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생소했다. 근대 가요사라, 근대라는 말에서 쉽게 머리에 떠올려지는 건, 우리 역사의 근대, 그러니까,구한말에서 부터 시작해서 6.25 전쟁전이랄까, 그 시기가 떠올려 졌다. 하지만, <근대가요사 방자전>의 시점은 우리나라에 가요가 도입된 그 시점부터 거슬러 올라가니, 방송에서의 표현대로, 이미자, 남진 세대를 고대, 그리고, 90년대 이후를 현대로 잡고, 그 중간 세대, 좀 더 정확하게는 이선희가 등장하기 시작한 80년대 중반에서부터,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한 91년도 사이의 지점을 말한다. <가요 무대>를 통해 고정 시청자 층을 확보하고 있는 세대와,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재발견되는 90년대 음악들 사이의 풍성했으나, 이제는 <불후의 명곡>을 통해서나 가끔 들을 수 있었던 시대의 것들이 주인공이다. 

물론 이미 kbs의 <콘서트 7080>이 있다.  엄밀하게 70년대의 음악과, 80년대의 음악들은 이른바 70년대의 음악들을 '통기타 세대'라 통칭하여 부르는 것처럼, 음악적 부류에 있어 궤도를 달리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거기서 <근대 가요사 방자전>은 70년대 음악과 도맷금으로 합류되어지는 음악이 아닌 '젊음의 행진', '대학 가요제' '강변 가요제'로 대변되는 시절의 음악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되돌아 보면 프로그램의 mc로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고 앉은 발라드의 변진섭, 댄스의 김완선, 소방차의 정원관을 비롯하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젊은 가수들의 멘토로, 그리고 여전히 그 자신의 음악적 위엄을 자랑하는 이승철, 올 봄 새로운 앨범으로 기지개를 펴겠다는 이선희 등에 이르기까지, 그 이름의 면면 만으로도 풍성함을 넘어, 화려한 면모일진대, 90년대 음악이 '레전드'로 대접받는 상황에서, 그들의 음악을 배려하는 자리가옹색하다 못해 이벤트 성이 아니고서는 존재치 않았던 상황에서, 그 시대의 이야기와 음악을 길어올리겠다는 의도는 그 시도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며 현명한 선택이다. 더구나, 공중파가 아닌, tvn에서, 그것도 금요일 시간대에, <꽃보다 할배>에 이어, <근대 가요사 방자전>의 편성은, 그저 젊은이들의 방송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시청자층을 '수거'해 가겠다는 tvn의 야심차고 영리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첫 방송을 마친 <근대 가요사 방자전>은 과연 애초에 의도한 그 시대의 공감대를 회복하는데 성공했을까?
80년대의 대표적 개그맨으로 평가되는 주병진을 중심으로, 박미선, 변진섭, 정원관, 김완선 등이 한 자리에 앉아 그 시대의 대표적 방송 연예 잡지 [tv가이드]를 화제에 올리며, 자신들의 데뷔 시절, 전성기를 통해 mc진을 소개하는 방식은 굳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후일담'으로서의 프로그램의 성격이 분명해 진다. 군대 다녀온 남자들이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술자리 군대 이야기처럼, 그 세대를 통과한 그 누구라면 익숙하게 고개를 들이밀 그런 공감 혹은 이제와 이야기 할 수 있어 새삼 솔깃해 지는 그런 이야기들인 것이다. 
더구나, '근대 가요 톱10'을 통해 그 자리에 mc로 자리한 변진섭이 무려 10위의 곡중에서 '희망 사항', '너에게로 또 다시', 그리고 '숙녀에게' 까지 세 곡을 올린 해의 가요 들 면면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풀어낼 이야기가 생각보다 풍성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근대 가요사 방자전>은 과거에 고착된 자신들의 위치를 면구스럽다는 듯이, '지금, 그리고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는 코너를 통해 현재와 과거 자신들의 활동 시기의 접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지금 못지 않은 부산 역에 내리면 3000 여명의 팬들이 기다렸다는 그 시대의 아이돌 소방차의 시절을 확인하는 놀라움과 달리, 선배라고 해서, 이제 와, 굳이 후배 개그맨들이나, 아이돌 그룹 들의 순위를 매겨 보는 것은 그저 선배연하는 의미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더구나 아직 그 존개감이 검증되지도 않은 이 시대의 수많은 아이돌 그룹 중 유일하게 exo를 내세워 이미 레전드라 이름지을 수 있는 선배 사이에 끼워넣기 식의, 그 순위의 공정성 여부도 불명확한 상황에서. 오히려 그 코너에서 보다, 다른 코너에서 중간 중간, 그 시대의 이선희를 음색과 가창력에서 지금의 에일리에 비교하는 사례들이, 더 지금과 인터넷이 없던 그 시절에 어울리는 이야기들이었다. 

(사진; bnt뉴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한다는 점에서, 이 시도는, 선배 가수와 후배 가수가 한 자리에 모여 공감을 찾고 쌓아가는 <비틀즈 코드>와 비슷하다. 단지 <비틀즈 코드>와 다른 점이라면, 그 시점이 지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 맞춰지는 것과 달리, <근대 가요사 방자전>은 mc 진이 그 시대 사람인 만큼 그 시대의 시각에서 지금을 평가한다는 것을 달리할 뿐이다. 하지만 이미 첫 회에서 부터 덜컹거렸듯이, 과거의 인물들이 지금의 이야기를 하는 건,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첫 방송을 한 <근대 가요사 방자전>은 주병진을 가운데 자리 잡게 하고 메인 mc인양 하지만, 기실 방송을 이끌어 가는 것은 박미선이요, 거기에 살을 붙이는 건 정원관, 정원관이 보낸 토스를 받아 한 방씩 쳐주는 건 변진섭에, 잽을 날려주는 건 김완선이었다. 아직도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주병진은 중심이 되어 방송을 끌어간다기 보다는, 그 시대의 상징적 존재로 거들 뿐이었다. 앞으로 김태원의 합류가 예정될 이 프로그램의 mc의 면면은 그 시대 각장르를 대변할 사람들이다. 또한 구성 양식으로 보자면, <썰전> 의 후반부 '예능 심판자'의 그것과 유사하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관건도 예능 심판자의 그것과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과연 흘러간 그 시대의 이야기를 어느 만큼, 적나라하게 '심판'할 수 있느냐인 것이다. 그저 그런 자기들끼리 우리는 그때 좋았지 라는 식이라면 익숙하지만 새로운 그 무엇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요, 친근한 이야기 속에서도 신선한 그 무엇을 전해준다면, 진짜 주병진의 방송 복귀작으로 남을 것이다. 


by meditator 2014. 3. 15. 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