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프다'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슴에 손을 올린다. 하지만 이건 거짓이다. 우리가 마음이 아프다고 느끼게 하는 건 바로 우리의 뇌, 그 중에서도 전두엽의 감정 중추이니까. 하지만 그런 과학적 사실을 다 알고 난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심장이 울리는 내 가슴에 손을 얹어 내 마음을 표현한다. 어쩌면 '과학' 이전에, 심장의 떨림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공감'의 느낌에 솔직한 건 아닐까. 




이영오식 인간학, 인간을 헤집다 
이영오(장혁 분), 은혜원의 205번째 아이, 그래서 자신의 아들을 위해 살리기 위해 이영오를 수술하다, 자신의 아이를 잃고 이영오의 전두엽 감정 중추까지 손상시킨 이건명(허준호 분)은 자신의 의료 사고를 책임진다며, 이영오를 이영오란 이름으로 입양한다. 그리고, 책임이란 이름 아래,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는 흉내를 내도록 이영오를 '훈련'시킨다. 하지만, 그는 이영오가 자신과 같은 의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감정이 없는 너는 불가능하다고 반대한다. 그 누구보다 이영오를 잘 아는 이건명은, 이영오가 환자의 복잡한 감정을 공감하지 못해 시한부의 환자를 살려내고, 결국 그의 아내가 그를 죽이는 결과에 이르자, 서슴없이 이영오에게 '괴물'이라 칭한다. 아버지의 허물마저 덮어주려 애썼던 이영오에게 돌아온 아버지의 대답은 '괴물'이었고, 애써 사랑을 노력했던 김민재(박세영 분)에게서 되돌려 받은 것은 사이코패스 이영오에 대한 폭로와 치밀한 연구였다. 그렇게 보통 사람으로 더불어 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마음이 없는 사이코패스'라며 따돌림을 받는다. 그와 함께, 그가 쌓아왔던 읽어서 도달했던 '인간들 마음'의 세상도 흐트러진다. 

첫 회 병원을 난입한 강철민의 테이블 데쓰와 국회의원 김명수의 라이브 서저리, 그리고 이어진 신동재 원장의 죽음, 심은하 사망 사건으로 <뷰티플 마인드>는 현성 재단이 운영하는 현성 병원에서 벌어진 새로운 신약 계발에 따른 임상 실험의 부작용을 둘러싼 비리와 음모라는 굵직한 갈등으로 진행된다. 거기서, 오랜 유학 생활을 마치고 화려하게 현성 병원으로 입성한 이영오는 '공감 능력 제로의 사이코패스'이기에, 각자의 이해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현성 병원 속 잇달은 '연쇄 살인' 속에서, 오히려 '의사'로서의 평점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이 평생 이루고자 하는 그 무언가를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혹은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으로 인해, 사람들은 저마다 '진실' 대신,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거짓'의 진실을 추구한다. 하지만, 오히려 '공감'할 수 없었던 이영오는 그들의 거짓을 넘어, 진실을 추구하고, 그런 이영오는 그가 사이코패스라서가 아니라, 그가 그들이 덮어두고자 하는 '진실'을 끄집어 내는 불편한 존재라서 외면받게 된다. 

<뷰티플 마인드>는 의학 드라마로 시작하여, 병원 내 신약 계발 비리와 관련된 스릴러를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의 본질'을 질문한다. 그것도 바로 우리가 가장 경외시하는 사이코패스라는 존재를 통해. 드라마 속 이영오는 각자 자신이 보고싶어 하는 진실만 보는 인간 세상의 '리트머스지'와도 같은 존재이다. 그는 그의 말대로 어떤 가치 판단에 흔드리지 않기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정의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정의로움'은 편의적인 인간들의 이합집산을 통해, 배척받는다. 마치, '모난 돌이 정맞는다'라는 속담을 비껴가지 못하듯이, 김민재를 내세운 현성을 비롯한 사람들은 이영오가 사이코패스라 돌팔매를 던지지만, 사실은 그들의 '거짓'된 속내가 들통날까 두려운 것이다. 



가슴에 손을 얹어 마음을 표현하듯, 이영오 마음을 배우다
그렇게 지난 시간 사람이 되기 위해 '학습'했던 '인간학'의 붕괴를 경험한 이영오, 자신이 학습해온 인간에 대한 논리, 확률의 세상이 무너졌다고 느꼈을 때,다행히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다. <뷰티플 마인드> 첫 회부터, '진상' 노릇을 톡톡히 했던 계진성, 그 '진상'이, 여전히 '진상'답게 남들이 다 외면한 이영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진상'이 희망이 되는 순간! 그리고 그 '진상'의 '희망'을 통해, 이영오는 '와이파이'처럼, 그가 놓쳐버린 인간 세상의 숨겨진 신호를 찾아간다. 그가 '학습'을 통해서 외웠던 도식, 그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또 은밀한 '마음'의 신호들을. 

여전히 그는 스스로의 입으로 덤덤하게 말하듯 자신은 '공감 능력이 없는 사이코패스'라 하지만, 그 공감 능력이 없는 사이코패스는, 현성에서 폐암 말기의 자포자기 환자도, 가정 학대를 받은 어린 환자에게도 '공감'이 넘치는 의술을 펼친다.  선글라스로 눈을 가리고, 와이파이가 필요해서라고 하지만, 이영오는 '희망'을 전해준 계진성바라기가 되어있다. 이제 '사랑'까지 시도해 볼 용기를 낼 정도로. 비록 그는 전두엽의 상흔으로 공감할 수 없지만, 아버지 이건명으로 부터 받은 기억으로 어린 가정학대 환자의 마음을 짚어내듯이, 그가 경험했던 '역지사지'로 가장 지혜로운 의사로 거듭난다. 마치 마음이 없는 가슴에 손을 얹고 우리가 마음을 경험하듯. 



숨가쁘게 현성 병원을 둘러싼 음모와 그 음모에 따른 인간 군상의 이합 집산을 사이코패스 이영오를 통해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인간에 대한 회의와 질문으로 집요하게 따라붙었던 <뷰티플 마인드>는 이제 중반, 7회에서 10회차를 거치면서, 리트머스 시험지의 자가 발전을 위한 '쉼표'와 같은 시간을 가진다. 더불어, 단선적인 캐릭터였던 계진성에 대한 존재 이유도 더해진다. 덕분에 '비인간적'이었던 확률 기계 이영오는 이제 여전히 사이코패스라지만, 어쩐지 귀엽기까지 한 종종 그가 공감 능력 제로가는 것이 의심스럽기까지 한 현명한 의사로 거듭났고, 고지식해서 답답했던 계진성은 그래서 이영오의 와이파이가 될 수 있는 순수한 진짜 첫사랑이 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들과 달리, 복잡한 갈등 구조에, 첫 회에 단번에 매료시키는 주인공들은 아니었지만, 회차를 거듭할 수록, 볼 재미가 깊어지는 드라마이다. 부디, 남은 회차동안, <뷰티플 마인드>의 건투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6. 7. 20. 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