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신원호란 감탄사를 불러온 <슬기로운 감빵 생활>의 신드롬 덕분에 주춤했던  sbs의 <리턴>, 그러나 <슬기로운 감빵 생활>의 종영과 함께 시청률은 매회 상승세, 조만간 20%를 찍을 기세다. (12회 16.0%,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리턴>의 인기 비결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매해 벽두를 열었던 ,이른바 sbs식 장르물의 성과를 우선 살펴보면 흥기롭다. 2015년에서 2016년을 이은 히트작 <리벰버>, 그리고 2017년을 연 <피고인>은 모두 장르 드라마를 표방함과 동시에 20%를 넘는 '대중적 인기 몰이'에 성공한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세 작품 모두 그 '성공'에 불을 지핀 건 바로 드라마 속에 저마다 개성넘치는 연기로 강력한 악의 축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오랫동안 단골 서브남 전문이었던 남궁민 배우에게 그 자신의 새로운 면을 각인시켜 이후 <김과장>의 주연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던 건 바로 <리멤버>의 남규만이었다. 그리고 <피고인>하면 감옥에 간 주연 지성 못지 않게, 일인이역으로 때론 순정파로, 때론 끝없이 야비했던 차민호, 차선호 역을 소화해낸 엄기준의 열연이 떠오른다. 

<리턴>의 질주 
그리고 이제 2018년을 연 <리턴>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들은 오랜만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은 고현정이나, 물의를 빚은 후 잠시의 공백기를 가졌던 이진욱이 아니라, 그들의 맞은 편에서 범죄를 모의하고 촉발시키는 펜트 하우스 황태자 친구들 강인호(박기웅 분), 김학범(봉태규 분), 오태석(신성록 분)들이다. 그 중에서도 오랜만에 tv로 돌아온 봉태규의 밑도 끝도 없는 또라이식 폭력성이나, 사이코패스란 이런 것이다의 정의를 새롭게 갱신하고 있는 신성록의 연기는 마치 이들이 주인공인 양 발군이다. 의중이 모호한 변호사 최자혜로 분한 고현정의 미묘한 연기와 다혈질 형사 이진욱의 고군분투가 무색하게 <리턴>을 보는 시청자들이 기다리는 건 이들의 '난장'이다. 그리고 그 '난장'에 도를 더하며 이제 대놓고 공중파에서 사람 사냥까지 하는 것으로 드라마 <리턴>는 '크레센도 몰토'(극히 큰 크레센도)로 시청자를 유인한다. 

이렇게 방송 심의를 넘나드며 일단 시청자의 관심 끌기에 성공한 드라마 <리턴> 하지만, 정작 이 드라마에서 걱정스러운 건 공중파 드라마로서 치달리는 자극적 전개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 '자극적 전개'라는 과한 조미료의 근원으로 유추될 수 있는 '표절'이 진짜 <리턴>의 문제다. 



'가족, 명예, 돈 모든 것을 충족한 친구들에게는 단 한 가지 고민이 있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그들의 판타지를 채워줄 공간이 필요했던 것. 그래서 그들은 비밀스런 펜트하우스를 만들고 서로 열쇠를 나누어 가지고 즐기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중 한 명과 그곳에서 밀회를 즐겼던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저 위의 줄거리는 <리턴>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작품이라고 할 만한 드라마의 주요 설정이다. 매회 드라마시작과 함께 다시 보여주는 이 드라마의 모든 것이 바로 저 친구들의 펜트 하우스와 그곳을 공유했던 염미정의 죽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시청자들은 안다. 그리고 드라마는 바로 그녀를 누가 죽였는가? 그리고 그 죽음과 관련된 인물들 사이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풀어내는 것으로 이끌어 진다. 

같고도 다른 <리턴>과 <더 로프트; 비밀의 방> 
그런데 저 '줄거리'는 <리턴>의 것이 아니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청소년 관람 불가의 스릴러물인 <더 로프트; 비밀의 방>의 줄거리이다. 심지어 영화 속 빈센트(칼 어번 분)의 내연녀는 그의 부인에게 질투를 하며 접근하려고 하고, 심지어 빈센트와 그의 아내, 그리고 친구들이 모인 파티에 불청객으로 나타난다. 이에 빈센트는 그녀와 이별하기 위해 펜트 하우스에 그녀를 데려가 혼자 나온 이후 그녀는 변사체로 발견된다. 범인으로 지목된 빈센트 그리고 친구들이 조사받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숨겨진 진실과 반전, 이 진실과 반전을 추격하는 여형사. 

런닝 타임 100 여분의 영화와 32부작(16부작)의 드라마의 호흡은 다르다. 영화 속 여형사는 드라마로 오면 여자 변호사로 변화되었고, 영화와 동일했던 설정은 이제 의사 김정수(오대환 분), 형사 김동배(김동영 분), 안학수(손종학 분)의 등장으로 사건의 각이 넓혀진다. 그렇다면 <리턴>은 <더 로프트; 비밀의 방>의 표절이 아닐까? 

이는 마치, 음악 작업 가운데에서 두 마디 이사이면 표절이고, 두 마디 이하면 표절이 아니라는 '법률적 경계'와도 엇비슷하다. 분명 두 작품을 본 사람들은 <리턴>과 <더 로프트; 비밀의 방>의 유사점을 당연하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긴 호흡의 드라마는 영화가 가진 애초의 설정을 변주시키며 아니 우리 드라마는 영화와 달라요라고 주장 할 수 있다. 이는 얼마전 좋은 드라마란 평가를 받으며 종영한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표절인 듯 표절 아닌 관행? 
88만원 세대의 여주인공은 머물 곳을 얻기 위해 한 남자의 집에 세를 살게 된다. 집에서 결혼 독촉을 받는 남자는 자신이 하던 일에서 마저 실패한 채 실의에 빠진 채 낙향할 처지에 놓인 여주인공에게 계약 결혼을 제의하고 두 사람은 한 집에서 계약 부부로 살게 된다. 한 집에서 살며 계약 부부라는 이 설정은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일명 니게하지)>와 유사함으로 논란이 됐다. 

건물에 글자를 새겨넣은 포스터에서 부터, IT 직원이며 사회성이 떨어지며 타산적인 남자 주인공에,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 집에 살면서 '계약 결혼'을 하는 이야기는 두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표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표절'을 인정하는 대신, 결혼도 포기하고, 집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세대 공감과 수평적 남녀 관계에 대한 시도로 그 논란을 돌파했다. 

그러나 15.6회에 들어서 내내 그 누구보다도 성숙한 자존감 넘치는 캐릭터였던 여주인공이 돌변한 듯 자기 중심적 해프닝을 보인 것이 일본 원작과는 다른 주제 의식에대한 과도한 천착이 부른 '과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이처럼 '표절'이라는 부담을 가진 드라마는 그 부담을 탈피하기 위해 표절작과는 다른 무리한 시도를 보인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보여진 여주인공 캐릭터의 일관성 변화는, <리턴>으로 오면 매회 점층되는 '자극적 설정'과 '폭력성'으로 대응된다. 애초에 청소년 관란 불가였던 영화의 설정을 드라마에 옮겨 온 것부터 무리수였지만, 그 설정의 표절을 피해가는 드라마의 전략이 화제성의 주인공인 봉태규와 신성록의 악행 에스컬레이션인 듯해 아쉽다. 

물론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결국 표절을 인정하지 않고 넘어갔듯, <리턴> 역시 아마도 '표절' 논란을 변주된 서사를 통해 돌파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찜찜한 표절 푯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럴 수록 봉준호 감독의 설국 열차와 관련된 소감이 돋보인다. 원작을 본 사람들이라면 설원 위 열차라는 설정말고는 많이 달라진 봉준호 감독의 <설국 열차>, 하지만 봉감독은 설원 위 열차라는 그 모티브가 위대한 거라 단언한다. 이렇게 표절인 듯 표절이 아닌 듯한 작품이 매번 되풀이 되는 현실에서 과연 우리가 중국 콘텐츠들의 우리 작품 베끼기를 가지고 갑론을박할 처지가 될 수 있을지. 콘텐츠의 가치는 창작자에 대한 존중과, 존중에 대한 절차적 예의로 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8. 2. 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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