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하다. 늘 눕고만 싶다'. 아마도 이런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 증상은 심해진다. 마흔 줄에 들면, 상습적인 고질병이다. 그러면 생각하게 된다. '나도 늙었구나',하고, 정말 그럴까? 

원래는 진짜 (체력이) 좋았어요
몸에 근력도 많은 편이고 해서 (체력이) 좋은 편이었는데 
40대 들어가면서 부터 계속 안좋다고 하더라구요. 
                               -생존 체력 도전자 임창묵 씨 아내 인터뷰 중


피로 사회의 원인은? 
다큐의 주인공들은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마흔 줄의 남성과 여성들이다. 단숨에 지하철 노선도를 외워제끼던 마흔 중반의 강성범씨, 당연히 이젠 이호선만 외우는 것도 벅차다. 잊어버려서가 아니라 숨이 딸린다. 그의 일상은 스케줄이 없으면 '침대', 모닝 커피도 아내가 대령할 정도로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는다. 딸 둘의 아빠 임청묵씨, 이제는 부쩍 자라 활동성이 많아진 아이들과 놀아주는게 여간 곤욕이 아니다. 결국 조금 놀아주다 리모컨을 쥐어주고, 소파에서 숙면을 취해버리는게 그의 일상이 된 이른바 '1회용 체력'이다.

내년이면 마흔, 프리랜서 통번역 전문가이자 대학 강사인 서지연씨 하루 네 시간의 출퇴근은 물론, 서울, 경기를 종횡무진하던 거칠 것없는 강철 체력의 소유자라던 별명이 무색하게 이젠 열일을 제치고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버린다. 학창 시절 선생님 등에 업혀 겨우 등산을 한 이래 산을 가본 적이 없으며, 윗몸 일으키기 같은 건 꿈도 꿀수 없는 이른바 '모태 저질 체력'의 김보라씨, 이제 겨우 마흔이지만 앉을 자리를 위해 지하철을 보내고 아이들과 함께한 현장 학습에서 돌아오면 앓기가 일수이다. 

 

 

이들 네 사람의 공통점은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들고 지치며 늘 피곤에 시달린다는 것. 불혹의 나이 마흔이 이들을 이들의 체력을 '방전' 시켰을까? 다큐는 이들에게 '국민 체력 테스트'를 시켜보았다. 

 

 
그 결과 네 명 모두 3등급에도 들지 못하는 등급 외 판정, 결국 그들의 '피로'는 '나이'가 아니라 '체력'의 문제였다. '나이'가 들어서 '체력'이 약해진 걸까? 흔히 방송에도 등장하는 '신체 나이'처럼 '나이'와 '체력'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다큐 후반에 등장한 올해 60의 의사 선생님은 역시 몇 년 전만 해도 '헬스' 등을 했지만 여전히 '피로'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운동법을 변화시켜 '기초 체력'을 키우는 운동을 통해 이젠 나이 운운이 무색하게 '피로'를 느낄 새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운동 
다큐가 주목하는 건, 바로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운동'이다. 오늘날 사회에서 '자존감' 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바로 이 개인의 정신 건강도 '체력'이 따라줘야 한다고 다큐는 말한다. 즉, 자신의 일상 생활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삶의 자존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버텨야 하는 삶, 버티는 힘이 나오는 건 정신력이 아니라, 체력이라 다큐는 강조한다. 

아기 엄마들한테는 아기를 잘 돌볼 수 있는 체력이 먼저 필요하죠. 
무거운 무게를 들고 강하게 펀치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허리가 아프지 않게 아이를 안을 수 있는 체력.
직장인이라면 회의에서 버티고 야근에서 견딜 수 있는 체력.
수험생이라면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에서 버틸 수 있는 체력.
절실한 것들은 다를 거예요. 
그런 절실한 것들을 실행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밑바닥의 체력들,
그걸 '생존 체력'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
                             -생존 체력 운동 이주라 트레이너 인터뷰 중 


다큐에서 실제 김보라 씨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전업 주부이지만 그 일상이 버거웠다. 아이들과 외출이라도 하고 나갔다 들어오면 방전된 체력으로 아이들에게 '폭발'하기가 십상이었고, 건조기에서 꺼내온 빨래는 몇 푼의 용돈으로 아이들 몫이 되었다. 그렇게 일상을 버틸 수 없는 체력은 그녀의 성격조차 신경질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런 김보라씨에게 생존 체력을 키워주기 위해 등장한 트레이너 이주라씨, 하지만 그녀도 처음부터 생존체력 지도자가 된 건 아니었다, 외국 생활 중 견디기 힘든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무조건 걷기 시작했다던 그녀는 '운동'이 정신은 물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생존 체력' 전도사가 되었다. 

 

 

그런 이주라 씨의 지도 아래, 네 명의 출연자들은 각자 체력 조건에 맞춰 생존 체력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이 즐거워야 하는 거라며 운동 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던 개그맨 강성범씨에게는 제대로 된 자세로 단 한번이라도 해내는 푸쉬업, 일회용 체력의 임창묵 씨는 두 팔 벌려 지탱하여 엎드렸다 일어서 박수치기를 반복하는 버피 운동, 같은 버피 운동이라도 서지연씨는 강도와 자세를 완화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거 자체가 생소한 김보라씨에게는 바른 자세의 스퀏의 시도부터,  하루 단 10분에서 15분의 운동을 한 달간 꾸준히 시도하고, 그걸 영상으로 기록하도록 하였다. 

겨우 10분 남짓의 운동, 과연 정말 생존 체력은 변화했을까? 약속한 운동을 지키기 위해 공연의 틈틈이, 일상의 틈새에,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예의 익숙한 '으~'하는 신음 소리로 알 수 있게된 하루 일과의 시작으로, 그리고 과연 엄마가 하며 딸들도 동참한 한 달간의 체력 운동은 놀랍게도 출연자들을 변화시켰다. 그저 10분 정도 운동을 했을 뿐인데 서지연 씨는 4kg이나 살이 빠졌다. 임성묵 씨는 소파에 '프렌들리'한 대신 두 딸과 열심히 놀 수 있게 되었다. 김보라 씨는 이사 온 지 몇 년 동안 가볼 생각이 없던 아파트 뒷 산을 올랐다. 

하루 10분의 운동, 기초 체력을 끌어올리는 몸의 코어 근육을 살려내는 '스퀏, 팔굽혀 펴기, 플랭크, 버피 운동'등으로 나이를 핑례로 했던 '피로'가 사라졌다. 결국 문제는 '체력'이었던 것이다. 건강한 신체가 건강한 삶을 돌려줬다. 

체력을 기우자는 이 다큐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중요하다. 운동이 범람하는 거 같지만, '운동'과는 담을 쌓은 사회. 일찌기 학창 시절부터 그저 학습 과정의 형식적 요건으로 따라가는 운동도 어느덧 입시 위주의 교육 과정에서 '영어' 등 다른 과목에게 시간을 빼앗기기 십상이거나, 체육 시간이라 해도 공부에 지친 신체를 단련시켜 주기 보다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양지바른 곳에 앉아 햇빛이나 쬐는 시간이 되기 십상인 사회.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체력'이라는 말과 무관한 삶의 스케줄을 짜도록 강제하는 사회 속에서 마흔 줄만 들어도 체력이 방전되고 마는 사회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 운동을 한다면 헬스 클럽이나 수영장을 가야 하는 거라 생각해거 그게 귀찮아서 운동을 못하게 되는 사회에서 운동은 더더욱 일부 운동 마니아 들의 몫이 되곤 했을 뿐이고. 그러기에 이 기본의 체력을 강조한 다큐가 의미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기자가 고관절에 좋다는 스퀏 몇 번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이 기사를 쓰는 지금 허리가 짱짱한 거 같은 건 그저 플라시보 효과만은 아닐 것이다. 아, 중요한 건 시간이나 회차가 아니라, 바른 운동 자세이다. 한번이라도. 




by meditator 2018. 10. 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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