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sbs의 <도시의 법칙 in NEW YORK>이 첫 선을 보였다. 정글의 법칙 도시판으로, 땡전 한 푼 없는 뉴욕 생존기를 다룬다. 물론 단순 여행은 아니지만, 뉴욕이라는 이국의 도시로 떠나간 사람들의 고군분투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긴' 여행기에 가깝다. 그에 앞서, 6월 9일과 10일 양 일간에 걸쳐 <SNS  원정대 일단 띄워>가 방영되었다. 명목상 브라질 월드컵 특집으로, 오로지 SNS에 의지하여 브라질을 문물과 먹거리를 체험하는 여행 프로그램이다. SBS만이 아니다. MBC는 지난 5월 30일부터 <7인의 식객>이라 하여, 이른바 스토리가 가미된 음식 기행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봄 개편을 맞이한 공중파 예능들은, 현재까지 KBS를 제외하고, MBC와 SBS가 각가 한 두개씩의 여행 관련 예능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왜 하필 지금 여행 예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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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런 여행 관련 예능의 시도에 있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나영석 피디가 만든 '꽃보다' 시리즈일 것이다.  과연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 시리즈가 트렌드 상품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지 않았다면 이렇게 여러 개의 여행 예능이 거의 동시에 출격할 수 있었을까. 그저 여행을 하는 형식만이 아니다. <도시의 법칙>이나, <SNS원정대 일단 띄워>나, <7인의 식객>까지 내용면에서도 <꽃보다> 시리즈에 빛을 지고 있다. 

무엇보다, 여행을 떠난다는 기본적 전제 조건은 두 말하면 잔소리겠다. 그런데, 누가 여행을 하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영서 피디의 <꽃보다> 시리즈는 기존 예능의 틀을 한 단계 뛰어 넘었다. 이른바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등 인기 MC는 물론, 그들을 대체할 만한 내로라하는 MC진들의 주도 없이, 이순재, 박근형, 신구, 백일섭 등, 예능은 물론, 연예계 자체에서도 뒷방 신세이던 할배들을 프로그램 전면에 끌어들였으며, 그들의 조력자로, 기껏해야 <1박2일> 게스트 경험만 있었던 이서진을 '짐꾼'이라는 희한한 캐릭터로 등장시킴으로써, 신선한 예능의 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 <꽃보다 할배> 시리즈의 성공은, 그에 이은, 하지만 사실 할배 시리즈에 비해서는 맛깔난 재미는 덜했지만, 할배 시리즈가 안정정 성공을 거두었기에 접고 보아줄 수 있는 <꽃보다 누나> 시리즈가 가능했다. 

이렇게 그간 예능이라면 늘 있어야 할 것만 같았던 존재인 MC, 그것도 개그맨 출신의 MC없이, 예능에서 낯선 연기자 출신들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 프로그램을 만듬으로써 나영석 피디는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도시의 법칙>, <SNS 원정대 일단 띄워>, <7인의 식객> 들의 출연자들의 면면도 김성수, 정경호, 백진희, 오만석, 서현진, 김민준, 이영아 등 신선한 연기자 출신들이 대다수다. 

(사진; 7인의 식객 중, OSEN)

<꽃보다 누나> 시리즈에서 후배 이미연은 늘 따라다니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과연 자신들이 어디까지 보여주어야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선배 윤여정에게 털어놓는다. 그런 후배의 고민에, 윤여정은, 자신들이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는 모습이 온전히 날 것만은 아닌, 연기와 리얼의 경계에 놓여 있음을 지적한다. 즉, 연기자 출신 리얼리티 출연자들은, 각각 배우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실제와 연기의 경계 선상에서, 보다 풍부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풀어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서 짐꾼 이서진, 직진 순재 등의 캐릭터의 성공이 바로  그런 연기자이기에 가능한 지점이었다. 시청자들은 몰래 카메라를 통해 보여진 이서진의 면면이 100% 그의 실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능청스럽게 그 상황을 수용해낸 연기자 이서진의 진솔한 매력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진짜인듯, 진짜가 아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간 연기 외에는 방송을 통해 노출이 되지 않은 배우들이기에 가능한 매력들이다. 

후발 주자로 출발한 <도시의 법칙>, <일단 띄워 SNS 원정대>, <7인의 식객>은 선배인 <꽃보다> 시리즈의 이 성공 사례를 충실히 답습한다. 상황을 벌여놓고, 그 상황 속에 던져진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한 배우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매력과 재미를 끌어내고, 그것을 프로그램의 주된 흥미 요소로 끌어 가고자 한다. 그래서 <도시의 법칙>은 예능 블루칩으로 가장 예능에서 낯설은 정경호를 밀고, <SNS원정대 일단 띄워>는 소탈한 오만석과, 자유인 김민준, 야무진 서현진의 매력을 발굴하는데 공을 들인다. 묘하게도 세 프로그램 모두에서 여성 캐릭터인 이영아, 서현진, 백진희는, 남성 못지 않은 털털함과 당당함으로 자리매김하며, 여행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아간다. 

또한 <꽃보다> 시리즈의 주된 흥밋거리는, 흥청망청 여행이 아닌, 이른바 '배낭여행'으로서의 조건적 제한이다. 노년의 할배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이, '배낭 여행'이라는 컨셉에 따라, 적은 돈을 가지고, 스스로 여행지와 맛집을 찾아다니며 벌이는 '고생'이 이심전심 보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로라 하는 인기인이지만, 그 사람들이 낯선 이국땅에서는 나와 다르지 않을 거라는 그 고생담의 공감이, 거기서 빚어지는 진솔한 인간적 매력들이 시청자들을 흡인시키는 매력이 된다. 

그리고 <꽃보다> 시리즈를 벤치 마킹한 후발 주자들은 빠짐없이 이런 요소들을 포함시킨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생존기라며, 가지고 있는 돈과 핸드폰부터 빼앗아 버리는 <도시 법칙>이나, 여행의 극과 극을 보여주겠다며, 배낭 여행팀을 정하고, 적은 돈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미션을 마쳐야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는(그 어드벤티지 조차도 과연 정말 어드밴티지조차 의심이 되는) 극한의 조건을 제시한다. 어떤 도움없이 SNS에만 의존해 여행을 가야 하는 <SNS 원정대 일단 띄워>의 모습은, 핸드폰에 의존해서 갈 길을 찾던 <꽃보다> 시리즈의 짐꾼이 연상된다. 
(사진; SNS원정대 일단 띄워 중, 오마이스타)


이렇게 <꽃보다> 시리즈로 부터 시작된 여행 예능은, 이제 <도시의 법칙>, <SNS원정대 일단 띄워>, <7인의 식객>을 통해 만개하고 있다. 케이블의 아이디어를 공중파가 답습하거나, 확산시키는 컨텐츠의 역전이다. 
물론 <꽃보다> 시리즈 이전에도 무수한 여행 예능이 있었다. 하지만, <꽃보다> 시리즈의 성공은 단지 여행을 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여행을 하는 연예인의 날것의 모습을 통해, 나이가 들거나, 젊거나, 혹은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상관없이 인간 본연의 매력을 깊이있게 다가갈 수 있었던 시간이라는 점이다. <꽃보다 할배>에 새삼스레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노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열정적인, 하지만 지는 석양의 아름다운 노을을 보는 듯한 안타까움에의 공감때문이 아니었을까? 후발 주자들이 성공을 거두가 위해서는, 그저 여행을 떠나거나, <꽃보다> 시리즈가 가진 재미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선배를 뛰어넘을 여행 속에서 발견한 인간미에 대한 천착이 있어야 할 것이다. 

<꽃보다> 시리즈건, 혹은 <도시의 법칙> 등 여러 후발 주자건, 자기 충전과 삶의 돌파구로서의 대안으로서 여행이 보편화된 세상을 반영한 모습이다. 일찌기, 들뢰즈는 노마디즘을 설파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나서는 유목주의야 말로, 몇 천년의 정주 문화 속에 숨겨진 진정한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한다. 21세기에, 여행이 삶의 주된 반전이 되며, 그것이 예능 컨텐츠로서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지금의 삶과 생활 방식에 대한 권태와 회의, 새로운 삶의 대안에 대한 어쩌지 못하는 갈구의, 감각적인 반응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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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6.12 17:29

꽃할배 스페인 편이 마무리되었다. 

처음 프랑스 여행에서 그랬듯이, 장도를 떠난 할배들은 여전한 현역에의 일정 때문에, 처음엔 박근형 할배가, 그리고 다음엔 이순재, 백일섭 할배가 먼저 떠나고, 마지막으로 신구 할배가 남아 홀로 포루투갈 일정을 보내는 것으로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스페인의 풍광은 아름다웠고, 그곳의 유적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기차를 11시간씩 타고, 짐꾼 서진이 하루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할배들 스스로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등의 여정에, 생각 외로 추웠던 스페인의 날씨는 할배들의 여행을 고단하게만 만들었다.
마지막 날,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보고 호텔로 돌아온 할배들은, 여행지의 마지막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소회를 나눈다. 협찬을 받았던 옷 속에 함께 집어넣어 보냈던 지갑으로 시작된 상념은 쉬이 사그라 들지 않았다. 그 정도의 건망증이야, 젊은 사람들에게도 비일비재한 일이건만, 유독 여행지의 마지막 날의 감회 때문인지, 할배들은 정신줄이 오락가락한다며 자신들을 책망한다. 그런 자책의 감정은, 너무 늦은 여행으로 이어진다. 그저 여행은 젊을 때 가야하는 거라고 이순재 할배가 말문을 트자, 신구 할배도 그래야 한다며, 젊어야 설레임도 있고, 그것이 열정으로 이어지는 거라며 맞장구친다. 

네 할배들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지점들, 자신들은 젊어서 결코 이렇게 여행다닐 여유가 없었던 삶을 살아왔다는 그 시절들이, 이제 뒤늦게 온 여행에서 할배들의 또 다른 회한으로 이어진다. 너무 늦게 온 여행, 어쩌면 이제 다시는 올 수 없을 지도 모를 마지막 여행, 늘 할배들의 여행의 소감은 좋았지만, 젊어서 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이라는 회한으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꽃보다 할배>는 그런 할배들의 회한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여전히 어느 젊은 사람 못지 않게 현역으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할배들은, 나이가 무색하게, 젊은 사람들의 열정이 무색하게 여행지에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일관했음을 보여준다. 
밤마다 약을 한 움큼씩 먹으면서도, 생각지도 못한 찬 날씨에 감기에 걸려 안색이 창백해 졌으면서도 할배들은 여행의 일정을 늦추지 않았다. 행여 자신들의 몸 상태로 인해 여정에 차질이 생길까, 늘 괜찮다는 말로 자신의 컨디션을 방어한다. 그런 할배들의 모습은, 그들이 왜 여전히 현역인지를 보여주는 프로의 그것이며, 또한 저물어 가는 자신의 생을 반짝하게 빛내는 <꽃보다 할배>라는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의 발현이었다. 이순재 할배는 말한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어떻게 허투루 시간을 보낼 수 있냐고, 그리고 그 말 그대로, 할배들은 직진하고, 스페인의 아름다운 풍광을, 고고한 역사의 현장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꽃보다 할배 이순재 신구
(사진; tv데일리)

애초에 그 누구보다도 리스본 행을 원했지만, 다른 할배들의 일정으로 인해 취소할 수 밖에 없던 일정이, 단독의 여행으로 되살려지자 당장 오케이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웃던 신구 할배의 모습에서, 마지막 날 이순재 할배와 나누던 회한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강풍이 불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리스본의 거리를 마다않고 거닐던, 그리고 포르투칼의 서쪽 땅끝 바다를 보며 유럽 대륙을 모조리 휩쓸며 내려온 듯한 감회를 밝히던 그 모습에서, 열정이 도드라져 보일 뿐이었다. 

할배들의 첫 여행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이슈가 되던 시기를 지나, 이제 세 번째 여행이 막을 내렸다. 국가적 슬픔으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던 시즌 3는 이렇게 여전한 할배들의 열정과, 그리고 그 속에 숨길 수 없는 나이듦의 서글픔을 담고 조용히 막을 내린다. 

최근 노년의 삶에 대한 연극을 하고 있는 이순재 할배는 연극과 관련된 인터뷰에서 홀로 된 늙으막의 노인들을 사회가 나서서 짝이라도 지어줘야 한다며, 노년의 외로움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인터뷰를 했다. 우리는 할배들 앞에 꽃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그들을 아름답게 미화시키지만, 마지막 인터뷰에서 박근형 할배는 말한다. 이런 여행이 자신들에게 남긴 것은, 세상이 자신들을 밀쳐버리지 않은 것 같아, 쓸모없는 사람이라 치부하지 않은 것이라며 감사하단 말을 덧붙인다. 우리가 소비하는 노년과, 그들 자신이 느끼는 노년의 간극이 선명하다. 

꽃할배의 여행이 여느 사람들의 여행기와 다른 것은, 해가 지기 전 가장 화사한 저녁 놀의 아름다움처럼, 그분들의 열정이 아름답지만, 그것이 유한할 것이라는 그 한시적 경계의 분명함에서 느껴지는 어떤 안타까움이 공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통해, 그저 여행지의 풍광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 풍광조차도 인간의 유한한 시간 속에 존재한다는, 그래서 그 속에 담긴 인간사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깊게 되돌아 보게 되는 시간이 되기 때문에, 여전히 <꽃보다 할배>는 그저 한갓 예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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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5.03 00:31

<꽃보다 할배>의 시청률이 7%를 넘었다. 

케이블 방송의 프로그램 중 <슈퍼스타K>를 제외하고는 아마도 가장 높은 시청률일 것이다. 더구나 시즌을 거듭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할아버지들의 '황혼 배낭여행'이라는 어찌보면 심심할 수도 있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얻은 것은 수치만으로 설명하기에 부족한 감마저 있다. 그 정도로 할배들의 여행은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 일색이다. 
이렇게 <꽃보다 할배>가 붐을 이루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와중에 다른 한편에서는 나날이 낮아지는 시청률로 인해 고전하는 또 하나의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인간의 조건>이다. 그런데 바로 이 <인간의 조건>이 나영석 피디가 kbs를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런칭'한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 두 프로그램의 엇갈리는 희비는 아이러니하다. 

나영석 피디는 <꽃보다 할배>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본인 자신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과 였다고 슬그머니 발을 뺀다. 하지만, 안정된 직장을 떠나와, 프로그램의 인기 여부에 따라 생사가 갈릴 수도 있는 케이블이라는 전쟁터로 들어온 것에 대한 감회를 '도전'으로 대신했던 그의 소감을 기억에 떠올려 보면, <꽃보다 할배>가 나영석, 이젠 그 이름만으로도 브랜드가 되어가는 아이디어 뱅크의 출사표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영석 피디가 <꽃보다 할배> 바로 전에 시도한 것이 바로 <인간의 조건>이다. <인간의 조건>은 이른바 <1박2일>이라는 리얼리티 예능의 해가 저무는 시점에, 관찰 예능으로서의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꽃보다 할배>가 그저 마음 편하게 여행을 하는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담는 '관찰'에 집중하는데 비해, <인간의 조건>은 여섯 남자가 함께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측면에서는 관찰 예능의 성격을 띠지만, 4회 정도에 걸쳐 굵직한 대 미션과 매회 주어지는 소미션이 주어지는 점에서는 리얼리티 예능의 성격도 지니는 '과도기적'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똑같이 나영석 피디가 만들었음에도 이제 30회차를 넘어가는 <인간의 조건>은 처음만 못한 화제와 인기에 고민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처음 <인간의 조건>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등장했을 때, 그 분위기는 <꽃보다 할배>와 유사했다.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네 할배와 한 명의 짐꾼처럼, 그저 웃기는 개그맨으로만 접했던 여섯 남자에게서, 문명의 이기를 빼앗자, 아날로그한 사람 냄새가 풀풀 풍기기 시작한 것이다.



좀 비약은 있겠지만, 나영석 피디의 예능 프로그램의 핵심은 '휴머니즘'이다. 
때로는 지나치게 만들어 낸다 싶을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개개인들이 시청자들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하게 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데 치중한다. 이서진이란 그저 잘 생겼던 남자 배우를 몰래 카메라를 통해, 그 예전의 허당 이승기 못지 않은 국민 짐꾼으로 돌변시키고, 직진 순재에, 로맨티스트 박근형을 만들어 내기 위해 나영석 피디는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을 투자한다. 
<인간의 조건>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뚱뚱한 개그맨이었던 김준현을 아날로그한 감성에 젖어 눈시울을 적시는 여백이 넘치는 인간으로, 온갖 웃기는 분장으로만 다가오던 정태호를 따뜻한 엄마같은 인물로 만들어 낸 것도 바로 <인간의 조건>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똑같이 인간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데 집중했던 두 프로그램인데, <꽃보다 할배>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과 달리, <인간의 조건>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30회 정도 되니 인기가 떨어질 때도 돼서? <1박2일>이 꽤나 오랜 시간 국민 예능으로 인기를 누렸던 것을 되돌아 보면, 겨우 30회차에 벌써 피로가 누적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인간의 조건>을 질리 새도 없이 매 달 새로운 미션이 들어가고, 더구나 최근엔 <꽃보다 할배>처럼 휴가 미션까지 했는데?

아마도 그 결정적 이유를 들자면 무엇보다, 캐릭터의 변주에 있어, <인간의 조건>이 그 깊이를 더하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31회 '휴가의 조건' 4부에서 완성된 김준현의 피톤치드를 앞에 두고 여섯 멤버는 각자 자신의 닉네임을 호명한다. 김준호는 '호감, 호감, 비호감', 김준현은 '뚱이, 뚱이, 뚱뚱이'에 양상국은 '활동'을 담당하고, 박성호는 '불혹'이란 식이다. 여전히 허경환은 '얼굴'이요, 정태호는 '엄마'다. 처음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여섯 남자에게 주어졌던 캐릭터에서 30회차를 넘은 지금까지 이들의 캐릭터에 별 변화가 없다. 첫 회에 보았던 이미지랑, 지금의 이미지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전히 이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납작한' 캐릭터로 각각의 미션을 수행하느라 고군분투한다. 

반면에 <꽃보다 할배>는 겨우 8회만에 캐릭터들이 롤러코스터다. 직진 순재였던 이순재가 다리가 아픈 일섭을 위해 독일어까지 해가면서 길을 알아보기에 분주한 따스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드라마에서 엄격한 회장님이었던 박근형은 부인을 위해 사진을 찍어보내느라 바쁜 로맨티스트다. 사람 좋아보이기가 한량 없던 신구는 시즌 2에서 숨겨왔던 외국어 실력을 내보이며 짐꾼이 필요없단 말이 나올 만큼 리더로서의 몫을 톡톡히 해낸다. 어디 그뿐인가 영문과 출신 일섭은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가 최고요, 대화는 한국어로 완성된다. 게다가 떼쟁이일줄 알았더니, 정의의 화신이란다. 
사실 <꽃보다 할배>의 내용은 별거 아니다. 여행을 가서 무언가를 보고, 뭘 찾아 먹고, 잠잘 곳을 마련하고, 지극히 기본적인 것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열광하게 되는 것은, 그 속에서 찾아내지는 출연자들의 인간적인 매력이다. 매회 샘솟듯 솟아나는 출연자들의 색다른 면모에 젊은 사람들조차 매료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조건>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분명 여섯 남자의 색다른 인간적인 면모였었다. 그런데, 30회를 지난 지금, 여섯 남자는 처음 그 자리에 아직도 서있는 느낌이다. 여전히 정태호는 부지런히 음식을 하고, 무언가를 만든다. 김준현은 열심히 시간만 나면 먹고, 뚱뚱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속내와 능력을 내보인다. 김준호는 여전히 톰과 제리의 제리처럼 잔머리를 쓰기에 바쁘다. 
미션도 해야하는 과도기적 성격이 <인간의 조건> 멤버들의 인간적 모습의 능력을 활짝 펼치는데 방해가 되는 걸까? 돌아가면서 미션 수행하는 모습만 줄줄이 나열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많은 걸 해내는데, 막상 기억에 남는 건 점점 드물어 진다. 

이번 <휴가의 조건>에서 박성호는 시간이 주어지자 용감하게 혼자 사이판 행을 감행한다. 대단한 사건이다. 그런데, 그의 여행 과정은 다른 멤버들이 제주도를 가는 것과 다르지 않게 비춰진다. 그걸 보면 제주도를 가건, 사이판을 가건 무에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의 여행은 <꽃보다 할배>에서 하듯이 잠잘 곳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먹을 곳을 찾고, 여행을 다니는 것과도 같았다. 그러기에 더더욱 <꽃보가 할배>와 비교된다. 할배들이 거리를 걸을 때, 화면을 결코 쉽게 지나친 적이 없다. 직진 순재가 길을 걸을 때마다 '버들잎 외로운 이정표 밑에~' 하고 기가 막힌 배경 음악이 깔린다. 박성호가 사이판의 밤길을 동네 개들을 두려워하며 걷는 모습은 그저 맹숭맹숭 지나쳐간다. 사이판에서 박성호는 여전히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혼자 잘 노는 형일 뿐이다. 

(사진; tv리포트)

<꽃보다 할배>에서 한지민이 할배 일행과 조우할 뻔하다 엇갈린 일이 화제가 되었다. 결국 일정상의 조율 문제로 엇갈렸을 뿐인데, 인간의 도리까지 나오면서 갑론을박 저마다 한 마디씩 하는 분위기였다. 그건 그만큼, 이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감정 이입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반면, <인간의 조건>에 아이돌 그룹 멤버인 이준이와서 하루 온종일을 보냈다. 그런데 그뿐이다. 이미 이준이란 개인의 캐릭터 자체가 여기저기 온갖 프로그램을 다니면서 소진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했던 멤버들의 모습도 새로울 것이 없었기에 화제를 끌 것이 없었던 것이다. 이준과 함께 마빡이를 했다? 그건 화제조차 되지 못했다. 
한때 <남자의 자격>에 몸담았던 김준호가 프로그램에서 꽁트를 할 때마다 프로그램의 좌장 격인 이경규가 질색을 했다. 아마도 그것은 꽁트가 당장 인트턴트 식 웃음을 만들어 낼 지언정, 기본적으로 캐릭터로 깊어져야 하는 프로그램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회를 거듭할 수록, 캐릭터는 여전한데, 꽁트만 늘어가고 있는 것이 최근의 <인간의 조건>이다. 

<인간의 조건>을 보다보면, 무엇을 하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게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인기있는 아이돌 그룹을 초대하기 보다는, <인간의 조건> 멤버들과 인간적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개그콘서트> 멤버들을 활용하란 말을 하고 싶다. <인간의 조건>의 정체 혹은 하강은 미션의 호불호 때문이 아니다. 그 미션을 요리하는 방법과, 그것을 통해 새롭게 그려지는 여섯 남자의 매력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의 초심으로 되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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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08.25 10:23

김석윤 피디는 7월15일부터 jtbc에서 <시트콩 로얄 빌라>를 시작하였다. 시트콩? 말 그대로 시트콤과 콩트의 콜라보레이션을 추구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래콘서트>의 달인팀 김병만, 노우진, 류담을 비롯한 개그맨 이병진과 신봉선을 비롯해, 안내상, 우현 등의 연기자 등이 출연해 로얄 빌라의 각 집을 배경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이미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통해 시트콤의 대명사가 되었고, 이미 2011년 jtbc에서 <청담동 살아요>란 시트콤으로 jtbc를 궤도에 올리는데 공헌한 바 있던 김석윤 피디가 이번에 들고나온 것은 보다 실험적인 장르, 시트콩이다.

김석윤 피디만이 아니다. 이미 <1박2일>을 통해 그 이름을 보장받은 나영석 pd 역시 안주하지 않고, 할아버지들의 여행 리얼리티라는 <꽃보다 할배>를 들고 나왔고, <성균관 스캔들>이후 와신상담의 길을 걷던 김원석 피디가 들고 나온 것 역시 이른바 뮤직 드라마 <몬스타>이다.

 

 

대세를 거스르다; 나영석

흔히들 예능의 유재석, 강호동의 2강 체제니, 거기에 덧붙여 신동엽, 김구라의 4강 체제니 하는 말들을 한다. 강호동의 복귀 후 낮은 시청률로 인해 프로그램 이름조차 바뀌는 상황 속에서도 강호동만이 고고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강'이라 이름 붙여진, 스타 mc의 존재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영석 피디는 그 강호동과 함께 오랜 시간 <1박2일>을 이끌며 이 프로그램을 이른바 '국민 예능'으로 올려놓은 장본인이었다.

그러던 그가 kbs를 퇴사하고 tvn에 들어가 내놓은 첫 작품이 <꽃보다 할배>이다.

<꽃보다 할배>는 여러보로 파격적이다. 이른바 예능에서 강호동, 유재석을 차치했다 하더라도, 예능이라고 하면 아이돌 몇 명 쯤은 끼워넣어야 하는게 요즘 예능의 정석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다. 아이돌이 아이더라도 그저 젊은 사람들이 땀 흘리고 부대끼는 와중에 빚어지는 다양한 상황이 곧 예능이 진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예능의 '정석'을 나영석 피디는 보기 좋게 깬다. 할배들이 그 주인공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할배들을 데리고 여행을 간단다. 그것도 배낭 여행. 그런데, 이미 예고편에서 할배들은 나피디가 하자고 하는 번지 점프 같은 건 가볍게 묵살해 버린다. 물병에 술을 담아 파리 한 가운데 까페에서 여유롭게 건배를 즐긴다. 삼겹살에 된장 찌개를 먹자며 앙탈을 부리는가 하며, 아픈 무릎 때문에 번번히 걷는 게 곤욕이 된다. 나이먹음으로 인한 딜레마와 나이에서 오는 자유로움 혹은 뻔뻔함이 고스란히 <꽃보다 할배>의 색깔이 된다.

시작 전부터 과연 할아버지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프로그램이 될까란 의미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가, 이젠 마치 네 할배들을 정말 '꽃' 처럼 각자 취향에 맞춰' 호불호를 가리며 좋아하는 붐을 일으킨 <꽃보다 할배>의 성공으로 '나영석'이란 이름은 ' 대세가 나와서 성공한 예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성공한 예능이 된다'는 새로운 신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본말을 전도시키다; 김원석

m.net, tvn, 올리브 tv등 cj 그룹 계열의 케이블 tv를 통해 금요일 밤 11시 광범위하게 물량 공세를 펴고 있는 <몬스타>는 묘한 드라마이다. 용준형, 하연수, 강하늘 등 이른바 청춘 남녀 배우들이 등장해, 청춘의 고통어린 성장담과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열심히 이 드라마를 '닥본사'하다 보면, 이 드라마의 실질적 주인공이 어쩌면 이 드라마가 내걸고 있는 '뮤직'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몬스타>의 주인공들은 음악을 매개로 조우하게 되고, 음악으로 인해 오해가 풀리고, 음악으로 인해 성장하게 된다. 심지어 여주인공의 부모 세대의 상처를 상징하고, 풀어내는 것조차 음악이다. 음악을 거둬내고 보면, 순정만화에서 흔히 보던 그저 그런 이야기들이지만, 그것들이 음악을 만나는 순간, 그 어울림은 그저 더하기 이상의 감동을 전한다. 왕따 박규동(강의식)의 사연이 절절해지는 건, 그의 떨리는 목소리를 통해 불리워진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나,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때문이고, 김나나의 외사랑이 공감이 가는 건, 그녀의 어설픈 대사가 아니라, 토해내듯 부른 '사람, 사랑'때문이었다.

<몬스타>의 성공은 그저 또 하나의 청춘 드라마의 성공과는 다르다. 음악과 드라마라는 장르의 조합, 어찌보면, 거기서 더 결정적 요건이 된 음악의 존재감, 바로 새로운 실험의 성공이고, 거기에는 김원식 피디가 있다.

 

 

 

시트콤의 변주; 김석윤

시트콤의 존재 이유는 여러가지로 설명된다.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일정한 공간을 활용하여, 보다 큰 재미를 낳을 수 있는 장르. 하지만 언제나 김병욱의 시트콤이 과연 시트콤인가 아닌가 라는 출생의 비밀(?)을 묻는 질문에 시달리는 것처럼, 시트콤은 코미디 콩트와 드라마 사이에 위험한 줄다리기를 하며 그 존재를 증명해 왔다. 하지만, mbc, sbs에 이은 kbs2의 잇다른 시트콤 폐지처럼, 시트콤의 존재는 이젠 증명 조차도 힘들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김석윤 피디의 전작 <청담동 살아요> 역시 초반에 시작 초기의 종편임에도 불구하고, <청담동 살아요>를 보기 위해 jtbc를 본다고 할 만큼 마니아들을 생성하기도 했지만, 방영 기간이 길어지면서, 늘어지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피로도로 말미암아 '창대한 '끝으로 마무리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김석윤 피디가 이번에 들고 나온 것은, 공중파에서도 한 물 갔다고 치부하는 콩트와 시트콤의 결합이다. 로얄 빌라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귀신과 산다', '무덤덤 패밀리', '신세계', '형사 23시', '시티 헌터 리턴즈', '행복한 올드 보이' 등의 코너가 진행된다.

김석윤 피디의 작품은 '허무 개그'와도 같다. 현실에 기반한 상황들, 그리고 거기에 느리게게 혹은 엇나가게 반응하는 각종 군상들의 반응에서 오는 '썩소'가 바로 김석윤 피디만의 맛이다. <시트콩 로얄 빌라>의 각 코너들은, 귀신을 보지만, 그 여자 귀신이 바로 이상형이라든가, 집에 빨간 딱지가 붙어 있는 상황에서 내일 이혼하려 가자면서도 느긋하게 과일을 까먹고 영화를 보러가는 부부라던가, 행복하다 하지만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존재감없는 50대 가장의 모습에서 가장 잘 김석윤 표 인물들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시트콩 로얄 빌라>는 김석윤 표다운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만큼, 보다보면 중독성이 강하지만, 언제나 중독이 그렇듯, 마치 퍼즐이 맞춰지듯 그 코드에 맞춰져야 공감을 얻게 되는 마니아적인 한계 또한 가지고 있다. 이병진, 우현, 안내상 등, 김석윤의 정서를 제대로 잘 표현해낼 개그맨들과 연기자들의 조합으로 기대와 함께, 어쩌면 한 템포 그 느린 호흡이나 페이소스를 대중적 정서로 공감받을 수 있을까 지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방영되는 곳이 아직은 시청률 사각지대로 인 jtbc라는 역설이다.

 

 

나영석, 김석윤, 김원석 피디들의 새로운 그리고 신선한 출발은, 안주하지 않는 아이디어 뱅크들의 힘찬 도약이기에 반갑다. 그리고 한편에선, 이들의 새로운 실험의 장소가 케이블이나 종편이라는 점에서, 섣부르게 ' 영원히 지지 않을 것 같은 제국' 공중파의 '지는 해'를 점쳐보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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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07.16 10:19

고령화 시대다.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세대 대결이니, 어른 세대가 대동단결해 젊은 세대를 물리쳤느니 하는 분석이 나오는 시대다. 더 이상 쪽수로 어른들이 밀리지 않는 세대, 평균 수명 80세를 넘는 시대다.

**알과 같은 비슷비슷한 종편의 프로그램을 유지시켜 주는 것도 중장년층이요,젊은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넉넉한 중장년층 덕분에, 영화과 뮤지컬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어디 그뿐인가, 진작부터 텔레비젼 시청률의 관건은 바로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중장년층의 위치가 확고해져 갈 수록, 젊은이들은 그들이 즐기는 그것과 거리가 멀어진다.

<뮤직 뱅크>와 <쇼 음악중심>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가는 것을 걱정하지만, 일찌기 중장년층만의 리그였던 <가요무대>는 굳건한 고정 시청률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절대 젊은이들이 이 프로를 보지 않는다. 이른바 대놓고 '막장'의 코드를 내세운 드라마들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집에 일찍 와서 그걸 보는 엄마랑 이야기하느라 앉아있다 함께 실소를 지을지언정, 그걸 찾아보게 되지는 않는다. 지난 선거 때 종편의 정치 프로그램에 심취한 아버지 곁에 앉았다가 심하게 싸워 본 경험, 그게 아니라도 뉴스를 보다 입바른 소리 몇 마디로 부모 자식이 얼굴을 붉힌 기억, 혹은 꿀떠 말을 삼켜버린 기억이 젊은 세대에겐 누구나 한번쯤 있지 않을까. 심지어, 젊은이들과 어른들은 리모컨을 누르는 순서조차 다르다. 심심풀이로 한바탕 리모컨 순회를 할 때도, 젊은이들이 절대 누르지 않는 번호가 있는 것처럼, 어른들이 절대 접근하지 않는 번호 역시 또 있다. 대화가 단절되지 않는 게 이상하고, 공감대의 소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던 젊은 사람들이 <꽃보다 할배>를 기대한다. '닥본사'를 하고, 심지어 어떤 할배가 괜찮더라며 열광하기 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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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파이낸셜 뉴스)

 

 

<꽃보다 할배>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 장년층 연기자 네 분이 프랑스를 거쳐 스위스에 이르는 배낭 여행 과정을 담은 tvn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1박2일>을 이끌었던 나영석 피디의 케이블 첫 작품으로, 마치 <1박2일>의 장년판이요, 해와판 버전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다.

 

많은 어르신들이 텔레비젼에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프로그램이 젊은 층에게까지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무엇일까? 많은 어르신들이 텔레비젼에 나와 하는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그저 앉아서 그분들이 살아오신 경험을 '설파'하시는 포맷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강에 대해서, 부부 관계에 대해서, 고부 관계에 대해서, 자녀 양육에 대해서. 내 부모 이야기도 듣지 않는 젊은 세대가 남의 부모가 나와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걸 즐겨 듣겠는가. 당연히 어르신들이 이야기하고, 또 다른 어르신들이 '그래그래' 하면서 들어주는 순환적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43살의 젊은이(?) 이서진이 '배낭 여행은 2,30대나 가는 거지'라고 푸념을 하듯이 tvn의 <꽃보다 할배>는 네 분의 할배에게 젊은이들의 로망인 배낭 여행을 시킨다. 자기도 가고 싶은 배낭 여행을 할아버지 네 분이 간다니! 관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할배들 대단하다. 첫 회 이서진은 쩔쩔맨다. 물론 걸그룹과의 여행이라며 실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합류했던 여행에서 네 분의 어르신들을 만나니, 당연히 '멘붕'이요, 더구나 여행 경비를 비롯해, 모든 일정을 관리해야 하니, 더더욱 멘붕일 수 밖에 없겠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한때 다 잘 나가시던 분들이라 자존심이 대단하셔서, 쉽게 도와드릴 수' 조차 없어 더 이서진은 쩔쩔 매게 될 수 밖에 없다. 다리가 아픈 백일섭조차, 가방 속에 든 장조림을 지하철에 던져 버리고 발로 찰 지언정, 끝없이 이어진 지하철 경우지의 계단을 가방을 들고 오르는 것을 거부치 않는다. 네 할배들은 여행의 처음부터, 도착할 때까지 자신들의 가방을 스스로 챙기고, 스스로 걸어간다.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던 이순재의 출사표처럼, 어르신들은 스스로 뭔가를 보여줄 자세가 되어있다. 물론 어르신들이 등장해 전국의 맛집이나 아름다운 풍광을 여유롭게 찾아다니는 프로그램들은 꽤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은 상황에 고스란히 노출된 할배들의 모습은 유유자적한 여행기와는 또 다른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 ;뉴스 24)

 

 

거기에 어르신들의 여행에서 오는 페이소스도 만만치 않다. 첫 날 저녁 무사히 도착했음을 기념하며 나누는 축배를 들며, 네 할배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첫 예능, 함께 하는 첫 여행, 그리고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여행이라고. 남의 나라로 가는 여정에서 좌충우돌이던 할배들을 보고 깔깔대다 마지막에 던져진 그 삶의 현실에 울컥해지는 건, 굳이 나이를 따질 필요가 없겠다.

 

 

이제는 그 자신이 스타가 된 나영석 피디와, 이우정 작가가 왜 대단한 가를 보여주듯이, <꽃보다 할배>는 단 첫 회만에, 할배 네 분의 캐릭터와, 그들의 '집사'격인 이서진의 매력을 흠씬 보여주었다. 한 시간여, 방영시간 동안, 특별한 거 없이, 여행 가방을 싸고, 비행기를 타고, 힘들게 머물 곳을 찾아가는 그 여정만으로도, 이 네 분의 할배와 한 사람의 집사의 매력에 빠져버리게 만들었다.

집사 이서진은 불쌍해서 또 보고 싶고, 직진 순재는 80이 넘는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생기'에 감탄하게 만들고, 로맨티스트 박근형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구야형의 따스함은 더 무얼 바라겠는가. 그리고 막무가내 백일섭의 캐릭터는 화룡점정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관건은 재미만이 아니다. 출연자들과 정이 들어 그들이 무엇을 해도 그들과 함께 할 마음의 자리를 시청자들에게 허락받는 것이 바로 관건이다. 그리고 나영석 피디의 <꽃보다 할배> 팀은, 명확하게 그걸 짚어내고 있다. 다음 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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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07.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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