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경구가 있을까? 김이영 작가의 <해치>, <38사기동대>의 한정훈 작가의 <국민 여러분>이 이미 터를 잡고 있는 가운데 후발 주자로 첫 발을 내딛은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의 앞날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기에 첫 방 4.3% 동시간대 3위라는 결과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 것처럼 여겨졌다. 

 

 

더구나 영화 <신과 함께>,  ocn의 <손 the guest>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보였지만 단독 주연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건 처음이었던 김동욱,  거기에 tv 드라마에서는 생소한 '근로 감독관'이라는 직업과 환경이라는 소재, 2014년 mbc 극본 공모 당선작이었던 <앵그리맘>을 통해 신선한 이야기를 선보였지만 시청률의 혜택은 얻지 못했던 김반디 작가의 두번째 작품, 그리고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는 mbc 드라마의 상황 등이 겹쳐져 <특별 근로 감독관>에 대한 기대치는 높기보다는 우려가 앞선 상황이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하지만 그런 우려는 이미 첫 주를 지나 두번 째 주에 이르러 말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지난 5월 14일에는 자체 최고 시청률 8.75를 찍으며 첫 방의 두 배에 넘는 성과를 거두며 '창대한' 성공을 예고했다. 

그렇다면 이런 첫 방의 두 배에 넘는 성취의 이유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무엇보다 전직 유도선수, 한때 고등학교 선생님, 그러나 지금은 '복지부동'의 근로 감독관으로 애써 노력하고 있지만 예의 '정의로운 기질'을 숨기지 못해 '근로 감독관'이라는 직분에 충실할 수 밖에 없는 조진갑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선사한 '적폐 청산'의 카타르시스가 크다. 그리고 이는 <조장풍>에 앞서 sbs의 첫 금토 드라마였던 <열혈 사제>의 신드롬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여전히 답답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막힌 속을 확 뚤어주었던 다혈질 사제 김해일과 조력자들의 화끈한 한 판 승을 이제 근로 감독관 조진갑과 그의 '갑벤져스 동지'들이 받아낸 것이다. 

 

 

두 드라마의 구도는 비슷하다. 정의로운 주인공 김해일과 조장풍, 그가 '독고다이'처럼 부조리한 사회에 홀로 독야청청 도전하며 드라마는 시작된다. 그리고 회를 거듭하며 <조장풍>의 엔딩에 나왔던 그림자들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며 조력자들이 늘어난다. 김해일의 곁에 구대영 형사가, 박경선 검사가, 외노자 쏭삭이 한 편이 되어가며 불가능해 보였던 구담구의 카르텔이 궤멸되어가듯 , 조장풍이 홀로 자신의 맷집으로 덤벼들었던 구원시의 상도 여객 임금 체불 문제로 부터 시작된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티에스 하청 문제', 그리고 거기서 명성 그룹 비리, 나아가 장래 대통령까지 넘보는 도지사 양인태(전국환 분)의 선강 그 실체를 밝히며 결국 '도지사 당선 무효'를 이끄는 쾌거를 이루어 낸다. 

각본, 연출, 연기의 삼 박자 
전작 <앵그리맘>에서 사회적 문제를 드라마적 장치로 설득해 내는데 장기를 보인 김반디 작가는 '소포모어 징크스'는 커녕 전작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필력으로 돌아왔으며 때론 코믹한 만화처럼 때론 거친 액션 영화처럼 박원국 연출이 장르물의 강약을 절묘하게 살려냈다. 특히 실화라서 더 마음이 아팠던 단돈 3000원 때문에 해고된 버스 운전사의 부당 해고 사건에서 부터, 티에스 명성의 부당 하도급 계약, 명성 최서라와 그의 아들 티에스 사장의 온갖 불법과 탈법을 일삼던 갑질에,  '선강은 누구의 것입니까?'에서도 대번에 연상되듯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에 이르기까지 <조장풍>은 매 회 우리가 현실에서 목도했던 '실화'를 근로 감독관 조장풍이 마주한 현실의 '날실'로 촘촘하게 엮어놓고, 거기에 정의로운 조장풍과 그의 제자들, 동료들의 '선한 의지'로 그 '난관'을 집요하고 타파하여 결국은 통쾌한 승리에 이르는 과정을 매주 선사함으로써 답답한 세상의 카타르시스를 한껏 선사했다. 

이런 카타르시스의 정점에서 활약을 보인 건 무엇보다 배우들이었다. <신과 함께>, <손 the guest>를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였지만 작품 운이 따라주지 못했던 김동욱에게 <조장풍>은 날개를 달아주었다. 몸무게를 불려 전직 유도선수로서의 무게감을 한껏 실어 일당 백의 근로 감독관 조장풍의 캐릭터를 살려낸 김동욱은 캐릭터의 외면만이 아니라, '민원인'들에게는 한없이 마음 여린 공무원이지만, 부조리한 세력들 앞에서는 눈 하나 끔쩍하지 않는 배포를 지닌 '정의의 히어로'로서의 면모를 한껏 살려내며 '원톱'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뽐냈다. 

 

 

이런 김동욱과 함께, 중견 송옥숙 씨와 전국환 씨가 악의 축으로, 거기에 명불허전  <신의 퀴즈>의 류덕환과 오대환이 악의 수레바퀴를 이끄는 견인차로서 자기 몫을 톡톡히 해냈고, 거기에 티에스 사장 이상이, 갑을 기획 사장 김경남에 후배 근로 감독관 강서준, 갑을 기획 직원 유수빈, 김시은 등의 신선한 얼굴들이 물만난듯 뛰어놀았다. 

이렇듯 <조장풍>은 드라마의 시작에서 '부담'이 되었던 그 모든 것들을 '성공'의 요소로 이끌어 내며 새로운 소재와 이야기, 거기에 신선한 얼굴들의 열연, 맛깔나는 연출까지 삼 박자가 제대로 호흡을 맞추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이야기를 멋들어 지게 해냈다. 

by meditator 2019. 5. 29. 0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