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과거의 인물이 된 오바마 대통령,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오바마 케어'라고 칭해지는 미국 의료 보험 체제를 개편으로 부터 상징되는 '진보적'인 업적으로 칭송되는가 하면, 결국 '오바마 때문이다'라는 평가처럼,  오늘날 미국 시민들이 '트럼프'를 선택하도록 만든 경제적 불안감에 대해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는 현실적인 평가도 등장한다. 임기 중 전용기를 타고 열심히 놀러다니고 농구 경기를 보러 다녔다는 '한 일이 없는 이미지'만의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그 어떤 대통령보다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 어디든지 달려갔던 기동력 뛰어난 현장가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하지만, 그렇게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할 당시에 이르기까지 무려 55%의 높은 지지도를 유지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의 대통령들이 국민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했던 것과 달리, 퇴임식을 맞이하기도 전에 탄핵을 받아 감옥에 가있거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고개를 수그리고 청와대를 나서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 아니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과 따지더라도 놀라운 지지율이다. 과연 그의 공과를 차치하고 퇴임에 이르러서까지도 여전히 높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오바마, 그 이유가 뭘까를 <sbs스페셜>이 찾아본다. 




남의 나라 대통령 인기 높은 이유를 찾아보는 심리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건, 같은 대통령 제를 운영하는 우리 나라의 새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무사히 퇴임하는 건 물론, 퇴임에 이르러서까지 환호를 받는 대통령, 어쩌면 우리가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가장 소박한 희망은 그것이 아닐까? 박수받으면 떠날 수 있는 대통령, 그 가장 기본적인 것을 해낸 오바마의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2920일 동안 오바마를 지켜 본 오마바 전속 비디오 작가의 지난 5년간의 기록을 들춰본다. 

오바마를 통해 새 대통령에 바란다.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자신을 노출하는 것을 즐기는 대통령이었다. 그에겐 2009년 취임에서 부터 퇴임까지의 시간을 따라다니며 기록한 공식 미디어 작가 차운드 하리를 비롯한 미디어 참모들이 있었다. 현대의 정치가 마치 '아이돌 탄생기'처럼 '이미지네이션'이 중요해지고, 언론에 의해 취합된 정보에 따라 대통령의 선택 여부가 판가름나는 시절에, 가장 발빠르게 그런 '트렌드'에 앞서 간 대통령으로 오바마는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공식 작가 차운드 하리는 그런 '미디어 프렌들리'라는 지점만으로 오바마를 기억하는 것에 고개를 젓는다. 역대 대통령 그 누구보다 오바마는 카메라의 온 오프의 경계가 없었던 인물이라 강조한다. 그는 그 누구보다 카메라에 많이 노출되었지만, 그 노출된 그의 모습은 '가공된 이미지'가 아니라, 카메라가 꺼진 순간에도 이어진 오바마 그 자신이었음을 강조한다. 

그렇게 진솔한 오바마란 인물은 미국 시민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오바마는 다인종 국가 미국의 전형처럼 복잡한 가계를 가진 인물이고, 진보적인 입장을 지닌 인물로써 입지전적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 오바마는 그런 자신을 규정지었던 그 모든 것을 넘어 '미국'이라는 나라를 '통합'시켜 나가는데 그 누구보다 솔선수범한 인물로 비디오는 기록한다.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상대방이었던 힐러리를 국무 장관으로 임명했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국방 전문가 조셉 바이든을 런닝 메이트로 임기 내내 함께 했다. 무엇보다 그가 걸출했던 것은 미국이 위기를 맞이한 그 순간 순간이라 비디오는 기록한다. 우리에게도 기억으로 남는 백인의 흑인 교회 난입사건, 그 추도식에 선 오바마는 자신의 피부색 또한 흑인 임을 드러내지 않고, 'amazing grace'를 부르며 온 국가를 열광적인 통합의 분위기로 흘러갔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이 선거 기간은 물론, 취임 과정에서 위기에 몰릴 때 아와 타를 구분함으로써 자신의 편을 결집시키는 것으로 전열을 가다듬어 위기를 돌파했던 것과 달리, 미국 내 인종 갈등을 정점으로 이끌었던 그 사건의 현장에서 노예선 선장으로 자신이 과거 저지른 잘못을 참회하며 만들었던 그 노래를 부르며, 흑백 인종 갈등을 봉합하고자 노력했다. 자신의 연설회장에서 자신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반대론자의 목소리에 그는 무시하는 대신, 준비해온 자신의 연설을 접고, 비록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전향적 자세를 보인다. 

현대 정치학이 결국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건 '통합'이다. 다양한 인종, 층위가 나는 계층, 그리고 그들 각각의 요구라는 복잡하게 서로의 이해 관계가 얽힌 사회에서, 그들을 하나의 정치 체제로서 '통합'하는 것이 오늘날 정치 체제와 리더의 가장 큰 숙제인 것이다. 그리고 다큐가 주목한 성공적인 지도자로서 오바마는 바로 그것을 퇴임의 그 순간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해 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오바마가 통합을 이루어 간 포인트는 바로 '아버지'이다. 두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평범한 가장으로서의 자신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바로 그 '아버지'로서의 자세로 국가의 모든 일에 접근해 들어간다. '각하'로서의 대통령이 아니다. 자신도 남들처럼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로써 국민들에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그 현장으로 달려가 함께 슬퍼하고, 기쁜 일은 함께 나눈다. 그의 초대로 백악관에서 함께 식사하는 것이 마치 우리 친근한 이웃의 초대처럼 반가운 일인 듯. 

또한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허물어 내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약점과 단점을 드러낸다. 딸이 평가한 웃긴 것과 창피한 것의 중간에 있다는 '코믹'한 모습을 정치적 긴장의 요소로 적절하게 활용하며,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실수에 관대하다. 그런 소박하지만 거리낌없는 그의 모습들이 그의 퇴임 과정에서 지난 시간의 동반자의 눈물과 수많은 이들의 굿바이 영상으로 마무리된다. 

업적보다 중요한 건? 
그런 오바마를 두고 미국의 대통령 연구자는 슬픔의 사령관(commander of grief)라 칭한다. 일반적으로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전시 최고 사령관(commander in chief),  하지만 오바마는 '공감'을 통해 '국민'을 통합해 나가며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어루만지며 새로운 지도자상을 이루어 냈다. 이는 지난 대통령 시절, '불통'으로 인해 내내 고통받았던 우리에게는 몹시 부러운 덕목이기도 하다. 



오바마 비디오는 오바마가 퇴임 한 후 5년이 지난 2021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작가의 허락을 받아 취합한 한 시간 여의 영상에는 카메라가 켜지던 꺼지던 진지하게, 혹은 때론 가볍게 자신을 내보이기에 서슴없었던 한 대통령의 모습이 담겨있다. 물론 '미디어 프렌들리'한 그의 입장처럼, 그런 비디오 속 모습은 오바마라는 정체 세력이 지향했던 바 '이미지네이션'의 일환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네이션'을 넘어, 지금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우리가 '고소원'인 것은 바로 '이미지'라 하더라도 서로 다른 세대, 그보다 더 극과 극의 입장으로 치달아 가는 이 대선 정국 속의 국가와 국민을 '통합'하기 위해 기꺼이 솔선수범하는, 그래서 박수 받으며 청와대를 떠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대통령이다. 다큐에서 보여지듯이 그의 업무 실적으로 보면 오바마는 잘 한 것만큼, 잘하지 못한 것도 많은 대통령이다. 그 누군가의 평가처럼 그로 인해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대통령이었던 한에서 많은 국민들이 그를 통해 위로받고, 그를 통해 '미국'이라는 국가의 일원으로 자신을 정의내릴 수 있도록 만든 그 '리더쉽'이라고 다큐는 말하고 있다. 부디 새 대통령도 그 누구들의 대통령이 아닌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 되길~
by meditator 2017. 5. 8.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