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 스페인 편이 마무리되었다. 

처음 프랑스 여행에서 그랬듯이, 장도를 떠난 할배들은 여전한 현역에의 일정 때문에, 처음엔 박근형 할배가, 그리고 다음엔 이순재, 백일섭 할배가 먼저 떠나고, 마지막으로 신구 할배가 남아 홀로 포루투갈 일정을 보내는 것으로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스페인의 풍광은 아름다웠고, 그곳의 유적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기차를 11시간씩 타고, 짐꾼 서진이 하루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할배들 스스로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등의 여정에, 생각 외로 추웠던 스페인의 날씨는 할배들의 여행을 고단하게만 만들었다.
마지막 날,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보고 호텔로 돌아온 할배들은, 여행지의 마지막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소회를 나눈다. 협찬을 받았던 옷 속에 함께 집어넣어 보냈던 지갑으로 시작된 상념은 쉬이 사그라 들지 않았다. 그 정도의 건망증이야, 젊은 사람들에게도 비일비재한 일이건만, 유독 여행지의 마지막 날의 감회 때문인지, 할배들은 정신줄이 오락가락한다며 자신들을 책망한다. 그런 자책의 감정은, 너무 늦은 여행으로 이어진다. 그저 여행은 젊을 때 가야하는 거라고 이순재 할배가 말문을 트자, 신구 할배도 그래야 한다며, 젊어야 설레임도 있고, 그것이 열정으로 이어지는 거라며 맞장구친다. 

네 할배들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지점들, 자신들은 젊어서 결코 이렇게 여행다닐 여유가 없었던 삶을 살아왔다는 그 시절들이, 이제 뒤늦게 온 여행에서 할배들의 또 다른 회한으로 이어진다. 너무 늦게 온 여행, 어쩌면 이제 다시는 올 수 없을 지도 모를 마지막 여행, 늘 할배들의 여행의 소감은 좋았지만, 젊어서 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이라는 회한으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꽃보다 할배>는 그런 할배들의 회한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여전히 어느 젊은 사람 못지 않게 현역으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할배들은, 나이가 무색하게, 젊은 사람들의 열정이 무색하게 여행지에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일관했음을 보여준다. 
밤마다 약을 한 움큼씩 먹으면서도, 생각지도 못한 찬 날씨에 감기에 걸려 안색이 창백해 졌으면서도 할배들은 여행의 일정을 늦추지 않았다. 행여 자신들의 몸 상태로 인해 여정에 차질이 생길까, 늘 괜찮다는 말로 자신의 컨디션을 방어한다. 그런 할배들의 모습은, 그들이 왜 여전히 현역인지를 보여주는 프로의 그것이며, 또한 저물어 가는 자신의 생을 반짝하게 빛내는 <꽃보다 할배>라는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의 발현이었다. 이순재 할배는 말한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어떻게 허투루 시간을 보낼 수 있냐고, 그리고 그 말 그대로, 할배들은 직진하고, 스페인의 아름다운 풍광을, 고고한 역사의 현장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꽃보다 할배 이순재 신구
(사진; tv데일리)

애초에 그 누구보다도 리스본 행을 원했지만, 다른 할배들의 일정으로 인해 취소할 수 밖에 없던 일정이, 단독의 여행으로 되살려지자 당장 오케이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웃던 신구 할배의 모습에서, 마지막 날 이순재 할배와 나누던 회한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강풍이 불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리스본의 거리를 마다않고 거닐던, 그리고 포르투칼의 서쪽 땅끝 바다를 보며 유럽 대륙을 모조리 휩쓸며 내려온 듯한 감회를 밝히던 그 모습에서, 열정이 도드라져 보일 뿐이었다. 

할배들의 첫 여행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이슈가 되던 시기를 지나, 이제 세 번째 여행이 막을 내렸다. 국가적 슬픔으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던 시즌 3는 이렇게 여전한 할배들의 열정과, 그리고 그 속에 숨길 수 없는 나이듦의 서글픔을 담고 조용히 막을 내린다. 

최근 노년의 삶에 대한 연극을 하고 있는 이순재 할배는 연극과 관련된 인터뷰에서 홀로 된 늙으막의 노인들을 사회가 나서서 짝이라도 지어줘야 한다며, 노년의 외로움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인터뷰를 했다. 우리는 할배들 앞에 꽃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그들을 아름답게 미화시키지만, 마지막 인터뷰에서 박근형 할배는 말한다. 이런 여행이 자신들에게 남긴 것은, 세상이 자신들을 밀쳐버리지 않은 것 같아, 쓸모없는 사람이라 치부하지 않은 것이라며 감사하단 말을 덧붙인다. 우리가 소비하는 노년과, 그들 자신이 느끼는 노년의 간극이 선명하다. 

꽃할배의 여행이 여느 사람들의 여행기와 다른 것은, 해가 지기 전 가장 화사한 저녁 놀의 아름다움처럼, 그분들의 열정이 아름답지만, 그것이 유한할 것이라는 그 한시적 경계의 분명함에서 느껴지는 어떤 안타까움이 공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통해, 그저 여행지의 풍광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 풍광조차도 인간의 유한한 시간 속에 존재한다는, 그래서 그 속에 담긴 인간사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깊게 되돌아 보게 되는 시간이 되기 때문에, 여전히 <꽃보다 할배>는 그저 한갓 예능이 아니다. 


by meditator 2014. 5. 3.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