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이건 EXO의 '으르렁'이란 노래다. 요즘 이 노래가 많이 들린다. 내가 좋아서 찾아듣는 것이 아니다. 아들이 보는 음악 방송에서, 거리에서, 원컨 원치 않건 내 귀에 들려온다. 노래만 자주 들리는게 아니다. 리모컨으로 여기를 틀어도, EXO 저기를 틀어도 EXO, 이른바 대세라는 걸 징그럽게 체험하게 해주는 중이다. 
그렇다, EXO는 SM 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선보인 새로운 신인 아이돌 그룹이고, 그들은 앨범이며 음원 등에서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순항 중이다. 


물론, 타 아이돌 그룹에 비해 돋보이는 탄성이 나올 만한 퍼포먼스에, 완성도가 높은 음악에, 누구하나 빠지지 않는 미소년들이란 기본 조건 만으로도 충분히 이미 그들은 최고가 될 만 하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 존재하는  SM이라는 거대 기획사가 없다면 과연 그들이 지금처럼 비약적인 성취를 보일 수 있었을까? 
이미 그들이 누구인가를 사람들이 알기도 전에 SM이 제작했던 <아름다운 그대에게>에 등장했으며, 같은 회사라 아니라고 하면서도, 신동엽, 강호동 등 SM C&C 소속 MC들이 등장하는 곳이면 어디든 EXO가 나타났고, 심지어 <무한도전> 같은 곳에서조차 EXO 특집을 해주기도 하는데, 이게 과연, SM이라는 후광이 없다면 가능할 일인가 말이다. 
많은 기획사에서 양산되는 신인 아이돌들이 텔레비젼 화면에 얼굴 한 번 비추는 게 소원인 상황에서, 모든 프로그램이다 할 만큼, 많은 곳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는 것은 '금숟가락을 물고 태어난' SM의 아이돌 그룹이기 때문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거대 기획사의 든든한 뒷배 덕분에 순항하는 EXO에게 또 하나의 호재가 있다면, 그건 바로 EXO에 필적할 만한,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SM 에 필적할만한 거대 기획사의 신인 아이돌 그룹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HOT시절에는 젝스키스가 있었고, 동방신기 시절엔 SS501 혹은 빅뱅이라는 라이벌이 있어 혈전을 벌였다면, 최근의 EXO에게는 그럴만한 상대가 뚜렷이 없다보니, '내가 제일 잘 나가'가 어쩐지 맥이 빠지는 느낌도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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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후발 주자로써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기획사 YG가 선택한 방법은 이미 '빅뱅'을 화제 속에 탄생시켰던 바로 그 방법, 연습생들의 서바이벌, M.NET과 TVN을 통해 금요일 밤 방영되는 <WIN>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YG 소속의 연습생들은 20세 이하와 20세 이상의 B팀과 A팀으로 나뉘어 노래, 춤, 랩 등, 각 분야, 각 미션 별로 대결을 펼친다. 하지만 말이 서바이벌 미션이지, 이미 빅뱅의 탄생과정에서 그랬듯이, 연습생들은 그들 개개인의 캐릭터와 역량에 따라 시청자들의 인지도를 얻어가고, 데뷔할 때가 되면 신인이지만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즉 팬이 생긴 아이돌이 되어 있는 것이다. 빅뱅이 이런 과정을 통해 상대적으로 늦은 출발, 그리고 외양에서의 미진한 부분을 극복했고, 음악에 있어서의 실력자라는 캐리어를 쌓고 시작할 수 있었고, YG는 EXO라는 절대 강자와 군소의 집단들이 범람하는 아이돌계를 다시 한번 돌파하기 위해 '빅뱅'의 그 전략을 다시 꺼내들은 것이다. 말이 A팀, B팀이지, 어차피 미션이 거듭될 수록 부각되는 건, 팀이 아니라, 거기서 돋보이는 개개인이니, YG로써는 지난 번처럼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새로운 아이돌 한 팀을 추려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13일 방송된 <WIN>은 이제 자신들 내부의 배틀을 넘어, 연습생들을 데리고 JYP로 건너간다. 마치 무림의 고수들이 상대 도장을 찾아가 한 수 배운다는 명목으로 피튀기는 혈전을 벌이듯. 미소 가득한 양 기획사의 수장조차 뒤에서는 결코 질 수 없다며 이를 가는 배틀을 벌이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 말이 SM, YG, JYP의 3대 기획사지, 현실을 보면, JYP의 위세는 한 풀 꺽인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모 사이트의 '만약 내가 아이돌이 된다면' 어느 기획사를 선택하겠냐는 앙케이트에조차 JYP는 초라한 성과를 낼 정도로. 그 수장인 박진영이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의 기획사가 적자가 아니며 수지 말고도 돈을 벌어노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해명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 지금의 JYP의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JYP와 YG는 왜 굳이 함께 배틀을 벌일까?

그것은 이미 SBS의<K팝스타>에서 차용했던 YG의 전략이다. 박진영과 뚜렷한 대결 구도를 벌이면서 YG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그러면서 아직은 SM에 비해 약한 자신들의 위상을 JYP와 함께 3자 구도를 만듬으로써, 일종의 JYP와 합종 연대를 하는 방식인 것이다. 
실제 방송에서, 양현석과 박진영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미 두 기획사의 선배들 사이에서 이러한 배틀이 있었고, 그들이 바로 세븐과 비, 그리고 2PM과 빅뱅이었음을. 그리고 덧붙인다. 그러한 배틀의 결과, 누가 이긴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두 기획사 소속 가수 모두 잘 되었다고. 그렇다. 바로 이것이 의도적인 라이벌 구도의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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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도 준치'라면 박진영은 섭섭하겠지만, 최근 보여진 그의 기획사 작품들의 형편없는 결과물에 비해, 13일 방송에서 보여진 연습생들의 위상은 만만치 않았다. 심지어 결과를 논하지 않았던 방송과 달리, 방송이 끝난 후 여러 곳에서는 JYP가 이겼다는 호평조차 나오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망한 부자 3년은 간다는 속담의 진면목을 보여준, JYP 덕분에, YG 역시 엎어치나, 메치나 YG였던 A팀과 B팀의 배틀에 생기를 더했다. 그들과 다른 기획사 아이돌과 붙으니, 그들의 섹깔이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할까.

하지만 '빅뱅' 시절의 연습생 배틀이 독보적인 서바이벌이었던 데 비해, 지금의 <WIN>의 상황은 낙관할 만하지는 않다. 
이미 진격할 대로 진격해버린 EXO는 둘째치고, 13일 방송에서 JYP와  YG만 보면 대단해 보이지만, 이제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유혹할 꺼리가 한결 많아졌다는 것이다. 
<쇼미더 머니>를 통해 단련되고, 심지어 랩퍼들의 디스전을 찾아들으며 평가까지 할 식견을 가진 사람들은, 더 이상 JYP의 교포들이 다수 섞인 이국적인 프리스타일 랩과, 영글지 않은 YG의 랩에 찬사만을 보내지 않는다. 
아니 그보다 더 직접적인 공격은 바로 그 다음 시간, 방영되는 <슈퍼스타 K5>이다. 검색어를 점령한 신예들의 노래 실력을 이겨내야만 새로운 무림의 실력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O는 둘째치고, 연습생이라는 고된 시간과 격한 배틀만으로 그들을 포장해 주기에는 사방이 적이다. 하지만 그런 넉넉치 않은 상황이라도 사실 <WIN>만큼 소속 아이돌을, 그리고 기획사를 홍보하기에 적절한 프로그램도 없다. YG니깐 그것도 또 가능한 것이다. 


by meditator 2013. 9. 14. 11:06

Ceci n'est pas une pipe(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르네 마그리트는 캔버스에 담배 파이프를 떠억하니 그려놓고는 이런 제목을 붙인다. 
그런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분면 쇼핑몰 사장 주중원(소지섭 분)과 일개 여직원 태공실(공효진)의 연애 이야기 임에도, <주군의 태양>은 끊임없이 말한다. 이것은 캔디가 아니다. 이것은 캔디물이 아니다. 라고. 

그림의 존재에 대해 회의와 질문을 하던 시대에 그림을 그린 르네 마그리트는 뻔한 담배 파이프를 통해 본질에 다가간다. 내가 파이프를 그렸는데, 이게 파이프인가? 실제로 들고 필 수도 없는 그저 보여지는 이 형상을 파아프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림을 통해 표현되는 것들은 무엇인가?


<주군의 태양>도 마찬가지다. 
주군이 맘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태공실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은 바로 '캔디의 딜레마'이다. 말로는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하지만, 울 상황이 되면, 어딘선가, 안소니가, 혹은 테리우스가 나타가 그녀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캔디와 자신은 처지가 다르다고, 달라야 한다고 태공실은 말한다. 심지어, 주군과 태양은 사랑의 밀담을 나누는 대신, 캔디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태공실의 존재 이유와, 주군의 필요성에 대해 논쟁을 벌이기 까지 한다. 하지만 어쩌랴, 엎어치건 메치건, 현실은 주군과 태공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고, 주군이 쇼핑몰 사장이고, 태공실이 여직원인 한에서 그들은 캔디와 그녀를 사랑하는 가진 남자일 뿐인 것을. 

르네 마그리트가 단순한 그림 한 장을 통해 그림의 존재 이유, 나아가 사물의 이름값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듯, 홍정은, 홍미란 자매(이하 홍자매)들은 <주군의 태양>을 통해 흔히 그려지는 우리나라의 캔디물 러브 스토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쇼핑물 사장과 여직원의 사랑을 그려놓고, 이건 캔디물일까? 캔디물이 아닐까? 그렇다면 캔디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라고. 


처음 이 땅에 [들장미 소녀 캔디]라는 만화가 소개 되어, 텔레비젼 만화로도 방영이 되고, 책으로도 나왔을 때 많은 소녀들은 열광했다. 별로 이쁘지도 않은 소녀 캔디를 왕자님같은 안소니와 멋진 남자 테리우스 두 사람 모두 자기 목숨처럼 사랑해 주는 이야기에. 그래서 로맨스 소설을 읽을 나이의 소녀들조차 수업 시간마저 참지 못한 채 책상 아래에 캔디를 숨겨 읽다 선생님께 들켜 책을 빼앗기는 봉변을 당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좀 깨이기 시작하면서, 주체적 여성상이 부각되면서, 캔디는 멋진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사랑스러운 소녀가 아니라.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남자들의 사랑에 의지한 민폐녀로 캐릭터가 변모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주군의 태양> 속 캔디는 사랑스러운 만화 속 여주인공이 아니다.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멋진 사장님에게 '사랑'으로 들러붙는 민폐녀의 상징처럼 쓰인다. 그래서, 태공실은 그런 민폐녀가 되기를 질색하며, 주중원에 대한 사랑을 숨기려 애쓴다. 텔레비젼을 보는 우리도 알고, 드라마 속 주변 인물도 다 아는 사랑을 태공실만이 하늘의 태양을 두 손으로 가리듯 사랑이 아니라고 필요에 의한 거라고 아득바득 우긴다. 아니 우기려 애쓴다. 

홍자매는 애초에 태공실은 아주 노골적으로 주중원에게 들러붙는 여자로 그려낸다. 하지만 단지 이유가 다르다. 귀신을 보는 태공실이, 그녀의 앞에 들이대는 귀신을 사라지게 해주는 유일한 사람이 주군이기 때문에, 태공실은 살기 위해서 주군을 붙잡고 늘어진다. 주군이 장담하듯이, 어떤 면박을 줘도, '꺼져'라고 몇 십번을 외쳐도, 주군이 '방공호'인 한 태공실은 주군을 포기할 수 없다. 그리고 그래서 태공실은 당당하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귀신을 쫗아주는 주군은 괜찮고, 사랑을 하는 주군은 안되는가? 라는 딜레마이다. 
이것을 통해 홍자매는 질문을 한다. 가진 것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가진 남자의 사랑을 받는 캔디가 정말 민폐녀야? 라고. 

그리고 하나의 담론이 더 등장한다. 바로 늑대와 염소 이야기. 
늑대는 염소를 잡아 먹는 천적인데, 바로 그 늑대와 염소가 사랑을 하게 되었다는 동화, 동화 속 염소는 늑대를 사랑해, 자신을 잡아 먹으라고 말한다. 그런 염소에게 늑대는 그럴 수 없다고, 
아직 드라마 속에서 동화의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고모의 말처럼, 결국 더 사랑하는 사람이 희생을 하게 된다. 12일 <주군의 태양>의 주중원처럼. 태공실을 향해 날아오는 드라이버를 몸으로 받아내는 것이다. 마치 그 예전 테리우스가 몸을 날려 캔디를 구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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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는 말귀를 못알아먹는 태공실에게 글을 못읽는 주군을 그냥 놔두라고 한다. 공소 시효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냥 지금처럼 살게 놔두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태공실을 만난 주중원은 김귀도의 말처럼 자꾸 달라진다. 차이령의 죽음 이래로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닫고 모든 것을 사업적 이해 타산 관계로만 판단하던 주군이 조금씩 사람같아 지는 것이다. 귀신이 되어서도 태공실 앞에 나타나 '사랑해'라고 고백할 정도로 그 모든 것은 '태공실을 향한 사랑'때문이다. 난독증을 해결한 건 태공실을 향한 사랑이다. 

캔디는 민폐녀일까?
가진 것이 많은 것과 적은 것으로 사랑의 역학 관계를 설명해서는 안돼지 않을까, 사랑은 늑대와 염소 같은 거 아닐까, 서로 잡아 먹어야 될 처지이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거,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성장시키는 거. 늑대는 그저 염소나 잡아먹는 동물이었지만, 염소를 사랑하는 늑대는 더 이상 늑대가 아니듯이. 사랑을 통해 변화되고 달라지는 주중원을 그저 더 가진 자라고, 그런 주중원을 변화시키는 태공실을 민폐녀 캔디라고  말할 수 없지 않냐고 홍자매는 반문하는 중이다. 

홍자매의 작품들은 '프리티 우먼'처럼 뻔한 통속적 러브 스토리의 틀을 늘 가지고 있다. 재벌이 가난한 여주인공을 만나고, 최고의 스타가 무명의 여배우를 사랑하고, 선생님이 제자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뻔함 속에서 부지런히 홍자매 작가들은 세속적 평가로 재단되어 지는 생각들에 대한 자신만의 담론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아마도 <주군의 태양>의 담론은 태공실과 주중원으로 하여금 설전을 벌이게 하는 바로 그 '캔디'의 딜레마'일 것이다. 그것은 역으로, 태이령이 늘 내거는 샐러리맨과 사업가라는 명목상 선택의 기로와도 통한다. 
그걸 통해 사실은 그저 '사랑'일 뿐일 그것들을 세속적 잣대로 억지로 얽어매고 있는 건 아닌가 라고 역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3. 9. 13. 10:19

식객은 허영만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만화이다. 그런데 거기에 뜬금없이, 혀영만과 지인들이 캐나라도 '집단 가출'을 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만화는 나름 사회에서 다 저마다 한 가닥 하는 남자들이 '가출'이라는 마법이 걸리자 마자, 갑자기 사춘기소년처럼 설레여하고, 대책없이 무작정 덤벼들기도 하고, 또 바로 그런 순수한 시절의 눈으로 자연을 감동하는 모습을 너무도 실감나게 그려냈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만화 속 그 중년의 소년들의 감정과 표정이 고스란히 기억날 만큼. 
아니나 다를까, 나말고도 그들의 '집단 가출' 해프닝이 인상깊었던 것인지, 허영만은 아예 <허패의 집단 가출>이라는 만화를 펴냈고, 이들의 '집단 가출'은  2010년 <ebs 다큐 프라임>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 중; 사진; 미디어 한글로)

그리고 바로 그런 허영만과 지인들의 집단 가출에 모티브를 둔 예능 한 편이 9월11일 방영되었다. 
남희석, 신현준, 이훈, 정형돈, 정겨운, '인피니트'의 성규 등 여섯 남자가, 정규 편성을 지향하는 이름의 '레귤러 호'를 타고 마라도까지의 1박2일을 요트를 타고 항해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보트를 탄다거나, 가출이라는 포맷적 특징이 눈에 들어오기도 전에, 우선 드는 생각은 '또 남자들의 예능이야?'였다.
만약에 <바라던 바다>까지 생기면, kbs2 에만 남자들의 예능이 3개나 되는 것이다. 전국 방방 곡곡을 여행하는 <1박2일>에,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는 여러가지 미션을 수행하는 <인간의 조건>에 이제, 그것도 모자라 바다에 가서 1박2일을 찍는다고? 

허영만과 지인들의 '집단 가출'의 묘미는 매우 안정적인 일상에서의 삶을 지닌 평범한 사람들이 그 일상의 궤도에서 삐끄러져 나와, 가출을 감행하는 것이다. 
화면에 등장한 남희석, 이훈 등이 아내와 가족으로부터의 가출을 논하지만, 제 아무리 그들이 가출의 절실함이나 당위성을 주장해도, 이미 '예능'에서 너무 익숙한 그들의 면모가 '가출'이라는 '일탈'이라는 단어와 잘 조합되지 않는다. 게다가 정겨운은 이미 케이블의 캠핑 프로그램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했고, '인피니트'의 성규 역시 이젠 '예능'에서 익숙하다 보니, 분명 새로운 멤버인데, 전혀 새로운 프로그램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나혼자 산다>의 김광규같은 본투비 총각 같은 느낌이라던가, <꽃보다 할배>의 네 할배처럼, 예능 프로그램에 멤버의 구성과 색깔의 조합은 이미 프로그램의 성격을 어느 정도 결정해 버린다. '가출'이라는 컨셉을 들고 나오면, 멤버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가출'에 대한 공감을 불러 일으킬 사람들을 불러와야 하는 것이다. 
차라리 새롭지도 신선하지도 않은 멤버들로 1박2일 바다 버전을 찍느니, 최근에 심각한 정체 현상을 겪고 있는 원래의 1박2일 멤버들을 끌고 바다로 도전해 보는 게 더 새로운 돌파구가 되지 않았을까?

?


그렇다면 정작 1회에 불과하지만, 정규 편성을 바라며 배의 이름조차 '레귤러'라고 지은 <바라던 바다>의 내용은 어땠을까?
최근에 빈번하게 여러 예능의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선보이면서, 안타깝게도 역설적으로 주목받게 되는 것은, <꽃보다 할배>나, <무한도전>고 같은 성공한 프로그램을 이끄는 pd의 능력이다. 
물론 <꽃보다 할배>처럼 생각지도 못한 할배들의 배낭 여행을 소재로 삼았다던가, <진짜 사나이>처럼 군대를 예능으로 끌고 온다던가,<아빠, 어디가>처럼 아빠와 아이들의 여행이라는 기획 자체로 먹고 들어가는 예능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기존에 나와있는 그 무엇과 어딘가 비슷한 지점이 있는 예능일 수록 원하건 원하지 않건, 기존의 그 무엇과 비교되기 마련인 것이다. <가슴이 뛴다>의 피디가 프로그램이 시작하자 마자 다짜고짜 멤버들을 불 속으로 들이민 것은 그 만큼 단번에 사람들의 눈에 들어야 하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무리수인 것이다. 

그런데, 그에 비해, <바라던 바다>는 정규편성을 바란다면서 너무 '슬로우 스타터인 것이 아닌가 싶다. 마치 이미 정규 편성을 받아놓은 사람과도 같달까?
무모하게 바다로의 가출을 감행한다면서 첫 회의 많은 시간을 이미 익숙한 캐릭터들의 가출 출사표와, 요트 배우기에 보냈다. 이른바 '관찰 예능'의 성격을 띤 것은 알겠지만, 바다로 나가 파도와 싸워도 볼까말까 하는 판에, 느긋하게 요트에 대한 설명과 매듭 묶기 등을 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멤버들과 함께 하는 스탭들은 재밌지만 보는 사람들은 지루한 시간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배를 타고 겪는 본격적인 모험은 '다음 시간에'로 넘겨 버리고 만다. 
하다못해 허영만의 '집단 가출'팀의 ebs방송 조차도 한 달에 3일씩 1년간의 요트 가출 동안 길거리에서 자는 비박과, 비좁은 요트 안에서의 아비규환 등 날 것의 바다 생활을 다뤘는데, <바라던 바다>의 요트 여행은 예능도 아닌 것이, 다큐도 아닌 것이 보는 사람의 고개가 갸웃해진다. 

11일 오후 KBS2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바라던 바다가 첫 방송을 했다./KBS2 바라던 바다 방송 캡처
(사진; 스포츠 서울)

jtbc는 <썰전>이라는 정치 비평 토크쇼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더니, 이제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적과의 동침>을 통해 국회의원까지 끌어 들인다. 그런데, 그러는 동안, 공중파인 kbs2가 만들어 내는 예능의 모양새는 어떤가? 제 아무리 아니다, 아니다 외쳐본들 그럴 수록 오히려 더 <꽃보다 할배>의 아류가 되어버린 <마마도>에, 1박2일의 바다버전 <바라던 바다> 등이다. 추석 특집으로 방영되는 아빠들의 아이들 돌보기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아빠 어디가>가 없었다면 기획되기 힘든 프로그램이었다. 
기획이 참신하지 않다면, 프로그램의 만듬새라도 창의적이어야 하는데, <바라던 바다>의 첫 회 파이럿 프로그램을 보면, 멤버들의 면면이 참신하지도, 내용이 신선하지도 박진감 넘치지도 않았다. 이러니, 그들의 불감청 고소원 '레귤러'에 썩소가 지어질 밖에. 


by meditator 2013. 9. 12. 10:13

이제는 돌아가신 박완서 작가님이 쓰신 수필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느 가난한 노파의 집을 찾아가게 된 박완서 작가님, 그곳에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누워있는 노파의 아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몸조차 늙어 버거운 노파는 그 커다란 덩치의 아들이 버거워 욕을 하며 이리저리 굴리듯 아들을 다뤘다. 
그걸 본 박완서 작가님은 질투심에 거의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가 되었었다고 고백하듯 쓴다. 바로 그 얼마전 '참척'(부모를 놔두고 자식이 먼저 세상을 떠난), 그것도 단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먼저 보내셨기 때문이다. 자신은 아들이 죽어서, 그걸 견딜 수 없어서 세상과 벽을 쌓고 수녀원으로 도망칠 수 밖에 없는데, 비록 가난하고 늙고 병들고, 아들조차 일어설 수 조차 없어도 살아있는 아들을 만질 수 있다는 그 사실에 박완서 작가님같은 분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힐링 캠프>에 출연한 이지선씨의 오빠는 오래도록 그와 반대인 고통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in heaven' 뮤직 비디오 마지막 장면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 차에 갇혀 불 속에서 죽어가는 여인을 보며, 오빠가 너를 저렇게 놔뒀어야 하는 게 아니었냐는 말 속에서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같았던 지선씨의 고통의 시간을 막연히 가늠해 보게 한다. 
그러나 이지선씨의 담백한 소회의 뒤편을 가늠하기만 해도 먹먹해지는 시간을 , 박완서 작가님의 질투심의 본연인 그 '생명'의 손을 놓지 않고,  지선씨와, 지선씨의 식구들은 그저 살아있는 것에 방점을 찍으며 용감하게 고통의 시간을 건너왔다. 아니, 그저 건너온 것이 아니라, 식구들이 지선씨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씩씩하게 이겨왔다.
지선씨의 가벼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숨겨져 있는 고통와 아픔이 헤아려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모르겠다던 김제동처럼,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뭉클한데, 그런 시간을 견뎌온 지선씨는 웃으라며, 편하게 웃으며 말한다. '손가락 마디를 다 자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며


'꼬아보지 마세요'
눈 앞에서 해맑게 웃으며 밝게 이야기하는 이지선씨 임에도, 그런 긍정의 여왕 이지선씨를 선뜻 믿을 수 없는 이경규는 언제나 그렇듯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아니 이경규만이 아니다. 텔레비젼 화면을 통해 아직도 일그러진 이지선씨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리고 그녀가 겪어온 고통의 시간을 들은 시청자들조차 그녀의 밝은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이지선씨는 웃으며 단호하게 한 마디를 건넨다. '꼬아서 바라보지 말라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고'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티하나 없는 '무한 긍정'이 비단 이번 이지선씨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역시나 <힐링 캠프>가 가장 본연의 자태를 잘 드러내는 자리였던 지난 번 '닉 부이치치' 역시  '긍정적'이라는데 있어서는 이지선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해서 어떻게 살아'라는 '닉 부이치치'와 '훙해서 어떻게' 하는 이지선씨가 오히려, 더 밝고 긍정적인 것이다. 영혼의 무게를 다는 저울이 있다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영혼의 무게가 묵직할 그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보통사람이 욕구하는 삶을 극복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해탈'의 경지일 것이다. 그러기에, 그저 자기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애닮아 하던 사고 이전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지선씨의 결론이 그저 헛 말만은 아니라는 공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나은 삶을 향해 자신을 들볶으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삶(?)을 반성하게 만든다.

 

가장 행복했던 날이 언제냐는 질문에, 바로 오늘이라며 지선씨는 해맑게 웃는다. 제 아무리 긍정의 여왕이라도 ,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인정하기 힘들었던, 밖에 나갈 때마다 연예인과 자신의 닮은 점 10가지의 주문을 외며 용기를 냈던 지선씨가 공중파 텔레비젼이라는 세상 밖으로 나온 오늘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by meditator 2013. 9. 10. 10:17
여기서 문제, <맨발의 친구들>에서 최고의 밥도둑으로 꼽은 '전복 장아찌'를 만들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그래도 요즘 시장이나 마트에 가보면 전복이 예전에 비해 꽤나 많이 싸졌다며 매번 '세일'이라며 파는 중이다. 그런데 그 가격이,  낯부끄러운 천원 깍은 9900원에 큰 건 두 개에, 작은 건 네, 다섯개까지 들어 있다. 이른바 라면에 넣어먹어 라면 전복이라는 별명이 붙은, 아주 작은 것들은 열 개 정도 들어있는데, 그 크기가 정말 큰 강낭콩만하다. <맨발의 친구들(이하 맨친)>에 나오는 전복의 크기는, 이 중, 제일 비싼, 한 두어 개 들은 정도의 것이다. 

 그런 전복을 사다가 사다가 집에서 제일 많이 해먹는 것이 죽이다. 예전에 조상들이 죽이나 국을 해먹은 이유가 뭐겠는가? 넉넉치 못한 형편에 적은 재료에 쌀이나 물을 넣어 여럿이 많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고안해 낸 요리가 바로 죽이나 국인 것이다. 음식점에 가서 전복죽이라고 나와도, 참기름 맛에 그저 전복이 지나간 듯한 음식이 나와도 우리는 전복이 비싸니 그러려니 한다. 몇 해 전에 비싼 전복 대신에 다른 해물을 넣고 전복죽이라 속인 것도 다 비싼 전복 탓이었다. 
그렇다면 이 전복으로 장아찌를 담그려면? 아니 장아찌를 담그고 자시고, 우선 맛을 본다며 <맨친> 멤버들이 한 두개씩 집어 먹은 것만 비용으로 쳐도 몇 만원이 훌떡 지나가 버린다. 
그런 비싼 전복으로 만든 장아찌가 밥도둑이란다. 



유통·소비자
배춧값 급등…aT ‘특급소방수’로 등판고랭지배추 풀고, 비축물량‧사이버직거래로 가격안정 유도
강근주 기자  |  kkjoo0912@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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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08  14: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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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투데이 강근주 기자] 기상 변화로 급등했던 배춧값이 9월 이후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추석과 김장철의 배춧값 안정을 위해 수매비축량으로 배추 수급조절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차독백이를 넣었는데, 어떻게 맛이 없을 수가 있어!'
<맨친>이 아니더라도 텔레비젼에 나오는 된장찌개에는 종종 '차돌박이'가 등장한다. 그러면 그걸 보던 친정 엄마는, 마치 그간 엄마표 된장찌개에 대한 자격지심이라도 느끼셨는지, 퉁명스럽게 한 마디 던지신다. 그렇다, 허긴 '차돌박이' 넣은 된장찌개 해먹는 집이 어디 그리 흔하겠는가. 한우 차돌박이는 구워 먹기도 비싸서 못사먹는데. 아마, 대부분 집에서 된장 찌개를 끓이면 대부분, 멸치 몇 마리 던져 넣어 끓인 물에 된장 풀어 끓인 레시피가 대부분 아닐까?

<맨친>의 흐드러진 '집밥' 먹방이 남기는 문제점은 저녁 시간, 먹고, 또 먹고, 또 먹어대는 '과식'을 부르는 식습관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도, 명색이 집밥이라며, 전혀 집밥일 수 없는 음식들을 들이대는데서 오는 위화감이 더 크다. 

요리 연구가 이혜정 씨 집의 요리에서, 모든 과일 등으로 효소를 담가 그것으로 요리의 맛을 낸다는 요리 비버까지는 배울만 했다. 하지만, 그 효소를 넣어 만들었다며 즐비하게 나오는 요리는 결코 '집밥'이 아니다. 갈치 조림의 갈치는, 요즘 한참 일본 방사능으로 어민들까지 나와서 세일을 하며 판매를 독려하는 마트의 제주산 갈치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크기였다. 줄잡아 한마리에 5만원은넘어보이고조금 덧붙이면 10만원짜리는 되어 보였다. 그 정도인데, 무슨 양념을 한들 맛이 없겠는가. 

아니 그 보다도 더 서민들의 입장에서 속상한 건, 어느 집을 가나 푸짐하게 만들어 내는 묵은지 김치찜이다. 9월이다. 작년에 김장을 많이 해놓는다 해도, 김장 김치도 떨어져갈 시점이다. 그게 아니라면 김치를 담가 먹어야 하는데, 요즘 배추 값이 얼만인 줄 아는가? 고냉지 배추가 나와서 내렸다고 하는데 한 포기 7,8000원이다. 그나마 만원을 넘어가던 가격이 내린게 그 정도다. 하도 배춧값이 오르니, 김치 냉장고 회사가 다 떨고 있다는데, 김치 냉장고에 가득한 묵은지라니.언감생심이다.

맨발의친구들
(사진; tv데일리)

<맨친>의 취지는 좋았다. 집밥을 먹어보고 그 중 맛있는 것을 혼자 사는 친구에게 가져다 준다는 취지는 따뜻했다. 아침방송 같은 먹거리 소개 방송에서 조금 진화한 거 같기도 했었다. 하지만, 김나운, 홍진경, 이혜정의 음식이 정말 집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느 집에서 한 상에 전복 장아찌에, 몇 만원하는 갈치 조림에, 묵은 김치찜에, 차독박이 된장찌개를 차려서 먹을까? 이건 잔칫상도 상다리가 부러질 지경의 경지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진 사람들에게 힘든 문제가 바로 먹고 사는 문제라는 결과가 나왔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그저 먹는 것만도 버거운 시기에, 이런 걸 '집밥'의 먹방으로 들이밀 면, 진짜 곤란하다. 


게다가 매번 대뜸 남의 집 음식을 맛있게 보일려고 덥석 맨손으로 집어 먹는 것고 좀 그런데다가, 설거지 먹방이라며 이미 배무르게 먹은 뒤에 다 집어 넣고 비빈 뒤에 자신이 한 숟가락 먹고 그걸 다른 멤버들에게 권유하는 장면이나 밥풀 묻은 숟가락을 부주의하게 텀벙 찌개에 넣은 모습은 '맛있어 보이는' 수준을 넘어선다. '호의'가 사라진 강호동의 먹방은 부작용를 부른다.

왜 굳이 좋은 취지를 분에 넘치는 음식으로 보는 사람들의 눈쌀을 지푸리게 만드는지, 어디서 본듯한 기획도 기획이지만, 그 기획조차도 항상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맨친>이 아쉽기만 하다. 저녁 시간 배고픈 사람들을 진수성찬으로 꽤어 내려는 얍삽한 시도가 아니었다면, 정말 소박한 엄마의 정이 느껴지는 집밥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3. 9. 9. 09:54

첨엔 혼자라는게 편했지 자유로운 선택과 시간에 
너의 기억을 지운듯 했어 정말 나 그런줄로 믿었어 
하지만 말야 이른 아침 혼자 눈을 뜰때 

내 곁에 니가 없다는 사실 알게 될때면 
나도 모를 눈물이 흘러 변한건 없니 ? - 작사, 작곡; 토이, 여전히 아름다운지

2013년 9월7일 하루동안 유희열은 분주했다. 
우선 저녁 6시 30분, 2013 무도 가요제를 준비하는 첫 방송인 <무한 도전>의 무도 나이트에 출연한다. 이미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나이트 특집을 스스로 웨이터 버전이 되어 몇 번이나 치뤄봤던 유희열에세 무도의 나이트 버전은 낯설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무도 멤버들이 이구동성, 너무도 자연스럽다는 평가처럼, 유희열은 마치 예전에도 그곳에 있던 사람처럼 무도에 스며든다. 또한 함께 할 파트너를 선택하기 위한 댄스 음악에 맞춘 독무를 추거나, 파트너를 골라 함께 블루스를 추는 장면에서 그의 '감성 변태'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내기까지 한다. 

이어서 11시 30분 tvn으로 넘어간 유희열은 <snl>의 고정 크루가 되어, '위켄드 업데이트'를 단독으로 진행한다. 첫  방송에서는 유희열이 하면 매우 친근해보이지만, 남들이 하면 쳐맞을 예의 '감성 변태'로서의 면모를 발휘하며 수지에게 영상 편지를 쓰고, 신동엽이 분한 이엉돈 피디의 '몸으로 풀다' 코너에서는 대본에도 없던 신동엽의 젖병 들이대기를 난처해 하면서도 유연하게 받아 넘겨 합격접을 받아낸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나 그의 라디오 방송을 봤던 사람들이나, 그의 신봉자들만이 알고 있던, '감성변태'라는 그의 캐릭터가 공인된 캐릭터로서 만방에 소개된 날이었다. 

(사진 ; 한국 경제)

난 난 꿈이 있었죠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가슴 깊숙히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뜻모를 비웃음 내 등뒤에 흘릴때도
난 참아야 했죠참을수 있었죠 그날을 위해- 작사, 작곡; 카니발, 거위의 꿈


텔레비젼을 통해 유희열의 '감성 변태' 캐릭터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것은 바로 '방송의 적'이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이적은 빨간 하이힐에 얼굴을 묻고 인공 호흡을 하고, 존박에게 채찍을 휘두르다 둘만 남자 그에게 엉겨 와이셔츠 단추를 푸는 말 그대로 변태로서의 면모를 적나라하게 선보였다. 
하지만 유희열이 그 프로그램에서 그런 면모를 보여도 하등 이상해 보이지 않았던 것은 바로 <방송의 적>의 호스트 이적이 유희열에 못지 않은 속물의 캐릭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방송의 적>을 통해 이적은 그럴싸한 뮤지션인 척 하지만, 사실은 그저 여자만 밝히고 윗 사람 대접 받기를 좋아하는 나이든 아저씨 속물인 이적의 캐릭터를 실제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해냈었다. 


 포토 보기

그것만 기억해 줄 수 있겠니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가끔 널 거리에서 볼까 봐
초라한 날 거울에 비춰 단장하곤 해 -작사, 작곡; 유희열/편곡 이상순, 여전히 아름다운지

화요일 밤 11시 onstyle에서 방영되는 <이효리의 x언니>란 프로그램의 가장 실질적 수혜자는 안타깝게도 데뷔를 준비하는 '스피카'가 아니라, 이효리의 피앙새, 아니 이제는 남편, 이상순이다. 
종종 이효리가 방송을 출연할 때면, 슬그머니 등장해 함께 하거나, 멀찍이서 빙긋이 웃으며 바라보고 있던 이상순이 이제는 <이효리의 x언니>를 통해 출연하고 그 누구보다도 멋진 그의 매력을 한껏 펼치고 있는 중이다. 조용조용 촌철살인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이효리의 눈에 힘이 들어가면 슬그머니 일어나 물을 가지러 가는, 하지만, 언니 이효리보다, 어린 걸그룹에게 미소가 지어지는, 또 그러면서도 언제나 기타줄을 튕기며 멋진 음악을 만들어 내는 사람 냄새 풀풀나는 이상순이라는 캐릭터를 또한 창조해 가는 중이다. 

이효리 이상순


유희열, 이적, 이상순 등은 대표적인 90년대의 아티스트 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 분모를 굳이 꼽아 내자면, 바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감성'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스무 살 시절, 김동률과 조급하게 만들었다며 후회하는 '거위의 꿈'이 당대 최고의 가수 인순이를 통해 국민 가요를 만들고, 이별 하면 언제나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 처음인가요~'라는 '이별 택시'를 떠올리게 되는 젊은 감성의 대변자들이었다.
그렇게 사랑을 노래하고, 꿈을 노래하던 그들이 나이가 들었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과거의 영광을 추억으로 남기며 그 추억 속에 고고하게 남아있는 전설로 살아가는 것과 달리, 그들은 현실로 내려온다. 사랑을 노래하고, 꿈을 노래하던 그 사람들이 나이가 드니 그저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넘어 아저씨, 그것도 한 술 더 떠 변태같은 아저씨가 되어감을 사람들에게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또 통한다. 아들 말에 따르면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즐겨 '방송의 적'을 찾아본다 하고, 텔레비젼 화면 안으로 들어온 '유희열의 감성 변태'에 젊은이들은 열광한다. 
아마도 그것은 그들이 나이들어 꼰대가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조차도 쉽게 내보이지 못하는 그 허영을 겉어내고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그 모습이 좋은 것이리라. 마치 아들과 함께 ** 비디오를 보는 아버지같은 것이다. 
또한 그것은 그들이 90년대의 고고한 감성에 머무르지 않고, 2013년의 적나라할 정도로 솔직한 젊은 감성에 여전히 '통'한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물론, 그저 '통'한다는 것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지점도 있다. 이제 아이돌이 아닌 중견 가수 그룹들은 자신의 노래를 들고 무대에 서기 힘들다. 남의 노래를 잘 편곡해서, 화려한 무대 장치까지 얹어야, 그나마 그의 이름이 검색어에도 좀 오르고 그런 시대가 되었다. 오랜 칩거를 끝낸 이소라가 힘겹게 '나가수'에 무대에 올라 보아의 'no.1'을 부르는 것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유희열은 그토록 팬들이 기다려 마지않던 그의 음악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현실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존재감만으로는 유희열의 음악을 널리 알리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마치 상륙 작전을 하듯, <무한도전>과 <snl>을 통해 자신을 알리기에 나선 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도 해보게 되는 것이다. 이미 작년에 같은 소속사의 정재형이 무도 가요제를 통해 톡톡히 수혜를 얻었기에 더더구나 예측 가능한 결과이기도 하다.  유희열이 속한 '안테나 뮤직'과 이적이 속한 '뮤직팜'에 속한 가수들의 행보도 이와 다르지 않다. 

김동률이 자신의 콘서트에서 그저 예전의 노래만 부르는 것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은 마치 자신이 과거의 사람인 것 마냥, 씁쓸하다는 말을 남겼던 적이 있다. 하늘 나라의 고고한 영역을 떨치고 인간의 자리로 내려온 90년대의 감성 뮤지션들, 삶은 고난하지만, 그 고난조차 즐기려 애쓰는 그들에게 화이팅을 보낸다. 


by meditator 2013. 9. 8. 10:58

광고가 끝나자 마자, 화면에 비춰진 것 그 열기가 화면 밖에서도 느껴지는 화염에 휩싸인 화재 현장이다. 

그리고 그 화재 현장을 향해, 이원종, 조동혁, 박기웅, 전혜빈, 최우식 등 익숙한 얼굴들이 방화복을 입고 나타난다. 방독면을 쓰고, 소방 호수를 들고 불타는 건물을 향해 달려 들어간다.
그런 그들의 모습 아래 씌여진 자막엔 이렇게 씌여있다. '이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도대체 왜 예능에서 신의 도움이 필요한 걸까?

일찌기 <맨발의 친구들>에서 단 몇 주의 연습 만에 은혁, 김현중, 유이 같은 친구들을 10 m 높이의 다이빙대로 내몰았을 때, 그 위험성은 예견되었었다. 
'다이빙'이란 운동이 그저 물로 뛰어들기만 하면 장땡인 단순한 운동이 아니란 것이 그들이 높이를 올릴 때마다 느껴지는 아득한 땅과의 거리감, 그리고, 잘못된 폼으로 떨어질 때 나는 무시무시한 물과의 마찰음만으로도 충분이 느껴질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다행히도 그런 무모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맨발의 친구들>의 다이빙 미션은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신의 가호'가 있었던 것이다. 

스플래시 이봉원
(사진; 마이데일리)

하지만 그게 '신의 가호'라는 걸 깨닫지 못한 예능계의 제작진들은, 아예 본격적으로 다이빙 쇼를 기획하고 선보이기에 이르른다. mbc의 <스플래쉬>
하지만, '신의 가호'는 <맨발의 친구들>에게 주어진 단 한 번 만이었나 보다. <스픞래쉬>의 촬영 중 이봉원은 얼굴뼈가 함몰되는 부상을 입기에 이르른다. 이봉원만이 아니다. 아이비, 클라라, 샘 해밍턴 등 다른 출연자들도 입원할 정도가 아니었을 뿐이지, 크고 작은 부상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이봉원의 부상을 그저 별 거 아닌 타박상으로 덮으려던 <스플래쉬>에게 돌아간 것은 '종영'의 결정이다. 

<맨발의 친구들> '다이빙 편'과 <스플래쉬> 그리고 파일럿으로 방영된 <심장이 뛴다>는 달라보이지만, 리얼리티 예능이란 점, 그리고 연예인들이 자신의 직업과 다른 분야에 도전한다는 점에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공통점을 찾는다면, '신의 가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정 종교를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찾게 될 때가 어떤 때일까? 자신의 능력 밖의 일에 운명적으로 몰리게 될 때가 아닐까? 자신의 힘으로 해내기엔 버거운 어떤 장벽에 부딛쳤을 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심장이 뛴다> 첫 회를 시청하고 있노라면, 소방관이란 직업의 강팍한 노동 조건과, 고된 일상,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을 보람을 느끼게도 되지만, 그것에 앞서 지배하게 되는 정서는, 119로 상징되는 위급 상황에, 훈련이라기엔 미흡해 보이는 아주 짧은 시간의 교육을 받은 연예인들을 보는 위태로움이다. 
아마도 <심장이 뛴다>의 기획 아이디어의 모태가 된 것은 <진짜 사나이> 였을 것이다. 연예인들의 군부대 체험이 인기를 끌자, 그렇다면, 우리는 그 보다 더한 체험 과제를 들고 나서보자, 뭐 이러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진짜 사나이>와 <심장이 뛴다>나 다같은 체험 리얼리티 예능인데, 보는 사람이 느끼는 정서는 왜 이렇게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나는 걸까?

(사진; osen)

군대는,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다 다녀와야 하는 의무적인 과정이다. 즉, 누구나 다 해야하는 과정이고, 그저 평범한 성인 남자가, 고된 훈련을 거쳐, 말 그대로 진짜 군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우선 8주간의 훈련소 기간이 있는 것이고, 각 부대에서도 이른바 '짬밥'이라고 계급이 있는 것이다. 거기다, <진짜 사나이>의 멤버들이 군대에서 하는 일 대부분은 진짜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것이다. 내가 다녀왔고, 나의 아들이 지금 하고 있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그런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김수로의 어깨 부상처럼 거기서도 이미 사고는 있었다. 

심지어 훈련만 하다가도 사고를 당하는데, 소방관은 다르다. 그건 고도로 훈련된 전문인인 것이다. 연예인들이 그저 잠깐 가서 방화복을 제 시간에 맞춰 입는 훈련을 하고,소방 호스 잘 굴리고 맞추는 훈련을 하고서 현장에 투입되는 그런 무모한 시도로는 다 설명될 수 없는 극한의 강도를 지닌 직업인 것이다. 
게다가, 방송에서도 보여지듯이, 소방관이 하는 일은 그저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119 구급 전화로 오는 모든 급박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다. 자해를 한 사람을 구조해야 하고, 방치하면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갈 지도 모르는 동네 말벌 통을 없애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최우식처럼, 바늘이나, 피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트라우마가 있는 연예인을 환자를 구하는 현장 출동 과정으로 내몰게 되는 것이다. 최우식이 그나마 견뎠으니 망정이지, 혹시나 그 현장에서 피를 보고 쓰러졌다면 어떡할 뻔 했나?(실제로 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은 피만 봐도 졸도를 하기도 한다) 그것도 리얼리티라고 찍어서 내보냈을까? 

차라리, <진짜 사나이>를 흉내내고 싶었다면, 소방학교 정도 였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파일럿'이라는 짧은 시간에 시선을 확 사로잡을 그 무언가를 내보여야 할 조건은, 제작진으로 하여금, 소방관이란 직종의 전문성, 극한성에 눈을 감게 만들었다. 잊을 만 하면 뉴스에 보도되는 것이, 소방관들의 순직이나, 사고이다. 오랜 훈련과, 그보다 더 고된 현장에서 단련된 소방관들도 예측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절체절명의 현장 상황인데, 거기에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훈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연예인들을 들이미는 것은, 몇 주 되지 않은 훈련 과정만으로 10 m 높이의 다이빙 대로 내모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아니, 2주간의 파일럿이 제작된 것을 보니, 다행히도 사고는 없었던 듯 한데, 이것이야 말로 진짜 '신'이 도와준 게 아니었을까.

일찌기, <1박2일>로 리얼리티 예능이 꽃을 피우면서, 출연자에 대한 가학성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제 와 돌아보면, <1박2일>때는 먹을 거 안주고, 찬 데서 재우고, 겨울날 옷 벗기는 정도였으니, 애교에 속했다. 
사실, <꽃보다 할배>를 대중적 이슈로 만들어준, 오프닝의 이서진 속이기 해프닝은, 이서진이 넘어갔으니 망정이지, 걸그룹과 여행을 가겠다고 하고, 할배들을 떠억하니 들이미는 것은 따지고 보면, 거의 '사기'에 가까운 술수였다. 하지만 이제 그 정도는 논란도 되지 않고, 온 국민이 그걸 보고 웃고 넘기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니, 다음 타자들은 더 독하게, 더 세게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훈련되지 않는 이들을 다짜고짜 높은 다이빙대 위에, 불꽃이 넘실되는 현장으로 내몰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서진이 낮은 시청률로 종영한 mbc의 <계백> 이후로 선뜻 후속작을 고르지 못하고 있다가, <꽃보다 할배> 이후로 여러 작품의 주인공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것, 역시, 연예인들이 무모한 도전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힘들게 오랜 시간을 들여 캐릭터를 분석하고 밤 잠을 못자고 연기를 하는 것보다, 예능에 나와서 사람들을 한번 웃게 만든 것이 더 그의 다음 캐스팅에 영향력을 행사하니, 어찌 이 고난을 마다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체험, 삶의 현장>의 생존의 키가 된 것은 바로 열대 지역으로 체험을 다녀온 배우의 죽음이었다. 물론 이봉원 개인으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정도에서 위험한 다이빙 쇼를 끝낸 것은 어찌 보면 다행일 지도 모른다. 
<심장이 뛴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운좋게 파일럿은 무사히 넘어갈 수도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방관의 현장을 뛰는 연예인들의 리얼리티는 위험성이 너무 높다. 만약에 정규 편성이 된다면(?) 이에 대한 제고가 분명히 필요하리라 본다. 
아니, 무엇보다, 이전에 했던 프로그램보다 더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저 한 발 더 나아간 무모한 시도를 신선한 기획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는 어설픈 시도가 없어져야 할 것이다. 


by meditator 2013. 9. 7. 10:10

일단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글을 시작해 볼까?

<드라마 스페셜 단막극 시리즈 -연우의 여름(이하 연우의 여름)>은 시청률이 잘 나올 드라마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참 스토리는 뻔하다싶기에. 
엄마와 둘이 살아가는 인디 밴드의 보컬인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딸 연우(한예리), 다친 엄마를 대신해 어쩔 수 없이 빌딩 청소부 일을 하게 되는데, 거기서 초등학교 동창생 지완(임세미)을 만난다. 그리고 그녀를 대신해 소개팅을 나가는데, 거기서 만난 남자가 괜찮다. 그래서 딱 잘라내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하고 자꾸만 거짓말을 하게되고, 그 사람을 만나게 되고......
엄마 대신 빌딩 청소부라는 설정은 희귀하지만, 친구의 남자를 대신 만나 사랑을 싹틔우는 설정은 어디선가 흔히 마주치던 드라마의 소재가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고 <연우의 여름>을 진부하다고 눙쳐버리면 몹시도 섭섭하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몇 줄의 글로 정리되는 스토리 라인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매력은, 우리가 차에서 내려 애써 골목길을 걸으며  좋다라고 하는 '공감의 정서'가 필요한 것이기에, 누구나 다 좋아할 드라마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드라마 스페셜>이란 영역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신선한 태도, 바로 그것 말이다. 그러니 제발, 이 시간만큼은 시청률의 잣대로 드라마들을 묶어 놓지 말기를. 



마치 수능 국어시간 시험문제의 답안처럼, <연우의 여름>이 상징하는 것은 아마도 연우의 청춘일 것이다. 
그리고 그 청춘은 인디밴드의 보컬이라는 사회적 존재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대신해 빌딩 청소부로 나갈 수 있는, 초등학교 동창생에게 능력이 없어 엄마에게 빌붙어 사는 존재로 보일 수 있는 애매하고 나른한 존재처럼 보인다. 
드라마는 그런 연우의 처지를 구구절절 스토리로 설명하는 대신 2013년 서울의 여름을 비춰주는 것으로 대신한다. 청소부 연우가 빌딩 난간에 기대어 보는 막막한 하늘, 연우를 제외하고는 싱그럽게 여름의 활기 속에 놓여있는 사람들. 

윤환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진실을 털어놓지 못하는 연우의 마음은, 한강 다리 너머로 보이는 흑백의 톤같은 하늘과 풍경이 대신한다. 
어쩌면 이 드라마에서 수능 국어 시간 문제같은 제목보다 더 은유의 효과를 한껏 내보이고 있는 건, 드라마가 보여주고 있는 풍경들이다. 집이 어디냐며 데려다 주겠다고, 연우를 친구 지완의 집 앞에 내려주고 떠나는 윤환(한주완 분)의 차 뒤로 이어지는 건, 차 한대도 들어갈 수 없을 거 같은 연우네 집 앞 골목이다. 
이 심오한 풍경의 문제를 애써 노력해서 풀어내는 여유가 리모컨 조급증에 시달리는 요즘 사람들에게 있을까 저어되면서도, 한편 애써 그 시험에 든 사람들은 조금 더 보태, <8월의 크리스마스>같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이심전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 <8월의 크리스마스>다. 80년대라는 뜨거운 공간에서 사랑과 죽음을 논하면서, 감독은 카메라를 전주의 오래된 거리로 끌고 들어갔다. 그것처럼 <연우의 여름>은 2013년 대한민국의 청춘을 논하면서, '연우 수리점'이란 간판이 무색한 낡은 연우의 집과, 조촐한 바 '아르투르 도밍고'를 비춘다.
그래서 연우의 삶은, 그저 대기업을 다니지 못하는 엄마의 청소 일을 대신해야 하는 비정규직 젊은이라는 딱딱한 틀을 넘어, 2013년의 조금 다른 세계관을 지닌 젊은이로 다시 탄생한다. 
아직 발에 메니큐어도 발라보지 못한, 멋드러진 레스토랑이 아니라 한강 둔치의 바람에 몸을 맡길 줄 아는, 아빠에게 물려받은 솜씨로 낡은 라디오를 고쳐낼 줄 아는 이 시대의 청춘의 속도와는 조금 다른 연우가 탄생한다. 덕분에, 뻔하게 드라마틱한 친구를 대신한 그녀의 처지조차도 조금은 다른 빛깔로 다가와, 진심 연우처럼 느리게 사는 삶을 선택한  청춘의 속내를 들여다 보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우의 여름>을 연우답게 만드는 것은 배우 한예리이다. 못난이 삼형제의 그 누군가를 닮은 거 같은 익숙함이, 드라마가 흐르면서, 한없이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것만으로도 연우가 다 설명될 거 같은, 드라마가 있는 배우의 모습을 보여준다.물론 많이 나오지 않아도 캐릭터가 다 보여지는 엄마 김혜옥과 청소부 아줌마 황정민은 물론, 친구 세미도, 남자 친구 윤환도, 진짜 요즘 직장인들 같아 보여 좋았다. 
좋은 배우들의 뒷받침 위에서, 독무를 추듯, 인디 밴드의 느린 삶을 살아가다, 뜻하지 않게 빠른 2013 대한민국에 걸려 넘어진 연우를 말갛게 그려낸 한예리의 연기는 진짜 연우 같았다. 그림좋은 수채화 전시회를 보고 나온 느낌이다. 


by meditator 2013. 9. 5. 10:44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굿닥터>를 보고 있노라면, 이적과 유재석이 함께 부른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가 자꾸 떠오른다. 그리고 요즘 한참 유행하는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문구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꿈을 가려자. 당신의 꿈을 향해 달려라.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실력을 키워라. 아니나 다를까, 3일자 방송 말림에 김도한 교수는 말한다. '네가 이 병원에 남고 싶으면, 나를 뛰어넘으라'고

2일 밤 방송된 <굿닥터>에서 수술을 하게 되면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 성악 소년 규현(정윤석 분)의 이야기는 박시온의 진단 의학과 전출과 함께 맞물려 진행되었다. 
드라마는 그토록 노래를 잘 부르던 소년이 알고보니 소리가 싫어서 빈  MP3를 늘 귀에 꼽고 있었으며, 어린 시절 부터 늘 노래 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외톨이였음을 밝힌다. 그런 그에게 엄마는 지금까지 해온 거을 생각해서라도 무리를 해서라도 독일 유학을 가야 한다고 고집을 피운다. 그런 난처한 처지의 소년에게 박시온은 다가간다. 그리고 늑대 소녀 은옥을 보여준다. 말도 못하지만, 규현의 노래를 듣고 행복해 하는. 그러면서 규현의 진짜 꿈이 독일로 가 합창단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는 것을 밝히고, 규현은 진짜 웃기 위해 수술을 하겠다는 결단을 내린다. 
그리고 박시온 선생은 언제나 그렇듯, 수술 과정에서 기가 막힌 타이밍에서 규현의 목소리를 잃지 않게 할 방법을 알아내고, 그 방법으로 규현의 수술은 성공리에 끝난다. 
아름다운 감동 휴먼 스토리이다. 


김도한 교수는 혼자 길을 건너다 사고로 죽은 동생을 생각하며 박시온의 가능성을 접어버리고 박시온이 원하는 의사를 하면서 안정되게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진단 의학과'를 택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건 틀린 방법이라 말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고 말한다. 상식적 의학의 수준에서는 목소리를 잃을 게 뻔한 규현이가 박시온이라는 기적을 통해 목소리를 잃지 않듯, 자폐에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박시온이 자신의 꿈인 소아 외과 의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증 등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 중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실제 지적 장애 환자 2000 명 중 1명에 나타날까 말까한 희귀 증상이다. 여기서 자폐증 등의 지적 장애는 '완치'가 되는 질환이 아니라, 훈련과 치료를 통해 그저 완화가 될 뿐인 뇌의 이상이다.

그렇다면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해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박시온의 꿈에는 문제가 없을까?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 박시온은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몹시도 '사회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병원 복도를 지나치다 울고 있는 임부에게 다가가듯, 주변의 모든 환자들을 마치 어린 시절 잃은 토끼처럼 여기며 다가가는 순수한 사람일 뿐이다.  
게다가 소아 외과 다른 의사들이 그를 접어주게 된 동기처럼, 뛰어난 능력으로 김도한 선생마저 뛰어넘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서번트 증후군의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그들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부족한 사회성을 채워줄 사회의 배려와 보살핌이 필요한데, 드라마 속 박시온은, 그 스스로 그 역할 까지 해내는 수퍼맨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의 지극히 주관적인 자기 중심성이, 오히려 <굿닥터>에서는 모든 것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처럼 쓰이고 있다. 


박시온의 병적 징후가 순수함과 능력이 되면서, 그 반대 방향에 있는 김도한의 현실주의는 무기력해 진다. 
오히려 김도한 선생에 의한 박시온의 진단 의학과 전과를 아이의 꿈을 짓밟은 것으로 여기지 말고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어땠을까? 애초에 불가능한 서번트 증후군의 의사니까, 그에게 휴먼 닥터로써의 날개를 달아 마음껏 날아보게 하지 말고, 정말 현실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를 진단 의학과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어땠을까.
그저 기적처럼 성악 소년에게 목소리를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설사 목소리를 잃어도 그 소년이 웃음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은 현실인 것처럼. 

물론 <굿닥터>의 매력은 박시온에게서 시작된다. 그의 순수함과 오로지 환자만을 생각하는 자기 중심성이, 그리고 천재와도 같은 서번트 증후군의 증상이 늘 기적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보다보면 눈물겨운 휴먼 드라마 사이로 슬그머니 다가오는 건, 판타지의 공허함이다. 지적장애라 하더라도 능력만 있으면, 연차랑 상관없이 펠로우의 편애(?)를 받고, 선배보다 앞서 수술실에 들어가는 또 다른 능력주의가 읽혀져 때론 씁쓸하기 까지 하다.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인간의 몸을 투시가 가능한, 교수인 김도한도 미처 생각해 내지 못한 방법을 떠얼리는 능력이 없는 박시온이라면 꿈은 언감생심일 것이다. 

그래서 <굿닥터>의 박시온이 휴먼 닥터의 구름 속으로 붕붕 날아갈 수록, 자꾸 씁쓸함과 공허함이 커져간다. 그건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낳은 건, 꿈을 향해 달려가는 용기 있는 청춘이 아니라, 오히려 그럴 수록 꿈조차 꿀 수 없는 열패감에 시달리는 청춘이요, 몇몇 저자들의 두둑한 호주머니인 것과 비슷하다. 


by meditator 2013. 9. 4. 10:32

공교롭게도 월요일 밤의 공중파와 케이블의 토크쇼, sbs의 <힐링 캠프>와 tvn의 <현장토크쇼 Taxi>는 새로운 mc가 들어와 시범 운행을 하는 중이다.

하지만 맡은 본인에게야 프로그램에 적응하기 위한 시범 운행이지, 냉혹하게 반토막도 못되는 <힐링 캠프>의 시청률을 보면, 시청자와 새 mc의 밀월 기간이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사진; 마이 데일리)


우선 <힐링 캠프>의 성유리를 보자. 
한혜진이 결혼을 하게 되고, 사람들이 힐링녀의 조건을 생각했을 때, 안타깝게도 아마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이뻐야 한다' 아니었을까? 
고등학생 아들 녀석의 말 대로, 다른 프로그램을 보는 친구들이 채널을 돌리다가 한혜진이 나오면 이뻐서 잠시라도 멈춰 지켜보았다는 씁쓸한 리뷰처럼. 그렇게 한혜진은 능수능란한 이경규와 말이라면 세상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김제동이란 조합의 칙칙함을 개선시키기 위한 '꽃'으로 <힐링 캠프>에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혜진은 그저 꽃으로 장식된 자신의 위치를 뛰어넘어, 당당하게 돌직구 한혜진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이경규도 말하기 난처한 질문까지 해내면서 당당하게 <힐링 캠프>의 안방 마님의 자리에 등극했다. 대신 예능 프로그램의 감을 놓친 김제동은 그 예전 한혜진이 하던 꽃의 역할을 하게 만들고. 

그렇다면 한혜진이 그저 '꽃'에서 '안방 마님'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핵심적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꽃으로서 본분에 충실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혜진이 처음부터 돌직구를 날린 게 아니었다. 오히려 한혜진은 아주 오래도록 잘 들어주는 꽃이었다. 그런데, 그 잘 들어주는 꽃만 봐도 '힐링'이 되는 느낌을 주는 묘한 꽃이었다. 그리고 잘 들어주다 보니, 그녀의 돌직구가 생뚱맞지 않게 콕 정곡을 찌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상담을 받으려 가면 항상 제일 먼저 듣는 이야기가 뭘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그 다음, 당신의 고민을 이야기 해 보세요. 라고 한다. <힐링 캠프>가 힐링 캠프인 이유인 이유는 그 이전에 인기를 끌던 <무르팍 도사>처럼 다그치지도 않고, 게스트로 하여금 자신이 하고픈 말을 맘껏 하게 만들었던 데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속 이야기까지.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가장 크게 일조한 것이 바로 열심히 그 큰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출연자를 바라보는 한혜진의 들어주기인 것이다. 이경규의 날카로운 질문, 한혜진의 돌직구는, 어찌보면 윤활유와 같은 것들일 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성유리는 아마도 <힐링 캠프> 초창기의 한혜진이 아니라, 최근 <힐링 캠프>의 한혜진을 모니터링 하고 나온 듯하다. 
어서 빨리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보이지 못해, '돌직구'보다 더 멋진 멘트 날리지 못해 안달을 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다 보니, 박인비의 약혼자를 친오빠로 착각해 자신을 소개시켜 달라는 결례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한혜진이었다면 어땠을까? 오빠 이야기가 나오면, 오빠가 있어요? 라고 우선 물어보지 않았을까?  
돌직구는 커녕 성유리에게는 벌써 3회 만에 '맹유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맹랑하다도 아니고, 맹하다니, 이건 결국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눈치도 없다는 말을 돌려말한 것이 아닌가. 성유리의 과제는 섣부른 돌직구를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출연자의 말을 진심으로 열심히 들어주는 연습부터 해야 할 듯 싶다. 수지의 자리를 탐내는 성유리는 빈 말이 아니라, 여전히 프로그램의 요정 같으니까. 
그런데 요정같은 여자 mc가 행세하는 프로그램치고 수명이 길지 않았으니 어쩐다. 더구나 그리 상황도 여유롭지 못하다. <무르팍 도사>까지 사라짐으로써 <힐링 캠프>가 독보적이어지긴 했지만, 동시에 1인 게스트 토크쇼가 한 물 갔다는 부담도 지게 되었다. 힐링의 유행이 지나가듯, <힐링 캠프>도 그저 지나가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tvn의 <현장 토크쇼Taxi>의 홍은희는 어떨까?
이미 <세바퀴>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mc를 봐온 경험이 있는 홍은희에게 <현장 토크쇼Taxi>가 많은 적응이 필요한 곳은 아닐지도 모른다. 더구나, 이미 이영자를 통해, 여성 mc가 그저 '꽃'같은 보조적 위치를 넘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선례를 남겼기에, 홍은희에겐 자신의 기량을 펼칠 더할 나위없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게다가, 김구라의 경우, 이쁜 척하지 않은, 특히나 털털한 아줌마와의 호흡이 좋은 편이기에 더더욱 김구라, 홍은희의 조합이 이제 몇 회를 넘기지 않았는데도 꽤 오래 한 듯한 익숙함까지 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아 보인다. 심지어, 아줌마, 아저씨의 너스레가 게스트의 멘트를 가끔 잡아먹을 정도로 (?).

하지만 정작 홍은희의 발목을 잡는 건 바로 택시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토크쇼다. 게스트와의 토크에는 익숙하지만, 운전을 하면서 mc를 보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홍은희는 혹시 택시를 다른 차가 끌어주나 싶은 의심이 들 정도로 종종 운전대를 놓거나, 화려한 의상을 드러내기 위해 안전띠를 보이지 않게 해놓아 시청자들로 하여금 안전띠를 하지 않았나 라는 불안감에 떨게 만들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것 역시 홍은희의 조바심이거나, 어긋난 모니터링의 결과일 수도 있겠다.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현장 토크쇼Taxi>의 진행 방식을 보면, 한 사람의 mc가 운전을 해야 하는 특수한 조건이기에, 토크의 주도권을 그때는 운전을 하지 않는 다른 mc가 가져가고, 운전을 하는 mc는 주로 리액션을 해주는 식의 편의를 도모했었다. 그런데 홍은희는 의욕이 넘치다 보니, 토크도 주도적으로 해야 겠고, 운전도 해야 겠고 하다보니 위험한 운전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또 하나, 대부분 지금까지 mc들은 택시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토크쇼를 진행해야 하기에, 그 공간에 맞는 의상을 선보였다. 이영자가 멋진 옷이 없어서 맨날 바지에 티를 입은 것이 아니다. 좁은 공간에서 mc가 화려하게 옷을 입으면, 그나마 뒷자리에 앉은 게스트가 더 드러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걸 배려한 의상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홍은희의 의상은 마치 그녀가 게스트 같았다. 그러다 보니 그걸 돋보이려고 안전띠를 규정에 맞지 않게 미뤄내야 하는 무리수를 역시나 두게 된 것이다. 

아이가 서서 걷기 위해서는 배를 깔고 기어가고, 무릎을 세워 기어가는 단계별 과정이 필요하다. 의욕과, 의지만으로 능숙한 mc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연 자신이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요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 기본에 천착할 때, 어쩌면 가장 제대로인 mc의 본령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성유리, 홍은희에게 지금 필요한 건,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는 적응을 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3. 9. 3.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