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편의 '심장 이식 러브 스토리'가 온다!

'우리는 사랑일까?란 헤드 카피에서도 알 수 있듯이, 4월 3일 첫 선을 보인 jtbc <순정에 반하다>는 한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의 사랑을 이식한 다른 남자가 그녀와 다시 사랑을 이뤄가는 이야기이다. 
타인의 심장을 이식한 후 그의 마음까지 가지게 되었다는 '심장 이식 러브스토리'는 이제 거의 멜로 드라마의 한 장르처럼 잊을 만 하면 한번씩 우리에게 찾아오는 스토리이다. 일찌기 2003년 <여름 향기>에서 부터, 2014년 <내 생애 봄 날>에 이르기 까지, 다수의 드라마들 속 주인공들이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의 심장을 이식한 타인에게서 '너의 심장 소리가 들려'라고 한다. <순정에 반하다> 역시 예외 없이 순정과 결혼을 약속한 마동욱(진구 분)이 죽고, 그의 심장을 이식한 강정호(정경호 분)가 예외없이 순정을 사랑하게 된다는 공식을 따른다. 마치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변함없이 또 찾아온 뻔한 러브 스토리, 그 뻔한 숙명의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전달하기 위해, <순정에 반하다>는 치명적인 기업과 가족이 얽힌 복수극의 얼개를 가져온다. 


비열한 기업 사냥꾼으로 등장한 심장 이식자 
<여름 향기>에서도, <내 생애 봄 날>에서도 사랑하는 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은 여성이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고 실의에 빠졌던 남자 주인공은 생전 처음 보는 그녀에게서 익숙함을 느끼고, 어느 덧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에 반해 <순정에 반하다>에서 심장을 이식 받을 대상은 남자 주인공, 그것도 여자 주인공이 일하는 기업을 잡아 먹으러 온 기업 사냥꾼이다. 

세계 최대 금융사 골드 파트너스의 투자 전문가 강정호, 눈 하나 끔쩍하지 않고 1년에 평균 2개의 기업, 반 나절만에 평균 6명의 직장을 잃게 하는 그는 '백정'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피도 눈물도 없는 기업 사냥꾼이다. 
하지만 그런 비인간적인 기업 사냥꾼 강정호에게는 숨겨진 눈물겨운 사연이 있다. 25년전 헤르미아의 대주주인 아버지가 그와 똑같은 병인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세상을 떠나자 동생이었던 강현철(박영규 분)은 임원들과 짜고 회사를 뺏은 후 그와 어머니를 내쫓다시피 했다. 그런 수모를 겪는 과정에서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날 이후로 강정호는 헤르미아를 되찾고, 강현철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기업 사냥꾼이 되었다. 이제 헤르미아를 다시 손에 넣을 날이 눈 앞에 다가왔는데, 아버지를 죽인 그 병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순정에 빠지다>는 예정된 러브 스토리 대신, 헤르미아 라는 기업을 둘러싼 뺏고 빼앗기고, 그 속에서 서로 배신을 거듭하는 숨막히는 전쟁으로 포문을 연다. 사랑에 빠질 남자 주인공 강정호는 피도 눈물도 없는 기업 사냥꾼으로 등장하여, 앞으로 180도 달라질 캐릭터의 반전을 대비한다. 또한 대를 이어 헤르미아에 충성하는 헤르미아의 비서로 등장하는 김순정(김소연 분)은 심장의 주인공 마동욱을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사랑해 온 오랜 연인으로 그려진다.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헤르미아 매각를 둘러싼 양 극단의 입장, 그 정점에 놓인 두 사람,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헤르미아에 온 강정호 일행을 가장 먼저 앞장서 발을 건 인물로 김순정을 설정함으로써 역시나 반전에 대비한 극적 장치를 강화한다. 또한 강정호가 헤르미아에 헌신적인 김순정을 선택하여, 그녀에게 헤르미아의 민낯을 드러내게 함으로써, 그저 헤르미아 좋은 편, 강정호 나쁜 편이라는 평이한 이분법적 구도를 전환시킴으로써, 그저 나쁜 기업 사냥꾼 강정호의 이미지에 해석의 여지를 넣는다. 



뻔한 듯 새로운 설정의 <순정에 반하다>의 관전 포인트는?
이렇게 적과 적으로써의 만남, 그리고 이어진 남자 친구의 도발로 인해 이어진 만남에서 김순정은 강정호와 엮이게 된다. 그렇게 남녀 두 주인공이 해프닝으로 엮이는 과정에, 다른 한편에서, 김순정의 오랜 연인 마동욱은 오랜 지기 이준희(윤현민 분)의 배신을 알게된다. 극중 처음부터 일관되게 정의로운 형사로 등장했던 마동욱은 친구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형사로서의 정의감에 앞서 친구의 비리를 폭로하고자 하여, 그의 죽음을 자초하고, 덕분에 그의 심장은 죽어가는 강정호를 구원한다. 이렇게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힘든 상황에서 순정의 애인은 가장 믿었던 사람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이제 심장 이식 러브 스토리에는 그 애인의 억울한 죽음을 해명해야 하는 미션이 하나 더 부가됨으로써, 이야기의 폭이 확장된다. 

익숙한 혹은 뻔한 심장 이식 러브 스토리, 거기에 주말 드라마에 자주 이용되는 기업을 둘러싼 비리와 가족의 묵은 해원, 거기에 다시 죽은 애인의 억울한 죽음이라는 미스터리 요소까지 가미한 <순정에 반하다> 이 익숙한 듯 새로운 변주가 과연, 과열되어 가고 있는 금토 방송 시간대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일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하지만 1,2회, 김소연, 진구, 정경호, 윤현민 등의 안정적 연기만으로도 <순정에 반하다>는 우선 가산 점수를 얻고 가는 건 분명한 듯 보인다. 



by meditator 2015. 4. 5. 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