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사정 쌀롱>이 21회를 마지막으로 폐지되었다. 패널인 장동민의 말대로,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피고 지는 것이 방송가의 예사로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뜬금없이 폐지가 되는 것같은 <속사정 쌀롱>의 종영은 쉬이 수긍이 가지 않는다. 


공감할 수 없는 종영
평균 시청률 1.743(닐슨 코리아 기준), 이것이 폐지의 이유였을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냉장고를 부탁해>가 평균 시청률 4%의 고지를 넘었으니, 일요일 밤 11시대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도 1%대를 왔다갔다 하는 시청률이 영 흡족치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치자면, 스테디셀러인 <마녀 사냥>의 평균 1.94%의 시청률도 <속사정 쌀롱>에 비하면 그리 높다 말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아니, 시청률로 폐지 수순을 따지자면 <내 연애를 부탁해>의 평균 0.977%가 앞장을 서야 하는게 맞다. 솔직히 일요일 밤 11시대 자체가 그리 시청률이 높게 나올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공중파 프로그램들도 3,4%가 나오는, <개그 콘서트>가 끝나면 내일의 출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그 시간대인 것이다. 

이제 와 새삼스레 진중권 등 비평적 논객의 출연이 문제가 되었을까? 마지막 회 윤종신이 밝혔던 대로 진중권을 패널 중 한 사람으로 모시기(?) 위해 제작진은 작전을 짜기도 했다지만, 당대 최고의 '키보드 워리어'로 평가받는 진중권은 초반 몇 번의 '설전'을 제외하고는 예의 '워리어'로서의 면모의 수위를 조절하는데 고심하는 듯했다. 오히려 '논객' 진중권보다는, 장동민이 말끝마다 걸고 넘어지듯, '논객'의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교수 진중권과, 그에 못지 않은 인간 진중권의 면모를 보여주기에 충실했다. 심지어 '구름빵' ost,를 직접 부를 정도로, 에니메이션에 푹 빠지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소박한 진중권에 이르면 '논객'이란 표현이 낯설을 정도이다. 오히려 '논객' 진중권으로서 그의 날선 분석이 초반에 비해 연성화된 <속사정 쌀롱>에서 빛을 발할 기회를 잃는게 아닌가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이제 와 새삼스레 '폐지'를 맞고 보니 더 뜬금없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속사정 쌀롱의 지난 노력
'심리'가 트렌드 이슈로 등장하면서 함께 등장한 신개념 예능 토크쇼 <속사정 쌀롱>, 초반 '이 중의 실험실'을 통해 각종 심리학 실험을 에피소드로 내보내면서 보다 아카데믹하게 접근하던 프로그램이 중반에 들어서면서, '도대체 저 사람은 왜 그러는 걸까'처럼 실제 사례등을 통해 일상의 심리에 천착하고자 했다. 또한 <썰전>의 포맷을 빌려와 그 주에 주목할 만한 심리적 한 장면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세태에 대한 심리적 해석을 나누고자 하였다. 

공중파의 신변잡기식 예능과, 종편의 정치색 짙은 혹은 중장년층에 포맷을 맞춘 노골적인 지향의 각종 프로그램에 맞서, 그래도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웃고 떠드는 이상의 한번쯤은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가지고 '심리'를 매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속사정 쌀롱>은 자주 들여다 보지 않더라도 늘 그곳에 있는 친근한 '상담실' 선생님같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속사정 쌀롱>의 폐지는 그저 한 예능 프로그램의 폐지가 아니라, '심리' 등 아카데믹한 특정 포맷을 매개로 한, '긍정적이고도, 상식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극소수의 장 중 하나가 사라지는 안타까움을 앞세운다. 

굳이 시청자 게시판을 가득 매운, '그래 다음에 어떤 프로그램을 할 지 두고보자'는 원성과 아쉬움이 아니더라도, 연애 코칭 프로그램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인 예능과, 먹거리 예능이 잔존하는 가운데, 우리들의 속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눌 수 있는 <속사정쌀롱>만의 사멸은 <jtbc뉴스> 등을 통해 긍정적 여론 형성에 앞장서 왔던 jtbc의 결정이기에 더욱 아쉽다. 또한 트렌디하거나, 화제성있거나 자극적인 이슈를 생성하지 않고서는 스테디셀러가 될 수 없는 방송가의 생리가 일요일 밤 11시에도 관통하고 있음에 안타까울 뿐이다. 세상사 살다 상처입고 지진 마음을 먹방이나, 낯선 이방인들의 수다나, 가상 연애나 보며 달래라는 것인지. 

단 첫 회를 함께 하고 세상을 달리한 신해철의 촌철살인을 들을 수 있어 늘 한 구석이 허전했지만, <속사정 쌀롱>을 함께 한 mc진들은 여느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들과는 다른 감회를 준다. 한창 잘 나간다는 장동민도, 강남도, <속사정 쌀롱>에서는 뜨는 연예인을 넘어섰다. 진중권과 자격지심을 운운하며 장난스레 설전을 벌이지만, 그의 속깊은 면모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그저 웃기는 외국인 아이돌을 넘어, 우리가 되어가는 진지한 청년의 면모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진중권과 허지웅의 날선 설전조차 무리없이 아울러내는 윤종신의 폭넓은 조율과, 그 품 안에서 각자 자신의 또 다른 면모를 내보이는데 주저치 않은 진중권과 허지웅의 솔직한 이야기들도 따뜻했다. 유일한 여자 mc라는 성적 테두리를 넘어서 소탈하게 자신을 보여준 이현이의 예능 첫 데뷔 역시 성공적이었다. 예능이나, 토크쇼라는 상식적인 선에서 <속사정 쌀롱>을 한정짓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mc진 각자는 진솔한 자신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었고,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투영하며 공감할 수 있었다. 

폐지 대신 시즌2를 기대하며
윤종신은 자신의 음악을 음악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영역 속에 늘 그곳에 있는 하나의 섬이라고 표현했다. 넓고 광활한 영토는 아니지만, 뜻이 맞는 사람들이 늘 찾아주는 작지만, 늘 거기에 있는. <속사정 쌀롱>이 그런 예능의 한 섬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제 그저 한낱 욕심이 되었다. 하지만, 아쉬움을 토로하는 출연자들 사이로, 시즌2를 바라는 윤종신의 긍정적인 마음에 기대어 본다. 언젠가, 그 멤버 그대로, 시즌2의 밝은 얼굴로 돌아와, 다시 세상사에 상처받고 지쳐가는 우리의 마음을 함께 소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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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3.23 09:33

2월 7일 저녁 8시 30분부터 새롭게 선보인 jtbc의 새 예능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한참 인기몰이 중인 <비정상 회담>의 스핀오프(spin-0ff)와 같은 프로그램이다. <비정상회담>에 출연중인 mc유세윤을 비롯하여, 외국인 패널 장위안, 기욤 패트리, 알베르토 몬디, 줄리안 퀸타르트, 타일러 라쉬 등의 다섯 외국인들이 친구가 되어, 각 나라의 친구의 집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다. 


7일에 방영된 첫 번째 편은 지도에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중국 안산에 위치한 장위안의 집을 찾아 떠나는 우여곡절의 여정을 보여주었다. 중국인이라는 자신감하나를 내세웠지만, 막상 한국인인 우리도 내가 사는 지역을 벗어나면 말이 통한다는 장점 외에는 역시나 이방인임에는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중국인 장위안에게도 똑같이 벌어지고, 그 하나만을 믿고, 중국인 친구가 있다는 자부심으로 시작된 여행을 첫 단추부터 여행지의 친구들을 당황하케 만든 게 새롭게 시작한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재미있는 설정이다. 거기에 실제 중국인이지만 자신이 사는 지역을 떠나보지 않은 장위안보다, 이탈리아인이지만 중국에서 생활하고, 중국 여행을 많이 한 알베르토가 중국 여행에 대해 더 많이 아는 뜻밖의 상황이, 그래서 장위안을 중심으로 뭉친 친구들과, 알베르토를 믿고 뭉친 친구들 사이에 막상막하의 대결이 흥미진진해지는 지점이, 역시나 이 프로그램의 생각 외의 복선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최근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jtbc의 예능은, 이미 jtbc를 통해 일정 정도의 성공을 담보한 인물들, 내용들을 재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예능이 담보할 불투명함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우선 가장 돋보이고 있는 것은 인물의 재활용이다. 
<비정상회담>에서 인기를 끌었던 장위안 등 다섯 인물들을 고스란히 주인공 삼아 기획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물론, 최근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물들은 이미 타 프로그램에서 눈도장을 찍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강용석이다. <썰전>을 통해 '고소'로만 각인된 이미지를 어느 정도 리메이킹한 강용석을 그의 아들들을 내세워 <유자식 상팔자>의 mc로 등장시켜, 야욕에 불탄 정치인을 그저 자식을 키우는 평범한 아버지 상으로 재탄생시켰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역시나 <썰전>에서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 공신력을 얻은 평론가 허지웅을 그의 쿨한 이미지를 내세워 뜻밖에도 19금 연애 코칭 프로그램인 <마녀 사냥>에 등장시켜, 젊은 여성들의 아이돌 스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런 허지웅의 인기는, 그 여세를 몰아,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게스트를 넘어, 신해철의 부재로 자중지난을 겪고 있는 <속사정 쌀롱>의 구세주로 등원시켜 프로그램의 안착에 큰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미 <속사정 쌀롱>에 합류한 진중권과 허지웅, 두 사람의 팽팽한 긴장감 혹은 냉철한 호흡이, 여느 토크쇼와 다른 지평을 열여가고자 하는 <속사정 쌀롱>의 색채를 강화시켰다. 

<마녀사냥>의 인기를 힘입어, 이제는 종종 로맨틱한 드라마의 까메오로까지 진출한 허지웅만이 아니다. 역시나 연애 고수로 같은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성시경 역시, 예의 지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비정상 회담>의 mc로 나선데 이어, 연애 능력자의 컨셉을 유지하는 <나홀로 연애>까지 섭렵하도록 만들었다. 여러 연배의 남성 연예인 들 중, 독보적인 연애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그의 컨셉은, 어설퍼 보일 수 있는 <나홀로 연애>의 바로미터로 안정감을 부여하고 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통해 진솔함 예능감을 선보인 강남이 어눌한 한국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속사정 쌀롱>에 합류하면서 예능의 전성기를 열어간 것 역시 다르지 않다. 
강남 만이 아니다. 새로운 학교를 갈 때마다 새로운 게스트의 공급이 필요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역시, 허지웅을 비롯하여, <비정상회담>의 외국인 게스트들의 여러 패널들이 등장하여, 심심하던 학교 예능의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그뿐이 아니다. <마녀 사냥>에 뒤늦게 합류한 유세윤 역시, 뒤이어 <비정상회담>에 이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까지, 음주 운전으로 인한 잠정적 휴식 이후, jtbc를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인물들만이 아니다. 
프로그램의 설정 역시 앞서 성공한 프로그램의 그것들을 재활용하고 있다. 공중파에서 tvn의 성공적 컨셉인, 연예인들의 해외 여행기나, 오지 생활기, 그리고, 직장인의 애환을 전혀 꺼리낌없이 본딴 프로그램들을 내세우면서, 모방작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는 반면, jtbc는 이미 어느 정도 신뢰를 얻고 있는 자사의 프로그램을 조금 변용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미 언급된 바, <비정상 회담>의 스핀 오프 격으로 재탄생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외에도, 1월 31일 선보인 <나홀로 연애중> 역시, <마녀사냥>의 연애 코칭을 버전 업시킨 프로그램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마녀 사냥>에서 남의 연애를 상담하던 연예인들이, 이제 직접 연애의 현장에 뛰어들어, vcr 속의 가상 연인을 상대로, 각자 자신만의 연애 담론을 펼쳐가며,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것이, <나홀로 연애중>의 관전 포인트이다. 

프로그램의 전체 내용을 통째로 변주시켜 재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분 부분 활용하는 경우도 종종 등장한다. 심리 토크쇼라는 주제를 내세우고, 프로그램의 안착을 위해 조금씩 변화를 계속 가져가고 있는 <속사정 쌀롱>의 경우, <썰전>에서 이 주의 포토제닉을 통해, 그 주에 화제가 된 사건, 인물들에 대해 정치 평론을 하고 있는 것을 인용하여, 이 주의 말을 통해 한 주간 화제가 된 사건을 중심으로 심리를 분석하는 시간을 가진다던가, <마녀 사냥>의 사연을 본따서, 역시나 '속사정 쌀롱 사연'을 통해 우리 곁의 심리로 '심리학'의 심리를 우리 곁의 '심리'로 끌어다 앉히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공중파가 어설프게 케이블에서 화제가 된 인물들을 재활용하거나, 모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면서도 인물의 이미지를 그저 삽입하는데 그치거나, 생뚱맞은 아류로 변질되는 것에 비해, jtbc의 경우, 성인용 멘트에는 <마녀 사냥> 고유의 초록색 기운을 등장시키듯, jtbc 고유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연결하면서, 그 정서를 유지하고, 친밀감을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공중파의 새 예능이 번번히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외면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확장이 지금까지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안착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담보해 주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우려의 점도 있다.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는 연예계 트렌드에서, 한 인물에 대한, 혹은 한 컨셉에 대한 대중의 변덕이 과연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을 가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혹여나 한 컨셉, 한 인물에 대한 대중의 싫증이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jtbc의 여러 프로그렘에 대한 권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지금은 새로운 프로그램이라도 정겨워 보이지만, 그것이 어느 시점에서는, 어디를 봐도 뻔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성공 전략의 숨겨진 이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jtbc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신선한 충격파가 무뎌져 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 지점은 놓쳐서는 안될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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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2.08 11:20

신해철이 떠나간 자리, 그 거대한 구멍을 과연 누가 메꿀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첫 회만 녹화하고, 신해철을 떠나 보낸 <속사정 쌀롱>의 숨겨진 과제였다. 이제는 트렌디한 인물이 아닌 논란의 대상이 된 에네스 카야까지 출연시켜, 시치미 뚝 떼고 하는 그의 거짓말의 화려한 언변을 더해보았지만, 첫 회 자신의 경험담까지 내보이며 진정성있게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시했던 신해철의 진중함을 대신할 사람은 없었다. 

6회, 이런 <속사정 쌀롱>의 고민을 해결할 대체재로 찾은 건, 요즘 한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영화 평론가 허지웅과,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여자 mc 모델계의 김구라라 평가받는 이현이였다.
그리고 이들의 등장과 함께, <속사정 쌀롱> 자체도 색깔을 변화시킨다. 

신해철이 함께 했던 첫 회, 그리고 새로운 mc진이 보강되기 전까지만 해도, 진중권의 학문적 설명이 곁들여진 심리 실험이 프로그램의 메인 코너를 차지했다. 진중권이 원고를 보며, 유수 어느 대학 실험진의 이론을 들먹일 때마다. 제 아무리 장동민이 '또 외국 대학이냐고?' 퉁바리를 줘도, 확고한 이론에 밑바탕을 둔 이론은 어김없이 등장하였고, 그런 이론에 밑바탕을 둔 심리 상황 실험, 거기에 곁들인 mc와 게스트들의 토크가 주된 이야깃거리였다. '예능'이라기보다는, <비타민>식의  '에듀테인먼트'에 가까웠달까.

`속사정 쌀롱` 이현이, `눈 앞에서 600만원 사기 당해`
이데일리

그러던 첫 시도가, 허지웅, 이현이의 등장으로 변화되었다. 학자적 권위를 내세우며 국내외 유수의 심리 실험을 소개하던 진중권도, 이제는 그저 토크쇼에서 살아남아야 할 예능 mc진의 일원일 뿐이다. 인문학적 지식이 드러나 보이던, 심리토크쇼는, 여전히 '심리'적 상황에 한 발을 담그되, 예능적 성격을 강화시켰다.

진중권의 박학한 소개에 곁들인 각종 심리 실험은, 그런 아카데믹한 성격을 벗어던지고, 새로 보강된 mc 이현이를 상대로 한 '비호감 실험'을 하듯, 보다 일상성을 강조한 친숙한 '심리'로 변모되었다. 이전의 <속사정 쌀롱>의 심리학이 학과 과정으로서의 강의를 그대로 전달해낸 듯한 느낌을 주었다면, 이제 변모된 <속사정 쌀롱>의 '심리학'은 숙성된 자기 것이 된'심리학'으로 받아들여진다. 외국 대학 연구진이 이렇게 말했대를 기반으로 한 <비타민>류의 심리실험은, 이현이를 상대로 달라진 상황에서 변화된 mc진의 호감도나, 7회 mc진의 지갑을 정신과 의사가 분석해 주는 토크쇼 안으로 천착된 심리적 상황으로, 보다 mc진의 토크를 강화시킨 것이다. 

덕분에, 제 아무리 장동민이 반발해도, 늘상 진중권이 가르치고,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 같았던 mc진의 형태는, 이제, 그날의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라디오 스타>가 연상되는 토크쇼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미 <마녀 사냥>을 통해 단련되어, 이제는 논객이라기 보다는, 예능 mc로서 적응된 허지웅의 존재는 적절한 선택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제는 가르치는 선생과 말 안듣는 학생 같았던 장동민은 동등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막연한 심리는 '자기 합리화'의 아이콘 윤종신과, '자격지심'의 아이콘 장동민이 등장하면서, 남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로 친근하게 다가오게 되었다. 

`속사정 쌀롱` 진중권 vs 허지웅, `폭행전과 이혼남` 두고 설전
이데일리

특히나 7회, 두번 째 코너, '사생활의 천재'에서, 가정 폭력으로 이혼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연 속의 남자를 두고 벌인 진중권, 허지웅 두 논객의, sns가 아닌 스튜디오 배틀은 <속사정 쌀롱>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진귀한 장면이 되었다. 
스튜디오에 mc로 앉아있는 진중권을 보고 허지웅이, 자신이 갖은 욕을 먹고 tv에 오자, 진중권은 레드카펫을 밟고 왔다고 하듯, 이전의 상황에서 앙금이 남은 듯한 두 사람은 결국, 폭력의 경험을 가진 이혼남 사건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만다. 폭력은 사적 영역을 넘어 사회적 영역이라며 이런 사람은 '배제'시켜야 한다는 진중권과, 그런 진중권의 격한 언어적 표현에 '발끈'하는 허지웅의 설전은,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sns의 논객마저도 품어내는, <속사정 쌀롱>의 예능적 한 표현이 되었다. 아니, sns의 논객마저 '예능'이 되어가는 세상이라고 하는 표현이 더 맞는 것일까.

어찌 되었든, 아직은 '예능'이 낯설어 자주 눈치를 보고, 종종 생경한 언어를 선보이며, 그럼에도 그의 언설은 녹슬지 않은 진중권과, 그가 먹은 '예능'물이, 그를 한때의 논객이나, 평론가 보다, mc가 더 어울려 보이게 된 허지웅의 노련함, 그리고 여전히 자기 이야기에만 충실한 두 사람 사이에서, 정교하게 균형을 잡아주는 윤종신의 노회함, 그런 쟁쟁한 mc진에 결코 주눅들지 않은 장동민의 솔직함과 호쾌함, 여성임을 의식하지 않게 어우러져 들어간 이현이의 능숙함까지, 새롭게 진용을 짠, <속사정 쌀롱>은 한결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심리'을 양념으로 친 토크쇼가 되었다. 무엇을 배운다는 호기심은 유지하되, 부담감은 덜어내고, 조금은 '고상한 듯한' 토크쇼를 보기 위한 선택재가 되었다. 

단지 아쉬운 것은, 7회 게스트 유상무의 존재에서 보여지듯이, 물론 그가 장동민과 막역한 사이라는 걸 전제 한다 해도, 한국말을 잘 하는 유상무와, 그 자리에 앉았던 한 주를 비운 mc 강남의 차이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강남이 요즘 트렌디한 인물이라 해도, 아직은 한국말에 서툰 그가,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껏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어, 종종 토크의 흐름이 끊어지던 것과 달리, 한국말을 넉넉히 알아듣고, 거기에 보탤 수 있는 유상무의 존재는, 아직은 이방인인 mc 강남의 존재를 숙제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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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12.15 11:08

10월 26일 첫 방송을 앞둔 <속사정 쌀롱>을 몹시도 기대했더랬다. 윤종신에, 진중권, 장동민, 거기에 신해철까지(티저가 방영될 때까지 강남의 합류가 밝혀지지 않았다)  윤종신을 제외하고, 신구 내로라 하는 입답꾼들이 모여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 심리 토크쇼'라는 신선한 포맷을 차치하고도 기대감을 부풀어 오르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토론이 아닌 예능에 첫 출격하는 진중권에, 그의 '입바른' 소리가 듣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하던 차에, 화룡점정같은 신해철이라니! 만사를 제치고 <속사정 쌀롱>의 첫 회를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 신해철이 아프단다. 그래서 미뤄진 첫 방송, 그때까지만 해도, 모처럼 활동을 앞두고, 긴장이 심했나 싶었다. 하지만, 병원으로 간 신해철은 쉬이 돌아오지 못했다. 그 다음 주, <속사정 쌀롱> 대신, <히든 싱어> 이승환 편이 재방영되었을 때, '어린 왕자'의 귀환 같았던 이승환도 이승환이었지만, 그를 통해 환영처럼 그와 동시대를 나누었던 신해철이. 그들이 활약했던 시대가, 그들로 인해 위로받으며 살아왔던 '팬'이라 이름붙여진 한 시대의 사람들이 고스란히 느껴져 울컥했더랬다. 그리고, 이제 어렵사리 방영된, 첫 회 <속사정 쌀롱>은, 온전히 신해철 추모 방송이 되었다. 방송 되는 한 시간 내내, 화면 틈 사이로, 비추어 진 잠시잠깐의 신해철이라도 놓치고 싶지 읺아 뚫어지게 화면을 지켜보았지만, 쏜살같이 시간은 흘러, 그의 음악과, 그를 기리는 글귀들로, 허무하게 <속사정 쌀롱> 첫 회는 마무리되었다. 비록, 감질나는 첫 회였지만, 그럼에도, 그거 하나는 확실했다. 신해철은 역시 신해철이었다. 마지막 화면을 채우던 글귀 중 하나처럼, 그의 팬이던, 팬이 아니었던, 우리는 그를 통해 대변되었던 한 시대를 그와 공유하며 살 수 있어, 행복했다. 그래서, <속사정 쌀롱> 첫 회를 통해 잠깐이나마 다시 조우할 수 있었던 그를 잃은 것이 더 안타까웠다.

 

 

첫 회의 포문을 연 <속사정 쌀롱>은 길고 장황한 오프닝을 가졌다. 그도 그럴 것이, 윤종신이야 그렇다치고, 진중권, 장동민, 강남에 신해철까지, 그 누구하나 쉬이 넘어갈, mc가 없다. 윤동신이 신해철을 소개하며, '독설'을 언급하자, 신해철이 말한다. 듣기 좋은 말은 쉬이 흘러가지만, 독설은 뼈가 있어, 쉬이 넘겨지지 않는다고. 신해철의 그 말을 들으니, 문득, 그의 훌륭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노래 가사에서 부터 시작해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전해주었던 진솔한 멘트들 대신, 언제나 우리는 그가 토론 프로그램에 등장하여 남긴 몇 마디의 날선 말로 그를 기억했구나 하는 아쉬움이 울컥 밀려왔다.

 

더구나 윤종신이 기억하는 신해철에 이르면, 신해철이 이런 사람이었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불과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이십대 청춘의 시절, 그래도 몇 년 먼저 데뷔를 한 선배라고, 첫 무대에서 가사까지 잃어버리며 떨던 윤종신을 돌려 세우며, 전쟁에 나간 병사가 등을 보여선 안된다며 굳게 다독이던 이십대 신해철에 이르면 일찌기 당차고 알찬 청춘, 어쩌면 그래서 혼란한 시대 속에서 등을 보이지 않고 맞섰을 그의 삶이 녹록치 않았을 것이 분명한 청춘 신해철이 그대로 복기되었다.

 

그렇게 자신의 독설을 한 마디로 정의내린 오프닝이 지나고 첫 회의 게스트 허지웅은 등장하자마자, <속사정 쌀롱>의 mc들이 망할 조합이라며 한 명, 한 명 이유를 드는데, 신해철을 칭해, 남북정상회담 때 유머를 아직도 쓴다고 조소한다. 즉, 한 물 갔다는 것인데, 그 말을 들은 신해철, 좋은 건지, 쑥쓰러운건지, 온 몸을 구기며 웃는다. 신해철이 간 뒤, 허지웅은 그의 sns를 통해, 친했던 형, 신해철을 <속사정 쌀롱>에서 만나, 지금까지 친하던 대로, 한껏 '까대기만' 했다며 통곡했는데, 그런 허지웅의 말처럼, 첫 회 <속사정 쌀롱>에서 게스트인 허지웅은, 안면이 있는 mc들 그 중에서도 친한 형, 신해철을 마음껏 면박을 주었고, 신해철을, 그런 허지웅의 면박을, 사람좋은 웃음으로 흔쾌히 받아넘겼다. 그 어디에도, 정색을 하며, 다그치는 독설가 신해철은 없었다.

 

물론, 신해철이 그저 허허거리며 넘어간 것만은 아니다.

'후광 효과'에 대해 논할 때, '후광 효과'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강남과 장동민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며, '후광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전직 대통령 아버지의 후광 효과를 누리는 현직 대통령을 정확히 짚고 넘어간 것도 신해철이었다. 하하호호 웃으며 이야기를 하면서도 짚을 건 결코 놓치는 법이 없었다.

 

심리학 실험을 통한, 심리학 용어를 알아보는 시간을 지나, 마치 심리학 버전의 <마녀 사냥>처럼, 시청자의 사연을 통해 심리 상담을 하는 시간, 30대 백수를 둔 직장인 30대의 고민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엄마에게 40만원을 받아, 여자 친구에게 이른바 '반띵'까지 하는 백수 형에 대해, 백수의 사회적 존재에 대한 공감을 넘어, 그 누구도 쉬이, 백수 형에 대해 곱게 봐주는 언급이 등장하지 않는 때, 신해철만이, 다르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그저 사변적인 이론이나 평가가 아니었다. 바로 그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자신이, 돈 한 푼 당장 벌지 못하면서, 작업실에 앉아 써지지 않는 곡을 쓰겠다고 앉았을 때, 작업실을 박차고 나가 다른 일을 하지 못한 것은, 그저 게으르거나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여기서 밀리면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지 못할까봐,  '꿈'을 꾸지 못할까봐 서였다고 말을 꺼낸다. 그리고, 청년 백수들에 대해, 그것을 청년 백수들의 정신력 문제로만 봐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을 잇는다. 그들 역시 주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땀'을 흘리기 위한 선택이, 다시 자신을 이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게 할꺼라는 두려움때문이라고. 즉,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상황과, 아무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땀을 흘리는 것은 다르다고 말한다. 그리고, 목표가 없는 노동은 답이 아니며, '꿈'의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나태하다고 몰아세워서는 안된다고 결론을 맺는다.

 

(사진; 동아닷컴)

 

누구의 말이 맞을 필요는 없다. 청년 백수 문제에 대해, 그딴 형을 보고 사느니 집을 나가서 속 편하게 보지 말라는 단호한 말부터, 백수에 대해 복지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대안까지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는 그 상황이 중요했다. 무작정이라도 땀을 흘려 일해보면 거기서 새로운 길이 모색된다는 대안론에서부터, 그럼에도 그들의 존재를 존중해주어 한다는 여러 의견이 개진되는 자체가, 중요했다. 항상 어느 한 편의 의견으로 몰아가야 속이 시원한 우리나라 토론 프로그램에서, 이토록 다양한 각자의 의견을 풍부하게 들어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속사정 쌀롱> 첫 회는 성공적이었다. 난상토론과도 같던 그 시간을 통해, 우리가 흔히, '백수'라 칭하는 청춘들의 존재,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입장을 획일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생각'이란 걸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의 화룡점정이 된 것은, 일을 하느냐, 마느냐, 돈을 버느냐 마느냐, 그것을 가족과 사회가 배려해주느냐 마느냐 라는 사지선다형같은 토론들 속에서, 여전히 '꿈'을 통해, 인간적 존재로서 그들을 진심으로 함께 고민해 주는 신해철의 한 마디였다. '꿈'꾸는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성찰은, 선방에서, 고승의 벼락같은 한 마디처럼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들었다. 그저 사회적 존재로서, 혹은, 누군가의 아들, 형이라는 규정된 존재가 아니라, 그 온전한 한 사람의 존재로 들어가 바라본, 사람,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그래서 숱하게 던져진 말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경제적 동물'로 살아가는 우리의 얕은  1차원적인 생각들을 서글프고 부끄럽게 만들었다. 신해철은 뼈있는 독설이나 뿜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헤아릴 줄 아는, 풍부하게 바라볼 줄 아는 속깊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난상토론에 불과할 뻔 했던, <속사정 쌀롱>을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마무리시키면서, 첫 회를 그와 함께 한 마지막 회로 만들면서, 신해철은 우리들의 곁에서 사라져갔다. 쉽게 잊기 힘들 기억 하나를 보태면서. <속사정 쌀롱> 첫 회, 아이러니하게도 또 한번 우리는 신해철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신해철은 마지막까지, 신해철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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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11.0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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