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아직 볕이 따갑다지만 아침저녁 쓸쓸하다 못해 쌀쌀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계절, 그 더웠던 여름이 다 지나가는 이 계절에 뒤늦게 '서늘함'을 무기로 장착한 두 편의 드라마가 등장했다. 그것도 같은 방송사 kbs2의 월화 드라마 <러블리 호러블리>와 수목 드라마 <오늘의 탐정>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흐르지도 않는 땀을 얼어붙게 하면 어떠랴, 신선한 소재, 새로운 캐릭터들의 향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뻔하지 않음'으로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열렬한 지지자들을 양산할 태세다. 하지만, '호러'라고 해서 두 드라마를 뭉뚱그려 묶으면 아쉽다. '호러'라 해도 두 드라마가 보여주는 '호러'의 경지는 전혀 다른 색채를 가지고 시청자의 일주일을 떨게 만들테니까. 


 




정말 '호러블'한 건 '사람'이야 - <러블리 호러블리> 
드라마는 한 날 한 시에 태어나 운명적으로 엮인 두 남녀 유필립(유을축 박시후 분), 오을순(송지효 분)에게 벌어지는  '미스테리하고 호러블한 사건'들로 시작된다.  마치 세상의 모든 행운을 다 가진 듯했던 '우주대스타' 유필립은  1회부터 칼에 맞을 뻔하지 않나, 산사태에 생매장을 당할 뻔하지 않나, 심지어 8년전 연인이 귀신으로 나타나는 등 운명의 판도가 '불운'을 향한다. 그런데 그런 필립의 불운이 드라마을 쓰는 을순에게 '영적'으로 계시되어 대본으로 씌여지게 됨은 물론, 필립이 위기에 빠지는 순간마다 을순이 필립을 구해주며 두 사람은 엮이게 된다. 

스타 유필립의 과거와 현재가 얽혀진 이러저러한 사건, '귀신의 사랑'이란 대본을 둘러싼 미스테리한 사건들로 복잡해 보이는 드라마,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들을 관통하는 건, 뜻밖에도 인간의 욕망이다. 


 




애초에 죽을 운명이었던 아들, 그 연약한 아들을 구하기 위해 무당이었던 어머니는 을순의 행운을 '도둑질'했다. 거기서부터 어긋난 두 주인공의 운명, 그 어긋난 운명은 현재 또 다른 이들의 '욕망'으로 인해 '사건'으로 분출된다. 그 다른 이는 바로 필립과 함께 아이돌 그룹을 했던 동철과 기은영 작가이다. 자신에게 온 기회를 필립에게 빼앗겼다. 그래서 필립으로 인해 자신이 불행해 졌다 생각한 동철은 필립을 없애는 것으로 자신에게 온 불행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필립의 왜곡된 운명론을 을순에 대해 '샬리에르 증후군'을 가진 기은영 작가가 부채질하고. 그 두 사람의 욕망은 결국 보조 작가 살해와 필립 저격이라는 범죄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사건을 벌인 두 사람만이 아니다.  을순의 목걸이인 줄 알면서도 행운을 빼앗기기 싫어 그 사실을 숨긴 필립이나, 8년전 필립의 전 애인이 죽어간 화제 현장 사건에서 공모의 혐의가 있는 필립 소속사 사장이나, 필립의 현재 여자 친구인 신윤아 등이 움직이는 동인이 모두가 각자의 욕망과 이기심이다. 즉, 주어진 운명이라는 씨줄도 있겠지만 그 운명을 직조해가는 건 결국 '인간의 욕망'이라는 날실이라고 드라마는 얽히고 설킨 사건을 통해 강변한다. 즉, 이 드라마에서 진짜 호러블한 건 미스테리한 현상이 아니라, 거기에 영합하고 이용하는 인간의 이기적 욕망이다. 

미스테리하고 호러블한 사건들로 얽히고 설킨 <러블리 호러블리>에서 '러블리'한 지점은 신선하고 매력적인 두 주인공의 캐릭터이다. 이마의 상처 때문에 얼굴의 반을 가리고 다닐 만큼 우중충해보이는 여주인공 오을순은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캔디나, 하니보다 한 수 위인 캐릭터이다. 을축이 아니 필립이에게 목걸이를 넘겨준 이후로 되는 일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칼을 든 강도 앞에서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배포를 가졌으며, 위기에 빠진 남자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삽질은 물론, 엎어치기 메치기도 거침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빛나던 순간은 바로 16회 엔딩, '운명 따위'하면서 자신들을 얽어맸던 목걸이를 바다로 던져버리는 진취적인 적극성이다. 

백마탄 왕자님처럼 남자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여주인공, 그렇다면 남자 주인공은 '신데렐라'일까? '백설공주'일까? 뜻밖에도 쫄보에 겁쟁이다. 자신의 신상이 밝혀질까봐 검은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쓸 정도로 비겁하고 쫄보인 유필립,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그 '진정성'이 그로 하여금 을순을, 드라마에 대한 을순의 열정을 돌아보게 하고, 나아가 자신의 행운까지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개연성있는 성장의 서사를 써내려가게 한다.  결국 '호러블'한 욕망, 그리고 주어진 운명의 굴레에 맞서는 건, 두 주인공의 '역동적인고 적극적인 러브'이다.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 중 가장 맞춤 캐릭으로 돌아온 송지효, 그리고 황금빛의 여운을 지워버리는 발군의  박시후 표 코믹과 진지를 오가는 연기가 어수선한 호러블한 사건 속에서 두 주인공의 러블리한 사건에 몰입하도록 한다. 


 




죽어도 주인공이야 - <오늘의 탐정> 
<러블리 호러블리>와 <오늘의 탐정>, 이 두 드라마가 '호러'라는 장르 외에 공통점을 들자며, 드라마가 시작하자마다 다짜고짜 남자 주인공을 땅에다 묻어 버린다는 것이다. <러블리 호러블리>가 자칭 헐리우드 스케일로 산사태를 일으키며 주인공이 타고가던 차채 땅에 묻어버렸다면, <오늘의 탐정>은 한 술 더 떠서 남자 주인공을 망치로 쳐 죽여 무연고 사망자로 만들어 버린다. 

시니컬한 하지만 차를 타고 들어오는 의뢰인의 면면만 봐도 그가 지나가는 사람인지, 사건을 의뢰하러 오는 사람인지, 그리고 그가 어떤 인물인지 맞추는 경지로 봐서는 거의 셜록 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주인공 이다일(최다니엘 분)과 그의 조수, 아니 그를 일찌기 알아보고 그와 함께 '어퓨굿맨'을 차린 한상섭(김원해 분)가 드라마를 열 때만 해도 남자 버전의 <추리의 여왕>인가 했다. 

그런데 사건만 해결하면 당장 쫓겨나게 생긴 사무실 임대료를 평생 받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뛰어든 유치원 아이들 실종 사건, 그 사건의 해결을 위해 뛰어든 이다일이 현장에 만난 건 뜻밖에도 범인과 사건 그 뒤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채 서있는 빨간 원피스, 그리고 그 빨간 원피스의 사주를 받은 범인은 이다일의 목숨조차 앗아가 버린다. 남자 주인공이 1회만에 죽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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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시작되자마자 비오는 풀숲 진흙탕에서 솟아오른 손 하나, 그는 그렇게 돌아왔다. 단지, 살아있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살아있지 않은 그를 여느 때처럼 맞아주는 사람이 있다. 이다일처럼, 자신의 여동생을 빨간 원피스의 사주로 잃은 정여울(박은빈 분)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빨간 원피스를 본 것처럼, 다을을 알아봤다. 그리고 동생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서는 다일이 필요하다. 

<오늘의 탐정>은 <셜록>처럼 사건 해결에 능력이 있는 이다일을 앞세운 범죄 수사물이다. 그런데, 그 범죄가 격이 다르다. 드러난 사건은 유치원 아이들 실종 사건, 레스토랑 직원 자살 사건이지만, 그 사건들 뒤에는 빨간 원피스라는 미스터리한 존재가 있다. 그리고 이제 그 미스터리한 존재에 맞설만한 또 다른 미스터리한 존재, 즉 죽어서 살아온 남자 주인공 이다일로 사건의 격을 맞췄다. 이렇게 미스터리와 범죄의 조합으로, <김과정>의 이재훈 피디와 <원티드>의 한지완 작가가 합을 이뤘다. 거기에 셜록보다 더 셜록같은 최다니엘 표 이다일과 <청춘시대>의 송지원못지 않게 똘망한 박은빈 표 정여울의 조합은 절묘하다. 





by meditator 2018. 9. 7. 17:28

현대가에 의한, 현대가의, 현대가를 위한 현대 축구 협회, 지난 26년간 축구 협회의 '견제받지 않은 권력'인 '현대'가의 연이은 협회장 연임에 대해 축구에 조금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새로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그 새로울 것도 없는, 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은 권력에 <추적 60분>이 칼날을 겨눴다. 


 




지난 2017년 카타르 전에 패한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됐다. 그리고 곧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었던 신태용 감독이 선임됐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석연치않은 사건이 터졌다. 2002년 월드컵의 주역이었던 히딩크 감독이 은퇴를 앞두고 무보수라도 한국의 대표팀을 맡아 자신의 감독 생활에 유종의 미를 남기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지난10월 국정감사 자리에 나온 축구 협회 노재호 사무국장은 러시아에서 이 소식을 전해듣고 황급히 sns를 통해 김호곤 기술위원장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고 증언했다. 히딩크 전감독과 김호곤 기술위원장, 그리고 축구 협회 사이의 진실 게임을 둘러싼 잡음들. 결국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사퇴했지만, 결국 대표팀 감독은 히딩크가 아닌 신태용 감독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선수 선발과 '트릭 발언'(포지션에 맞지 않은 선수 선발과 관련된 신태용 감독의 전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신태용감독은 트릭이었다고 답했다) 대변되는 전술 부재 논란. 


 




감독들의 무덤이 된 대표팀 
하지만 축구 협회에서 감독 경질과 새 감독 선임의 논란은 새로운 사건도 아니다. 히딩크 감독 이후 10명의 감독이 대표팀을 거쳐갔다. 평균 1년 6개월 정도만 감독직을 맡은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히딩크만큼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감독을 자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협회가 자신들의 책임을 덮고, 가리기 위해 감독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임만이 아니다. 1994년 당시 미국 월드컵을 이끌었던 김호 감독은 선수 선발과 기용에 있어서 김독의 자율성이 침해되었으며 이에 순순히 응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건 '경질'이라며 협회의 감독 권한 침범을 증언한다. 
또한 2011년 레바논 전에 패한 후 조광래 감독은 하루 아침에 감독 직을 잃었다. 당시의 정황은 조광래 감독의 경질이 경기의 패배보다는 당시 협회장 선거를 둘러싼 파벌에서 조광래 감독이 협회 내 야권에 해당하는 인사와 가깝다는 이유였음을 보여준다.
히딩크 감독을 제치고 대표팀 감독이 된 신태용 감독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월드컵 기간 내내 논란이 되었던 선수 기용, 전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그 자리에 중국 리그에서 아시아권 선수들에 대한 이해 부족, 부진 등의 이유로 경질된 벤투 감독이 선임됐다. 이번에도 그 과정에 대해 협회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래서 어느덧 대한민국 대표팀은 '감독들의 무덤'이라 칭해진다고 다큐는 말한다. 

'우리의 축구 수준이 여기까지라고 저는 판단내려지고요. 
우리가 더 잘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에게 능력을 키우라고 얘기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 축구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지금 보이는 것만 바꿔서 내보낼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어두운 것을 털어내고
벽을 깨고 앞으로 나가기를 원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박지성



파벌을 둘러싼 감독 선임과 경질, 이른바 모 대학 동문 중심의 선수 기용 등에 대해서는 이미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일반인들 조차 기정 사실로 치부하고 있는 사실들이다.  오죽하면 지난 월드컵 경기를 관전한 각 방송사의 지난 2002 월드컵에 참여했던 선수 출신의 해설가(박지성, 안정환, 이영표 등)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축협의 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후배들의 엄정한 요구에 대해 축구협회 이사가 된 홍명보 전 감독은 '경기를 얕게 해석'했으며, 후배들이 선수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없다'고 폄하하며 축협에 대한 비판을 일축했다. 


 





왜 현대는 축협을 놓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도대체 고질병이 된 축협의 문제 그 실마리를 다큐는 2013년 정몽준 회장에 이어 대한 축구 협회장이 된 현대 산업 개발 회장으로 부터 풀어가고자 한다. 
다큐는 질문한다. 도대체 왜 현대가는 26년 동안 축협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일까?

한 해 천억원의 예산을 가진 축구 협회, 지난 2013년  축구 협회장 선거 과정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억원의 돈이 오간다는 소문 끝에 정몽규 회장이 당선되었다. 당선된 정몽규 회장의 첫 사업은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는 반대를 불식하고 '축협 회관 리모델링'이었다. 

당연히 협회 사람들은 새로이 당선된 현대 산업 계발 회장의 선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급작스런 이사 등 번거로운 리모델링 과정을 거치고 돌아온 후 알게된 사실은 십 몇 억이 든 리모델링 사업이 올곧이 협회 예산이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심각한 건 이 과정에 현대 산업 개발 계열사가 참여했으며 특히 동생 정유경 씨의 실질적 송유주로 짐작되는 업체가 인테리어를 맡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업체는 <추적 60분>이 추적해 들어가자 홈피의 사진을 지우는 등 황급하게 소규모 행사를 했을 뿐이라 발뺌을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년도에 비해 26배나 많은 54억의 현금 수익을 챙기는 '특혜성 공사'를 한 것으로 다큐는 짚는다.

이뿐이 아니다.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 시기에 만들어진 B스포츠 마케팅 업체는 현대 산하 금강 기획 출신들이 주축으로 만들어진 마케팅 업체로 협회의 마케팅 업무를 독점해왔다.  
다큐 제작진의 질문에 경쟁 입찰에 따른 공정한 참여였다고 답했지만, 이 업체보다 서너배나 돈을 많이 쓴 타 업체조차 입찰 과정에서 튕겨져 나가는, '협회에 대해 잘 아는'이라는 모호한 선정 방식에 대해 전문가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라 단정한다. 하지만, 이른바 오랫동안 현대, 현대 산하 기업에 몸을 담아온  '현대맨'에의한 회사는 이른바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이 아니기에 '법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절묘한  수법이기에 '법적 처벌'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역대 축구 협회 임원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한 다큐 제작진, 191명의 역대 협회 임원 중 현대에서 일한 사람은 53명에 달했다. 더구나 2017년 조중연 전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단란주점, 안마시술소 등에서 법인 카드를 쓴 공금 유용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극에 달한 상태다. 심지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비리 임직원 중 6명이 여전히 축구 협회 임원등으로 재직하는 등 '협회 카르텔'은 공고했다. 현대 맨들이 장악되었다는 조직과, 그 조직에 의한 현대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다큐는 협회에 투자한 현대의 돈보다, 협회로 인해 얻은 현대가의 이익이 훨씬 크지 않겠는가 라고 반문한다. 

1000억원의 규모를 3000억원의 규모로 확장시키겠다는 슬로건으로 전폭적 지지를 얻어 당선한 정몽규 회장, 하지만 대표팀을 제외한 한국 축구의 현실은 초라하다, 대표팀의 베이스가 되어야 할 유소년 축구, 하지만 지원은 커녕, 고교 축구 연맹전은 학부모들의 품앗이로 진행된다. 지원이 부족한 프로 축구는 수익성이 나날이 떨어지며 고전 중이다.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우리의 축구 행정을 잘 하기 위해 만들어진 축구 협회는 국민들의 것일까? 아니면 현대의 또 다른 계열사 중 한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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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축구협회여야 할까? 
물론 축구 협회는 사단법인이다. 재벌이라는 금권에 기반한 스폰서의 경제적 지원에 의한 단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렇게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공개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큐는 이의를 제기한다. 축구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없다면, 국가대표 팀의 경기라도 있을라치면 거리를 붉게 물들이는 국민적 호응이 없다면 축구 협회의 존립이 가능하겠는가라고. 

재벌 기업의 사재를 털었다지만, 공적 기금이 들어갔음은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각종 시설 등을 사용하고 있는 축구 협회는 '공공재'로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또한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끈 덕에 국민적 호응을 얻어 대선 후보까지 나섰던 정몽준 후보의 사례에서도 보여지듯이 그저 재벌 회장과 달리, 축협 회장이라는 '왕관'의 무게로 인해 얻는 이익은 경제적 수치 그 이상이라 다큐는 단언한다. 

이미 준정부적인 조직으로 거대화된 축구 협회, 그럼에도 여전히 '현대'라는 개별 기업에 의해 장악된 조직,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받은 공적 역할에 걸맞은 책임과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다큐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조직이 스스로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법적 개입조차 필요하다 덧붙인다.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우리 축구인들이 힘을 합쳐서 
희생을 감내하고서라도 뭔가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4년마다  매번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지성










9월 5일 <추적 60분>에서 현대에 의한 축구 협회에 대한 비판적인 방송이 방영되자, 6일 협회는 반박문을 발표했다. 그 반박문은 다음과 같다. 

<추적60분> 방송에 대한 대한축구협회 반박문

 
1. 대한축구협회가 희생양을 위해 대표팀 감독 경질만 되풀이한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릅니다. 최근 몇년전부터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철저히 신뢰하고 최대한 임기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감독 선임 기구도 새로 정비하고 선임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최상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2. 축구회관 인테리어 공사를 현대산업개발 관련 회사가 시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2013년 시행한 축구회관 인테리어 공사는 입찰을 통해 정상적으로 시공사를 선정했으며, 현대산업개발 관련 회사가 아닙니다. 정몽규 회장의 여동생이 지분을 가진 모 회사는 이 시공사에 납품을 한 여러 회사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3. 대한축구협회가 ‘현대가’의 특정 마케팅 대행사와 유착했다는 주장에 대해
 
2015년까지 대한축구협회 마케팅 대행사는 독점이 아니라 여러 회사가 자유롭게 참여할수 있었습니다. 방송에서 의혹이 제기된 모 회사는 오랜 경험과 실적으로 협회와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았을 뿐이며, 현대와 직접적인 관계도 없습니다.  2015년말 실시한 통합 마케팅 대행사 선정 역시 공정한 절차에 따라 능력과 실적을 겸비한 회사를 선정한 것이므로 유착이라 할 수 없습니다. 
 
4. ‘현대가’가 막대한 이익을 위해 대한축구협회를 장기집권한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릅니다. 막대한 이익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현대 관련 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로, 성인팀만 4개(울산현대, 전북현대, 부산아이파크, 인천현대제철)이며, 초등부터 대학까지 합치면 총 18개의 남녀 축구팀이 있습니다. 최근 5년간 18개팀의 운영비로 투입된 금액만 총 3,900억원입니다. 현대 관련 기업이 지난 2010년부터 7년동안 K리그의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낸 후원금이 200억이 넘습니다. 또한 현대자동차가 FIFA, 현대중공업이 AFC의 후원사로 참여해 한국 축구의 국제적 위상도 높인바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시 정몽규 회장이 당선을 위해 금품을 제공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최근 선거에는 100명 이상의 선거인단이 참여하기 때문에 압력을 넣거나 불법 로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대한축구협회장의 임기를 3회로 제한한 것은 FIFA나 AFC의 방식을 참고한 것입니다. 국내 다른 종목 단체의 회장은 기본으로 2회를 연임할 수 있고, 대한체육회 승인을 받으면 추가로 얼마든지 연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가 정한 3회 임기 제한이 오히려 회장의 임기를 제한한 것입니다.
 
5. 대한축구협회는 유소년 지원에 관심없고 대표팀 성적에만 치중한다는 주장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에서 나오는 주장입니다. 학원 축구 리그제 정착, 동호인 축구 디비전 제도 도입, 골든 에이지 훈련, 8 대 8 도입 등 유소년과 아마추어 축구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8년 한해 유소년 축구에 투입되는 비용만 144억원입니다. 열악한 환경의 유소년 축구 사정은 잘 알고 있으나,  특정 팀과 지도자, 선수 개인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6.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임직원의 징계를 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6~7년전에 발생한 사건으로 협회 징계위원회에 상정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검찰 수사 발표가 안되고 있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수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필요한 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2013년부터 클린카드 실명제 등 회계 시스템을 도입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by meditator 2018. 9. 6. 16:09

결핵은 결핵균(미코 박테리움)에 의해 감염되는 질환이다. 기원전 7천년 경 석기 시대 화석에서 발견됐을 정도로 인류와 함께 해온 질병이며 가장 많이 인류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이기도 하다. 결핵 환자에게서 나온 미세한 침방울 혹은 비말핵(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결핵균이 들어있는 입자가 공기 중으로 나와 수분이 적어지면서 날아다니기 쉬운 형태로 된 것)에 의해 감염된다. 하지만 감염된다고 해서 모두 결핵에 걸리는 건 아니다. 대개 접촉자의 30%가 감염이 되며, 그 중 10%가 결핵 환자가 되며 나머지 90%는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발병하는 사람들의 경우 감염 내 1~2년내 발병하고, 나머지는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되는 때에 발병하게 된다. 그러기에 결핵의 발병에는 면역력이 약화되는 조건, 즉 영양의 부족 등의 상황이 주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북한의 경우, 생활고로 인해 영양 상태의 부족으로 인해 결핵 감염율이 높다. 인구 10만명 당 결핵 환자가 550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통계 조차도 정확하지 않다. 심각한 건 기존의 결핵 약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운 슈퍼 결핵, 다제내성 결핵 (Multi Drug Resistant Tuberculosis, MDR-TB)환자가 6000 여명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9월 3일 방송의 날 특집으로 방영된 mbc스페셜은 이 '다제내성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 6개월에 한번씩 북한을 방문하는 유진벨 재단의 여정을 그린다. 




주적 미국과 남한, 그리고 북한이 함께 하는 
이 여정을 함께 한 사람들은 각별하다. 우선 이 다큐는 북한 출신의 외조부모를 둔 석해인 감독의 <out of breath>의 한국어 판이다. 봉사단과 함께 2년에 걸쳐 북한을 방문하여 완성된 다큐는 이미 일본에서도 방영되었고, 조만간 영국에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오로지 외조부모들이 북한 출신이라지만 북한을 떠난 이후로 단 한번도 다시 고향 땅을 밟아보지 못했던 분들의, 그래서 북한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던 '이방인' 석감독의 눈으로 본 북한, 그리고 봉사의 여정은 그래서 담담하고 객관적이다. 

그녀의 눈에 비친 북한은 그녀가 보았던 1950년대 남한의 풍경과도 같다. 민둥산 비포장 도로, 그곳을 달려 도착한 곳은 함경도 시골 마을, 그곳에 북한의 결핵 요양원이 있다. 하지만 말이 요양원이지. 수용 시설에 가까웠다. 겨우 일반 결핵 환자들을 위한 약이 있을 뿐 다제내성 환자들에 대한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이다. 그나마 약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마치 경제 금수 조치를 당한 쿠바에 1960년대 클래식 카가 활보하듯, 말이 뢴트겐이지, 작동되는 자체가 기적이라 할 폴란드에서 1950년대 제작된 기계가 환자들의 x선 촬영을 담당하고 있다. 

그곳에서 북한 사람들이 주적이라 여기는 미국인이 유창하게 북한 사람들에게 '동무'라며 자신들의 방문에 대해 소개를 한다. 스티브 린튼 박사, 한국에 왔던 선교사의 자손, 그는 성경을 손에 들고 온 할아버지처럼, 성경 대신 결핵 약을 바리바리 싣고 북한 함경도 골짜기를 찾았다. 세계 보건 기구(WHO) 에서 다제내성 결핵 치료 지침서를 작성한 전문가이자 세계적인 결핵 전문의 한국계 미국인 승권준 박사도 함께 한다. 말이 결핵 약이지, 봉사단의 북한 행을 일행은 '외계와의 조우'에 빗댄다. '아무 것도 없다'란 전제 하에 그곳에서 봉사를 펼칠 '모든 것'을 준비해 가야 하는 여정. 그곳엔 숨쉬기 조차 힘들어 하면서도 기꺼이 쉽지 않은 치료에 합류하고자 하는 환자들이 있다. 




봉사단이 아니면 불가능한 치료, 그러나 쉽지 않은 
키 169 센티, 하지만 몸무게는 46kg에 불과한 김태성 씨, 그는 묻는 말에 대답하기조차 숨차한다. 휠체어에 실려온 젊은 청년은 잠시 몸무게를 재기 위해 홀로 서는 것조차 쉽지 않다. 먼길을 아내가 끄는 리어카에 실려온 중년의 환자도 있다. 그들은 모두 '포기된' 사람들이었다. 심각한 건 환자를 건사하다 주변의 가족들이 감염되어 아빠와 어린 딸, 엄마와 어린 아들이 함께 찾아오는 사례이다. 마치 권정생의 동화 <몽실언니>에서 어머니 북촌 댁의 폐결핵을 전쟁 통에 끼니조차 챙기기 힘들던 몽실 언니의 동생 난남이가 이어받듯이 말이다. 그래서 승권준 박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옮기는 결핵이 가장 치료하기 힘들고 어려운 질병이라 정의한다. 그렇게 갖가지 증상과 상태로 모인 기존의 결핵 약으로는 치료가 더 이상 불가능한 다제내성 결핵 환자들. 그들에겐  진단을 위한 객담 조사조차 버겁다. 

봉사단은 그들과 함께 한 북한의 결핵 전문가, 그리고 현지의 의료진과 함께 환자들의 실태와 상태 조사에서부터 시작한다. 전기조차 여의치 않은 요양원의 처지로 인해 발전기까지 구비해야 하는 진료 과정, 그 과정과정은 늘 예기치 않은 변수와의 실랑이이다. 하지만, 그 변수들을 극복해 내며 봉사단이 애를 쓰는 건 바로, 북한 내에서는 약조차 구할 수 없는 다제내성 환자들에 대한 치료와 교육이다. 

봉사단이 약을 가져가지만, 약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기존의 결핵 약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다제내성 결핵을 치료하기 위한 약은 '치료'만큼 '독성'도 강하다. 우울증이 생기기도 하고, 청력을 잃을 수도 있고, 신부전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약 자체를 먹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환자들이 그 어려운 투약 과정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드는 '정신 무장'도 방문단의 주요한 일정이다. 하지만, 6개월에 한번씩이라는 짧은, 그리고 가끔씩의 여정은 '6개월 후에 만나요'라는 기약할 수 없는 인사를 남겨야 하는 안타까운 여정이다. 




6개월, 하지만 기약할 수 없는 
이 봉사단의 여정이 기약할 수 없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그 중 전제가 되는 건, 바로 언제나 요동치는 한반도의 정세이다. 그저 북한의 치료받지 못한 결핵 환자들을 돕고자 하는 이 인도주의적인 여정은 언제나 남북한의 정치 정세게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무슨 충돌이 있더라도 환자는 같이 살리자.' 그래서  '성숙된 인도주의 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스티브 박사는 강변한다. 

그리고 그 다음은 6개월에 한번이라는 이 상시적이지않은 인도주의적 봉사가 북한의 환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보살핌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6개월 후에 꼭 봤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곳을 떠나는 봉사단을 그 말이 얼마나 기약할 수 없는 단어인 줄 안다. 분명 차도가 있고 열의가 있던 환자였지만, 봉사단이 6개월 후에 그곳을 찾았을 때 그 환자가 유명을 달리하거나, 더는 양의 효험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요양원을 떠나는 사람들은 두 부류이다. 더는 이곳에서 조차 치료의 기대를 할 수 없어, 혹은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여 떠나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떠나는가 하면, 어려운 치료 과정을 거뜬히 이겨내고 건강인으로 다시 사회에 복귀하는 경우이다. 그들은 모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라는 종이학 목걸이를 걸고 그곳을 떠난다. 몇 번의 방문에서 정이 든 봉사단은 완치가 못되어 떠나는 이들에겐 포기하지 말라는 간곡한 인사와, 건강해서 떠나는 이들에겐 앞날의 행복을 기원하며 그간의 정을 다한다. 

다시 돌아온 남한, 봉사단을 다시 분주하게 자신들의 인도주의적 봉사를 위한 도움을 요청하고,  북한의 환자들을 위한 약과 의료 기기를 준비하고 그들의 방문에 맞춰 서둘러 보내고자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기기조차 '방북'이 쉽지 않은 상황, 인도주의적 봉사의 여정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현재 북한의 결핵은 해마다 4,5천명 규모로 발생하는 상황, 공식적으로 집계된 환자 수는 11만 명 하지만, 이 공식 집계는 비공식적 집계의 10%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해마다 2백만 명 가량이 결핵으로 사망하고, 그 중 상당수가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어린 시절 해마다 크리스마스 때면 크리스마스 씰이라는 기념 우표를 샀던 기억이 있다. 그 크리스마시 씰을 처음 발행한 사람은 1928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결핵 요양소를 세운 캐나다의 선교사 셔우드 홀이다. 그렇게 남한의 결핵 퇴치에 앞장섰던 선교사들처럼, 그들의 후예들은 여전히 북한의 결핵 퇴치와 치료에 힘쓰고 있다. 유진 벨 재단의 스티븐 역시 그런 사람이고, 그의 활동은 그의 선인들의 활동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우리나라에 와서 결핵 퇴치에 앞장섰던 선교사들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듯, 이제 북한 결핵 봉사에 대해서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너그러운 아량과 베품을 나눌 때가 아닐까. 

by meditator 2018. 9. 4. 04:16

인생의 1/3에 해당하는 시간을 보내는 잠, 길지도 않은 인생에 머리를 바닥에 붙이고 자는 그 시간이 너무도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마도 인생의 어떤 시기에서 이런 생각을 안해본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다큐에 나온 고 3 수험생은 계산한다. 하루에 한 시간, 그게 24일이 모이면 하루, 그 시간 동안 내가 자고, 내가 자는 시간 그 누군가가 깨어서 공부를 한다는게 두렵다고. 이른바 그 예전 시절 4당5락이라 말하던 '입시 괴담'의 2018년 버전이리라. 

그런데 입시만 끝나면 실컷 잠을 잘 수 있다던 '로망'은 이 시대에 불가능한 꿈이 되었다. oecd 회원국 중 수면 시간 우리나라는 평균 7시간 49분으로 꼴찌, 그런데 이 평균 수면 시간을 본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든 생각은 '세상에 7시간이나 잔다고?'가 아닐까? 직장인들 10명 중 8명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 내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학교에서, 직장에서 잠을 포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평균 7시간조차 꿈의 수면시간 처럼 보이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게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이 이어지며 이제는 잠을 자는 시간조차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잠이 '사치'가 된 세상에서 막상 잠을 자려 해도 '숙면'을 취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다시 쓰는 불면 일기>를 기획한 작가 최성우씨, 그는 늘 졸음에 시달린다. 하지만 해야할 일은 그를 '포근한 잠자리' 대신, 자판 위의 끄덕이는 졸음으로 대신하게 하고, 정작 잠을 자려 해도 잠이 쉽게 들지 않고, 잠을 자도 개운치 않다. 

잠보다 무서운 수면 장애 
이렇게 '잠'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오지용씨는 늘 졸립다. 운전 중에도 졸음과의 전쟁을 벌이는 그, 하루 7시간 정도 자는데도 그는 졸립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 운동까지 하지만, 그의 '수면'과의 전쟁은 쉬이 나아지지 않는다.
늘 졸리기야 방송국 피디만한 사람이 있을까? 오학준 피디는 자타공인 잠보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미래를 위해 잠을 강탈해야 하는 처지, 겨우 밤을 새워 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자신이 즐겨하는 게임을 위해 잠을 양보한다. 그래서 일까, 그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우려할 정도로 현격한 기억력 감퇴에 시달린다. 
5번째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조하영씨는 겨우 잠자리에 들어서도 불면의 밤을 보낸다. 잠을 줄여 공부에 보탠 시간은 그녀에게 수능 성적으로 보상을 해왔었다. 그게 습관이 되어버린 이제, 잠은 그녀에게서 멀리멀리 달아났다. 




자신의 삶에서 '잠'을 빼앗아 자신의 꿈을 위해 썼던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건 작건 수면 부족에서 부터, '수면 장애'에까지 잠과 관련된 각종 스트레스와 질환에  시달린다. 그래서일까 어느덧 대한민국에서 잠과 관련된 산업의 시장이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잠(sleep)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가 등장했다. 잠이 부족한 직장인들을 위한 수면 카페가 등장하고, 숙면을 위한 각종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목침 하나 궤면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던 옛사람들의 여유는 저리 가고, 침대는 과학에 이어, 베개의 과학까지 우리의 지갑을 열도록 만든다. 

이렇게 다큐는 부족한 잠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부터, 그 잠을 줄이도록 강요된 사회에서 결국 수면 장애까지 앓게 된 현대인들의 사정을 사례별로 다룬다. 그렇다면 이제 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 없게된 현대인들에 대한 해법은 어땠을까? 안타깝게도 시대가 현대인들의 부족한 잠을 해결해 줄 수 없듯이, 다큐의 처방은 또 다른 '침대의 과학'으로 귀결된다. 

과학이 숙면을 인도하리라? 
다큐는 등장했던 사람들을 수면 검사실로 인도한다. 수면 다원 검사를 통해 다양한 수면의 내용을 들여다 본다. 너무도 잠을 잘자서 활동명조차도 슬리피가 된 가수 슬리피, 검사 결과 그는 잠을 잘 자는 게 아니었다. 심한 코콜이로 인한 수면 무호흡증, 그리고 부정맥, 그것들이 그를 자도 자도 또 잠을 자도록 만들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수면 장애를 보이던 출연자들은 대부분 검사 과정에서 잠에 빠져드는 시간이 길었다. 또한 수면 과정 중 깨어나는 각성도 빈번했다. 반면 하루 4시간만 자도 20시간을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다던 이른바 나폴레옹 수면법의 김쌍규 씨는 입면도 쉬웠으며, 수면 도중 깨는 각성도 없이 깔끔하게 수면의 사이클에 몰입했다. 

사람이 잠을 자는 과정은 총 4단계로 나뉘어 진다고 한다. 그 중 1, 2 단계는 주변의 소음에 무뎌지면서 잠에 빠져드는 단계, 대부분 수면 장애에서 잠이 드는데 힘이 들어 하는 사람들은 이 과정에 문제가 있다. 다음 3단계는 깊은 잠에 빠져드는 단계, 이 과정에서 몸과 뇌가 휴식을 취하며 손상된 세포가 복귀가 되고, 노폐물들을 배출하여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몸의 상태를 이루는 단계이다. 이 단계가 순조롭게 되지 않았을 때 면역성이 저하되어 당뇨와 같은 성인병이나 각종 암, 감염 등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한다. 잠을 자는 도중 자꾸 깨는 경우, 이 3단계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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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는 김쌍규 씨와 같은 깔끔한 입면과 각성없는 잠의 이상적 상태를 위해 '과학'을 제시한다. 우선 슬리피나 직장인 오지용씨의 경우에서 처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수면 무호흡증의 사례를 살펴보고, 작가 최성우 씨 사례의 이갈이 치료법도 소개한다. 더불어 암막 커튼과 가습기, 안락하고 적절한 침구들의 환경을 제시한다. 결국, 슬리포노믹스의 범주이다. 

과연 자본 2조원의 슬리포노믹스는 우리를 수면 장애에서 구할 수 있을까. 밤샘 작업이 필요한 방송국의 작업 환경, 다섯 번째 도전해야 하는 수능, 그리고 남보다 한 시간 더 자는 게 불안으로 이어지는 고3의 시간, 4시간 자면 개운하다는 사장님 앞에서 조금 더 자는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처럼 고개를 수그려야 하는 회사 생활, 과연 이런 현실의 스트레스가 암막 커튼과 푸근한 잠자리가 구원해 줄 수 있을까? 혹 그 무엇도 해결해 줄 수 없는 현대인을 위한 당의정같은 플라시보 해법이 아니었을까. 

by meditator 2018. 9. 3. 16:14

지난 29일 소상공인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최저 임금 제도 개선 국민 촉구 대회'를 열었다. 소상공인 총궐기의 날로 정한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수백여 업종, 지역별 소상공인 3만 여명(경찰 측 추산 1만 5000 명)들은 최근 결정된 최저 임금제 결정과 관련 소상공인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최저 임금 차등 적용 등 생존권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강력하게 밝히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운 정부는 그에 맞춰 '최저 임금제'를 인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저 임금제'의 인상은 낮은 알바 시급 등에 의존하여 근근히 영업을 해온 자영업자들에게 타격을 주게 되었다고 소상공인들은 주장한다.  결국 이들이 '생존 보장'을 외치며 거리에 나서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올 한 해 폐업하는 자영업자는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보다 10% 뛰어 역대 최대치인 87.9%를 기록했다. 2년도 안돼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10곳 중 4곳이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자영업자의 폐업 속출은 '최저 임금제'때문만일까? 지난 8월 30일 방영한 <다큐 시선- 당신의 음식값, 만족하십니까>는 최저 임금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소상공인의 딜레마를 설득한다. 




560만 자영업자들이 빠진 블랙홀
족발집을 6년 째 운영하는 석희철씨는 요즘 하루에도 12번 씩 가게를 접을까 고민한다. 그만이 아니다. 석씨 가게 주변에 2~30년 정도 자영업을 하던 분들도 입을 모아 '이런 경기는 없었다'라고 혀를 내두른다고 전한다. 작년부터 내리막길이던 가게 운뎡은 이제 반토막이 났다. 두 솥 가득 끓여대던 족발은 이제 겨우 한 솥, 그 마저도 최근엔 하루 2만원치기 장사, 아니 그보다도 못할 때도 있다. 최저 임금제를 떠나, 장사가 안되니 인건비가 감당이 안돼서 알바는 주말에만 쓴다. 불금, 불토가 없어진지 오래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면 돈이 된다던 자영업의 장점은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었다. 몸을 움직여 돈을 벌던 기쁨을 누린 지가 언젠지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프렌차이즈는 좀 나을까? 
피자 브랜드를 운영하는 최은자씨와 함께 매장을 운영하던 남편은 매장을 아내에게 맡긴 채 다른 일을 찾아 나섰다. 대출까지 받아 운영비를 마련하는 상황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도대체 자영업자들을 블랙홀에 빠뜨린 원인은 무엇일까? 어느 한 가지가 아니다. 물론 소상공인들을 거리로 내몬 최저 임금제도 있다. 하지만, 나날이 치솟는 임대료, 올해와 같은 폭염에는 청전부지로 치솟는 채소값처럼 감당할 수 없는 자재 구입비, 그리고 프렌차이즈의 경우 가맹비, 거기에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배달 앱으로 인한 비용 들이 몸을 움직인 만큼 돈을 벌던 자영업자들의 이익을 찢어발겨 나누어 가져간다. 다큐는 우리가 음식값으로 지불하는 비용 속에 숨겨져 있는 '알수 없는 비용', 그 중에서도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배달 앱 시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배달의 화려한 리바이벌, 배달앱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배달을 시작한 된 구한말이다. 상상이 되는가, 거리에 해장국과 설렁탕이 배달되는 풍경이. 그 설렁탕 그릇을 대체한 건, 짜장면의 철가방이다. 하지만, 테이크 아웃의 경제성이 등장하면서 '배달'은 주춤하는가 싶었다. 그랬는데, 최근 1인 가구의 확산과, 배달 앱의 활성화와 함께, '딜리버리', 배달 산업이 다시금 활성화되고 있다. 

어느 덧 한 해 15조원에 육박한 배달 앱 시장. 배달 앱을 띄우고 화면에 클릭 한번만 하면 내 집 앞까지 먹고 싶은 걸 배달해 주는 이 '편리한 신기술'이 소비자에게는 편리함을,  자영업자들에겐 더 많은 이득을 줄 것이라 했다. 하지만, 그 '신기술'의 앱은 소비자에게는 편리함을 줬을 지는 몰라도, 자영업자에게는 '비용의 파이' 그 지분을 더 쪼개버렸다. 

앱에 자신의 가게를 올리는데 필요한 수수료, 매달 나가는 회비, 거기에 요구되는 '박리'에, 배달로 인한 매출 감소는 자영업자들에게는 결국 '영업 이익의 감소라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배달로 인해 많이 팔게 되었는데 손해가 나다니. 거기엔 '배달앱'이라는 중간 마진 과정이 고스란히 자영업자의 부담으로 얹혀지는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 

최근 배달앱 활성화와 함께 부흥된 배달 시장은 예전의 배달 중심 시장과는 질을 달리한다. 중국집마다 고용된 철가방은 옛일이 되었다. 더 이상 배달원을 각 업소가 고용할 수 없는 고비용 인건비 시장에서 이젠 배달은 배달 전문업체의 일이 되었다. 즉 신종 직업군으로서 어플 노동자, 배달 라이더들이 등장한 것이다. 

10년째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박세창씨. 프랜차이즈 업체에 내는 수수료가 15%이다. 인건비를 빼고 나면 마진이 거의 없다. 그런데 최근 배달앱이 활성화되면서 운영 비용이 추가되었다. 예전처럼 전단지를 돌려서 직접 가게에 주문을 하던 시절이 지나간 것이다. 

그런데 이 배달앱이 고약하다. 배달앱에 자신의 가게를 올리기 위해 경매비를 내고 입찰을 해야 한다. 인기 지역의 경우 50만원에 육박한다. 2011년에 본격화된 배달앱은 메이저 3사의 독과점 사업이 되었다. 그 중 가장 잘 나가는 1위 업체는 경쟁 입찰 방식을 취하고, 나머지 업체들도 수수료를 받는다. 결국 돈 놓고 돈 먹기가 되는 현상, 영세 사업자에게 그 비용은 언감생심이 되고, 정작 정보를 통해 편리함을 얻고자 했던 소비자에게는 왜곡된 정보를 전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심리 상, 최초 로딩된 7개 업체 중 하나를 선택하기가 십상인 앱, 결국 더 많은 돈을 들여 홍보하거나, 이 시장에서도 방치되는 게 자영업자들의 숙명이 되었다. 

변화된 산업 구조, 뒤따르지 못하는 제도적 보호 
하지만, 너도 나도 배달앱을 켜는 세상에서 이 시장을 외면하는 건 쉽지 않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경우 애초에 계약 당시 설정된 마진율은 고정적이다. 그런데 배달앱 등 시장 상황이 변화하면서 운영 비용이 추가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종진 한국 노동사회 연구원 부소장은 지난 30여년 간 우리 사회의 산업 구조가 IT 정보 기술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산업 구조의 중심이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했다고 정리한다. 개인 사업자인 자영업자들이 산업 구조의 중심이 되었는데, 문제는 여전히 2차 산업 구조에 기반한 법제도는 근로 기준법, 최저 임금제, 산재 비용 등에서 이런 산업 구조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최근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짚었다. 즉, 자영업자들이 가장 활성화된 산업의 중심인데도 전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된 산업 구조 환경에서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영업자들만이 아니다. 바로 그들의 손발이 되어 배달을 하는 배달 앱 노동자들 역시 법의 사각 지대에 놓여있다. 

하루 종일 진수성찬을 배달해주다 오후 다섯시가 되어서 첫 끼를 때우는 이용훈씨. 그는 이제 4년차 배달 대행 라이더이다. 배달 대행업체 소속, 1.5km 미만의 배달지에는 건당 3000원에 배달을 대행해주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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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배달은 '위험'과의 동침이다. 같은 지역에서 배달을 하는 30여 명의 배달원들, 그들은 콜이 오면 그걸 잡아서 배달을 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주행 중에도 늘 스마트폰을 켜고 콜을 잡아야 하는 위험을 감수한다. 위험은 그것만이 아니다. 40 분이내 배달을 마쳐야 하는 앱배달의 '덕목'은 당연히 교통 법규를 지킬 수 없게 만든다. '빠른 시간 안에 목표달성'이라는 대한민국의 신조가 가장 극적으로 실현되는 직종 배달 라이더, 그는 한 시간안에 7개의 콜을 수행해 내며 2.8000원을 번다.

평균 근속 6개월, 근로 계약서는 없다. 1년에 두 세번 사고가 나는게 일상화되는 위험한 작업 환경을 감수하고 산재 보험을 드는 배달 대행업체는 없다. 사고가 나면 업체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청약 철회', 배달 사고가 날 경우, 앱, 자영업자, 배달 대행업체로 나뉘어진 책임 소재는 종종 그 책임이 배달 라이더들에게 뒤집어 씌워진다. 

앱에 의한 배달은 통신 판매법에 의거한다. 하지만 결제는 전자 상거래 법에 속한다. 이런 식이다. 배달 앱의 등장, 그 수족이 되는 배달 대행업체와 배달 라이더들, 그리고 그로 인해 운영 비용의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플랫폼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자영업자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손실 증가는 이런 변화된 산업 구조와 그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문제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미 수직화된 산업 구조로 독과점 형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배달앱 사업체 들에 대한 경제적 법적 장치의 미흡한 가운데, 이미 기존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불공정한 계약 관계에 놓인 자영업자들은 다시 한번 이 새로운 플랫폼 기반 사업에서 '을'이 되어 이익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안그래도 저성장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이익의 파이는 원자재, 가맹점비, 배달앱, 카드 수수료, 건물 임대료, 인건비 등으로 쪼개어 지니 자영업자들이 망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자영업자 만이 아니다. 한때는 청소년들의 주된 알바였던 배달 라이더가 이젠 30대 가장들의 일터가 되어간다. 새로운 산업 구조에서 등장한 이 신종 노동자들은 하지만 여전히 '알바' 수준으로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결국 사회, 산업은 변하는데, 자본은 그에 맞춰 발빠르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데, 법과 제도는 그를 쫓아가지 못한 채 개인인 자영업자들과 배달 라이더들에게 책임을 온전히 지우고 있는 것이, 바로 광화문 광장으로 나선 소상공인들의 뒷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최저 임금제'를 어찌한다고 해서 폐업율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무인 주문기, 중국에서 활성화된 스맛폰 결제 시스템 등 온라인과 오프 라인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 환경에 맞는 제도적, 법적 환경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by meditator 2018. 9. 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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