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미식회>와 <무비 스토커>는 tvn의 수요일 저녁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토크쇼이다. 공중파의 예능들이 기존에 있는 프로그램들이건, 새로인 런칭되는 프로그램들이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이들 두 프로그램은 각각 '음식 비평'과 '영화 비평'이라는 '비평'이라는 전문적 영역을 내세우면서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토크쇼로 접목하는데 있어 성공적인 대표적 프로그램들이다. 


먹방과 음식점 홍보가 난무하는 가운데, 먹방을 내세우지 않고, 음식 그 자체에 대한 평가를 내세운 <수요 미식회>는 '먹방' 트렌드 속에 독보적이다. 또한 영화 프로그램이라 하면, '소개'를 넘어서기 힘들었거나, 그게 아니면 모든 사람들이 잠든 그 어느 시간을 틈타 조용히 그림자처럼 찾아들던 존재감을 넘어 당당하 주중 저녁 시간대를 떠억 하니 차지하고, 영화를 매개로 '수다'를 떨고자 하는 시도에서 <무비 스토커> 역시 신선한 기획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먹거리와, 가장 손쉽게 다가가는 취미 생활을 매개로 한 현실적인 토크쇼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지니고, 공중파에서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수요 미식회>의 진검승부
그간 죽기 전에 찾아봐야 할 음식점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다양한 음식들과 음식점에 대한 비평을 선보였왔던 <수요 미식회>는 최근 방송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 셰프들의 본진, 그들이 소속되어 있거나,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에 대한 비평을 선보였다. 그 대상이 된 것은 스타 셰프의 대표주자 최현석과 오세득, 마치 톰과 제리처럼 <올리브쇼> 등을 통해 예의 '허세'와 그에 못지 않은 깨알같은 '언어 유희'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그들의 화려한 요리로 눈길을 사로잡은 두 사람이 <수요 미식회>의 칼날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수요 미식회>는 이들 방송가에 화제가 된 두 사람 외에, 또 한 사람 우리나라에서 '셰프' 1세대로 칭송을 받고 있는 프렌치 셰프인 전경수 셰프를 초빙하여 어쩌면 애초에 결과가 예견되는 비평의 장을 펼친다. 즉, 이제는 그저 유명한 '셰프'를 넘어 '장인'의 경지에 이르른 전경수의 존재감은, 화려한 언변으로 대중을 매료시킨 두 사람에 비해 '방송적' 인지도는 떨어질지언정 그의 진솔한 한 마디 말에 최현석이 무색해지는 것처럼, '스타'라는 말로서 다 설명할 길이 없는 '세프'의 진정한 면모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마도 방송가에서 이미 유명해진 대표적 셰프 두 사람 외에 전경수를 초빙한 것은, 대중들이 현혹된 '스타'로서의 '셰프'의 진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한 의도였고, 그런 의미에서 9월 2일 <수요 미식회>의 기획은 성공적이었다. 그 자리에 출연한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전경수의 음식을 '힐링'처럼 극찬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타'라는 명망 속에 가려진 '셰프'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한 것 외에, 어쩌면 <수요 미식회>9월 2일 기획의 또 하나의 촛점은, 최근 강레오 셰프의 인터뷰 해프닝에서 드러난 것처럼 최현석이라는 가장 대표적인 스타 셰프의 본진 '레스토랑' 음식이 '비평'의 차원에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일 것이다. 오세득 셰프와 칼과 방패처럼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입배틀'과 '요리 배틀'을 벌이지만, 대중적 지명도에서 훨씬 앞서가고 있는 최현석, 그의 존재감의 실체가 이날 방송의 실체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수요 미식회>는 냉정했다. 40대의 혈기, 혹은 20대 청년의 기 라는 표현이 난무했지만, 함께 비교 대상이 된 전경수, 오세득에 비해, 최현석의 본진이 선보인 음식은, 냉정한 <수요 미식회> 비평가들의 눈에는, '강강강강'으로 점철된 화려한 눈요기와, 정작 본론인 스테이크의 맛에 있어서는 아쉬운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오히려, 오세득의 경우는 그의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명도를 상쇄할 만큼 후한 '정통'과 퓨전 양 측면에서 그저 아쉬운 점이라면 '양'일 정도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런 저런 수식어가 따랐지만 결과론적으로 전경수의 압승과 그 뒤를 따르는 오세득, 그리고 화려함으로 덧입혀 보지만 아직은 그에 모자른 최현석이란 평가는, <수요 미식회>이기에 가능한 자신감의 영역이다. 하지만, 최현석에 대한 평가가 냉혹했지만, 한편의 쇼와 같다는 그의 레스토랑, 그리고 일년에 한번 정도는 가서 먹어보며 그의 미래를 함께 하고 싶다는 평가는,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가능성으로서의 최현석에 대한 미덕이자, <수요 미식회> 혹은 스타 셰프들을 아직 소비할 여지가 남은 매체로서의 말 줄임표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날의 평가에서 빛난 것은 당대 최고 셰프조차 '쾌도난마'( 드는  헝클어진  가닥 자른다 으로, 어지럽게 뒤섞인  명쾌하게 처리함 비유적으로이르는 말)'할 수 있다는 <수요 미식회>의 내공이다. 


개편이 개악으로 <무비스토커>
<수요미식회>가 보인 운영의 묘 중 하나는, 가장 엄정한 비평가 황교익의 맞은 편에, 이른바 초딩 입맛이라는 전현무를 배치하는, '비평'의 전문성과 대중성의 눈높이를 맞추고자 한 것이다. 9월 2일 방송에서 보여지듯이 프렌치 레스토랑의 주요 코스 중 하나인 '푸아그라'를 두고, 서로 엇갈린 평가를 내리는 모습은 앞서 최현석의 정의처럼 '입맛'에는 왕도가 없고, 각자의 '개성'도 소중하다는 제작진의 균형감의 소산이다. <수요 미식회>의 매력은, 그리고 대중적 토크쇼로서의 비평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바로 이 '비평적 관점'과 대중적 입맛의 균형점을 절묘하게 맞추어 가는 것이라 하겠다. 

그런 면에서 <무비 스토커> 역시 편집장박혜은과 영화 기자 이지혜, 그리고 전문적이지 않은 김구라, 윤상, 김정민이 합류하여 그 균형점을 맞추어 왔다. 하지만, 영화는 음식과 다르다. 음식은 누구나 다 먹는 것이지만, 영화는 그래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무비 스토커>의 차별성이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무비 스토커> 속 김구라와 윤상의 존재감은 예상 외로 빛난다. 김구라는 <썰전>에서와 달리, 다양한 영화와 영화인들에 대한 그의 토대가 충분히 대화 가능한 수준이고, 영화 음악 전문 기자로 합류한 윤상의 활약은 영화 전문인들을 웃돌 정도로 조예가 깊어 그의 평이 기대될 정도였다. 그래서 김정민의 멀뚱멀뚱함조차 애교로 넘어갈 만큼, <무비 스토커>는 정말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좀 아는 사람들의 수다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었다.

그간 <무비 스토커>의 구성은 매회, 잡지를 만든다는 컨셉으로, 하나의 주제를 놓고 각 출연자들이 각각 하나의 영화나, 컨셉을 잡아 코너를 만들고, 마지막에 그 중 하나를 그 주의 커버로 선정한다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스파이, 히어로 등 다양한 영화를 하나의 주제를 통해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신선한 이야기 방식을 선사했다. 

그런데 이 방식의 문제점은 '시의성'이다.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이미 봤던, 혹은 보지 못했던 영화를 새롭게 알아갈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최근 개봉되는, 혹은 트렌드가 되는 부분을 놓치게 되는 함정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9월 2일 새로인 개편된 <무비 스토커>는 객원 기자석을 강화하여, 개봉될 영화의 인물들을 초대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자로 박지윤을 등장시켰다. 

박지윤이 등장을 보고 김정민의 말한 듯이, 새롭게 등장했는데 굉장히 익숙한 느낌은 그렇다 치고, 박지윤의 등장이 가져온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지금까지 <무비 스토커>를 이끌어 왔던 비평과 대중성의 균형점이 깨졌다는 것이다. 박지윤의 소개에서 한때 영화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육아에 전념하느라 영화보기를 소홀히 했다는 그 소개는 그날의 방송에서 역력히 드러난다. 영화 속 악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부분의 이야기는 영화 전문 기자 이지혜와 김구라,를 중심으로 풀어져 가며, 이야기가 단선적이 되어가게 된 것이다. 이전에 있던 이병헌 감독과 윤상이 합류하여 풀던 다양하고 맛깔난 이야기들은 상실되고, 오히려 박지윤보다, 객원으로 참석한 마동성의 이야기가 훨씬 더 풍부하게 토크를 구성해 나감으로서 전체적으로 <무비 스토커>가 평범해졌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으로 드러났다. 

대본을 보고 읽는 듯한 김정민이 그간 애교로 비춰졌지만, 박지윤까지 두 명이나, 그렇게 되어 버리니, 프로그램의 활기가 없어진 것이다. <무비 스토커>의 박지윤의 모습은, 여성 방송인의 활약을 아쉬워 하기에 앞서, 그 소양의 문제점을 생각해 봐야 할 만큼 심각한 모습이었다. 2일 방송의 박지윤은 <썰전> 속 드라마를 즐겨보는 아줌마의 모습보다도 못한 준비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러기에 이런 인물들이 두 명이나 있는 <무비 스토커>의 개편이 여러모로 아쉽다. 모처럼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넘어, 영화를 매개로 한 토크쇼의 가능성을 열어보인 <무비 스토커>가 스스로 그 가능성을 닫아버리지 않은 운영의 묘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5. 9. 3. 15:32

7월 8일 채널 cgv는 영화 전문채널의 특성을 살린 영화 전문 토크쇼 <무비 스토커>를 선보였다. 이른바 '취향 저격 토크쇼'라는 취지를 내건 이 프로그램은 실제 영화 잡지 '맥스 무비' 편집장인 박혜은을 편집장으로 하여, 기자 출신 영화 감독 이병헌, 그리고 현역의 기자 이지혜에, 뮤지션 윤상, 배우 김정민, 최태준이 기자로 등장하여, 각자 취향에 맞춰 주제에 맞는 영화를 소개하고, 그 내용으로 한 권의 영화 잡지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결국 영화 전문 채널답게 하나의 주제로부터 시작된 다양한 영화 소개가 이 프로그램의 본질이지만, 거기에 잡지를 표방한 다양한 기자층을 중심으로 한 좌충우돌 토크가 <무비 스토커>의 매력이다. 


그런데 첫 회, 제 아무리 등장만으로도 다섯 기자들을 움찔하게 만드는 기존 영화 잡지의 편집장이라지만 토크쇼는 처음인 박혜은, 이 명목상 편집장의 곁에서 부편집장으로, 이질적인 다섯 기자들을 때로는 쪼고, 때로는 부추키며 토크쇼로서의 활력을 불어넣는, 결국 실질적으로 이 프로그램의 mc격인 한 인물이 있다. 바로 김구라다. 



mc계의 신종 포식자 김구라
그렇게 김구라는 자신이 진행하거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또 한 편 늘렸다. 고정 mc를 보는 mbc의 <라디오 스타>, <복면 가왕>, <세바퀴>, sbs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jtbc <썰전>, tv조선<솔직한 연애 토크 호박씨>, tvn의 <집밥 백선생>에 이제 채널 cgv의 <무비 스토커>까지, 말 그대로 공중파와 케이블, 종편을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 수에 있어서는 최근 예능 mc가 되어 열 몇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신동엽에 비해 비록 그 숫자는 적을 지 몰라도, 그 활동 범위에 있어서는 신동엽 못지 않은 '포식력'을 자랑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김구라가 누구인가. 2012년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김용민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이후 과거 김용민과 함께 했던 인터넷 방송에서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폄하한 막말 동영상이 문제가 되어 본의 아니게 출연했던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던 사람이다. 그렇게 칩거했던 김구라는 같은 해 9월 tvn의 <택시>를 통해 다시 방송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가정사로 인한 건강 상의 이유로 잠시간의 칩거는 있었지만, 김구라는 오히려 그가 방송을 자진하차했던 이후보다 더 활발하게 mc로서의 영향력을 확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mc로서 김구라와 신동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장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존재감을 보였던 이경규가 <힐링 캠프>에서의 하차와 더불어 주춤하고 있고, mc계의 양대 산맥이라 일컬어지던 강호동, 유재석 중 강호동은 <우리 동네 예체능>으로 면피를 하는 형편이고, 유재석 역시 <무한도전> <런닝맨>등의 스테디 셀러를 통해 존재감을 놓치진 않지만,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와 jtbc의 새 예능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와중에, 신동엽과 김구라는 불도저처럼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늘려가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구라만의 다양한 행보 
이 두 사람의 활약은, 이른바 리얼리티 예능이 한 풀을 꺽이고, 다시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한 '토크'예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 예능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일하게 스튜디오 예능의 강자로 두각을 나타내지만 신동엽과 김구라의 행보는 좀 다르다. 신동엽은 열 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하고, <마녀 사냥>에서 <오늘 뭐 먹지>까지 다양한 색채를 보이는 듯 하지만, 그 모든 프로그램에서 신동엽은 묘하게도 다른 듯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그런 신동엽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낸 것은 바로 <마녀 사냥>의 신동엽을 들어 설명할 수 있다. 나이가 좀 들었지만, 여전히 '야한 것'에 솔깃한, 솔직한 아저씨의 모습이다. 그런 <마녀 사냥> 속 신동엽의 모습은 그가 참여하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버전만 다를 뿐 동일하게 운용된다. 

그에 반해 몇 달 간의 칩거 후 복귀한 김구라의 행보는 좀 더 실험적이다. 여전히 예전에 하듯이 <라디오 스타>에서부터 <복면 가왕>, <세바퀴>까지의 말많고 간섭이 심한 듯 하지만, 게스트의 숨은 매력을 매의 눈으로 놓치지 않는 그의 장기를 아낌없이 내보이는 한편, <마이 리틀 텔레비젼> 등을 통해서는 기존 프로그램에서 보이지 않았던 영역으로의 시도를 거침없이 해본다. 

2015년 4월 첫 선을 보인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김구라는 인터넷 방송의 원조로서 합류한다. 그리고 11회에 이른 이제 변함없는 1위를 고수하는 백종원과 함께,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사람으로 '백종원 타도'를 내세우며 이 프로그램에 잔존하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김구라는 인터넷 방송에서 하듯 '닥치고 막말'대신, 인터넷 방송도 이렇게 고품격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할 양으로, 야구, 그림,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대해 조금 더 깊은 '지식'을 보여주기에 고심한다. 물론 늘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볼 거리가 있는 방송으로서의 시도를 아끼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복귀 후 김구라가 타 mc들과의 차별성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내게 만든 프로그램은 다름아닌 <썰전>이다. <썰전>에서 두 시사 평론가 이철희와 강용석의 중심에 서서, 각종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풀어감에 있어 김구라는 손색이 없다. 물론 그 이후의 <예능 심판자> 코너에서 때로는 준비 부족으로 질타를 받기도 하였지만, 역시나 철판 깔고 심판하는데 김구라만한 출연자는 드물었다. 결국 '심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예능 심판자>는 사라지게 되었지만, 그 후속으로 경제 문제를 끌어 온 <썰쩐>에서 김구라는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엊그제까지 연예인의 가쉽을 논하던 그가, 오늘 집값과 차값, 증시를 운운하는데 이물감이 없다. 



시사 문제를 논하고, 인터넷 방송에서 인문학을 논하던 김구라가 <집밥 백선생>에서는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겠다고 나선다. 때로는 눈치없이 끼어들어 퉁바리를 얻어들으면서도 굳굳하게 자기 주장을 놓치지 않는 그가 회를 거듭하며 땀을 삐질거리며 요리를 한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영화 프로그램에서 부편집장입네 하고 앉아서 '입을 터는데' 그리 이물감이 없다. 각자 취향에 빠져 자기 주장만 앞세우는 기자들 사이에서 때론 중심을 잡고, 종종 예리하게 핵심을 집는다. 그저 말만 많은 상사가 아닌 것이다. 

7월 8일 방송된 <라디오 스타>에서 김구라는 기승전 '나 잘 났소'의 삼천포식 자기 최면 화법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최근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보면 '나 잘 났소' 할만하다 할 만큼 다양하다. 과연 현재 대한민국 방송가에서 김구라만큼 시사에서 경제, 요리, 영화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제 몫을 하는 mc가 과연 누가 있을까라고 반문한다면 답이 분명해진다. 아마도 이 정도의 역량을 보이는 누군가가 등장하기 전까지 김구라에 대한 '갈급'은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김구라의 존재감은, 세상물 좀 먹은, 하지만 그저 나이만 먹지는 않은 그래도 줏어 들은 거가 좀 있는 세상사에 관심많은 아저씨를 대변한다. 그래서 때로는 아저씨스런 잔소리나, 아저씨스런 속물감으로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래서 편하고, 쉽게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무엇보다, 자진 하차 이전 비슷한 예능 프로그램의 mc로서의 확장을 넘어, 방송 칩거 이후 김구라가 보이는 다양한 시도는 쉽게 누군가 따라하기엔 '내공'이 필요한 영역이다. 아들 동현이에게 '책을 읽으라' 강권하는 아버지 김구라가 그저 '권위'나 '허언'이 아님을 최근 김구라의 실속있는 행보가 증명한다. 
by meditator 2015. 7. 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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