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말하는 '막방 버프'라는 것도 없었다. 지난 주 올림픽으로 인해 한 주를 쉬어간 <원티드> 마지막 회 4.9%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나마 초반 7,8%를 오르내리던 시청률은 비슷한 장르 드라마인 <w>의 방영과 함께 반토막이 나다시피 했고, 거기서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종영을 맞게 되었다. 그렇다면, 역시나 '시청률'이라는 잣대로 <원티드>를 평가해야 할까? 중장년층이, 심지어 젊은 층조차 고달픈 현실 생활의 시름을 잊고자 드라마를 보는 세상에서, '현실'의 가장 적나라한 모사가 이루어졌던 비주류 장르 드라마를 '시청률'로만 평가한다면 아마도 공중파 tv에서 '스릴러'나, 신선한 시도는 씨가 마를 듯하다. 마치 우리가 건강을 위해 심심한 야채를 밥상에 채워넣듯, <원티드>와 같은 새로운 스릴러는 건강한 방송 문화의 비타민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복용되어야 할 것이다. 




드라마로 들어온 리얼리티 쇼, 원티드 
당대 최고의 여배우 정혜인(김아중 분)이 은퇴 발표를 하기가 무섭게 그녀의 아들이 납치 당한다. 그리고 범인은 요구한다. 자신의 미션을 수행할 시청률 20%가 넘는 리얼리티 쇼를 만들어라! 아들을 살리기 위해 정혜인은 범인의 요구를 들어주고자 하고, 현 남편인 송정호(박해준 분) ucn 사장과 방송인 신동욱(엄태웅 분) 피디와 최준구(이문식 분)  ucn 드라마국 국장등과 함께 <원티드>를 방영하고자 한다. 여기에, 방송 작가인 연우신(박효주 분)과 신참내기 방송인 박보연(전효성 분)이 합류한다. 범인의 미션에 따라 <원티드>를 만들기로 한 제작진 하지만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라 정해인의 뜻과 달리, 합류한 각자의 이해 관계는 서로 다르다. 이런 서로 다른 이해 관계와 범인의 요구가 엇물리면서, 리얼리티 쇼 <원티드>는 첫 회부터 난항을 겪는다. 

방영 전부터 방송사 앞을 진을 치며 방영 반대를 외치던 시민들, 하지만 시청률 20%라는 요구를 달성하기 위해 타 리얼리티쇼에 출연까지 감행하며 애를 썼던 <원티드>, 하지만 '방송'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겠다는 신동욱 피디의 적나라한 연출은 선정성에 약한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당기고 순조롭게 시청률 20%라는 미션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방송 개시와 함께, 리얼리티 쇼는 뜻밖의 상황을 만들어 낸다. 어린 현우인 줄 알고 구출했던 아이가 알고보니 가정 폭력의 피해자라던가, 그 아버지가 범인에게 살해당한다던가, 현우의 주치의였던 사람이 가난한 환자들을 상대로 부도덕한 임상 실험을 했다던가, 현우의 사건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사건들이 마구 튀어나온다. 현우를 찾겠다는 목적에 정혜인은 애가 닳지만 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 경찰 차승인(지현우 분) 등은 리얼리티 쇼에서 벌어진 사건의 '함의'를 찾기에 골몰하는데....

리얼리티 쇼의 중반을 넘기며 하나 둘씩 드러나는 진짜 사건의 그림자, 방송 초반 가정 폭력범인 대학 교수도, 불법 임상 실험을 했다던 의사도 알고보니 sg 그룹의 가습기 살균제 독성 실험을 무마했던 조력자들이었던 것이다. 조카의 안전을 돕겠다며 ucn 방송국조차 사들이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큰아버지 sg 그룹 후계자는 알고보니 가습기 살균제 독성을 덮어둔 최후의 '보스'였고, 오히려 정혜인 아들을 납치까지 하며 범인에 조력했던 나수연과 bj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나, 내부 고발자의 가족이었던 것.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며 이제까지 방송에 호의적이었던 sg 그룹은 경찰청장, 사장 등을 내세워 방송을 막고자 하고, 이제 방송팀은 현우의 안전과, 범인이 <원티드>를 통해 밝히려고 했던 진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숙명에 처한다. 



너무도, 너무도 현실적이었던 <원티드>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리얼리티 쇼를 만드는 독특한 상황을 설정한 드라마 <원티드>, 하지만 그 기발한 아이디어와 달리,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난 인간 군상의 민낯은 현실을 고스란히 모사한다. 

아들을 찾기 위해 방송을 해야하는 정혜인, 하지만 정혜인과 손잡은 방송팀은 '돈'. 혹은 '방송사의 시청률', 심지어, '방송으로 할 수 있는 한계에 도전하고픈 욕망'까지 저마다의 이해 관계로 엇물린다. 하지만 그 엇물린 이해관계는 '시청률 20%'라는 마약같은 목적을 위해 뒤엉켜 굴러간다. 스스로 범인의 인질이 되는 순간에도 카메라에 잡히는 비극의 당사자로서의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그렇게 '방송', 혹은 '시청률'이라는 마약에 취한 듯한 제작진을 탓할 것도 없다. 그들에 기꺼이청자들이 춤을 춰주니, 정혜인의 아들이 납치당하고, 방송 과정에서 인질극이 벌어지고, 사람이 죽어나가며, 그 과정이 가감없이 전파를 타고 방영하는데, 사람들은 그걸 '게임'처럼 즐긴다. '재밌다'고 반응한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비극'에의 공감이 나이라, 불난 집에 불구경하는 '오락성'을 넘지 못하고, <원티드>는 방송을 만드는 사람의 부도덕성과 함께, 시청자들의 탈도덕적 관음주의을 신랄하게 드러낸다.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최준구로 밝혀진 범인은 그런 현실의 맹목적 부도덕, 탈도덕을 가장 예리하게 집어냈고, 덕분에 미스터리 리얼리티 쇼 <원티드>는 매회 높은 시청률로 전 사회적 관심을 끌었고, 덕분에 애초에 그가 목적했던 바, sg 그룹의 가습기 살균제 독성 폭로에 다가갈 수 있었다. <원티드>의 첫 회 가정 폭력에서, 이어 부도덕한 임상 실험 등이 '낚시밥'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가며, 경찰청장의 사생활 비리 등을 거쳐, sg라는 자본의 거대한 음모의 폭로로 이어가는 일련의 흐름은 대중적 관심도의 이율배반성을 절묘하게 증명해낸다. 

하지만,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 통쾌하게 폭로된 자본의 음모는 드라마< 원티드>에서는 순탄치 않다. 자신의 이해를 위해 피해자 가족 따위나, 경찰은 당연, 심지어 자신의 혈연인 재벌가의 아들조차 제거했던 자본은, 방송사를 사들여 <원티드>의 방영을 막는 것에서 부터, 언제바 방송팀보다 한 발 앞서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당사자들을 제거하며, 진실에의 접근을 막는다. 심지어, 최준구가 스스로 칼에 찔려가며 자본가의 법정 구속을 노리지만, 언론을 장악한 자본은 그 조차도 유유히, 오히려 최준구를 '테러범'으로 몰며, 법망을 빠져나간다. 심지어 가습기 피해자들이 잔뜩 들어찬 스튜디오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방송에, 여유만만한 미소를 띠며, 완벽한 조작이라며 반전을 꾀한다. 진실이 드러나도, 그 진실조차도 덮어버리는 자본의 힘!

영화 터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심 끝에 터널 속에 갇힌 이정수(하정우 분)를 구해내듯, 그리고 그의 '꺼져 개새끼들아!'로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긁어주듯, 현실을 반영한 대부분의 드라마들은 '홍길동'이거나, '장총찬(인간 시장의 주인공)'이 되어 부도덕한 현실을 징벌한다. 그게 아니라도, 가진 자들이 스스로의 부도덕한 치여 무너지곤 한다. 하지만, 원티드는 그런 통쾌한 환타지에서 한 발 물러선다. 



사이다 대신, 저마다의 '도리'를 일깨운 결말
아들 현우는 돌아왔지만, 남편의 죽음, 그리고 그를 둘러싼 진실을 알게된 정혜인은 마지막 방송을 한다. 전남편이자, 동생이었던 함태영과의 대화 내용을 예고편으로 꾸민 제작진,  그들의 의도에 따라 함태섭은 방송에 출연한다. 그의 예견된 변호 발언을 뒤로 하고, 그가 예상치 못했던 bj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스튜디오로 등장하여, 그가 그간 벌인 인면수심의 사건과, 그것을 뛰어넘는 전 사회를 대상으로 한 '살해 시도'인 독성 무마에 대한 '폭로'를 한다.  하지만, '사과'를 하라는 피해자들의 읍소에도, 함태섭은 눈 하나 끔쩍하지 않고, 모든 것을 '음모'로 돌린다. 그런 그가 자리를 나서고, 대신 정혜인이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한다. 왜 최준구가 자신을, 자신의 아들을 납치했을까 라는 오랜 질문에 대답을 하며. 자신의 전 남편, 함태영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해결하려 했을 때, 자기 가족의 안위를 내세우며, 그를 말리지 않았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 사과한다. 

<원티드>는 통쾌한 한 방의 해결, 혹은 사이다같은 자본에 대한 징벌이라는 '환타지' 대신, 그 무엇도 달라진 것이 없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저마다의 '도리'를 남긴다. 시청률 상승을 위해 좀 더 자극적인 방송이나, 폭로에 골몰하던 제작진과 기자가, 다른 태도를 가질 때 방송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원티드> 10회는 보여준다. 또한 사건 수사 과정에서 죽어간 선배의 한 마디, 난 '형사니깐 그렇게 해야 하는 사람이니까'라는 그 말 한 마디를 가슴에 담은 차승인은 '우리가 할 수 있는 해야'한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 누구 한 사람의 '영웅'은 없었지만, 그래도 통쾌한 반전 복수극은 없었지만, 대신 사람들은 이제 저 마다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사람의 영웅 대신, 모두의 자각, 그리고 모두의 한 발이, 어쩌면 그 어떤 반전 복수극보다 가슴과 머리를 울린다. 그리고 이는 비록 4%의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원티드>의 존재 이유를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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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6.08.19 16:50

<운빨 로맨스>에 이은 <w>가 첫 선을 보이고, 새로운 수목 드라마 대전이 시작되었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던 <함부로 애틋하게>가 12.9%로 안정적으로 1위를 선점한 가운데, 이종석, 한효주 두 배우를 앞세운 <나인>의 송재정 작가의 야심작 <w>가 전작에 바통을 받아 8.6%로 희망적인 출발을 했다. 두 드라마 모두 장르는 다르지만 스타급 배우들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려가거나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드라마의 접전이 점쳐진다. 




그런 가운데, 그렇다면 새로운 수목 드라마 대전의 희생자는? 안타깝게도 '미스터리'한 구조에 있어 <w>와 시청층이 겹쳐있는 sbs의 <원티드>이다. 그간 7%대의 안정적 시청층을 유지하던 <원티드>는 7월 20일 5.4%로 내려앉았다.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유난히 7회 방영분이 재미없었던 것일까? 아니 오히려, '사랑' 놀음을 기대하기 힘든, 이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진실 찾기' 게임보다는 미스터리해도, 그래도 선남선녀의 '사랑'이 예고된 새로운 드라마가 더 구미가 당긴 것이리라. 

시청률은 떨어졌지만, 주제 의식은 명징
하지만 시청률의 급감에도 불구하고, 20일 방영된 <원티드> 7회는 어쩌면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을 가장 명징하게 드러낸 회차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대에 '공기'처럼 우리와 호흡하는 '방송'과 나아가 '언론'의 존재 이유에 대한 뼈아픈 질문이기도 하다. 

당대 최고 여배우 정혜인(김아중 분)의 아들 현우 납치 사건으로 시작된 드라마는 범인의 요구에 따라 실시간 생방송 리얼리티 쇼로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가정내 아동 학대로 시작하여,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임상 약물 시험 등 아동과 관련된 듯한 사건은,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하여, 드디어 7년전 정혜인의 전남편이자 sg그룹 막내 아들 태영의 죽음으로 모아진다. 그 과정에서 그와 관련된 조남철, 경찰청장의 죽음이 이어진다. 사건의 가닥은 잡혀가지만, 관련자들에 대한 폭로와 죽음이 이어지고, 정작 범인에 대한 추적은 모호해지며, 이제 8회를 앞두고 방송사 건물에서 한 여인이 떨어져 죽음으로써 이 사건과 방송국 내의 인물과의 관계가 좀 더 부각되어가고 있는 시점이다. 

사건만 보면 대략 이렇다. 하지만 정작 <원티드>라는 드라마가 생방송 리얼리티 쇼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현우 납치 사건과 그 이면의 거대한 음모들을 밝혀가는 것과 달리, 이 드라마를 보며 시청자들이 미디어의 민낯이다. 



자신이 요구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리얼리티 쇼를 감행할 것을 요구한 범인은 시청률 20%를 마지노 선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현우를 찾고자 하는 정혜인 이하 방송팀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20%의 고지를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걸 위해 정혜인은 아들이 납치당한 상황을, 그리고 그 상황의 해법인 리얼리티 쇼를 홍보하기 위해 또 다른 리얼리티 쇼에 게스트로 참석하는 것은 물론,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리얼리티 쇼의 현우의 새아빠이자, 정혜인의 현 남편인 ucn의 사장 송정호(박해준 분)의 협조로 가능해진다. 거기에 합류한 정혜인의 지인인 ucn 드라마 국장 최준구(이문식 분), 방송국 파워 게임에서 밀려난 전직 피디 신동욱(엄태웅 분), 최고의 방송 작가 연우신(박효주 분) 등이 합류한다. 

괴물이 된 방송, 하지만 그 '괴물'을 키우는 건?
현우 찾기라는 의로운 목적으로 시작된 방송, 하지만 방송은 20%라는 시청률, 즉 시청자의 시선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괴물'로 변해간다. 아들을 잃은 엄마 정혜인은 아들을 찾기 위한 방송의 사활을 위해, 그룹은 물론, 이제는 검사까지 찾아가 sg그룹의 고문 변호사 자리를 놓고 딜을 하는 막후 교섭자가 된다. 방송을 책임진 신동욱 피디는 이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 잡기 위해서는 범인에게 인질로 잡힌 동료을 구하기 보다 카메라를 먼저 들이대는가 하면, 조남철이 죽은 현장조차 가감없이 방송을 통해 내보낸다. '현우'를 찾아야 하는, 그래서 범인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그 절박한 상황 속에서 방송에 참여한 저마다의 인간 군상의 민낯이 거침없이 드러난다. 그 속에서 <원티드>는 인질에 잡혔던 연우신을 통해, 그리고 가장 어린 스텝 박보연(전효성 분)의 갈등을 통해, 방송의 목적과 수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 의문은 7회에 드디어 직격탄으로 제시된다. 전국민의 관심을 받아 무난하게 시청률 20%를 달성했던 <원티드>,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이 터져나온다. 애초 방송 시작과 함께, 방송사 앞을 점거하며 왜곡된 수단으로써의 리얼리티 쇼에 대한 시위는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현우를 납치한 범인이 나수현(이재균 분)으로 드러나면서, 나수현에 대한 동조 여론은 이제 그를 '주군'으로 받드는 인터넷 모임까지 결성되며 뜻밖의 파문으로 번진다. 그간 <원티드>를 통해 보여졌던 범죄가 '유전무죄'라는 시민적 각성이 왜곡되어 드러난 현상이다. 그리고 그 파급의 결과, 7회 모방 범죄까지 저질러 지는 결과에 이른다. 

아니,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아이를 데려다 주려 유치원에 간 연우신이 목격한 아이들의 원티드 놀이이다. 시청률 20%, 어느덧 전국민적 방송이 된 <원티드>는 유치원 아이들조차, 범인으로 삼은 아이에게 밧줄을 묶어 꿇어 앉혀 놓고 재밌다고 웃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렇게 <원티드>는 지난 7회 현우 납치 사건과 그 사건의 미션으로 진행된 리얼리티 쇼 <원티드>를 통해 우리 사회 벌어지는 미디어의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방송을 이용하는 범인,  그리고 그 이면에는 방송이 아니고서는 그들의 사연이 밝혀질 수 없는 '유전 무죄'의 사회, 하지만 이런 비리와 모순이 방송이라는 '프레임'을 거치며 때로는 좀 더 자극적으로, 때로는 왜곡된 형태로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드라마 <원티드>를 통해 고발된다. 



하지만 <원티드>가 놀라운 것은 그저 방송 현실, 미디어의 속성을 '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오히려 <원티드>는 그렇게 '괴물'이 되어가는 방송, 미디어의 주체가 과연 누구인가 대한 의문을 남긴다. 시청률 20%를 제시한 범인, 그리고 그 범인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동료도, 잔인한 시신의 모습도, 절체절명의 순간도 방송으로 내보내는 제작진, 과연 그것이 가능한 전제 조건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말이다. 아들을 잃은 모성도, 매회 벌어지는 누군가의 목숨이 달린 미션조차도, 그제 '게임'처럼 소비하는 주체, 대중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한 아이의 생사가 달린 리얼리티를 대중은 그저 '쇼'로 소비한다. 드라마 속 거리의 소녀는 <원티드>를 '재밌다'고 반응한다. 모방 범죄에 가담한 자들 역시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 혹은 어줍잖은 흑수저의 분노로, 혹은 자신도 tv에 주목을 받고자 또 하나의 범죄를 모의한다. 방송 초반 진실을 폭로한 간호사의 목적이 알고보니 5억원이었다던가, 나수현의 반지를 제보한 사람이 보상금에 대한 요구를 당당히 하는 장면, 그리고 결국 아이들조차 '재밌다'고 원티드 게임을 하는 상황에 이르른 드라마 속 현실은, 클릭 수에 목매달아 '각종 찌라시성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과, 공공의 전파를 통해 아니면 말고 식의 '황색 보도'를 일삼는 방송들의 전제 조건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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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6.07.21 15:52

5회 더 뮤지컬 어워즈 소극장 창작 뮤지컬 상, 18회 한국 뮤지컬 대상 베스트 창작 뮤지컬 상에 빛나는 <왕세자 실종 사건>은 성남, 부천 등의 아트 센터를 통해 장기 공연 중이다. 제목에서도 이미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조선'이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삼아, 하룻밤 사이에 '실종'된 왕세자, 즉 왕과 중전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스터리 멜로'를 내건 뮤지컬답게, 뮤지컬은 실종된 아들을 찾기위해 맹목적인 '중전'과 이런 중전에 맞대응하여 지킬 것이 많은 임금과 측근의 긴장감넘치는 대결로 이어진다. 길고도 지리한 궁궐의 밤을 견디기 위해 하릴없이 술잔이나 기울이던 어미 중전은 하지만 아들의 '실종' 앞에 지아비인 국본 임금은 물론이요, 그간 자신의 측근이라 생각했던 모두에게 '의심'을 던진다. 아들을 잃은 어미이기에 가능하다. 물론 뮤지컬 <왕세자 실종 사건>은 이렇게 맹목적인 어미의 아들 실종 사건으로 시작하여, 뜻밖에도 연극이 표방하듯 '미스터리 멜로'로 장르를 전환한다. 하지만, 연극이 종료된 이후에도, 그래서 왕제자는? 이라는 물음표를 지울 수 없듯, 기꺼이 멜로의 떡밥이 된 '아들의 실종'과 '애타는 모정'은 이 연극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든 가장 큰 변수였다. 




자식잃은 어미들이 만들어 가는 스릴러 
연극만이 아니다. 손예진의 영화 인생의 변곡점이라 칭해지는 <비밀은 없다>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남편 종찬(김주혁 분)의 내조에 바빴던 아내 연홍(손예진 분)은 딸이 실종되자 오로지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정치 행보에 바쁜 남편에 실망하고 분노하며,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주변 사람들의 벽 앞에서 엄마 연홍은 하루하루 돌아오지 않는 혈육의 부재에 미쳐가며, 그러면서도 딸을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드라마로 오면 '모정'의 시련은 더 익숙하다. 22일부터 방영이 시작된 <원티드> 역시 잠시잠깐 사이에 7살 먹은 아들을 잃은 최정상의 여배우 정혜인(김아중 분)이 주인공이다. 아들을 데려간 유괴범은 그녀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에게 '리얼리티 쇼'를 방영할 것을 요구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은퇴를 선언했던 정혜인은 자신의 은퇴를 번복하고, 아들을 찾는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으로 다시 돌아온다. 매회, 유괴범의 미션에 따라 아들을 찾기 위해 고군부투하는 그녀, 그녀는 아들을 찾기 위해 맹목적 모정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때론 부도덕할 수도 있는 수단 사이에서 고뇌하고, 그런 그녀를 돕기 위해 나선 주변인들의 엇갈기는 이해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단면으로 상징된다. 

이런 아들을 잃은 엄마의 고군분투는 드라마로 처음이 아니다. 2014년 방영되었던 이보영 주연의 <신의 선물-14일> 역시 그 시작은 시사프로 방송 작가인 김수현이 딸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역시도 여기에서 '방송'이 배경으로 등장하며, 엄마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차치하고, 홀로 아이를 찾기 위해 '사지'로 뛰어든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딸의 주검, 통곡하는 그녀에게, 뜻밖에도 '신의 선물'처럼 되돌려진 14일의 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엄마는 다시 '폭주'한다. 

위의 두 드라마처럼 자식을 잃은 경우는 아니지만, 2015년 방영된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주요한 극의 동인 역시 '모성'이다. 자식을 잃고 그 잃은 아이를 찾기 위해 맹목적인 모정과 달리,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우리가 관성적으로 알고 있는 '모정'의 또 다른 면을, 우리 사회가 가진 비윤리적은 속내의 상징으로 차용한다. 



스릴러 속의 '모성', 가족이 허물어져가는 사회를 반증하다. 
이렇게 뮤지컬, 영화, 그리고 몇 편의 드라마들이 '모성'을 엔진으로 삼는다. 또한 이들 작품에서 '어미'는 '어미'로서 존재감의 의미가 되는 아이를 잃고, 절규하며, 그 스스로 아이를 찾기 위해 '스릴러'의 주인공이 된다. 이렇게 분야를 막론하고, 스릴러에서 '모성'이 '엔진'으로 추진되는 것은, 바로 우리 사회가 '가족'이라는 기본 단위 위에 세워진, 특히나 사회적 안전 장치가 미흡한 대한민국에서 '가족'은 한 사회 속에서 사람이 기대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이기에 '대중적 흡인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엄마의 실종을 다룬 <엄마를 부탁해>가 센세이셔널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듯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엄마'란 존재는 가치 판단 이전의 수호신과 같은 존재로 '대중적'인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주요 장치가 된다. 

동시에, 최근 '모성'이 스릴러의 주인공이 된 것은, 역설적으로 '모성'의 위기, '가족'의 위기를 상징한다. <왕세자 살인 사건>의 중전은 아들이 실종되는 그 시각, 임금이 찾지 않는 처소에서 홀로 궁인을 상대로 술잔을 기울이다, 아들의 실종조차 놓쳤으며, <신의 선물-14일>이나, <원티드>의 엄마는 아이를 자상하게 살피기에 너무 바빠던 커리어 우먼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미처 다하지 못한 '모성'에의 후회를 짊어지고, 자식의 실종에 '순교자'가 된다. 

또한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 '엄마'들이 그 불리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도 여전히 '모성'의 신화를 써내려 가는 반면, 정작 아이에게 유전자적 정보를 물려준 '아비'의 존재는 무기력하거나, 오히려 '적'이 된다. <왕세자 살인 사건>의 임금은 실종된 왕세자보다 자신의 위신이 더 중요하고, <비밀은 없다> 국회의원 후보 아버지는 자식의 실종조차 국회의원 당선의 디딤돌로 여긴다. 그리고 그의 부도덕함은 종내 그를 '비속 살해범'으로 몰고 간다. 드라마에서 아버지들도 다르지 않다. <신의 선물-14일>에서도 딸의 실종과 죽음의 귀책 사유는 궁극적으로 양심적인 변호사연했던 아버지 한기훈(김태우 분)로 귀결된다. <원티드>의 아버지는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들의 실종과 아내의 절박함에 팔짱을 끼고 관전할 뿐이다. 아비는 있으되, 무기력하거나, 자신의 사회적 위신이나 이기적 욕심으로 자식마저 희생하는 존재가 된다. 마찬가지로, 엄마와 아이를 '사회'는 전혀 보호해 주지 않을 뿐더러, 자식잃은 어미가 기댈 언덕조차 되지 않는다. 

부도덕한 아버지, 뒤늦게나마 '모성'의 이름으로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 이들은 부도덕해진 '가부장제'와, 사회, 그리고 그에 대항하는 존재로서의 '본원적 모성'이란 대립각을 세운다. 그를 통해 이제 우리 사회를 버티어 가고 있는 '가족'이란 존재가 얼마나 무기력하며, 허울뿐인 단위인가를 드러내고 있다. 본의 아닌 '모계 사회'로의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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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6.07.0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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