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여행을 가고, 아빠가 홀로 아이를 돌보고, 그리고 그저 누군가가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엿보고, 육아 예능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이루어지는가 싶더니, 그게 아니었나 보다, 거기서 한 술 더 나아가, 육아가 '환금성'을 가진 예능이 수단이 되어 나타났다. tvn의 새로운 예능 <컴온 베이비>이다. 


<컴 온 베이비>는 아예 프로그램의 소개에 대놓고 자신의 '속된' 목적을 분명하게 명기한다. '내 아이의 마음을 읽어 대학 전액 학자금을 획득하라'고. 방법은 간단하다. '내 아이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7월 14일 방영된 첫 회, 첫번 째 라운드, 아이가 들어간 게임 방에서, 아이에게는 놀이처럼 미션이 주어진다. 먹고 싶은 욕구를 참고 과자 쌓기, 엄마의 부탁으로 들고 있는 공을 60초 동안 놓치지 않기, 발레복을 입은 아빠를 따라 턴하기, 동생에게 방울토마토 나누어 주기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놀이처럼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스튜디오에서는 피말리는 '딜'이 이루어 진다. 아이와 함께 놀이방에 들어간 부모 중 한 사람을 제외한 또 다른 부모 중 한 사람이 스튜디오에 남아, 과연 자신의 아이가, 주어진 미션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가 판단하는 것이다. 스튜디오에 들어간 부모는 무조건 미션을 많이, 혹은 잘 수행하려 하지만, 스튜디오 밖에 남은 또 한 사람의 부모는 평소 자신이 본 아이의 모습에 대한 판단으로 적절한 수준의 결과를 예측한다. 
이 미션이 '피 말리는' 이유는 바로 이 첫 번째 미션의 단계에 놀이 동산 1년 이용권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잘 이해한다는 취지 하에,자신이 선택했던 결과에 아이들이 근접하는가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거기서 '희비'의 촛점은 말로는 내가 내 아이를 잘 이해했는가 아닌가라고 하지만, 아이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잘해도 안절부절하듯이, 온전히 부모의 의중에 올곧이 들어있는 건, 내 아이라기 보다는 '놀이동산 연간 회원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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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는 약과다. 놀이동산 연간 회원권의 '득템'과 상관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2단계는, 한 술 더 뜬다. 아이가 어떤 사물을 보고 전해주는 것만 듣고, 그 사물을 알아 맞히기이다. 역시나 취지는 평소 얼마나 내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이지만, 그 취지의 결과는 '대학 전액 장학금' 탈취를 위한 3라운드 진출이다. 
노홍철의 표현처럼,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정도, 혹은 그 이상의 긴장감이 흐르는 스튜디오에서, 부모들은, 거침없이 대학 전액 장학금을 향한 욕망을 분출한다. 아이의 반응이 채 드러나기도 전에 선수를 치는가 하면, 부부간의 역학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옆의 부모가 했던 놓쳤던 오답을 자신의 답으로 채가는 무례 정도는 애교다. 남편의 독단으로 놓친 장학금 쟁탈의 기회에 아내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거침없이 '밥은 없다'는 선포가 이루어진다. 그런 노골적인 가족의 속내가 드러난, 2라운드를 지나고, 결국 승자는 둘러싸인 돼지를 깨서, 몇 학긴가의 장학금을 쟁취해 간다. 단지 내 아이의 말을 눈치껏 잘 때려 맞추고, 대학 입시를 미리 준비하기라도 하듯, 눈치 작전을 잘 한 결과, 승자가 된 부모는 몇 천 만원을 손에 쥔다. 로또도 이런 로또가 없다. 

스스로 동네 방네 '욕망 아줌마'라며 좀 더 많은 '돈'을 향한 자신의 욕심을 숨기지 않는 mc 박지윤의 모습은 고스란히, 출연한 부모들의 모습으로 전이된다. 
아이가 자라서 대학을 갈 때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 질 지도 모르면서, 유치원도 가기 전에 영어를 시키고, 대학 수능을 대비하는 현재 우리 사회 부모들의 모습은, 이제 갓 유치원에 갔을 정도의 아이들을 데리고, '대학 전액 장학금' 도전의 기회에 도전하게 만든다.
놀이동산 연간 회원권이라는 횡재와, 대학 전액 장학금이라는 대박의 기회에, 부모들은 거침없이 달려든다. 말로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부부사이의 금술을 자랑하지만, 말이 <컴온 베이비>지 아이를 놓고 '돈'과 딜을 하는 현대 사회 부모의 욕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거기엔 육아의 철학도, 아이의 이해도 무색하게, 결국은 '돈'으로 판가름나는 우리 사회 육아의 현실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어쩌랴. 부모들은 말한다. 아이들이 학자금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하는 불행없이 순조롭게 대학을 마치게 하고 싶다고, 십년 후며 오십대 기약할 수 없는 그 시절을 위해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로는 대학 등록금이 부담없어지는 그 상황을 바라지만, 부모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런 세상이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솔직하게, 이런 '횡재수'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컴온 베이비>가 슬픈 이유는, 가장 속물적인 이 예능이, 가장 현실적인 육아의 현실을 드러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을 속되다 지적하고 싶지만, 유치원도 가기 전부터, 아니 태어나는 순간부터, 엄청난 비용을 치뤄야 하는 우리나라 육아의 현실에서, 부모의 '속물 근성'은 불가피한 자존의 방패인 듯싶기 때문이다. 가장 아름다운 육아과정을 그리면서, ppl로 범벅된 '물신의 세상을 보여주는 연예인들의 육아 예능보다, 까놓고 애키우는데 돈이 필요하니, 우리는 그걸 외면할 수 없다는 <컴온 베이비>가 솔직한 지도 모르겠다. 


by meditator 2014. 7. 1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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