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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방영한 <sbs스페셜-성선제의 달콤한 인생>은 지난 4월 14일 방영한 <나의 빛나는 흑역사>의 스핀오프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나의 빛나는 흑역사>를 통해 여러 사람들의 '실패'의 전사를 훑어보았던 프로그램은 그 중 특히나 이목을 끌었던 성선제 씨의 이야기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본다.
실패주의자 성선제
이제 성선제 씨는 기업에 강의를 다닌다. 그가 하는 강의의 주제는 '나만큼 실패해 본 사람 있는가?'이다. 지금까지 아홉 번 실패를 하고, 그는 지금까지 실패를 밑거름삼아 성공할 일만 남았다고 하지만 어쩌면 열 번 째 실패를 할 지도 모를(?) 그가 잘 나가는 기업이 한참 열의를 가지고 일을 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실패'를 강의한다. 왜?
방영 과정에서 * 처리를 했지만, 그 시그널과 로고만 봐도 피자를 먹어봤던 사람이라면 다 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피자 브랜드의 첫 한국 지사장이었다. 서른의 성선제씨는. 하루 일과가 지나고 집에 지폐 세는 기계를 놔두고 돈을 세어야만 하루 매출을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긁어모았다던 그, 방송에 나가 100억 정도라 웃으며 말을 하던 것이 그 시절의 그였다.
그렇게 한국에 첫 발을 내딛은 피자가 선풍적 인기를 모으자, 본사에서는 그 대신 본사 직영으로 그 브랜드를 넘기도록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비록 얼마간 보상을 받았지만 하루 아침에 자신이 애써 일구던 사업을 송두리째 넘겨야 했던 그는, 보란듯이 해외 유명 브랜드의 덕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또 다시 성공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단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당시 한국에서는 역시나 드문 로스팅 기법의 치킨, 케니 로저스란 해외 유명 가수를 내세웠지만 모험이었다. 그 모험의 발목을 잡은 건, 뜻밖에도 국가의 경제 상황, IMF는 빚을 얻어 사업을 시작한 그를 다시 실패의 늪으로 몰았다. 그렇게 다시 두 번째의 실패를 하고 자신이 살던 궁궐같은 집을 헐값에 넘기고, 높은 빌딩에 올라 죽을까도 해보다, 온 몸이 성한 데가 없을 정도로 각종 암에 병에 수술을 몇 번씩 하고, 그렇게 이제 일흔 줄이 되었다.
예전 우리 소설에 '아버지'란 존재의 단골 캐릭터, 이른바 사업을 한답시고 땅 팔고, 집 팔고 가산을 탕진하고, 집안을 거덜내던 그 '아버지'를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심지어 일흔 줄 지금도 여전히 사업을 한다고 얼마전 역시나 해외 브랜드 덕을 볼까싶어 넓은 건물을 얻어 시작했다 망한 컵케이크를 아직도 붙들고 있다.
그렇게 사업하다 다 말아먹은 아버지 성선제씨가 왜 기업에 강의를 나갈 정도가 되었을까? 실패도 하다보니 이골이 나서? 이제는 마음을 비웠다 했지만 예전에 자신들이 살던 동네에 간 일흔의 성선제씨 부부는 결국 눈시울을 적시고 만다. 남들이 쉽게 말하는 아홉 번의 실패가 그리 쉽게 아무는 것이 아니다.
최근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화제가 된 이상민 씨가 7월 2일 다큐의 나레이션을 맡았다. 이상민 씨도 아직 나이가 성선제씨만큼 안되서 그렇지, 실패의 경력으로 치면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상민과 성선제, 이 두 사람, 묘하게도 닮았다.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이상민에 대해 사람들이 호의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가 과거에 벌였던 일들을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다. 성선제씨 역시 집기들을 다 놔두고 이제는 월세를 내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좋아서 그를 다시 조명하는 것이 아니다.
실패, 아름다운 꿈, 그리고 여전히 현재형인 삶
지난 4월 14일 <나의 빛나는 흑역사>에서 어쩌면 진짜 짚어야 했지만, 미처 짚지 못했던 지점을 이상민 나레이션의 <성선제의 달콤한 인생>을 통해 다큐는 제대로 짚고자 하는 것이다. 다년간의 투병과 수술로 인해 옷이 남아도는 마른 몸으로 그는 여전히 상호도 없는 개장하지 않은 점포를 지키며 날마다 컵케이크와 씨름한다. 보기에 그럴 듯해 보이는데 이건 아니라고 다 만든 컵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쑤셔 넣는다. 그가 요식업에 종사한 이래, 그의 좌우명은'나 자신이 먹을 만한가'였고, 아홉 번의 실패를 겪었어도 그런 그의 좌우명은 변하지 않았다. 그저 새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아홉 번의 실패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초심,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 맞춰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려는 도전, 그 순간 성선제씨는 아홉 번의 실패자가 아니라, 다시 새로운 꿈을 꾸는 희망에 찬 도전자이다.
아홉 번이나 실패를 한 남편, 그런 남편의 열 번 째 사업에서 컵 케이크 셔틀을 담당한 건 그의 늙은 아내와, 그 부부만큼 오래된 자가용이다. 부자였던 이 아니라, 잠깐 부자였던 시절을 스쳤다고 말하는 의연한 아내는 아홉 번이나 실패를 한 남편을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며 퉁수를 주지만, 여전히 형형한 그의 눈빛에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아내는 말한다. 수술을 하고 투병을 하고 그러고 퇴원을 하면 다시 일터로 가서 자신의 일과 씨름하는 남편, 성선제씨는 그렇게 살아왔다고. 기업의 강연이 있는 날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준비하는 늙은 남편을 저 사람이, 저 사람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면 자랑스러워 한다.
그렇다. <나의 빛나는 흑역사>가 빼먹은 것이 그거다.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실패,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성선제 씨는 말한다. 꿈을 꿔라, 하지만 당신이 꿈을 꾸는 건 십중팔구 실패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는 말한다. 그렇다고 꿈을 접어두고 그냥 살아가기엔 인생은 너무 길다고. 그런 그의 생각대로, 그는 일흔이 된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과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예전에 내가~'라며 시간을 보내는 또래의 친구들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성선제 씨, 그가 멋있는 건, 무언가를 이루어서가 아니라, 끝내 포기하지 않아서이다. 그가 대기업의 직장인들에게 당당하게 실패를 말할 수 있는 건, 실패 끝에 성공을 성취해서가 아니라, 실패를 했지만, 그 실패에 자신을 내어주지 않아서이다. 이상민 나레이터가 요즘 세상에 다시 조명을 받는 것 역시 그것이다. 여전히 많은 빚이 있지만,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무언가를 한다는 것. 그리고 역시 열 번 째 실패를 앞두고 있을 지도 모를 성선제 씨가 당당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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