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기획된 16부작을 14부작으로 '조기 종영'하기로 결정난 <뷰티플 마인드>, 하지만 끝없는 '부진'이라는 말에 아랑곳없이, '조기 종영'이라는 불명예가 무색하게, 이제 12회까지 종주의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뷰티플 마인드>의 서사는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다. 주제 의식은 명징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괴물의 아이, 이영오
그의 눈을 가렸던 선그라스를 벗고, 계진성에게 '사랑'을 다시 한번 시도해 보겠다고 다짐했던 이영오, 묵직했던 이야기가 드디어 말랑말랑한 '연애사'로 참기름 칠이라고 하는가 싶더니, 그게 아니었다. '사람'처럼 '사랑'을 해보고 싶다던 그의 욕심을 의사 이영오(장혁 분)가 처한 상황이 다시금 뭉개버린 것이다. 레지던트 동하가 살려낸 친구가 햇빛을 피해야 하는 루푸스라는 질병에도 불구하고 다시 먹고 살기 위해 뜨거운 햇빛 아래 실외기를 달기 위해 건물을 오르다 추락하여 응급실에서 젊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 그의 철부지 친구였던 동하를 비롯한 응급실의 모든 스텝은 오열하고 만다. 하지만, 그 순간 눈물을 흘릴 수 없었던 단 한 사람, 이영오는 결국 다시 김민재가 권했던 뇌 ct를 찍고 자신의 전두엽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한다. 계진성을 만나 두근거렸던 심장조차 결국은 '학습'이라 결론내린 이영오는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사랑'마저 포기하고 만다. 



'평범한 사람'과 '사이코패스'의 간극에서 좌절하고 만 이영오, 하지만 <뷰티플 마인드> 12회는 그 이영오의 좌절, 아니 엄밀히 말해서 그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괴물의 슬픔, 그 이면의 진실을 폭로한다. 이미 앞선 회차에서 이영오의 사이코패스성이 아버지 이건명(허준호 분)의 의료 과실이었음을 드러낸 바 있었던 드라마, 하지만 12회, 그 알려진 비밀 이면에 또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아버지 이건명은 '보통 사람'처럼 '확률'이 아닌 '마음'으로 환자를 지켜보는 아들 이영오를 통해 '사람'을 학습시킨 자신의 교육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그리고 이건명은 아들 이영오에게 그랬듯이, 이번에도 줄기 세포의 연구에 대한 신념 대신 해외 자본 투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해외 자본을 등에 업고 나타난 그의 예전 동료는, 그가 예전 이영오에게 그랬듯이 여전히 '정의'를 가장한 채, 자신의 이기심으로 가득찬 인간임을 폭로한다. 이영오는 이건명의 의료 과실이 아니라, 예전의 미흡한 의료 기술로 말미암은 오진이었던 것이다. 즉, 이영오는 전두엽에 장애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전두엽에 장애가 있다고 믿은 이건명에 의해, 사이코패스로 키워진 것이다. 결국 이건명은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이영오를 장기간에 걸쳐 '교육'이란 명목으로 '정신적 학대'를 했고, 그 결과 이영오는 진짜 전두엽의 장애를 가진 인물로 자라난 것이다. 

누가 진짜 괴물일까?
12회에 드러난 사이코패스가 아니지만,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린 이영오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굳이 애써 예를 들려 하지 않아도 '자식을 위해서'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식의 입신양명에만 힘쓴 많은 부모들이 떠올려진다. 결국 그들은 자식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 자식을 위해서의 본심은, 드라마에서처럼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에서 부터 자신의 명예, 자신의 위선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는 걸 드라마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폭로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저 이건명을 '괴물'이라 지칭하면 끝날까? 그러기엔, <뷰티플 마인드>를 통해 드러난 괴물들이 너무 많다. 당장 이건명은 평생을 받쳐, 더 이상 '외과 의사'가 필요없는 세상을 위해 신약 계발에 매진해 왔다. 이건명이나, 현석주(윤현민 분)가 자신, 혹은 누군가의 명예를 위한 이기심에 휩쓸렸다지만, 하지만 그를 비롯한 연구진의 열정은 '현성'이라는 자본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자본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원장이 된 이건명을 과거의 오명으로 흔드는 건, 외국 자본의 앞잡이가 된 친구요, 그와 손을 잡은 건 당연히 '자본' 현성이다. 

11회, 한때는 중학교 같은 반 같은 책상에 나란히 앉았던 급우가, 이제는 병원에서 실려온 환자와 의사로 만나게 되듯, 그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의사가 '우정의 선심'으로 고쳐놔도, 몇 시간 만에 결국 생계의 전선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오듯, 우리가 사는 사회의 '시스템'은 한 개인을 넘어선다. 드라마는 곳곳에서 개인들의 이기심과 욕망, 그리고 갈등들을 분출해 내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건, 안타깝게도 시스템이다. 개인의 명예도, 자식을 위한 사랑도, 순수한 열정도 모두 '자본'이란 시스템 속에 휘말려 버린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사이코패스, 마음을 느끼지 못하는 의사가, '인간적 유혹'에 무딘 가슴이 뛰지 않는 의사가, 이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가장 강직하고, 가장 선하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술'을 펼치는 '인간'이 되어버린다. 



아니, 이런 것은 비단 드라마 내적인 문제 만이 아니다. 4%조차 넘기 힘들어 조기 종영당하는 <뷰티플 마인드>의 곳곳에서 만나는 문제들, 그리고 툭툭 내뱉어 지는 대사들은, 마치 이 드라마가 현 시점에서 '조기 종영' 당할 것을 알기라도 한 것인 양 시의적이다. 드라말 속 현성이란 자본 속의 의사들은 '환자'를 생각하기 전에, 서슴없이 '돈'을 떠올리고, 의사로서의 위상을 앞세운다. 

<뷰티플 마인드>는 올림픽을 이유로 해서, 애초에 기획되었던 16부대신, 14부로 조기 종영된다. 이 드라마의 조기 종영에 붙인 기사는, 마치 12부로 조기 종영할 것을 선심쓰듯이 14부로 마무리할 것이라 언급한다. '자본'으로 돌아가는 드라마 시장에서, '광고'가 붙지 않는, 그래서 ppl조차 감사한, '젊은 한류 스타'가 붙지 않아 해외 시장 판매조차도 쉽지 않은 이 드라마의 조기 종영은 '자본주의적 논리'에서 당연한 듯이 치부된다. 초반의 매끄럽지 않은 진행으로 책임이 물어지기도 한다. '자본'의 시장에서, '예술'이나, '고상한' 주제 의식은 사치인 양 손가락질 받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kbs2는 '시청료'를 받는 방송국이다.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공영 방송인데, 이곳에서 '광고'니, '자본'이니를 들먹이며, '조기 종영'되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 것인지. 

이런 일련의 조기 종영을 둘러싼 불협화음들은 묘하게도 현성 병원 속 자본의 논리와 맞물리며, 그 속에서 사람답지 않은 마음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영오는, 사람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주제 의식과,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조기종영에도 불구하고 애쓰는 <뷰티플 마인드>에 겹쳐진다. 사이코패스 이영오 뒤에 그를 키운 괴물 아빠 이건명, 그리고 그의 명예심을 가지고 그를 뒤흔드는 '자본' 현성, 그리고 20부작이래도 아쉽지 않을 드라마를  몇 프로의 시청률을 들먹이며 '완주'를 발목걸고만 방송국, 과연 끝판왕 괴물은 누구일까? 
by meditator 2016. 7. 27. 1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