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부터 이광수는 주말 밤마다 바빴다(?) 12월 24일 종영한 <안투라지>에서는 주인공의 사촌 형, 카메라 울렁증을 가진 만년 조역 연예인으로, 그리고 이제 1월 6일 종영한 <마음의 소리>에서는 만년 백수 웹툰 작가 지망생 조석으로 분했다. 서로 다른 채널, 다른 장르의 드라마지만, 첫 회부터 맨몸으로 목욕탕에서 열연했던 <안투라지>나, 마지막 회까지 나체바람으로 거실을 활보하던 <마음의 소리> 조석은 이광수하면 떠오르는 예의 캐릭터와 그리 다르지 않은 캐릭터들이다. 순수하지만 사회적응력은 조금 떨어지고, 열심히 하려하지만 세상의 코드와 맞지않아 늘 보는 사람에게 안타까운 웃음을 짓게 만드는. 하지만 그리 다르지 않은 캐릭터로 출연했던 두 작품의 반응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온도차가 크다. 



<안투라지>와 <마음의 소리>, 그 다른 행보 
심지어 미국 HBO에서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안투라지>를 리메이크하고, 화제 웹툰이었던 <마음의 소리>를 드라마화한다며 방송 되기 전부터 그 출연 캐릭터들이 화제가 되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의 화제성은 방영 전부터 대단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자, <안투라지>는 첫 방 시청률이 최고 시청률이 되고만다.(2.264% 닐슨 코리아) <안투라지>와 달리 <마음의 소리>는 비록 금요일 밤을 달군 예능들에는 못미치는 성적이지만(4.7% 닐슨 코리아) 전작이었던 <언니들의 슬램 덩크>못지 않은 시청률에 무엇보다 웹 동시 방영 작품으로 최단 시간 네이버 조회수 100만 돌파에, 3천 6백만 뷰를 넘기며 웹드라마 전체 조회수 1위,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중국 웹 조회수 1억뷰를 넘기는 기록을 갱신하는 놀라운 성과를 내며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똑같은 리메이크작임에도 무엇이 두 작품의 행로를 갈랐을까? 첫 방송부터 알몸 열연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똑같았던 두 작품이었지만 결국 그 행보를 가른 것은 '리메이크' 운용의 묘였다. 미국 케이블 드라마의 선정성을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스란히 옮겨온 <안투라지>는 성인용 드라마의 표방을 우리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농담과 욕설를 통해 풀어내며 비호감을 자처했다. 따지고 보면 삶의 민낯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리 다르지 않은 <마음의 소리>는 그 배경을 가족, 그리고 가족이란 테두리에서 살다보면 그 누구라도 공감할 가족들의 '찌질한' 속내,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가족애를 시트콤 형식으로 그려내며 똑같은 이광수 임에도 호감과 비호감으로 그 길을 달리하게 만들었다. 



<마음의 소리> 그 흥행의 배경
그러나 어쩌면 이런 평가에 대해 <안투라지> 제작진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비록 인기 미드이지만 대중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미국 케이블 채널 작품과 이미 그 만화가 조석의 이름 두 자가 명망성을 충분히 얻었던 인기 웹툰 <마음의 소리>를 절대 비교한다는 자체가 어불설성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듯 <마음의 소리>는 이미 확보된 대중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하지만 시트콤 <마음의 소리>를 그것만으로 또 퉁치기엔 아깝다. 드라마화 하는 과정에서 웹툰 그 이상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캐릭터 구현에서 시트콤 <마음의 소리>는 성공적이었다. 웹툰 <마음의 소리>가 작품화된다고 했을 때 관심을 끌었던 등장인물들은 배역의 선정에서 '절묘하다'는 찬사를 이미 받았고, 방송 중 빈번하게 등장하는 웹툰과의 이질감조차 느낄 수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다수의 작품에서 잔인한 악역으로 등장했던 김병옥 배우의 전작 캐릭터를 활용한 쉰(50) 세계나, 어머니 역 김미경 배우의 숨은 매력을 아낌없이 발휘하게 했던 2부에서 보듯 배우의 장점을 유감없이 살려냈다. 

무엇보다 이미 <하이킥> 시리즈에서 검증되었듯이, 가족, 한 꺼풀 벗겨놓고 보면 권위도 무색하고, 논리 따윈 없는 먹고 자고 싸며 끊임없는 갈등을 조성하고, 그렇지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무장해제되는 인간 공동체 기본 단위의 민낯은 공중파 시트콤의 가장 어울리는 소재였다. 마지막 회 웹툰 작가로 성공한 조석이 세상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 주었던 작품 그 자체였던 개그 가족에 감사하듯, 누구나 되돌아 보면 '우리 가족 참 웃겨'라는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익숙하고 친숙한 소재를 들고 온 것이 <마음의 소리>성공의 관건이었다. 



덕분에 결국 시청률이라는 늪을 헤쳐나오지 못해 각 방송사에서 고사되고만 '시트콤'이라는 장르가 부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몇 년만에 <복면 가왕>에 등장한 최민용이 연일 검색어에 오르내리듯 한때는 가장 인기있는 주중 작품이었던 시트콤이 공중파에서 그 설 자리를 잃고, 케이블에서조차 발을 내밀지 못하게 된 것은 결국 그 '시청률' 때문이었다. 비록 <마음의 소리>가 양 방송사의 터줏대감이 된 금요 예능의 벽을 뚫진 못했지만, 전작의 예능보다 그리 나쁘지 않은 시청률을 선방했다는 점에서 밤 11시 프로그램 대의 가능성을 연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애초에 시청률 자체의 무용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시청률에 의존하지 않고 웹 드라마와 공중파 드라마 양수 겸장의 방식으로 시트콤 부진을 뚫고 나간 전략은 시트콤 부진의 활로를 뚫은것이라 볼 수도 있다. 특히 웹상 접근성이 좋을 짤막한 에피소드 중심의 스토리 라인, 그 스토리 라인 몇 개를 다시 모아 한 회분 시트콤으로 편성한 방식도 지혜로운 운영의 묘라 할 수 있겠다. 덕분에 몇 년만에 돌아온 시트콤이 <마음의 소리>를 통해 가능성을 열었다. <마음의 소리> 2, 혹은 또 다른 운용의 묘를 가진 시트콤의 귀환이 덕분에 기대된다
by meditator 2017. 1. 7. 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