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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썰전>만이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강용석을 보고 있노라면 이 사람이 과연 한때 여당 저격수에, 아나운서들을 대상으로 성적 폄하 발언을 했다가 재판까지 갔던 그 사람이 맞나 싶냐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썰전>의 예능 심판자 코너를 보면 평론가 허지웅나 교수 이윤석에 못지 않게 가장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사람이 바로 강용석이요, <수요 시식회>를 보면 음식점의 역사에서 먹거리의 역사까지 그 어떤 분야든지 모르는 것이 없는 박학다식의 대가다운 면모를 보이는 것이 또한 강용석이니, 이 사람 참 볼수록 매력저이단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런 최근 tv를 통해 비춰지는 강용석과, 과거 정치인 강용석은, 마치 '페이스 오프'처럼 다른 사람이었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용석 스스로 2월 19일 <썰전>을 통해 증명한다.
2월 19일 <썰전>은 최근 총리 인준 후보 과정에서 드러난, 이완구 총리의 충청권 맹주론에 대해 짚어본다. 이완구 총리의 총리 후본 인선 과정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충청도 총리론이라는 지역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에 대해 또 한 사람의 패널 이철희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람이 총리가 될 수 있을까? 싶게 부동산에서 부터 시작하여, 병역 등 털면 털수록 수많은 의혹이 등장하는 이완구 후부자에 대해 느닷없이 충청도라는 지역 감정을 들쑤셔, 충청 민심을 들쑤시려는 시도에 대해 이철희 소장은 이런 구 시대의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획책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분노한다.
그런 이철희 소장에 대해 강용석이 들고 나온 논리는, 애초에 지역 감정은 문재인 새정치 연합 대표가 시작한 거 아니냐는 식이다. 문재인 대표가 전라도 총리론을 들고 나옴으로써, 총리라는 직위에 지역 감정 프레임을 들쒸웠고, 그에 따라 당연히 이 후보자에게 충청 총리론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는 투이다.
사안은 이완구 총리가 총리로써의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 라는 객관적 사실을 놓고 검증하는 것인데, 느닷없이 그 사람이 어느 지역 사람인가 라는 엉뚱한 지역 감정 프레임이 등장하면서, 애초에 객관적 시각을 가지고 검증할 대상의 촛점이 흐려지기 시작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걸 이철희 소장은 문제를 삼고 있는데, 거기에, 강용석은 다시 한번, 그 문제가 된 프레임을 들고 나오면서, 그것이 야당 탓이라는 식으로 물고 늘어진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애초 본질이 된 문제를 놓치고, 그렇지, 문재인이 그랬지, 이완구는 충청도지 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다음 사안, 박원순 후보자의 28억이라는 비싼 서울 시장 공관을 둘러싼 문제가 등장했다. 기존에 그에 비해 열 배 정도나 싼 아파트에서 지내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비싼 전세금의 시장 공관을 마련했다는 것에 대해 논의를 한다.
강용석의 논리는 '서민 코스프레'를 하던 박원순 시장인데, 이제 와서 비싼 공관으로 이사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박원순 시장의 서민 행보는 필요할 때 하는 이현령 비현령이냐는 식이다. 그에 대해 이철희 소장은 의전 상의 이유로 필요하니까 구입을 한 것이고, 서울시가 우리나라 최고의 도시인데, 그 정도를 하는 것으로 무슨 큰 문제가 될 것이며, 총리 공관은 300억이 넘는 돈을 짓는데 그에 비하면 문제가 될 것도 없는데 물고 늘어지냐고 반문한다. 그리고 그 공관을 박원순 시장 개인이 가지는 것도 아니고, 공관으로 유지하다 후임자에게 물려줄 것인데, 그게 무슨 문제냐고 하는데 대해, 강용석은 그 동안 살지 않냐고, 3년간 살지 않냐며 반문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이철희 소장이 박원순 시장 개인 사저가 아니라 의전상 필요에 따른 서울 시장 공관이며, 박원순 시장에 비교할 것이 안되게 여당 측 총리나 부산 시장의 공관이 있는데 유독 박원순 시장만 문제 삼냐고 하면, 강용석은 그래도 비싼데 살지 않냐며, 서민이란 말은 코스프레였냐며 토를 단다.
세상에 제일 싸움이 안되는 게 이쪽은 논리로 대응하는데, 저쪽에서 떼를 쓸때이다. <썰전>을 보노라면 이철희 소장이 객관적 근거에 따라 이성적 판단을 촉구하는 사안에 대해, 강용석 변호사는, 이번 사례처럼, 그래도 충청도 아니냐던가, 그래도 비싼 집에서 살지 않느냐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대응할 때가 있다. 언제나 수많은 자료를 제시하고, 그가 아는 객관적 사실들을 주워 삼기던 사람이, 느닷없이 떼 쓰는 아이마냥 물로 늘어지는 식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때가 이완구 후부자처럼 여당의 첨예한 사안이라던가, 박원순 서울 시장처럼 차기 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사람일 때가 그런 것이다. 항상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줄줄 주워삼기던 강용석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자신이 저격할 대상이 등장하면, 논리고, 근거고 다 내던지고, 예전에 하던 식으로, 떼를 쓴다.
강용석이 하는 떼의 문제는 그가 혼자 어리광을 부리는게 아니라는데 있다. 여당에서 시작하여, 종편에서 하루 종일 읊어대는 이른바 '프레임'의 정치의 연장 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총리 부적격 여러 사안이 등장해도, 그가 그래도 충청도 사람인데 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고 그걸 줄창 강용석처럼 읊어대면, 사람들의 시선은 부적격한 사실 검증에서, 이완구 총리가 어느 편이냐로 옮겨간다. 옳다 그르다라는 이성적 판단보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란 편가르기가 인간의 감정을 더 움직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박원순 시장도 마찬가지다. 서민적이라는 이미지로 시장 선거에 당선된 그에게, 귀족 공관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비판을 하기 시작하면, 그 공관의 필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근거가 핑계처럼 들리고, 서민 코스프레라는 비아냥이 그럴듯해 보이기 시작한다. 총리 후보자가 300억짜리 공관을 짓거나 말거나 서민을 내세운 박원순 시장은 단 돈 10원도 쓰면 아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철희 소장 말대로, 그냥 박원순이 서울 시장 하는게 꼴보기 싫어 지는 것이다.
강준만의 <감정 독재>의 50여가지 감정 이론을 보면, 결국 결론은 하나다. 인간은 이성적이기보다는, 이성조차도 감정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감정적 동물이라는 것이다.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라, 합리화하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감정과 편의에 따라 쉽게 좌지우지되는 인간의 감정을 가장 잘 이용하는 것이, 바로 '프레임'의 정치다. 제 아무리 객관적인 근거와 이유를 가져도, '지역 감정'이라는 프레임, '서민 코스프레'라는 프레임을 한번 뒤집어 씌우는 순간, 여타의 모든 이성적인 판단 근거는 사라지고, 그거냐 아니냐는 이분법적 영역에 갇히데 되는 것이다. 그리고 <썰전>에서 강용석이 하는 가장 위험한 행동은 내둥 이성적인체 하다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필요할 때면 이성적인 근거는 다 내 팽개치고, 예의 '프레임'의 정치를 끄집어 내서 우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도 충청도 아니냐고, 그래도 비싼데 사는거 아니냐구!
<썰전>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제반 정치, 사회적 사안에 대해 건강한 보수와 진보의 시각들을 가지고 건전한 논평의 장을 벌이자고 하는 것인데, 정치적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매번 강용석이 이성이고, 건강한 논평이고 나발이고, 예의 자신의 정치적 프레임만 들고 나온다면 어떻게 건강한 논평의 장이 되겠는가 말이다. 그 예전의 여당 저격수랑, 비싼데 산다며 중중거리는 강용석이랑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제 아무리 이철희 소장이 이성적 근거로 대도, 비싼데 사는데 라는 강용석의 한 마디 말이면 전셋값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라서 속상한 사람들은 300억 총리 공관은 잊은 채, 이완구 후보자의 엄청난 부동산 비리도 잊은 채 박원순이 서민 코스프레 한다는 그 불쾌함을 기억한다. 애초에 부자인 놈들은 그렇다 치고, 우리 편인줄 알았던 너마저! 라는 서운함이 앞서는 것이다. 그렇게 기가 막히게, 강용석의 비논리적인 '프레임' 정치는 기가 막히게 사람들의 약한 부분을 파고 들어간다.
그런데 이렇게 종편에서 하듯이 똑같은 논리로 앵무새처럼 '프레임' 정치를 할 거면, 굳이 건강한 진보와 보수의 썰전이란 타이틀이 왜 필요하겠는가? <썰전>이 건강한 논평의 장이 되려면, 강용석이란 패널을 좀 더 객관적 의견을 건강하게 제시할 수 있는 인물로 교체를 하던가, 강용석이 예의 '프레임'에 갇힌 우기기를 자제해야만 할 것이다. 종편의 앵무새 소리가 듣기 싫어, 그나마 좀 낫겠지 싶어 <썰전>을 틀었는데, 거기서 또 그 논리를 재방송으로 듣는 건 너무 불쾌하다. 제발 새해에는, 건강한 정치 평론을 듣고 싶다. 우기기와, 프레임의 틀을 벗어난.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이철희 소장이 객관적 중심을 지키려고 해도, 불리하면 입다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우기거나, '프레임'의 틀을 들고 나서는, 여전히 제 버릇 개못준 저격수 강용석이어서는 곤란하다. 이건 단지 강용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나마 단초를 마련해 가는 건전한 정치 평론의 싹을 밟아버리는 행동이다. 이래서는 건강한 담론의 장이 마련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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