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yolo(욜로)'족이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 you only live once(한번 뿐인 인생), carpe diem(까르페디엠, 인생을 즐겨라)!! 2010년 래퍼 드레이크의 <the motto>속 노래 가사로 등장한 '욜로'는 어느덧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2,30대 젊은이들 삶의 모토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한번뿐인 인생 즐기고 싶은데, 밥벌이가 발목을 잡네! 그래서 'tvn이 새로이 선보인 <주말엔 숲으로>라는 예능에 등장한 욜로족들은 기꺼이 그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밥벌이'의 고달픈 일상에서 뛰쳐나와 자신이 원하는 자연의 삶을 기꺼이 보여준다.
<퇴사하겠습니다>가 베스트 셀러가 되는 사회
일본이라고 다를까, <퇴사하겠습니다>가 연신 베스트 셀러로 등극하고 있는 건 바로 그런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리고 <sbs스페셜-퇴사하겠습니다>는 바로 그 책의 주인공 이나가키 에미코로부터 시작된다.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아사히 신문사의 기자였던 에미코 51살이 되던 해 스스로 직장을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퇴직 이후의 삶을 걱정하기도 전에 쓴 <퇴사하겠습니다>는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그녀는 직장 대신 몰려드는 인터뷰니 강연 요청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녀를 베스트 셀러 작가로 만든 퇴사, 그게 하루 아침에 때려 치운 일이었을까? 아니 그것만이었다면 아마 이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에미코는 '퇴사'를 하기 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처음 '퇴사'의 고민이 시작된 건 잘 나가던 승진에서 밀려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이다. 밀려났다는 자괴감과 승진 등에서 배제된 공포감에 휩싸였던 그녀는 '퇴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대번에 사표를 내던진 대신, 그 이후로 10년의 시간을 두고, '회사적 인간'이었던 자신의 삶을 스스로 자신이 중심에 선 삶으로 재조직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더 이상 회사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삶에 준비가 되었을 때 그녀는 '퇴사'를 하였고, 그 경험을 책으로 써, 전 일본인이 공감하는 베스트 셀러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런 그녀가 쓴 책의 내용을 씨줄로, 우리 현실의 이야기로 다큐는 접근해 들어간다. 잘 나가는 it 기업의 매니저 김상기 씨, 그는 이제 마흔 줄에 접어들었다. it기업 평균 퇴직 연령 48.2세, 그 멀지않은 은퇴의 시기를 자기 주도적으로 맞이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에 아내는 아직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 양육비가 한 달에 150만원이나 든다며 펄쩍 뛴다. 아내는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가족'을 위해서는 '견디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상기씨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퇴사' 이후의 삶을 고려해 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퇴사'를 결정했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무엇일까? 아내가 아이들 교육비를 들고 나오듯이 경제적인 생활의 유지가 우선일 듯하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이 아니라도 나와 내 가족이 먹고 살 수 있는 그 무엇, 그리고 단지 먹고 사는 이상, '한번뿐인 인생'을 후회하지 않게 만들 그 무엇.
제 2의 인생, 그 이전에 생각해 보아야 할 인생의 화두는
그것을 위해 다큐는 퇴직 이후 제 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난다. 한 명의 퇴직자, 그는 출판 관련 일을 하다 퇴직하여 동네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퇴직 이후의 먹고사니즘'에 대한 질문에 그는 오히려 '먹고사니즘'의 필요충분 조건을 반문한다. 물론 또 다른 케이스도 있다. 회사를 다닐 때부터 차근차근 퇴사를 준비했던 다른 퇴직자의 경우, 현재 식당 두 개를 운영하며 웬만한 대기업 직장인 월급을 훨씬 넘는 수익을 내고 있다. 퇴직 이후 치킨집 =패망의 지름길이라는 자영업자 패망론의 세상에 그는 각자 준비하기 나름이라는 대안을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퇴직' = 자영업자의 삶, 혹은 성공적인 아이템이 화두가 되는 트렌드와 달리, 책방 주인아저씨가 된 출판사 퇴직자의 질문처럼, <퇴직하겠습니다>의 이나가키 씨가 주장하는 건 '과연 당신이 먹고사는데 얼마가 필요한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다. 책방을 경영하니 당연히 회사의 월급보다 버는 돈이 적어진 책방 주인, 하지만 그는 오히려 버는 돈에 따라 소비의 규모가 커져가는 우리의 삶을 되살펴 보게 되었다고 한다. 보다 큰 집, 더 많은 소비, 더 많은 교육비, 여행 등등. 이나가키 씨도 마찬가지다. 베스트 셀러 작가라는 명함이 무색하게 그녀의 삶은 '청빈'하다 못해 궁상스럽다.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집, 버리는 음식을 최소화하기 위한 식재료, 최소한의 화장품, 목욕 정도는 동네 목욕탕 쿠폰으로 대신한 삶으로 인해 그녀는 오히려 줄지않는 통장의 돈을 고민할 정도다.
이나가키는 장식장을 다 채우고도 넘쳤던 화장품을 버리는 대신, 그 자리를 그녀가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채웠다. 애써 돈을 버는 대신, 그 시간에 그녀가 하고 싶은 동네 주민들을 위한 무료 요가 교실로 채우는 식이다. 그러면서 '소비'를 즐겼던 자신의 삶을 '소비하지 않아' 즐거운 삶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책에 담았다.
그처럼 김상기 씨도 퇴직을 준비해 본다. 자신의 집을 채웠던 '소비'의 부산물들을 치우는 것부터, 그리고 무엇보다 과중한 빚을 안고 얻었던 전셋집 탈출을 도모하며 '경제적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정병수 씨네. 극심한 야근과 출장으로 몸에 이상이 왔던 엔지니어 정병수 씨는 무조건 퇴직을 하고 가족과 함께 퇴직금이 떨어질 때까지 여해을 하고 양평에 집을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그 과정에서 생겨난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직장으로 돌아갔단다.
다시 직장으로? 하지만 정병수 씨의 재직장행은 이전의 직장 생활과는 다르다. 직장에 목을 매고 승진과 성공에 자신을 달리게 했다면, 이제 정병수 씨의 직장은 자신과 자기 가족의 안녕을 위한 가장 유효한 수단이다. 회사를 위해 일하고 남는 시간에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 보이는 것은 똑같이 회사를 다니는 것이라 해도 정병수 씨는 달라져 있다.
결국 다큐가 돌고 돌아 찾아낸 결론은 '퇴사'를 해라가 아니다. '욜로'족의 시대, 어차피 피라미드 식의 조직에서 살아남아 생존하는 자의 숫자는 정해진 레이스에 놓인 회사원들이, 그 성공과 승진의 레이스에서 '행복해지는' 방식에 대한 방법 모색이다. 자신을 회사에 일치하는 대신, 회사적 동물이 되는 대신, 자신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 굳이 퇴사를 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삶을 달리 살 수 있다는 제안이다. 결국 퇴사를 준비했던 김상기 씨 역시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게임을 굉장히 좋아해서 이 회사에 들어왔다는 초심을 살려낸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애를 상기한다. 그래서 그는 퇴직을 하는 대신, 기꺼이 회사에 남기를 택한다. 이나가키 씨의 <퇴사하겠습니다> 역시 마찬가지다. 힘들어, 때려쳐가 아니라, 행복한 직장 생활과, 인생 1막의 졸업으로서의 퇴사다. 그리고 더 많이 벌어, 더 많이 '소비'하면서 살아왔던 삶의 반추이다. 결국 조직과 사회에 넘겼던 자기 주도권의 수복이다.
<퇴직하겠습니다>를 통해 다큐가 제안하고 싶은 건, 성공 중심 사회, 조직 중심 사회 속에서 '자신'을 잃고 상실되어 가는 '개인'의 복구이다. 그리고 이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몸담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회사와 더불어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해진 사회, 조직과 함께 자신의 삶을 일체화할 수 없는 사회, 그 속에서 등장하는 해법은 결국 '한번 뿐인 내 인생'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안긴 '화려한 성취와 소비'의 삶에 대한 질문이다. 그건 회사에 있느냐, 퇴직을 하느냐의 방식이 아니라, 결국 삶의 스타일과 방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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