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tvn의 월화 드라마 <써클> 속에 등장한 대한민국 2030년은 이른바 스마트 도시와 일반 지구로 지역이 나뉘어져 있다. 말 그대로 '스마트'한 외관을 자랑하는 첨단 도시와, 마치 철거 예정지처럼 허름한 일반 지구를 가르는 건 이 '번드르르한' 건물들 외에 결정적으로 '공기'다. 청량한 하늘을 자랑하는 스마트 지구와 달리, 상시적으로 뿌연 미세 먼지에 휘감싸인 일반 지구. 입을 막고 연방 콜록거리는 일반 지구를 보며, 어휴, 저기서 어떻게 살아? 하게 되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라고 다를까? 바로 어느덧 '미세 먼지 주의보'에도 무감각해져가는 그러나 애국가에도 나와있는 맑고 청량한 하늘이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가는 우리 현실의 이야기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청량한 하늘'을 잃은 현실을 4일 <sbs스페셜-공기의 종말>이 다룬다.
에어 노마드 족이 된 사람들
아토피가 심했던 혜성이네는 양평으로 이사를 했다. 아이들의 아토피가 공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양평으로 이사를 오기만 했는데도 호전된 걸 보면서 새삼 공기 오염에 대해 실감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른바 공기 난민, 에어 노마드 족이다. 한 술 더 떠, 제주도로 간 가족도 있다. 자라나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 졸지에 아빠는 '기러기 아빠'가 되었다.
이사를 가지 못한다면 '극성'이라도 부려야 한다. 공기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이 민감한 유치원, 바깥 활동이 잡힌 날, 하필이면 미세 먼지가 심해졌다. 마스크로 중무장을 한 아이들이 향한 곳은 실내 박물관, 바깥 놀이를 기대했던 아이는 풀이 죽었지만, 엄마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집이라고 다를까. 도시에 사는 엄마들은 바쁘다. 아이들 기관지에 좋은 온갖 음식을 해먹이라, 자동차용 필터를 환풍기에 달아 집안 공기를 정화시키랴, 창문 곳곳에 강력한 필터를 메우랴, 혹시라도 집안에 침입한 미세 먼지를 없애느라 쓸고 닦고. '전쟁'이 따로없다.
정부나 기상청의 발표를 믿지 못해 스스로 미세 먼지를 측정하고 이웃이나 동호회 회원들과 공유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공기 좋아 이사한다는 제주도도 형편이 예전만 못하다. 한라산이 맑게 보이는 날이 줄었다. 지난 5월 24일 뜻을 모은 91명의 시민들은 환경 단체와 함께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에 환경 오염 소송을 제기했다.
미세 먼지, 당신 집 마당의 독가스
극성이라고? 오바라고? 미세 먼지를 그냥 먼지가 조금 더 '미세'한 수준이라고 얕봐서는 안된다.
중국 한 tv의 여성 아나운서, 이 아나운서는 취재를 위해 중국 곳곳의 미세 먼지가 심한 곳을 다녔었다. 취재를 마치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여성, 그러나 여성의 아이는 이미 태아의 상태에서 종양을 가지게 되었다.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받게 된 여성 아나운서의 아이. 이 아나운서는 자신의 아이에게 생겨난 종양이 '미세 먼지' 때문이라 말한다.
또 하나의 사례, 중국 베이징 병원의 전도유망했던 소아 심장 전문의. 공기 오염이 심한 곳의 아이들을 수술하며 아이들 폐에 생긴 회색 점들을 보며 의아했던 그가, 정작 가족력도 없는데 '폐암'에 걸리고 말았다. 자신의 폐 중 겨우 1/6을 유지한 채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폐암이 베이징의 공기 오염 때문이라 믿는다. 그러기에 설사 회복이 되더라도,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가 생긴다 해도 다시는 베이징에 돌아가지 않겠다 다짐한다.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는 아황산 가스, 질소, 납, 오존, 일산화 탄소 등 유독성 성분을 포함한 대기 오염 물질이다. 대부분의 오염된 물질들이 코 등을 통과하며 걸러지는 것과 달리, 10㎛ 이하의 오염 물질들은 걸러지지 않은 채 폐 등 우리 몸에 고스란히 축적되며 각종 신체적 병변의 원인이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천식, 아토피, 각종 피부병, 호흡기 질환의 수준을 넘어 미세 먼지가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덴마크 암학회 연구센터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은 18%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기사망위험도 커졌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 롭 비렌 박사팀이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증가할 때마다 조기사망 확률이 7%씩 증가하였다.
무엇보다 이런 미세 먼지에 취약한 계층은 폐기능이 약한 노인과 아이들이다. 특히 어른에 비해 호흡 수가 잦은 아이들의 경우 더 치명적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할 때 호흡기 질환 입원환자 수는 1.06% 늘었다. 노인층은 더욱 취약하다. 지름이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협심증,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암학회의 자료에서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10㎍ 증가하면 심혈관과 호흡기 질환자의 사망률이 12%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이화영 , <미세 먼지가 건강을 위협한다> 중)
다큐가 짚고 있는 건 정부의 안이한 대처이다. 정부가 발표한 2016년 미세 먼지 평균 일수는 15일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낀 미세 먼지의 현실적 일수는 2016년 한 지자체가 발표한 미세먼지 일수 119일에 가깝다. 무엇보다 정부의 미세 먼지 기준이 who의 기준에 비해 너무 높은 '안이한' 현실이다. 거기에 2016년 1~3월의 초미세먼지 나쁨 2일에 비해, 7배가 늘어난 올해 14일에서 보여지는 급격한 증가가 우려된다고 다큐는 짚는다.
그렇다면 그 해결책은?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우리나라 미세 먼지의 주범은 '중국'이다. 음모론이 작동될 만큼, 중국 해안가를 중심으로 자리잡은 공단들, 그들이 뿜어내는 대기 오염 물질은 '편성풍'을 타고 우리의 미세먼지가 된다. 그러기에 환경 단체와 시민들의 소송 대상에 중국이 들어간다. 그러면서 중국의 눈치를 보는 정부의 자세에 아쉬움을 전하는 것에서 그친다.
하지만, 중국만이 문제일까? 새 정부 들어 미세 먼지 대책을 발빠르게 움직인 정부는 노후한 석탄 화력 발전소의 운행을 중지했다. 하지만, 전체 발전 비율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는 몇몇 화력 발전소의 중단은 미세 먼지 대책의 첫 발로써는 상징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심각하다. 중국의 핑계만을 대기엔 현재 우리나라 화력 발전소의 증가율은 심각하다.
3월 29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대기오염 정보사이트 에어비쥬얼의 정보를 인용해, 3월 말 서울은, 중국 베이징과 인도의 델리와 함께 세계 3대 대기오염 도시였으며, 가까운 미래에 한국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최악의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OECD보고서 내용도 인용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15년, 한국의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를 제기하며 초미세 먼지를 뿜어내는 석탄 화력 발전소로 인해 매년 1100명이 조기사망하고 있으며 앞으로, 조기사망자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5년까지 모든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한 영국, 심지어 중국도 최근, 백사 기(104기)의 화력 발전소 신규 계획을 취소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2016년 2월 기준 총 오십삼기의 화력발전소는 2030년엔 칠십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그 결과가 우려되고 있다, (4,14, ebs 뉴스 중)
또한 정부가 밝히고 있는 2030년 경차 운행 중지 입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리를 메우는 경차들의 행렬 또한 미세먼지의 또 다른 주범이다. 그런 면에서 <공기의 종말>은 미세먼지로 인해 고통받는 현실을 조명한 것에는 의의가 있지만, 막연히 '중국'이 주범이단 식의 원인이나 대처 방식에 있어서는 '주먹구구식'이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이미 정부가 노후 화력 발전소 중지나 경차 대책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촘촘한 대책이었다면 심각성의 경고와 함께 프로그램의 의의가 더 살았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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