁은 첫 만남부터 도깨비 김신을 그의 900살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저씨'라 호칭한다. 그리고 도깨비 역시 지은탁을 첫사랑 소녀로 대접한다. 드라마는 미성년이라는 지은탁의 존재론적 한계를 이미 성년인 배우 김고은을 통해 피해간다. 하지만, 이것 또한 김고은이 <은교>라는 영화를 통해 세상에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절묘한 피해가기 내지는 연상 작용의 포석처럼 보여진다. 

드라마는 '도깨비'를 둘러싼 설화적 설정과 삶과 죽음 사이에 선 도깨비 신부 지은탁을 둘러싼 전설적 서사를 배경으로 삼으며, 하지만 결국은 보호받아야 할 소녀 지은탁과 그녀를 보호하는 도깨비와 그의 측근 저승사자(이동욱 분), 집사 유덕화(육성재 분)의 보호와 사랑을 주된 스토리로 이어간다. 사회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고무친'의 소녀는 '사랑'과 '운명'을 매개로 만난 아저씨에게 '보호'를 받는다는 이 '기막힌' 환타지. 

현실에서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한 소녀들은 거리의 아저씨들에게서 뜻하지 않은 보호라는 명목의 범죄에 빠져들지만, 드라마 속 '사랑'의 세계에서 아저씨들은 소녀를 가로막는 가난과 재난, 심지어 사고에서까지 '슈퍼맨'이 되어 그녀를 보호한다. 그들은 번연한 서른 중반의 아저씨들이지만 그녀가 첫사랑이듯이 돈으로 소녀들을 유혹하는 거리의 아저씨들과 달리, 사랑에 있어서는 고등학생보다도 더 순진하고 천진하되, 재력과 능력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신적 경계'에 있으니 그 어느 누가 감히 이 사고무친의 소녀를 돌보고 사랑하는 그에게 '미성년자 보호법'을 들어 '부적절한 관계'라 손가락질을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더욱이 대번에 500만 빌려주세요라거나, 사랑해요라고 서슴없이 고백하는 이 당돌한 소녀 앞에. 그렇게 드라마는 '전설'과 '설화' 그리고 사랑의 환타지를 빌어, 현실을 윤색한다. 



솔로몬을 자처한 소녀, 고서연
tvn이 소녀와 아저씨의 만남을 통해 '김은숙'이라는 스타 작가의 힘을 빌어 '사랑'으로 2016년의 연말을 덮히려고 할 때, 올 한 해 <뉴스룸>을 통해 공신력있는 언론으로 우뚝 선 jtbc가 선택한 것은 일본의 사회파 작가 미야베 마유키 원작의 학원 추리 소설 <솔로몬의 위증>이다. 하지만 일본 원작이 무색하게 무소불위의 사학, 그리고 거기에 '부역'하는 어른들, 그런 어른들의 '보호'아래 입시 교육에 내몰린 채 '학교 폭력'을 외면했던 아이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친근하다. 

그 '친근한' 부조리한 교육 현실에서, 일본 원작의 드라마는 당돌하게도 학교에서 벌어진 한 학생의 죽음을 '교내 재판'이라는 해법을 통해 풀어가고자 한다. 하지만 재판에 도달하는 길은 쉽지 않음을 크리스마스를 앞둔 3,4회의 드라마는 그려낸다. 

생각지도 않은 한지훈(장동윤 분)의 등장으로 당혹스러워 한 것도 잠시 학생들 사이에서 남신으로 불리는 그의 인기에 힘입어 순탄하게 서명 작업을 마친 아이들은 교장 앞에 당당히 500부가 넘긴 교내 재판 동의서를 내보이며 재판을 허가받는다. 하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의 짧은 시간, 협조적이기는 커녕 적대적인 범인으로 추정되는 최우혁(백철민 분)과 그를 고발한 이주리(신세휘 분)의 태도로 재판은 그 시작부터 난항을 겪는다. 

하지만 드라마는 재판을 하게 되기 까지, 그리고 그 과정과정에서 보이는 고서연(김은수 분)의 태도에 주목한다. 처음에 그저 다른 학생들처럼 최우혁에 의한 이소우에 대한 학교 폭력에 눈을 질끈 감았던 서연, 하지만 그저 늘상 그랬듯이 지나갈 것 같던 그 외면한 폭력이 이소우의 죽음으로 이어지자 서연은 '너희는 공부만 하면 돼'라는 어른들의 말에 의문을 표하기 시작한다. 이제 겨울 방학이 지나면 고 3이라는 지상 최대의 엄정한 과제, 하지만 이소우의 죽음을 목격한 그 순간부터 서연은 공부에만 매진한다며 진실을 외면해 왔던 자신의 태도가 결국 죽음의 방조자가 된 것이 아닌가 반성한다. 그런 서연에게 또 하나의 계기가 되어준 것은 주리의 고발장, 교장 선생님에게 그리고 아빠가 형사인 서연에게 배달된 두 장의 고발장. 하지만 이제 곧 고 3이니 알아보겠다는 아빠의 말에 주춤했던 서연, 하지만 결국 초롱이가 교통 사고를 당하고, 주리가 실어증에 빠지자 자신의 방관에 깊게 반성을 한다. 

그래서 재판을 하겠다고 나서고, 고발장을 나 몰라라 했다는 친구들의 힐난에 솔직하게 자신의 외면을 고백한다. 그리고, 이제 학교 재판과 그 과정에서 벌어진 최우혁 할머니의 사고 앞에 서연은 우혁도 주리도 모두가 서로의 탓을 할 때 물벼락까지 맞으며 사죄를 한다. 미성년자라는 존재로 3자로 밀어제친 어른들 앞에서 당장하게 미성년이라도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던 서연은, 나아가 문제의 주도적 해결만이 아니라, 사건을 방관했던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자임하고 나섬으로써 '어른'을 앞선다. 


두 미성년자의 선택, 스스로 도깨비의 신부라 자청하고 사랑을 선언한 지은탁과 학내에서 벌어진 죽음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고서연. 같은 미성년자이지만 두 사람의 선택을 둘러싼 두 드라마의 서사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그 어떤 성인 여성보다 당돌하게 말도 잘하고 자신의 선택에 똑부러지지만, 안타깝게도 그 지은탁의 존재는 두 보호자연하는 '사랑'하는 아저씨들이 없다면 무색하다. 안타깝게도 드라마는 사회적 문제를 사랑으로 희석 혹은 희화화하고 있다. 진정성있는 혹은 운명적 사랑이라 주장하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그에 반해 때로는 자신들의 문제에 끼어드는 한지훈에게 자존심상해하고, 홀로 눈물짓지만 진실 앞에 물러서지 않으려 하고, 방관자의 부끄러움에 진솔한 고서연의 행보는 지은탁보다 어쩌면 훨씬 더 성숙할 수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촛불 집회에서 당당하게 그 목소리를 높이며 등장한 청소년들, 한편에서는 우리 사회의 투표 등을 통해 드러나는 민심의 보수성을 우려하며 정치적 연령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할 만큼 그들의 똑부러짐은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 어느덧 드라마 속 청소년들은 사랑도 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재판'으로 풀어낼 만큼 당차졌다. 이 사랑과 이성의 두 청소년들의 행보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12%가 넘는 <도깨비>와 0.97%의 <솔로몬의 위증>의 하늘과 땅같은 시청률의 차이가 의미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지 생각이 깊어지는 연말이다. 

by meditator 2016. 12. 25. 19:44

온 세상이 축복으로 가득해야 할 크리스마스, 드디어 서정(서현진 분)은 그토록 오랫동안 주저해왔던 동주(유연석 분)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처음 거대병원에서 선후배 사이로 만났던 그때 동주로 인해 흔들린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선배를 사고로 잃게 된 서정은 오래도록 그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응급실이 봉쇄되고 동주가 과로로 쓰러지게 되자, 서정은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사선을 넘으며 자신을 간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서정에게서 자신에 대한 감정을 확신한 동주는 서슴없이 서정을 안는다. <낭만 닥터> 14회는 오래도록 줄다리기를 펴왔던 서정과 동주 두 남녀가 도달한 사랑의 결실을 크리스마스의 축복처럼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리고 이는 동시에 역시나 지난하게 죄책감에 사로잡혔던 서정이 죄책감으로부터 해방된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두 젊은 남녀의 사랑만이 아니다. 오히려 토핑처럼 얹혀진 사랑 아래, <낭만 닥터>가 13, 4회를 통해 그려내고 있는 진짜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 AI로 방역의 허점이 허망하게시리 전국을 강타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오버랩되는 응급 의료시스템에 대한 주장이다. 




메르스 응급실을 덥치다 
응급실을 담당했던 서정이 '오더리'의 치욕을 넘어 드디어 이사장 인공 심장 밧데리 교체 수술진으로 당당하게 입성하고, 거대병원에서 온 선배조차 내려온 장모님과 아내를 만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응급실은 온전히 며칠간 과도한 업무로 인해 잠조차 부족한 강동주의 어깨 위에 얹혔다. 애인의 자살 시도라 호들갑을 떨며 응급실로 들어온 가짜 환자로 인한 해프닝으로 한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들이닥친 한 가족, 고열에 기침까지 하는 청소년 자녀와 함께 온 부모들 역시 기침을 하며 심상치않은 증세를 보인다. 

이 환자를 진찰하던 강동주와 오명심 수간호사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는데, 얼마전 사우디로 출장까지 다녀왔다는 아버지까지 '메르스'가 의심되는 상황인 것이다. 

김사부와 통화를 하기가 무섭게 강동주와 오명심을 비롯한 응급실 인원들은 신속하게 움직인다. 우선 메르스가 의심되는 환자와 가족들을 최대한 격리가 가능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혹시나 그들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응급실을 격리시킨다. 응급실 환자들에게 마스크가 공급되고, 의료진 역시 방진 마스크를 구비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의 결론은 이후 문형표 장관의 사과문에서도 드러나듯이 '전파력 판단의 미흡'이 가장 컸다. 처음 발병한 병원에서, 그리고 이후 발병자를 옮기는 과정에서도, 병원 측은 안이한 대응으로 메르스에 대한 초동 대처에 실패했고, 그 결과는 가공할 만한 전염성 질환으로 우리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하지만, 이후 늘 그랬듯이 이와같은 사태의 재연을 방지하겠다는 관계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최근 AI로 인한 상상초월의 가금류 살육 사태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이런 질병 방제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하게 작동되고 있는가를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현실에서 '혹시나 메르스일까?'라는 의심만으로 신속하게 환자들을 격리하고, 응급실을 폐쇄하는 <낭만 닥터> 속 사태는 그저 결국 게장을 잘못먹어 파라고니미아시스로 인한 해프닝이 아니라 해프닝일 지라도 만반에 사태에 신속정확하게 대비할 수 있는 빛나는 돌담 병원의 시스템에 대한 경의이자, 선언이다. 

메르스일 지로 모른다는 우려가 들자, 돌담병원 의료진은 신속하게 움직인다. 환자를 격리시키고 응급실을 폐쇄하고, 이에 반발하는 환자 보호자를 무력으로 제압하면서 까지, 이런 돌담 병원의 대응 양식은 혹시나 있을 지도 모를 비상시에 전혀 대비되어 있지 않은 방제복을 가진 보건소의 모습이나, 탁상공론 식의 대응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이른바 '관계자'의 무능한 방식과 대비를 보인다. 아마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무능한 질병 방제 시스템은 저렇게 책상에서 서류로 만들어진 양식에 따라, 허왕된 메뉴얼에 따라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처리된 방식들일 것이다. 그러기에 메르스 의심 환자가 자신의 발로 시내를 돌아다니고, 보호 장구 없이 환자를 이송하는 그런 사태를 만들었었을 테니까. 


시스템과 소명 의식 
또한 드라마에서 돋보이는 것은 책임자의 소명 의식이다. 강동주는 과로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응급실 폐쇄에 대한 책임을 지려한다. 그리고 강동주가 쓰러졌을 때, 컨트롤 타워인 김사부는 어쩌면 생명에 위협이 있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솔선수범하여 응급실로 들어가려한다. 이제는 우리 가슴에 맺힌 그 단어, '컨트롤 타워', 김사부가 말이다. 송현철은 젊은 의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지도 모른다고 비아냥거리기만 하고 저 살 궁리를 하는 그 순간, 김사부는 담담하게 자신을 내놓는다. 물론 김사부 대신 응급실에 들어간 것은 윤서정이다. 이후 김사부와 오명심의 대화에서 동주에 대한 연심으로 말릴 수 없었다고 했지만, 과연 윤서정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니었다면 김사부가 허용했을까? 

<낭만 닥터>가 보여지고 있는 의학 드라마는 그저 감동과 헌신의 순애보가 아니다. 강원도 외곽의 쓰러져 가는 듯 보였던 돌담병원, 하지만 그곳은 주변에 카지노가 있고, 도로가 서로 병목해 있는 '응급 환자'들의 양산지이다. 그리고 그저 김사부와 몇몇 의료진들의 '성의'로 다해 보였던 병원은 회를 거듭할 수록, 알고보면 비록 기기는 낡았지만 그 어떤 대학 병원 저리가라할 '시스템'을 갖춘 병원으로 드러난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진 않지만, 김사부가 그리고 있는 원대한 꿈이라는 것도 바로 이런 돌담 병원의 지형적 위치와 시스템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드라마는 '낭만'을 내세우며,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기본적 제도와 그를 움직이는 공정한 인간들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은 던진다. 우리가 AI로 가금류를 2000만 마리를 넘게 살육하지만 여전히 그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에 반해 일본은 던 60만 마리의 살처분, 아니 그것보다도 방역보다, 사전 확산을 막기 위한 시스템 가동에 힘쓴다는 소식이 주는 교훈을 복기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아직도 그날의 컨트롤 타워인 푸른 집의 그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기본적 물음과 답을 드라마가 하고 있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6. 12. 21. 16:43

이사장의 권위가 '신' 저리가라할 사립학교, 그 사적 권위 아래 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을 어깨을 움츠리며 '예스맨'으로서 제 할 일을 다하느라 분주하고, 학교 폭력 위원회는 가진 것이 많은 부모들이 장악한 채 정작 그 대상자가 되어야 할 자신의 아이의 죄를 가려주는 '관례'가 되어간다. 그렇다고 아이들이라고 다르랴. 지망자가 몰리는 사립학교의 이름값에 걸맞게 입시 준비에 불철주야 매진하고, 부당한 학교 폭력 정도는 눈 질끈 감는 것이 '관성'이 되어간다. 


'죽음'으로 결을 달리한 사학 비리의 클리셰
바로 이런 사학 교육의 비리 현장은 이제 '학교'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설정이다. <솔로몬의 위증>에서 배경이 되고 있는 정국 고등학교 역시 그런 일반적인 '학교 '시리즈가 품었던 비리 사학 재단의 풍경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그런데 그 부당한 갑과 을의 권력 관계로 시작된 드라마는 희생양이 되어 학교 폭력 위원회에서 강제 전학을 당할 처지에 놓인 이소우(서영주 분)가 크리스마스 날 아침 교정에서 눈에 쌓인 시체로 발견되는 순간, 이 '권력'관계의 심각성은 궤를 달리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서둘러 사건을 우울증 증상이 있었던 학생의 자살 사건으로 서둘러 종결하려 하는 학교, 굳이 거기에 토를 달고 싶지 않은 경찰과 무심한 학생들 덕분에 사건은 유야무야 끝나려는 찰라, '고발장'이란 이름의 훼방꾼이 등장한다. 고발장은 모든 학생이 기억하는 이서우 폭력 사건의 주범 최우혁(백철민 분)과 친구들을 살해범이라 지명한다. 무엇보다 수신 거부 혹은 수신 난감의 고발장은 사건의 동심원을 고서연(김현수 분)에서 그의 아버지인 형사 고상중(안내상 분)으로, 교장에게서 뉴스 어드벤처 박기장(허정도 분 )로 확장시킨다. 

사건의 확장만이 아니다. 늘상 있었던 최우혁의 패악 정도로 넘어갔던 학교 폭력이 이소우라는 같은 반 학생의 죽음으로 이어졌을 때만 해도 놀랐던, 그리고 왜 죽었을까 라며 꺼림직했던 아이들, 그러나 이제 고발장과 관련하여 순진하기만 했던 박초롱(서신애 분)이 교통 사고를 당해 생사의 기로에 서있고, 이주리(신세휘 분)가 그로 인한 실어증으로 교실을 비우며 빈 자리가 늘어나자 아이들은 달리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미 방송 전에 알려졌듯이 <솔로몬의 위증>은 우리나라에서도 신간이 나올 때마다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오르는 일본 사회파 소설가 미야베 마유키의 소설이 원작이다. 그러나 저물어가는 2016년 이 다사다난했던 병신년의 12월에 일본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졌던 이 소설의 드라마화가 주목을 끄는 것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2014년 어린 죽음들을 연상케 한 '가만히 있으라'는 그 한 마디 때문일 지도 모른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 vs.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아이들
이제 1,2회를 마친 <솔로몬의 위증> 속 한 아이의 죽은, 그리고 그 아이의 죽음을 목격했다는 또 다른 아이가 던진 고발장을 둘러싸고, 여러 이해 관계가 겹친다. 사학 재단과 학교 관계자들은 서둘러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덮으려고 애를 쓰고, 경찰은 자살이 아니라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정확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눈치를 본다. 그런가 하면 탐사 보도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윗선에 들어온 외압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애를 쓰고, 하지만 그 누구라도 '어른들'은 모두 정작 사건의 당사자가 되어버린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만 한다. 

이제 곧 한 달만 있으면 고3이니 그런데 신경 쓸 때가 아니라며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 너희들이 신경 쓸 일 이 아니니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 그리고 어린 너네가 무엇을 할 수 있겟냐며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 정작 자신들은 자신들의 이해 관계를 위해 첨예하게 각을 세우면서, 친구들을 잃은 아이들이 친구의 죽음에 의문을 갖는 거 조차 수험생의 사치인양 부추기며 외면할 것을 종용한다. 학교 선생님이든, 믿음직스런 부모든, 의심스런 부모든, 정의의 사도인 기자든. 



그러나 교실의 자리가 하나 둘씩 비워가는 걸 본 아이들 중 몇몇은 더 이상 고3을 핑계로 '가만히 있을'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애초에 이소우의 싸움을 못본 척 한 그 외면의 순간이 이소우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지로 모른다는 자책, 그리고 그의 죽음에서 혹시나 놓친 것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 그리고 이제 가만히 있으라며 저마다 자신의 이해 관계에만 혈안이 된 어른들을 보며, 먼지로 가려지지 않는 진실을 찾아 떠나려 한다. 드라마는 촘촘히 각 캐릭터에 대한 공들인 묘사와 함께, 그들로 인한 엇갈린 이해 관계의 설정으로 학원물 이상의 질문을 던지며 판을 벌인다. 

2회 비로소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운을 띄운 아이들, 그들이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의 첫 발이 시작되었다. 2회에서 엿보이듯이 고발장의 내용 자체가 의심이 되는 상황, 그리고 정국고 파수꾼이라는 의문의 존재의 복귀, 학생들 저마다가 마주친 실존적 관계적 고민들 사이이 엇갈리며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은 쉽지 않을 듯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찾아내는 진실이 뜻밖의 원치 않는 '헬 게이트'을 열 수도 있는 상황. 그 어느 것도 장당할 수 없는 학생들의 여정, 그래서 흥미진진한 <솔로몬의 위증>은 신선한 학원 드라마나, 장르물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듯하다. 

by meditator 2016. 12. 18. 15:11

생뚱맞지만 금비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애완동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고 한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키우는 건 귀여워서 키운다치지만, 만약에 아프면 어떻게 하냐고? 그러다 죽기라도 하면? 그래서 아플까봐, 먼저 죽을까봐 키우지 못한다도 지레 방어막을 치는 사람들이 있다. 애완동물과 사람을 견주는 건 그렇지만, 이런 질문의 근저에 깔린 의문은 바로 '생명에의 책임'이다. 그 답을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담백하게 말한다. '가족'이라고. 물론 그 책임이 버거워 한 해 버려지는 수많은 애완동물들이 있다. 그리고, 피를 나눈 가족이지만, 버겁다고 학대하고, 아프다고 외면하는 인간과 인간들의 관계도 있다. 아니다. 요즘은 한층 간결하다. 산전 검사를 통해 상당수의 장애아들이 중절이란 과정을 통해 제거된다고도 전해진다. 그러니, 피를 나눈 가족 운운이라는 게 사실은 얼마나 '빛 좋은 개살구'인가를 증명하는 셈이다.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니고, 한 집에 산다고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한 집에 살면서 기꺼이 그 어떤 생명을 '책임'지려 한다면, 그게 바로 진짜 '어른됨'의 시작이 아닐까? 그리고 8회를 경과한 <오마이 금비>는 바로 이 '어른됨'의 과정을 다룬다.




-니만피크 병에 걸린 금비(허정은 분), 죽었다는 엄마, 유일한 보호자였던 이모라는 사람조차 병에 걸린 금비를 감당하지 못한 채 '아빠'라는 사람의 주소만을 쥐어준 채 떠났다. 그리고 만난 아빠라는 사람 모휘철(오지호 분)

-그렇게 금비와 휘철은 휘철의 법정에서 만났다. 거추장스러워 어떻게 해서든 떼어버리려 했더 ㄴ껌딱지같던 아이, 하지만 휘철은 금비를 만나고, 그리고 강희(박진희 분)를 만나며 변화하기 시작한다. 강희 말대로 가끔은 빛이 나는 사람이 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피 한 방울 나누지 않는 가족
이렇게 어른같은 아이 금비와, 아이같은 어른 휘철이 만나서 벌이는 눈물겨운 가족 만들기가 <오마이 금비>의 주된 내용이다. 껌딱지떼듯 금비를 떼어버리려 했던 휘철은 금비를 자신의 딸로 받아들이고, 이제 아픈 금비를 위해 사기 대신 다리를 다쳐가며 일을 해서 약값을 번다. 한 세상 대~충 한 몫이나 잡아보려 했던 그가 어떻게 해서든 제대로 살아보려 애쓴다. 

왜? 금비가 딸이라서? 8회 드디어 나타난 생모 유주영(오윤아 분), 휘철을 평생의 원수로 여긴 차치수(이지훈 분)으로 인해 금비의 보험 신탁금을 알게 된 주영은 휘철을 찾아가 딸을 내놓으라 요구한다. 휘철이 간절히 자신과 금비를 놔둘 것을 요구하자 돈때문이라 생각한 주영은 휘철과 금비의 유전자 검사서를 들이밀며 다그친다. 어라, 그런데 휘철이 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금비에게 시간이 없다며 자신과 금비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한다. 

<오마이 금비>는 어른스런 딸내미로 인해 철이 들어 가는 아빠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사실 이 드라마의 역설적 반전은 그 아빠가 그 딸내미의 진짜 아빠가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8회 엄마인 주영이 의기양양하게 유전자 감식 결과를 들이민 것과 달리, 아빠인 휘철에게 이미 금비가 친딸인가 아닌가는 문제가 아니다. 처음 금비를 떼어놓으려고 유전자 감식 의뢰를 했던 휘철은 금비가 마음에 들어온 순간, 자신 앞으로 배달된 그 결과를 태워버리려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순간 휘철은 이미 금비가 자신의 친딸이든 아니든 자신 앞에 나타난 이 껌딱지를, 잔소리많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처음으로 자신에게 징글징글하게 잔소리를 해대는 이 꼬마를 자신의 딸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니까. 



어디 휘철뿐인가. 자신의 집에 들어온 사기꾼 부녀 휘철과 금비를 거둔 강희는 한 술 더 뜬다. 뻔히 사기꾼인 듯한 휘철을 그가 가끔 빛날 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금비가 어린 시절 자신때문에(?) 죽은 동생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거둔다. 금비의 '언니'가 되었지만 강희는 사실 길바닥에 나앉은 이 부녀의 실질적인 보호자다. 

자신의 자식도 버리는 세상에, 아니 당장 자신의 친딸임을 알고도 주저하더니, 변호사가 유산이 있다고 하자 다짜고짜 찾아가 딸을 내놓으라며 차부터 보고 다니는 주영과 달리,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 세 사람은 세상 그 어느 가족보다 진한 가족애를 드러낸다. 친엄마 주영을 상대로, 아픈 금비를 보살피기 위해 밤일을 마다하지 않고, 심지어 집을 담보로 돈까지 꾸려하며. 

상처를 마주보기, 어른되기 
그렇다면 이 말도 안되는 금비로 인해 급조된 가족애의 반대 급부는 무엇일까? 이 석연찮은 가족애의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오마이 금비>가 준비한 것은 바로 휘철과 강희의 어른되기이다. 그리고 그 장면은 8회 후반부 '진실 게임'에서 드러난다. 휘철과 금비가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며 모처럼 사람사는 집 같다고 했던 강희, 진실 게임에서 비로소 그토록 쉽사리 입을 열수 없었던 자신의 상처를 담담히 말한다. 

어린 동생이 귀찮아서 놀아주지 않았던 강희, 혼자 놀러 나갔던 동생은 후진하던 차에 치어 세상을 뜨고, 그 사건을 두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강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망도 하지 않았고, 괜찮다고도 하지 않았고. 강희는 말한다. 아마도 강희를 용서할 수 없었던 거 같다고. 그렇게 어른스럽지 못했던 어머니와 아버지 덕에 강희는 어린 나이부터 동생의 죽음을 내내 짊어지고 다녀야 했다. 집의 미술품을 탐내던 오빠가 그걸 넘겨주자 그때서야 니 잘못이 아니라고 그저 너도 어렸을 뿐이라고 말할 때까지. 아니 오빠가 말해서가 아니다. 동생이 죽은 그 순간에 머물러 있던 강희는 휘철과 금비 부녀를 돌보며 '비로소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들여다 보며 이제야 자신의 아픔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어른이 된 것이다.



휘철도 마찬가지다. 그저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잔소리해주는 어른없는 아이처럼 막 살았던 휘철도 금비를 만나, 금비의 보호자가 되면서 이제야 쉽사리 입밖에 꺼낼 수 없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한다. 진실 게임 속 휘철과 강희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그저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 속에 감정으로 뭉뚱그려져 있던 아픔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는 '객관화'의 과정이자, '마주보기'이다. 그렇게 마주보고 끄집어 내자 아픔은 이제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 견딜만한 말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딱지가 떨어진 오래된 흉터일 뿐이다. 흉터는 조금 보기 흉하지만, 이젠 아픈건 아니니까. 

<오마이 금비>는 이렇게 어른됨을 정의내린다. 몸이 크다고, 아이를 낳았다고 어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피를 나누었다고 가족이 아니다. 어른은 자신의 아픔을 이겨내야 하고, 타인의 아픔조차 감쌀 아량을 가져야 한다 말한다. 그리고 가족은 아프든 아프지 않든 서로를 기꺼이 책임지는 어른과 아이의 공동체라고 말한다. 피를 나누는 따위의 혈연주의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드라마는 도발적으로 선언한다. 

by meditator 2016. 12. 9. 15:23

깃올린 바바리, 그것도 80년대 유행하던 목깃의 컬러가 다른 색으로 된 나그랑 스타일의 올드 패션, 그걸 입고 김사부(한석규 분)가 휘적휘적 걸어가면서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한 선율의 전자 기타음, 그리고 등장하는 빌리 조엘의 목소리, 바로 <낭만 닥터>의 ost 'the stranger'가 드라마와 어울려지는 순간이다. 


Well we all have a face That we hide away forever

글쎄요 우리 모두는 영원히 숨기는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And we take them out and Show ourselves

그리고 우리는 그 얼굴을 내밀고 우리 자신을 보여주죠

When everyone has gone

Some are satin some are steel

어떤 얼굴은 악마이고 어떤 얼굴은 철판이며

Some are silk and some are leather

어떤 얼굴은 비단이고 어떤 얼굴은 가죽이에요

They're the faces of the stranger

그것들은 낯선 사람들의 얼굴이에요

But we love to try them on

하지만 우리는 그런 얼굴을 하기 좋아하죠





드라마는 이제는 의학계에서 추방된 부용주, 그리고 이젠 돌담 병원 김사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김사부는 빌리 조엘의 노래 제목처럼 이방인이요, 도대체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사부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이사장을 모시고 온 강동주(유연석 분)의 조인트를 까며 그를 돌려보내고, 위기의 윤서정(서현진 분)을 대신하여 자신의 희생을 자청하는가 싶더니 사진 한 장으로 일갈을 하며 서정을 방에서 내모는 김사부의 진짜 얼굴, 심지어 그를 몰아내려는 도윤환(최진호 분) 등은 그를 사이코패스라고 까지 모는 상황에서 그의 진심은 더더욱 모호해지면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10회를 마친 <낭만 닥터>를 보는 시청자들은 그의 돌담 병원 속칭 '사부'처럼, 회를 거듭할 수록 부용주의 진짜 모습이 '사부'라 믿고 싶어진다. 아니 믿어지게 된다. 왜?

the stranger 김사부 
그건 그의 앞뒤 모를 얼굴이 아니라, 상황, 상황, 아니 위기의 상황에서 그가 선택하는 '선의'의 본질에 대한 믿음이 깊어가기 때문이다. 
본원의 모략에 의해 돌담 병원에 들이닥친 감사팀은 결국 김사부의 치료 행위를 막는데, 강동주도, 도인범(양세종 분)도 없는 상황에서 김사부는 기꺼이 불법임을 감수하면서도 수술을 감행하려 한다. 박은탁(김민재 분)이 나서서 주먹질을 해보아도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 거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6중 충돌 교통사고 환자까지 들이닥치는데. 

드라마틱하게도 드라마는 바로 그 위급 환자 가운데 병원 감사팀의 딸을 끼워 넣는다. 이 작위적인 상황, 감사팀은 당황스러워하지만, 자신의 직무에 충실해야하는 고지식한 감사팀장은 자신의 일을 포기할 수 없다 하고, 그런 그에게 김사부는 말한다.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라고, 나는 나의 일을 하겠다고. 그리고 이어지는 김사부의 선언, 자신의 일이란 오직 한 가지, '살린다', '환자를 살린다' 뿐이라고. 

이사장을 통한 편법적 선의 대신 김사부가 선택한 것은 원칙, 의사로서의 원칙이다. 그리고 미담처럼, 감사 직원의 딸을 수술을 통해 살려낸다. 당혹스러워 하며 원하는게 뭐냐고 묻는 감사 직원에게 김사부가 던지는 한 마디, '못나게 살지는 말자'고. 

다른 때와 달리 10회 엔딩 부분, 김사부의 진료실에서 윤서정은 그의 오래된 테잎 하나를 튼다. 거기서 울려퍼지는 건 신디 로퍼의 'true colors'

You with the sad eyes
슬픈 눈을 한 당신

don't be discouraged
용기를 잃지 마세요

oh I realize
전 알 수 있어요

It's hard to take couragein a world full of people
사람들로 가득찬 이 세상에서 용기를 가지는 건 쉽지가 않죠

You can lose sight of it all
당신은 그 모든 꿈을 잃어버리고

and the darkness inside you can make you feel so small
당신 안의 어둠이 당신을 작게 느껴지게 할수 있어요

But I see your true colors shining through 
하지만 나는 당신 안에서 빛나는 진짜 색깔을 볼 수가 있어요

I see your true colors and that's why I love you
나는 당신의 진정한 색깔을 보고, 그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에요

so don't be afraid to let them show your true colors
그러니 당신의 진정한 색깔을 다른 사람 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김사부의 'true colors'
때로는 위악적이고, 종종 모질고, 그래서 사이코패스라는 험담이 어색하지 않을 김사부이지만, 시청자들은 그의 의료 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그의 진짜 얼굴과 색깔에 매료된다. 그 진짜 얼굴은 10회 드러난 감사 직원과의 해프닝에서 보여지듯 못나지 않은 인간됨이다.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인간적'이라는 그 막연하지만, 이제는 마치 올드팝처럼 낯설어지는 선의. 마치 부용주가 걸친 오래된 바바리처럼 경쟁과 욕망이 점철된 세상에서 자꾸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 인간적 선의, 그래서 '낭만'이란 접두어가 붙여지는 선의가 드라마 <낭만 닥터>의 주제 의식이다. 

하지만 그 김사부의 선의는 날카롭게 벼려져 있다. 돌담 병원에 들어온 환자는 무조건 살린다는 '용기'있는 모토이지만, 이사장을 이용하려는 강동주의 얕은 수에 김사부는 말한다. 지금은 자신의 편인 듯 보이는 이사장은 그저 '돈주'일 뿐이라고.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경계가 없는 도윤환을 원장으로 앉힌 그의 본질을 혼돈하지 말라고. 그가 자신을 필요료 하는 건, 그저 자신의 수술뿐이라고. 

매회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권력과 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곁들인 나레이션과 부제를 곁들인 드라마는 소박한 인간적 주제 의식과 달리, 이 사회에 맴도는 어설픈 편먹기와 선의를 경계하며, 진짜 '인간주의'를 향해 성큼성큼 나간다. 

주중 드라마로 물론 강동주와 윤서정의 긴장넘치는 사랑이 곁들여 지지만, 달달한 사랑 이야기가 아님에도 일일 드라마의 고지를 넘긴 채 20%를 훌쩍 넘긴 이 드라마의 장점은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와, 그것을 관통하는 휴머니즘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을 어렵지 않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by meditator 2016. 12. 7. 15:19

연일 공중파 주중 미니 시리즈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월화 드라마 쪽은 <낭만 닥터(sbs)>가 21.7%로 20%의 고지를 넘기며 기염을 토하고 있는 반면, 시청률 불패의 수애에게 3.5%를 안기는 <우리집에 사는 남자(kbs)>와 6.2%의 <불야성(mbc)>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목 드라마의 사정도 그리 다르지 않다. 허술한 스토리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전지현, 이민호 두 스타를 앞세운 <푸른 바다의 전설>이 18.9%로 20%의 고지를 노리고 있는 반면, <역도 요정 김복주(mbc)>와 <오 마이 금비(kbs)>는 각각 4.6%와 5.5%로 좀처럼 반등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하지만 대중적인 스토리, 의학 드라마와 로맨티 코미디, 그리고 스타라는 잘 짜여진 조합의 부익부의 점령으로, 시장의 요구에 맞추어 잘 기획된 상품의 독점이라는 공중파의 주중 드라마 라인으로 퉁치기엔 아까운 작품들이 있다. <오 마이 금비>가 그중 한 작품이다. 

미니 시리즈 극본 공모 당선작에 빛나는 
<오 마이 금비>는 kbs에서 주최한 경력 작가 대상 미니 시리즈 극본 공모 당선작이다. 그 당사자인 전호성 작가를 도와 <장영실>의 이명희 작가가 합류한 드라마로, 3회부터는 전호성 작가의 단독 집필로 이어지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할 사람도 있겠다. 극본 공모 당선작이라는데, 겨우 '치매'와 '시한부'를 다룬다고? 그렇다. <오 마이 금비>는 그 명칭조차 생소한 니만피크 병에 걸린 열살 소녀 금비가 주인공인 드라마이다. 노인 치매도 아니고 아동 치매를 등장시킨 이 드라마는 벌써 그 설정만 봐도, '누선'을 작정하고 자극하겠다는 '신파' 드라마인 듯하다. 그런 뻔한 드라마가 당선작이라니?

이제 6회를 마친 <오 마이 금비>, 여전히 시청률은 6%의 고지조차 좀처럼 넘지 못한 채 5%의 영역에서 머물고 있지만, 왜 이 드라마가 극본 공모 당선작이었는지는 충분히 증명해 내고 있는 중이다. 

니만피크 병에 걸렸다는 열 살 소녀 금비(허정은 분), 하지만 아픈 소녀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기억을 잃을까 지하철 노선도를 외우는 아이이지만, 일찌기 어른답지 않은 보호자들을 만난 소녀는 웃자라 어른 뺨치게 어른스럽다. 그 '어른스럽다'는 방식이 되바라지거나, 당돌하게 말을 어른 뺨치게 잘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여전히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자신 돌보기를, 아니 심지어 자신을 돌보고 주변을 돌보기조차 '성숙'하게 해내어 '누선'을 자극하는 아이 어른이다. 

치매와 같은 증상을 보인다는 니만피크 병 주치의는 보호자로 추정되는 모휘철(오지호 분)에게 그 사실을 알리려 하지만 사기도 제대로 못치는 휘철의 사정을 아는 금비는 보육원 행을 스스로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다가올 '자신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스스로 담담하게 처리해 나가고자 한다. 이미 <동네 변호사 조들호>에서 조들호의 딸로 나와 간절한 부녀애를 재연했던 똘망한 허정은의 돋보이는 연기로 대번에 금비는 안쓰럽지만 대견한 아이의 사연으로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러나 그저 처연한 아이 어른의 사연만으로 드라마가 채워지는 건 아니다. 커다란 한옥에서 값나는 고미술품에 둘러싸여 있지만 어린 시절 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로 웃음을 잃은 고강희(박진희 분)와 모휘철의 수목과학원 연구사와 사기꾼이 조합이라는 신분을 초월한 사랑도, '가끔은 빛날 때가 있다'는 그 대사 한 마디를 '상실'이란 공통 분모로 설득시켜낸다. 

아이같은 어른과 어른 아이가 빚어내는 
드라마 속 어른들은 서른이 훌쩍 넘어 마흔을 바라보는 '어른'들이지만, 그들은 어른이 아니다. 저마다 자신을 짖누르는 어린 시절의 상처로 그 시절을 넘어 성장하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는 아이 어른이다. 그런 아이 어른들 앞에 불현듯 나타난 어른 아이 금비를 통해, 금비를 어쩌지 못하다가 아이를 통해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고, 이제 '아빠'라 부르라며 '어른'이 됨을 수용하는 과정을 드라마는 차분하게 그려간다. 



'치매'라는 불가항력의 병을 다루는 만큼, 매회 드라마는 누선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며 흘리는 눈물은 그 예전 '엄마없는 하늘 아래' 식의 애 어른을 보며 흘리는 '신파'의 눈물과는 다르다. '상처'를 지켜봐주는 눈물, 그리고 그 상처를 스스로 담담하게 수용하는데서 오는 안쓰러움의 눈물이 한 해를 마감하는 몇 안되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즉 상처를 드러내어 토해내는 '한풀이'가 아닌,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데서 오는 교감과 수용의 '힐링'이 뜻밖에도 아동 치매를 다룬 <오 마이 금비>의 힐링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신파'조의 드라마가 '힐링' 드라마로 거듭난 것에는 여주인공 금비 역의 허정은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김영조 피디의 감성 가득한 연출이 한 몫을 한다. 뜻밖에도 <징비록>, <장영실> 등의 사극을 주로 연출했던 김영조 피디는 <오 마이 금비>의 전작 <공항 가는 길>이 드라마의 주제를 돋보이는 연출로 드라마 속 등장했던 도시와 제주의 감성을 한껏 살려냈듯이, 다시 한번 '신파'을 '감성'으로 전환하는 연출의 묘를 재연해 낸다. 덕분에 늦가을, 그리고 초겨울의 정취와 함께 금비와 휘철의 부녀, 그리고 강희의 상처는 그 감정의 깊이를 더한다. 비록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로 빛을 발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쉬이 저물지 않을 은근한 매력을 빛낸다. 

by meditator 2016. 12. 2. 1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