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에게 폭거를 휘두르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상가 임대차 보호법'이 2015년 5월 13일 개정되었다. 개정된 '상가 임대차 보호법'은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기간'을 보장해 줄 뿐만 아니라, 2015년 5월 이후 계약한 상가는 5년의 계약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법으로 임대 자영업자들의 권익을 조금 보장했다고 하는 '상가 임대차 보호법'이 실시되고, 현실은 조금 나아졌을까? 2월 2일 <pd수첩-건물주와 세입자, 우리 같이 좀 삽시다>는 법 시행이후에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고 있는 임대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다뤘다. 




바람잘날없는 싸이 건물, 그 소란의 뒤안길
한남동에 위치한 싸이가 소유한 건물은 그곳을 임대한 임차인과의 소송이 언론에 고스란히 노출됨으로써 전국민적 관심사로 등극한 곳이다. 2015년 3월 건물주인 싸이가 세입자를 내쫓으려 한다는 보도로 인해 싸이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지만, 그후 법이 건물주 싸이의 손을 들어주자, 하루 아침에 손바닥 뒤집듯한 대중의 시선은 이제 나가지 않고 버티는 임차인을 호되게 몰아붙였다. <pd수첩>은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맞으며, 하지만 해가 바뀌어서도 그곳을 사수하고 있는 그 건물의 임차인들을 취재한다. 

한때 차를 매개로 미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동의 공간으로 관심을 끌었던 미술관 까페, 그러나 현재 이곳은 언제 들이닥칠 지 모르는 강제 집행으로 불안에 떠는 까페 주인들만이 남겨져 있다. 정부와 사회에서 외면받은 젊은 아티스트들을 발굴하여 대중과 호흡할 수 있도록 애썼던 까페 주인들은 이제 그간의 쟁의 과정에서 누적된 감당할 수 없는 비용과, 언제 들이닥칠 지 모를 '폭력적' 철거에 대한 불안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나갈 수 없다. 아니 나갈 곳이 없다. 

이 미술관 까페 주인들이 일본인 원주인과 계약을 맺었던 이유는 바로 일본인 원주인이 일본의 관행대로 10년 이상 장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그런 조건에 안심하고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거액의 초기 자본을 들여 미술관 까페를 만들었고, 오랜 시간을 걸려 입소문을 얻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건물을 사들인 싸이는 그간 미술관 까페가 일구어온 역사를 하루 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재건축을 빌미로 '퇴거'를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이후 건물주와 임차인의 길고 지리한, 그리고 때론 폭력적인 법적 공방이 벌어졌다. 

법은 싸이의 손을 들어 줬다. 이들이 상가 임대차 보호법 이전에 계약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건물주인 싸이의 입장에서 유리한 방식으로 '언론'에 공표되어, 임차인들은 '법'적 판결을 받았는데도 안나가고 버티는 나쁜 사람들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나갈 수 없다고 한다. 

이들은 말한다. '건물주가 우리를 피고로 만들었습니다. '임차인 따위'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건물주가 중요하다면, 그간 월세를 꼬박꼬박 내고 어렵게 운영해온 우리도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들은 말한다. 건물주가 '갑'이 아니라고, 그곳에 몸담고 실제로 그곳을 일구어온 자신들은 건물주와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할 존재라고. 

하지만 이들의 안타까운 호소와, 벼랑 끝 외침에 건물주 싸이는 답이 없다. 혹자는 b급 정서를 대변한 음악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은 싸이의 넓은 혜량을 바래보지만, 미술관 까페와의 법적 공방에서 싸이는 그저 '돈'으로 자신을 확인하고, 임차인을 상대조차 하지 않는 건물주일 뿐이다. 상가 임대차 보호법이 개정 되기 이전에 계약을 했던 이들에게 개정된 상가 임대차 보호법은, 그저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 거기에, 건물을 소유한 사람이, 즉 자본을 가진 사람이 '갑'이라고 하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정서는 이들의 벼랑 끝 싸움을 더욱 막막하게 만든다. 



젠트리피케이션? 아니 그저 폭력적인 상업화. 
서촌. 경리단 길, 이 두 곳의 이름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 신선한 맛집? 최근 새로운 서울의 가볼만한 동네로 각종 sns를 중심으로 빈번하게 회자되는 이곳, 하지만 그렇게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질 수록, 이곳에서 오래도록 터전을 잡고 살아왔던, 혹은 이곳을 지금의 핫플레이스로 만들기 위해 지난한 시간을 투자해 왔던 영세 상인들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진다. 

서촌의 한 제과점, 시아버지 대부터 해왔던 제과점 벽이 철거반의 마구잡이 철거로 마구 뜯어진다. 그 앞에서 서촌의 상인들은 목놓아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한다. 심지어 철거를 강행하려는 철거반의 바짓가랭이를 붙잡고 애걸복걸하기 까지 한다. 제발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허물지 말아달라고. 

북촌을 넘어 서촌으로 대중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그곳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왔던 영세상인들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아졌다. 원래 건물주, 혹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자, 새로이 건물을 사들인 건물주들은 그곳을 '서촌'답게 만들어온 이들을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내몬다. 소문난 손맛으로 지방에서 손님이 찾아드는 생선구이집에게도, 대를 이어 운영해온 제과점에게도, 그리고 40여년을 이곳에서 살아온 이제는 희귀해져 가는 싸전에게도 자비란 없다. 서촌만이 아니다. 경리단길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찾아들었던 조그만 태국 음식점도 예외는 아니다. 

누군가는 임대차 보호법 이전의 계약이라서 그렇다 치지만, 개정된 임대차 보호법이란 법도, 건물주의 '돈'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법 조항은 있지만, 막상 그 조항에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실질적으로 임차인을 보호하는 장치는 무기력하다. 즉, 법을 어기는 건물주에 대한 법적 제약은 미미하고, 자신의 건물이라며 철거반까지 동원하고, 각종 꼼수를 내세우며 임차인을 몰아내려는 건물주의 '갑질'은 언제나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다. 하루 아침에 7배에서 10배에 이르는 세에 임차인은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서울시가 나서보지만, 호응하지 않는 건물주로 인해 중재는 공중으로 붕 뜬다. 


<pd수첩>은 이렇게 법 개정이후에도 여전한 서울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적'인 임차인 분쟁의 본질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이에 전문가는 이런 현상은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저소득층이 사는 지역에 진입해 결국 지역을 활성화시키며 결국 저소득층 주민을 몰아내게 되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조차 없는 '폭력적 상업화'라고 단언한다. 즉, '돈'의 '갑질'로  그 지역을 문화적으로 특징지어져 왔던 영세 상인들을 무기력하게 무너뜨리는 현실에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사회적 용어 조차도 무색하다는 것이다. 

'돈'이 되는 곳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들쑤시고 다니는 '자본'의 세력들은 갈수록 가치가 없어지는 은행과 주식 대신, 이른바 핫플레이스라며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동네 골목길을 '먹잇감'으로 삼았다. 신종 포식자로 등극한 '건물주'들은 오로지 '돈'을 위해 오래도록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그곳을 그곳답게 만들어온 사람들을 '내용증명'과 '퇴거 명령'으로 하루 아침에 불법자로 만들어 버린다. 심지어, 이에 불응하면 건물에 가림막을 치는 등 장사를 할수 없는 훼방을 놓으며 임차인의 손발을 묶어 버린다. 무엇보다, '돈'으로 그곳을 샀다는 건물주의 주인 의식은 그곳이 '돈'이 되도록 만든 임차인의 삶과 지난 시간에 대해서는 안하무인이다. 심지어 임차인의 동등한 주인 의식은 괘씸죄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런 곳에서는 'b급 문화의 전도사' 아티스트도, 그 누구도 그저 돈을 가진 주인, 건물주일 뿐, 이렇게 '돈놓고 돈먹기'가 된 거리에서, 더 이상 '문화'가 생존할 수 없다. 일본이 자랑스레 내보이는 100년 된 식당 전통이 무색하다. 

결국 <pd수첩>이 도달하는 곳은 우리 사회를 이루는 본질적 논리의 문제다.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기업에 자본을 가진 자본주인가? 아니면 기업을 기업답게 피땀 흘려 만든 노동자인가 처럼, 건물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그 본질 말이다. 하지만 건물의 주인은 돈을 주고 건물을 산 사람이라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그곳에 자기 자본을 들여, 오랜 시간 피땀 흘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만든 임차인들을 무력하게 만든다. 명문화된 법은 3년이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임시직 사원을 3년이 되기 전에 해고하는 약삭빠른 현실앞에, 헛점투성이로 임차인을 옭죄일 뿐이다. 

by meditator 2016. 2. 3. 16:18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에 대해 '전국민을 비정규직으로 만들려는 계획으로, 임금이나 해고에 있어 노동자들의 법적 보호장치를 완전히 해제시키는 심각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민주 노총 장그래 운동 본부는 전국 각지에 1만 여개의 투표소를 설치하고 정부의 반 노동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를 묻기로 하였다. 


과연 국민들은 누구의 편을 들까? 정부의 노동 개혁이 민주 노총이 주장하는 바의 '음모'라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까? 현실은 암담하다. '10월 19일자 한겨레 신문 칼럼 <야! 한국 사회>에 소개된 9월 15일에서 17일에 걸쳐 실시한 한국 갤럽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노동 개혁에 대해 '좋은 일자리 마저 나쁘게 만들 수 있다'며 반대한 의견이 41%인 반면, '기업이 유연하게 고용할 수 있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찬성한 의견이 46%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이런 여론 조사의 결과에 대해 칼럼의 지은이는 전국 방방 곡곡에 걸린 '정부의 '노동 개혁으로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이라는 현수막 정치의 소산이라 결론내린다. 즉, 부모 세대를 과녁으로 하여 '우리 아들 딸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기 위한 노동 개혁'이라는 선동이 먹혀 들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세대 갈등론'이 '노동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기성 세대의 양보를 얻어내려 한 것이다. 



금수저 논란, 그 진실은?
과연 최근 우리 사회에서 등장하고 있는 세대 갈등론은 실체가 있는 것일까? 기성 세대의 양보를 타깃으로 삼은 '노동 개혁'이 결국 전국민의 비정규직화를 결과하는 것처럼, 최근 프레임으로 빈번하게 나타나는 '세대 갈등론' 역시 우리 사회 갈등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10월 20일 <pd수첩>은 그 왜곡된 갈등의 민낯을 드러내고자 한다. 

<pd수첩>이 주목한 것은 사립학교 교원의 불공정한 임용이다. 프로그램은 최근 10년간 사립학교의 친인척 채용 현황을 입수했다고 한다. 명단 속에는 이사장의 아들, 딸, 조카, 며느리 등 친인척들이 현재 교원으로 근무하고 있음이 즐미하게 드러난다.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 모임 사이트에 '내정자'라는 검색어를 치면 2000여개가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미리 내정자가 있느냐며 문의를 하는 예비 교사들의 문의와, 어느 학교에 내정자가 있다는 소식들이 대부분의 내용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내정자란 누구일까? 사립학교 친인척 채용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pd수첩>이 찾아간 학교, 188;1의 경쟁을 물리치고 채용된 사람은 이사장의 며느리였다. 이런 식이다. 누군가의 며느리, 아들, 조카가, 면접 50%의 배점이 있는 채용 과정에서, 혹은 타 후보들과 애초에 다른 준비된 시험 조건을 가지고 사립학교 교원에 응시한다. 결국 다른 응시자들은 들러리이다. 설사 기간제 교사가 된다해도, 정교사의 몫은 이사장의 인맥을 탄 그 누군가의 몫이다. 이러니, 꼭두각시가 되지 않기 위해 '내정자'를 검색해 보는 일이 당연시 되는 것이다. 

항의를 하는 프로그램의 제작진에 대해 사립학교 측은 당당하다. 이른바 '사학의 자율권'을 운운하며, '설립 정신의 유지'를 들먹이고, 결국 '가문'으로 귀결된다. 결국 '설립 정신을 구현하는 인재'란 이사장의 친인척이거나 인맥을 가진 사람들뿐이다. 

이렇게 사립학교 교원들이 사립학교 측의 인맥으로 채워지는 동안, 교사가 되긴 위해 오랫동안 노력한 학생들에게 주어진 길이란 임용 교시라는 바늘 구멍이 유일해 진다. 2015년 기준 유치원 교사 7.9;1, 중등 10.6;1의 길이다. 

<금수저 선생님>에서도 보여지듯이 결국 '금수저' 논란의 본질은 대를 이른 계급의 재생산이라는 것이다. 역시나 한겨레 20일자 <청년 담론이 감추는 것들>에서는 이른바 청년 세대 혹은 세대 갈등이라는 프레임이 왜곡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8월 한겨레 경제 사회 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상층 이상의 청년층 78.5%는 그들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낙관적인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금수저 선생님>에서도 보여지듯이 자식을 위해 없는 자리도 만들어 주는 부모들, 대학원을 졸업하기도 전에 취직이 되는 젊은이들에게 미래는 희망적일 수 밖에 없다. 그에 반해 중간층(67.9%)나, 중하층(55.3%)로 가면 '희망'의 수치가 떨어지다가, 빈곤층에서는 희망이 없다가 52.2%로 그 비율이 역전된다고 한다. '헬조선'이 현실은 그들의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부모의 자산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불공정성, 그 실체는? 
20일 <pd수첩>의 의미는 그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금수저 논란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는데 그치지 않는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2015년 서울시 교육청의 291개 사립학교 편성 예산은 8840억원이라고 한다. 경기도 교육청까지 합치면 1조 6천억원이 넘는다. 이 돈은 대부분 재정적으로 독립적이지 못한 사립학교의 재원 충당에 들어가며, 그 대부분은 교원들의 인건비로 쓰여진다고 한다. 

결국 가문까지 운운하는 사립학교의 본질은 '준공립'이라 할 정도로 정부의 재정 지원금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상태임에도, 사립학교는 자기들의 잇속을 보전하기 위해, 자기 친인척들을 교원으로 임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당당하게 '금수저'의 권리는 주장하지만, 결국 그 '금수저'들을 먹여살리고 있는 것은, 사립학교의 자체 재원이 아니라, 국민들의 혈세라는 '아이러니'를 <pd수첩>은 밝힌다. 결국 우리 사회 '금수저'들의 배를 불리워주는 것은 왜곡된 우리 사회의 제도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pd수첩>이 취재한 학교 중에는 최근 형편없는 급식으로 문제가 된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학교도 들어있다. 심지어 이 학교의 졸업생들은 급식 문제는 그 사립학교가 가진 '복마전'의 일부일 뿐이라 입을 모은다. 급식 재료가 풀어지기도 전에 은밀하게 다른 트럭으로 옮겨지는 일이 가능한 이 사립학교 역시 '금수저' 선생 채용을 했다. 그렇게 채용된 '금수저' 선생은 학교의 비리에 눈을 감거나, 적극적으로 돕는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헬조선'을 구할 '수구 기득권 층'에 대항하는 변혁의 상징'은 그곳에 없다. 가진 것이 많은 금수저 집안은, 젊은 세대를 위해 그 어느 것도 양보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부를 대물림하기 위해 고심할 뿐이다. 그곳에 '세대 갈등'이란 없다. 부를 가진 아버지 세대를 대물림하는 '희망'을 가진 젊은 세대가 있을 뿐. 그런 금수저 선생님들의 존재 뒤로, 교사가 될 기약이 없는 임용 고시 준비생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by meditator 2015. 10. 21. 06:00

8월 4일 방영된 mbc의 <pd수첩>에 대한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세간에 '김치녀'로 통칭되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그에 대한 남성 들의 반응, 거기서 부터 시작된 최근 두드러진 여성 혐오 현상에 대해 다루었기 때문이다. 



'김치녀' 현상으로 시작된 남성들의 '양성평등론'
시작은 '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가방을 받고 수 천만원짜리 가방이 아니라는 이유로 남자 친구에게 짜증을 내는' 속칭 김치녀 동영상이었다. 그리고 이런 '김치녀'에 대한 사이트를 운영하며, '이들이 사회적으로 분란을 일으키며 문제가 되는 여성'이라고 지탄하는 '양성 평등' 주장을 하는 남성들이 등장했다. 

남성들이 주장하는 바 '양성 평등'은 이어진 '군 복무'에 대한 남성들의 억울함으로 이어진다. 2030 의식 조사에 따르면 남성 들 80.6%가 군복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 지지 않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또한 2015년을 대한민국의 남성들은 '군복무'에서부터 시작하여 학교, 연애, 사회 생활에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최근 남녀 공학을 기피하는 남학생들의 조류에서, 이미 어린 시절부터 여학생들의 '실력'에 밀리고 있다는 남성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그들 남성들에게만, '군복무'를 비롯하여, 데이트 비용, 결혼 비용 등 각종 사회적 부담을 지게 만듦으로써, '남성'으로 살아가는 것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고 피력한다. 이에 일부에서는 '양성 평등'을 주장하며, 과격하게는 여성의 동등한 군입대, 혹은 그 보다는 완화하여 몇 주간이 군사 훈련, 혹은 군대에 비견되는 각종 봉사 활동에 여성도 '동등'하게 일정 기간을 '의무적'으로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남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고달픔
<pd수첩>이 짚고자 하는 것은 조선 시대 이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여전한 가운데, 여전히 사회적으로는 '남성'들을 우월적 존재로 인정하여, '군대'등의 사회적 의무를 비롯하여, 데이트 비용, 결혼 비용 등 각종 의무를 부담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실적으로는 사회, 경제적으로 더 이상 '지배 계급'으로서의 '남성'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 받을 수 없는 2030 세대 남자들이 느끼는 정서적, 현실적 괴리감이 '김치녀'를 비롯한 '양성 평등' 등의 극단적 주장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심리학자와 함께 '데이트'를 통해 짚어본 현실을 '웃프다'. 남성들은 '관계'에 의한 주도성을 강요받으며 의식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자 하며, 그 결과는 그들이 슬그머니 자기 편으로 땡겨 온 '영수증'으로 귀결된다. 문제는 이런 '시뮬레이션'이라도 된 것처럼 동일하게 드러난 남녀의 데이트 과정에서의 역할 관습이, 이후 결혼까지 이어지는 남녀간의 역학 관계를 규정짓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취직'보다는 '실업'과 '비정규직'이 익숙한 2030 세대에게 아버지 세대로부터 이어진 이러한 여전한 성역할은 이제 그들의 '딜레마'로 작동한다. 그들은 여전히 '아버지'처럼 '가부장'이 되어야 하는 정서적 각인에 시달리지만, 현실 속 그들은 그것을 버텨낼 만큼 '특권'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허지웅의 쾌도난마처럼, '남녀 갈등'이라는 인터넷 세상의 지옥도는 결국 계급 갈등 등 현실 갈등의 또 다른 현상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사회, 경제적으로 불안한 사회에서, 그 사회의 약한 고리인 외국인 노동자, 동성애자 들에 대한 반발이 드러나는 것처럼, '실업'이 일상화되어가는 2030 세대는 그 불만을 '남녀 평등'의 문제로 분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pd수첩>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이런 결론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방송 후의 논란을 촉발 한 것은?
하지만 <pd수첩> 측의 이런 선의의 의도와 달리, 8월 4일 방영분이 방송 된후 동 방송 게시판은 물론 각종 인터넷 사이트들은 방송 내용과 관련된 논란으로 활활 타올랐다. 

무엇보다 논란이 된 것은, '여성 혐오' 현상의 예로 등장한 '김치녀'와, 그에 대한 사이트를 운영하는 '양성 평등' 주장 운영자의 적절성때문이었다. '혐오' 현상의 두드러진 예로 부터 시작하겠다는 제작진의 선의의 의도는, 그와 달리, 오히려 '김치녀'에 대한 편견을 드러냈을 뿐이라는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남성 사이트 운영자 역시 보편적인 '양성 평등'의 예로는 부적절했다는 중론이다. 

또한 그 뿐만 아니라, 전개 과정에서, 남녀에게 가중되는 다른 부담을 설명하기 위해,  문제가 되었던 '김치녀'와 비슷한 실험 예를 등장시킨 것도 문제가 되었다. '김치녀'에서처럼 남성은 무릎을 끓고 여성에게 명품 백을 선물하고, 그것을 보며 반색을 하는 여성들과 난감해 하는 남성들의 반응을 일반화한 것 역시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런 논란을 통해 역설적으로 짚어볼 수 있는 것은 평소같으면 무심히 지나쳤을 다큐 프로그램조차, 그것이 '남녀갈등'의 문제가 되었을 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서, 그만큼 우리 사회 '남녀 갈등'의 수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비록 제작진이 적절치 못한 예를 들어 설명을 했다손 치더라도, 그래서 오히려 '남녀 갈등'을 조장시키는 측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를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남녀 갈등은, 오히려 '남성의 성 역할'의 과도기적 혼란과, 사회 경제적 부조응의 문제라는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논란은 그런 결론의 적절성을 차치하고, 드러난 현상의 적절성 여부만을 놓고 들끓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오히려, 그를 통해 한번쯤은 생각 해 볼만한 문제였던 사회적, 계급적 갈등을 내포한 '남녀 갈등'이, 쑤셔놓은 벌집처럼 되어버렸을 뿐이다. 이는 제작진의 어설픈 접근의 문제, 그리고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 대한 미약한 전개가 무엇보다 큰 이유이겠지만, 아직은 무르익지 않은, 아니 무르익으려고 조차 하지 않은 '남녀 갈등'에 대한 대중적 인식 역시 한 몫을 하고 있음은 간과할 수 없다. 불쾌함을 억누르고 한번쯤 생각해 볼 사회적 성숙이 아쉽다. 
by meditator 2015. 8. 5. 16:12

6월9일 <pd수첩>은 가게 빚 1100조 시대 한국의 현실을 다루었다. 대학생에서부터 늙으막 노년의 인생까지 빚없는 사람들이 없는, 빚쟁이천국 대한민국, 빚이 더 이상 이상한 현상이 아닌 누구나 빚을 짊어지고 그 빚을 갚기 위해 허덕이며 사는 현실, 그 원인은 무엇이며, 그 궁극적 책임이 어디서 기인하게 되는지,살펴보고자 한다. 




빚잔치 대한민국
결혼도, 연애도 포기하는 젊은이들, 그들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 거기에서부터 다큐는 시작된다. 우리나라에서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대학생이 학업을 마칠 수 있는 길은? 빚쟁이가 되는 것이다. 말이 좋아 '한국 장학 재단'이지, 대학생들은 학업을 마치기 위해, 그곳에서 돈을 빌려 등록금을 낸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빚쟁이가 된다. 2014년 기준 학자금 대출 10조 7천 억원,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현실이다. 간혹 학자금을 장학금으로 대체한다 해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대한민국에서 대학생으로 살아가기는 버겁다. 결국 다시 생활 자금으로 빚을 얻게 되는 또 다른 악순환이 시작된다.

대학을 졸업하면 상황이 나을까? 조사에 따르면 빚쟁이가 된 대학 졸업생들은 실질 임금이 160만원이 넘는 그 순간부터 빚을 갚기 시작해야 한다. 물론, 요즘처럼 취직이 힘든 시절에 160만원의 월급을 받는 거 조차 힘들기도 하지만, 이미 빚을 지고 사회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예비 사회인들은 빚으로 인해 취업의 길에서조차 빚을 갚기 위해 꿈을 포기하거나, 빚을 갚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취업을 선택하는 위기에 몰리게 된다고 한다. 

취업을 해서 빚을 갚으면? 그 다음엔 또 다른 빚이 그들을 기다린다. 전셋값 고공 행진의 현실에서, 대한민국에서 빚이 없이 결혼을 하는 커플은 드물다. 전셋집을 얻기 위해, 아니 구하기 힘든 전셋집 대신에 집을 사기 위해 젊은 세대들은 빚을 얻는다. 최근 현저히 젊은 세대들의 빚의 증가세가 두드러진 이유는 바로, 이런 현실적인 이유들이다.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삶은 빚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자조적으로 말한다. 그 모든 것을 포기하면 '빚'으로 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나이가 들어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전셋값 등의 주거 비용, 그리고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직장에서 밀려나 자영업으로 생존 수단을 모색해야 하는 이들,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이 방비되지 않은 사회에서 뜻밖에 닥친 경제적 위기에 몰린 이들은 은행으로, 2차 금융 기관으로, 그리고 막바지에는 각종 사설 대부업체까지 이용하게 된다. 아버지가 남긴 빚때문에 결국 세 자매가 목숨을 스스로 끊은 부천 세 자매 자살 사건에서 보여지듯이 가족 중 한 사람의 빚이 가족 전체를 경제적 파산자로 몰아가기도 한다. 



잘못된 정부 정책이 만든 빚 권하는 사회 
여기서 정작 <pd수첩>이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게 빚에 짖눌린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빚을 권하는 사회'이다. 

전셋값 고공행진으로 주택 경기가 침체되자, 정부가 택한 정책은 금리를 낮춘 것이다. 금리가 1%대로 낮춰짐으로써 서민들은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몇 천만원의 돈으로 몇 억대의 집을 전세로 얻고, 빌리는 부채의 급격한 증가가 일어났다. 은행만이 아니다. 케이블 tv에서는 하루 종일 대부업체의 대출 광고가 줄을 잇는다. 무엇보다 대출이 너무 쉽다. 광고에서 보여지듯이 전화 한 통화로 돈이 뚝딱 들어온다. 은행 cd기의 버튼 몇 번으로 나오는 카드 대출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춤으로 서민들이 돈을 빌려 집을 빌리고 사면서 주택 경기는 2015년 상반기 그 어느때보다도 호황을 누렸다. 작년 8월부터 올 4월까지 가계 부채 44조 1천억 증가. 아파트 거래량 역대 최고 1만 3811건, 평균 전셋값 역대 최고 3억 5413만원, 거기에 한 술 더떠서 LTV(주택 담보 대출 비율)과 DTI(총부채 상황 비율) 규제 완화는 대출 규모 급증을 부추겼다. 

하지만 빌릴 때는 쉬웠지만 결국 갚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전셋값이 비싸서 집을 산다고 하지만, 평생 월세에 버금가는 이자를 내며 살아야 한다. 더구나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 비정규직이 범람하는 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언제나 위기에 몰릴 수 있으며, 이는 곧 한 개인의 경제적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거기에 인위적으로 조장한 주택 경기가, 이후에 집값 하락으로라도 이어진다면?

1%의 금리 시대,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한국을 세계 7대 가계 부채 위험 국가로 지정했다. 심지어 우리 나라의 가계 부채 위험률은 경제적 파산을 한 스페인보다도 높은 형편이다. 미국을 경제 위기로 몰아넣은 것이 바로 버블 경기 시절의 과도한 주택 구매를 위한 가계 부채였던 점을 상기해 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 비율은 위험 수위를 이미 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경기 침체를 인위적 금리 인하를 통해 서민들의 부담으로 넘기며 부양 정책을 만든 정부의 책임이, 현재 불안한 가계 금리 증가의 책임에 있다는 것을 <PD수첩>은 밝히고 있다. 개인이 파산하고, 집을 날리고 거리에 나앉게 되어도, 개인에게 돈을 빌려 주었던 은행 등의 기관은 책임을 물을 뿐, 책임지지 않는 경제 구조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시스템으로 개인에게 빚을 권하면서도 정작, 개인이 빚으로 인한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할 때, 팔짱을 끼고 바라보는 사회, 그 무책임한 사회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정부는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앵무새처럼 되풀이 할 뿐이다.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가 모여 '가계 부채 대책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뽀족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PD수첩>을 통해 살펴본 정부의 안일한 금리 대책과 그 금리 대책에 놀아날 수 밖에 없는 서민들의 삶은, 이미 작년 세월호 사태, 그리고 최근 메르스 확산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무능한 정부에 대한 기시감을 확인케 해준다. 무능력한 정부의 정책으로 온전한 부담을 떠안게 된 서민들, 그 결과 개인들은 젊은이에서부터 노인까지 저마다 빚을 안고 허덕이며 산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부터 비롯된 시스템의 오류가 온전히 개인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사회, 가계 부채 1100조 시대 대한민국이다. 


by meditator 2015. 6. 10. 16:37

비서, 운전사, 집사 등의 파업에 봉착한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한정호는 그들을 '가신'이라 부른다. 집주인 한정호에게 그들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선조 시절부터 대대로 집안 일을 봐주던 '종'들의 연장선일 뿐이다. 그래서 한정호와 그의 아내 최연희는 그런 그들의 반기에 이유를 살피기 전에 앞서 불쾌함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집안 사람'이라며 정작 그들의 노동자다운 요구에는 인색하다. 부릴 때는 '집안 사람', 댓가를 지불할 때는 '착취', 이것이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속 두 얼굴의 '갑' 한정호의 얼굴이다. 하지만, 이렇게 블랙코미디로 은유되는 '갑'과 '을'의 관계가 비단 드라마 속 뿐일까? 일을 할 때는 '종부리듯' 하며, 정당한 '노동'의 댓가에는 인색한 '갑'과 '을'의 관계를 5월 12일 <pd수첩>은 '점심이 있는 삶을 통해 들여다 본다. 




점심이 없는노동
'점심이 있는 삶'은 '저녁이 있는 삶'을 내걸었던 정치인 손학규의 슬로건의 변형이다. 손학규는 장시간 노동, 연장 근무에 시달리느라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내일의 재생산을 위한 휴식을 제대로 취할 수 없는 현재의 강도높은 노동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저녁이 있는 삶'을 내걸었다. 하지만, 현실은? '법적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법정 점심시간조차 그림의 떡인 것이다. 

8시간의 노동과 1시간의 점심 시간은 법률로 보장받은 노동의 조건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고객을 주인처럼 모신다는 백화점, 고객들이 다니지 않는 비상 계단, 거기에서 직원들은 쭈그려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잠시 발을 뻗어 휴식을 취한다. 백화점 꼭대기에 있는 직원용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기에 시간은 너무 빠듯하다. 차라리 이곳에서 편의점 삼각 김밥이나 도시락으로 밥을 때우고, 잠시라도 쉬는 것을 택한다.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녀야 하는 간호사, 그들에게 '점심'의 여유란 없다. 2,3교대의 빠듯한 인력풀에서, 따로 밥을 먹고 쉴 수 있는 여유를 찾기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듯 쉽지 않다. 겨우 시켜놓은 도시락은 식어빠지기 십상이고, 그 마저도 온전히 앉아 다 먹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간병인이 바쁜 간호사의 일을 자처할까.
최근 '파업' 등을 통해서 그나마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대학 청소 노동자들의 점심 시간은 열악하다. 화장실 한 구석, 혹은 계단 밑 고개조차 들 수 없는 공간에서, 비닐 봉지에 담겨 보온된 밥을 끌러, 각자 가져온 김치 반찬에 더해 한 끼를 때운다. 
포장재 업체에 다히는 노동자들은 점심 시간이 되자, 일을 하던 작업장에 간이 식탁을 펴고, 둥그렇게 둘러서서 가져온 도시락으로 한 끼를 때운다. 이곳 작업장으로 오기 전에는 공장 바깥 아스팔트 주변 농가, 축사에서 바람에 날려온 잔유물과 함께 식사를 했고, 이곳 작업장으로 옮겨온 뒤에도, 사업장 내에서 음식 냄새를 풍기지 말라는 사장의 지시때문에 복도에 쪼그려 앉아 밥을 먹기도 한 상황에 비하면 그나마 나아진 것이다. 


'서비스'가 임무의 핵심인 이들의 노동 과정 중에 '점심 시간'은 왜 사라지거나, 열악해진 것일까?
'법적으로 정해진 점심 시간이 있지만, 쉴 새없이 이어지는 이들의 노동 조건에서 자신의 정당한 '점심' 시간을 찾기가 힘들다. 엄청난 양을 배달해야 하는 우편 집배원은 따로 점심을 먹고 쉴 여유를 차릴 틈이 없다. 백화점 직원, 간호사 등의 업무 여건이 이와 비슷하다. 
거기에 더해 그들의 노동에 주어진 환경이 열악하다. 사례를 찾아보기 위해 간 미국의 대학 캠퍼스, 그곳의 청소 노동자들은 정규 직원이다. 그들은 점심 시간이 되면 당당하게 직원 식당에 가서 학교 직원, 교수, 학생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할 수 있으며, 이후 널찍한 직원용 휴게실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이렇게 정당한 권리를 누리는 미국의 직원들과 달리, 대부분 계약직이거나, 설사 정규직이라 해도 우리 나라의 노동자들은 그 권리를 누리기 힘들다. 심지어 백화점 직원들은 고객들이 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걸린다'. 청소 노동자들은 직원 식당은 물론, 값싼 학생 식당을 이용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한 달의 십만원의 점심값을 지불받는 포장업체 노동자들에게 값비싼 외식은 사치다. 계약직인 우편 배달 노동자에게 오천원이 넘는 점심은 울며 겨자 먹기다. 식당에서 삼삼오오 식사를 함께 하고,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뉴스 속 직장인의 점심 시간 풍경은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휴식도 보장되지 않는 노동
하물며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점심시간이 이럴진대, 휴식 시간은 오죽할까? '휴게실' 역시 우리의 근로 조건이 보장한 노동의 환경이다. 미국의 청소 노동자는 상사가 양질의 노동을 위해 오히려 휴식을 권고한다고 한다. '휴식'은 그냥 노는 시간이 아니라, 다음의 노동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물론 우리도 법적으로 '휴식'과 '휴게실'을 보장한다. 하지만, 정작 그 '휴게실'의 세부 사항은 존재하지 않기에 얼마든지 눈가리고 아웅하게 되는 것이다. 포장업체의 휴게실, 그곳은 겨우 의자 두어 개가 들어갈락 말락하는 구석진 공간에 자리한다. 심지어 하수관이 지나는 그곳에 코를 찌르는 냄새 때문에 들어갈 수 조차 없다. 하지만 '법적으론' 아무 하자가 없다. 병원 한 구석에, 학교 화장실 구석에 마련된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실,하지만 거기선 발을 뻗을 수 조차 없다. 이제 화장실에서 나는 용변의 냄새 쯤은 이골이 났다. 점심 시간도 빠듯한 간호사나, 우편 배달 직원에게 휴식은 사치다. 

이렇게 법적으로 점심 시간, 휴게 시간, 휴게 공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을 이어가는 청소 노동자 등의 현실을 짚어본 <pd수첩>은 그들의 노동 이력을 들여다 본다. 가발 공장의 노동으로 철이 든 시절, 먹지도 못할 시어빠진 김치로 만든 김칫국을 배가 고파 때우듯이 먹어야 했던 그 열악했던 노동은, 이제 식당 일의 거센 노동 강도를 피해 청소 노동자가 된 60줄의 노동자는 가끔 다리조차 뻗을 수 없는 화장실 옆 휴게 공간에서 남의 용변 냄새를 맡으며 한 끼를 때울 때면, 저절로 눈물을 삼킬 수 밖에 없다고 한다. 60줄의 노동자가 처음 가발 공장에서 일하던 그때로 부터 대한민국의 산업은 발전했고, 산업은 고도화되었고, 도시는 발달했다. 하지만, 그런 '선진화'된 대한민국에서, 60이 되도록 노동으로 한 평생을 보낸 노동자는, 자신의 열악한 노동 조건에 눈물 짓는다. 

산업화가 시작되고, 노동자들의 임금이 등장했을 때, 고전 경제학자들이 정의내린 임금은 그들이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다음 날 다시 일터로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고도화되고, 이제 신자유부의 사회가 들어서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은, 그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을 보상해 줄 수 있는 댓가가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시간당 알바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일은, 하루 여덟 시간, 법적으로 정해진 점심 시간, 휴식 시간이 아니라, 시간당, 분당으로 쪼개어진 일의 참혹한 댓가로 계산되어진다. 그저 최소한의 법적 요건을 갖춘 휴게실로 눈가림을 하고, 그나마도, 윗분들, 고객들의 눈을 피해야 하는 '을'들에게 '점심이 있는 삶'은 사치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그들을 <풍문으로 들었소> 속 '가신'처럼 취급할 뿐이다. 주인과 한 상에서 밥을 먹는 건 언감생심, 수틀리면 밥을 먹을 때 시립을 시키듯, 그들이 한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 영양가 없는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건, 계단 참에서 발을 뻗건 배려하지 않는다. 그저 눈에 거슬리게 띄지 않으면 그뿐. 유산으로 아들의 사랑조차 현혹시키는 한정호이지만, 집사들의 파업을 불쾌해 하듯, '갑'들은 그저 '을'들의 '궁상'(?)이 드러나지 않으면 된다. 

OECD 국가 중 2위의 강고한 노동 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하지만, 수치상으로 보여지는 노동 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만으론 지금의 노동 현실을 개선할 수 없다고 전문가는 주장한다. 점심이 있는 삶, 여유로운 휴식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인간다운 노동을 향한 개선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때만이, 노동을 통한 행복은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동 조건인간화를 <pd수첩>은 '점심이 있는 삶'을 통해 주장한다. 

by meditator 2015. 5. 13. 11:36

2월 17일 <pd수첩>은 2억명이 넘는 영화 관객을 기록하며(2014년 기준 2억 1506명)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영화 시장의 이면을 들여다 본다. 


그 시작은 최근 다시 멀티플렉스에 상영관을 확보하게 된 영화<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으로 시작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에 의해 훈훈하고 따뜻한 하지만 현실의 비극을 결코 간과하지 않은 영화로 평가받은 영화<개훔방>은 하지만 그 입소문이 제대로 퍼지기도 전에 멀티 플렉스에서 사라졌다. 이에 영화<개훔방>을 아끼는 관객들은 자비를 털어 영화관을 빌려 이 영화의 단독 상영을 이어갔다. 


좋은 영화가 외면받는 대기업의 스크린 독과점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미처 관객들의 평가를 받기도 전에 다수의 영화가 사라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 <pd수첩>은 현재 극도에 달하고 있는 영화 산업의 독과점에 촛점을 맞춘다. 2014년 한 해, <명량>, <변호인>, <국제시장> 등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총 11편에 이른다. 하지만, 영화 관계자들은 말한다. 단 한 편의 영화가 천만을 달성하는 동안 수 십편의 영화가 관객들에게 선택의 기회조차 잃은 채 멀티 플렉스 극장에서 사라져 간다고. cj, 롯데 등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멀티 플렉스 체인들은 자사가 배급하고 있는 영화들을 개봉 2주전부터 예매를 하기 시작하고, 가장 관객들이 많이 들 수 있는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며, 심지어 한 영화에 전체 상영 영화의 30% 이상의 상영관을 배정하는 기형적 몰아주기를 함으로써 흥행을 넘어 천만 관객을 이루어 내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형적인 독과점 체제에서 대기업의 배급망을 타지 않은 영화는 감히 그 경쟁 대열에 끼기 조차도 힘들며, 설사 끼었다손 치더라도 <개훔방>이나, 유지태 주연의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이하 더 테너)>처럼 불리한 시간대에 배치됨으로써 조기 종영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 <개훔방>을 조조나 심야 시간대에 배치하는 것은 아예 보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대기업 배급이 아닌 영화들에게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나마 <개훔방>의 경우 제작사와 관객들이 힘을 합쳐 이 영화에 대한 여론을 불러 일으켜 다시 멀티 플렉스에 다수의 관을 확보하게 되었지만, <더 테너>의 경우는 멀티 플렉스가 아닌 독립영화관 단 한 곳에서만 상영하여 관객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고 한다. 실제 4년 여의 제작 기간, 1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더 테너>의 제작사 대표는 개봉 첫 날 불리한 상영 시간을 확인하자마자 이 영화의 흥행을 포기했다고 밝힌다. 

제작, 배급, 상영까지 수직 계열화된 대기업의 영화 산업
이렇게 대기업들이 자사 배급의 영화를 독점적으로 심지어, 편법을 사용하면서까지 무리를 하면서 상영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pd수첩>은 현재 기획에서 부터 제작, 배급, 상영까지 온전히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한 대기업의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독과점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기획, 제작, 생산의 전 시스템이 대기업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하나의 체계로 지난 10년간 영화 산업이 자리잡혀 왔고, 최근에 들어서는 영화 <광해>의 경우처럼 천만 관객을 만들기 위해 어거지로 세 달 동안 상영관을 유지하는 등 무리수까지 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실제 일찌감치 멀티 플렉스에서 상영관을 놓친 <개훔방>의 경우 당시 함께 상영되던 <오늘의 연애> 보다도 좌적 점유율이 높았지만, 결국 대기업의 영화가 아니라는 이유로 밀려나 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개훔방>의 경우만이 아니다. 최근 <쎄시봉>의 경우도 대중들의 반응은 미비하고 좌석 점유율은 낮지만, cj의 배급이란 이유만으로 cgv등에서 많게는 30%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영화 산업에서 '갑' 중의 '갑'으로 등장한 대기업의 독과점에 대해 <pd수첩>은 영화 평론가 오상진씨의 입을 빌어, 공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1938년 미국의 '파라마운트 판결'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직계열화된 헐리우드 스튜디오의 독과점이 문제가 되자, 영화 제작 및 극장 소유를 분리하도록 명령이 이루어 졌다고 한다. 그에 따라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은 극장을 매각했고, 1980년 규제가 완화된 이후에도, 미국 영화계에서는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pd수첩>은 우리도 이와같은 대기업의 수직 계열화에 따른 영화 산업의 독점 현상을 규제할 법적인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런 대기업의 영화 산업 독과점은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기업 전횡의 일면이다. 재래 시장 주변에 대기업의 마트가 들어서서 재래 시장을 잠식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상인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가듯이, 대기업의 커피 체인점이나 베이커리가 거리에 하나 둘씩 들어차서 중소 상인들의 터전을 빼앗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pd수첩>에서 인터뷰한 시민들과 같다. 극장을 장악한 영화가 그저 인기가 있어서 그러려니 하고, 극장에서 파는 팝콘이 터무니 없이 비싸도 모처럼 영화 한번 보는건데 하면서 무감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런 사람들이 재래 시장보다 편한 마트를 가고, 유명한 커피숍에서 시간을 때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런 영화계의 독과점 현상이 그저 영화 산업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그 모든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란 점까지 짚지 못한 점이다. 



하지만 영화 <개훔방>과 <더 테너>로 시작하여, 스크린 독점, 나아가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대기업의 수직 계열화까지, 천만 영화의 화려함 뒤에 획일화되어가는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해 <pd수첩>은 체계적으로 잘 짚어나간다. 평론가 오상진이 '이젠 인터뷰하기도 지긋지긋하다. 지난 10년 동안 내내 그 문제를 지적해 왔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는  토로와 함께, 이 문제가 10년의 궤적을 지닌 심각한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는다. 또한 '파라마운트 판결'을 통해 그 해법까지도 제시하고 있는 점 긍정적이다. 물론 <개훔방>의 재상영이라는 분명한 결과물이 이루어 진 이후에야 뒷북치듯 이 문제를 들여다 보는 것 같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요원해 보이는 그 해법을 위해서, 꾸준한 환기는 절실하다. 
by meditator 2015. 2. 18. 06:43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돌아왔다. 불경기가 뭐다 하지만 변함없이 흥청거리는 거리, 하지만, pd수첩의 시선은 이 흥청거리는 거리에서 그 흥겨움을 함께 나눌 수 없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갑도, 을도 될 수 없는, 진짜 '미생' 인턴 사원의 이야기이다. 


<썰전>에서 우리 사회 인턴 사원의 현실태를 점검하며, 인턴 사원 중 실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거의 미미함을 짚었었다. 시사 토크 프로그램에서 흘러가듯 짚어봤던 우리 사회 인턴의 현실, 하지만, 실제 카메라가 쫓아간 그 곳에서 한 청년의 죽음이 목격된다. 

2013년 4월, 대기업의 인턴 사원이 되었다며 식구들과 주변 친지들의 축하를 한 몸에 받았던 청년, 그러나 그는 인턴 사원으로 근무한 지 불과 4개월만에 자기 자취방에서 목을 맸다.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거두기 얼마전, 그는 누나에게 자신이 인생의 패배자이며, 사회의 낙오자라며 자책했다고 한다. 대기업의 인턴사원으로 들어갈 때만 해도 그 누구보다 긍정적인 사고를 보였던 그가, 불과 4개월만에 '낙오자'라고 낙인찍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뉴스엔

자살을 한 청년이 근무했던 대기업은 '동부금융 네트워크'이다. 다수의 청년들을 기수별로 인턴사원으로 뽑는 이 대기업이 인턴사원들을 뽑아서 시키는 일은, 커피 심부름도, 복사도 아닌, 뜻밖에도 '보험 영업'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각자 성취한 보헙 영업의 결과를 '정규직' 전환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조건'을 성취하고 정규직 전환을 이룬 인턴 사원이 있었을까? 이 회사의 정규직 전환율은 0%, 단 한 명의 인턴 사원도 정규직이 될 수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 간부 직원은 당당하게 말한다. 그들이 내세운 조건에 도달한 인턴 사원이 없었다고. 하지만, 이 회사가 내건 '영업 조건'은 일반 전문 보험 모집인들의 평균 실적을 상회한 것이었으니,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인턴 사원들에게는 애초에 도달하기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 불가능한 조건을 향해, '대기업의 정규직'에 볼모가 된 인턴 사원들은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영업의 스트레스로 위천공이 와서 수술까지 받았던 청년은 더욱 실적의 강박을 느꼈고, 결국 보험 모집을 위해 측근들에게 손을 벌려야 했던 상황이 대인 기피로 이어지며, 결국 자신을 '인생의 낙오자'로 낙인찍기로 귀결시켰다. 

그렇다고, 청년들이 너도 나도 '대기업 정규직'이 되고자 찾아들었던 이 회사는, 기실, '대기업'이라고도 할 수 없는 조직이었다. 동부 그룹 조직표 속에 존재하지도 않은, 한 지점 격에 불과한, 고갈된 보험 모집 자원을 충당하기 위한 별도의 조직이었다. 하지만, 취직이 절박한 청년들의 눈에는, 그런 조직 체계 외의 조직도, 그들이 내건, 보험 모집의 조건도, 모두, 정규직으로 가는 '관문'처럼 보일 뿐이었다. 

금융계 쪽에서 인턴 사원들을 '이용해 먹는'건 비단 동부 그룹만이 아니다. 실제 시중 은행에 인턴 사원으로 취직한 다수의 젊은이들이, '통장 개설' 등 은행 영업의 일선에 몰린다. 하지만, 그들이 '잡아온' 영업 실적은 팀장의 실적으로 둔갑하기 일쑤이고, 주변 친지들을 동원한 실적이 무색하게, 인턴 기간이 끝난 그들에게, 정규직의 기회는 요원하다. 

금융계 쪽만이 아니다. pd수첩은 '영업'의 일선으로 몰린 또 한 사례를 다룬다. 이번에는 우유 영업이다. 업계 후발 주자로 출발한 일동 후디스는, 다수의 인턴 사원을 뽑는다. 이들의 계약 기간은 11개월, 그 기간동안, 젊은이들은 발에 티눈이 박히고, 굳은 살이 밸 정도로 아침부터 언제 끝날 지모르는 우유 판촉 사업에 동원된다. 하루에 두 개, 할당을 달성하지 않으면 퇴근 할 수 없는. 

하지만, '정규직'이 되고 싶은 젊은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이 더우나, 추우나, 회사에서 나누어 준 우유 가방을 들고, 밀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꾀를 부리지도 않는다. 잠시 앉아서 쉬어도, 팀장의 채근이 무섭다. 

역시나, 이 '정규직'이 볼모가 된 인턴 사원들에게 진짜 정규직은 돌아오지 않는다. 11개월을 버텨 정규직이 된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이전에 그들이 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우유 판촉 활동을 했으며, 오히려 정규직이란 이유로, 실적 수준이 높아져, 월급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다른 업무도 배우고 싶다는 인턴들의 말을 외면한 채 거리를 돌게 만들면서, 정작 회사에 필요한 인원은, '경력직 사원 모집'을 통해 충원했다. 

이 회사의 인턴 사원 기간이 11개월인 이유는 절묘하다. 1년도 아니고, 2년도 아니고 11개월, 퇴직금 줄 필요 없이 책임 질일 없이  쓰고 버리기에 딱 좋은 기간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쓰고 버리기에 딱 좋은 11개월이 젊은이들에겐 금쪽같은 시간이다. 졸업 연도가 취직에 관건이 되는 사회, 졸업한 지 조금만 지나도 '퇴물' 취급을 받는 사회, 그래서 졸업 연도를 맞추기 위해, 휴학을 해야 하는 사회에서, '정규직'의 볼모로 잡힌 채 보낸 1년 여의 시간을 그 누구도 보상해 주지 않는다. 아니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정규직'을 볼모로 이들이 내처진, 보험 영업과, 우유 판촉 사업이, 이들 젊은이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남긴다. 스스로 목숨을 거둔 젊은이 만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는 취업 전선에 다시 설 자신감을 잃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아이에게 그 회사 우유를 사먹이지 않을 만큼 증오의 흔적을 남겼다. 무엇보다, 다수의 젊은이들이, '영업'의 시간으로 인해, 살벌한 취업 전선에서 한 발 밀려났다. 

꿈을 볼모로 잡힌 젊은이들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창의적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부푼 꿈에 부풀었던, 심지어 외국 유학의 스펙까지 가진 젊은이들이 내로라 하는 디자이너들이나, 디자인 회사의 인턴 사원이 되어, 젊음을 저당잡히고 있다. 참다못한 이들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앞에서 '실밥만을 먹으며 살 순 없다'고 생존권을 외친다. 

'꿈을 가지고 도전하라' 해놓고서는, 그 꿈을 담보로 사기치는 사회, 젊은이들의 삶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 그런 의문에 대답은 커녕, 어떻게 이용해 먹을까만 궁리하는 기성 세대의 사회, 그들이 결국 등쳐먹는 것은, 자기 아들 세대라는 걸, 그들은 모를까? 그래놓고는 알량한 '인턴' 사원조차 취업율에 넣어, 우리 사회 실직율이 낮다고 떠드는 정부는 또 어떤지. 젊은이들이 가장 흥청망청해야 할 크리스마스 이브,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by meditator 2014. 12. 24. 12:30

pd수첩은 1000회를 맞이하여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 3부작을 마련했다. 1부, 대한민국 중산층, 52세 그 후(7월 1일 방영), 2부, 임대업이 꿈인 나라(7월 8일), 3부, 대한민국 사교육 잔혹사(7월 15일 방영)의 3부작이다. 


7월 15일 방영된 '대한민국 사교육 잔혹사'에서 조명한 대치동을 비롯한 과열된 위리 교육의 현실은 새삼스러운 내용이 아니다. 평준화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 지기 시작한 특수목적고, 과학고와 외고, 그리고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는 이제 그 아래 일반고를 놓은 고교 교육의 서열화 체계로 귀결되었다. 실제 학생들을 가르친 선생님의 증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수 목적고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입시 교육에 올인하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서, 서열화된 학교들은, 결국 보다 많이 sky에 학생들은 진학시키는 결과로 드러난다. 그렇다면,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특수 목적고에 가는 학생들은 누구일까? 아니 특수 목적고만이 아니다. 부의 상징인 강남, 서초, 송파 강남 3구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입학한 서울대 입시 결과만 놓고 봐도 그렇다. <pd 수첩>은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취지에 맞게, 바로 부모의 '돈'이 곧 학생의 학력이 되고, 성공의 증표가 되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조명한다. 1000 회를 맞아 1000명의 사람들 중 91.5%가 '부모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자녀의 교육 수준과 학벌이 달라진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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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과열된 교육 경쟁이 결국 '치킨 게임'이라는 것을 다큐에 등장한 사람들은 증명한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좋은 고등학교를 가야 하고, 좋은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중학교, 초등학교, 아니 일찌기 솔직한 어느 엄마의 고백처럼 서서 걷기 시작하면서 부터 '교육'에 매진하는 부모들의 열성에 대한 댓가는 3%에 불과하다. 어릴 적부터 쉴 틈없이 입시 전쟁에 휘말린 아이들 중, 부도가 원하는 성공을 거두는 아이들은 단 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바로 그 3%의 성공을 위해, 부모들은 돈을 쏟아 붓고, 아이들은 '교육'이라는 이름의 학대에 시달린다. 이런 과열된 교육 현상에 대해, 한 전문가는 공연장의 관객에 빗대어 말한다. 공연을 보다 잘 보기 위해 한 사람이 서자, 그에 지지 않을 세라, 공연을 보는 다른 관객들도 일어서기 시작한다. 결국 모든 관객이 일어서고, 공연은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 그것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부모들은 자신들의 노후 비용, 아니 빚을 져가면서라도 자식들의 교육에 매달릴까? 부모들은 말한다. 자신의 아이들은 조금 더 수월하게 살아가길 원한다고. '부모가 생각하는 '수월한 인생'이란, 바로 지금의 부모들이 맞닦뜨린, 1부, 대한민국 중산층, 52세 그후의 현실이다.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다, 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듯이 기업의 편의에 따라, 자신이 평생을 몸담으려니 했던 곳에서 밀려난다. 그리고 경험도 없이 자영업 등을 하다 그나마 가진 퇴직금마저 날린다. 그도 아니면 언제 짤릴 지 모를 비정규직을 전전한다. 바로 지금, 이렇게 보장되지 않은 자신들의 삶에 대한 반대 급부로, 부모들은 아이들의 교육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며. 월급장이로 고생하지 말고, 전문직이 되어 편하게 살라고, 지금 현재 아이의 행복을 강탈한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부모가 원하듯 '전문직'이 아니라, 임대업자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최근 청문회에서, 아니 청문회조차 가지 못하고 낙마하는 후보자들의 의 결정적 실격 사유가, 바로 그들이 각종 '임대업'을 하다 걸린 케이스가 빈번한 것을 보면, 2부, 임대업이 꿈인 나라의 현실을 보는 듯하다. 대학 교수가 되어도, 임대 소득이라도 좀 있어야 공기가 숨쉴만 해지는 나라에서, 하지만, 결국 위너는 대기업 일가인, '돈 놓고 돈을 먹는' 세상에서, 그저 부모 세대보다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올라가면, 길이 보이려니 하는 부모들의 욕망은 사실 눈 가리고 아웅식이다. 자신이 몸 담은 사회의 불행을 개선하지 않고, 그저 그 안에서 내 자식만 조금 더 나으면 되려니 하는 안일한 맹목성이, 서열화된 교육과, 계층 고착화를 가속화 시킨다. 개천에서 더 이상 용이 나지 않는 세상, 그래도 내 자식은 용이 되어야 한다는 부모들의 어리석은 맹목성이다. 

세월호 부모님들이 거리로 나섰다. 국회로 가 소리 높여 요구를 한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자식을 그렇게 만든 실체를 밝히고자 한다. 더 이상 자기 자식과 같은 희생자가 되풀이 되서는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냄비처럼 달았다 이미 식어버린 사람들은, 그런 세월호 희생자 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자기 자식이 희생되기 전까진, 내 자식만 아니면 돼 하는 사고 방식의 결과이다. 그래서, 자신들이 살기 힘든 사회를 고치는 대신, 내 자식만 세상에 맞게 '고치려고' 든다. 달라지지 않은 세상에서, 결국 부모들이 '경쟁'에 허덕이며 살아왔듯이, 내 자식도 그저 조금 나은 조건일뿐, 똑같은 경쟁 사회 속에서 '고사'돠어 갈 지도 모르면서. '돈'으로 교육시켜,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해지는 그런 교육을 하면서, 부모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고, 사회 속에 부속품이 되어 살다 떨어져 나왔듯이, 내 자식도 똑같은, 아니 조금 더 양질의 부속품을 만들고자 애쓰는 안스럽고, 한심한 어른들의 대한민국, 그것이 바로 pd 수첩이 바라본 2014년의 '돈'이 화두가 되는 사회이다. 

(사진; 한겨레 신문, 이명박 정부때 해고 당한 13명의 언론인)

대한민국의 가장 중심적인 화두, '돈'을 통해, 대한민국을 재해석하며, 야심차게 1000회를 기념하여 3부작을 준비했지만, pd수첩의 1000회는 씁쓸하다. 그들이 준비한 3부작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제대로 해석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정의 내리는데, '돈'만큼 명확한 주제어는 없다. 그런 면에서, 1000회를 맞이하여,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은 그 어느 것보다도 시의적절한 주제였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그 뒤안길에서 사라져 버린, pd수첩의 일원들 덕분에 무색해 진다. 지난 달 30일 pd 수첩의 전 pd를 포함한 '해고 무효 소송'을 하는 6명의 해직자들에 대해 항소심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는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월급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그런 법원의 판결조차, mbc는 묵묵부답이다. 사원증은 커녕, 해직자들은 노조 사무실까지 도달하기 위해, 몇 번의 출근 투쟁을 벌였다. 즉, 언론 자유라는 정작 자신이 처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해석해낸 1000회 3부작은, '아이를 보고 '바람풍하라며 '바담풍'하는 어리석은 훈장과도 같다. 


by meditator 2014. 7. 16. 07:00

7월 8일 <다큐 공감>은 대한 청년 자력 갱생 프로젝트 '열정이 힘이다'를 방영했다. 힘든 수능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서는 순간, 또 다른 관문 '취업'을 위해, 스펙 전쟁에 휩쓸려 젊은이들이 고사되어 가는 현실에서 시험과 취직이라는 '정석'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젊은이들을 다룬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청년 장사꾼'의 두 ceo, 김운규, 김연석이다. 
두 사람은 인도 여행길에서 만났다. 이방의 낯선 여행길에서 운명처럼 네 번이나 조우하게 된 두 사람, 두 사람은 그 우연을 필연으로 여겨, 의기투합 함께 일을 벌인다. 
함께 장을 보러 간 시장, 가격도 물어보지 않고 필요한 비닐을 끊어버린 김연석 대표, 하지만 정작 값을 치루려고 보니, 자신이 선택한 비닐이 특수 처리된 것이라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란다. 그런 김연석 대표에게 김운규 대표는 아는 집이라더니, 미리 알아보지도 않았다며 조곤조곤 따진다. 한 사람은 덥수룩한 수염에, 반바지, 샌들차람, 또 한 사람은 깔끔한 옷차림에, 운동화, 겉모습부터 판이하게 다른 느낌을 주는, 그리고 그 느낌만큼이나 생각도, 취향도 다른 이 두 사람이 '청년 장사꾼'을 이끄는 동업자다. 

결혼한 배우자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두 사람은, 2012년 이태원 우사단로에 처음 문을 연 카페 '벗'을 시작으로 현재 모두 7개의 가게를 소유한 돌풍의 주역들이다. 
그들은 그저 많은 가게를 소유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른바 '장사'에 문화를 접목한 문화 게릴라들이다. 

이태원 우사단로, 철거가 예정된 이 지역은 이태원에서도 외진 오가는 사람조차 없는 쓸쓸한 거리였다. 당연히 점포 세도 싼 이곳에 두 사람은 첫 가게를 연다. 취재진이 찾은 날, 우사단로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매주 토요일, 우사단로는 노점들로 북적인다. '들어와 프로젝트'로, 지역 주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플리마켓'을 열고, 입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이곳을 찾은 것이다.  금천교 청년 장사꾼 매장이 있는 골목에 들어서자, 청년 장사꾼의 파란티를 입은 청년들이 거리에 서서, '어서오세요.'를 외친다. 오래된 가게들에, 그저 그곳을 알고 찾던 손님들만이 오가던 거리는, 청년장사꾼이 오면서, 거리 자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즉, 두 사람은,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이곳에, 문화적 마케팅을 하고 사람을 불러 모아, 상권을 창조해 내었다. '다같이 잘 사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없었다면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의 7개 매장 모두가 이런 문화적 경영의 소산이다. 


틈을 내어 청년 장사꾼들은 홍대를 찾았다. 이른바 '간판 깨기', 오늘의 목표는 햄버거 집이다. 홍대 상권에서 알아준다 하는 햄버거 집을 돌며, 파는 상품, 서비스, 인테리어 등, 모든 것을 샅샅이 분석하고, 이것을 청년 장사꾼 모두와 공유한다. 청년 장사꾼의 직원들은 모두가 사장이다. 대표는 두 사람이지만, 함께 합숙을 하며 가게가 끝난 시간 잠을 쫓으며 회의를 하고, 상권을 연구하는 직원들은, 모두 매장의 주인이 될 꿈을 꾸는 사람들이다. 취업이 예정된 교육생은 있지만, 알바는 없다. 모두 정직원이다. 

매장 운영도 독특하다. 세상 어디서도 만나기 힘든 톡톡 튀는 인테리어,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비이커가 맥주잔이 되는 기발한 아이디어, 거기에 수시로 벌어지는 이벤트, 당연히 양질의 음식은 기본, 사람들이 즐거이 이곳을 찾게 만든다. 

누구도 생각지 않은 아이디어로, 고사되어 가는 상권을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문화적 마인드로 되살린 이들, 청년 실업 시대, 말 그대로, 자력 갱생의 모범이다. 

이렇게 자신의 꿈을 향해 돌진하는 젊은 ceo들이 맞닦뜨린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떨까? 상권 분석 시간, 지도를 펼치고 김운규 대표는 말한다. 중심 상권, 거기에는 대기업의 각종 프렌차이즈 업체들이 자리잡고 있다고, 그런 중심을 제외한, 외진,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그래서 상대적으로 세가 싼 곳이, 바로 문화 게릴라 청년 장사꾼의 목적지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간, <pd수첩>은 어쩌면 이들의 부푼 꿈이, 대한민국에서는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1001회를 맞이한 <pd수첩>은 1000회 특집으로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 시리즈를 방영 중이며, 그중 2부로, '임대업이 꿈인 나라'를 방영했다. 
1000회를 맞이한 pd수첩은 20세 이상 1000 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했다. 이들 중 88.4%가 돈이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하게 돈을 벌수 있는 일이 '부동산 입대업'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각광 받고 있는 곳이 '가로수 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가로수길'이라는 곳이 원래 부터 그런 곳이 아니었다. 청년 장사꾼의 김연석, 김운규 대표가 문화 마케팅을 통해 외진 상권이었던 이태원 우사단로를 사람들이 들끓는 인기 상권으로 만든 것처럼 그런 곳의 유래가 바로 가로수길이다. 
강남에서 비교적 외진 곳이었던 가로수길, 압구정동과 신사동 상권 사이에 끼어, 비교적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던 이곳에, 상대적으로 싼 임대료에, 조그마한 가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독특한 분위기의 까페, 예술가인지 상인인지 구분되지 않던 가게 주인들, 그리고 '발효빵'처럼 야심차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게를 연 사람들이 처음 가로수 길에 모여 들었다. 

하지만 지금 가로수 길에 이들은 없다. 발효빵으로 이름을 날리던 사람은 가로수 길에서 밀려나, 가로수 길 뒤편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날이 올라가는 가로수길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게가 잘 되자 주인이 나가라고 했단다. 처음 가로수 길에 모여들어, 우리가 '가로수길'이라고 알고 있는 정체성을 만든 이들은 모두 이 빵집 주인의 처지이다. 

'PD수첩' 1000회 특집방송 2부로 '임대업이 꿈인 나라'가 방송됐다. ⓒMBC 화면 캡쳐

그렇다면 지금 가로수길을 차지하고 있는 건 누구일까?
3년전 모 대기업 회장 자녀가 당시 이십대 중반의 나이로 가로수길에 있는 지하 이층, 지상 6층의 건물을 구입했다. 겨우 대리 직급인 이들은 은행으로부터 170억의 담보 대출을 받아 이 건물을 구입했다. 3년 만에 이 건물은 330억원 무려 두 배가 뛰었을 뿐만 아니라, 건물 가격이 아니라더라도, 이 건물에서 벌어들이는 임대료만으로도 이들이 대출받은 돈은 갚을 수 있는 형편이었다. 
이렇게 기존에 가로수 길을 만들었던 상인들은 하루 아침에, 혹은 서서히 집주인의 통보로, 혹은 감당할 수 없는 임대료 때문에 가로수 길을 떠났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대기업 계열의 각종 프렌차이즈 업체들이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대한청년 갱생 프로젝트라며 가슴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는 '청년 장사꾼'의 미래일 지도 모른다. 

몇 년 만에 겨우 가게가 자리를 잡아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집주인의 일방적인 통보로 가게에서 밀려나게 된 옷가게 주인은 법에 호소해 보았지만, 법은 가진 자의 편이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했던 잔인한 슬픈 기억과 7000만원의 빚이다. 

낙수 효과는 커녕,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새로운 사업을 창조해서 돈을 버는 대신, 손쉽게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온갖 특혜와 특권을 이용하며, 중소상인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으로 기업의 생존 전략을 짠다. 그리고 그 결과, 가로수길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는 그 명망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밀려나고, 대신 대기업들의 밥그릇 싸움터가 되었다. 
가로수 길의 집주인들을 분석해 보니, 장년층도 있지만, 20대도, 심지어 10대도 있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몸을 이용하여 애써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은 그다지 큰 폭의 차이가 없다. 특수 의료업계 종사자의 2005년 임금이 125만원에서 현재 133만원인 것처럼, 반면, 가로수길에 평당 시세는 2000만원에서 2억원이 되었다. 40만원의 간호사였다가, 복부인이 되어 월 600만원이 임대 수익을 바라보는 주부는 당당하게 자녀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좋겠다'고, '엄마가 나'라서. 그녀는 부자가 되기 위해 '부동산'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임대 수익이 좋을 때는 맑은 공기마저 자신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고 말하는 교수, 임대업이 꿈이라고 말하는 초등학생, 바로 이것이 대한민국의 또 다른 현실이다. 이런 나라에서의 청년들의 자력 갱생 프로젝트? 어쩌면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닐까? 청년들에게 꿈을 꾸라고 하기 전에, 꿈을 꿀 수 있는 나라, 꿈을 꾸어도 절망하지 않는 나라가 먼저가 아닐까? 아니, 꿈이 부동산 임대업이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언젠가 몇 년 후, 청년 장사꾼이 닦아놓은 상권에 대기업이 침을 흘리지 않는 세상 그런 날이 가능할까? 같은 세상, 다른 현실, <다큐 공감><pd 수첩>은 바로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by meditator 2014. 7. 9. 13:52

1990년에 시작한 <PD수첩>이 1000회를 맞이했다. <PD수첩>은 1000회를 맞이하여,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화두인 '돈'을 취재,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3부작을 준비했다. 그중 1부, 대한민국 중산층, 52세 그 후 를 7월 1일 방영했다. 


왜 하필 52세일까? 1990년, <PD수첩>이 시작된 바로 그 해, 함께 사회 생활을 시작했던 청년들의 현재 나이가 바로 52세이다. <PD수첩>이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회의 특집을 내보낼 수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 되는 동안, 함께 사회 생활을 시작했던 그 청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PD수첩>이 찾아본 52세의 현실은 암울하다. 올 4월 국내 최대 통신 사업자  KT는 명예 퇴직 신청을 받아 8304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을 감축했다. 그들의 평균 나이는 바로 평균 51세, <PD수첩>과 함께 첫 사회 생활의 발을 딛었던 그 청년들이다. <PD수첩>이 1000 회를 맞이했지만, 이제 그들에게는 돌아갈 직장이 없다. KT가 인원을 감축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5505명, 2009년 5992명의 인원을 감축한 바 있다. <PD수첩>은 그중 2009년에 명퇴한 퇴직자들의 삶을 찾아본다. 

몇 천만원의 명예 퇴직금을 받고 거리로 내몰린 그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09년 명예 퇴직한 이기환씨, 준비없이 내몰린 명예 퇴직 후 야심차게 고물상을 시작해 보았으나 경험 부족으로 날려버리고, 지금은 친구의 상가 한 켠에서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떡을 빚느라 고생중이다. 그만이 아니다. 그의 아내는 그가 고물상을 날려버리는 동안 가장의 노릇을 하느라 분식집을 차려 고군분투 중이다. 아내는 말한다. 정말 열심히 살지만, 한번 나락으로 떨어진 삶의 질은 쉬이 회복되지 않는다고. 
이기환씨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곱게 직장을 다니던 많은 퇴직자들의 이후의 삶은 이기환씨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일용직 택배 회사에 다니는 이도, 짜장면집을 운영하는 이도, 삶은 그리 녹록치 않다. 퇴직자 중 정규직에 종사하는 이는 12%, 33%가 일용직이나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40%가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그들의 퇴직금은 50% 미만이 남아있는 경우가 60% 이상이고, 80%는 이제 더 이상 자신들이 중산층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진: 일요신문)

그들이 말하는 중산층이 대단한 게 아니다. 이기환씨 아들의 소망처럼, 6개월에 한번쯤은 여행도 다니고, 한 달에 한번쯤은 삼겹살이라도 구워먹을 수 있는 삶, 이제 더는 그런 삶을 그들을 누릴 수 없다. 

그래도 자영업이나마 자기 사업이라도 하면 낫지 않느냐고?
요즘 제일 잘 되는 사업이 망한 식당 정리해주는 철거업체 라는 씁쓸한 우스개가 회자되는 것처럼, 현재 대한민국은 창업중이다. 그 말의 이면은, KT처럼 명예 퇴직을 통해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그나마 퇴직금이라도 유지하겠다고 사업을 벌이고, 그 벌인 이상의 사람들이 망해 나가떨어진다. 한 해 폐업 인구 90만명, 하루에 문 닫는 곳 2500여 곳, 창업시 1년 이내 폐업률 18.5%, 3년 이내 폐업률 46.9%가 우리의 현실이다. KT를 나와 그래도 잘 된다 하여 짜장면집을 연 김철호씨는 1년에 단 하루도 쉴 수 없는, 하지만 그 나마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동종 업종으로 이익을 내기도 힘든 현실에 가게를 내놓았다고 한다. 

명예 퇴직은 KT만의 현실이 아니다. 기업들은 불황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가장 손쉽게 자신의 리스트를 명예 퇴직 등을 통해 털어버리고, 멀쩡하게 회사를 다니던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린다. 그래서 공장들이 많은 창원의 최고 번화가 상남 지구 같은 곳은, 이제 그렇게 명예 퇴직자들의 창업으로 인해 포화 상태를 넘어, '개미 지옥' '동반 자살'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넘쳐나는 퇴직자들이 창업만이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 창출'과 '고용 효과 증진'을 내세운 대형 유통 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은, 그나마 자영업에 내몰린 중산층들의 뿌리를 뒤흔든다. 파주 등에 세워진 대형 아울렛 매장은 파주의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편법으로 파고드는 대형 마트의 체인식 소규모 마트는 그나마 남은 밥줄마저 간당간당하게 위협한다. 자신들의 리스크를 덜기 위해 사람들을 내몬 것도 부족해서, 대기업들이 그들의 밥그릇마저 넘보는 것이, 2014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 위협에서 가장 무방비하게 당하고 있는 대표적 세대가 바로, <PD수첩>과 함께 사회 생활을 시작했던 야심찼던 그 청년들, 이제는 오십대 초반이 된 그들이다. 

개인에 대한 아무런 안전 장치도 없는 사회, 그 속에 던져진 조직 속에서 솎아내진 이들, 그래서 기왕의 중산층으로서의 삶을 박탈당하고 있는 이들, 비정규직으로는 앞날이 보장되지않아 불안하고, 자영업을 하자니 경험이 없어 망하기 다반사, 그나마 벌여 놓아도 너도나도 해보자고 덤비는 통에 이익은 저만치 뒷전인 우리 사회의 고통을 온 몸으로 감수하고 있는 세대, 그것이 바로 <PD 수첩>이 1000회가 되는 동안 사회에 헌신했던 이들의 현주소다. 


by meditator 2014. 7. 2.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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