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대선을 맞이하여 ebs다큐 프라임이 준비한 카드는 <대통령은 누구인가> - '미스터 프레지던트, 대통령의 탄생', '위 더 피플, 국민의 탄생' 2부작이다. 대통령 제도가 탄생한 나라, 미국에서 초대 대통령의 탄생 과정과 이제 45번 째 대통령을 뽑는 대선 과정을 통해 과연 대통령이란 제도의 의미를 돌아본다. 말 그대로 옛것을 읽혀 그것을 미루어 새 것을 아는 '대통령 제도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하지만 그저 '고전 강독'이 아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독립된 국가로, 그리고 나쁜 대통령은 있었지만 나쁜 제도는 아닌 대통령 중심제를 45번을 수행해 온 과정은, 이제 '대통령 중심제', 그 자체에 대한 '회의'가 들썩이는 대선 과정에서 한번쯤은 복기해 볼 만한 문제이다. 무엇보다, 누구를 뽑느냐 이전에 과연 대통령을 뽑는다는 그 '행위' 자체로서의 정치적 의미, 그 본질을 짚어보는 과정으로서 <대통령은 누구인가>는 유의미하다.
1부 대통령은 미 독립 투쟁의 산물이다
5월 1일 방영된 <대통령은 누구인가> 1부 미스터 프레지던트, 대통령의 탄생은 지난한 미국 독립투쟁사의 과정을 나열한다.
당시는 오늘날과 다르게 미 대륙과 유럽 사이의 대서양을 건너는 것은 아프리카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듯 목숨을 건 여정이었다. 하지만 그 생사를 오고간 여정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낙원'이 아니라 극심한 추위, 심지어 죽은 동료의 시체를 먹는 풍습이 생길 정도의 굶주림, 그리고 터줏대감인 인디언의 무자비한 공격 등이었다. 그런 역경을 뚫고 차츰 미 대륙에 자리를 잡아가던 이주민들,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당연히 자신들을 영국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악화시킨건 본국이었다. 18세기 무모한 식민지 전쟁으로 인한 국부의 피폐함을 식민지, 그 중에서 급격하게 경제적 안정을 일구어 가는 미 대륙으로 부터 '징수'하고자 한 본국 정부는 가장 일상적인 '사탕', '종이' 등에 '관세'를 부여했고, 이런 본국과 식민지 미 대륙의 갈등은 '보스턴 차 사건'을 계기로 학살과 무장 투쟁으로 국면을 전환하며 '독립'을 향해 나아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역사 '교과서에서 배운 '사실'들이 아니다. 그 행간을 채운 '사람'들이다. 즉 본국의 무자비한 관세에 대하여 '내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며 투쟁했던 버지니아의 패트릭 헨리를 비롯하여, '대표없이 관세없다'며 영국 상품 불매 운동을 시작으로 독립 전쟁을 이끈 새뮤얼 애덤스, 샘 콕 등의 보스턴 자유의 아들들 등의 중단없는 저항이었다. 이들 저항의 과정이 '독립 전쟁'이요, 그 '결실'이 바로 독립이자, 그 결과물이 대통령이란 미국의 새로운 제도인 것이다.
1776년 낭독된 독립 선언서, 하지만 그로부터 미국의 헌법이 만들어지기까지는 11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미국은 새로운 정치 체제와 관련된 치열한 논쟁을 치뤘다. 무엇보다 영국의 국왕제와는 다른 새로운 제도를 원했다. 거기에 시민들 투쟁의 결과물인 만큼, 평등한 시민의 권리가 담겨있는 제도라야 했다. 그래서 그 결과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프레지던트' 대통령이다.
당시 프레지던트라 불리는 사람들은 지역단체, 위원회, 대학 총장 등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란 뜻이었다. 무엇보다 국왕처럼 'too much power'를 저지하고자 처음 3명의 대통령까지 염두에 두었다니, 우리의 대통령제와 격세지감이다. 대신 한 명의 대통령을 두는 대신 의회와 법원의 삼권 분립 제도를 철저하게 하여, 권력의 집중을 막았다. 오늘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덜 불안해하는 이유는 바로, 제 아무리 트럼프가 막무가내식으로 나간다하여도 상원과 하원으로 분리된 의회와 법원, 그리고 각 주로 분리된 연방 정부라는 '분립'된 국가 권력이 그의 독주를 막아낼 것이란 제도적 안정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의료 보험 제도를 통과시키기 위해 지난한 의회 설득 과정처럼 말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통령은 '미스터 프레지던트'다. 우리의 '각하'가 아니다. 대통령이 되면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전권을 행사하는 '독점 권력'이 아니다. 그렇게 세계 최초로 이전의 왕정제와는 다른 권력 체제를 탄생시킨 미국, 그 첫 대통령으로 조지 워싱턴을 뽑았고, 1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재선 이후 스스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루어 내며, 새로운 군주가 아닌 '국민의 동의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는' 대통령 제도를 완성시켰다.
2부 we the pepple 국민이 국가를 만든다
2부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2016년 1차 tv 토론부터 시작한 미국의 대선 레이스다. 45대 대통령 선거 절대적 표수로 보면 힐러리가 트럼프를 이겼다. 하지만 복잡오묘한 미국 대선의 승자는 트럼프였다. 도대체 왜 다수의 득표를 하고도 힐러리는 트럼프에게 승복할까? 이기고도 지는 선거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2부에서 바라본 미국의 대선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tv 토론을 시작으로 벌어진 국민들의 자발적 선거 참여의 과정이다. 우리나라 대선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당원'들이라고 한다. 그나마 나이든 사람들은 좀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정의당'이 아니고서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하물며 한 자리를 약속받지 않은 자발적 자원봉사자는 언감생심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선 과정은 자신을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한바탕 축제와도 같다. 그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슬로건을 스스로 만들어 걸고, 자원 유세에 나선다. 집집마다 찾아다니기도 한다. 유세 과정에서 갖가지 방식으로 참여한다. 미국의 공공 정치 참여 비율은 28%이다. 겨우 28%라고? 아니다. 이 비율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이다.
거리에서 만난 노년의 자원 봉사자가 초등학생 어린이들과 논쟁을 벌인다. 우리 식의 훈계와 대꾸가 아니다, 아이들은 '어른'에게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어른'은 경청한다. 고깝기는 커녕 '어른'은 그렇게 정치에 관심을 가져주는 아이들이 '고맙단'다. 선거 과정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쉽다. 어른들은 아이와 함께 풋볼 시합에 가듯 선거 과정을 함께 한다. 아이들도 당당하게 말한다.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도대체 이런 어린 시절부터의 당당한 참여는 어디로 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미국의 선거는 '즐기는' 과정이다. 선거 후 '정치 보복'을 두려워해야 하는 사생결단의 과정이 아니다. 물론 자신의 후보가 당선되지 않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 비난도 한다. 하지만 그 조차도 과정의 일부니다. 오히려 미국에서 선거는 과정의 일부이다. 우리는 투표가 유일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정치적 행위라 자조적으로 말하지만, 미국에서 선거는 투표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관심을 가지고 지역 공동체에 참여하는 식으로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 과정의 한 매듭에 불과하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당당한 시민으로서의 권리에 대한 교육에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은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 배운다. 국민의 권리와 투표에 대해 토론한다. 우리 식으로 외워 시험보는 것이 아니다. 교사는 말한다. 너희는 학생이지만 국민이기도 하다고 선생님은 강조한다. 스스로 학생 헌법을 '제정'해 보기도 한다. 교실은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현장이다.
이런 교육이 특정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저소득층 지역을 중심으로 각 학교마다 이루어진다. 왜? 국민의 권리는 참여로부터 시작되고, 어떤 권리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빼앗길 것이기에 더 나은 시민으로 깨어있기 위해 당연한 권리라는 의식이 미국 사회 전반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변화의 과정이자, 결과물이 대통령 선거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나라의 미래와 방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실천'한다. 시민들의 평등한 권리로서의 국가, 하지만 그것에 전제가 되는 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잘 교육받고 그에 대해 제대로 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민이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알렉시스 토크빌의 국민의 자조적 수준에 대한 비감어린 한국에서의 이 경구가 미국으로 가면 풀뿌리 민주주의 교육의 경구로 변화된다. 평등한 시민들의 권리로서의 대통령, 과연 5월 9일 우리가 뽑으려고 하는 대통령도 '그런' 사람일까?
'tv > 다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가정의 달 특집 휴먼 다큐 사랑-나의 이름은 신성혁> 40년만의 모자 상봉, 이것이 2017년의 사랑이다 (2) | 2017.05.16 |
---|---|
<sbs스페셜-오바마 비디어 2920일> 다음 대통령에 바란다 -'이미지'를 넘어선 '공감'과 '위로 ' (2) | 2017.05.08 |
<sbs스페셜-권력의 탄생> '인사가 만사?' - '권력'을 돌아보며, '미래'를 가늠하다 (0) | 2017.05.01 |
<시사 기획 창-격동의 세계> 한미 FTA 10년, 이번엔 미국이 바꾸자고? 제 2의 구한말, 자중지난에 빠진 한국 (0) | 2017.04.19 |
<mbc스페셜-인구 절벽 원년 보고서 1,2부> 인구 절벽 대비는 커녕, 오히려 절벽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대한민국 (2) | 2017.04.18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