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에 <밴드 서바이벌 탑밴드>란 프로그램이 있었다. 첫 시즌에 신예 밴드 <톡식>이 아이돌 팬덤과도 같은 인기를 누리며 승승장구 무난하게 우승을 차지하고, 게이트 플라워즈처럼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그 존재감만으로 위용을 떨친 데 힘입어, 시즌2에 돌입, 칵스, 몽니에서 내 귀에 도청장치 까지 내로라하던 우리나라의 명품 밴드들이 출격했었지만, 결국 늦은 밤, 늦은 시간에 편성되어 대중적 관심을 유도해 내지 못한 채 낮은 시청률로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없게 된 프로그램이다. 한다하는 밴드들을 끝판왕처럼 모아놓고, 정말 끝판이 되어버린 <탑밴드>를 보면서, 새삼 대한민국 공중파의 존재 이유를 되새김질 해보게 되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2012년 10월에 종영된 이후 더 이상 명맥이 이어지지 않은 밴드의 음악을 듣고, 아니 보고 싶으면 이제 매주 화요일 밤 m.net을 보면 된다. 밴드들의 진검 승부, <밴드의 시대>가 방영되니까.

 

1. 다양한 장르 음악이 듣고 싶나?

공중파에서 사라진 밴드 음악이 m.net을 통해 부활한 것은 어느모로 봤을 때 꽤나 적절한 자리 찾기인 듯하다. 하지만 한편에선 그만큼 공중파의 한계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느 틈에 공중파는 누구나 볼 수 있는 방송에서, 누군가(예를 들어 중년의 아줌마라거나)가 보아야 살아남는 방송이 되어간다.

 

(사진; 밴드의 시대에 출연한 브로콜리 너마저, 옥상달빛; 스포츠 월드)

 

낮은 시청률로 밀려났던 밴드 음악은, 윤도현 밴드가 mc를 보는 <밴드의 시대>로 되살아 났다. 우리가 기사로만 미국에서 아이돌만큼 인기를 끌었다던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화려한 음악도, <응답하라 1997>을 통해 전설이 되어버린 델리스파이스의 매력적인 그리고 대한민국 대중 음악상에 빛나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악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 발품을 팔아 홍대 클럽이나, 페스티벌을 찾지 않아도 그들이 무대에서 만개하는 모습을 목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공중파의 <탑 밴드>나 <밴드의 시대> 모두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탑밴드>가 어설픈 멘토 시스템을 통해 기성의 밴드조차 아마츄어로 대접해 시즌1에 참가한 이미 널리 알려졌던 게이트 플라워즈의 참여 논란을 일으켰던 것과 달리, 혹은 시즌 2에 그저 많은 밴드를 모아놓는 것만으로 화제성을 끌어내려 했던 것과 달리, <밴드의 시대>는 매회 주제에 어울리는 밴드들을 초빙하여 서바이벌을 벌임으로써 각 밴드의 특색을 충분히 알릴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18일, 오늘 예정된 밴드들은 '청춘 힐링 밴드'로 대표되는 '브로콜리 너마저'와 '옥상 달빛'이다.

<밴드의 시대>만이 아니다. 힙합 음악이 듣고 싶으면 시즌2에 접어든 <SHOW ME THE MONEY>를 보면 된다. 신예 래퍼와 기성 래퍼가 합을 이뤄 서바이벌을 벌이는 이 프로그램은 시즌 1을 통해 가리온 등 다양한 힙합 래퍼들의 참여를 통해힙합 음악을 널리 알리는 한편 더블 케이와 로꼬의 스타 탄생을 이뤄냈다.

시즌 2는 심도 깊은 힙합의 대결을 만들어 내기 위해, D.O크루와 메타 크루의 대결 구도를 만들었고, 양 크루의 대표격인 이현도와 MC메타가 직접 프로듀서로 참여해 프로그램을 멤버를 뽑고 음악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밴드와 힙합이란 장르들이 M.NET이라는 음악의 본령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자신만만하게 펼쳐보이고 있는 중이다. 아, 진짜 노래 잘 하는 사람의 음악을 듣고 싶다면, 시즌2까지 안착시킨 <SHOW ME THE MONEY>이전 프로그램 <VOICE OF KOREA>를 찾아보면 된다. M.NET엔 슈스케랑 엠카운트 다운만 있는 게 아니다.

 

(사진; 봄,여름, 가을, 겨울의 숲에 출연한 한대수; 스타 투데이)

 

2. 뮤지션이 궁금하다면?

물론 뮤지션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M.NET의 프로그램이라면 우선 알려진 것으로, <비틀즈 코드>가 있다. 이른바 '병맛'이라 하여 이 프로그램 우습게 여길 일이 아니다. 제 아무리 <라디오 스타>가 거기에 출연한 사람들 띄워 줄 수 있다 한들, 그들의 음악에 대해 희화화시키든, 우격다짐으로 갖다 붙이든, 출연자의 음악을 이만큼 훑어서 다뤄줄 수는 없다. 하지만, 제목 그대로, 이 프로그램은 그 특유의 코드가 맞아야 방영되는 시간 내내 리모컨을 집어 던지지 않고 지켜볼 수 있다. 또 가면 갈수록, 시즌이 거듭하면 할 수록, 음악 보다는 뒷담화와 스캔들에 방점을 찍으며 <라디오 스타>의 아류로 스스로 내려가는 아쉬움 역시 어쩔 수 없다.

그에 반해 지그시 자신이 좋아하는, 좋아했던 누군가의 삶과 음악을 공유하고 싶다면,

수요일 밤 12시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김종진, 전태관과 함께 음악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프로그램 제목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숲>이듯 나들이라도 나온 듯 게스트와 함께 조촐하게 펼친 화면은 소박하지만, 프로그램의 내용만은 대한민국에 딱 하나 밖에 없는 초청한 게스트의 음악 본령을 심도깊게 따라가는 음악 토크쇼이다.

초청한 게스트가 패티김이 되었건, 한대수가 되었건, 김완선이 되었건, 그들은, 그저 연예인이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선배이자, 동료로 대접받으며 자신들의 음악을 노래하고 논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그들의 음악이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멋들어진 연주를 통해, 요즘 대세라는 '어반자카파'의 조현하의 목소리를 통해 재탄생되는 것도 맛볼 수 있다. 뮤지션을 뮤지션이 대우받는 시간, 당연한 거지만, 음악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예능 프로그램을 나가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아주 드문 소중한 시간이다.

by meditator 2013. 6. 18. 1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