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라디오스타>는 예능 최초로 일반인인 송호준이 게스트로 초대 되었다. 이날의 <라디오 스타>의 게스트는 장동민, 신봉선, 크리스티나 등으로, '왜 저래?' 특집이었다. 한 마디로 일반인들이 보기엔, '돌아이'로 보이는 이상한 사람들 특집인 것이다.


특집 제목이 '왜 저래?' 인 것처럼, 당연히 <라디오 스타>는 게스트들의 면면 중에서 '왜 저래?' 하는 측면에 촛점을 맞추어 게스트 들을 다루었다. 신봉선이 이제 나이도 들었으니, 드센 여자 라는 것 외에 다른 면이 부각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히었지만, 그녀가 새로 낸 노래 '브런치 처럼'을 부르는 짧은 순간 외에 신봉선이 그녀의 소망 대로 드센 신봉선 외의 다른 면을 부여받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다른 게스트들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일반인이었던 송호준은, 그가 누구인가? 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해서, 왜 '왜 저래?' 특집에 나왔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어, 홀로 인공위성을 띠운 이상한 사람으로 시작해서, 결국은, 인공 위성을 띄우기 위해, 그저 평범한 면티를 3만5천원에 팔려고 애쓰는 의류업자 따위로 결론을 맺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사진; tv 데일리)

물론, <라디오 스타>의 말미, 그날의 소감을 묻는 장면에서, 송호준은 자신을 영웅시하는 프로그이나 인터뷰에 대해 불만을 느낀다며, 이렇게 웃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라디오 스타>가 좋았다라는 소회를 밝힌다. 그런데 그 소감이 긴 시간 동안 촬영장이 아니라, 편집이 완료된 방송으로 나간 <라디오 스타>를 보고도 여전히 이어질까?

<라디오 스타>는 송호준의 인공 위성을 우선 과연 그걸 송호준의 인공 위성이라 부를 수 있는 가라는 면에서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쏘아준, 겨우 본인은 30만원을 들여 설비를 만든 걸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있느냐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그걸 만들기 위해 면티를 만들어 판 것을 두고, 그것이 더 좋지 않았느냐, 사실은 그게 더 본질이 아니냐는 식으로 몰아갔다. 
물론 송호준의 소망대로, 그가 한 일을 심각한 시선이 아니라, 가볍게 바라봐 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예능적으로 즐기는 것과, 그것이 가진 의미를 폄하하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송호준은 자신을 작가라고 부른다. 인공 위성으로 상징이 된 그의 작업은, 인공 위성처럼 중요한 정보가 국가 등 권력 기간에 편향되거나, 집중되어 있고, 일반인들이 배제된 상황, 정보 내셔널리즘을 비판하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을 것이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의 mc들은 그런 그의 작업에 대한 이해를 하기에 앞서, 그를 그저 '돌아이'로 몰아가기에 급급했다. 작가라고 하자, 무슨 작가냐며 반문한다. 아마도, 돌아가신 백남준 작가도 <라디오 스타>에 출연했다면 그저 텔레비젼을 가지고 뚱땅거리는 돌아이로 취급받았을 거라는 게 예상이 될 정도로, <라디오 스타>는 이제 현대 예술에서 중요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는 설치 예술, 혹은 퍼포먼스를 한낯 젊은 청년의 치기 이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그런 장르에 대한 이해에 무지했다. 
그러니, 당연히 그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려 했던 의도, 크게 보자면, '정보의 민주화'로 이어지는 예술적 지향을 다룬 소향은 더더욱 없는게 당연하다. 왜 카이스트 등에 소속된 사람들이 그의 시도에 한결같은 공감과 동조를 보내는지 이해하려고 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무얼 가지고 웃길까만 급급했던 것이다.

애초에 송호준 자신이 <라디오 스타>에 나왔을 때는, 그 자신이, 그리고 그가 한 일이 예능의 먹잇감이 될꺼라는 각오를 가지고 나왔을 것이다. 즉 우스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웃음거리가 되는 것에도 수준이 필요하다. 그의 작업과 취지를 이해하는 선에서 보여지는 웃음의 소재와, 그저 뜯어 먹을꺼 없나 하고 달려드는 건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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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n)

비단 <라디오 스타>만이 아니다. 사회적 문제, 혹은 사안을 마주친 예능은 대부분 한결같이 단세포적인 반응만을 보이기에 급급한다. 
24일 방송된 <화신>은 일본 방사능 오염과 관련하여, 방사능의 위험 때문에 생선 섭취를 줄이거나, 먹지 않게 된다는 김지훈을 극성스런 사람으로 몰아갔다. 방송 말미에 여론 조사 결과 68%의 사람들이 김지훈의 생각과 같이, 줄였거나 안먹는다는 생각을 보인 것과 달리, 24일 <화신>을 이끌어 가는 mc들은 현재 진행중인 방사능 위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딱 jtbc의 손석희 앵커로 부터 '안일하다'는 평가를 받은 윤진숙 해양 수산부 장관 수준이었다. 
심지어 임창정은 일본 방사능 오염 수산물 등을 탄 음식에 빗대면서, 마음 편히 먹겠다는 수준을 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아이돌 그룹 멤버가 자국의 농수산물을 아끼겠다면서 1년간 후쿠시마산 음식을 먹다가 피폭된 뉴스가 보도된 상황에서, 김지훈의 생각을 과민하다 몰며, 스트레스 받지 않고 먹으면 엔돌핀때문에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 거라는 의견을 거르지 않고 내보낸 것은 무신경이라고 해야할지, 무지라고 해야할지.

사회적 사안들은, 연예인 개개인의 사생활과는 다르다. 
그걸 연예인 가쉽 파내기와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결국 그 사안이 가진 본질을 왜곡하거나, 사안의 본질에 대해 눈을 감게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송호준이란 사람을 인공위성을 빌미로 옷장사나 하는 돌아이로 몰아가거나, 김지훈을 방사능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건강염려증 환자로 몰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by meditator 2013. 9. 26. 11:00

과연 우리 국민 들 중에서 '삼성 반도체'를 다니는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민영화 11년 동안 살인적인 노무관리로 인해 자살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KT의 자살은 몰라도, 애플 대만 자회사의 자살자 증가 사실을 더 잘 알지 않을까? 

그렇다, 그 이유는 <한겨레> 등 몇몇 신문이 보도를 하고, 특집으로 다루어 심각성을 보도해도, 공중파를 비롯한 사람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언론 매체에서 이와 관련된 사실 보도에 침묵을 지키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작 같은 하늘을 지고 사는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받는지 무감하게 지내다, 자기에게 그 문제가 닥쳐야, 세상이 이렇게 무섭구나 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 시사저널)

그러기에,  [시사저널] 201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인 부문에서 47.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라디오라는 매체를 떠나, 비록 종편이지만, 파급력이 좀 더 큰 매체로 옮겨, 야심차게 '사실만을 보도하겠다'던 손석희 JTBC사장의 <뉴스9>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바로미터는 바로 JTBC의 사주인 '삼성'을 어떻게 다루는가였다. 

그리고 드디어, 9월25일 <JTBC뉴스9>은 삼성과 관련된 보도의 말문을 터트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삼성전자 본과 앞에서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절차에 삼성전자와 정부의 직업병 피해자 인권침해에 대한 진정서한을 제출했다는 기사를 단신으로 다룬 것이다. 

물론 중요한 꼭지들 사이에 슬쩍 전해진 단신 보도에, 그래도 역시 삼성의 눈치를 본다며 비판의 날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느 공중파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삼성 직업병'과 관련된 보도를 처음으로 한 것의 가치는 그것만으로 낮아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메가박스에서 상영이 중단된,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한 보도도 했다. 천안함이 뭐? 라고 하겠지만, 중앙일보 계열 제이콘텐트리가 메가박스 지분의 절반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역시 쉽지 않은 결단인 것이다. 손석희의 JTBC<뉴스9>은 사실 보도라는 사명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 직업병' 근로자들, 유엔에 진정서 제출
(사진; 연합 뉴스)

 생뚱맞은 예이지만, 얼마 전, <라디오 스타>에는 아이돌 그룹 카라의 멤버들이 나왔었다. 여기서 아이돌 그룹 카라는 <라디오 스타>에서의 태도와 관련하여, 혹독한 복귀 신고식을 치뤘다. 한 마디로, 그날, <라디오 스타> MC들의 태도는 '니들이 뜨면 얼마나 떴다'고 하는 식으로 카라를 다루었고, 그들의 온갖 구설수와 약점을 들추어 내고, 그걸 울음을 터트릴 때까지 놀림 거리로 삼았다. 하지만 이렇게  뜯어 먹기에 신이 나던 <라디오 스타>가, 아니 뜯어 먹는 것을 자신의 장기로 삼는 <라디오 스타>가 MC 규현이 소속된 SM의 소속된 연예인들이 나올 때면 태도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김민종 등이 나왔을 때는, SM 홍보 방송이 아니냐는 평가를 들었을 정도였다. 심지어, 같은 소속사의 다나가 규현에 대해 뭐라 하려하자, 다나의 입을 막으며 규현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그것을 당연시 한다. 심지어 예능 조차도 내 편은 당연스레 챙기고 접어주는 것이 인지상정인 상황인 것이다. 

그런 방송가의 관례에서, 그래서, 더더욱 민감하고 파급력이 큰 보도 부문에서, 자신이 속한 회사의 허물을 단신으로라도 들추어 내는 용기에 박수치고, 응원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삼성 직업병과 관련된 보도는 단지 삼성을 다루었다는 사실 이상의 의의가 있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백혈병 등 직업병과 관련된 기사는 현재 돌아가고 있는 많은 쟁점이 된 사안들에서 한 발 비껴난, 하지만,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코 좌시해서는 안될 뉴스거리들이다. 
바로미터가 되었던 삼성, 그 중에서도 소외된 사안이었던 노동자의 직업병과 관련된 보도를 했다는 것은, KT의 자살도, 그리고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의 외로운 외침에도 기사의 볕이 들 날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그런 사안의 내용을 차치하고라도, 늘 정공법으로 그날의 가장 핵심이 되는 사안을 심도깊게 다루는 <뉴스9>은 재밌다. 지난 선거 때 종편의 갑론을박을 빙자한 노골적 여당 편들기  시사 프로에 혼을 빼앗긴 사람들이라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큼. 그리고, 25일자 방송에서 보여지듯이, LH공사의 부당한 직원 재교육 과정을 폭로한 기사처럼, 스스로 발로 뛰어 찾아내는 기획 기사의 품새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것을 단지 LH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민의 돈으로 움직이는 국영 기업 전체의 부조리한 관행으로 파악하는 점에서, 뉴스를 보는 시선도 예리하다. 
손석희의 <뉴스 9>은 볼 만하다. 


by meditator 2013. 9. 26. 09:39

'지금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념의 과잉이 아니라, 이념의 부재'

tvn의 <감자별>로 돌아온 김병욱 피디는, [낭만 미래]의 저자, 고종석이 한국 사회를 명쾌하게 진단한 이 정의를 케이블이라는 특성을 한껏 살려 노골적인, 형이하학적 아니 '허리하학적' 방법으로 풍자하고 있다.

<감자별>이란 시트콤을 알리는 광고가 끝나자 마자, 극중 아버지 노수동(노주현 분)은 대뜸 전립선 비대로 인해 오줌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다고 투덜거린다. 그래서 2회에 이를 동안 내내 희미하게 처리된 거시기를 붙잡고 나오지 않는 오줌을 누기 위해 쩔쩔 매는 모습이 잡힌다. 콩콩 전자의 대표이지만, 그의 모든 고민은 오로지 시원하게 오줌을 누는 것요, 그를 위해, 어린 여사원 앞이건, 아들 앞이건, 늙으신 아버지 앞에서건 바지를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그 앞에서 맘대로 전립선 약도 먹지 못하는 사람은 그의 아내다. 겉으로 보기엔 (주) 콩콩 이라는 사업체이지만, 사실은 그의 아내의 부동산 투기를 통해 성장한 사업체이기에, 노수동은 아내의 앞에선 약조차 당당하게 찾아먹지 못한 채 쩔쩔 맨다. 
하버드를 나왔다는 그의 아들은 허우대는 멀쩡하다. 하는 말도 그럴 듯하다. 하지만, 말끝마다 '하~버드'라며 혀를 굴리며 자신의 스펙을 내세우고, 자신의 방을 온통 자신의 대학 시절 사진으로 도배하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혁신'은 오이사(김광규 분)의 표현대로 피곤한 스타일일 뿐이다. 


노수동
노민혁

돌아온 김병욱 월드의 한 축을 지탱하는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천박하다. 세대를 막론하고 아버지와 아들의 대사를 똥과 오줌으로 채우는 건 그래서 더더욱 상징적이다. 이 시대의 지배층을 이루는 사람들이,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어떤 이념이나, 가치관을 가진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일신 상의 욕구로만 가득찼다는 걸 맘껏 조롱한다. 그리고 이건 <하이킥> 시리즈의 전통을 고스란히 , 아니 김병욱이 시트콤을 한 이래 가진 '역사적' 전통이다.

2회에 등장한 입사 시험 에피소드는 <하이킥> 시리즈를 이어가는 김병욱 월드에 대한 오마주, 혹은 통과 의례와도 같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초반을 화려하게 장식한 건, 백진희의 입사 시험 에피소드였다. 입사 시험에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 목숨을 건 조폭과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불사하고, 막상 도착한 입사 시험장에서는 부족한 스펙을 만회하기 위해 짜장면을 정해진 시간 내에 먹기라는 무모한 과제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떨어지고마는  안쓰러운 청춘의 현실을 <감자별>은 다시 되풀이 한다. 
스카이 콩콩을 만들었지만, 그 성과를 가져가 버리고, 아버지를 외면했던 (주) 콩콩 이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대를 이어 장난감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진 나진아(하연수 분)는 <하이킥> 시리즈의 에피소드 처럼 (주) 콩콩에 입사 지원을 한다. 
하지만 4년제 그럴 듯한 대학을 나오지 못한, 겨우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나진아의 스펙은 (주)콩콩 대표의 충동적 소신 변화로 겨우 기회를 얻었지만, 돌아오는 건, 열댓명이 늘어서서, 심사 위원들 앞에서 스펙과 경력을 손들리로 결정하는 치욕스런 대우일 뿐이다. 거기에 덧붙여, 꿈을 이루기 위해 그려왔던 스케치가 허무맹랑하다는 평가나 받고, <하이킥> 시리즈의 백진희처럼 과자 받아먹기나 하다 초라하게 물러서야 했다. 
단지 나진아는 젊은 대표의 혁신을 내세운 간택덕분에, 무급 인턴 사원으로 뽑히는 결과가 <하이킥>의 백진희와 다르다면 다르달까. 아니, <하이킥>에서 단호하게 밀어버렸던 기업이 이제는 무급 인턴 사원이란 조건으로 더 교묘해졌달까. 하지만, 이미 1회에서, 군대에 간 애인을 보러가지 못할 만큼 혹사를 당하면서, 말도 안되는 업무에 휘돌리는 까메오 황정음의 에피소드에서 보여지듯이, 인턴 사원이 된 나진아의 앞날이 그리 순탄하지 않으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시리즈는 바뀌었지만, 사람들은, 그리고 그 사람들은 담는 세상은 변하지 않거나, 더 철면피해졌다는 걸 입사시험 에피소드는 말해주고 있다. 

(사진; 리뷰스타)

비록 2회에 불과하지만,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캐릭터의 설정을 통해, 김병욱이 여전히 지향하고 있는 바의 세계관이 선명해진다. 단지, 그것이 케이블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살리며 마치 b급 영화처럼 질펀한 '허리하학적' 해프닝들을 잔뜩 담아내는 것으로 자신의 지향을 전달해 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하이킥>시리즈가 분명한 메시지를 가진 에피소드로 전달된 것에 비해, '* 이야기 밖에 안해'라는 단적인 평가에서 보여지듯이, 아직은 자유로운 표현이, 주제 의식을 덮어버리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캐릭터는 분명한 반면, 그들간의 앙상블 역시 아직은 어수선한 게 미지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김병욱 월드의 새로운 시동을 평가하기엔 이르다. 아니, 이미 케이블이라는 특정 매체를 선택한 이상, 모든 사람들의 공감을 넘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분명히 하겠다는 자신만의 출사표를 이미 던진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니까.
공중파의 시트콤이 하릴없는 우스개 에피소드로 채워지며 고사되어 가는 중에, 여전히 선명한 주제 의식을 가진, 김병욱 표의 시트콤의 귀환은 그 자체만으로 소중하다. 부디 '* 이야기'를 넘어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귀 기울여 주는 그 날이 오기를.


by meditator 2013. 9. 25. 09:41

'가정부 박복녀입니다',

라는 대사를 듣는 순간, <직장의 신>의 '미스 김입니다'란 대사가 떠올랐다.
'명령이십니까' 란 대사를 듣는 순간, '이게 너희가 원하는 거니?'라는 <여왕의 교실> 마여진 선생님의 반문이 떠올랐다. 
제 아무리 좋은 거라도 한번이 두번이 될 때까지는 끄덕끄덕 하더라도, 세 번 째가 되면 고개가 좀 갸웃해지듯이, <수상한 가정부>를 처음 맞닦뜨리는 감상이 딱 그렇다. 
무표정한 얼굴에, 인간미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보기 힘들어 보이는, 시키는 일이면 '살인'까지도 해줄 지도 모른다는 박복녀가 이젠 낯설지도 않다. <직장의 신> 미스 김도 처음엔 그랬고, <여왕의 교실> 마여진 선생님도 처음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듯이 그랬으니까. 심지어 대사만 다를 뿐, 대사치는 방식까지도 비슷할 뿐더러, 처음 등장할 때 무시무시하게 분위기를 잡으며 발걸음부터 등장하는 장면조차 비슷하다. 
그래서 그녀가 누구인지 궁금해지는게 아니라, <수상한 가정부>의 박복녀도 미스 김처럼, 마여진 선생님처럼, 역설적인 캐릭터려니 하게 된다. 이러다 아예, 이상하고 기세게 등장해서, 그 누구보다도 휴머니틱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장르가 생겨나는 거 아냐? 란 생각까지 들게 되는 것이다. 

(노컷 연예 뉴스)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 그리고 <수상한 가정부>는 굳이 원작을 거론할 필요조차 없이,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작들이다. 소재는 '직장'과, '교육 현장', '가정'으로 다르지만, 모두, 소재가 되는 그 직장과, 교육 현장과 가정의 지니고 있는 모순된 현실을 역설적 캐릭터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하지만, 각각의 드라마는 그 드라마가 채택하고 있는 모순이 처하고 있는 사회적 지점에 따라, 공감도와 폭발력에 차이를 가져왔고, 가져올 것이다.

<직장의 신>은 그 드라마가 방영되는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던, '갑과 을'이라는 사회적 모순이 드라마의 내적 갈등과 맞물려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분명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리메이크 한 것이지만, <직장의 신>은 그 중에서도 '갑과 을'이라는 우리나라의 모순에 좀 더 촛점을 맞춰 드라마를 새롭게 각색하여 성공을 이끌어 냈다. 분명 일본 역시 버블 경제 뒤에 많은 '파견직'들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것이 우리나라의 신분제도가 되어버리다시피한 '갑과 을'과는 감정적 고통이나, 일의 스트레스가 차이가 나는데, 드라마는 한국의 '그것'을 제대로 잘 살려 냄으로써 공감을 얻어낸 것이다.

반면 <여왕의 교실>을 초반부터 발목을 잡은 것은  <직장의 신>이 해낸 바로 그 지점이다. <여왕의 교실>이 지니는 문제 의식이 한국 교육 현실과 결코 어긋나지 않는 정당한 문제 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왕의 교실>의 문제 제기 방식과 해결 방식들이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공감의 감정으로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과연 <여왕의 교실>의 교실이 한국 상황의 초등학교 교실에 어울리는 설정인 것인가가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제기가 되었다. 물론 이미 우리나라도 '국제중' 등이 들어서며 총등학교부터 스펙 쌓기와 입시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그런 것인가에는 의문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수상한 가정부>의 세째 아들 역시 똑같이 국제중 입시를 들먹인다) 오히려 <여왕의 교실> 정도의 센 문제 제기 수준이라면,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보다는 중학생에 어울리지 않겠냐는 지적이 줄곧 나왔던 것이다. 
또 하나, <여왕의 교실>에서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바로 콕 찝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딘가 우리의 감정적 정서와는 비끄러지는 집단적 분위기였다. 교실에서 누구 하나가 일어서서 뭐라고 하면 다른 아이들이 하나씩 나서서 말을 보태고, 결국은 다같이 입을 모아 말하는 식의, 집단적 정서가 늘 보는 사람들을 어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가장 일본 드라마다운 클리셰이다. 일본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은 늘 어떤 결론에 도달할라치면 삥 둘러가며 나도 사실은 이렇게 생각했다는 식으로 한 마디씩 보태고 결국 다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교훈적 결론에 도달해 간다. 

그리고 이제 <수상한 가정부>는 아직 한 회에 불과해 섣부를 수도 있겠지만, 앞서 두 작품 중 굳이 비교하자면, <여왕의 교실>의 스타일을 따라가는 듯하다. 
박복녀는 가족들이 무엇을 해달라고 하면, 늘 반문한다. '명령입니까?' 라고, 명령, 그것은 군대나, 관공서에서 쓰이는 용어다. 가족 내에서 어떤 일을 하라고 할 때 명령이란 말을 쓰지는 않는다. 드라마는 '살인'도 불사할 수 있는 박복녀라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명령입니까?'에는 일본어 통번역의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렇듯 이 드라마는 단 1회지만, 일본 드라마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일본 드라마 <가정부 미타>의 복장은 당연하다. 집안에서 일하는 복장이야 그렇다 치고, 그녀가 밖으로 돌아다닐 때 입는 '파카'까지 똑같을 필요가 있었을까? 심지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한옥의 창호지 창살 배경조차, 일본식 가옥의 그것을 그대로 흉내내기 위해 가져다 놓은 것 같다. 
그보다 더 어색했던 것은, 1회의 마지막 부분, 엄마의 물건을 버리느냐 마느냐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다같이 돌아가며 난 지금 이렇게 힘들다며 자신의 감정을 토해놓는 씬이다.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럴까? 지금 엄마의 옷이 불붙어 타고 있는데, 그걸 앞에 놔두고 제각기 돌아가며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고 있을까?  <수상한 가정부>의 많은 장면들이 굳이 일본 드라마를 찾아보지 않아도, 아, 일본 원작에서는 어땠을 것이라는 게 너무도 연상이 된다. 



직장 내의 계약직과 '갑과 을'의 문제는 시기적절하기도 했지만 신선했기에 <직장의 신>은 그만큼의 관심을 얻었다. <여왕의 교실>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날이 서있고 직설적이었지만, 한편에서는 새로운 것이 아니었기에, 그저 좋은 문제 의식을 가진 드라마로 남게 되었다. <수상한 가정부>는 어떨까? 아침 드라마에서부터, 주말 드라마까지 온통 가정 문제로 넘쳐나는 상황에서, 미스 김같은, 마여진 선생님같은, 능력자가 과연 시청자들의 마음을 또 얻어 갈 수 있을 지는 장담하기 어려울 듯하다. 
늘 멜로만 하던 최지우라는 배우의 연기 변신은 의욕적이지만, 과연, '가정부'라는 이질적 존재의 해결사를 사람들이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일 지 역시 미지수이다. 
그보다는 벌써 세 번 째에 도달한 리메이크라기에도 낯 부끄러운 아예 통째로 베껴대는 방식의 리메이크가 다시 또 먹힐 지가 가장 궁금하다. 마치 파닭이 유행하면 너도 나도 파닭집을 열어 다같이 망해버리는 우리나라 특유의 상술을 드라마 판에서도 보는 듯하여 씁쓸하다. 
 



by meditator 2013. 9. 24. 10:23

기나긴 추석 연휴가 지났다. 

언제나 그렇듯 명절 연휴를 앞두고는 명절 스트레스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화제에 오르고 늘 수위에 오르는 것 중 하나가, 관심인지, 잔소리인지 모를 어른들의 한 마디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짜증이 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결혼 언제 할래?' '결혼 안하니?' 라는 건 이제와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다. 그 말의 대상이 되는 사람 입장은 늘 명확하다. 결혼 안하고 싶아서 안하나, '꽃보다 할배'의 마흔을 한참 넘은 노총각도 마음만 앞서는게 결혼 아닌가. 결혼을 해도 문제다. 할말 없는 어른들의 어설픈 말 한 마디처럼 지나칠 수 조차 없는 시댁에서, 처가에서 추석 지내기란 현실적 문제가 떠억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인륜지대사 통과 의례들이 우리 사회에선, '스트레스', '증후군'이란 말과 동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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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 경제)

하지만 차로 꽉 막힌 교차로 같은 현실들이 텔레비젼 화면 안으로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개임'이다.
추석이 지난 9월23일 오늘의 검색어 중 하나는 '준수 호박'이다. <아빠 어디가>의 꼬마 출연자 준수가 자기 덩치만한 호박을 뜰고 쩔쩔 매는 모습이 대견하고 귀여워 사람들의 관심을 끈 거다. 단지 오늘 만이 아니다. 언제나 <아빠, 어디가>가 방영되는 시간 이래로, 하루가 지날 때까지 검색어 중 일정 부분은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의 몫이다. 
<아빠, 어디가?>란 프로그램 속 아이들은 우리가 흔히 조우하는 식당에 가서 뛰어다니고, 음식 가지고 떼를 쓰는 그런 아이들이 아니다. 복스럽게 음식을 먹는 수준을 넘어, 심지어 동생이 흘린 국수가락을 집어 먹고, 마음 씀씀이나, 생각의 품이 어른을 뛰어넘을 때가 다반사다. 어른 말에 따박따박 말대꾸 따위나하는 되바라진 친척 꼬마들이 아니다. 버릇없는 동네 아이들만 보면 찡그려지던 이마의 주름살이 텔레비젼 속 남의 집 자식들에 저절로 펴지고, 나도 저런 아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이들의 '종류(?)'도 다양하다.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이 이제 좀 뻔하다 싶으니, 조금 다른 아이들이 나타났다. 이제 생후 4개월에서 부터, 초등 4학년까지, 취향 껏 골라잡을 수 있는 또 다른 아이들 군단이 등장한 것이다. 
한때 '바람'이란 별칭으로 불리던 개그맨은 마흔이 넘은 늦깍이 아빠가 되어 아이들이 아프자 응급실 행의 호들갑을 떨며 눈물 바람을 하며 아이들을 돌본다. 그래도 너무너무 행복하단다. 화면 속 아빠들은 비록 제한된 시간이지만, 열심히 아이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씼겨주고, 보살펴 주고, 물고 뜯으며 행복의 비명을 지른다. 
희한하게도 현실의 아빠들은 아이들과 조금만 함께 있으면 텔레비젼 채널을 두고 아이처럼 같이 싸우거나, 아이들의 울음과 짜증에 자기가 먼저 짜증을 부리거나, 똥이라도 쌀라치면 저만치 줄행랑을 치는데, 화면 속 아빠는 서슴없이 아이의 똥덩이를 만지고, 치워주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남의 신랑인데, 내 신랑 같고, 남의 아이인데 내 아이같은 공감을 가지고 미소를 지으며 화면 속에 빠져들게 된다. 

어린애들만 자식이 아니다. 
최근 종편임에도 공중파의 시청률을 넘보는 jtbc의 <유자식 상팔자>에서는 사춘기와 청년기의 부모 자식이 '대화'라는 걸 한다. 
말이 안된다 하면서도 부모들은 화를 내지 않고, 비밀이다 하면서도 자식들은 속사정을 털어 놓는다. 두어 마디가 넘으면 잔소리에, 가시 돋힌 말대꾸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그 시기의 내 자식 속사정이 궁금한 부모들은 <유자식 상팔자>로 채널을 돌려 화면 속 웃으며 '대화'를 하는 남의 집 부모 자식을 '벤치마킹'할 밖에. 

(사진; 뉴스엔)


부모 자식만 있는게 아니다. '백년 손님'이라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사위도 텔레비젼 속에선 '신식'이 됐다. 
장모에게 친엄마처럼 '반말지꺼리'를 하는가 하면, 장모 얼굴을 걱정하고, 함께 앉아 음식을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반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고부 사이는 <고부 스캔들>(jtbc)에 모여 앉아 속을 터놓는다. 텔레비젼이 해결하기 시작한 건 고부 문제 만이 아니다. 부부 문제는 이미 아침 토크쇼로, 심야 예능에,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까지, 엎어치고 메치고, 텔레비젼이 해결사가 된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자기야>라는 포맷이 진부하다 하여 <백년 손님>으로 신장 개업을 했을까. 

가족 관계만이 아니다. '집밥'이 그리우면 텔레비젼을 켜면 된다. 집에서는 먹어보지도 못한 음식들로 한 상 떠억 벌어지게 차려놓고, 이게 바로 집밥 이라며 서로 경쟁이 붙는다.  (<맨발의 친구들>, <집밥의 여왕>)
 그뿐이 아니다. 가정과 가족을 챙기는 것도 모자라, 홀로 사는 사람들의 '싱글 라이프'까지 책임지겠다고 나서고, 유사 가족을 만들어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나 혼자 산다>, <인간의 조건>) 군대까지 대신 가주기도 한다. 

그저 우리들은 소파에 앉아 리모컨만 있으면 된다. 이쁜 아기를, 귀여운 아이를, 듬직한 자녀를, 자상한 사위를, 맛있는 집밥을 .......원하는 곳으로 리모컨만 돌리면 된다. 점점 더 현실에서 누리기 힘든 것들이, 결핍으로 이어지는 모든 것들이 텔레비젼 화면 속에서 밝게 빛나며 우리를 반긴다. 어서와, 가정이 그리웠지, 따뜻한 가족을 원하지. 라며. 


by meditator 2013. 9. 23. 09:57

명절이 다가오면 빠짐없이 하는 일 중 하나가 며칠 동안 오지 않을 신문에서 연휴 기간 방송 편성표를 빼어 놓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연휴가 되면, 방송 편성표를 제 아무리 뒤적뒤적해도 신선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찾아보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명절에 맞추어 떠들썩하게 연예인 가족들을 불러놓고 장기 자랑을 하는 프로그램이거나, 그도 아니면 이미 극장에서 본 영화 재탕이거나, 식구들은 모여도 막상 할 일은 없어 이리저리 리모컨만 돌리다 헛물을 켜는 경우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13년의 추석은 좀 다르다. 이미 아침 저녁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가을 개편을 앞둔 파일럿 예능들의 돌진은 추석이라는 특수를 놓치지 않고 각 방송사 마다 분주한 연휴를 보내게 만들었다. 명절이고 뭐고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제작진은 고달팠겠지만, 뻔하지 않은 프로그램들을 즐기는 재미는 쏠쏠했다. 



1.이제는 통과 의례가 되어가는 <아이돌 육상 대회(이하 아육대), <당신이 한번도 보지 못한 개콘(이하, 개콘)>
올 추석에도 변함없이 아이돌 육상 대회가 찾아왔다. 
물론 첫 회만큼의 화제성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추석 프로그램들중 상위의 시청률을 차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육대>의 특징은 이제는 아이돌 육상 대회하면 떠오르는 김제동이라는 고정mc에 매회마다 적절한 mc진을 곁들여, 육상 대회로써의 박진감을 살려낸다는 것이다. 특히나 2013년 가을 <아육대>의 전현무는 그만의 예능 mc로서의 감은 물론, 박학한 아이돌(특히나 여자 아이돌)에 대한 지식을 선보여, 프로그램의 재미을 한껏 살려냈다.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아이돌 육상 대회라는 프로그램 제목에서 처럼, 이 프로그램의 묘미는 텔레비젼을 통해 퍼포먼스를 선보이던 아이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열심히 땀을 흘리는 그 현장성이다. 이제는 매년 한 두번씩 만나다 보니, 마치 일반 학교의 운동회를 보는 느낌이다. 더더구나, 아직은 청소년기이거나, 이제 막 청년기에 들어선, 사회로 보면, 아직 학생에 더 어울릴 또래의 아이돌들이기에, 그들이 모여 왁자지껄하게 경기를 하는 모습은 비록 프로그램이지만, 흡사 가을 운동회의 데자뷰을 느끼게 만든다. 

<아육대>와 마찬가지로 이제 비록 2회에 불과하지만, 충분히 매년 명절마다 만나기에 충분히 적절한 프로그램이 바로 <당신이 한번도 보지 못한 개콘>이다. 
공개 방송인 <개그 콘서트>에서 막상 방송을 통해 보여지지 못한, 때로는 무대에 서지도 못한 채 사라진 코너들이, 명절을 맞아 다시 한번 기회를 얻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어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는 이 프로그램이야말로 재활용의 가장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이미 1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방송의 기회를 얻은  '버티고'가 오랫동안 <개그 콘서트>의 고정 코너로서 활약했던 걸로 보아, 이번에도, '군대온girl'과 '월드 워 좀비' 중 누가 또 새로운 고정 코너로 등극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1회에 윤종신과 함께 감독으로써, 작가로써 촌철살인의 평을 해주던 징항준의 부재이다. 물론 윤종신이 시청자의 입장을 최대한 살려주고자 했지만, 동료 개그맨들의 동업자로써의 박할수 없는 평가의 한계는 장항준의 빈자리를 느끼게 했다. 

(사진; osen)

이렇게 이미 두어 차례 혹은 그 이상 방영된 프로그램과 달리, 이번 추석에 처음 선보인 <리얼 스포츠 투혼>도 다음 명절이 기대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닭싸움이라는 한정적이어 보이는 종목에도 불구하고, 남자들끼리 몸으로 부대끼며 빚어지는 전투의 현장은 '닭싸움'이라는 종목의 한계를 뛰어넘는 치열함을 느끼게 한다. 더구나 발레, 이종 격투기 등 출연진들이 자체가 몸으로 한 가닥 하는 분야 출신이기에 빚어지는 '땀내'의 수준이 일반 아마츄어이 수준을 뛰어넘는다. 거기에, 2m가 넘는 최홍만을 쓰러뜨리는 김창렬의 도발에 이르르면 탄사가 절로 나온다. 

매회 이름은 달라지지만 스타의 가족들이 모여, 한바탕 잔치를 벌이는 sbs의 <황금 가족>이나, 외국인들과 함께 명절에 걸맞는 kbs2의 <놀이왕>같은 프로그램은, 두말할 필요없이 마치 제사상에 전이 빠질 수 없는 것처럼, 당연히 명절이면 한 자리 늘 차지하고 있어야 할 프로그램과도 같다. 

2. 고정을 향한 야심찬 출발
아마도 이제는 명절의 고정 프로그램이 되어가는 <아이돌 육상 대회>를 제외하고 추석 연휴 기간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의 최대의 수혜자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kbs2는 추석 연휴 기간 소위 <아빠 어디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프로그램을 두 편이나 마련했다. 하나가, 스타들이 아이 돌보미가 되는 <스타 베이비 시터; 날 보러 와요>와 <슈퍼맨이 돌아왔다>이다. 



<날 보러 와요>는 이미 god이래, 많은 아이돌이 거쳐간, 그리고 지금도 케이블에서 방영되고 있는 아이 돌보미 프로그램을 공중파로 가져와, 조영남, 김국진, 정준영 등 아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연예인들이 아이를 봐주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이미 god의 예에서도 보여지듯이 이 프로그램의 관건은, 얼마만큼 돌보미의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독특한 언행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정준영의 출연은 일정 정도 화제성을 끌어모으기는 했지만, 공중파이기에 세대별 배려 차원에서 분배된 나머지 멤버들의 분량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며 정규 방송까지 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반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시작 초기에 <아빠, 어디가>의 아류라는 비난을 가장 많이 받았음에도 막상 뚜껑을 열자, 이휘재의 갓난 아기에서부터, 장현성의 듬직한 아들들까지, 그리고 특히나 추성훈의 미녀와 야수 버전, 이쁜 딸이 추석 내내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48시간 동안 엄마 없이 아이를 돌보는 상황은 분명 아빠와 아이들의 조합인데도, 또 다른 신선한 기대를 불러일으켰고, 그 상황을 지켜보는 제작진의 카메라와, 자막 또한 센스있게 아빠와 아이들의 조합을 이끌어 예능의 재미를 살려냈다. 쌍둥이를 돌보다 울음을 터트려 버린 이휘재, 딸의 울음에 연습조차 미뤄버린 추성훈 등, 가족 관찰 예능의 포인트를 제대로 잘 살려,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멀티 캐릭터 쇼; 멋진 녀석들>에서는 이미 연기력으로 정평이 나있는 김수로, 김민종, 임창정 등이 심혈을 기울인 분장과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꽁트를 선보였다. 
그런데 배우들의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혈 연기와 사회 비판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보다보면, 자꾸 tvn의 snl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니 당연히, 김수로, 김민종, 임창정의 출중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게스트를 섭외하며 신선한 캐릭터를 선보이는 snl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또한 케이블이라서 가능한 19금의, 보다 더 직설적인 사회 비판이(이제는 snl조차 점점 버거워하는) 혹은 그것을 상응할 만한 기발한 내용들이 가능할 것인가가 정규 편성의 관건이 될 것이다. 

(사진; osen)

그 외에,mbc의 <mr. 살림왕>, <위인전 주문 제작소>,sbs의 <이장과 군수>, <스타 페이스 오프> 등이 새롭게 방영되었고, kbs2의 <바라던 바다>도 추석을 틈타 파일럿의 나머지 분을 방영하였다. 이중에는 특집으로 단발성으로 만드어진 프로그램도 있고, 고정을 향해 파일럿 성격으로 만들어진 것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청률상으로 보나, 화제성으로 보나, 이중 화제성을 얻으며 시청자들에게 자기 프로그램의 성격을 뚜렷하게 각인시킨 프로그램들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이장과 군수>는 영화명에서 차용한 제목을 내걸고, 이만기와 손병호 두 사람을 충남 역촌리의 명예 이장을 뽑는 과정을 내걸었는데, 이수근 등 개그맨들이 주도가 된 유세 과정은 개그인지, 진정 마을 이장으로써 마을 사람들에게 진심을 얻어 가는 과정인지도 헷갈렸다. 심지어 '*** 바보' 같은 식의 치졸한 모함과 그를 둘러싼 아웅다웅은 기존 선거판을 패러디한 것이라기에도 너무 유치해 보였다. 그저 추석이니까 이런 프로그램을 빌미로 한 동네 가서 떠들석하니 어울려 놀아보자 하니 넘어갈 수 있었지, 고정 프로그램이 되려면,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mr. 살림왕>은 케이블에서 이미 진행되는 요리 대결 등을 업그레이드 시킨 버전과도 같다. 살림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셔놓고, 싱글남들이 나와, 집안 소개는 물론, 요리, 다종다양한 집안 일을 미션별로 진행해 대결을 벌이는 이 프로그램은 <나혼자 산다>의 버라이어티 버전과도 같다. 역시나 싱글남만이 대상이 되는 프로그램의 성격은 아쉽지만, 박수홍과 박은지의 능숙한 진행에, 자타 공인 입담을 과시하는 이혜정등의 패널에,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싱글남들의 살림왕 도전은 재미졌다. 그런데, 왜 이 프로그램이 이미 꽤 오래된 프로그램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 그건 의문으로 남는다. 


by meditator 2013. 9. 21. 10:30

9월 19일 mc 김구라씨의 하루 일과는 분주했다.

우선 저녁 6시 10분 kbs2 의 <추석 특집 리얼 스포츠 투혼 1부>의 사회를 맡았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이 끝나자 마자, 바로 채널을 mbc로 옮기면, 8시 35분 <추석 특집 위인전 제작소>에 등장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11시 5분 jtbc에서는 김구라가  메인 mc로 활약하는 <썰전>이 , 그 뒤를 이어서는 재방송이지만 역시나 김구라가 나오는 <적과의 동침>이 방영되었다. 
추석은 추석이니깐 여러 특집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고 그러다 보니 mc들이 특수를 누리는 기간이라 그럴 수 있다손 쳐도, 김구라의 분주함은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최근 각 방송사들이 가을 방송 개편을 앞두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거나, 혹은 파일럿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여기서 역시 김구라의 활약은 단연 돋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정규 방송으로 안착한 jtbc의 <적과의 동침>, tvn의 <퍼펙트 싱어 VS>, <택시>에서 고정 MC로 김구라는 등장 케이블과 종편을 섭렵한다. 또한 파일럿이었던 KBS2의 <너는 내운명>, MBC의 <위인전 주문 제작소>, SBS의 <슈퍼 매치> 등을 통해 공중파 3사를 평정하려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엄격하게 따져 보자면 김구라만 바쁜 게 아니다. 
실제로 신동엽 역시 tvn의 <snl>, <환상 속의 그대>, jtbc의 <마녀 사냥>, qtv<신동엽과 순위 정하는 여자>, e채널<용감한 기자들>로 종편과 케이블을 누비고, kbs2의 <안녕하세요>, <불후의 명곡>,  sbs의 <화신>, 그리고 막 폐지된 <스플래쉬>로 공중파 3사를 누비는 것에서는 김구라 못지 않은 아니, 김구라보다도 더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김구라의 약진이 돋보이는 것은, 본의 아니게 과거에 했던 발언이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1년 여간의 칩거를 거치고, 어렵게 복귀를 한 후 마치 강력한 엔진을 리뉴얼이라도 하고 나온 듯,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그의 움직임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고, 실제 새롭게 준비하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김구라를 찾는 걸 보면, 그의 분주함이 곧 mc계의 새로운 대세임을 입증하고 있다고 해도 손색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김구라일까?
앞서 신동엽의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신동엽은 신동엽이라서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 있듯이, 김구라에게는 김구라만이 가능한 영역이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치적 영역을 다루는 <썰전>이다. 
이철희라는 야성이 강한 결코 하고자 하는 말에 주저함이 없는 , 그리고  강용석이라는 한때는 온국민적 비호감이었던, 하지만 여전히 여당의 저격수라는 사명감을 가진 두 고정 패널을 요리하는데 김구라는 독보적인 가치를 내보인다. 
얼핏보면 두 사람의 패널이 논쟁을 하는 것같이 보이지만, 결국 그날의 여론의 행보는 김구라의 '기색'에서 나온다. 강용석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면서 우기는지, 혹은 이철희가 난처해 하는지를 꼭 집어 밝히며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 바로 김구라이기 때문이다. 그 뒤를 이어서, 김구라는, 이윤석, 박지윤, 강용석, 허지웅 이라는 다양한 mc들의 조합을 이끌며 방송가에서는 역시나 새롭게 시도되는 미디어 비평이라는 영역을 순조롭게 이끌어 가고 있다. 
정치 비평이 되었든, 미디어 비평이 되었든, 그 자리에서 김구라의 존재는 결코 누락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의 시선임을, 중립임을 강조하는 그의 시선은 어느새 그의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의 평균 시선으로 작동한다. 
<썰전>을 통해 김구라는 자숙기간을 가진 연예인에서, 정치, 비평이라는 고난위도 영역조차 소화해 낼 수 있는 능력자로 거듭났다. 지금의 김구라의 전성시대에서 가장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 <썰전>에서의 독보적 활약이라는데 아마도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진. 뉴스엔)

이런 김구라의 모습은 jtbc의 새로운 프로그램 <적과의 동침>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오히려 얼마전 국회의원이었던 유정현조차도 다선 국회의원들 앞에서 어려워하는게 역력한데, 일개 mc인 김구라는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국회의원을 다루는 것이, 타 프로그램 연예인이나, 일반인을 다루는 것과 다르지 않는 배포를 보인다. 아마도 다른 mc였다면 국회의원이라고 일단 허리 꺽고 들어갔을 분위기에서조차도, 김구라는 <라디오 스타>의 게스트를 요리하듯 국회의원을 다룬다. 

그리고 이렇게 생전 처음 보는 국회의원들조차 스스럼없이 대하는 김구라의 능력은 곧 여러 프로그램에서 그를 찾는 가장 결정적 요인이 된다. 
실제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들에서 김구라는 유세윤, 김성주, 손범수, 서경석, 김현욱, 홍은희 등과 호흡을 맞춘다. 하지만, 이미 유세윤과 김성주야 타 프로그램을 통해 손발을 맞춘 사이라 하더라도, 서경석이나, 손범수, 홍은희 등과는 처음 마주하는 사이임에도 김구라의 진행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자연스레 어우러져 들어가는 것이 사실 김구라의 최강의 장점이다. 

하지만, 그런 김구라라고 모든 사람과 다 잘 어우러지는 것은 아니다. 
유독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mc든 패널이든, 게스트이든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이물감없이 친화력을 발휘하는 김구라가 어색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화신>이다. 칩거 후 처음 공중파에 등장하게 된 <화신>은 라디오 스타와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으로 김구라가 잘 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선택을 한 것이었지만, 이어 그가 하던 수요일 밤의 kbs2<두드림>이 폐지되고 때 맞추어 유세윤이 <라디오 스타>에서 중도하차함으로써, 원래 그의 자리였던 <라디오 스타>로 돌아가면서 김구라에게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쎈' 진행을 해도 그게 분위기에 맞추어 자연스레 일상의 대화처럼 융화되게 만드는 것이 김구라식 진행의 특징인데, 그것이 안되고, 그의 발언이 종종 툭툭 수면 위로 튀어나오는 것이 바로 <화신>이다. 그리고 유독 같은 mc인 신동엽과 김희선과의 부조화가 도드라지는 것도 바로 이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시청률이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사진; 마이데일리)

바로 이런 <화신>의 딜레마는 곧 김구라라는 mc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그는 친화력이 높지만, 그의 '아는 사람들끼지 이러지 맙시다', 혹은 '좋은 게 좋은 거지', '솔직히 말해봐, 사실 이런 거잖아'식의 '아저씨 스타일' 진행을 좋아하거나, 받쳐주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갈린 다는 것이다. 또한 사실 최근의 mc계에서 그만큼 정치이든, 토크이든, 심지어 소개팅 프로그램이든 다양한 분야를 무람없이 소화해 낼 mc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그의 선호도에 따라, 혹은 지나치게 그것이 과소비 될 경우, 역시나 진부하거나, 피로도가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김구라의 진격의 이면에는, 결국 새로운 프로그램을 믿고 맡길 만한 mc가 부재하다는 방송계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정치든, 사회든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적절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적절한 식견을 가진 그러면서도 예능감도 있고, 친화력있게 프로그램을 이끌어 갈 수 있는 mc의 부재을 증명하는 것이다. 
유재석, 강호동 등 이른바 대세였던 mc진의 흐름이 지나가거나, 혹은 이미 거물이 되어 버렸고, 그 뒤를 있는 박명수, 노홍철, 이수근 등은 한 프로그램을 이끌기엔 이미 식상하거나, 100%의 만족도를 보이고 있지 않고 있는 이즈음, 또한 프로그램은 다양화되는데, 여전히 개그맨 출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mc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제작진은 그 모든 것에 무리가 없는 김구라를 찾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렇게 하루에도 몇 개의 프로그램을 활보하는 김구라는 시청자에게도, 김구라 자신에게도, 정작 프로그램 자체에도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by meditator 2013. 9. 20. 09:50
'역사가 스포네'

영화 <관상>을 보고나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수양대군이 어린 조카와 그를 보호하려던 김종서를 제거하는 '계유정난'(1453년)이란 역사적 사실은 변할 수가 없기에, 그들의 관상도, 그 틈바구니에 끼인 내경 일가도 그 이미 결과가 자명한 역사 속에서 짖눌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또 하나 역사가 스포가 되는 작년 사극 영화였던, 그리고 보잘 것 없던 인물이 역사에 휘말렸던 영화 <광해>와 자주 비교되기도 한다. <광해>가 광대가 왕이 되어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왕도, 그리고 왕이 되어 이루려고 해보았던 그 무엇도 이루지 못했음에도 마치 <왕의 남자>의 공길이 한마탕 놀아보기라도 한 듯한 속 시원함이라도 남겨주었다면, <관상>은 이상하게 껄쩍지근한 민초의 자괴감을 남긴다는 뒷이야기들이 많이 들린다. 

(사진; 뉴스엔)

그런 <관상>의 후기는 다시 <황금의 제국>의 결말에 대한 소감으로 이어진다. 그래도 태주(고수 분)가 성진 그룹을 한번이라도 차지해 보기라도 했으면, 결국 태주는 아무 것도 이룬 게 없고, 성진 그룹은 결국 성진 그룹의 것이 되었구나 라는, 그래도 단 한 회 만에 모든 걸 자신이 책임진다며 너무 획 바뀌어 버린 태주도 적응이 안되지만, 죽일 것 까지야......등등. 아마도 이것은, 영화를 보는, 혹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동일시했던, 자신들과 비슷한 주인공들이, 역사 속에서, 드라마 속에서 '신분 상승'의 꿈을 향해 용트림을 틀지만, 결국 '패배자'가 되어 스러지는 현장을 보는, 아니 그 아픔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공감하는, 2013년의 민초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투영된 소감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대 사람들이라면, 아니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사람으로 태어나서 때깔좋게 살아보기 위하여 거짓말, 사기, 협잡 따위에 점점 눈을 감고, 오로지 타고난 제왕의 자리가 어디 있냐며 나라고 왜 못하겠냐며 일갈하는 태주의 마음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마음의 자세를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자신이 사는 동네에 뉴타운이 들어선다고 하면, 거기에 쫓겨날 사람들은 생각도 않고 옳다구나 땅값이 올라 한 몫 잡겠구나 이러고, 대통령이 될 사람이 사업적으로 부도덕한 일을 하건, 그의 아비가 누구였건 아니 오히려 그의 아비가 누구라서 그때처럼 잘 살게 해주겠지 하며 투표를 했었을 것이다. 

<황금의 제국>의 장태주는, 작가의 전작 <추적자>의 강동윤(김상중 분)을 빼닮았다. 철거될 지역의 초라한 음식점집 아들과, 찌그러져가는 이발소 집 아들들은, 그저 자신의 호기와 배짱, 그리고 능력만을 믿고 '입신양명'을 꿈꿨다. 그리고 똑같이, 그 과정에서 괴물로 변해갔다. 그렇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저 곳에 도달할 수 있으려니 했는데, 놓친 게 있었다. 거기는 바로 괴물들이 사는 나라인 것을. 자신이 바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짓밟고 괴물이 되어야 그 언저리라도 갈 수 있다는 것을, 


고수가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 자살을 선택하며 그동안 자신이 저질렀던 악행들에 대한 대가를 목숨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이번 고수의 죽음은 새로운 결말을 요구하던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었다. / SBS 대기획 황금의 제국 방송 캡처
(사진; 스포츠 서울)

<황금의 제국>성진 그룹 회장실에 걸려있는 최동성의 사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귀기 그대로, 거기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이다. 마지막 홀로 남겨진 서윤처럼 자신의 가족도, 주변 사람도 모조리 잡아먹는 괴물이 되어야 했다. 
장태주가 포기한 것은, 바로 그것, 자신이 괴물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설희를 다시 감옥에 보내야 하고, 그리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더 많이 짓밟아야 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현실의 그는 비록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거두어 가는 벌을 스스로에게 내렸지만, 최소한 궁극의 괴물이 되지는 않았다. 강동윤은 끝까지 괴물이 되어서라도 그 곳에 도달하려고 하다 실패하고, 장태주는 스스로 괴물이 되는 길에서 돌아선다. 
반면, 홀로 회장실에 남겨진 서윤은 주변의 모두를 잡아 먹은 채 괴물이 되어, 아버지란 이제는 망령이 되어버린 괴물의 주구가 되어 똑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민재는 치유되지 않는 괴물 중독증으로 인해 , 아마도 오랜 시간이 흘러 감옥을 나와도, 여전히 괴물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스스로 자신에게 벌을 내린 장태주를 보며 느끼는 자괴감은 무엇일까? 바로 괴물이 되어서라도 한번 때깔나게 살아보지 라는, 내 안의 괴물 중독이 일까? 새삼스럽게 절감하게 된 괴물들이 사는 나라 때문일까? 아니, 괴물이 아니고서는 견딜 수 없는 황금의 제국에 대한 절망감때문일까?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라는 어린이 그림 동화가 있다. 홀로 방 안에 남겨져 무서워 하던 아이의 방이 어느 덧 숲 속으로 변해가고, 괴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괴물들은 무서운 괴물이 아니다. 아이는 어는 덧 괴물의 친구가 되어,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괴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렇다. 변해버린 방과 괴물들은 바로 아이의 마음 속에 있던 공포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러기에, 아이가 마음 먹기에 따라 괴물은 친구가 되기도, 부하가 되기도 하고, 방문을 열고 나온 순간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사실, 드라마도 그렇다. <황금의 제국>이란 드라마가 끝나면, 드라마 속 괴물 일가는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다. 드라마 속 괴물들은 사라져 없어져도, 현실의 괴물은 더 공공히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현실의 자괴감을 드라마 속 환타지로 치유해 주지 않은 드라마로 인해, 잠시 눈감고 싶었던 현실이 더 느껴져 괴로워 하고, 드라마에서 조차 이루어 지지 않은 '꿈'에 분노하기 조차 한다. 

(사진; 리뷰스타)

언제인가 부터 드라마 속 재벌들은 괴물이 되어 있다. <스캔들>의 장태하가 그렇고, <황금의 제국>의 성진 그룹이 그렇고, <결혼의 여신>의 시댁이 그렇다. 그들은 눈 하나 끔쩍하지 않고 사람을 없애고, 사람을 피 말리게 하고, 사람을 휘돌린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 속 괴물처럼 친구가 되어주지도, 부하가 되어주지도 않는다. 눈 한 번 끔뻑하고 나면 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괴물이 되지 못한 사람들을 잡아 먹으려 든다. 

황현산 교수는 그의 수필집 [밤은 노래한다]에서 현실을 지옥도처럼 그려내는 김기덕 감독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튼튼한 상상력으로, 우리 안에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어떤 괴물.....을 외면하려는 비겁한 마음들과의 싸움에서 우리 시대 가장 높은 투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상상력에 찬사를 보낸다. 
물론 김기덕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괴물과, 최근 드라마 속 괴물들은 맥락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야만성을 고발하고, 우리의 비겁함을, 초라함을 용기내어 말할 수 있는 이들 작품에 대해 우리는 황교수와 똑같은 찬사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물러나지 않고 끝까지 현실을 직시해 주어 고맙다고. 
결국 '꿈 속의 괴물'을 없애거나, 그들과 친구가 되거나, 내 자신이 괴물이 되어버리는 건, 현실의 내 몫이다. 


by meditator 2013. 9. 18. 10:25

사례1; 16일 보도전문 채널 ytn은 채동욱 검찰 총장과 관련된 기사 꼭지를 보도할 때마다, '스폰서 검사 사건'의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과, '별장 성추문 사건'의 김학의 전 차관 등 연수원 14기 에이스의 몰락을 꼭 함께 다룬다.


사례2; 9월17일 아침 sbs 뉴스, 역시나 채동욱 검찰 총장과 관련된 뉴스 꼭지에서 이 모든 사태의 해결책은 결국 채동욱 총장과 그 혼외 자식이라는 아이의 유전자 검사 만이 해결책인양 그래서 일선의 검사들도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양 보도를 한다. 

사례1,2의 보도를 통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사례1의 보도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직 밝혀지지 않은 채도욱 검찰 총장의 혼외 아들 혐의(?)를 짐짓 사실로 추정하게 만드는 효과를 낫는다. 또한 사례2의 보도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채동욱 사표와 관련된 사건이 청와대와 국정원이 합작한 채동욱 검찰 총장 찍어내기라는 사건의 또 다른 측면을 배제한 채 정부측이 의도한 채동욱의 개인 비리라는 측면으로만 사건을 축소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사례1도, 사례2도 모두 사실만을 보도했다. 사실이 아니지 않은 건 없다. 하지만, 여기서 다루고 있는 사실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진실은 아니다. 

jtbc 사장으로 간 손석희씨가 드디어 jtbc 뉴스9의 진행자로 나섰다. 첫 뉴스를 진행하기에 앞서, 손석희 앵커는  프랑스의 유명 언론인 위베르 뵈브메리의 말을 인용해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다루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채동욱 검찰 총장의 사건은 매우 미묘한 사안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자면, 정권의 심기를 거스른 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고, 원세훈 국정원장을 구속한 채동욱 검찰 총장 찍어내기라는 배경이 있는 반면, 그것이 현실에 드러나는 양상은 채 검찰총장의 개인 비리라는, 마치 시위 참가자에게 손해 배상 혐의를 들어 엄청난 벌금을 뒤집어 씌우는 비열한 방식의 처리 수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나 세상의 진정한 진실에는 쉽게 눈감지만, 만만한 사람들의 개인적 부도덕 혐의에는 동네 방네 나발을 불기에 바쁜 대부분의 언론, 그리고 특히나 특정한 종편들은 신이 나서 채동욱 검찰 총장의 개인 비리로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장단에 발맞춰 결국은 개인의 사생활에 불과한 사안을 가지로 분개를 하고. 그러는 사이, 정작 촛점을 맞추어야 할, 짚고 넘어가야 할 정치적 쟁점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 대부분의 언론의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구설은 확대대고, 음모는 퍼져나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손석희가 첫 앵커로 나온 JTBC 뉴스 9이 손석희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JTBC 뉴스 9 방송 캡처
(사진; 스포츠 서울)

그런 가장 예민한 사안에 대해, 손석희의 뉴스9은 진실에 접근하는 정공법을 쓴다. 채 검찰 총장의 개인 비리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뒤에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정권의 불편한 심기가 있음을 분명히 밝혀주고, 그와 관련된 검찰청 의 동정을 살피고, 법을 전공한 교수의 해석까지 곁들인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여론의 반응까지 곁들인다. 단지, 다른 곳에서 말하지 않은 것을 말했을 뿐인데도, 보는 시청자들은 모처럼 속이 시원하다. 손석희씨가 특정한 편을 들지도 않았고, 사안에 대해 가타부타 개인의 입장을 표명하지도 않았으며, 그저 사안을 사안의 진실대로 밝혀주려 했을 뿐인데도, 굉장히 진보적인 느낌조차 받게 되는 것이다. 마치 진실의 힘은 이런 거야 하며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이. 

뉴스9은 진행방식에 있어서도 획기적이었다. 
마치 이전에 손석희씨가 했던 라디오의 '시선집중'을 텔레비젼 화면으로 옮겨와, '보이는 시선집중'인 것처럼, 스튜디오에서 바로 양쪽에 스크린을 통해 현장을 연결해 인터뷰도 하고, 보도를 전해들어 현장감을 살리는 식이다. 
게다가 군더더기 없이, 바로 가장 중심 사안으로 들어가, 거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마치 작은 토론회를 보는 듯한 재미를 주었다. 이미 '시선 집중'을 통해 오랜 시간 생방송에서 단련된 손석희씨는 곧 상대방이 안철수 씨라도 여유있게 '한번 만나기가 어디 쉬워야 말이죠', '현실성이 없다'는 식의 촌철살인을 놓치지 않아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었고, 전병현 민주당 원내 대표에게, 비둘기파를 빗대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게 아니냐며 사태를 정확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이미 미드 <뉴스룸>을 통해 알려졌듯이 미국 보도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끄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1회에서 보여지듯이 생방송 도중 여유롭게 인터뷰를 하고, 대화를 통해 보도의 사안을 헤집어 보는 방식은 앵커의 능력이 출중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방식인 것이다. jtbc가 뉴스 9을 통해 이런 방식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손석희라는 걸출한, 그리고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도 공명정대하다고 인정받고 있는 당대의 앵커가 있기 때문이다. 

뉴스9은 첫 방송의 첫 번째 인터뷰 주자로 안철수 국회의원을 초대했다. 
안철수 국회의원이 첫 출연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아직까지도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손꼽히는 사람이라는 점이 그 첫 번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주목할 수 있는 그 점만이 아니다. 최근 안철수씨와 관련된 일련의 보도는 다가올 보선이 2~3개 지역에 불과하다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건 그게 아니다. 최근에 벌어지는 일련의 정치적 흐름에 대해 차기 대통령 주자가 될 사람은 어떤 입장을 가지는 지가 궁금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송에서도 안철수의 입장은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 방송에 출연한 안철수씨의 인터뷰가 손석희 앵커의 발언처럼 분명한 것이 없는 것은 그 다음의 판단이다. 그간 청와대의 동정과, 야당의 반발 만이 그득한 뉴스 현장에서, 생각해 볼 대안 세력의 존재를 부각시켜 준 만으로도 또한 jtbc의 선택은 의미가 있다. 

물론 이미 <썰전>에서 허지웅씨가 언급한 것처럼, 삼성이란 그림자가 드리운 jtbc에서 사장으로 있는 손석희씨, 그리고 그가 진행하는 jtbc의 바로미터는 바로 삼성을 얼마나 비판적으로 다룰 수 있는가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최소한 첫 방송만으로도 손석희의 뉴스9은 막무가내 막가파 종편 방송과 안그런 듯 하면서도 길들여진 앵무새같은 보도만을 일삼는 타 보도프로그램들 속에서 이제 뉴스 좀 봐볼까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정도의 성과는 얻고 있다. 


by meditator 2013. 9. 17. 09:07

전두환 전 대통령이 추징금 1672억을 내지 않고 버틴 결과, 2013년 9월 그의 두 아들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가진 돈이 단돈 29만원 밖에 없다며 버티던 전직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가 그의 두 아들에게로 향하고, 밤을 세워 조사를 받게 되고, 자칫하면 조만간 감옥에 들어갈 처지가 되자, 마지 못해 자녀들이 가진 부동산을 내어놓는 것으로 추징금을 갚겠다고 나섰다. 철면피한 아버지를 둔 덕에 아들들은 졸지에 전국민의 눈총을 받으며 검찰을 들락거리게 된 것이다. 아니다. 부도덕한 아버지를 둔 덕에, 어쩌면 멀쩡한 사람으로 살 수 있을 지도 모를 기회를 박탈당하고(?), 그 부도덕의 대를 이어, 비밀리에 비자금을 해외에 빼돌려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그림을 사모아 은닉 재산을 지키는 대를 이은 부도덕한 사람으로 거듭나 결국 검찰청 건물을 들락거리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 결과를 놓고 아들들은 아버지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선 감수해야 할 부도덕한 관례라 생각할까? 아들의 삶을 가장 좌지우지 하는 건, 아버지의, 아버지의 세대가 살아온 삶이다. 

기사 관련 사진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하 스캔들)>이란 드라마의 정점은 장태하가 그의 진짜 아들이 누군인 줄 알게 되었을 때라고 생각되었다. 모든 진실을 알게되어 자기 자신의 욕망 때문에 자기 아들을 죽이려 했다는 그 충격적 진실 앞에 무너지고 참회할 장태하를 자연스레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은중이, 하명근 형사가 유괴한 아이가, 진짜 장은중이었음을, 그리고 그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려 했음을 알고 나서도 장태하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는 참회하기는 커녕, 자신의 핏줄을 속였다는 분노, 자신의 핏줄을 빼았겼다는 결핍감으로 인해 더더욱 극악무도한 욕망의 화신으로 변해간다. 아내의 남편이자, 은인이던 장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 재산을 빼돌린 부도덕한 인간을, 죽어가는 아이가 있는 건물 무더기를 불도저로 밀어버린 파렴치범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건물의 부실을 알리는 직원을 죽인 살인자를 너무 만만하게 보았었던 거 같다. 
마치 인지상정으로 전직 대통령인데 설마 추징금을 띵겨 먹겠어? 하는 상식의 선에서 기대를 하던 국민들이 아들들을 법정에 세우려는 극한의 수순을 밟아야, 겨우 땅뙈기를 내놓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수법을 써야만 했듯이, 부도덕한 아버지들에게, 인간적인 참회와 반성이란 개나 물어갈 이야기였던 듯하다. 
결국 그런 장태하의 반성없는 폭주하는 기관차같은 욕망은, 그의 친아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뻔 하더니, 이제 겨우 찾은 친아들로 하여금, 자신을 길러준 유괴범에게 총구를 들이밀게 만든다. 친아버지가 길러 준 아버지를 없애는 불상사를 대신하기 위해, 아들이 미리 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꼴이다. 결국 범죄의 아비가, 아들을 다시 범죄로 몰아넣는다. 

하은중이 장은중임이 밝혀진 이후, 날뛰는 장태하와, 모든 처벌을 달게 감수하려는 하명근이라는 두 아버지의 다른 선택 사이로, 또 다른 삶을 선택하는 두 아들의 모습이 대비된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일들은 대를 이어 되풀이 되는 것이다.
비록 유괴범이었지만, 자신의 아들을 죽인 장태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아들을 유괴하고, 윤화영이 가짜 장은중을 내세운 바람에 장은중을 돌려주지 못한 하명근은, 이제는 하은중이 되어버린 장은중이 '아버지'라고 부를 때마다 몸서리를 치면서도, 그를 결국 자신의 아들로 품어내는 인고의 과정을 겪어 냈다. 그래서, 이제 장은중으로 돌아가겠다는 하은중은 여전히 의협심이 강한 형사 그대로이다. 
반면, 진짜 장은중이 돌아오는 바람에 하루 아침에, 부모도, 집도, 직업도 잃어버리게 된 장은중은, 그의 작은 어머니의 마음 속 소리를 그대로 뇌되인다. 어느 누가 감히 태하 그룹의 그 거대한 재산을 포기하겠냐고. 장태하가 아들 바보라며 키워낸 아들은 어느새 장태하처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려 드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장은중이 된 하은중에 의해 구해져 하명근의 집에 누워, 하명근이 떠주는 죽을 먹으며 흘린 윤화영의 눈물에서 유괴는 정말 용서받을 수 없는 나쁜 일임에도, 유괴범의 아들로 자라나 다행히도 엄마를 구할 수 있는 아들이 된 하은중이 떠올라 보는 사람의 눈시울마저 시큰거린다. 그 시간 엄마가 숨어있는 곳을 아버지에게 알리며 자신의 생사를 딜하는 가짜 장은중과 달리 말이다. 

(사진; 한국 경제)

<스캔들>은 선정적인 제목, 불량스러운 부제와 달리, 10시 드라마로는 근자에 보기 드물게, 막장의 요소도, 연기의 부조화도 없는, 게다가 우리 시대를 상징적으로 설명해내고, 고민하게 만드는 명작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막장의 향연이라고 불리웠던 전작에 비해서도 시청률이 낮고, 같은 날 말도 안되는 스토리라 비난받고 있는 같은 방송국의 9시 드라마보다도 시청률이 낮다. 말이 되지 않건, 멀쩡하던 연기자들을 단칼에 쳐내도, 자극적 스토리만 있으면 관심을 끌 수 있는게 역시나 시청률의 정답인 듯하다. 그저 부디 이런 좋은 작품의 뒤에 시청률의 욕심에 다시 막장으로 회귀하지나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한편에선, 우리 시대의 진실을 부도덕한 방식이지만 충격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스캔들>이 이나마 선전하는 게 어딘가 싶다. 비록 주말 시청률 1위는 아니더라도, 동시간대 1위를 고수하며, 쭈욱 자신이 하고픈 바를 마지막 까지 통쾌하게 풀어내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3. 9. 16. 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