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의 거리> 첫 회, 창만이가 살던 방에 먼저 세들어 살던 여자가 스스로 목을 매죽었다. 그런 그녀에게, 집주인 한만복(이문식 분) 는 젊은 그녀의 미처 다 피지 못한 죽음을 안타까워하기는 커녕, 남의 집에서 함부로 죽었다며, 사람이 죽어나갔다는 소문에 쉬이 사람이 들기 힘들 그 방 걱정을 먼저 한다. 그렇게 남의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던 싸가지없던 한만복이 문간방 노인을 요양원으로 보내며 하염없이 안타까워한다. 어디 그뿐인가, 그와 함께 맞장구를 치던, 아니 한 술 더 뜨던 그의 아내 홍여사는 이제 집을 떠나는 도끼 노인, 창만, 유나를 위해 김치를 담그고, 밑반찬을 마련한다. 그런 그 부부에게 '소매치기'라 냉대받기도 했던 유나는 아쉬워하며 작별 인사를 남긴다. 연적이었던 부부의 딸과는 우정어린 포옹을 한다. 


이런 한만복과 그의 아내가 보여준 변화(?)가 바로 2014년 5월부터 시작하여 여섯 달 동안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유나의 거리>가 보여준 인간사 소득이다. 제 각기 자기 앞가림하기도 빠듯했던  유나네 거리 사람들은 어느 틈에, 함께 울고 웃으며, 다가올 이별에 서글퍼하는 소중한 '인연'들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시청자들 역시, 그들과의 이별이 서글프다. 마치 오래된 소중한 친구를 떠나보내는 것 같다. 이렇게, 가슴 진하게 따스했던드라마를 또 만날 수 있를런지. 


치매에 걸려서도 한결같은 창만이는 결코 잊지 않으면서도 정작 모시고 살았던 한만복은 오락가락 기억하는 도끼 노인(정종준 분)이 마지막으로 그가 자신을 기억해 내고, 언제나 얌체같다고 얄미워했던 자신에게, '만복이 넘 참 착해'라는 한 마디를 남긴다. 얌체같은 짓도 많이 했고, 얄미운 말도 골라했지만, 그래도 다세대 사람들 모두가 '효자'라고 입을 모아 말했던 한만복이 도끼 노인에게 얻은 댓가는, '그저 너는 착해'이다. 
마지막 회, 두 사람의 첫 만남의 유래가 한만복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집을 나와 오갈데 없이 벤치에 '노숙자'처럼 앉아있던 도끼 노인을 한만복이 찾아가고, 그런 그에게 도끼 노인은 한만복네 문간방 얘기를 꺼냈단다. 그냥 들어와서 살라는 한만복의 말에, 도끼 노인은 그럴 수 없다며, 매달 자신에게 나오는 정부 보조금에서 십만원을 꼬박꼬박 집세로 내며 지금껏 살아왔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같았던 이들 인연의 속내이다. 

가진 것 없지만, 자존심마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베풀 줄 아는 조금 더 가진 사람들, 그리고 그 대가는, 그저 도끼 노인의 '넌 참 착해'와 같은 인정과 인간적 유대. <유나의 거리>가 그토록 훈훈했던 이유이다. 

오갈데 없이 미선(서유정 분) 집에 얹혀 살며 하루 소매치기를 하며, 하루를 살던, 심지어 아픈 아버지가 있는 교도소에 면회갈 돈이 없어 동동거리던 유나는 창만의 노력 덕에 소매치기에서 손을 씻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엄마까지 만나게 되었다. 
게다가 금상첨화, 유나를 버리고 갔던 엄마는 이제 재벌집 사모님이 되어, 유나를 위해 기꺼이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있다. 자신들의 가족 안으로 유나를 수용하기 위해, 유나의 기존 인연을 끊어 낼 것을 요구하던 엄마와, 새아버지는, 그들이 제공하는 물질적 풍요 대신, 사랑과 인연을 가지고 가겠다는 유나의 결심에 마음을 바꾼다. 유나를 자기들처럼 바꾸는 대신, 자신들이 변화한다. 출소자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하고 싶었던 새 아버지는, 그 대상을 유나와 같은 소매치기들로 변경한다. 소매치기 전력이, 전과가, 스펙이 되는 사회적 기업이다. 그리고 그 사회적기업이 하는 일은, 독거 노인들 등을 위한 도시락 배달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소외되었다 생각하는 전과자들이,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굴절된 마음도 펴고, 일도 떳떳하게 하는 길을 모색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마음이 뒤틀린 그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심리 상담까지 제공한단다. 

유나에게 재벌집 사모님이 된 엄마의 등장과 함께, 그 아버지가 유나와 그 동료들을 위해 벌인 사회적 기업의 이야기에 이르면, 역시나, <유나의 거리>에도 환타지처럼 재벌이 등장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환타지'라고 하면, 애초에, 유나가 살던 거리 그 자체가 환타지다. 현실의 서민들을 생생하게 그려내기로 정평이 나있는 김운경 작가,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세상에 버림받거나(서울의 달), 일확천금의 꿈은 커녕, 겨우 포장마차 하나 장만하여 근근히 먹고 사는(파랑새는 있다) 현실로 마무리되곤 했다. 하지만, 2014년 <유나의 거리>의 엔딩은 유독 환상적이다. 작은 아버지에게 도둑으로 몰려 고향을 떠나, 타향을 전전하던 고아 창만은 콜라텍 매니저를 거쳐, 유나 아버지가 하는 사회적 기업의 팀장으로 금의환양한다. 그뿐인가, 그동안 들락날락 <유나의 거리> 속 이야깃거리를 만들던 여러 소매치기를 비롯하여, 이웃집에 반백수이다시피한 일용직 노동자 칠복(김영웅 분), 심지어 미선의 등을 쳐먹던 제비 민규(김민기 분)까지 사회적 기업의 일원이 될 예정이다. 잠시 잠깐 다시 한눈을 팔던 남수(강신효 분)도 우직하게 고물상 일을 이어간다. 
뜨내기 인생들이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뿌리를 내려간다. 살 길이 모색된다. 강팍했던 김운경작가 히트작들의 주인공들의 삶과 달리, 2014 <유나의 거리>는 환상적인 해피엔딩이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그때보다도 희망과 기대가 없어진, 우리네 삶이라서 김운경 작가가 억지로라도 드라마에서라도 '해피 바이러스'를 전해주고 싶어 그런거 같아 역설적이다. 50회까지 드라마를 끌고 오면서, 김운경 작가가, 자꾸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같다. 주변을 조금 더 돌아보고 살라고, 당신이 내민 한번의 손길에, 누군가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나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치지 말고, 다같이 조금씩 도우면서 살면,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더불어 살기를 잊은 사람들에게, 작가가 조곤조곤 그렇게 살지 말라고 달래는 것 같다. 

다시 한만복과 도끼 형님의 이야기로 돌아와, 노숙자가 될뻔한 도끼 형님을 구한 것은, 그래도 제법 돈푼이나 만지게 된 전직 조폭 나부랭이 한만복이었다. 그 덕분에 요양원에 가기 까지 도끼 형님은 마치 가족들의 품안에서 살듯 노년을 푸근하게 보낼 수 있었다. 
환타지 같은 유나 새 아버지의 사회적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의 약간의 추렴(?) 덕분에, 많은 거리를 헤매이던 소매치기와 어려운 사람들이, 더 이상 거리를 방황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결국, 조금 더 가진 사람들의 아량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계몽드라마' 같은 <유나의 거리> 마지막에 힘주어 말한다. 그렇게 한다고, 한만복의 삶이 그리 크게 축나지 않았다. 유나 아버지 기업이 흔들리지도 않는다. 대신, 고아로 자란 한만복에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 생겼다. 오랫동안 자식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잠을 못이루던 유나 엄마에게 잠들기 편한 나날이 이어졌다. 이것이 김운경 작가가 생각하는 호혜적 평등 사회다. '복지' 좀 한다고, 좀 사는 사람들 삶이 그리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충만되고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모두가 행복해진 덕분에 요양원에 간 도끼 노인은 마지막까지 외롭지 않다. 요양원에 가는게 문제가 아니다. 그곳에서라도 행복할 수 있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행복한 관계를 위해 서로서로가 조금씩 틈을 내어주자는 것을, 작가는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말한다. 그간 <유나의 거리> 속 모든 문제덩어리들이 행복해지는 가능성을 열어준 드라마,  재미와, 감동과, 교훈까지, <유나의 거리> 덕분에 몇 달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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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11.12 11:19

50회 대장정의 막을 내릴 마지막 행보를 걷고 있는 <유나의 거리>, 대장정의 마무리답게 그간 유나와 함께 살던 거리 속 사람들의 이별이 잦다. 엄마를 찾은 유나(김옥빈 분)가 다세대 주택을 떠날 예정이고, 도끼 형님, 장노인이 치매로 요양원에 들어가야 할 처지이다. 그 중 우리의 주인공, 김창만(이희준 분), 유나의 소개를 받아 다세대 주택으로 세들어 와 살며 한만복(이문식 분) 사장의 콜라텍 지배인으로 일하던 그 역시 이곳을 떠나게 생겼다. 그런데, 결국 유나를 소매치기 업계에서 손을 씻게 만들었던 '의지'의 김창만, 그는 이별하는 법도 남다르다.

 

말이 이별이지, 그 이별의 시초는 본의가 아니다.

창만의 사람됨을 마음에 들어 하던 한만복 사장과 그의 아내 홍여사(김희정 분) 두 사람은 창만을 짝사랑하는 큰 딸 다영(신소율 분)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밀어부친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마음에는 믿고 맏길 콜라텍의 후계자로서, 사위 김창만이란 그림이 그려져 있다. 두 사람은 다영과 창만의관계를 도모하는 한편, 창만에게 원하면 공부를 더 시켜주겠다는 등 호의적 제안을 하며 '꼬신다'

하지만, 일찌기 유나에 대한 호의로 다세대 주택에 들어와 살게 되었고, 위험을 무릎쓰며 유나의 소매치기를 막아낸 창만은 요지부동이다. 그는 늘 소나무처럼 변함이 없는데, 처음 그를 무시하던 한만복 사장 부부는, 이제 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창만과 다영의 관계를 추근거린다.

결국 눈물과 함께 다영이 백기를 들고,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딸의 눈에서 눈물을 쏟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한만복 사장 부부는 창만을 원망하고, 심지어 콜라텍에서 나가달라 요구한다.

창만의 말대로, 처음 다영을 집적거린다고 한만복 사장에게 맞았던 창만은, 이제, 다영을 외면했다고 다시 한만복 사장에게 맞고 콜라텍에서 쫓겨난 신세가 되었다.

 

(tv리포트)

 

웬만한 사람같으면, 자기는 가만히 있는데 이랬다 저랬다 자신을 흔들다 못해 하루 아침에 밥줄을 끊은 사장 부부를 원망도 하고 따지기도 하련만, 창만은 초연하다.  그저 이제 자신이 이곳을 떠날 때가 되었다고 말할 뿐이다.

 

11월 3일 방영된 47회, 골목으로 데려가 창만을 두들겨 팼던 한만복 사장네 보일러가 말썽이다. 밤새 두 자녀의 방이 냉골이 되었다. 이럴 때 딱 필요한 사람은, 바로 창만인데, 바로 전날 골목으로 데려가 두들겨 패며 콜라텍에서 나가라고 했던 그를 불러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만복 사장의 아내, 홍여사의 처지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한만복 사장 부부가 누군가, 자신들의 이해 관계를 위한 잔머리에는 일가견이 있는 부부 아닌가. 결국 창만의 방을 찾아 보일러를 고쳐 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그 집에서 창만과 제일 어색하지 않은 꼬마, 동민(백창민 분)이다.

그런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동민의 부탁에, 창만은 고까움 하나 없이 그러마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제일 안아프게 이빨을 뽑아 줄 사람이라며 자신의 이빨을 뽑아 달라고 부탁하는 동민의 이빨을 대번에 뽑아댄다.

그리고 벨도 없다는 유나의 지청구를 뒤로 하고, 부속품까지 직접 사서, 한만복 사장네 보일러를 고쳐 놓는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콜라텍 보일러까지 손을 댄다. 그런 창만에게 민망해 하는 사장 부부에게 자기 대신 콜라텍 일을 볼 사람이 올 때까지 콜라텍 일을 봐줄테니 걱정말란다.

팰 때는 언제고 이제 와 아쉬우니 다시 그를 붇잡으려는 사장 부부의 손바닥 뒤집듯 하는 호의에는 단호하지만, 떠나는 자리는 단단히 마무리하고 떠나겠단다. 다세대 주택에서 떠나는 시기도 마찬가지다. 그가 '어르신'하고 따르던 도끼 노인이 요양원에 들어가실 때까지 머무르겠단다. 그러면서, 밤이면 '치매'에 걸려 헤매이는 도끼 노인의 방에서 자고 나온다.

 

창만은 전무후무한 캐릭터다.

일찌기 조실부모하고, 작은 아버지 집에서 지내다가, 작은 아버지에게 도둑 누명을 쓰고 가출을 했던 그, 보통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이런 캐릭터는 범죄형으로 그려내기가 쉬운데, <유나의 거리> 창만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다. 출연하는 인물 중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 가출하여, 홀로 밥벌이하며, 헌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생들 저리 가라할 지식과 상식을 쌓았고, 검정고시를 넘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반듯하게 살아가는 창만의 존재는, 부모 없이 못배우고 가난하면, 죄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게 정석인 것처럼 그려내는, 우리 드라마, 우리 사회의 편견을 단번에 뒤집어 버린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는, 지난 40 여회 동안 그가 그래왔듯이, 억울하게 다세대 주택과 콜라텍을 떠나는 마당에도, '사장님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그들의 편의를 봐주겠다고 한다.

'이런 창민의 진솔한 자세는 엄마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유나에 대한 친엄마의 오해를 풀게 만든다. 어디 그뿐인가, 유나로 인해 고통받던 엄마의 마을을 다독인다. 인터넷 상에서 오르내리는 루머에 흔들리지 말고, 자기 자신의 양심의 무게에 중심을 두라는 말로, 그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엄마와 의붓 아버지의 마음조차 돌려 세운다.

낮은 곳에 사는 없이 사는 사람들, 범죄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이 돈이 없어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가난하지 않음을 가장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존재가 바로 김창만이다.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세대 주택에 모여 사는 사람들을 통해 뚝심있게 그려낸 김운경 작가의 이른바 '페르소나'다.

 

항상 옳은 소리만 하고, 반듯한 행동만 하는 김창만은 어찌보면, 참 멋대가리 없는 캐릭터인데, 이희준이란 좋은 배우를 만나, 그 캐릭터가 진실함을 채워간다. <유나의 거리>가 방영되는 동안 개봉했던 영화<해무>에서, 발에 전자발찌를 차면 딱 어울릴 거 같은, 자나깨나, '가이내'를 찾아쌌는 창욱이란 캐릭터조차도, 이희준이 하고 보니, 종종 귀엽고, 칼을 휘두르는 순간에 조차 순박함을 지우지 못하듯이, 이희준이란 배우가 가지는 개인의 아우라가, 창만이란 민숭민숭한 캐릭터와 결합되어, 진국의 향기를 뿜어낸다. 덕분에, 그저 교과성같은 인물 창만은, 인간적 매력이 충만한 오래도록 잊지못할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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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11.04 10:35

감옥에서 출소한 지 얼마 안된 유나(김옥빈 분)는 다른 패거리들이 찜을 한 사람의 지갑을 먼저 터는 바람에 좇기는 신세가 된다. 쫓기던 유나가 숨어든 곳은 폐업한 식당, 그곳에서 홀로 지내던 창만(이희준 분)은 쫓기던 유나를 숨겨주고, 그녀의 다친 발을 치료해 준다.이렇게 우연히 시작된 만남은 창만이 유나의 권유로, 전 거주인이 자살한 유나의 옆방으로 이사오면서 이어지고, 창만의 유나에 대한 짝사랑으로 발전된다.


유나를 사랑한 창만은, 유나가 소매치기라는 사실에 가슴아파한다. 그리고, 그녀를 언제 잡혀갈 지 모를 소매치기의 늪에서 구해내고자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죽어가면서 자신의 손을 자르면서 이제 소매치기를 그만하라고 당부해도, 자기 맘대로 살겠다, 자기보다 더 큰 도둑놈들이 있는데, 자기 정도가 무에 그리 큰 문제냐며 당당한 유나 앞에, 창만의 설득은 무기력하다. 고심 끝에 창만이 생각해 낸 것은, 어린 시절 유나를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찾아주는 것이었다. 어린 유나가 외로움과 생존의 수단으로 선택했던 소매치기를 버리게 하기 위해서는, 그 외로움의 근원을 치유해야 한다고 창만은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극진한 창만의 사랑으로 유나는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고, 이제 소매치기도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유나가 소매치기에 손을 씻고,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는데, 정작 창만의 사랑은 어렵게 되었다.

'유나의 거리' 행복한 김옥빈 보며 눈물 흘리는 이희준

내로라하는 기업의 안주인이 된 유나의 친엄마, 처음에 머뭇거리던 것과 달리, 유나를 받아들이기로 한 엄마는 적극적으로 유나를 자신의 환경 속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꽃뱀인 미선(서유정)의 방에 얹혀 살던 유나는 이제 어머니가 사주신 번듯한 아파트가 생기고, 멋진 외제차가 생겼다. 그렇게 조금씩 변화해 가는 유나의 환경을 보면서, 창만은 자신이 스스로 발등을 찍었음을 깨다게 된다. 유나는 그토록 그리워 하던 엄마를 창만으로 인해 만나게 되었지만, 정작 창만은, 엄마로 인해 달라진 유나에게 범접하기 어려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 고뇌하던 창만은 유나를 놓아주기로 결심한다. '사랑하기에 이별하노라'라는 진부한 사랑의 공식을 창만은 구현 중이다. 

사랑하기에 유나를 소매치기로 부터 빼내오기 위해 고군분투, 심지어 때로는 위험에 노출되기까지 했던 창만이 결국 내린 선택은, 바보같이 유나의 행복을 위해 유나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 뻔한 '사랑하기에 이별하노라'라는 공식이, 그런데, 45회를 이끌어 온 우직한 창만이란 캐릭터로 인해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그런데 바보같은 사랑을 하는 건 창만만이 아니다. 
유나를 만난 남수(강신효 분)와 윤지(하은설 분)는 바닥 식구인 자신들이 유나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테니 이제 그만 보자고 말한다. 그토록 자신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던 창만은 이제 주춤 한발 물러날 태세이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유나의 존재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 새 아버지와 엄마는 유나에게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지금까지 유나와 함께 했던 사람들, 창만과 인연을 끓으라고 말한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어머니, 인자한 새 아버지와 따뜻한 여동생, 그리고 그들이 제공하는 넓은 아파트, 멋진 차, 그리고 그에 부응하는 부, 그 모든 것들을, 지금까지 소매치기로 살던 삶과 바꾸어야만 하는 기로에 놓인 것이다. 

역시나 고뇌하던 유나는 어머니와 번듯한 환경과 부를 택하는 대신,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오던 삶과 바닥 식구들을 버리지 않기로 한다.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유나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을 부정하는 것이었지만, 유나는, 그러지 않기로 한 것이다. 비록 소매치기를 하고, 장물을 팔며 살아가지만, 유나를 위해 언제라도 솔선수범하며 나서주는 진짜 가족같은 바닥 식구들, 그리고 유나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사랑마저도 포기하는 창만을 포기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동시에, 비록 전과 몇 범의 남들이 손가락질 하는 처지이지만, 자신의 소매치기로 살아왔던 삶을 부끄럽게만 여기지 않았던 유나 자신의 삶을 부정하지 않고자 하는 것이다. 

이 바보같은 커플의 선택은 흡사,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떠올리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 탐스러운 머리채를 자른 아내, 멋드러진 금시계를 잡힌 남편, 그들이 선택한 것은, 아름다운 머리를 장식한 머리핀과, 금시계에 어울리는 시계줄이었다. 이 웃픈 커플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오래도록 고전으로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자기 희생적인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그리고 이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랑조차 포기하고, 자신이 어렵게 찾은 혈육과 부를 포기한 또 다른 바보같은 커플의 사랑이 감동을 주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45회에 이르는 동안 우직하게 쌓아 온 의리의 유나와 창만이란 캐릭터가 주는 감동이기도 하다.  가진 것을 다 내려놓은 이 커플의 사랑의 길이 부디 순탄한 해피엔딩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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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10.29 11:58

감옥에서 나온 태식(유건 분)을 도와 다시 소매치기의 길로 나설  뻔 했던 유나(김옥빈 분), 하지만, 유나와 태식의 작전이 사전에 창만(이희준)에게 알려지고, 달호(안내상 분)와 창만은 유나와 태식이 범행하는 현장을 덮친다. 결국 엎치락 뒤치락 몸싸움까지 하며 창만 일행은 결국 태식의 일행을 배신한 남수(강신효 분)의 도움으로 유나가 소매치기한 돈봉투를 빼앗아 경찰에 가져다 준다.

 

결국 유나는 창만과 달호의 훼방으로 소매치기의 길로 다시 들어설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유나는 화가 나있다. 창만과 달호가 유나가 다시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게 한 걸 막아준 건데, 감사하기는 커녕 잔뜩 화가 나 터져버릴 듯하다. 오히려 창만은 유나의 전화를 피하고, 그런 창만에게 유나는 전화를 자꾸 걸어댄다. 결국, 다영(신소율 분)으로 인해 유나의 전화를 받고, 유나가 홀로 술을 마시던 포장마차로 창만은 향한다. 그런 창만을 향해, '다시는 보지 말자'며 막말을 하던 유나, 말로 자신의 감정을 다할 수 없는지, 결국 창만을 향해 손찌검을 한다.

 

창만이 맞는 모습을 보다 못한 다영이 거들고, 결국, 창만을 향한 분풀이는  볼썽 사나운 여자들의 육박전으로 마무리된다. 그러자,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창만도 마음이 달라진다. 자신이 정성을 다해, 유나를 향해 최선을 다하면 유나가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자신에게로 돌아오리라 믿고, 칼도 주먹도, 심지어 친어머니를 찾아다니며 갖은 애를 썼는데,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듯한 유나에게 서운하기 그지 이를데 없다.  그런 창만에게 달호는 상처난데 고춧가루라도 뿌리는 격으로 창만처럼 외사랑을 하는 사람에게 유나는 어울리지 않는 여자라 단언한다.

 

(사진;tv리포트)

 

하지만, 마음이 서운하여, 거리에서 마주친 유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가는 창만을 유나는 한참 바라본다. 그런 유나의 눈은 많은 걸 담는다. 창만은 유나가 태식을 만나, 다시 소매치기를 하고, 그와 다시 사랑하게 될까 걱정하지만, 유나에게 태식은 그저 빚쟁이일 뿐이다. 마음의 빚쟁이.

 

유나의 마음은 복잡하다. 어린 시절 소매치기를 시작한 자신을 '사랑'의 이름으로 물심양면으로 도와 준, 그리고 자기의 죄까지 뒤짚어 써가면서 감옥 생활을 한 태식에게 유나는 마음의 빚이 깊다. 출소한 태식이 자신을 도와 달라고 했을 때, 유나는 마지막으로 그를 위해 소매치기를 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마음의 빚을 청산하겠다는 심사였다. 그런데, 바로 그 일을 창만과 달호가 나타나 엎어뜨려 버리자, 유나는 자중지란이다.

 

미선과 양순의 충고로, 태식에게 이제 더는 소매치기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태식은 본색을 드러내며 유나때문에 얽크러져 버린 일을 들먹인다. 그만하면 태식에게 진 빚은 갚았다고 하지만, 유나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마음의 빚'은 어떻게 청산되어야 할까?

양순은 무거운 마음으로 고민하는 유나에게 그녀의 도움으로 태식이 손을 씻을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국, 손을 씻을 정도의 도움도 되지 않는 유나의 소매치기는 결국 악순환의 일부라고 단언하며.

또 다른 월화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도 마음의 빚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입양이 된 하진(성준 분)에게는 고아원의 동생 아림(윤진이 분)이게게 마음의 빚이 있다. 아림이가 입양될 뻔한 기회를 둘이 도망가서 날렸음에도, 정작 자신은, 그 기회를 잃을까봐, 아림이가 자는 사이 몰래 도망치듯 고아원을 떠났던 기억에서 비롯된 마음의 빚이다. 그로 인해, 하진은 늘 악몽과 두통에 시달린다. 하지만 정작, 아림을 만나, 그녀로 인해 여름(정유미 분)의 오해를 사면서도, 하진은 아림 앞에서 솔직해 지지 못한다. 그녀를 물적으로 돕기를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자신이 고아원의 그 오빠라는 걸 고백하지 못한다. 그리고, 외국으로 떠나는 아림은, 하진에게 편지를 통해 말한다. 자신이 서운했던 건, 그가 자신을 버렸다는 게 아니라, 인사도 없이 떠났다는 그것 뿐이라고, 그러니 더 이상 마음의 빚쟁이가 되지 말라고. 하지만 그런다고 하진의 마음이 쉬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여름 역시 마찬가지다. 여름의 능력을 아까워하며 자기 회사의 공간까지 빌려주며 가구 박람회에 나가기를 종용하던 태하(에릭 분)의 요청을 여름은 거절한다. 더 이상 그에게 또 다른 빚을 지고 싶지 않아서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빚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마음으로 진 빚은, 돈으로 청산되는 빚보다도 그 그림자가 깊다. 마음의 빚은 빚이다. 사랑이 아니다. 유나가 다시 소매치기를 하면서까지 그걸 갚으려고 할 만큼. 그리고 역으로, 창만이 유나에게 갖은 정성을 다하면 다할 수록, 유나와 창만의 관계에도, 아이러니하게 마음의 빚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오히려, 이제 유나에게 서운해 하는 창만, 그리고 그런 창만을 안타까이 바라보는 유나의 관계에서 비로소 두 사람은, 마음의 빚을 진 관계를 넘어, '사랑'을 논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의 빚을 '불교 용어'로 '업보'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한 생에서 다하지 못한 업보를, 몇 생을 거듭하며 갚아나가야 하는 삶의 숙제로 설명한다. 그렇게 자신이 진 빚을 다하고 나면 비로소 생명의 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 해탈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저,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중생(中生)의 처지는, 업보를 쌓고, 지고 가는 고행길일 뿐이다.

그런 고행의 인생을, <유나의 거리> 작가는, 도끼 형님과 독사의 관계를 통해 상징적으로 풀어낸다. 유나가, 자신이 진 마음의 빚을 갚고자 태식을 도와 다시 소매치기를 하려고 할 때, 도끼의 병실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도끼를 넘보던 독사, 하지만 이제 위암 말기에, 고통만을 호소해 병원 자체 내에서 기피 환자가 되어버린 독사를, 도끼와, 그 주변 사람들이 품어준다. 인지상정으로 보면 독사가 일어나 무릎 끓고 빌어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독사는 도끼의 도움을 받는다. 심지어, 독사로 인해 혈압이 내려가지 않아 병실을 바꿔주겠다는 병원 측 배려에, 도끼는 괜찮다며 거절을 하고, 독사를 그런 도끼에게, 함께 있어 달라고 간청한다.

즉, 김운경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빚이, 그렇게 유나가, 소매치기 한번으로 태식의 빚을 갚아내듯 단순한게 아니라고 도끼와 독사의 관계를 통해 우회적으로 설명한다. 이승에서 진 업보는, 일회성으로 갚을 수 있는, 자신이 짊어지고 갈 말 그대로의 업보임을 작가는 밝힌다. 이미 유나가 저지른 과거의 소매치기 범죄가, 어디 가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결자해지가 아니라도, 삶에는 또 다른 돌파구가 있다. 평생을 조폭으로 살아오던 도끼가, 말년에, 한 병실의 독사를 품어내고, 빌라 사람들의 윗어른으로 살아가듯, 일더하기 일의 갚음은 아니라도, 그렇게 도끼는 자신의 업보를, 풀어가고 있는 모습을 통해, 마음의 빚을 갚을 기회는 언제든지 열려 있음을 작가는 암시한다.

 

마음의 빚에서 시작된 유나의 소매치기 재범 해프닝은, 그저 유나와 태식, 창만의 삼각 관계를 넘어, '업보'라는 인간적 딜레마에 대한 진한 고찰로 이어진다. 여전히 <유나의 거리>가 보는 세상은 넓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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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10.07 11:40

계팔과 재미삼아 화투를 치던 장노인 도끼(정종준 분)는 승부에 집착하다 결국 쓰러지고 만다. 그런데 도끼 노인이 입원한 병실, 그의 옆에 홀로 누워 말기 위암과 싸우는 노인은, 한때 도끼와 영역 싸움을 벌이던 '독사'라는 또 다른 전설의 조폭이다. 한때 서로 구역을 차지하기 위해 주먹다짐을 벌이던 그들은 이제 서로 인사 치레도 제대로 못 나눌만큼 운신하기 힘든 병든 몸으로 병실에서 만난다. 독사 노인의 존재를 안 밴댕이(윤용현 분)은 과거 자신을 코피가 터지도록 패고 자신의 돈을 빼앗은 독사의 기억에 이를 갈며 병실을 찾는다. 하지만, 그렇게 잊을 수 없었던 독사는, 그 누구하나 들여다 보는 자 없이 홀로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한낱 불쌍한 노인일 뿐이다. 자신이 누군지 알겠냐는 밴댕이의 말에 독사는 힘들게 말한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밴댕이는 떨리는 그의 손을 잡고,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그의 땀을 닦아준다. 


9월 23일 방영된 <유나의 거리>의 이 장면은,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와 상관이 없는, 그져 스쳐지나가는 에피소드임에도, '성스럽기'까지 하다. 한때 조폭으로 자신의 '업'을 쌓던, 독사가, 과거 자신의 잘못으로 고통받은 자를 만나, 속죄하는 지극히 세속적인 관계 해소이지만, '죄사함'을 받는 종교적인 면죄의 상징까지 띤다. 비록, 그가 과거에 해를 끼쳤던 숱한 피해자 중 한 사람에게 불과하지만, 죽음의 과정에서 독사는 자신이 현세에서 쌓은 카르마를 이렇게 풀어내고 간다. 아마도 저승길을 떠나는 그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사진; 뉴스엔)

밑바닥 사람들의 삶을 정감 가득히 풀어내는 드라마 <유나의 거리>, 하지만, 김운경 작가가 바라보는 인간의 삶은, 한편에서 냉정하다. 저마다, 현세에서 각자가 쌓은 '카르마', 즉 업보는 결국 각자 풀고 가야 할 삶의 과제로 등장한다. 
한때 주먹으로 이름을 날리던 도끼 영감, 자식과도 연을 끊고 만복의 문간방에 얹혀 사는 말년에 춤이나 화투 등 소소한 삶의 재미를 얻어보려고 하지만, 그때마다 그의 발목을 잡는 건, 이제는 더는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그의 나이이다. 춤을 좀 배울까 싶으면, 쓰러지고, 화투 좀 전투적으로 쳐볼까 싶으면 쓰러지는, 그를 두고, 한때 부하였던 밴댕이는, 주책이라 흉을 본다. 그런 그에게,  만복은 말한다. 나라고 늘 도끼 형님이 좋기만 하겠냐고, 싫고 번거로울 때가 더 많지만, 그게 다 과거 조폭의 무리에 몸 담았던 내 업보라 생각하며 감수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유나의 거리> 속 등장인물은 저마다의 업보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어간다.

36회, 이제 중후반을 넘어서는 <유나의 거리>에서 주된 스토리는 그러기에 당연히 바로 소매치기인 여주인공 유나의 카르마다. 
유나를 사랑하는 창만은 세상에 자기보다 더 큰 도둑놈들이 더 떵떵거리며 잘 산다며, '소매치기'를 그만 둘 뜻이 없는 유나의 손을 씻기기 위해 고심한다. 그런 그가 찾아낸 방법은, 바로 어린 유나가, 소매치기로 들어설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원인을 찾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창만이 찾아낸 방법은 어머니가 돌봐주지 않아 소매치기를 하며 살아가야 했던 유나의 어머니를 되찾아 주는 것이다. 창만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어렵사리 유나의 어머니를 찾는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 회장의 아내가 된 유나의 어머니는 어두웠던 자신의 과거를 상징하는 유나를 만나기를 꺼려한다.  현재의 유나가, 유나의 어머니에겐 또한 과거의 카르마가 되는 지점이다. 결국, 창만의 설득으로, 그리고 자신이 홀로 남겨 둔 바람에 소매치기가 되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유나의 엄마는 어렵사리 유나를 만난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 유나는, 그렇게 목놓아 불러도 대답해 주지 않던 엄마를 용서할 수 없다는 말만 퍼붓고는 자리를 뜬다. 그래도 혈육인지라,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것도 무색하게, 번듯한 어머니의 존재를 드러내지 말아 달라는 어머니의 노파심에, 유나의 마음은 다시 닫히고 만다. 

하지만 창만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유나의 첫사랑, 그야말로, 유나가 자신의 업이 된 '소매치기'로 유나를 인도한 결정적 인물이라는 것을. 
유나와 함께 활동하던 태식(유건 분)은 유나와 함께 쫓기던 중 경찰에 잡혀, 유나의 죄까지 뒤집어 쓰고 감옥에서 살아야 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출소한 후, 손을 씻기 전 마지막으로 하는 큰 건에 유나의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그 어떤 나쁜 짓도 하지 않아, 주변에서 슬슬 손을 씻게 되는게 아닌가 라며 희망적으로 바라보던, 유나는, 자신때문에 옥살이를 한 태식을 위해 그의 '한 건'에 합류하기로 결정한다. 자신을 처음 '소매치기' 무리로 인도했던 첫사랑, 바로, 유나 자신의 업을, 유나만의 방식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지

어머니의 업보로서의 유나, 그리고 유나의 업보로서의 창만이 뒤얽히며, 과연 그 과정에서, 유나가 소매치기로서 손을 씻게 될지, 아니면, 결국 다시 '재범'의 늪에 빠지게 될지가 <유나의 거리> 후반부 이야기의 관건이 된다. 

거창하게, 카르마니, 업보니 했지만, 결국 <유나의 거리>란 드라마가 풀어내고자 하는 건, '인지상정'이요, '결자해지'이다. 사람으로, 사람답게, 제 할 도리를 다하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나의 거리> 속 갈등 들은 극단으로 치닫는 가 싶어도, 결국은 '인지상정'이요, 결자해지인 식이다.  단식하는 부모들 앞에서 '피자 파티'를 벌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밥줄 자르는 건, 남의 목줄 죄는 건 예사로 하는 세상에서, <유나의 거리> 속 이야기와 해결 방식들은, 그래서 때로는 너무 소박하고, 심지어, 환타지적으로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또 그래서, 사람사는 냄새를 맡기 힘든 요즘 세상에서, 푸근한 사람 사는 맛을 찾기 위해, <유나의 거리>를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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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9.24 09:53

더 이상 소매치기를 하지 말라는 창만(이희준 분)의 설득에 유나(김옥빈 분)는 무 자르듯 답한다. 더 큰 도둑놈들은 잡히지 않는 세상에, 나같은 사람이 남의 지갑 좀 훔치는 게 무슨 그렇게 큰 잘못이 되냐고. 

당당한 유나의 소매치기 론에 창만은 안타까워하면서도, 더는 그녀를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그렇게, 더러운 세상, 소매치기로 먹고 사는 것에 당당해 하던 유나가 달라졌다. 언제부터인가, 소매치기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소매치기한 할머니의 지갑을 돌려주는 바람에, 같은 업계 동료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지청구를 받는 입장이 되었다. 무엇이 그녀를 달라지게 했을까?

처음 감옥에서 출소를 하고, 미선의 방에 얹혀 살 때만 해도, 유나는 아픈 아버지를 만나러 감옥에 갈 돈이 없어 동동거리는 처지였다. 그런 유나의 자구책은 남의 지갑을 슬쩍하는 것이고, 그 일조차 같은 업계 사람들이 눈독들인 사람을 먼저 털어 오히려 그들에게 쫓기는 처지가 되기도 할 정도로' 독고다이'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달라졌다. 같은 업계에서 일하던 청소년 아이를 교정하여 스스로 소년원에 자수하게 만들고, 손을 다쳐 강도로 돌변할 뻔 했던 동료의 새로운 직장을 알아봐 주느라 노심초사한다. 후배들은 그녀를 따르고, 그녀 주변엔 사람들이 넘친다. 누구랑 같이 일도 못한다던 그녀가 말이다. 

(사진; tv리포트)

그녀를 좋아한다고 쫓아다니는 창만에게 그녀는 말한다. '니가 오지랖이 넓어서 싫다고', 그도 그럴 것이, 오직 그녀가 좋아서, 다세대 주택에 세들어 온 창만은, 그 특유의 사람 좋음으로 인해, 주인집 콜라텍에 들이닥친 조폭을 해결해 주는 바람에, 콜라텍에 취직하는가 하면, 다세대 주택에 세든 사람들의 온갖 뒤치닥거리를 도맡아 한다. 가족으로부터도 외면당하던 개삼촌도, 야반도주를 했던 옆방의 부부도, 왕년의 조폭 할아버지도, 창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런 창만을 유나는 어이없어 한다. 남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는 창만을 이해할 수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차곡차곡 쌓여가며, 어느 틈에 유나도 창만을 닮아간다. 

소년원에 간 동종업계 아이를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에, 소년원 입구를 자꾸 바라보던 유나가 결국 차 안에서 울음을 터트린다. 그 누가 칼을 빼들고 들이닥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그녀가, 창만이 자신의 엄마를 찾았다는 이유만으로 며칠 동안 그와 말도 섞지 않던 그녀가, 자신의 소년원 시절을 떠올리며 통곡을 한다. 처음 소년원에 갔던 그 시절, 엄마가 너무 그리워서 눈물을 흘렸다던 그 아이가 바로 지금의 유나이다. 그리고, 창만은 유나가 그토록 완고하게 소매치기의 삶을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어린 시절 엄마와의 이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창만의 분석이 틀리지 않은 이유를, 고아원에서 만난, 다영(신소율 분)을 통해 설명한다. 어린 시절 엄마와 헤어진 다영이, 엄마의 빈 자리를, 고아원 고아들과의 동일시에서 찾아내듯, 그런 다영과 공감하는 유나를 통해, 유나의 결핍을 이해시킨다. 감옥에 간 아버지, 이유야 어떻던 자신을 버린 엄마, 그런 외로움 속에서, 유나가 자기 자신을 방어할 유일한 수단은 '소매치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소매치기'를 통해 세상에 대해 자신을 방어해왔던 유나는 창만을 통해 세상을 조금씩 달리보기 시작한다. 창만 역시 유나와 다르지 않다. 가족이 없던 그를 보살펴 주던 작은 아버지가 그를 도둑으로 몰았던 그 상황이 너무 억울해 고향을 떠나왔던 그는, 유나와 전혀 반대의 삶을 산다. 여전히 틈틈히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며,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그들과 어우러져 사는 것으로 그의 외로움을 치유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세상에 의지가지 없는 창만이지만, 그는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달래주느라 바뻐 자신의 외로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다. 그리고 그런 창만을 바보같다며 비웃던 유나도 어느 틈에, 그의 '이타적' 사랑에 전염된 듯, 주변을 챙긴다. 그러자, 어느 틈에 유나 주변에도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그녀는 소매치기하는 거 조차 잊은 듯 살아가게 되었다. 

20만에 돌아온 '서울의 달'이라는 표제를 내걸었던 <유나의 거리> 속 서울은, 이십년 전 그때와 묘하게 닮은 듯 다르다. 여전히 달동네 같은 동네, 바글바글한 셋집에 모여 사는 건 다르지 않다. 사실 세상은, 오히려 그때보다도 더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들간의 격차는 심해졌고, 삶은 각박해 졌는데, 그 시절 아둥바둥 살아보겠다고 삶의 에스컬레이터를 타다 뒤엉켜 버렸던 주인공들의 삶은 한결 온순해 졌다. 
작가의 연배가 그 세월만큼 깊어진 탓일까. 야망을 위해 자신을 던지다 스러져 버린 주인공 대신, <유나의 거리> 속 주인공들은, 서로 전염된 듯, 유하게 삶의 고비를 넘긴다. 제비에게 걸려 돈도 뜯기고, 맞기도 하던 미선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고, 살 방도가 없다 강도를 계획하던 남수는 역시나 그 바닥 일이지만 새로운 삶의 활로를 찾는다. 쓸쓸한 왕년의 조폭 할아버지는 이제 삼각 관계에 빠질 정도로 노년의 삶에 새록새록 재미를 찾아가고, 전남편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 칠복 부부 역시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겨 가고 있다. 이십년 전, 이웃이란 이름으로 등을 쳐먹고 날르던 이웃들은, 오히려 각박해진 세상에 서로의 등을 빌려준다. 유나도, 창만도, 그리고 다세대 주택에 사는 모든 이들이, 가족은 없지만, 더 가족처럼 서로에게 등을 부비며 어우러져 살아간다. 

여전히 다수의 가족 드라마들이, 세상에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고 목놓아 외치는 세상에, <유나의 거리>속 세상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번듯한 가족으로 보이는 가족들도 들여다 보면 제대로 된 집구석이 없다. 조폭에 이혼 경력이 있던 한만복은 술집에 다니며 기둥 서방에게 시달림을 당하던 지금의 아내를 구해 지금의 일가를 이뤘다. 한만복의 전처에게서 낳은 딸 다영은 마더 컴플렉스는 있지만, 그래도 말 안통하는 아버지 보다는  새엄마랑 그럭저럭 잘 지내는 딸이다. 원앙같은 부부인줄 알았던 칠복-혜숙 커플은 알고보니, 마약 중독자 혜숙 남편을 피해, 딸조차 놔두고 야반도주한 불륜 커플이다. 어디 그뿐인가, 창만이 이상적 모델인 달호-양순 부부는 전직 형사와 소매치기의 조합이다. 들여다 보면 문제 투성이의 가족이라도, 여전히 한 지붕 아래, 한 이불을 덮으며 알콩달콩 서로 믿고 의지하고 살아간다.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유나를 내쫓으려 하거나, 잠시 잠깐 눈앞의 이익을 위해 서로에게 칼을 빼들었다가도, 서로의 사정을 알고 이해하고, 덮어주는, 유나네 동네의 삶이 아마도 김운경 작가가 우리 시대 전하고픈 메시지인 듯하다. 이십년 전보다도 한층 더 서로가 뿔뿔이 흩어져, 가족 조차도 멀어져 가는 세상에, 그러지 말고, 서로가 의지하며 살아가자고, 그러면 조금은 덜 외롭고, 덜 힘들 것이라고. 산타 클로스같은 창만의 존재를 통해, 그가 뿜어내는 온기에 조금씩 따스해져 가는 다세대 주택 사람들, 그리고 유나를 통해, 이렇게도 서로 기대며 살아갈 수 있다고, 김운경 작가는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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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9.03 06:44

<유나의 거리> 5회 거리를 걷던 창만(이희준 분)은 유나(김옥빈 분)를 발견하고 반가움에 화색이 돈다. 하지만 그도 잠깐 그는 유나가 소매치기 하는 걸 목격하고 만다. 허겁지겁 유나를 쫓아간 창만, 겨우 유나를 따라 잡아 지갑을 돌려주라고 닥달하지만 그런 창만에게 유나는 냉담하고, 뒤쫓아 온 유나의 패거리들 덕분에 뒤돌아 설 수 밖에 없다. 

바로 이 장면, <유나의 거리> 두 번 째 ost, 윈터 플레이의 <함정>이 흘러 나온다.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함정

네가 나를 케어한다는 말은 함정

 누가 누굴 욕해 나를 찾자 가만보면 똑같은게 그냥 전부 웃기는게 함정

 (중략)

그냥 그렇게 가자

제발 날 좀 버려둬

세상 가는 길이 다 내가 가는 길이야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은 다 함정

 

네 생각이 맞을거라 믿는건 함정

참는 자는 복이온다 생각하면 함정

그런 착해빠진 생각들로 살다보면 당하고 또 당하는게 세상이다 함정




그리고 <유나의 거리>5,6회를 설명하는데 이  윈터 플라이의 <함정>만큼 적절한 노래도 없을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히기 시작하는 <유나의 거리>, 등장인물들은 각자 자기만의 인생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유나는 아버지(임현식 분)가 죽어가면서도 손가락을 자르며 소매치기의 대를 끊어보려 했지만, 그런 아버지의 소원이 무색하게 이젠 아예 작정하고 남수(강신효 분) 패거리와 함께 소매치기 사무실을 열고 필요한 인원을 충원하며 사업에 몰두한다. 물론 그런 유나의 행동이 어떤 야심이 있어서는 아니다. 유나는 늘 혼자 일하는 게 편했지만, 우연히 얽혀들게 된 남수 패거리의 딱한 사정에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고자 마음을 먹게 된다. 킬리만자로의 표범보다는, 거리의 하이에나라도 조금 덜 외로운 길을 택했다고나 할까. 

하지한 이렇게 삶의 함정에 빠져드는 것은 유나만이 아니다. 
유나와 함께 사는 미선은 이미 간통죄로 감옥을 한번 들어간 경험이 있음에도 여전히 유부남의 등을 쳐먹으며 사는 생활을 자신의 주업으로 한다. 돈이라면 사랑 없이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미선은 헤어지는 조건에 원하는 건 뭐든 해주겠다는 카페 사장 부인의 호소에, 이번에는 어떻게 하든 아파트 한 채는 챙겨야 겠다고 속내를 밝힌다. 하지만 사랑없이도 남자를 만날 수 있다고 하는 미선은 정작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또 다른 사랑없이 웃음을 파는 남자들을 만나러 간다. 

<유나의 거리>에서 유나도, 미선도 드라마 속 등장하는 여러 가지 삶 중 하나의 유형을 사는 사람일 뿐이다. 소매치기를 해서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동생을 가르친 남수처럼, 비록 불법이지만 소매치기도 밑바닥 사람들이 사는 인생살이의 한 방법이다. <유나의 거리>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장면은, 유나가 이제는 손을 턴 선배 소매치기 언니를 양순(오나라 분)을 만나, 진지하게 자신이 더 나쁜가, 미선이 더 나쁜가를 물어보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유나는 자신은 그저 남의 돈을 잠깐 터는 것에 불과하지만, 미선은 남의 마음을 터는 것이기에 더 나쁘다면서은연중에 소매치기를 하는 자신의 세계관을 토로한다. 물론 미선이 바라보는 유나는 정반대겠다. 

할아버지 조폭 도끼(정종준 분)가 후배 조폭 똘마니들을 앞에 놓고 장황하게 자신이 몸담아 왔던 주먹의 역사를 설명하고, 한만복(이문식 분)이 말끝마다 주먹으로서의 자신의 자존심을 내세우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유나의 거리> 속 인물들은 꼴에 그것이 불법이든 어떻든 자신의 세계에 대한 자부심, 아니 자존심을 가지고 산다. 
바로 그것을, 윈터 플라이의 입을 빌어, 말한다. 삶의 함정이라고.

왜 그들은 그런 삶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걸까?
유나가 좋아진 창만은 같은 처지인 양숙과 결혼한 봉달호(안내상 분)를 찾아간다. 소매치기를 하던 여자의 손을 씻게 만들려면 어떻게 하냐고. 그런 창만에게 봉반장은 회의적인 답을 전한다. 유나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기술이 뛰어나고, 본인이 그걸 잘 알기에 아마도 손을 씻기 어려울 거라며. 배운 도둑질이라고 할 줄 아는게 소매치기 밖에 없는 이십대 후반의 유나가, 감방을 나온지 얼마 안된 유나가 그나마 세상에서 자기 것이라며 내세울 것이 어쩌면 소매치기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손을 씻은 양순의 삶도 그리 만만치 않다. 경찰을 그만두고 노래방을 차린 남편을 위해 틈만 나면 노래방 전단지를 돌리고, 겨우 온 손님을 위해 도우미를 자청해야 하는 처지이다. 그녀가, 도우미로 들어가 부르는 '에레나의 노래'에서는 묘하게 양순의 처지가 오버랩된다. 


하지만 유나와 정반대의 선택을 한 사람도 있다. 
유나가 소개한 유나의 이웃에 싼 값으로 방을 얻어 들어오게 된 창만, 싼게 비지떡이라도 방을 헐값에 주었다는 핑계로, 창민은 만복의 요구에 이리저리 불려다니다, 망치를 손봐주러 가는 도끼의 똘마니 역에, 결국 만복이 하는 콜라텍의 기도 비슷한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몇번 이리저리 만복의 요구에 따라 끌려다니던 창만은 단호하게 그 세계에서 발을 뺀다. 그 집에서 쫓겨날 수도, 그래서 더 이상 유나 가까이에 지낼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는데도, 창만은 그것을 거부한다. 고등학교도 제대로 못나왔다는, 하지만 대학생인 주인집 딸보다도 아는게 더 많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 몇 달을 월급도 받지 못한 채 폐업한 식당을 지키던, 하지만, 자신의 길이 아니다 생각하니 단칼에 주먹 세계와 발을 끊는 청년 창만은, 근자에 보기 드문 드라마 남자 주인공 캐릭터이다. 허긴, 소매치기 여주 주인공 역시 드물긴 마찬가지지만. 

그러나 창만의 선택이 <유나의 거리>에서 환영받기만 하는 건 아니다. 그 어떤 이해 관계에 얽힌 적이 없는 창만임에도, 그가 자신이 하는 콜라텍을 그만두었다는 이유만으로 만복은 그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몇 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때 창만과 함께 '노가다'를 뛰던, 그래서 창만이 만복의 수하로 들어가자 그건 너의 길이 아니라고 충고를 하던 칠복(김영웅 분)은 막상 자신이 일도 얻지 못하는 처지가 되자, 꼬박꼬박 나오는 콜라텍을 그만 둔 창만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단호하게 왜곡된 삶의 함정에서 빠져 나온 창만을 기다리는 건, 정작 사랑의 함정이다. 새로 돈을 들여 방을 재계약하고, 봉반방과 특별 수사반을 꾸려 유나의 소매치기를 감시하겠다 결정한 창만의 선택은, 삶의 함정은 피했으되, 사랑의 함정으로 한발 더 깊숙이 빠진 셈이다. 

한나절이 지나도록 일감을 얻지 못한 칠복은 그만 그럴 땐 죽고싶은 심정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어쩌지 못해, 살던 가락이 그거라서, 혹은 죽고싶지 않기 위해, 저마다 자신의 삶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들어가는 것, 그것이 <유나의 거리> 에서 사는 밑바닥 사람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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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6.11 11:11

이제 4회까지 방영된 <유나의 거리>에는 핏빛 복수와 혈투도, 재벌가의 음모와 파멸도 없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노라면 등골이 서늘해 진다. 그 누구도 쉽게 피해가거나, 벗어날 수 없는 삶의 질곡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5월 27일 방영된 <유나의 거리>에는 두 노인의 삶이 두드러지게 부각된다. 
드라마가 시작되자마자, 이른바 '도끼'라고 불리는 왕년의 주먹 장노인(정종준 분)이 자신이 세들어 사는 한만복(이문식 분)의 콜라텍에서 영업세를 받아내려던 조폭 망치의 병실을 찾아 그를 위협하는 장면이 보여진다. 왕년의 주먹이지만, 이제는 이빨빠진 호랑이처럼 정부에서 주는 노인보조금을 받아 연명하며, 한때 자신의 똘마니였던 한만복에게도 뒷방 늙은이 대접을 받던 도끼는 망치를 무너뜨림으로써 모처럼 그의 위신을 찾는다. 다리마저 불편한 그에게 사람이 죽어나간 이층방을 강요하던 한만복은 그가 모처럼 밥값을 했다며 그를 데리고 가 틀니를 해주고, 도배를 해주는 등 대접을 해준다. 하지만 그뿐이다. 여전히 그는 자기 자식과 부인조차도 외면한, 한만복의 문간방에 집세도 내지 않고 의탁하는 처지일 뿐이다. 1회부터, 개밥의 도토리같은 그의 처지가 도드라지게 부각되었기에 3,4회의 그의 활약은 오히려 '봄날의 목련'처럼 삶의 페이소스를 더할 뿐이다.

또 한 사람의 노인이 있다. 4회를 이르도록 감옥에서 나오지 못한 채 결국 거기서 숨을 거두고 마는 유나의 아버지(임현식 분)이다. 딸과 함께 놀이 공원에 놀러가서, 사람들이 불꽃놀이에 눈을 빼앗긴 틈을 타서 지갑을 슬쩍하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불꽃놀이보다 더 감탄하며 첫 소매치기에 입문하게 된 딸, 그래서 아버지와 딸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감옥을 들락거리는 삶을 살게 되었다. 소매치기 아버지는 자신 때문에 소매치기가 된 딸에게 죽기 전의 마지막 유언으로 스스로 잘라낸 자신의 손을 보여준 채 세상을 떠난다. 


유나의 거리 3회
(사진; tv데일리)

비록 4회밖에 되지 않았지만, <유나의 거리> 속 삶은 징하다. 
그 흔하디 흔한 조폭들이 역시도 이 드라마에도 등장하지만, <유나의 거리> 속 조폭들은 삶으로의 조폭이다. '이화룡'을 형님으로 모셨던 도끼는, 큰형님으로 모셔지지만 말뿐, 그의 장황한 연설에 아랑곳않고 젊은 조폭들은 고기를 뜯는다. 그를 모셔갔던 한만복은 그를 주책이라며 힐난한다. 잠시 잠깐 망치를제압하며 큰 형님으로서 위용을 뽐내 보지만, 그뿐, 문간방 생활보호대상자 그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의 똘마니였던 한만복은 이제 조폭을 배경일뿐 침대 옆에 애지중지 모셔놓은 금고 속 통장이 그의 의지처이다. 이젠 동네 조폭들이 영업세를 뜯으러 와도, 자존심을 내세워봐도, 딱히 내세울 것 없는 그저 '왕년'의 조폭이다. 
어디 조폭뿐인가. 대를 이어 소매치기를 하는 유나의 업계도 만만치 않다. 왕년의 소매치기였다가 경찰과 결혼한 박양순(오나라 분)은 자신들의 노래방에서 없어진 손님의 지갑으로 인해 오해를 받는 처지이다. 유나와 자리 다툼을 하는 동료 소매치기들은, 소매치기를 해서 동생들을 뒷바라지하고, 이젠 불경기라 밥 먹고 살기도 힘들다며 불평을 해댄다. 그리고 그런 삶의 미래는, 바로 4회 마지막, 기필코 감옥을 나갈거라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치료한번 받지도 못한 채, 돈을 꾸어 감옥을 찾아온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둔 유나 아버지의 모습이다. 

삶은 조폭이건, 소매치기이건 변함없이 흘러가고, 그 속에서 그들은 쉽게 놓여나질 못한다. 왕년의 멋진 형님은 이제 생활보호대상자가 되었고, 전설의 소매치기는 초라하게 감옥에서 눈을 감는다. 생활은 그들을 밀어 붙이고, 그들은 직업으로 깜냥도 되지 못한 그것으로 인해 삶에 치여버린 모습으로 남는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자식들은, 알면서도 배운 도둑질에서 헤어나지 못하거나, 그 늪 속에 빠져들어간다. 다음 회의 예고에서도 보여지지만, 아버지가 손가락을 자르는 유지를 남겼지만, 여전히 유나는 '소매치기' 세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성실하고 착한 청년 창만(이희준 분)은 본의 아니게, 자꾸 그 세계로 한 발씩 들여놓게 된다. 삶의 골짜기는 깊다. 

4회 감옥에서 나온 유나를 거둬 준 미선(서유정 분)은 그녀가 자신의 뒷배를 봐주는 사장과 저녁을 먹었다는 이유로 그녀의 머리채를 잡는다. 유나도 밀리지 않는다. 두 여자는 길거리에서 육박전을 벌인다. 겨우 창만의 저지로 떼어 놓여진 두 사람, 왜 싸웠냐는 이웃집 여자의 질문에, 미선은 대답한다. 그냥 누군가를 때리고 싶었다고. 자신의 삶에서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을, 그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으로 풀어내 보려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얼굴의 상처와 관계의 후회만 남을 뿐. 당장 유나는 갈 곳도 없고,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 위해 돈을 빌려야 하는 처지이다. 

그렇다고, <유나의 거리>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삶의 비정함을 논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도끼 큰 형님이 행차하실 때마다 깔리는 '대부'의 ost처럼, 드라마는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비극도, 운명도 그저 피해갈 수 없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라며 덤덤하게 드라마는 말한다. 그래서 더,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서늘해지고, 마음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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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5.28 09:53

<서울의 달>이 방영된 건 1994년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2014년의 <서울의 달>이라는 부제를 걸고 또 하나의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JTBC의 <유나의 거리>, 무려 2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90년대 그 시절이나, 21세기의 오늘이나 밑바닥 인생들이 사는 삶은 그리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서울 어느 하늘 아래 몸 부대끼며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질펀하게 그려내는 작가들이 있었다. 
<바보 같은 사랑>, <내가 사는 이유>, <화려한 시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까지의 노희경 작가는, 가난이라는 단어에 한 발을 담그고 사는 이웃들의 얼크러진 인생을 영상화시키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 언제부터인가 노희경 드라마에서 더는 그 밑바닥 인생의 리얼리티는 점점 그 비중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이제 그의 드라마는 화려하거나 세련된 배경의 주택을 배경으로 저들의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되었다. 세월이 흐르고 작가의 삶도 달라졌으니,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달라진 걸 누가 뭐라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여 가는 중에도 여전히, 그곳에서,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에 천착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우리가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김운경이 바로 그 사람이다. 

굳이 예고편에서 <서울의 달>의 홍식과, <유나의 거리>의 유나가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유나의 거리>에서 극중 배경이 되는 유나가 사는 다세대 주택이 등장하자, 기시감이 느껴진다. 그 예전 흥식이 살던, 아니 언제나 김운경 작가의 작품에 익숙하게 등장하곤 했던 가진 것없는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그 동네가 말이다. 

(TV리포트)

김운경 작가의 세계에서는 늘 집주인이 갑이다. 서울 하늘 아래 겨우 방 한 칸 얻어사는 사람들의 생사 여탈권을 쥔 그들이 김운경의 세계에선 재벌 회장님만큼 유세가 대단하다. <유나의 거리>에서도 다르지 않다. 유나가 세들어 사는 집주인 한만복(이문식 분)과 그의 아내는 이층 방에 세들어 살던 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에서도 집주인의 이해 관계를 내세우며 그녀가 염치가 없다며 투덜거린다. 이런 식이다. 자신의 집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을 자신의 아랫 사람 부리듯하며, 갑으로 행세한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뭐 그리 나아보이지도 않는다. 당장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를 슬쩍하는 소매치기들을 소매치기 하는 유나가 드라마의 처음을 이끌듯, <유나의 거리>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조폭 출신에 피눈물도 없어보이는 집주인의 한만복에서 부터, 형사 출신에 하도 돈을 밝혀 걸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봉달호까지 저마다 한 구석에 구린 냄새를 풍기며 그 세계를 이뤄간다. 
물론 구린 냄새만이 그들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냉큼 죽은 여자의 노트북을 챙겼으면서도, 안타까운 죽음을 한 그녀를 위해 향을 피워주고 술을 따라주는 홍계팔처럼 푸근한 사람 냄새 또한 그들의 또 다른 면이다. 일찌기 <서울의 달>에서 제비족 박선생(김용건 분)과 미술 선생(백윤식 분) 그들처럼 말이다.
서울 하늘 아래 발붙이고 살기 위해 눈 앞의 이익을 위해 파렴치하기를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또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을 어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이 김운경이 1990년대에도, 그릭 2014년에도 그려내고자 하는 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이다.

사실 <유나의 거리>는 새롭지 않다. 극중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구도는 <서울의 달>의 그것과 흡사하고, 주인공 유나의 설정은 이미 작가가 <도둑의 딸>을 통해 써먹었던 설정이다. 극중 등장 인물들은,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지고 등장하지만, 김운경 작가 전작 들의 그 누군가가 느껴진다. 남자 주인공 김창만에게서는 <서울의 달>의 춘섭이 떠오르고, 유나는 그 시절 홍식같기도 하다. 아니, 창만과 유나의 관계는 <서울의 달>의 홍식과 영숙의 관계가 역전된 듯하다. 어찌보면 자기 복제 같은데, 그 자기 복제를 모처럼 보니, 새삼스레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유나의 거리>의 첫 회를 보면서, 2014년에도 여전한 그 세계가, 아니 여전히 그 세계의 이야기를 뚝심있게 전해주는 김운경 작가가 어쩐지 반갑기도 하면서, 늘 넉넉하고 화려한 드라마 속 인물들에 길들여지다 보니, 새삼, 아직도 저런 세계가 있었지 라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조차 느껴진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새삼스레 그려지는 여전히 존재하는 우리 삶의 언저리의 저 이야기들을 과연 상류사회의 에스컬레이팅을 시도하던 사람들의 농염한 사랑 이야기 <밀회>를 즐기던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늘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던 입맛으로 모처럼 시장통의 순대국을 모처럼 맛보게 되는 그런 기시감이랄까, 부디 모처럼 맛보는 <유나의 거리>가 푸근한 옛맛의 향수를 넘어 이 시대의 소문난 맛집으로 등극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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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5.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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