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가 움트는 계절, 3월 <1박2일>은 뒤늦게 혹한기 특집을 방영했다. 이미 수 차례 동장군을 제대로 맞이하는 혹한기 특집을 선보였던 <1박2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혹한기 특집을 선보이기 위해, 대륙의 추위를 찾아 하얼빈을 그 장소로 선택했다. 마치 러시아 도적떼들처럼 털이 풀풀 날리는 누런 털코트를 입고 공항을 누비며 하얼빈으로 떠난 멤버들은 추운 중국 대륙의 날씨 속에 또 어떤 웃음을 선보일까 기대 반 우려 반을 하며 떠났다. 물론, 멤버들의 걱정대로 하얼빈에 도착한 그들은 한국과 격이 다른 추위에도 불구하고 1박2일의 전통에 맞게 온몸을 드러냈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어디서나 1박2일은 1박2일이라는 듯이.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1박2일>은 거기까지였다. 다음 날 아침, 그들이 찾아간 곳은 조린 공원, 어제의 노출이 무색하게, 그들은 그곳에서 안중근 의사의 역사를 조우한다. 




안중근 의사가 동료들과 함께 거사를 모의한 하얼빈 조린 공원에서 동료들과 함께 사진을 찍던 곳, 그리고 5일간 지냈던 동포 김성백의 집, 이어 하얼빈 역, 그리고 144일의 수감 생활 후 사형을 당했던 뤼순 감옥까지, 1909년에서 1910년까지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1박2일>은 짚어본다. 

서른 살 청년 안중근으로 되살아 난 안중근 의사 
예능이라는 정체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퀴즈도 내며 안중근 의사처럼 휘호도 써보기도 했지만, 조린 공원의 모의에서 이토 히로부미 저격의 시간이 다가오면 올수록, 멤버들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졌다. 대신, 멤버 중 겨우 정준영보다 나이가 많았던, 다른 멤버 모두보다 어렸던 서른 살의 안중근, 우리에겐 그저 역사 책의 몇 줄로 남겨진, 박제된 위인 안중근을, 살아숨쉬는 청년 안중근으로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다. 

책에 써있는 글을 통해 상상하는 역사와, 현장에서 느끼는 역사의 느낌은 다르다. 그게 바로 유적 답사의 참 맛이다. 그리고 혹한기 특집을 빙자해서 하얼빈으로 날아간 <1박2일>은 제대로 안중근 의사 유적 답사를 해낸다. 

낯선 이국 땅 그곳에서 만난 안중근 의사의 단지된 손이 새겨진 기념비에서 멤버들은 예능 이상의 감회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른 살의 청년 안중근을 느껴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PD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멤버들을 조린 공원으로 데리고 간 제작진, 과연 그곳에서 무엇을 했을까란 질문에서 시작하여, 사진관으로 가서 안중근을 비롯한 당시 거사를 도모했던 분들의 나이를 되짚게 만든다. 그저 막연히 역사적으로 거사를 했던 위인으로만 알았던 분이, 되짚어 보니 겨우 서른 살의 청년이었음을 깨닫게 된 멤버들은 100년의 역사를 거슬러 청년 안중근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따라가게 된 여정, 5일간 머물던 동포의 집, 그곳에서 저격을 앞둔 심정을 헤아려 보고, 그 와중에 지은 '때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이 때를 만든다'는 장부가를 통해 흔들림이 없던 안중근 의사의 신념에 새삼 감동을 한다. 그렇게 흔들림이 없던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사실은 채가구에서 먼저 준비하고 기다렸던 동지들을 대신했던 방비책이었다는 우리가 몰랐던 역사의 우연도 접하고, 조선 식민 지배에 대한 밀사 자격으로 하얼빈을 방문했던 이토 히로부미의 숨겨진 임무를 통해 왜 이토였는가의 역사적 이유도 살펴본다. 


또한 어쩌면 우리에겐 너무 당연하고 뻔한 역사 책의 몇 줄이 되어버린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당시 전세계의 신문을 장식한 세계사적 사건이었으며, 중국이 하얼빈 역에 특별히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물론, 안의사가 투옥되었던 뤼순 감옥, 조린 공원 등에 안의사의 생생한 기록을 고스란히 남겨둘 정도로, 그리고 하얼빈의 안의사 기념관에 단 2년만에 누적 관객수가 25만명이 될 정도로 세계사적 인물임을 <1박2일>하얼빈 특집은 밝힌다. 

그렇게 하얼빈 특집은 책 속의 몇 줄에 불과했던, 그리고 이젠 우리에겐 박제화되어가는 위인 안중근을 독립을 향해 흔들림없는 신념으로 죽음을 향해 뚜벅뚜벅 나간 젊은이로 불러온다. 안의사의 유적지에서 소회를 밝힌 멤버들의 감상을 통해, 그저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 살아숨쉬는 청년의 고뇌와 신념을 역설적으로 더 짙게 짚어볼 수 있었으며, 매장 확인조차 할 수 없는 뤼순 감옥 공동 묘지에서 결국 울컥하고만 차태현의 눈물에서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남편, 그리고 누군가의 아들이었던 안중근 의사의 생애를 절절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영화 <동주>가 시를 쓰고 싶지만, 조국의 현실 속에 시를 쓰는 것조차 사치인 것 같아 고민하는 윤동주와, 그런 윤동주를 아끼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향해 열정을 불태운 송몽규를 통해, 식민지 시대를 짊어진 젊음을 헤아려 볼 수 있게 하였듯이, 그와 시대를 다르지만, 조국을 삼킨 적의 우두머리를 저격하여 독립을 앞당기겠다는 열의 하나로 하얼빈을 향했던 청년 안중근의 행적을 되짚어 봄으로써, 1909년 풍전등화와 같은 조국을 가진 젊은이의 결단을 더욱 묵직하게 느껴볼 수 있었다. 


현실의 참회록이 된 하얼빈 특집 
더욱이 그저 딱딱한 연표로만 만났던 한일 한방을 앞둔 시기의 격동의 역사가, 안중근과 그 동지들의 거사와 그를 둘러싼 러시아, 중극, 일본 열강의 움직임을 통해 생생한 사건으로 옮겨졌다. 더욱이, 당시 하얼빈 역의 상황을 삽화와 CG를 통해 현실감있게 복원함으로써, 당연한 거사가 아닌, 일촉즉발의 선택, 그 역사적 한 수를 절묘하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짚어보겠다고 했을 때 멤버들이 우스개 소리로 서로 억지 감동이나 눈물을 보이면 안된다고 지레 설레발을 떨었지만, 막상 역사의 현장에서 멤버들이 보였던 공감과 감동, 그리고 눈물이 결코 '예능적 리액션'으로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타국의 애국지사를 위해 기념관을 만들고, 그의 유적을 고스란히 남겨두는 중국 정부의 배려에서, 굳이 부연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위안부 할머니의 소녀상조차 자리를 보전하기 힘든 우리의 현실이 오버랩되었다. 무엇보다 독립된 고국으로 이장을 해달라는, 그리고 동양 삼국이 서로 협력하여 평화를 이루라는 유언이 서로 중첩되어 이루어 질 수 없는 현실에서, 역사에 대한 참회는 묵직해 진다. 더욱이 대학을 가기 위한 역사 공부가 된 현실, 그게 아니라도 역사 교과서의 진실조차 왜곡을 둘러싼 논쟁에 휘말리는 현실에서, <1박2일> 하얼빈 특집은 추위의 혹한기 특집이 아니라, 여전한 현실 혹한기 속에서, 위인의 참 모습을 찾아보는 단련의 시간이 되었다. 

<무한도전>을 통해 교과서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역사를 배우고, <1박2일>을 통해 몇 줄로 박제된 위인의 생생한 유적을 답사하는 현실, 예능이 역사 교육조차 해야 하는 현실은 예능의 새로운 지평일까, 갑갑한 현실에 대한 예능의 도전일까? 그 어느 때보다도 감동을 주었던 하얼빈 특집은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박제화된 교육에 대한 반성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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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6.03.21 06:49

<1박2일>은 매주 대부분 서울이 아닌 어딘가를 찾아다닌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곳에서 '고향'을 떠올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는 휴가 때 놀러갈 만한 좋은 곳, 맛있는 것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가 우선이다. 그에 반해, 지난 7월 5일과 12일에 방영된 <1박2일>은 이전의 명소를 찾아가는 것과 달리, 우리에겐 이젠 향수로 남아있는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명절마다 막힌 도로를 뚫고 찾아가는 그곳은 '고향'이라기엔 너무 허겁지겁 '면피용'일 뿐이다. 제사를 지내고 차 막히기 전에 떠야 하는 그런 곳일 뿐이다. 그렇게 명절이 되어서도 '향수'에 젖을 여유조차 없는  고향을 떠나와, 도시에 깃든 우리들은 '철거'가 휩쓸고 간 도시 위에 우뚝 선 똑같은 아파트에 '거주'할 뿐인 시청자들에게 뜬금없이 <1박2일-너네 집으로>편은 '고향'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고향'을 연상케 하기 위해 <1박2일>이 선택한 곳은 여섯 멤버 중 김준호, 김종민, 정준영의 집이다. 물론, 7월 12일 방영분에서 겨우 집에 도달한 정준영의 제주도 집에서, 부모님조차 이제 오래 사시지 않은 그곳에서 어떤 고향을 떠올리게 할 지 모르겠지만, 이미 김준호와 김종민의 집에서 우리가 잊었던 '고향' 내음이 물씬 풍긴다. 

김준호의 집은 이미 그가 출연했던 <인간의 조건>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조건>과 <1박2일>은 똑같은 김준호의 고향 나들이를 어떻게 다르게 소화해 내고 있을까. <인간의 조건>에서의 귀향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1박2일>이 마련한 것은, 김준호가 고향에서 살던 그 시절로의 회귀이다. 고향집에서 살던 때 김준호가 즐겨 입었던 옷을 입고, 그 시절 친구들과 용돈을 벌기 위해 팔았던 야광 팔찌를 팔아 고향으로 향하는 식이 바로 <1박2일>의 방식이다. 그래서 이미 고향에 도착하기 이전, 김준호가 고등학교 때 즐겨 입었다던, 당시 인기를 끌었던 <영웅본색>의 의상을 입는 순간부터, 여섯 멤버들은 그 시절로 훌쩍 거슬러 올라간다. 

고향, 시간을 거슬러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곳.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 입던 옷을 입고, 그 시절 용돈벌이 방식으로, 거기에 그 시절 함께 '개구진' 짓을 하던 친구의 도움을 받아, 당시 친구들의 아지트였던 고향을 찾아가는 방식은, 말 그대로 '그 시절로의 회귀'이다. 그렇게 <1박2일>이 정의내린 첫 번째 고향의 의미는, 그저 어린 시절 보낸 곳을 넘어, 그 시절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친구들의 아지트였다는, 그래서 20여년을 지나도, '옛날 그집'이란 말로 퉁치며 친구가 바로 찾아갈 수 있는 그곳에서 기다리는 건 뜻밖에도 지금의 친구들, 그 친구들이 김준호 일행보다 먼저 떠억하니 김준호의 방에 누워, '니 방 참 편하다'며 맞이해주는 그곳은 고향을 떠난 아들대신 아들의 사진을 잔뜩 벽에 붙인채 기다려주는 부모님과 함께, '고향'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그렇게 김준호의 고향집을 통해 첫 번때 고향의 의미를 되새겨 본 <1박2일>이 선택한 곳은 뜻밖에도 김종민이 어린 시절 잠깐 지냈던 이모님 댁 시골 마을이다. 동생을 본 덕택에 며칠을 울며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했던 곳, 그리고 이제는 그곳에 모신 아버지 때문에 성묘를 다니는 그곳이 생뚱맞게도 '너네 집'이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것은, 청소년기의 고향에서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 '동심'의 고향이다. 어릴 적 마을 사람들이 따가운 햇살을 피해 찾아들던 그늘이 되어주던 아름드리 나무가 여전히 맞이해 주는 그곳, 어두운 밤길을 걸어 집에 갈라치면 그 어두운 길을 더 무섭게 하던 상여집이 있던 고즈넉한 시골길, 그리고 그 길에서 나는 냄새조차 여전하 그 곳, 거기서 시청자들은 굳이 김종민과 같은 시골에 살지 않았더라도 내 어릴 적 잃어버린 고향의 어느 길과 냄새를 연상케 된다. 그리고 이제는 함께 하지 않는 아버지의 그늘까지. 훌쩍 커버려 돌아온, 하지만 냄새만으로도 고스란히 기억되는 그곳이다. 


<1박2일>이 찾아낸 고향은 한 폭의 서정시와도 같다. 그저 청소년 시절 살았던 곳, 어린 시절 잠깐 머물렀던 곳을 넘어, 청소년 시절의 정서가, 그리고 동심의 기억이 공유되도록 만든다. 이제는 우스운 복장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찢고 까불었던 그곳, 그리고 어린 시절의 두려움과 안온함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그곳으로서의 '고향'을 연상케 한다. 이미 <서울> 편을 통해 시청자의 감성을 울렸던 발군의 '서정적인 정서'가 다시 한번, '너네 집으로'편을 통해 시청자의 감성을 두드린다. <1박2일>시즌3를 시즌3답게 만드는 고유의 정서다. 덕분에 김준호처럼 청소년 시절을 보내지 않았어도, 김종민처럼 시골에서 지내지 않았어도, 도시에 갇혀 주눅들어 가던 시청자들의 정서는 잠시 '아파트 숲'과 '콘크리트 정글'을 넘어 잃어버린 고향의 하늘에서 유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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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7.13 06:22

4월 26일 지난 주에 이어, <1박2일>은 쉐프들과 멤버들의 요리 대결을 펼쳤다. 쉐프들과 멤버들의 협연은 이미 지난 레이먼 킴 등을 초빙한 쉐프 특집에서 선보인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레오, 레이먼 킴, 이연복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쉐프진을 강화시킨 가운데, 연예인 중 요리 솜씨에 일가견이 있는 김민준, 조세호, 샘 해밍턴 등 아마츄어 쉐프등 까지 포진시킨 가운데, 우리 술에 어울리는 '최고의 주안상' 차림으로 박진감넘치는 요리 대전을 펼쳤다. 




김민준-김종민, 샘 해밍턴-정준영, 조세호-차태현, 그리고 강레오-김준호, 이연복-데프콘, 레이먼 킴-김주혁 등 여섯 팀으로 꾸려진 쉐프와 연예인, 멤버들은 숨겨진 우리 술을 찾기 위해, 각가 강원도, 전라도, 경기도, 경상도, 개도 등을 향해 떠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막걸리에서 동동주까지 우리도 몰랐던 다양한 우리 술과, 그 술이 빚어지는 과정, 그리고 술 생산지에서 만난게 된 신선한 먹거리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했다. '막걸리'라고 통칭해 부르는 우리 술이, 실제로는 전국 방방 곡곡에서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빚어져, 각자 색다른 맛을 뽐낼 수 있는가를 그 과정에서 충실히 보여주었다. 

그렇게 각지에서 여섯 팀이 공수해온 막걸리가 드디어 대전이 펼쳐지는 날, 함께 모여 시식을 했을 때, 각자 자기 팀의 막걸리가 가장 맛있을 거라 자부했던 여섯 팀들은 다른 팀이 가져온 막걸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저 '막걸리'라고 불리웠던 술이, 요구르트같은 달콤함에서, 사이다같은 청량함,그리고 바나나 우유같은 신묘한 맛까지, 이렇게 다양할 수 있는가에 대해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그들이 먹고 감탄한 기기묘묘한 전국 각지의 '막걸리' 맛만으로도 이미 <1박2일>이 원했던 우리 술의 잔치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위기의 막걸리 산업과 <1박2일>의 모색
그런데 왜 하필 막걸리 였을까?
모두들 알고 있다. 너도 나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막걸리'를 마셨으니, 한동안 '막걸리'가 유행이었다는 것을, 심지어 '막걸리'에 각종 과즙을 타서, 블루베리 막걸리 등 다양한 믹스주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역시나 '냄비'와 같은 우리의 문화 소비 패턴은 '막걸리'를 잊어가기 시작했다.

4월 27일자 <한겨레 신문>은 '한창 취했던 막걸리, 3년째 맥을 못추는 까닭은?'이라며 5년전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막걸기가 2012년 이후 뒷걸음질 치고 있는 세태에 대해 짚고 있다. 2011년 45만 8198kl라는 역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던 막걸리 출고량이 그 다음 해 7% 격감하는 등 줄어들고 있고, 수출은 심지어 1/3로 폭락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현실을 짚는다. 
물론 2008년 이전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늘은 출고량을 보이고, 전체 술시장에서 매출액이 5~6%의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자유 무역 협정으로 외국산 포도주와 맥주가 물밀듯이 밀려오는 가운데 시장 규모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등 성장의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일 맥주 등 맥주나 소공장 맥주 등 소비자들은 다양한 술 취향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막걸리'는 그런 소비자의 취향을 맞추지 못한 채 '플라스틱 병에 담긴 천원짜리 싼 술'이라는 정체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 고사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전망인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정체되어 가고 있는 우리 술의 현실에서, <1박2일>이 2주간에 걸쳐 준비한 우리 술에 맞는 주안상 특집은, 그저 또 하나의 특집이 아니라, '막걸리'로 통칭되는 우리 술의 한계와 문제점, 그리고 방향성을 정확하게 짚고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데서, 예능 그 이상의 '선견지명'을 보인다. 

전국 각지로 흩어진 여섯 팀들이 찾아나선 막걸리 주조장, 그 여섯 팀이 입을 모아 말하듯이 그들이 만난 숨겨진 우리의 맛 막걸리 주조장들은 한결같이 가내 수공업 수준의 작은 곳이었다. 심지어, 주문이 있어야만 막걸리를 제조해주는 비상시적인 곳조차 있었다. 여섯 팀원 모두가 입을 모아 찬탄하고, 맛 평가단 남녀 노소를 홀린 맛이었지만, 정작 그 맛의 대중화는 요원해 보였다. 그것을 <1박2일>이라는 가장 대중적 매체를 통해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소개를 한 것이다. 

술로서의 막걸리를 넘어선 먹거리 문화로서의 막걸리
또한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특집이 '막걸리' 특집이 아니라, '최고의 주안상' 특집이듯이 막걸리에 어울리는 신 메뉴 안주를 개발해 낸 것이다. 
보통 우리가 막걸리를 먹으려면, 그에 어울리는 안주로 떠올리는 건, 전이나 부침개 정도이다. '막걸리'는 좋지만, 막상 그에 어울리는 '안주'라는 것이 사람들의 뇌리에 한정적인 것이다. '최고의 주안상' 특집은 그런 '막걸리 문화'의 한계를 돌파하고자 한다. 

강원도로 달려간 김민준-김종민 팀은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가장 싱싱한 해산물과, 젓갈을 막걸리의 안주로 탄생시킨다. 황우럭 튀김에, 청어알 젓에 버무린 오징어 물회는 별미다. 조세호-차태현 조는 1등급 차돌박이 부추 무침에 막걸리에 곁들인다. 샘 해밍턴과 정준영은 산지에서 직접 캔 미나리 달래로 전을 부치고 쭈꾸미 무침을 더한다. 



이런 연예인 아마추어 쉐프들의 한 상 차림만으로도 이미 입에 군침이 돈다. 하지만, 전문 쉐프들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비록 경연에서 꼴찌를 하였지만, 강레오-김준호 쉐프 팀의 야심은 '막걸리'로 처음과 끝이 된 한 상 차림이다. 막걸리를 빚는 누룩에 각종 견과류와 치즈를 더해 피자를 만들고, 막걸리 식초로 버무린 간재미 회무침을 선보였다. 그저 마시는 술 '막걸리'가 아니라, 그로부터 시작된 또 하나의 요리 문화를 시도하였다는데서 순위를 떠난 신선한 시도이다. 

경상도로 간 레이먼 킴-김주혁 팀은 '경상도'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고심한다. 양조장에서 말린채 보관하던 상어와 가오리가 경상도 특유의 방식으로 조리되어 막걸리에 어울리는 안주로 탄생한다. 레이먼 킴이 만든 한 상 차림은 화려한 양념 대신 가오리의 고유의 맛을 살린 부침과 상어의 식감을 살린 조림으로 소박한 상차림이 되었지만, 이들이 가져온 막걸리와 함쳐진 이 안주를 맛본 맛평가단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저 '전'이나 '부침개'를 넘어선 새로운 주안상의 탄생되는 순간이다. 

이날 1등의 영예를 차지한 이연복-데프콘 팀의 코드는 '대중성'이었다. 가장 대중적인 입맛으로 맛평가단을 사로 잡겠다는 이들의 시도는 그들이 개도에서 맛있게 먹은 두부를 이용한 마파두부에, 어렵사리 구한 전복 냉채로 맛평가단을 홀렸다. 중식 식당에서 맛보는 마파두부와 막걸리가 환상적인 '마리아주'로 탄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었다. 

이렇게 여섯 팀의 전문 쉐프, 연예인 아마추어 쉐프, 그리고 멤버들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1박2일>은 15.3%(닐슨 코리아 기준)로 시청률 1위의 성과를 낳았다. 하지만, 그런 수치상의 성과에 더하여, '위기의 막걸리'라는 우리 문화의 한계를 창의적 콘텐츠로서 돌파해 보고자 하는 문화적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재미 이상의 감동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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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4.27 15:35

7월 20일 방영된 <1박2일>은 좀 이상했다. 방영 시간이 프로그램 내용으로 미어지다시피 꽉꽉 채워넣던 기존 방영 시간에 비해 방영 시간이 조금 짧아진 듯 했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말미에 뜬금없이 출연하신 선생님들이 아닌 다른 선생님들의 인삿말이 들어 앉았기 때문이다. 대신 밤이 새도록 잠자리에 들지 않고 함께 보낸 1박2일 멤버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한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  저녁 복불복 중 첫 번째 턱걸이 시합은 그래도 친절하게 내용이 다 들어갔지만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잠자리 복불복도, 저녁 복불복 중 나머지 내용도 이렇게 했다는 빠른 영상으로 내용을 대신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그 이유를 다 추측할 수는 없지만, 그중 하나는 지난 주 방송 이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벌어진 세종고 정일채 선생님에 대한 '신상 털이'와 관련된 논란으로, 애초에 제작진이 원했던 방송 내용을 충분히 다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7월 20일 방영된 <sbs스페셜> '나를 잊어주세요,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회'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바로 <1박2일>에 출연한 세종고 정일채 선생님에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1박2일>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네티즌들이 정일채 선생님을 '구글링' 했고, 그 과정에서 선생님이 단 댓글에서 '일베' 회원인 듯한 용어가 드러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고, 그 논란은 결국 7월 20일 방영분에서 정일채 선생님과 관련된 내용이 상당히 들어낸 듯 보이는 상황으로 드러났다. 

논란은 정일채 선생님이 과거에 단 댓글에서 비롯되지만, 엄밀하게 그 시작을 조장한 것은 <1박2ㅣ일> 제작진 측이었다. 7월 13일 방영분에서, 제작진은 전국 방방 곡곡에서 각 과목의 이른바 '스타' 선생님을 모시고 여름 특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방송의 상당 부분은 이른바 세종고 김탄으로 회자되는 정일채 선생님이 중심적으로 다루어 졌다. 제작진이 앞장서 여러 선생님들 중 '잘생긴' 선생님에게 촛점을 맞추어 방송을 진행시켰고, 그에 관심을 가지게 된 네티즌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선생님에 대한 궁금증을 인터넷을 통해 해소했고, 그 과정에서 선생님이 과거에 단 댓들이 문제시되었다. 

제작진의 표나는 한 선생님의 외모에 대한 편애가, 시청자 중 일부의 과도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그로 인해 결국 선생님이 과거 자신의 댓글을 삭제하고, 공개 사과까지 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 전체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낸다. 물론 시작은 철 모르는 시절이라지만, 뚜렷하게 정치적 편향이 드러난 댓글을 인터넷에 흔적으로 남긴 선생님의 잘못도 있다. 그리고, 여러 선생님들을 모셔 놓고, 그 중 굳이 외모라는 드러난 이미지로 한 선생님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간 제작진의 '속된' 편집 방침도 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반인 출연자에게 까지 '검증'을 시도한 일부 네티즌의 과도한 관심 역시 논란을 불러온다. 그리고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세상에 주목한  이른바 '공인'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불신'과, 그 드러난 이미지가 상충될 때 쏟아지는 '분노', 즉 우리 사회 지도층에 대한 깊은 배신이 낳은 '단말마적' 분노의 파급 효과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논란의 배경 요인이 된다. 

덕분에, 야심차게 시도한 올스타 선생님 특집은 밤인가 싶더니 어느 틈에 아침에 잠자리에 드는 뜬금없는 편집의 결과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선생님들의 매력과 진정성조차 훼손되지는 않았다. '잘생긴' 선생님의 분량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다른 선생님들의 매력이 드러났다. 한 선생님의 얼굴에 집중하는 대신, 걸그룹 시스타를 보고 반색하는 대신, '옷차림이 그렇다'며 데문데문하게 대하는 '본투비' 선생님인 안산 송호고 김명호 선생님의 매력이 더 부각된 것이다. 1박2일 동안 와이셔츠 단 한 벌의 단벌신사로 버틴 김명호 선생님은, 이미 첫 회에서 부터 독특한 아우라를 뽐내기 시작하더니, 정일채 선생님이 사라진 분량을 대신 '선생님'다운 모습으로 빛낸다. 특히나, 프로그램의 마지막, '말 좀 들어라'로 시작하여, 반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여 불러준 선생님의 1분 스피치는 '스승'에 대한 시청자들의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사진; 뉴스엔)

결국 '새옹지마'가 된 것이다. 정일채 선생님이 겨우 다섯 번의 턱걸이를 해도 환호작약하는 제작진의 호들갑이 걷혀지고, 대신 그 자리를 다른 선생님들의 매력이, 선생님이란 직업이 편하자고 해서는 안되는 직업이라는 선생님들의 진심이 채워 나갔다. 또한 애초에 준비된 것이었는지, 아니면 분량의 삭감으로 허겁지겁 채워넣은 것인지 그 진의는 알 수 없지만, 선생님들의 진심어린 1분 스피치 이후 이어진 각 학교 선생님들의 한 마디들이, 세속적 관심이 거세된, <1박2일>을 예능 이상의 감동으로 남게 만들었다.

스승의 날 특집 kbs의 <나는 선생님입니다>를 보면, 우리 시대에 교단을 지켜간다는 것이 녹록치 않은 일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직업과, 스승 사이에서 갈등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결국, <1박2일>이란 예능에서, 아직은 처음이라 학생들 등교 지도 하는 것조차 버겁다며, 앞으로 배우고 나아지겠다고 다짐하는 방송을 통해 보여진 새내기 정일채 선생님의 수줍은 고백과, 이후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친 공개적인 반성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김명호 선생님처럼 선생님의 자리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며, 장기 자랑에서는 그 누구보다 웃기다라도, 아이들을 향해서는 자신의 진심어린 말을 들어달라 호소하는 광주 성덕고 고영석 선생님의 진심이 있다. 철지난,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진솔했던 '스승' 특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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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7.21 09:53

공교롭게도 kbs2의 대표적 예능 두 편에서 금연을 실천 중이다. <인간의 조건>과 <1박2일>이 그것이다.

지난 주부터 금연을 다루고 있는 <1박2일>의 경우, 이번 미션이 꼭 필요한 20가지 물건만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기에, 게스트 박성관을 포함해 일곱 멤버 중 담배를 피는 김준현, 김준호, 양상국이 담배를 포기해야 해서 불가피하게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금연을 하게 되었다.
그에 반해, <1박2일>은 차태현을 제외한 그래서 대신 합류한 홍경민, 김주혁, 김종민, 김준호, 데프콘, 정준영 등이 담배를 피기 때문에 아예 작정하고 금연 섬이 증도로 여행을 떠나면서 금연을 주제로 내걸었다. 

피치 못한 선택이었든, 작정하고 내세운 주제였든 <인간의 조건>과 <1박2일>은 4박5일이라는 시간과 1박2일 동안 멤버들의 금연을 다룬다. 


	1박2일 방송 화면 캡처, 가위로 담배를 자르고 있는 사진
(사진; 1박2일; 조선일보)

삶에 밀착한 그리고 <1박2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기간을 금연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조건>은 외압에 의해 금연을 하게 된 멤버들의 모습이 시시각각으로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삶에 꼭 필요한 물건을 택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담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거부감, 그리고 당장 담배를 빼앗기고 난 후의 공허감과 분노,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자신이 의존하던 담배가 없어 보여지는 아노미 상태들이 고스란히 담긴다.
<인간의 조건>에 비해 짧은 시간이지만, 어쩔 수 없이 20가지 삶의 물품을 위해 포기하는 심리적 포기의 절차도 없이 다짜고짜 금연을 강권당한 <1박2일>의 멤버들의 반응은 보다 예능적이다. 마지막으로 담배 한 모금을 피기 위해 질주한다던가, 담배 한 가치를 사수하기 위해 갖가지 꼼수를 피우는 모습이라던가, 그것을 지키지 못해 입수를 하고, 재판을 통해 흡연을 단죄하는 과정 자체가 그들은 절박한데 우리는 웃긴 전형적인 코미디의 모습을 지닌다. 

말 그래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묘미는 '리얼리티'이듯이, 즐겨하던 담배를 졸지에 빼앗긴 멤버들의 외압에 의한 금연 만큼 실감나는 상황은 없다. 담배를 피고 싶어하고, 어떻게라도 한 모금이라도 피려고 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그들이 절박할 수록, 그 절박함이 '리얼'하게 공감되기에 더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

<인간의 조건>이나, <1박2일>이나 그 어느 때보다 자신들이 의존하던 니코틴 성분이 떨어져 의욕도 없고, 무기력한 멤버들의 모습이 비춰지는데, 그것이 무능이나, 나태함이 아니라, 절박함으로 여겨져 수긍하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게임이라도 해서 흡연 욕구를 잊으려는 멤버들의 절박함이 안쓰럽기도 하고, 이기면 담배 한 가치를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까짓 담배가 뭐라고 저러는가 싶어 안쓰러운데 우스운 상황이 날 것 그대로 전해져 온다. 

그런데 문득, 과연 <인간의 조건>과 <1박2일>의 4박5일, 1박2일을 통해 금연을 일상에서도 실천하게 된 멤버가 있을까 하는 질문이 던져지는 것이다. 물론 단 12시간만 담배를 피지 않아도 몸에 니코틴이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과, 운동을 하면 담배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교훈이 누군가의 금연 의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조건>이나, <1박2일>의 금연 프로그램이라는게, 전혀 자의적이지 않았으며, 그 과정이 강권적이었다는데서 그것이 자발적 금연으로까지 이어질까 회의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조건>에서는 선택의 과정이 있었으며, 미션 자체가 대리 체험이라는 방식이기에 <1박2일>과 같이 분류하기는 어패가 있을 수 있다. 

'금연'을 처음 예능 프로그램으로 도입한 것은 <남자의 자격>이었다.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과제 중 아니 101가지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금연을 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에서 금연은 지금 <인간의 조건>이나 <1박2일>의 금연과는 달랐다. 다짜고짜 금연을 해! 라는 외적 강권이 아니라, 평균 연령 40세를 넘은 멤버들의 건강 검진을 통해, 금연이 얼마나 그들에게 절실한 과제인가 공감을 통해 담배를 끊을 결심을 유도했다. 물론 그 과정에 지금 <인간의 조건>이나, <1박2일>에서 보여지는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에 담배를 둘러싼 술래잡기 식 해프닝도 있었고, 역시나 몰래 담배를 핀 이윤석의 한겨울 입수 식의 '단죄'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담배에 의존해 온 멤버들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 금연침도 맞고, 향후에도 금연을 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장치들이 조심스레 마련되었었다. 

(사진; 인간의 조건; osen)

그런 <남자의 자격>식의 금연에 비교하자면, <인간의 조건>과 <1박2일>의 금연 프로그램은 금연의 과정이 타율적일 뿐만 아니라, 금연에 대한 배려는 적고, 금연 과정의 괴로움이나 고통, 발버둥을 예능적 대상으로만 삼는 가학성에 치중된 듯이 보인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이제 담배를 피는 건 나쁜 일이다. 담뱃값에 수백 가지의 화학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문구가 새겨질 만큼 담배가 나쁘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전히 담배를 '담배인삼공사', 이제는 이름도 멋들어 지게 'kt&g'를 통해 공공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담배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기호품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 역시 또한 사실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다짜고짜 즐기던 기호품을 빼앗긴 멤버들의 모습은 흡사 문을 잃어버린 채 우왕좌왕하는 실험실 쥐를 연상케 되는 불편함이 한편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타율에 의해 자유 의지가 강탈된 상황을 보며 즐기는 가학성의 껄쩍지근함이랄까. 

물론 피지 못하게 선택해야 할 물품에도 들지 못하는 담배 없이 4박5일을 견딘, 혹은 격하게 운동을 하며 1박2일을 버틴 멤버들은 혼돈 속에서 결국 담배 없이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유호진 피디의 말대로 금연이란 것이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결국 담배를 끊어야 하는 것이기에, 때로는 그 어떤 설득보다 단칼에 끊는 과정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룻밤이 지나도록 여전히 호시탐탐 담배를 피울 계기를 찾는 멤버들의 모습에서 마치 게임이 나쁘니까 게임 그만해 라고 야단치는 부모님과, 그것을 피해 어떻게든 게임을 해보려고 전전긍긍하는 타율적 금기식의 훈육 방식을 보는 듯한 불편함이 남는다. 

중독된 게임이든, 화학 성분의 흡연 습관이든 분명 나쁜 것이다. 하지만 나쁜다고 해서 무조건 단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금연이라는 주제는 나쁘지 않았지만, <남자의 자격>에 비해 다짜고짜 던져진 과제에 우왕좌왕하는 하는 과정을 시청자가 즐기게만 만드는 <1박2일>의 그것은 조금 더 멤버들에 대한 진지한 배려가 아쉬운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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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3.17 11:03

'추억팔이'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추억을 팔아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킨다는 용어로, 말 자체의 뉘앙스로도 알 수 있듯이 그다지 긍정적인 단어가 아니다. 하다하다 오죽해서 할 것이 없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추억이라도 팔아 관심을 끌려고 한다는 부정적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구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시간 위의 존재로써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 과거의 그 무엇에 약하다. 더구나, 그 과거가 나와 연관된 고리를 가지는 한에서 더욱. 

지난 주 방영된 <1박2일>이 설날 서울의 명소를 그저 장소가 아니라, 멤버들의 과거, 그들의 아버지 세대의 시간과, 아들 세대의 시간이 중첩된 장소로써 자리매김되어,  그것들이 그간 다녀온 여행지 중 하나가 아니라, 멤버들에게, 그리고 그 방송을 본 사람들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유의 의미로 다가온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에 덧붙여 <1박2일>의 추억 여행은 계속 된다. 지난 주의 방영분이 <1박2일>의 멤버 개개인의 추억이라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2월 16일에 방영된 <1박2일>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써 <1박2일>이 과거의 예능 프로그램을 추억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주도 그렇고, 이번 주도 그렇고, <1박2일>이 추억을 되새기는 방식은 현존재적이다. 
보통하는 추억팔이라 하면 '그땐 좋았지'라는 회고조가 되어, 말하는 자의 감상에 빠져, 공감의 시점을 놓치기 십상이나, <1박2일>은 추억을 현재의 그 무엇처럼 불러온다. 
방금 전 명동 성당을 다녀왔는데, 몇 십 년 전, 나보다도 더 젊은 아버지가 명동 성당에서 연인과 함께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은 오히려 보는 과거가 현재인 듯 느껴진다. 마찬가지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가족 오락관>의 mc인 허참을 모시고, 멤버들을 여성 팀과 남성팀으로 나누어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추억의 <가족 오락관>은 그저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지라던가, 좋았었지라는 감정을 넘은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정말 좋았던 그 무언가를 놓쳐버린 것 같은 감정의 수위를 찰랑거리게 만든다. 

(사진; 리뷰스타)

특히나,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몇몇 게임에서 보여지는 명mc 허참의 명불허전 능력은, 어떤 안타까움마저 불러일으킨다. 특히나 최근,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면서, mc의 능력이 그다지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 몇 마디의 말로 진행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진행 실력을 보여준 허참의 모습에서, '레전드'라는 단어의 정의가 새삼 깨달아지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만나보기 드문 허참이라는 명 mc, 그리고 또 그만큼이나 만나보기 힘든 '가족'적인 오락 프로그램의 분위기에서, 정신없이 흥겹게 웃어제끼다 문득 우리가 이제는 흘려보내 버린 과거가 되어 버린 어떤 정서에 문득 가슴이 시큰해진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가족 오락관>이 돌아와도, 그 몫은 자기가 아니라는 허참의 한 마디에, 손가락 틈으로 흘러내려가는 모래처럼 잡을 수 없는 과거를 흘러보냈음을 깨닫게 된다. 

묘하게도 잠시 만난 가족 오락관은 지난 주의 아버지와 아들이 한 장소에서 만나게 된 합성된 사진과도 닮았다. 이제는 현역에서 은퇴된 mc허참과, 그가 활동하던 당시 신세대나, 유망주로서 <가족 오락관>에 참여했던 멤버들이 이제 주역이 된 프로그램에서 <가족 오락관>을 추억하는 방식은 합성된 가족 사진과도 같은 감회를 불러온다. 잊고 살았지만, 지금의 내가 그렇듯이, 내 아버지 세대의 누군가도 여기 이렇게 살았었다는, 박제된 추억이 아닌, 과거의 어느 공간에선가 현존재였던 추억을 존중하게 만든다. 

설날맞이 <1박2일>은 <1박2일>이면서도 <1박2일>답지 않았다, 늘 장소를 찾아가서 그  곳에 정박된 배처럼 그 장소의 이것저것을 탐색하는 <1박2일>의 본래적 활동은 지속하되, 그것을 탐색하는 자세는 이전의 것과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도 있음을 설날 특집 <1박2일>은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제 시즌3에 들어서, 더 이상 어디 가볼 데가 있겠어가 아니라, 그 전에 가본 곳을 또 가더라도, <1박2일>이 전혀 다른 추억을 우리에게 남겨줄 것같다는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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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2.17 10:27

경기도에 사는 기자는 조금 시간이 나서 어딘가를 가게 된다면 자꾸 발걸음이 서울로 향한다. 철마다 바뀌는 서울의 고궁, 이제는 점점 낡아가다 못해 어느 틈에 아파트 숲에 먹혀버리곤 하는 한적한 주택가, 그리고 물은 비록 그 물이 아니되, 여전한 한강...... 누군가에겐 그저 숨막히는 도시에 불과한 서울이지만, 이 글을 쓰는 기자에게 그곳은 내가 살아왔던 추억이 어린 곳이다. 학창시절 원고지를 옆에 밀쳐둔 채 친구들과 헤젖고 다니던 곳, 동동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던 곳, 현실의 압박감을 시원하게 흐르는 강물을 보며 잠시 잊었던 곳, 그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저 여느 사람들에겐 스치듯 지나가는 장소에 불과할 지라도, 자신과 관련된 추억이 저장된 장소라면 그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예사롭게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2월9일의 <1박2일>은 '장소'가 가지는 본원적 의미를 가장 뜻깊게 잘 살려낸 시간이 되었다. 


처음 한 명, 혹은 두 명씩 조를 짜서 설날의 고즈넉한 서울을 돌아본다 할 때만 해도, 그저 지금까지 해온 서울 탐험이려니 했었다. 주어진 미션도 그 예전의 고궁을 들러보던 미션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였다. 처음 세워진 빌딩에, 가장 오래된 다리에, 찻집에, 역사 책에 등장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제는 역사가 된 서울의 한 곳들을 돌아보는 미션은 <1박2일>은 물론, <무한도전>에서도, <런닝맨>에서도 본 듯한 그런 것들이었다. 학림 다방에 소장된 LP판을 틀어 제목을 맞추고, 제일 오래된 빌딩에서 IT에 무지한 김주혁이 팩스에 자신의 사진을 보내느라 낑낑 거리고, 오래된 빵집에서 숨겨진 빵을 맞추는 게임은 굳이 그곳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들이라면 무엇을 해도  미소를 띠고 보게 만들 그런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한 시간 여의 시간 <1박2일>은 예전에도 그랬듯이 서울의 오래된 장소를 찾아보고, 그곳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다시 둘씩 짝을 이뤄 또 다른 거리를 걷고, 거기서 미션을 하며 설정된 사진을 찍는 등 분주하게 설날의 서울을 활보했다. 

그리고 마지막 잠자리를 찾아 KBS 건물로 돌아온 멤버들에겐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동안 분주히 서울을 돌아다닌 멤버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 중 베스트를 뽑겠다는 명목 하에 모인 편집실에서 뜻밖에도 가장 좋다고 뽑힌 사진은 온갖 설정을 하고 찍었던 사진이 아니라, 명동 성당에서, 남산에서, 그리고 고궁에서 가장 평범하게 찍힌 사진들이었다. 


(사진; 리뷰스타)

평범함이 비범함으로 변한 건 다음 순간이었다. 명동 성당 앞에서 주춤거리며 찍힌 김주혁의 사진 다음으로, 김주혁의 아버지 어머니가 바로 그 명동 성당에서 데이트를 하던 시절에 찍힌 사진이 나타난다. 이제는 김주혁보다도 젊은 아버지가, 멋쟁이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이어 나타난 사진은 그 젊은 김주혁의 아버지는 결혼을 하고 아버지가 되어 아들인 김주혁과 함께 찍은 것이다. 불과 몇 장의 사진이었지만, 그 사진을 보는 순간부터 아들인 김주혁의 눈이 충혈되고 눈물이 주르륵 흐른 것처럼, 사진은 그저 사진이 아니라, 명동 성당을 배경으로 한 한 가족의 역사가 되어 가슴을 흔든다. 

서울이 고향인 차태현도, 김종민도 마찬가지다. 미션을 수행한 다음에 함께 방문했던 4대가 함께 서울에서 살아온 가족을 방문한 자리에서 펼쳐 본 앨범의 그 사진들과 비슷한 사진들이 차태현과 김종민의 역사로 등장한다. 4대 가족의 부모님이 남산으로 신혼 여행을 가셨던 사진은 이때는 이랬구나 하고 신기한 것이었지만, 방금 전 내가 사진을 찍고 다녀온 그곳이 차태현 자신의 부모님 사진이 되면 마치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부모님이 계신 그 시간에 떨어지기라도 한 것같은 전율과 함께 목이 메어 오는 것이다. 심지어 고등학교 시절 일찌기 아버지를 여의어 이젠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김종민에게선 그 감회가 극한에 이른다. 

그저 <1박2일>의 한 순간을 통해 등장한 것은 김주혁, 차태현, 김종민 부모님들이 자식들보다도 젊은 나이에 찍은 사진 한 장이었지만, 그 사진만으로, 남산, 명동성당, 고궁은 마치 김춘수의 시처럼, 우리들에게 꽃처럼 다가온다. 김주혁의 '훅 하고  들어왔다'는 표현처럼 아마도 지금까지 <1박2일>이 방문했던 그 어느 장소보다도 유서깊은 서울이 되었다. 아름다운 명승지가 아니라, 일상에서 스치듯 지나쳐온 것들이 다른 이름의, 명소가 되는 순간이다. <1박2일>을 본 사람이라면, 명동 성당을, 남산을, 고궁을 지나칠 때라도 이제는 남다른 감회에 젖을 수 밖에 없도록. 

전국 방방 곡곡도 모자라, 북한에, 이제 일본에 있는 우리 역사의 흔적까지 샅샅이 훑고 다니는 유홍준 교수가 그의 책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통해 남긴 명언이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2월9일의 <1박2일>의 서울은 바로 그 사랑해서 달라지게 된 곳이 되었다. 그저 연인들이 매어놓은 자물쇠 더미를 놓고, 한 사람이 몇 번이나 걸어 놓을 수도 있다고 농을 던지며 미션을 하기에 급급한 장소에서, 자신의 부모님이 자신이 사진을 찍었던 바로 그 장소로 신혼 여행을 와 똑같이 사진을 찍었다는 역사를 안 순간, 학교를 다니며 수백 번을 스쳐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장소가 이젠 아들과 함께 꼭 가서 사진을 남겨야 하는 나만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곳이 되었다. 장소를 명소로 만드는 것은 결국 그 속에 담긴 소중한 사람들의 역사라는 걸, 가슴 저리게 보여준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가볼 만한 곳은 다 가본 <1박2일>이 또 무엇을 할 수 있겠어가 아니라, 똑같은 곳이라도 전혀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1박2일>이 다가올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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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2.10 09:02

해가 바뀌었다. 2013년 말미에 새롭게 시작한 <1박2일>의 멤버들로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무려 평균 연령 39.4 세, 제일 연장자 김주혁이 마흔을 훌쩍 넘긴 건 이미 예전 일이고, 막내 정준영과 무려 17살의 나이차가 난다. kbs 연예 대상에서도 보여졌듯이 이 형 슈트만 입혀 놓으면 아주 멀쩡할 뿐만 아니라, 작년 한 해 mbc에서 전설의 허준 선생으로 열연까지 하셨던 분인다. 그런데 제일 연장자이신 이분, 당신 입으로 말한다.

"1박2일 몇 회 만에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되었냐!"고
그리고 그의 자조적 표현 그대로, 지금 김주혁이 <1박2일>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동네 바보형'이다. 

1박2일(사진=KBS2 방송 캡처)
(사진; cnb 뉴스)

강호동이 이끌었던 1박2일의 전통이 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강호동이란 인물에서 연상되는 카리스마 넘치는 영도력이라 할 수 있겠다. 때로는 동생들의 연합에 밀리고 치이는 순간이 있어도 어거지를 써서라도 물러서지 않는 기가 바로 시즌 1의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강호동이 사라지고, 이어진 시즌2는 그의 그늘을 메우고자 제일 연장자로써 김승우를 앞세웠지만, 당연히 강호동의 빈 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시즌2는 매사에 시즌1과 비교되는 처지에 놓일 수 밖에 없었고.
새롭게 시작된 시즌3는 그런 시즌2의 도로를 밟지 않는다. 대신 그와 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그 누가 오던, 리더쉽을 앞세운 방식으로는 강호동이라는 거인과의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 없기에, 시즌3는 아예 리더쉽이 없는 리더쉽을 택한 것이다. 

당연히 나이 순으로 따지자면 김주혁이 시즌3에서는 리더가 되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지난 주 방송에서 보여지듯이, 김주혁은 가위바위보 게임 하나에서도 동생들이 단체로 짬짜미를 해 자신을 골탕 먹이는데도 매번 당하는 바보같은 형이다. 방송을 통틀어, 무려 다섯 번의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고, 그때마다 매번 보자기를 내는 동생들한테 따돌림을 당하는데도, 천연덕스럽게 내가 운이 나쁘구나 라며 순순히 벌칙을 당하는 형인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 형, 순진한데다가, 허당스럽기까지 하다. 
1월 12일 방송분에서, 허벅지 싸움을 하는데 동생들이 어이없이 나가 떨어지고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주혁, 보기와 달리, 세 아이의 아빠 차태현에게 대번에 나가떨어진다. 비장한 표정을 하고 나설 때만 해도, 아, 저 형 뭔가 한 건 해주겠구나 하지만, 결과는 예상 외다. 그 덕분에, 처음 셋이 함께 할 때만 해도, 구멍이다 싶은 김주혁, 김준호, 김종민 그룹에 '쓰리쥐'라는 허당 캐릭터가 만들어 졌다.  이때만이 아니다. 달고나를 만들 때도, 처음 나설 때만 해도, 이 형 이걸 잘 하는구나 했는데, 막상 만들어 놓은 걸 보면, 영 미덥지가 않은 게 이 형의 모습이다. 형이라고 뭐든 다 잘하는 게 아니라는 어찌보면 평범한 진리를 김주혁은 몸소 보여준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궁시렁궁시렁 대면서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어떤 게임에서도 '나만 아니면 돼' 하다가도, 자신이 벌칙에서 제외되면 누구보다 천진난만하게 좋아하다가도,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뒤로 물러서는 적이 없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에서도, 제일 먼저 앞장 서서 패달을 밟고, 언제부터인가 차을 몰면 운전대는 그의 차지인 경우가 많다. 1월12일 방송분, 아프리카 문화관 광고 촬영 과정을 보면, 아프리카 옷을 입고 제일 높이, 제일 그럴듯한 표정을 지으며 춤을 추는 사람도 역시나 김주혁이다. 


	1박2일 정준영
(사진; 조선닷컴)

김주혁이 가장 열심히 하면서도, 나이가 많다, 형이다 내세우지 않으며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자연스레 상황상황에 맞게 손아래 동생들이 제 역할을 하며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제작진과 딜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데프콘이 예의 그 둔중한 카리스마(?)를 내세우며 한 마디 하고, 게임을 하는 상황에선 차태현이 발군의 능력을 내보인다. 차태현만 해도 그의 재기발랄함으로 시즌2에서 누구보다 기대를 많이 받았지만, 그의 조심스러운 성격 덕분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것들이, 시즌3에 오면서 종종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심지어, 뭐 하나 잘하는 게 없어, 도대체 저기 저 사람이 왜 있나 싶은 취급을 당하던 김종민조차도, 제 몫이 있어 보이기에 이른다. 어디 그뿐인가. 제일 막내 정준영이 광고 촬영 분량에서 추장 역할을 하며 형들을 좌지우지해도, 그 누구하나 어색하지 않게 그의 말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사실 그런 김주혁의 모습은 몹시 인간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회에서 마주치는 형들이 인간적이지 않듯이, 막상 사회 생활 속에서 사람들은, 나이로, 자리로 위압적인 캐릭터로 변모해 가기 십상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실수를 해도, 그것을 덮으려 하고, 그러다 보면 무리수를 저지르고, 그걸 누구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눈을 부라리게 되는데, 그런 나이듦의 왜곡된 반응이 김주혁에게는 없다. 그가 시즌3에 새로 들어온 신참이라는 처지가 그러하기도 하겠지만, 애초에 김주혁이란 인물의 캐릭터 본연이 그런 탓도, 그가 , 혹은 제작진이 설정한 시즌3의 맏형 캐릭터가 그러하기 때문이리라. 

맏형 만이 아니다. 피디도 마찬가지다. <꽃보다 누나> 마지막 회 크로아티아 바다에 입수를 해야 하는 이승기는 야심차게 나영석 피디의 수영복세트를 준비한다. 물귀신 작전으로 피디와 함께 입수를 할 작정인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바닷가 한 구석에서 피디가 가려주는 대형 수건 안에서 혹여나 자신의 맨발이 들킬카 노심초사하는 이승기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1박2일>의 윤호진 피디는, 나영석 피디의 말을 빌리면 '밀당의 하수'다. 새해 첫 소망을 말하려 찬물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멤버들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 윤호진 피디는 주먹을 꽉 쥐고,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얼음장과도 같은 물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매번 야무지게 뭔가를 하려고 하지만, 종종 멤버들의 화이팅에 밀려 그가 준비한 작전이 먹히지 않아, 혹은 자연이 도와주지 않아, 고개를 수그리는 모습을 보이는게 <1박2일> 시즌3의 새로운 매력이다. 김주혁의 동네 바보형 캐릭터에 이은, 어쩐지 만만해 보여 도와줘야 할 거 같은 피디, <1박2일>의 묘한 새로운 매력이다. 

덕분에, 아직은 최고의 자리라 할 수 없는 시청률이지만, 사실은 고난의 행군이다 싶은 혹독한 미션들이지만, 어느새 <1박2일>은 참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특히나, 요즘처럼 새삼스러운 '불통'과 '상명하복'이 리바이벌되는 분위기에서, 형답지 않은 형이,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솔선수범하는 형이 있는 <1박2일>은 정신적 휴식을 준다. 부디 이 정서를 잘 유지해 매력적인 <1박2일>이 새 전통을 만들어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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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1.13 11:15

흔히 우리나라 속담에 '되는 집안은 가지 나무에 수박이 열린다'라는 말은 일이 되려고 하면 뭘 해도 된다는 의미이다. 비록 2회에 불과하지만 <1박2일>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이 속담이 떠오른다. 아, 이 <1박2일>시즌3 집안은 되겠구나 싶은.


일찌기 김c를 홀따 벗겨 박스 하나를 던져 주었던 <1박2일>의 시즌1 혹한기 캠프이래로 <1박2일>에서 혹한기 캠프 미션을 한두번 본 것도 아닌데, 까나리 복불복을 한 두번 본 것도 아닌데 12월8일 <1박2일>의 혹한기 캠프 미션은 모처럼 재미있었다. 그리고 신선했다. 멤버 몇 명이 바뀌었을 뿐인데, 그리고 제작진에 변화가 있을 뿐인데, 같은 미션, 같은 복불복인데도 다른 맛의 웃음을 준다. 

무엇보다 <1박2일> 시즌3의 재미는 신선함에서 오는 것이 크다. 그것은 1차적으로는 다수의 멤버가 변화된 것에서 기인하지만, 혹한기 캠프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꼭 그것도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이제 와 뒷말 하는 거 같아서 그랬지만, 시즌2의 초창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시즌 1을 고스란히 빼어다 박은 진행 방식이 전혀 달라진 멤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자아냈었다. 즉,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하는 시즌2이지만, 시즌1의 잔여 멤버 이수근은 여전히 시즌1의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갔었다. 기가 센 mc 강호동이란 존재를 배경으로 사사건건 제작진과 힘겨루기를 택하는 방식이었다. 조금이라도 힘든 미션이 주어지면, 이제 막 예능을 시작한 멤버들은 그것을 하기 보다, 우선 그것을 어떻게든 꼼수를 써서라도 그것을 좀 덜해보려고 애썼던 것이다. 그런 방식이 되풀이 되다보니, 점점 1박2일은 미션을 수행하지 않고 놀고먹는 예능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기에 이르렀다. 사실 들여다 보면, 시즌2의 멤버들이 안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늘 꾀를 부리며 빼는 듯한 그 태도들이 1박2일 시즌2의 분위기와 이미지를 지배했다.

(사진; osen)

이수근 개인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다행히도 가장 관록을 자랑하며 진행을 하던 사람이 시즌3에서는 없어졌다. 남은 김종민은 하는 일이 없다고 욕을 먹을 지언정, 나서서 분위기를 흐트려 놓는 사람은 아니다. 차태현은 그가 가진 무한한 예능의 재주와 상관없이 더더욱 앞에 나서려고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분위기는 새로운 멤버 쪽으로 넘어오고, 테프콘을 덩치로 보나, 진행으로 보나 섣부르게 강호동을 이어갈 재목으로 점치는 가능성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막 kbs에 첫 선을 보인, 데프콘이 섣부르게 제작진과 딜을 하진 않는다. 오랜 시간 라디오와 케이블 방송을 통해 관록을 쌓은 그의 예능감은 과도한 딜 대신, 적절한 정리와 한 줄 정리로 상황을 명쾌하게 정리해 낸다. 새로운 1박2일 시즌3를 보고 있노라면 언제나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그 마무리는 데프콘의 한 마디로 정리된다. 생뚱맞은 한 마디라도 그의 멘트로 상황은 명확해지거나, 승화되는 것이다. 8일 방송의 마지막 오래된 별 다방에 들어선 멤버들은 저마다 시킨 메뉴를 자랑한다. 김주혁이 커피는 믹스야 라고 하자, 정준영은 자신이 직접 조제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커피는 블랙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저 웃음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데프콘의 한 마디가 들어간다. '따자하오 쌍화~'에 '오겡끼 데스까' 금상첨화다. 

사실 시즌3의 멤버가 결정되었을 때 일반적인 인식으로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활약을 할 사람으로 김준호가 예상됐을 것이다. 하지만 8일 방송에서 김준호는 아침을 차려주러 온 수지에게 하소연을 한다. 트럭 뒷자리에서, 웃통 벗고 등목하기 등 갖은 힘든 일은 다했는데 김주혁에게 밀렸다고. 그의 그런 말이 없었다면 잊혔을 김준호인데, 막상 그가 그렇게 하소연하니 정말 그런게 떠오르고 그래서 또 한번 웃음을 자아낸다. 

만약, 시즌2처럼 경험이 많다고 해서 시즌2에서 있었던 김종민이 진행을 하고, 지금 <인간의 조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준호가 나서서 웃긴다면 <1박2일>시즌3는 지금처럼 2회만에 재미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시즌2에서 있었던 김종민과 차태현이 있고, 타 버라이어티에서 활약을 하는 김준호가 있지만, 그들이 나서지 않고 시즌3의 멤버들과 함께 묵묵히 미션을 수행할 뿐인 것이 시즌3에서는 보약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일찌기 <남자의 자격>에서도 예상을 뒤엎고 철인 3종 경기를 해냈던, 그리고 비호감이라 욕을 먹으면서도 <인간의 조건>의 웃음을 살려내기 위해 애쓰던 김준호이기에, 김주혁과 똑같이, 하지만 지금은 김주혁이 빛날 때라 생각해서 나서지 않고 미션을 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차태현과 김종민도 보이건 보이지 않건 열심히 한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피디가 이들을 잔류시킨 이유가, 시즌2에서 가장 꾀부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 몫을 해냈던 멤버였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1박2일>은 집단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기에 거기에 임하는 집단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당연히 힙합 비둘기로 거듭나며 예능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어 보겠다는 데프콘이나, 1년 뒤에 보자며 이를 가는 김주혁이야 열심히 할 것이다. 정준영은 막내니까, 나서서 분위기를 어찌해볼 군번이 아니다. 문제는 '으쌰으쌰'하며 의지가 분기탱천하는 신입들을 컨트롤하는 예능을 해봤거나, 해왔던 멤버들이다. 그런데, 김종민이나, 차태현, 심지어 김준호까지, 자신이 열심히 할 뿐이지, 남들에게 '감놔라, 배놔라'하는 스타일이 아닌 것이, 새로운 1박2일에는 효자가 되고 있다. 말 한 마디라도 내가 해봤어가 아닌, 묵묵히 미션을 수행하고, 기껏해야 입고 잘 옷이나 챙겨주고, 그도 아닌 나도 열심히 했는데 라는 애잔한 하소현을 하는 예능 좀 하는 병풍 멤버들이 있어 신입들이 빛난다. 

그 덕분에 <1박2일> 시즌 3는 가지 나무에 수박이 열리는 형국을 보인다. 아마도 예전 1박2일이었다면 혹한기 오덕 테스트 같은 것을 통해 멤버들이 라면과 밥을 얻어 저녁을 먹었다면 실패라며 시시했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이 라면과 밥, 심지어 멧돼지 고기 뒷다리까지 얻었는데, 시원하다. 제작진의 얼굴이 찌그러지고, 말을 잃었는데 통쾌하다. 그것은 아마도 사사건건 딜을 통해 꼼수를 부리기 보다, 어떻게든 열심히 그 미션을 통과하려 했던 멤버들의 열의가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해져 그들을 응원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멤버 전원이 얼음물 웅덩이을 건넜을 때 환호가 절로 나올 만큼. 게다가 복불복 잠자리 미션에서 데프콘과 김주혁, 김준호 뽑히듯이 이제 막 예능의 분위기를 타고 있는 김주혁은 무엇을 해도 걸려 애잔한 웃음을 유도해 낸다. 마치 예능신이 있어 이 프로그램을 도와주는 것 같이. 김주혁은 나이가 가장 많은데도 불구하고 영구에서 부터 그 어떤 미션도 마다않고 몸으로 부딪쳐 이겨낸다. 그러니 그의 투덜거림이 더 애잔하고 저절로 마음이 간다. 부디 이 응원의 마음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성의를 다해 시즌3에 임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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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12.0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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