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맞이하여 ebs다큐 프라임이 준비한 카드는 <대통령은 누구인가> - '미스터 프레지던트, 대통령의 탄생', '위 더 피플, 국민의 탄생' 2부작이다. 대통령 제도가 탄생한 나라, 미국에서 초대 대통령의 탄생 과정과 이제 45번 째 대통령을 뽑는 대선 과정을 통해 과연 대통령이란 제도의 의미를 돌아본다. 말 그대로 옛것을 읽혀 그것을 미루어 새 것을 아는 '대통령 제도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하지만 그저 '고전 강독'이 아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독립된 국가로, 그리고 나쁜 대통령은 있었지만 나쁜 제도는 아닌 대통령 중심제를 45번을 수행해 온 과정은, 이제 '대통령 중심제', 그 자체에 대한 '회의'가 들썩이는 대선 과정에서 한번쯤은 복기해 볼 만한 문제이다. 무엇보다, 누구를 뽑느냐 이전에 과연 대통령을 뽑는다는 그 '행위' 자체로서의 정치적 의미, 그 본질을 짚어보는 과정으로서 <대통령은 누구인가>는 유의미하다. 




1부 대통령은 미 독립 투쟁의 산물이다
5월 1일 방영된 <대통령은 누구인가> 1부 미스터 프레지던트, 대통령의 탄생은 지난한 미국 독립투쟁사의 과정을 나열한다. 

당시는 오늘날과 다르게 미 대륙과 유럽 사이의 대서양을 건너는 것은 아프리카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듯 목숨을 건 여정이었다. 하지만 그 생사를 오고간 여정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낙원'이 아니라 극심한 추위, 심지어 죽은 동료의 시체를 먹는 풍습이 생길 정도의 굶주림, 그리고 터줏대감인 인디언의 무자비한 공격 등이었다. 그런 역경을 뚫고 차츰 미 대륙에 자리를 잡아가던 이주민들,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당연히 자신들을 영국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악화시킨건 본국이었다. 18세기 무모한 식민지 전쟁으로 인한 국부의 피폐함을 식민지, 그 중에서 급격하게 경제적 안정을 일구어 가는 미 대륙으로 부터 '징수'하고자 한 본국 정부는 가장 일상적인 '사탕', '종이' 등에 '관세'를 부여했고, 이런 본국과 식민지 미 대륙의 갈등은 '보스턴 차 사건'을 계기로 학살과 무장 투쟁으로 국면을 전환하며 '독립'을 향해 나아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역사 '교과서에서 배운 '사실'들이 아니다. 그 행간을 채운 '사람'들이다. 즉 본국의 무자비한 관세에 대하여 '내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며 투쟁했던 버지니아의 패트릭 헨리를 비롯하여, '대표없이 관세없다'며 영국 상품 불매 운동을 시작으로 독립 전쟁을 이끈 새뮤얼 애덤스, 샘 콕 등의 보스턴 자유의 아들들 등의 중단없는 저항이었다. 이들 저항의 과정이 '독립 전쟁'이요, 그 '결실'이 바로 독립이자, 그 결과물이 대통령이란 미국의 새로운 제도인 것이다. 



1776년 낭독된 독립 선언서, 하지만 그로부터 미국의 헌법이 만들어지기까지는 11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미국은 새로운 정치 체제와 관련된 치열한 논쟁을 치뤘다. 무엇보다 영국의 국왕제와는 다른 새로운 제도를 원했다. 거기에 시민들 투쟁의 결과물인 만큼, 평등한 시민의 권리가 담겨있는  제도라야 했다. 그래서 그 결과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프레지던트' 대통령이다. 

당시 프레지던트라 불리는 사람들은 지역단체, 위원회, 대학 총장 등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란 뜻이었다. 무엇보다 국왕처럼 'too much power'를 저지하고자 처음 3명의 대통령까지 염두에 두었다니, 우리의 대통령제와 격세지감이다. 대신 한 명의 대통령을 두는 대신 의회와 법원의 삼권 분립 제도를 철저하게 하여, 권력의 집중을 막았다. 오늘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덜 불안해하는 이유는 바로, 제 아무리 트럼프가 막무가내식으로 나간다하여도 상원과 하원으로 분리된 의회와 법원, 그리고 각 주로 분리된 연방 정부라는 '분립'된 국가 권력이 그의 독주를 막아낼 것이란 제도적 안정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의료 보험 제도를 통과시키기 위해 지난한 의회 설득 과정처럼 말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통령은 '미스터 프레지던트'다. 우리의 '각하'가 아니다. 대통령이 되면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전권을 행사하는 '독점 권력'이 아니다. 그렇게 세계 최초로 이전의 왕정제와는 다른 권력 체제를 탄생시킨 미국, 그 첫 대통령으로 조지 워싱턴을 뽑았고, 1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재선 이후 스스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루어 내며, 새로운 군주가 아닌 '국민의 동의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는' 대통령 제도를 완성시켰다. 



2부 we the pepple 국민이 국가를 만든다
2부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2016년 1차 tv 토론부터 시작한 미국의 대선 레이스다. 45대 대통령 선거 절대적 표수로 보면 힐러리가 트럼프를 이겼다. 하지만 복잡오묘한 미국 대선의 승자는 트럼프였다. 도대체 왜 다수의 득표를 하고도 힐러리는 트럼프에게 승복할까? 이기고도 지는 선거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2부에서 바라본 미국의 대선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tv 토론을 시작으로 벌어진 국민들의 자발적 선거 참여의 과정이다. 우리나라 대선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당원'들이라고 한다. 그나마 나이든 사람들은 좀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정의당'이 아니고서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하물며 한 자리를 약속받지 않은 자발적 자원봉사자는 언감생심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선 과정은 자신을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한바탕 축제와도 같다. 그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슬로건을 스스로 만들어 걸고, 자원 유세에 나선다. 집집마다 찾아다니기도 한다. 유세 과정에서 갖가지 방식으로 참여한다. 미국의 공공 정치 참여 비율은 28%이다. 겨우 28%라고? 아니다. 이 비율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이다. 

거리에서 만난 노년의 자원 봉사자가 초등학생 어린이들과 논쟁을 벌인다. 우리 식의 훈계와 대꾸가 아니다, 아이들은 '어른'에게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어른'은 경청한다.  고깝기는 커녕 '어른'은 그렇게 정치에 관심을 가져주는 아이들이 '고맙단'다. 선거 과정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쉽다. 어른들은 아이와 함께 풋볼 시합에 가듯 선거 과정을 함께 한다. 아이들도 당당하게 말한다.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도대체 이런 어린 시절부터의 당당한 참여는 어디로 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미국의 선거는 '즐기는' 과정이다. 선거 후 '정치 보복'을 두려워해야 하는 사생결단의 과정이 아니다. 물론 자신의 후보가 당선되지 않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 비난도 한다. 하지만 그 조차도 과정의 일부니다. 오히려 미국에서 선거는 과정의 일부이다. 우리는 투표가 유일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정치적 행위라 자조적으로 말하지만, 미국에서 선거는 투표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관심을 가지고 지역 공동체에 참여하는 식으로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 과정의 한 매듭에 불과하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당당한 시민으로서의 권리에 대한 교육에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은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 배운다. 국민의 권리와 투표에 대해 토론한다. 우리 식으로 외워 시험보는 것이 아니다. 교사는 말한다. 너희는 학생이지만 국민이기도 하다고 선생님은 강조한다. 스스로 학생 헌법을 '제정'해 보기도 한다. 교실은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현장이다. 

이런 교육이 특정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저소득층 지역을 중심으로 각 학교마다 이루어진다. 왜? 국민의 권리는 참여로부터 시작되고, 어떤 권리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빼앗길 것이기에 더 나은 시민으로 깨어있기 위해 당연한 권리라는 의식이 미국 사회 전반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변화의 과정이자, 결과물이 대통령 선거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나라의 미래와 방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실천'한다. 시민들의 평등한 권리로서의 국가, 하지만 그것에 전제가 되는 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잘 교육받고 그에 대해 제대로 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민이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알렉시스 토크빌의 국민의 자조적 수준에 대한 비감어린 한국에서의 이 경구가 미국으로 가면 풀뿌리 민주주의 교육의 경구로 변화된다. 평등한 시민들의 권리로서의 대통령, 과연 5월 9일 우리가 뽑으려고 하는 대통령도 '그런' 사람일까? 


by meditator 2017. 5. 3. 15:15

헌법 재판소의 판결이 엊그제인가 싶더니 새로운 권력의 탄생을 1주일여 앞두고 있다. 장미꽃이 만발하기도 전에 우리는 새 대통령을 맞이할 듯하다. 이제 대선 종반주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를 선택할 지 이미 결정했을 듯하다. 인기투표처럼 일주일에도 몇 번씩 후보자간의 지지율이 등락하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지만, 정치학자들은 생각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단언하기도 한다. 혹시나 아직 당신의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 혹은 마음을 결정했다손 치더라도, <sbs스페셜- 권력의 탄생>을 보며, 과연 이제 당신이 선택하는 그 대상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짚어보는 건 어떨까?




지난 2월 sbs 스페셜은 '권력'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대통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며, 보여지는 '이미지'에 휩쓸려 당신의 선택을 '실수'하지 말아달라 당부한 편이었다. 그에 이어 이제 대선을 앞두고 다시 프로그램은 '권력'의 문제를 들고 나온다. 이제는 제 아무리 독방에서 떵떵거려도 법이 심판을 앞둔 지난 권력, 그 권력을 다시 들춰보는 건 철 지난 유행가같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철지난 유행가를 다시 곰곰히 들여다 보는 것이야 말로, 새 권력의 선택에 가장 유효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그 지난 권력의 '인사', 그것이 이번 '권력' 편의 주제다. 

왜 사람일까?
최진 대통령 리더쉽 위원장은 지금 유력한 대선 주자의 인사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사 그가 '악마'라 하더라도 인사만 잘하면 '천사'로 보일 수도 있다며. 

우리가 대통령중심제를 취한 이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불행한 역사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매번 되풀이되는 권력의 불운, 권한이자 함정이 되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유시민 작가는 그 권력의 핵심이 바로 '인사권'이라 단언한다. 

왜 인사권일까? 대통령이 되면 행사할 수 있는 인사의 권한이 줄잡아 6000 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즉 권력의 시작이 바로 '인사', 인재의 등용으로 막이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대통령이 된 사람들은 이런 수많은 인사의 권한을 준비하지 않고 권력을 맞이한다. 또한 선거 기간 중에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준 사람들에게 '사농공상'을 해주고 싶고, 해주어야 할 조건이기도 하다. 더구나 동양권에서는 '사농공상'으로서의 관직은 곧 '조상의 은덕'처럼 여겨지니, 더더욱 그 '인재의 등용'에 힘이 실린다. 

그러기에 손쉽게, 그리고 허겁지겁 믿을만한 인맥의 인사, 즉 이른바 '코드 인사'로 권력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믿을 만한, 운명을 함께 한 '이너 서클'에 눈이 돌아가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이다. 



바로 그런 식으로 믿을 만한 이너 서클의 사농공상으로 권력을 시작한 것이 바로 박근혜 정권의 첫 번째 코드 인사 '윤창중'이었다. 1호 대변인으로 박근혜의 상대방 세력을 향해 막말을 퍼붓던 언론의 인사가 첫 번째 인사라 됨으로써, 박근혜 정권은 '화합' 대신, '코드'의 색깔을 드러내며 정권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어서 윤창중에 의해 발표된 '밀봉 인사'는 '수첩 인사', 깜깜 인사'로 이어지고, 이는 정권이 형성되기도 전에 내정된 인물의 7명이 낙방하는 '인사 참사'로 결론을 맺는다. 하지만, '참사'에 대한 반성은 커녕,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격 사유가 있는 17명 중 끝내 6명의 인사를 강행하고, 결국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을 맞이하게 된다. 

또한 박근혜 정권은 경제 민주화를 외치던 김종인을 내친 대신 유신 정권의 출신의 성장론자 현오석을 부총리로 앉힌데 이어, 진박 감별사 최경환, 호위 무사 윤상현, 박근혜의 신데렐라라 칭해지던 조윤선 장관을 거듭 들이며 '충성'을 인사의 제 1 명제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런 드러난 인사보다 심각한 것은 이른바 '소도(蘇塗)'라 칭해지던 정윤회를 비롯한 문고리 삼인방, 그리고 결국 최순실로 이어진 뽑히지 않은 '권력의 핵심'들이다. 결국 '이너 서클'에 의존한 코드 인사와 불통 인사는 '나쁜 권력'의 전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권력은 언제나 나빠질 수 있다
프로그램은 일찌기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이른바 '팽' 당한 경험이 있는 조응천, 김병준 등의 전직 '이너 서클' 인사와 문희상, 유시민 등 오랜 정치적 경험을 가진 정치인들의 경험과 의견에 기초하여, '권력'의 인사를 서술해 간다. 

결국, '인사'로 시작하여, '인사'로 정의 내릴 수 있는 '권력', 권력이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유일한 합법적 '폭력'이다. 하지만 그 '권력의 정의에서 찍혀져야 하는 방점이 '국민'에서 '폭력'으로 바뀌는 순간, '법과 원칙' 대신 자신의 '권력'이 우선되는 순간 국민의 의사는 무시되고 , 탄핵 재판소의 판결이 기다린다. 출연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권력은 칼이라고. 하지만 권력이라는 칼에는 손잡이가 없다고. 잘못잡으면 손을 베기도 하고, 상대방을 찌른다고 했는데 어느새 내 몸 속에 칼이 박혀 있기도 하다고 . 그래서 '군주민수(君舟民水),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라,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뒤집기도 한다. 그러니 권력자는 늘 국민을 두려워하고 살펴야 한다는 순자의 경구로 '인사'에 대한 다큐는 마무리된다. 



대선 투표를 일주일 여를 앞둔 시점에, 새삼 지난 권력의 '인사'를 '역지사지'해보겠다는 취지의 다큐, 어쩌면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지난 정권의 '권력' 행사에 대한 이야기는 과열된 대선 레이스의 정점에서, '원칙'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최근 정치학자 박상훈씨는 시민을 위한 정치 이야기란 부제를 달고 <정치가 우리를 구제할 수 있을까>란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우리의 사회적 삶을 '진화'하는 방편으로서의 '정치'를 역설한다. '누가 더 '진정성'이 있는가를 가지고 논쟁할 것이 아니라 권력을 선용할 수 있는 능력의 경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준비와 '이상'을 가지고 있는가 여부가 새로운 권력 선택의 기준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가 하면 다 해낼 겁니다' 란 말에 대한 맹목적 믿음으로 '탄핵으로 이어진 엄청난 역사적 후퇴를 경험했던 시간, 과연 지금 이 대선 가도의 정점에 선 우리는 ''인지 상정'이 아닌, 미래를 향한 권력을 담당할 '눈밝은 이'를 향한 바램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부디 장미꽃 향기 속에 탄생한 정권의 미래는 불운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by meditator 2017. 5. 1. 16:49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미, 중과 우리 나라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졌었다. 새 정권이 탄생하기 이전에 배치를 서두르던 미국, 그런 미국에 대항하여 한류 관련 산업과 상품에 있어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는 중국, 그 가운데에서 청와대가 빈 우리나라는 외교적 대응 대신, 사드 배치를 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놓고 정쟁에 빠졌다. 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던 '치킨 게임'은 뜻밖에 허무하게도 미중 정상 회담으로 한 김이 빠지고 만다. 냉랭하게 공동 회견조차 하지 않고 끝났다던 두 정상의 회담은 이후 뜻밖에도 많은 공가대를 형성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에 넘긴다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중국은 '한류'등 을 통해 중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던 'Made in korea'에 대해 그 흐름에 족쇄를 채웠고, 미국은 여전한 한국에서의 영향력을 검증했다. 이렇게 결국 우리 땅에 배치하는 '사드'에 대해 그 '결정권'에 있어 다시 한번 무기력했음을 증명했던 시간, 하지만 사드가 끝일까? 이에 kbs1의 <시사 기획 창>은 마치 무기력한 한반도에 저 마다의 이권을 가지고 쟁투했던 제 2의 구한말과 같은 이 시기,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변화를 2부작 <격동의 세계>로 다룬다. 




1부; 스트롱 맨의 부활
무엇보다 한반도 상황을 격동에 빠뜨린 가장 결정적 인물은 예상을 뒤엎고 미 대선의 승리자가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리하여 당연히 한반도를 격동으로 몰아넣는데 김정은보다도 더 불확실한 존재가 되어버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쉽 분석으로 부터 들어간다. 

키신저에 의해 본능형 인간이라 규정되는 트럼프는 '트럼프 케어'가 폐기된 날 골프를 치는 여유를 부리고, 선거 전 일본을 압박하다, 입장을 싹 바꾸는 등 '관습이나, 풍습, 심지어 법규조차' 존중하지 않는 예측 불가의 행보를 보인다. 하지만, 그런 예측 불가 행보는 '그와 가족과 조직에 이로운 것'이라는 일관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그 점이 미국 국민들이 그를 선택했던 이유고, 또 그런 지극히 '미국 우선주의'의 방향이 한반도에는 위협적이다. 

하지만 막무가내 스트롱맨만 위협적인 건 아니다. 올해 전인대에서 공식적으로 '핵심' 칭호를 받으며 명실상부한 '시황제'가 된 시진핑은 '정치적으로는 인민주의의 마오쩌둥을 경제적으로는 개방의 덩샤오핑'을 이어받은 합리적이며 친근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만 남중국해 장악을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해나가고 있는 지점에 이르면 역시나 중국 패권주의의 또 다른 스타일일 뿐이다. 

미, 중만이 아니다.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요지부동이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에 미국으로 달려가 '조공 외교'라고 조롱을 받았던 아베 일본 수상, 하지만 아베는 웃었다. 경제적으로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주는 듯하면서, 미일 군사 동맹을 확고히 하여 군사 강국으로의 야심을 펴나갈 기반을 공고히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만만치 않다. 2016년까지 포브스 선정 세계 영향력 1위, 미 대선 조차도 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는 3번의 대통령, 1번의 총리, 이제 다시 재선을 앞둔 푸틴 대통령은 국제 정치의 '캐스팅 보트'를 쥔 채 '소련의 영광'을 되찾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2부; 태평양 무역 전쟁
이렇게 한반도를 둘러싸고 열강은 저마다 자신의 국익을 제일로 하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그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한반도를 둘러싸고 갈등한다. 바로 다큐가 주목한 바 '태평양 무역 전쟁'이다. 

45대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은 명확하다. only America first! 미국의 물건을 사라! 미국인을 고용하라!이다. 미국과 타국, 대표적으로 중국과의 무역 수지에서, 중국의 압도적 흑자에 더 이상 미국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에서 많은 반대를 겪으며 어렵사리 도달했던 한미FTA 10년. 이제 한국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이 협정에 대해 미국은 이의를 제기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아 다큐의 제작진은 미국을 향한다. 한때는 융성했던 미국의 한 도시, 그러나 그 도시를 먹여살리던 기업체가 보다 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떠나자, 도시는 망했다. 사람들은 떠나고 이제 나이든 사람들만 남아 폐허가 되다시피한 도시를 지킨다. 바로 여기에 트럼프 정책의 본질이 있다고 다큐는 지적한다. 우리 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있던 기아와 LG의 공장은 보다 싼 임금을 찾아 멕시코로 공장을 옮겼다. 그런데 이제 트럼프가 물건만 팔아먹으면서 미국에 이익을 넘겨주지 않는 해외 기업들에, 국가들에 선전포고를 한다. 

이런 트럼프의 선전 포고에 각국의 대응은 발빠르다. 시진핑은 트럼프와 정상 회담을 했고,  아베는 취임식도 전에 미국을 예방했다. 아베는 토요타 자동차의 미국 투자 등을 내세워 트럼프를 달랬고, 중국은 '국경세'를 만지작거린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의 도전에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미국의 슈퍼마켓에서 만난 대부분의 생필품은 중국 아니면 멕시코, 하지만 국경세가 더해지면 불가피하게 이들의 값을 오를 수 밖에 없다. 즉 트럼프의 도발로 미국의 몇몇 산업은 되살아날지 모르지만, '보호무역주의'의 여파는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미국 하층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짐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다큐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새로운 '경제 전쟁' 상태에 들어간 주변 열강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그 전쟁의 핵인 미국의 현실을 현장에서 지켜본다. 전문가들은 그간 역사적으로 실행되었던, 하지만 결국은 실패로 끝난 보호무역주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들을 짚어본다. 그러나 제 아무리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비관적이라 본다 하더라도, 짧게는 4년, 최장 8년간 미국은 그 예측불가능하게 자국의 이익을 향해 돌진하는 트럼프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을 것이다. 트럼프만이 아니다. 사드를 핑례로 한류를 겁박하는 중국, 위안부는 나몰라라 하면서 미일 동맹에는 매달리는 일본, 그리고 그 뒤에서 영향력을 확산시켜가는 러시아는, 구한말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를 난도질했던 서구 열강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다큐가 찾아온 태평양 무역 전쟁의 현장에 한국 정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기업체는 트럼프의 등장을 예견하지 못한 채 멕시코 공장 이전 등 위기를 자초하고 만다. 구한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우리 내부의 의견조차도 마무리짓지 못한 채 열강의 이해 관계에 따라 다시 한번 허수아비의 춤을 추게 되는 건 아닐지. 전쟁의 중심에 서있으면서도, 주도권은 언감생심인 한반도의 운명을 다큐는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다. 

by meditator 2017. 4. 19. 15:57

해리, s, 덴트는 그의 저서, <2018 인구 절벽이 온다>를 통해 '인구 절벽'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세상에 등장시켰다. 이 책은 주로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어느 시점에 젊은 층의 인구가 인구 그래프에서 절벽과 같이 뚝 떨어지고 있는 지점을 가르켜 '인구 절벽'이라 정의내린 것이다. 해리, s, 덴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 원인이다. 경제적인 위기가 젊은 인구 감소, 인구 절벽에 직접적인 원인이라 지적하고 있다. 




세계 은행(WB)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 현황 보고서는 2040년까지 한국에서 14세에서 60세까지의 인구가 15%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런 한국이 맞은 인구 절벽 상황은 그간 한국을 이끌어 온 성장 동력에 심각한 브레이크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이런 인구 절벽, 특히나 생산 인구의 감소를 직접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는 건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이다. 

아니나 다를까, 18일 공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 9~24세 청소년 인구가 924만 9천 명으로 한국 전체 인구의 1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978년 36.9%로 정점을 찍은 뒤 한국의 청소년 인구는 지속적으로 하락, 인구 5명당 한 명에도 못미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심각한 것은 이런 추세가 지속되어 2060년에는 청소년 인구가 11.1%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청소년들 중 51.4%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보수적 가정관을 지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70%를 넘었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싶지 않은 나라, 아이도 낳는 것이 쉽지 않은 나라, 청소녕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대한민국, <MBC 스페셜-인구 절벽 원년 보고서>는 그런 '인구 절벽'의 나라 대한민국을 냉정하게 그려낸다. 



1부; 2년제 인생, 결혼 못하는 청춘 
인구 절벽 시리즈가 첫 번째로 다루고 있는 건 '결혼은 꿈, 아이는 언감생심'인 이 시대의 청춘들이다. 인서울 잘 나가는 대학 미디어 관련 학과를 나온 김경민 씨의 첫 직장은 영업직 인턴, 역시나 IMF를 뚫고 취업을 문을 뚫었다는 최애란 씨의 첫 직장 역시 비정규직 인턴, 입학금이 없어 대학을 가지 못했던 윤성노씨 이후 한양대 경영학과에 편입, 학사 장교를 거치며 어렵사리 그래도 자신의 힘으로 대학을 졸업했지만, 사회가 그를 맞이하는 방식은 역시나 '인턴'.

비정규직 사원으로 사회의 첫 발을 내딛은 이들, 하지만 그 비정규직 사원에서 2년 안에 '정규직'이 되지 못하면 이들은 영원히 월 100만원 남짓의 '비정규직'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없다. 그래서 33살이 되어서 결혼식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느 김경민씨는 '탈조선'을 꿈꾸고, 자신의 꿈을 찾아 어렵게 요가 강사가 된 최애란씨는 대신 단돈 10만원의 청약저축 통장과 8번의 이사, 그리고 결혼을 포기했다.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살아보려던 윤성노씨는 이제 일일 노동자가 되어 집도 없이 서울을 떠돈다. 과연 이렇게 자기 한 몸 벌어먹이기도 힘들고, 그래서 누일 곳도 마땅찮은, 비젼이나 꿈따위는 사치가 되어버린 청춘들에게 '인구 절벽'이란 시대적 호소는 씨도 안먹힌다. 



2부; 1.17 기적의 출산율
결혼을 하면 좀 나아질까? 4월 17일 방영된 2부에서는 '문산여고 5인방'이라는 젊은 아기 엄마 다섯 명의 현실을 통해 출산과 육아가 기적인 나라를 살펴본다. 

문산 여고에서 꽃다운 10대를 보냈던 다섯 명의 동창생, 그들이 아기 엄마가 되어 다시 만났다. 다섯 명의 엄마와 아빠들, 그들의 아이는 합쳐 일곱 명이다. 하지만 다섯 명의 동창생들은 그 일곱 명의 아이들을 대한민국 사회에서 기르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 입을 모은다. 

모 대통령 후보의 유아 교육과 관련된 공약으로 인해 다수의 국민들이 분노와 호응을 앞다투어 드러내는 시절, 왜 그리도 많은 엄마들이 공약의 단어 하나에 일희일비했을까? 그 이유는 동창생 중 한 명인 송미영의 피말리는 유치원 입성기를 통해 드러난다. 2016년 21조가 넘게 보육 정책에 들였다는데, 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아이를 낳자마자 어린이집에 대기를 타도 몇 년을 기다려야 갈 수 있을지 말지이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어린이집 보육 아동 비율이 12.1%, 24.1%인 상황에서는 불을 보듯 뻔한 결과다. 

엄마들은 말한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낳으면 하나는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둘은?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면 그것도 어찌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가 어디 있을까? 기업 임직원을 꿈꾸던 엄마는 아픈 아이 때문에 쉬고 온 회사에서 퇴직을 권유받았다. 낳는다 해도 돈이 문제다. 2월에 재희씨가 둘째를 낳을 수 있는 이유를 탈 서울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쁜 남편때문에 육아는 온전히 그녀의 '독박'이다. 세째를 가진 지근호씨 부부는 똑같은 고생을 하더라도 맘 편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캐나다 이민을 준비 중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다. 직장을 다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된 조성희씨는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다시 사회로 돌아가려하니 두려움이 앞선다. 

엄마들은 묻는다. 초저출산 국가 16년째 국가는 계속 아이를 나으라 무언가를 했다는데 그 3차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21조는 어디로 간거냐고. 여전히 아이를 낳는 것이 모험이고, 자멸이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힘든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결혼은 말조차 꺼내기도 무색한 청춘, 결혼을 하기 위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해서 '탈조선'을 해야하는 나라, 열 명 중 한 명이 나라에서 만든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는 나라. 한때 인구 12만의 번성했던 도시가 급격한 인구 감소로 청년 인구 400명도 안되는 '도시 소멸'에 이른 일본 유바리시는 바로 젊은이를 등쳐먹고, 어머니를 학대하고 아이들 방치하는  대한민국의 당연한 미래다. 청춘의 현실, 육아의 현황은 다큐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내용들이다. 하지만, 그 처절한 현실이 '인구 절벽'이라는 주제 아래 새롭게 묶여 구성되니, '헬조선'의 현실이 보다 극명하게 다가온다. 

by meditator 2017. 4. 18. 14:34

사회가 변하고 있다. 아니 변화가 강제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부터 너도 나도 자신이 4차 산업 혁명의 주역이라 단언한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던 그 시점부터, 사람들은 이제 세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인공 지능'이 판을 친다는 세상을 도대체 어찌 맞이해야 하는걸까? 그 세상은 지금까지 우리가 몸담아 왔던 산업혁명으로 만들어진 세상이랑 무엇이 다르단 것일까? 


이를 위해 미, 중 등 선진국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 발빠른 움직임에는 그저 '산업'적 변화만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산업'적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사회와 교육이 변화하려 하고 있다. 그 중에서 돋보이는 건 미국의 '스타트업'. 교육에 있어서의 '메이커(maker)'와, 산업에 있어서의 '스타트업(start-up)'이라는 트렌드는 창의력에 기반을 둔 '무한 도전'과도 같은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다수의 스타트 업 기업이 '창업'되고 있다. 이 '다수'의 창업 기업 중 정작 성공하는 기업은 1%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달라진 사회 분위기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기를 '고무'한다. 바로 여기, 이 달라진 '트렌드'에 4월 16일 <sbs스페셜- 나의 빛나는 흑역사>의 배경이 자리잡는다.



나처럼 망해라
부산대학교의 한석정 총장님은 학생들을 모아놓고 이상한(?) 강연을 하곤 한다. 이른바 '나처럼 망해라' 부산대학교 총장님이 된 한석정 총장님의 이력서, 하지만 그 이력서 뒤에 나타난 또 한 장의 이력서는 들어가는 기업마다 망해서 마흔이 되도록 전전했던, 그래서 심지어 그가 유학을 가자 그곳 대학도 망하는 거 아니냐는 친구들의 웃음섞인 우려를 들었던 그의 실패사로 가득차있다. 재수, 폐업, 그리고 이제 총장이 된 이후에도 아마추어 권투 선수로서의 실패로 가득찬 그의 또 다른 이력서를 학생들에게 자랑하며 한석정 총장은 '실패'는 인생에서 당연한 것이라 '권'한다. 

이렇게 4월 16일 방영된 <sbs스페셜-나의 빛나는 흑역사>는 우리 사회에서 '두려움'의 대상이 된 '실패'를 불러낸다. 과연 그 불러낸 '실패'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실패'의 의미를 짚어보기 위해 초대한 사람은 바로 '성선제 피자'의 성선제씨. '피자'라는 말이 낯설던 시절 우리나라 최초로 해외 피자 브랜드인 '피자헛'을 도입하여 30대의 입지전적 사업가가 되었던 그, 이후 케니 로저스 치킨의 실패를 딛고, 자생 피자 브랜드인 성선제 피자로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지만, 지금은 암 수술 이후, 몇 평의 가게에서 홀로 재기를 꿈꾸는 처지이다. 그런 그가 뒤늦게 자신의 실패를 돌아본다. 자신이 했던 실패를 되돌려 보기 싫어 처음 성선제 피자를 열었던 명동엔 발걸음도 하기 싫었다던 그, 그러나 그보다 더 실패를 했던 7전8기의 김승호 회장이다. 미국으로 건너가 하는 사업마다 족족 망했던 그는 이제 4000억대의 자산가가 되었다. 

김승호 회장을 통해 성선제씨는 비로소 뒤늦은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은 실패를 부끄러워하고 아파했지만 정작 자신의 실패를 되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 뒤늦게 그는 예전 자신이 성공하던 시절, 그리고 실패를 하던 시절의 메모를 들춰본다. 그와 함께 사업을 했던 동료의 말처럼, 되돌이켜 보니 지난 시절 그가 했던 말 속에 '성공'의 자양분이 있었다. 



실패는 곧 도전이다 
이렇게 <나의 빛나는 흑역사>가 주목하고자 하는 건, 성공의 밑받침이 되는 실패다. 우리도 익히 아는 접착제의 성능 부족이 오늘날의 3m을 만들었던 사례에서 부터, 노키아의 도산 이후 그 인재들의 창업이 오늘날 새로운 핀란드의 부흥을 이끌어 냈던 사례까지 '실패'로 부터 시작되는 '성공'이다.

또한 이렇게 '실패'가 새롭게 조명되며 달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 내 변화도 주목한다. 10대 시절부터 창업을 시도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던 젊은 스타트업 대표 주자 양준철 대표는 자신의 실패를 거름 삼아, 회사에 실패의 경험을 단 실패목을 세우고, 직원들의 실패담을 회의에서 자유롭게 발표하도록 한다. 가장 큰 실패를 한 직원에게 상을 주는 회사도 생겼다. 

왜 실패가 외면대신 '격려'를 받게 되는 것일까? 이것은 앞서 말한 4차 산업 시대를 이끌어 갈 달라진 산업 환경에 그 이유가 있다. 노키아의 실패 이후 새로운 핀란드를 이끌고 있는 핀란드 최대 모바일 게임 회사 ceo는 '실패 장려 정책'을 벌인다. 10개의 게임을 만들면 그 중 9개가 실패를 하는데 바로 그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다음의 성공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데 '장려 정책'의 취지가 있다고 말한다. 양정철 ceo 역시 계속된 실패를 놓치지 않은 것이 오늘날 성공의 기반이 되었다 자부한다. 

그렇다고 상까지 준다고? 하지만 실패의 다른 말은 '시도'요, '도전'이다.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과 동의어로 씌여진다. 여기선. 유투브의 스타이자, 강연가로 활동하는 미국의 거절 전문 블로거가 있다. 미국에서 비자를 받는 것에서 부터 취업까지 모든 것을 실패했던 그는, 그런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100번 거절 당하기 동영상을 시도한다. 처음 거리를 지나는 사람에게 1달러를 빌리기 위해 주저하고 목소리를 떨었던 그는, 이제 '거절'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능숙하게 요청하고, 여유롭게 거절당하는 전문가로 거듭났다. 즉, '두려움'의 대상인 '실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그 '실패'로 인한 '늪'에서 자신을 건져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4차 혁명을 앞두고 달라질 산업 환경, 그에 발맞추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 그런 트렌드에 <sbs스페셜- 나의 빛나는 흑역사>는 발빠르게 발맞추어 우리 사회에서 '끝'이라고 여겨지는 실패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고자 한다. 굳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트렌드가 아니더라도, 한 번 실패가 곧 인생의 망함으로 여겨지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그런 견고한 의식에 대한 재고로 다큐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남는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도전으로서의 실패는 긍정적이지만, 그것 역시 어쩌면 그 지난 시대의 '하면 된다'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또 다른 버전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언제나 그렇듯, 실패를 하라며 내몰기 전에, 실패를 해도 되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먼저가 아닐까. 
by meditator 2017. 4. 17. 13:24

지난 3월 13일부터 21일까지 <EBS다큐 프라임>에서는 4차 산업 혁명을 앞둔 미, 중 등의 발빠른 움직임을 <글로벌 인재 전쟁>을 통해 다루었다. 무엇보다 이 다큐가 놀라웠던 것은 세계를 주도해 나가는 두 강대국 미국과 중국이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아니, 그것을 선도하기 위해 자국의 교육 시스템과 환경을 거의 '혁명적'으로 변화시켜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글을 비롯한 아이티 산업을 이끄는 실리콘 밸리의 대부분 기업들이 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그가 내세운 정책들에 강하게 반발했는가를 이 다큐는 보여준다. 기존의 대기업 중심의 산업 체계로는 더 이상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수용해 낼 수 없다고 생각한 아이티 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산업들은 이 '변화'를 '블랙홀'처럼 해외의 인재 빨아들이며, 그 인재들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조적' 교육 환경 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업 환경을 조성해 간다. 

이렇게 해외 인재들이 마음껏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치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4차 혁명을 주도해 가는 미국에 중국 역시 중궈멍(중국몽)을 외치며 하루에 1만개의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 지는 창업의 열기 속에 '텐센트'와 같은 세계 4위의 기업이 만들어 지고 있는 중이다. 



스타트 업은 커녕, 대2병에 시달리는 한국 대학생들
이렇게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미, 중이 자국의 교육과 산업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4월 2일 방영된 <대2병, 학교를 묻다>를 통해 본 우리의 교육 현실은 비관적이다 못해, 암담하다. 4차 교육 혁명을 주도하기는 커녕, 따라잡기에도 힘들어 보이는 낡은 제도와 그 아래에서 신음하며 '미래'를 저당잡히고 있는 청춘에게 새로운 세상의 '주도'란 언감생심이다. 

유치원 시절부터 줄기차게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열렬히 외우고, 풀며 공부해 왔던 청춘들, 그런데 그들이 막상 대학에 들어가 2학년이 되면, '심각한 자기 정체'장애의 제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2병'이다. 

1학년 때는 대학에 입학했다는 흥분과 기쁨으로 한 시절을 보낼 수 있다. 공부도 대부분 교양 위주이기 때문에 전공에 자신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도 잠시 제쳐둘 수 있다. 그러던 학생들이 2학년에 올라가며 전공 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잠이 안오고, 살이 빠지는가 싶더니, 급기야 수업을 전폐하고 휴학을 하고, 자신을 대학에 보낸 부모님은 물론, 이런 교육 제도를 만든 세상을 원망하기에 이르는 것이 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2병의 제 증상이다. 

도대체 왜 이런 '자기 정체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그건 대한민국에서 수능이란 제도를 통과해본 학생과 부모님, 관계자라면 그 누구라도 알듯이, 지난 시간 학생들이 '오로지' 대학만을 가기 위해 불철주야 달려왔기 때문이다. 장래에 대한 고민도, 꿈에 대한 고민도, 그 모든 것을 선생님과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에선 '대학'만 가면, 그것도 좋은 대학만 가면 다 해결해 줄 것이라 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것만 같던 대학, 하지만 막상 대학은 여전히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와 전혀 다르지 않은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만을 되풀이 하고 있고, 그들이 유보해왔던 꿈과 장래, 적성에 대한 빌미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적성 따윈 무시하고 취직이 잘 된다는 과에 밀려 들어온 학생,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조차 미처 알 시간조차 없었던 학생, 꿈조차 불투명했던 학생들은 그래서 대학 2학년 즈음에 큰 '혼란'을 느낀다. 



뭔가의 '메이커'가 되거나, '스타트업'할 준비는 커녕, 자기 자신이 누군지조차, 무엇을 해야할 지 조차 모르는 학생들, 그 원망의 근원을 찾아 수능을 만들었다는 박도순 교수를 찾아가 그 원망을 풀어놓았지만, 뜻밖에도 박교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수능 반대'. 애초에 쉬운 자격 시험으로 만들었던 수능이 그 이전의 입시 제도와 마찬가지로 대학생들의 줄세우기로 변질된 대한민국에서 잘못된 입시 제도의 책임을 질 사람은 없다. 여전히 부모 세대는 자신이 죽도록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것이 '금의환양'이 되는 세상, 대학 강의실에서 토론이나 질문은 커녕 일방적 강의만이 낭랑한 세상에서 대학생들은 고시나, 취직 외의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꿀 수 없다. 

개혁의 시작은 비판적 교육으로부터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다큐는 덴마크를 찾는다. 인생을 즐기자는 모토 '휘게'가 국민 정서인 나라 덴마크, 이 나라의 학생들은 그래서 정규 교육 과정 중간에 자리잡은 쉼표와 같은 '인생 학교' 애프터스콜레, 폴케호이스콜레 등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마치 정규 교육 과정의 '안식년'과도 같은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고,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아나간다. 달리는 것이 아니라 쉬는 것을 통해 찾아내는 꿈, 굳이 인생 학교가 아니더라도 짧은 수업 시간 외의 대부분을 자신을 위해 보내는 학생들은 하루 12시간 공부하며 입시를 위해 달려가는 한국의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더더욱 이해하지 못하는 건 대학의 선택을 자신이 아닌 세상과 부모 등의 그 누군가가 주도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자신을 학대하다시피 공부하며, 정작 자신의 미래에 대한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현재의 교육, 과연 이 교육의 문제를 풀기위해서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 희소성의 해법을 학생들이 문제 풀이를 스스로 하며 수업을 주도해 나가는 '거꾸로 교실'과 원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 기존의 학제를 무너뜨린 '자유학기제' '오디세이 학교'에서 그 '희망'의 단초를 찾아내고자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자는 시간'이 되어 선생님이 스스로 모멸감에 견디지 못해 교사직을 그만둘까 고민했던 수학 시간, 그 주도권을 아이들에게 넘기자 놀랍게도 아이들은 스스로 그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가며 활기를 되찾아 간다. 



그렇다면 이런 교육의 개혁이 왜 중요한 것일까? 그저 대2병을 해결하기 위해, 4차 산업 혁명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찌기 '생각하는 백성이 없이 위대한 나라는 없다'는 함석헌 선생의 말씀하신 그 평범하고도 진솔한 진리때문이다. 덴마크 사람들은 말한다. 당신들의 교육은 어떻게 그리 다를 수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원하는 교육 정책을 취한 정당에 투표했기 때문이라는 우문 현답을 낸다. 바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이즈음에 학교를 묻는 이유다. 

'모든 사회 문제 한 가운데에는 사실상 교육이 있고, 그래서 해결책도 교육에서 찾아야 하는데 개혁의 방향 자체가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교육으로 가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미래가 없어요'   -이혜정 (교육과 혁신 연구소)

by meditator 2017. 4. 3. 15:54

3월 10일 헌법 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의 20분 여 낭독이 끝나고, 드디어 현직 대통령 박근혜가 탄핵되었다. 지난 10월 29일 부터 133일 19회에 걸쳐 광장을 밝혀온 '촛불'이 비로소 결실을 얻는 순간이었다. 비록 '세월호' 등과 관련된 대통령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일부 재판관들의 의견이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러나 임기 내내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방기하고 적극적으로 도운 존재로서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8명의 재판관은 전원 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그리고 3월 11일 20번 째 광장의 촛불 집회가 마지막으로 열렸다. 그러면 이제 광장에 모인 촛불의 의미는 다 이루어진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끝이 아니라, 궁국적 목표가 아니라, 어쩌면 이제 진짜 '시작'일 수 있다고 '축제 분위기'를 환기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물론 조만간 치뤄질 대선에 입후보하는 후보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적폐 청산'을 이야기한다. '구속 수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막연한 방향성과 목적 의식성 속에서 3월 11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는 어쩌면 우리가 이런 때 들뜨기 보다 진짜 제대로 정신을 차려야 할 지도 모른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어느 복부인의 이상한 행적 
다큐의 시작은 어떤 한 '복부인'의 이상한 행적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그 '복부인'은 여느 복부인이 아니었다. 평창의 땅을 휩쓸고 다니면서 땅을 그러모았던, 땅을 보러다니기에 부족하자, 다음에 나타날 때 대번에 외제 suv를 바꿔타고 나타나는 그녀, 마치 그 동네 사람들이 어울릴 수 없는 종족이라도 되는 듯이, 물 하나도 외제 생수에, 밥 한 번 식당에서 사먹지 않고, 그 비싼 땅값을 덥석 오만원짜리 뭉치로 내놓은 그 복부인은 바로 최순실이다. 

이미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왜 다시 최순실인가? 제 아무리 박근혜를 탄핵하고, 최순실을 법정에 보내도, 그들에게 '은닉'한 재산이 있다면? 바로 이 문제 의식이 다큐의 출발점이다. 그렇다면 최순실은 은닉 재산이 있을까?

최순실은 자신의 재산에 대해 '단 한 푼도 없다'라며 단언한다. 과연? 최순실은 커피 심부름을 시켜도 '카드 대신 오만원 권 지폐를 쥐어 주었다 한다. 왜? 전문가들은 '출저를 밝힐 수 없는 자금'을 쓸 때,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금을 운용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라 입을 모은다. 심지어 최순실의 집에서 일하셨던 분은 정유라가 펄펄 뛴 사라진 두루마리 휴지 속에 오만원 권 지폐 다발이 돌돌 말아 숨겨져 있었다고 증언할 정도로. 최순실에게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현금이 있을 거라는 걸 보여준다. 

최순실은 이 많은 현금을 타인의 명의로 평창 등의 땅을 사모았다. 그리고 그 '타인'의 변절에 대비하여, 산 땅의 금액보다 많은 채권 증서로 명의를 빌려준 이를 얽어매는 방식으로 자신의 현금을 관리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페이퍼 컴퍼니의 마이너스 손, 최순실? 
독일을 드나들었던 최순실, 거기서 만난 '데이비드 윤' 등의 독일 교포를 이용하여 '페이커 컴퍼니'를 만들기 시작한다. 다큐는 '페이퍼 컴퍼니'는 만들 수 있다는 전제로 시작한다. 하지만 최순실이 만든 페이커 컴퍼니들은 만든지 몇 년만에 '폐업'을 거듭했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즉 페이커 컴퍼니, 독일과 합자한 회사를 만들면, 그걸 핑계로 '외화 유출'이 쉬워진다. 하지만 몇 년 뒤 그 합자 회사가 망했다고 하면, 그 동안 그 회사에 투자한 돈은 '망했다는 것'을 전제로 '공중'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최순실은 2002년부터 독일 내에서 수많은 사업체를 만들고 망하게 하며 자신의 돈을 '합법적'인 방식으로 유출했다고 다큐는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기상천외한 방식을 최순실은 어떻게 알았을까? 그리고 최순실의 돈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유치원을 해서 벌었다는 최순실의 말, 하지만 다큐가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유치원은 했지만 그 정도의 돈을 벌지는 못했다는 것. 오히려 그보다는 아버지 최태민이 남긴 유산으로부터 지금의 최순실의 돈이 시작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을 전한다. 또한 최순실의 자금 세탁 방식 또한 아버지 최태민이 남긴 노란 수첩에 적힌 방식이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더하며. 

하지만 이런 '세탁'된 자금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심지어 전문가 200명이 달라붙어 2년이 걸려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도 한다. 특검이 손을 대지도 못한 이유가 그것이다. 하지만 관계자는 말한다. 이 돈이 국가에 환수되지 않는다면, 지금이야 '법정'에 섰다하더라도, 언젠가 이들이 그 '돈'을 무기로 우리 사회에 또 어떤 검은 커넥션의 주인으로 등장할 지도 모른다고. 

3월 11일 <그것이 알고싶다>는 11.9%(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런 시청자들의 관심은 곧, 광장의 촛불이 지속적인 진짜 '적폐 청산'으로 이어가기를 바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그것이 알고싶다>는 빵빠레가 아닌, 탄핵 정국에서 방송이 해야할 제 몫을 가장 제대로 보여준 방송이다. 

by meditator 2017. 3. 12. 16:42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 그런데 노태우 후보는 흰 와이셔츠 바람에 소매를 걷고 나와 '보통 사람'을 운운하며 그 시대의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 대통령이 되었다. 군인 출신의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쿠데타의 주역이었다는 사실은 방기되고 6월 항쟁 당시 거리를 메웠던 흰 와이셔츠의 넥타이 부대처럼, 그도 '보통 사람'이라는 '코스프레'는 통했다. 그렇게, 대통령도 자신을 내려놓고 '보통 사람'이라며 떠벌리던 시대, 그 시대는 '보통 사람'들의 시대라 믿어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7년, 이제 대한민국에서 '보통'의 또 다른 표현인 '평범'은 '평범' 이상,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이 되었다. 이 시대 청년들의 꿈은 이제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것'이 되었다. 도대체 이 시대 청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모처럼 ebs 다큐 프라임이 '시대'에 대한 입을 열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전해준 <민주주의> 5부작을 제작하고 겪은 혹독한 시련 덕분일까? 시대적 발언을 자제하던 ebs 다큐 프라임이 새해를 맞이하여 비로소 기지개를 편 것 같아 우선 반갑다. 




보통의 날들, 청년 괜찮은가요?
삼성과 관련된 '산업 재해'는 삼성 반도체의 백혈병 노동자들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스물 다섯 실습만 나가면 복지사가 될 이진희 씨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삼성의 핸드폰 납품업체에 일을 나갔다. 숙련 노동자가 아닌 그녀에게 맡겨진 일은 '메탄올'로 부품을 씻는 일, 닥달하는 분위기에 안전 메뉴얼은 지켜지지 않은 채 헝겁 장갑이 흥건하게 젖도록 하루 12시간 일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시력을 잃었다. 그녀만의 일이 아니었다. 그녀처럼 꽃다운 나이의 청년들 다섯 명이, 그리고 다시 두 명이 더 시력을 잃었다. (2016)

안산 공단에서 만난 청년들은 '다치면 너만 손해'인 환경에서 자신을 '일회용품'이라 정의 내린다. 가족과 자기 자신을 위해 일찌감치 사회에 뛰어든 대견스런 그들, 하지만 사회는 그들을 '소모적'으로 사용하고, 모든 책임을 '그들에게 뒤집어' 씌운다. 우리 시대의 '청년'이란 범주 안에 경제 성장기의 '산업 역군'으로 칭송받던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이제 '그림자'다. 2015년 제조업 종사자 중 45.43%를 차지하는 이들은 그런 자신들의 존재에 소외감을 느끼고, 따가운 사회적 시선에 흔들린다. 그리고 기약할 수 없는 납품업체와의 민사 소송조차 보상의 기약이 요원하며, 하청업체 사장의 법정 구속조차 불분명한 이진희씨의 사례처럼, 사회는 그들을 쓰고 버린다. 그런 시대 속에서 언젠가 꾸었던 그들의 꿈은 시대 속에서 산화된다. 메탄올 중독 노동자 7명,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망자 19세 김모씨, 장안철교 추락사 29세 박모씨, 집배원 배달사고 30대 김모씨, 바로 이들이 '보통'의 삶을 꿈꿨던 이 시대의 일회용품들이다. 



최저 인생, 최저 임금 위원회 101간의 기록
시대의 중심 청년을 이야기하며 청년의 그림자들 먼저 들춰 본 다큐가 두번 째로 들어올린 것은 바로 '최저 임금'이다. '우리의 한 시간은 6030원 보다 소중하다'라는 발제로 시작되는 다큐. 그것을 이끄는 건 청년들을 위한 노동조합, 청년 유니온의 위원장 26살 김민수씨다. 청년의 대표로 지난 4월 최저 임금 위원회 1차 회의부터 참석한 그의 행보를 씨실로, 그리고 이 시대 '최저 임금'으로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을 날실로 우리 시대 최저 임금의 의미를 짚어본다. 

4월부터 세종시 정부 청사에서 이어져가는 최저 임금 위원회, 사용자 측 9명, 노동자 측 9명, 공익 위원 9명과 7년째 연임한 위원장과 함께 최저 임금을 조정하는 회의를 이어간다. 1986년 최저 임금법이 통과되고 88년 짜장면 한 그릇이 700원이던 시절 462원으로 시작된 최저 임금은 늘 '동결'을 주장하는 사용자 측과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 측의 평행선 끝에 공익 위원들의 조정안 투표로 마무리되는 '비극사'를 되풀이해왔다. 2016년은 다를까?

그렇게 4월에 시작되어 달을 넘기며 이어지는 임금 협상 과정을 통해 다큐는 최저 임금의 의미를 짚는다. '최소한의 가치, 돈을 올려달란 이야기가 삶의 가치를 올려달라는 진심으로 전달되기를 바란다'는 942명 청년들의 목소리들이 위원장에게 전달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시간, 그런 마라톤 회의는 '일급'과 월급'의 문제를 통해  하루 8시간 이상 일을 하면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하지만 늘 '실종되는' 주휴 수당의 문제 등 최저 임금의  또 다른 의미를 짚어간다. 그렇게 지리한 아니, 절박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녁 메뉴를 들먹이는 사용자 측의 '코미디적' 반응의 끝은 결국 올해도 변함없는 '투표'. 그런데 이 101일간의 실랑이 끝에 발견된 고 김영한 민정 수석의 비망록은 마치 '예언서'인 양 이 101간의 투쟁, 혹은 방기를 '복사'한다. 이 권력의 농간 아래 '소극'이 되어버린 최저 임금 위원회, 그들이 투표로 결정한 건 돈 몇 푼의 인상이 아니라, 평범조차 꿈이 되어버린 젊은이들의 험란한 삶이다. 



이루고 싶은 꿈- 평범하고 싶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학교를 다니고, 금요일부터 주말 내내 야간 '알바'를 해서 한 달에 80만원을 버는 대학교 2학년 용훈씨의 하루는 늘 무겁고 길다. 그는 내일을 꿈꾸는 대신, 오늘만을 버텨간다. 33세 정재영은 20대 편의점 직원에서 부터 안해본 알바가 없이 살아왔다. 집의 빚을 다갚고 2015년 국비 직업 훈련을 받고 이제야 출판사에서 일하게 됐다. 그에게 지나온 삶은 '생존'. 34살 마트에 다니는 종열씨는 100만 원이 조금 넘는 월급으로 결혼은 꿈도 못꾼다고 말한다. 이들 '꿈'이 언감생심인 청년들에게 '최저 임금'은 동결이 가능한 사용자의 선심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누릴 최소한의 보장'을 뜻한다. 엄마에게 밥 한번 사고, 동료들과 저녁 한 끼 먹고, 사랑하는 이와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그렇다면 '돈이 보장된 삶'은 다를까? 대기업에 들어가 실적 1위까지 해낸 최준호씨는 입사 1년만에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부지런히 일하면 일한 만큼 돌아오니, 참고 일하라는 아버지, 하지만 아들은 말한다. 주 60시간 이상 자신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삶, 그렇다고 아버지 세대와 달리, 집안의 보조가 없이는 결혼도, 가정도 힘든 세상, 차라리 '돈' 대신 나의 '시간'을 택하겠다고. 대기업 퇴사 27.7%의 속내다. 그들은 묻는다. '참을 수 있지만 이 삶이 맞는 삶일까?라고. '부당 해고'도 많다. 경제 성장을 이루어 냈다는 것만으로 젊은이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윗 세대에게 '솔직'한 젊은이들은 '쳐내야할' 대상일 뿐이며. 그런 부당한 대우는 조직 속에서 '사장'된다.

그래서 아예 상대적으로 덜 부당한 고용주를 찾아나선 젊은이들이 있다. 가장 모범적인 고용주, 상대적으로 공정한 경쟁, 학력과 배경, 그리고 성별의 차별이 없는 경쟁, 바로 '공무원'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은 '불안하지 않은 미래, 자기 가족을 꾸리고 먹고살 걱정을 하지 않는 작은 꿈'을 이룰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면 왜 자기들이 여기에 매달리겠냐고 반문한다. 



할 수 있을까? -젊은 희망
청년을 등쳐먹고 살아가는 세상, 과연 청년들에게 '희망'은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개그맨 유병재가 외국의 사례를 찾아 나섰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집값은 비싸고 월급은 적어 청년들이 생활하기 힘들었던 대만, 그러나 대만의 청년들은 각자도생 대신 거리로 나섰다. 2014 갈 곳없는 시민들이 호화 아파트 앞에서 드러누워 '살 수 있는 집을 달라' 외쳤던 새둥지 운동을 시작으로 대만 정치의 젊은 바람이 불었다. 전체 투표율 64%를 넘는 74.5%의 청년 투표율, 평범한 회사원이던 홍츠용은 1년만에 국회의원이 되었고, 젊은 청년 중심의 시대 역량은 제 3당이 되어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청년 실업률이 55%를 넘기도 한 스페인,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청년들은 50만의 경제 '디아스포라'가 되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조국 스페인을 향해 '우린 떠난 것이 아니라 쫓겨난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젊은이들 중심의 '포데모스' 정당이 만들어 졌다. 특권 계급인 국회의원이 되어도 최저 임금의 3배만 받고 나머지는 사회 환원을 하는 이 정당 의 젊은 국회의원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취합하고 투표하여 자신의 정책을 정한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월요일마다 거리 집회를 통해 젊은이들의 지지를 표명하는 든든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야요 풀라우타' 응원군이 있다. 



자신들의 어려운 사회 경제적 처지를 정치 참여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해외의 사례들, 우리는 어떨까? 2016 4.13 총선을 통해 당선된 국회의원 평균 연령 55.5세 역대 최고령 국회 시대를 열었다. 청년 일자리 특위에는 5,60대 의원들이 대다수다. 청년 정치인들은 아예 선거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고배를 마신다. 삽십대 중반의 정치인이 중장년층 중심의 선거판에서 '아직 내가 어린가'라는 고민을 한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청년'의 입장이 대변될까? 젊은 정치인은 강변한다. 청년 문제는 곧 모두의 문제라고.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어르신들의 세상에 묻히기 십상이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본 유병재가 답을 제시한다. '희망'을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 '희망'을 가지려는 대만과 스페인의 경우처럼. 청년 스스로 희망을 찾아나서야만 청년의 설 자리가 만들어 질 수 있다며, '정치의 계절' 청년의 활약을 독려하며 다큐는 마무리된다. 
by meditator 2017. 3. 8. 15:02

sbs스페셜은 지난 2006년 <환경 호르몬의 습격>을 통해 생리통이 심한 여학생들에게 '자궁 내막증'의 위험이 있으며 이것이 환경 호르몬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그로부터 10여 년 과연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환경 호르몬'이 습격한 세상의 10년 후를 2월 26일, 3월 5일 2부작으로 방영된 <바디 버든>이 살펴본다. 


호르몬은 생체의 체내에서 만들어 지는 화학물질로 생리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환경 호르몬(environmental hormone)은 말이 호르몬이지 우리 몸에서 정상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산업 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와 호르몬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호르몬과 같은 역할'을 하는 물질이 우리 몸의 정상적인 호르몬 작용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동물군의 생태계는 물론, 지구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안방의 세월호'로 기억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2001년 만들어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등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는 당시 신종 플루의 유행을 등에 업고 날개돋힌듯 연간 60여만 개가 팔려나갔다.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쓸 수 있다'던 문구를 믿고 사용했던 소비자들은 폐가 굳은 채 죽어간 1124명의 사망자를 비롯한 5410명의 피해자가 되었다. 그러나 대표적인 사례일뿐이다.  폴리클로로바이페닐(pcb), 다이온신 화합물 등 현재 밝혀진 것만으로 70 여가지가 넘는 물질이 있다. 그리고 '이 외인성 내분비 교란 물질'은 또 언제 어떻게 우리를, 우리 지구를 죽음으로 몰고갈 지 모른다는 사실이 더 위협적이다. 



자궁 경고하다
2006년 방송 당시 다큐는 환경 호르몬이 자궁 내막증, 성조숙증, 요도 하열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문제 제기를 했다. 왜 자궁이었을까? 환경 호르몬은 우리 몸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치지만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이 자궁이다. 그 이유는 바로 환경 호르몬이 우리 몸에 들어와 '여성 호르몬'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제 다큐는 5개 기관 30여 명의 연구진과 함께 생리통을 비롯한 5가지 자궁 질환을 가진 여성 4주간 '바디 버든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 호르몬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까짓 생리통? 정 아프면 진통제 한 두알이면 되는? 하지만 생리를 하면 일상 생활이 무너져 버리는 생리통이라면? 2006년 조사 당시와 10년이 지난 현재, 놀라운 사실은 '생리통'이 여성들에게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심해졌을 뿐만 아니라, 병적이라 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여성들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여성들 중 상당수가 자국 내막증을 비롯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몇 십년전만 해도 희귀 질환이었더 자궁 내막증이 이젠 흔한 여성들의 질환이 되었다. 극심한 생리통을 비롯하여, 자궁 내막증, 불임 등의 다양한 자궁 질환을 가진 여성들이 모였다. 




우선 이들 몸속의 '바디 버든'을 측정해 보았다.  '바디 버든(BODY BURDEN)은 인체 내 유해 인자, 화학 물질의 총량을 뜻하는 용어로, 바디 버든이 높다는 것은 인체 내 유해 물질의 축적 수준이 '높'거나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들은 바디 버든의 원인이 되는 것들이다. 화학 제품 범벅으로 살아가는 현대인, 개별 화학물의 유해도 문제지만, 이로부터 비롯된 화학적 유해의 총량, 그것이 진짜 문제라며 다큐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아침에 일어나 플라스틱 통에 든 샴푸로 머리를 감고, 화학 제품 용기에든 역시나 화학 제품 범벅인 화장품으로 빠짐없이 온 몸을 도배한다. 그리고 바쁜 시간을 쪼개 끼니를 챙기느라 화학 제품 용기에 든 식사를 전자렌지에 돌려 먹거나, 그도 아니면 역시나 화학 제품 용기에 든 간편 조리 식품으로 배을 채운다. 그리고 화학 제품으로 코팅된 컵에 커피를 마시고, 화학 제품인 생리대를 쓰고.....이렇게 동어반복처럼 '화학 제품'으로 된 매일매일의 삶을 살아간다. 인간, 그 중에서도 특히나 여성들이 더 많은 환경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은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만 봐도 당장에 알 수 있다, 그런데 여성들이 무방비하게 노출된 이 환경 호르몬 들 중 상당수가 몸 속에 들어와 '여성 호르몬'인체 하며 여성의 자궁을 '공격'한다. 당연히도 조사에 참가한 여성들의 바디 버든 수치는 심각하게 높았다.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독성 유전
1부가 환경 호르몬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여성들의 문제를 통해 심각해진 바디 버든 문제에 접근을 했다면 2부는 우리 대에서 끝나지 않는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살핀다. 딸과 함께 '바디 버든 프로젝트'에 참여한 캐나다의 감독 베리 코헨, 코헨 감독은 검사 결과를 보고 경악한다. 캐나다에서는 20여 년 전에 사용이 금지된 환경호르몬, 당연히 감독 역시 어린 시절 이래로 사용한 적이 없는 환경호르몬이 그녀의 딸 몸에서 측정됐다!

1부가 우리의 후손을 책임질 여성 자궁의 건강성 문제를 통해 환경호르몬 문제를 접근했다면, 2부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가 낳는 우리의 후손들이 그들이 사용한 적조차 없는 환경호르몬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어머니는 아이를 위해 모유 수유를 하지만, 그 모유 수유를 통해 어머니의 바디 버든은 줄어드는 반면, 축적된 환경호르몬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진다는 것이다. 서울대 최경호 교수는 '어린 아이일 수록 언제 노출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노출되느냐'가 문제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2013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라는 책을 펴낸 임종한 교수는 현대인들의 대다수 질병들이 '환경호르몬'과 연관이 있다 주장한다. 특히 아이들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천식, 아토피, 당뇨등의 질병이 느는 것은 물론  다큐는 ADHD 등의 정신적 질환조차 환경호르몬과의 연관성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은 하루 200여종 이상의 화학 물질에 노출되어 있는데, 이를 임종한 교수는 '담배만큼' 나쁘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 생활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환경호르몬에 우리는 무방비하게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 다큐는 미흡하나마 그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8주간의 '바디 버든 프로젝트'에서 여성들은 가급적, 최선을 다해 주변의 환경호르몬과 '절교'를 고한다. 화장을 지우고, 친환경 제품을 쓰고, 채소 위주의 유기농 식사를 하고자 노력한다. 겨우 8주에? 하지만 겨우 8주만에 참가한 실험자들에게 변화가 나타났다. 생리를 하면 그 며칠간은 일상 생활을 전폐해야 했던 실험자는 '생리통'을 잊은 자신이 놀랍다. 불규칙한 생리로 고통받던 여학생은 피부도 좋아지고, 살도 빠지며 생리도 원활해졌다. 불임 부부에게는 희망조차 보인다. 

겨우 8주라도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다. 모유 수유조차 두려운 '독성 유전'도 마찬가지다. 환경호르몬'이 덜한 숲에서 하루 종일 뛰어놀은 아이들의 몸은 달라졌다. 비록 엄마로부터 '독성 유전의 영향'을 받은 아이들도 '유기농' 위주의 식단 등 노력을 한다면 발병 정도의 차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큐는 분명히 밝힌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이런 일련의 환경 호르몬에 대한 대처가 '개인적'인 소신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제 아무리 '환경호르몬'에서 안전하다는 면 생리대를 쓰고, 유기농 제품을 먹고 사용하고, 자연에서 뛰논다 해도 , 인간 생활지 근처에서 변형되어 태어난 무당개구리와 까치에서 보여지듯 무차별적인 환경호르몬의 공격에 우리의 삶이 무방비하다는 것이다. 

2006년 처음 환경호르몬의 문제를 제기했던 다큐,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로부터 10년 후 '안방의 세월호'를 겪었다. 하지만 역시나 같은 시기 문제 의식을 갖게 된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은 우리와 다른 결과를 가진다. 유럽 연합은 2007년부터 화학물질 규제 제도(REACH) 제도를 도입해 연간 1t이상 제조 또는 수입되는 화학물질에 대해 제조량, 수입량, 위해성 등에 따라 제조와 유통 등에 제한을 두고 있다. 물론 우리도 '화학 물질 등록 및 평가에 대한 법률'이 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보듯이 적정량조차 실험없이 무방비하게 제공하여 소비자를 죽음에 이르는 현실이다. 또한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유럽에서는 통용되던 원칙이 대한민국에 오면 대한민국 식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지난 해 12월 28일 '생활 화학 제품 및 살생물제 안전 관리법(살생물제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비용 부담' 등을 우려한 산업계의 반발로 '자중지난'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by meditator 2017. 3. 6. 11:09
지구 온난화'는 토를 달 것도 없이 현재 전세계가 봉착한 '위기' 중  하나다. 하지만, '위기'라는 점에 있어서 전세계인이 공감하지만, 그 '위기'에 대처를 두고 전세계를 구성하는 각 국의 입장은 엇갈리기 시작한다. 일찌기 세계는 1992년 유엔 기후 협약을 시작으로, 97년 교토 의정서를 통해 전세계적 합의를 도출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렇게 지구 온난화를 해소하는데 공감은 하지만 '실천'에 있어서는 각국의 이해가 앞섰던 세계가 2015년 '파리 협약'을 통해 '합의'에 이르렀다. 오바마 행정부가 일찌기 비준에 동의하고, 중국, eu 등이 합류하며 '실행'을 눈 앞에 두고 있다. 

141개국이 비준한 교코 의정서가 온실가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 중'의 합류 불발로 '실천력에 있어 좌초를 만난 것과 달리, 미중, eu, 인도 등의 온실 가스 배출 비중이 큰 나라들이 일찌감치 합류하고 우리나라도 2016년 11월 뒤늦게나마 합류하며 전세계적 '실행'의 날개를 달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mbc는 중국 cctv와 함께 발빠르게 기후 협약 실행을 앞두고 이와 관련한 다큐를 제작하였고, 2월 6일부터 20일까지 3부작 <AD2100 기후의 반격>이 방영되었다. 



기후 협약의 비준를 통해 전세계는 기후와 관련된 지구 생존의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고자 하는데 합의했다. 다큐는 그 중에서도 동북 아시아가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기후 변화와 관련된 거센 파고를 맞이하고 있다는 지점에 공감하며 이런 '기후'와 관련된 실천이 '급박'하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여 만들어 졌다. 

생태계로부터 인간에까지 
3부작의 다큐, 그 시작을 연 것은 <생물 대이동>이다. 산업화와 맞물려 극심해진 기후 이동은 동북 아시아 생태계의 변화를 낳는다. 우리 나라의 경우 한라산 구상 나무의 고사에 촛점을 맞춘다. 

나무 한 종이 사라지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의 기온은 1.85도 상승했고, 이 기온 상승은 한대성 수종인 구상나무의 고사를 불러온 것이다. 이 구상 나무의 고사는 그와 관련된 식물군들의 동반 고사를 예언한다. 우선적으로 구상나무와 함께 자생하는 희구 식물군도 사라질 위기이며, 생태계에서 가장 근간을 이루는 식물종의 사멸은 그와 관련된 생태계 사슬의 붕괴를 의미한다. 즉 기온의 상승은 구상 나무 등 식물종의 사멸은 물론, 2010년 40일에서 2015년 25일로 꽃이 피는 간격이 달라지며, 그에 의존해 살아가는 꿀벌의 급감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생태계의 혼란으로 먹이를 구하기 힘든 야생 원숭이들이 농가로 내려와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중국에서는 특정 먹이에만 의존하는 판다의 먹이가 되는 대나무 숲이 줄어들며 그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다큐는 이렇게 한, 중, 일 세 나라의 '기후'와 관련된 상황을 하나의 주제에 맞춰 보여주며 지구 온난화가 동북 아시아에 미치는 심각한 파급력을 증명한다. 

기후의 반격, 그 두 번 째를 연 것은 생물 대이동보다 더 심각한 '생존'의 문제이다. <생존대도전>은 올림픽을 여느냐 마느냐까지 파급된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로 시작된다. 지난 2015년을 시작으로 브라질에서 '소두증' 아이가 출생하게 된 원인이 된 이집트 숲모기. 그런데 놀랍게도 이 이집트 숲모기처럼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 줄 숲모기가 서식하고 있으며, 기후 변화와 함께 이들의 활동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충격적 내용을 다큐는 다룬다. 

흰 줄 숲모기만이 아니다. 119를 불러야 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등검은 말벌 역시 그 원래의 서식지는 아열대였으나 2003년 부산에서 발견된 이래 기후 온난화와 함께 경기도, 강원도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중이다. 


기후와 관련하여 달라진 환경은 인간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온다. 지난 여름 서민에게 전기세 폭탄은 여름 기온 상승의 후유증이다. 늘 서늘한 기온에서 살던 티벳사람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높아진 기온은 '입원'해야 할 질병이 됐다. 또한 해수면 상승은 제주도의 명승지 용머리 해안을 사라지게 만들고, 소래 포구를 물에 잠기게 하고, 히말라야의 빙하를 강으로 흐르게 만든다. 중국의 차도, 우리의 벼도 어쩌면 예전만큼의 수확이나 품질을 얻을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식물들이 가속화되는 온난화를 견뎌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한, 중, 일 삼국, 그 변화의 시작 
이렇게 동북아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지구 온난화, 이에 대해 아시아 3국은 어떻게 대처해 가고 있을까? 그 내용을 20일 방영된 3부 <도시 대변화>가 다룬다. 

우리나라의 <도시 대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배우 황석정이다. 황석정은 온실 가스 배출의 42.2%를 차지하는 전력 소비를 줄이는 실험에 도전한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여름 '3A(암페아)의 전기로 살기'를 도전한다. 3A의 전기, 그 양에 대한 감도 없이 도전한 황석정, 전자렌지에 음식을 데워도, 세탁기를 돌려도 넘어버린 3A에 삼복 더위에 에어컨도 없이, 손빨래를 하며 여름 3달을 보낸다. 하지만, 그 무더위의 결과, 황석정은 이제 전기차를 타고, 태양광 패널을 달고, 가급적 전기를 적게 쓰는 생활 습관을 갖추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한 사람을 통한 실험을 했다면, 일본의 경우 전기가 없던 100년전의 생활 양식을 현대에 맞게 실험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나선다. 전기없이도 조리를 하고, 생활을 영유하는 갖가지 실험적 방식을 시도하는 공동체와, 정부 주도 아래 태양광 발전을 정착시켜 오히려 남는 전기를 되돌려 하는 에너지 체제를 갖춘 마을을 찾아간다. 중국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앞선 기술을 자랑하는 전기 버스 공장과 전기 버스로 공공 교통 수단을 대신하고 있는 도시를 찾아 기후 협약 시대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모습을 담는다. 

기후 협약 비준과 함께 1년에 걸쳐 준비된 <AD2100 기후의 반격>은 한류 스타 장나라가 프리젠터로 나선 가운데, 버츄얼 스튜디오를 활용한 첨단의 영상으로 2100년의 미래를 그려낸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가장 시의적인 시각에서 준비된 다큐, 하지만 다큐를 준비한 1년간의 상황에서 현실은 또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우선 그래도 이명박 정부가 녹색 성장이란 모토 아래 기후와 관련된 제반 정책을 주도하려 했던 것과 달리, 박근혜 정부 아래 우리 나라는 2017기후 변화 보고서(ccpi) 38.11점으로 온실 가스 1% 이상 배출 국가 58개국 중 55위의 평가를 받았다. 또한 기후 협약에 앞장섰던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새로이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 변화는 사기'라며 석탄, 석유 등 전통적 에너지 자원 치중 정책으로 유턴하고자 한다. 미국의 눈치를 보고, 기후 협약도 미루다 하루 전에 허겁지겁 비준한 우리나라의 경우 다큐의 주제 의식을 과연 얼마나 국가적 시책으로 시행해 나갈지 의문이 되는 상황이다. 특히, 이 다큐를 만들 당시만 해도, 한류에 기반하여 우호적이었던 양국 관계는 사드 배치 등을 둘러싸고 급격하게 냉각되었고, 미국이 구상한 중국에 대항한 한. 미, 일 삼각 대응 체계의 일원으로 편재되어간 한국은 다큐가 보인 문화적 밀월 관계로 부터 멀어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시점에서 방영된 3부작 다큐는 그러기에 더더욱 정치적 상황 속에 휩쓸려 들어가는 기후 정책의 난망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듯 보여진다. 

by meditator 2017. 2. 21.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