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다. 그 기대에 걸맞게 ebs 다큐 프라임은 새 시대에 시급하게 해야 할 교육적 과제로 '대학 입시'를 들고 나선다. 바로 지난 5월 22일부터 5월 31일까지 6부작에 걸쳐 방영되었던 <대학 입시의 진실>이 그것이다.
왜 대학 입시였을까?
<1부; 학생부의 두께>, <2부; 복잡성의 함정>, <3부; 엄마들의 대리 전쟁>, <4부; 진짜 인재, 가짜 인재>, <5부; 교육 불평등 연대기>, <6부; 불편한 진실을 넘어서>를 통해 <ebs 다큐 프라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 우리의 대학 입시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개천에서 용이 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아니라, 이미 고착화된 대한민국의 계층 고착화와 그나마 있는 기회조차 날려버리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희망없는 닫힌 통과 의례라는 것이다. 즉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격차 세습'을 통해 '꿈'과 '희망' 없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기에 새 정부가 가장 앞서서 이 문제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큐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몇 가지 사례,
그 첫 번 째, 장관 후보자들 몇몇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위장 전입', 과연 이것이 의미하는바는 무엇일까? 자식 교육을 위한 '생계형' 위장 전입이었다는데, 도대체 왜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자식 교육을 위해 '위장 전입'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그 두 번 째, 글을 쓰는 기자의 자녀들은 경기도 한 도시의 일반고 출신들이다. 그 도시의 대표적 명문고라 자부하던 고등학교, 하지만 학교의 위상은 해를 거듭할 수록 초라해져만 간다. 한때는 가난한 도시에서 '개천에서 용'을 만들어 내던 전설은 이제는 아이들이 벌써 중학교만 들어가도 신도시로 '전입'하고, 그나마도 고등학교에 입학할 시기 좀 공부 좀 한다하는 아이들은 '과학고, 외고, 자사고'로 이동하고, 남은(?) 아이들이 진학하다 보니, 제 아무리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부'에 힘을 실어주어도 이른바 '명문'대학 진학률은 해마다 떨어지고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 역시 갈수록 저하되는 중이고 선생님들의 의욕 역시 마찬가지라 전해진다.
교육 불평등의 현실
이런 극과 극의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 의미를 짚어보기 위해 서울대 입학생에 대한 통계 조사를 통해 다큐는 그 진실에 접근해 들어간다.(5부; 교육 불평등 연대기)
서울대 입학생 중 자사고, 특목고는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비율로만 보면, 일반고와 자사고, 특목고는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 숨겨진 통계의 장난이 있다. 위의 표에서 보여지듯이 전국 수능 응시생 비율 중 자사고, 특목고의 비율은 1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즉 90 대 10의 싸움에서 결과가 반반으로 나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공부 잘 하는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이 서울대 가는 걸 가지고 무슨 이의를 제기하냐고? 그렇다면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그렇다면 자사고와 특목고에는 어떤 학생들이 갈까? 학생들 부모님의 직업의 차이를 살펴보면 그 '이의'의 의미가 보다 분명하게 감지된다.
아래 표에서 보여지듯이 상위층 비율이 외고와 일반고의 경우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자사고, 특목고의 편중에서 그치지 않는다. 서울과 지방의 대비에서 서울, 경기, 그 중에서도 강남 8학군을 중심으로 한 교육 특구의 학생 층에 '편중'된 결과를 보인다. 지방의 경우 설사 특목고라 하더라도 주소지는 그 지방이 아닌 학생들인 경우가 빈번하다. 이 결과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건, 서울대를 대표적 사례로 했을 때, 서울에 사는 돈 많은 부모들의 자녀들이 주로 서울대에 진학한다. 전국민의 20%에 해당하는 소득 1,2분위의 학생들 중 이른바 상위권이라 할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10%' 남짓하다. 더 이상 '대학'은 꿈의 사다리가 아니다.
꿈의 사다리를 걷어찬 대학 입시
왜 대학은 꿈의 사다리가 될 수 없을까? 공부만 열심히 해서 시험을 잘 보면 되지 않나? 라고 반문한다면 당신은 '뭘 잘 모르는 사람'이다.
2019년 대학 입시 요강, 수시 모집을 통해 정원의 76%를 선발, 정시 모집 인원이 그만큼 줄었다. 수시 모집 중 학생주 전형 비중이 늘었다. 전체적으로 학생부 교과 비중이 늘었지만, 학생부 종합 전형도 전체 모집 인원의 24.3%로 늘었다. 논술 고사 대학별 모집 인원은 전체적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서 논술은 주요 전형이다.
자, 만약 당신에게 자녀가 있다면 저 전형 중 당신의 자녀에게 맞는 전형을 고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몇 줄의 글로 현재의 대학 입시를 설명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저 단어의 행간, 행간에 숨어있는 수많은 전형, 현재 대학을 가는 전형 방법은 실제 7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2부; 복잡성의 함정, 1부; 학생부의 두께)
그래서 실제 설문을 해보면 대다수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대학 입시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이 바로 '다양성'을 핑계로 세분화된 대입 전형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 복잡성의 미로를 더욱 꼬이게 만드는 것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이른바 학생부 전형이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학적부, 생활 기록부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31번의 변화를 거쳐온 학생부. 2017년 현재 진로 탐색 과정을 담은 학생부는 총 24장이 기록 가능한 방대한 '자료'가 되었다. 그런데 이 '기록'이 문제다. 학생부를 보여주자, 선배들은 '그 엄청난 양에 놀라는 반면, 너무 주관적'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외국의 교육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고, 모호하며, 학생에 대해 결정적으로 어떤 것도 말해주지 않는 보여주기 식'이라 평가한다. 외국의 '수치화'한 학생부와 너무 큰 차이다.
하지만 이 학생부로 인해 학생들의 희미가 엇갈린다. 실제 지방의 한 학교에서는 학생부 조작으로 물의를 빚었다. 등급에 따라 페이지 수가 달라지는 학생부, 등급이 낮은 학생들에게는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는 각종 '몰아주기 혜택'. 하지만, 오히려 조작의 당사자인 선생님은 반발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방 일반고 학생들은 그나마 '대학' 갈 기회조차 없다고.
안타깝게도 선생님의 반문은 사실이다. 학교를 신뢰하지 않는 '재력있는 학부모'들은 학생부 관리를 위해 각종 컨설팅 업체로 달려간다. 아니, 이미 '정보전'이 된 대학 입시 강남 초등학교 학생들은 이미 6학년 무렵이면 고등학교 과정을 완료한다는 상황에서 정보와 재력을 가진 부모들의 아이들이 일찌기 교육의 기회를 선점하고 길러져 자사고, 특목고 등의 기회를 가지게 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관리된' 아이들과 고등학교 자녀들의 전형 방법조차 먹고 사느라 제대로 알 수 없는 부모, 기백만원의 학비는 물론 학생부를 채울 각종 스펙을 채울 재력이 든든한 부모와 학비도 빠듯한 학부모의 경쟁은 이미 달리기도 전에 결과가 나온 게임이다. (3부; 엄마들의 대리 전쟁)
강남에서 떠도는 웃픈 교육의 지표, 이른바 텐텐 학습법(초등학교 가기 전부터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학습 방식), 아이가 잠시 힘들어도 '하이웨이'에서 내려서서는 안된다는 강박적 '모정', 아이대신 학생부 봉사 활동을 채워주는 열혈 모정은 우리 사회 '관리 가족'의 그늘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키워진 아이들은 정말 '인재'가 되는 것일까? 하지만 카이스트의 이 그래프는 왜곡된 교육의 실체를 드러낸다.
일반고 출신 학생들은 선행 학습이 부족한 2학년까지는 고전하지만 그 이후에는 숨겨져 있는 잠재력이 발휘된다고 한다. 어릴때부터 '관리'되어진 우리의 학생들에게선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의 기쁨이란 어불성설이다. '목표 주사'를 맞고 버텨온 학생들은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들이 되어있다.
걷어차진 사다리를 돌려주어야 나라가 살고, 아이들이 산다
예일대 윌리엄 데러저위츠 교수는 이런 학생들의 미래를 그의 저서 <똑똑한 양떼들>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부모들의 정보와 돈으로 명문대에 들어간 엘리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고민이 없는 것은 물론, 부모들이 제시한 방향으로만 자신의 미래를 반응하고, 창의적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없는 그들은 이후 우리 사회의 엘리트로서 '늘 안전한' 선택만을 하는 '안이하고 무능력한 지배 그룹'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연 이런 '안이하고 무능한 지배 그룹'이 미래를 책임 질 수 있을까? 미래 학자 토마스 프레이가가 주장하는 바 20년대 대학의 상당수가 문을 닫을 '탄력적이며 유연하며 투지가 넘치는' 미래 인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의 '디자인 베이비'들은 미래를 책임질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사다리'에서 걷어차여진 대다수의 학생들이다. 일본의 교육 학자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진 일본 사회'를 이미 그의 책 '격차 세습'을 통해 경고한 바 있다. '하류의 자녀는 하류'가 되는 사회, 1억 명이 빈곤 계층인 사회, 이른바 버는 돈 없이 빠찡꼬 게임으로 딴 돈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즐기는 것으로 연명하는 식의 '현재를 즐겁게 지내자는 '니트족'들은 계층 사다리가 사라진 사회에서 젊은이들의 자구책으로 드러나는 한 예이다. 특히 '개천에서 난 용'들의 '인적 자본'에 의해 급격한 성장 주도의 경제를 근간으로 해온 대한민국에서 '격차 세습'으로 인한 계층 고착화는 '대한민국 정체성'을 근본에서부터 흔드는 심각한 문제이다.
EBS의 <대학 입시의 진실>은 최근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학생부에서 비롯되는 문제로 부터 시작하여, 대학 입시 그 자체를 낱낱이 해부하여 들어간다. 그리고 통계의 장난 속에 숨겨져 있는 결국 가진 자, 아는 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현행 '계층 세습'의 도구가 되는 대학 입시의 민낯을 세세하게 밝힌다.
문제 제기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대책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방향도 제시한다. 단순한다. 학생도, 학부모도, 선생님들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그 '복잡'한 대학 입시 정책을 '단순'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돈과 정보에 의해 '선점'하는 그 방식을 뜯어 고쳐서, '열심히 공부하면' 갈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면 된다.
6부작에 걸쳐 방영된 <다큐 프라임- 대학 입시의 진실>은 현행 대학 입시 제도의 모순과 그 원인을 심층깊게 진단했다. 그리고 그 대안까지 제시했다, 새 정부를 맞이한 '교육 방송'으로서의 교육에 대한 일종의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교육 정책처럼, 꼭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변화되는 교육 정책 속에서도 여전히 상위를 독점하고 있는 강남 8학군처럼 상위 계층의 카멜레온보다 더 빠른 적응력을 따라잡을 지도 문제다. 무엇보다 부모들의 마음을 다스려 주지 않으면 교육 정책은 실패한다는 학자의 말처럼 '내 아이는'하면 사회 지도층이라도 위장 전입을 마다하지 않는 '이기적' 자녀애의 욕망을 과연 어떻게 순치시켜 나갈지도 미지수다. 그러기에 총체적인 진단이었던 <대학 입시의 진실>이 더 의미가 있다. 공은 던져졌다. 과연 이 '로드맵'이 어떤 결과물로 나올 지는 전적으로 새 정부의 몫이다. 그리고 그건 일자수 몇 개 이상의 진정한 '꿈의 사다리'를 마련해 주는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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