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의 <시크릿 가든>으로 신드롬을 만들었던 현빈, 그의 제대 후 복귀작이었던 <하이드 지킬 나>. 하지만 현빈의 출연이라는 화제성이 무색하게 1위는 커녕 같은 소재를 다루었던 동시간대 <킬미힐미>는 물론, 평균 시청률 4.3%(코리아 닐슨 기준)이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그간 수목드라마의 아성을 지켜오던 sbs에 패배를 안겨 주었다. 조용히 종용한 <하이드 지킬 나>의 바톤을 이어받은 것은 <하이드 지킬 나>의 여주인공 한지민과 함께 작품을 했던 이희명 작가와 박유천의 <냄새를 보는 소녀>. 몇 년이 지났음에도 그 300년의 시공간을 달리하는 운명적 엔딩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옥탑방 왕세자>의 전설을 이어갈 수 있을까? 


2012년 방영 당시 <더 킹 투 하츠>, <적도의 남자>등과 함께 이름 그대로 수목 드라마 대전의 한 축을 이뤘던 <옥탑방 왕세자>, 9.7%(코리아 닐슨 기준)동시간대 꼴지로 시작하여, 14.8% 마지막 회 동시간대 1위로 수목 드라마 대전의 승리자가 된 <옥탑방 왕세자>, 하지만 당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수목 드라마들과 달리, 이미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승기를 잡은 가운데, <앵그리 맘> 역시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한 <하이드 지킬 나>의 후발 주자인 <냄새를 보는 소녀>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이 봄에 걸맞는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 <냄새를 보는 소녀>의 합류로, 다양한 장르, 다양한 내용을 선사하는 수목 드라마의 선택에 즐거움을 더한다. 이런 진수성찬과도 같은 수목 드라마, 하지만 살펴보면 그 속에 서로 얽히고 섥힌 인연들이 짚어진다. 새로운 수목 드라마 대전에 앞서 그 숨겨진 인연, 혹은 악연을 살펴보고자 한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앞서도 말했다시피 새로이 기대되는 수목 드라마 대전에서 이미 승기를 잡고 있는 쪽은 kbs2의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다. 채시라, 김혜자, 장미희 등 중견 연기자들의 호연을 힘입어, 주부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이 드라마는 10%를 넘기 힘든 최근 시청률 환경에서 12.9%의 선전을 보이며 일찌감치 기선을 제압하고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김인영 작가는  2012년 <적도의 남자>를 썼고, 이 <적도의 남자>는 이희명 작가와 박유천이 출연한 <옥탑방 왕세장>와 동시간대 경쟁했었다. 12회 자체 최고 시청률 15%를 갱신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적도의 남자>는 하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회 14.1%라는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1위의 자리는 <옥탑방 왕세자>에게 넘겨 주고 말았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더 킹 투 하츠>와 함께 그 어떤 시절보다 풍성한 선택의 기쁨과 갈등을 안겨주었던 시간이었지만, 화제에도 불구하고 유종의 미를 <옥탑방 왕세자>에게 넘겨주었던 김인영 작가에게는 씁쓸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 이후, mbc에서 방영되었던 <남자가 사랑할 때> 역시 용두사미의 평가를 받았던 김인영 작가는 칼을 간듯 채시라, 김혜자 등 출중한 중견 연기자들의 출연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킨 <착하지 않은 여자들>로 현재 동시간대 1위는 물론, 중년 시청자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고 있다. 

과연 이렇게 안정적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김인영 작가의 <착하지 않은 여자들>과의 경쟁에서 <옥탑방 왕세자>의 콤비 이희명, 박유천이 다시 한번 2012년의 성취를 이루어 낼 수 있을런지, 그것이 수목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 첫 번째이다. 김인영 작가가 <적도의 남자>에서 미스터리 스릴러를 선보였던데 비해, 이번에는 미스터리의 요소도 가미했지만 가족극의 형태를 띤 <착하지 않은 여자들>로 돌아온 데 비해, 이희명 작가는 역시나 기업물 <야왕>을 통한 외도를 끝내고, 그의 장기인 스릴러를 가미한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300년전 조선에서 현대로 온 왕세자를 톡특한 말투와 절묘한 연기로 코믹하면서도 애절하게 그려냈던 박유천은 이번에는 동생을 잃고 감각을 잃은 무감각한 경찰로 변신했다. 박유천의 연기 변신과, 두 작가의 장르적 대결, 시청자들의 선택의 결과가 궁금하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착하지 않은 여자들>과 <냄새를 보는 소녀>가 2012년의 수목 드라마 대전에서 대결의 주인공이었다면, 이제 4회를 선보인 <앵그리 맘>의 여주인공 김희선과 <냄새를 보는 소녀> 이희명 작가의 인연 또한 만만치 않다. 

김희선은 20대 시절 90년대 대표적인 청춘 스타로, 그렇게 스타로 자리매김한 대표적인 작품에 바로 이희명 작가의 <미스터 Q(1998)>와 <토마토(1999)> 등이 있다. 김희선은 <토마토>를 시작으로 <미스터 Q>, <팝콘(2000)>, <요조숙녀(2003)>까지 남자 배우만 김민종, 김석훈, 송승헌, 고수로 바꾸며 이희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 전성기를 구가했었다. 이희명 작가 역시 김희선을 여주인공으로 한 갖가지 버전의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로코의 킹으로 군림해 왔다. 그러던 두 사람이 12년만에 동시간대 경쟁작으로 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불량 가족> 이후 개인적 사정으로 작품 활동을 쉬었던 이희명 작가는 <옥탑방 왕세자>를 통해 로코 킹의 저력을 다시 한번 선보였고, <야왕>으로 외도를 끝내고 다시 이 봄 로맨틱 코미디 <냄새를 보는 소녀>로 돌아왔다. 반면 <요조숙녀>이후 12년만에 돌아온 김희선은 이제 한 여고생의 엄마가 되었다. 미모는 고등학생으로 변신을 해도  동급생은 물론 선생님조차 절대 의심을 하지 않을 여전하지만 10여년의 세월은 로코 퀸의 그녀에게 거친 사투리와,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는 사명감 하나로 고등학생이 되어 학교로 찾아간 엄마의 역을 맡긴다. 장르도 거칠다. 학원물이지만, 그 학원의 그림자는 짙다. 학생은 교사와의 관계에서 임신을 하고, 폭력이 일상사가 되는 비리의 온상이다. 그 비리의 온상인 학교에 오로지 내 아이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한때 일짱이었던 엄마 조강자(김희선 분)이 학교 폭력으로 다친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돌진한다. 노골적으로 학교 폭력과 비리를 둘러싼 사회 고발 드라마인 <앵그리 맘>의 시청률은 선발 주자인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밀려 8.7%로 저조하지만 매회 종영 후 검색어 순위에 오르듯, 그 이야기의 여파는 만만치 않다. 물론 80%의 로매틱 코미디에 20%의 스릴러의 지분을 지닌 <냄새를 보는 소녀>의 숨겨진 사연도 만만치 않다. 무감각한 경찰과, 초감각인 여자의 숨겨진 사연도 깊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원수이건(<착하지 않은 여자들>과 <냄새를 보는 소녀>), 어제의 동지가 원수가 되어 만났건, (<앵그리 맘>과 <냄새를 보는 소녀>) 그저 시청자들은 행복할 뿐이다. 2012년 김인영 작가와 이희명 작가가 충돌했던 그 수목 드라마 대전, 마지막에 웃은 건 <옥탑방 왕세자>이지만, <적도의 남자> 평균 시청률이  12 %를 상회했고, 또 하나의 경쟁작 <더킹 투 하츠> 역시 12%를 상회하는 시청률을 보였듯이 풍성한 드라마의 진수성찬이었다. 이제 새로이 시작하는 <냄새를 보는 소녀>의 합류로, 마지막에 누가 웃던, 혹은 매회 누가 일희일비하던, 시청자들은 학원물에서부터 가족극, 그리고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까지 풍성한 이 봄의 풍성한 드라마의 식탁에 행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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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4.01 11:32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두 편의 수목 드라마가 상승세에 있다. 우선 수목 드라마의 고지를 선점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13.7%(닐슨 전국)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앵그리 맘>도 만만치 않다. 단 2회만에 9.9%의 상승세를 보이며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추격하고 있다. 몇 달 전 아저씨들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내 생애 봄날>이나, <아이언맨> 등이 작품성에 대한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는 것과 대별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이 그저 아줌마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만이 특징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이들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모두 전투적이다. 주인공들 각자는 자신들이 취한 대상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벌이고, 일생일대의 사생결단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tv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은 이런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이 전투적 아줌마들인 것이다. 



뒤늦은 인정 투쟁, <착하지 않은 여자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둘째 딸 현숙(채시라 분)은 호감과 비호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한 캐릭터이다. 언니 현정(도지원 분)의 말대로 어릴 때부터 사고치고 스무 살에 애낳고, 이제 중년에 들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해 엄마 집까지 날릴 처지에 놓인, 거기에 남편이랑 이혼까지 하겠나고 나선 현숙은 한편으론 공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론 레이프 가릿을 좋아하던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대책없음에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런 감정은 현숙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항상 엇물리고마는 자신의 인생을 지금이라도 다시 되짚어 보고자 한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평생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되물리기 위해 이혼을 하겠다는 것이요, 처음 자신의 삶이 뒤틀리기 시작했던 고등학교 시절, 인생을 엇나가게 만들었던 나말년 선생에게 사과를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몇 십년 전의 선생의 폄하를 두고 나이가 지긋한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과를 받겠다고 나선 현숙의 결심은 어찌보면 되물릴 수 없는 시간을 거스르는 우스꽝스런 행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숙이 되돌리고자 하는 것은 자신에게 가해진 선생님의 비상식적인 수모가 아니다. 그렇게 한 교실을 지배하는 절대 권력이었던 선생님에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버린 자신을, 그래서 마음대로 질주해 버렸던 뒤죽박죽인 인생을 그때로 다시 돌아가 '자존'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고등학교 시절, 이제 막 자아가 싹트던 현숙의 싹을 짓밟아 버린 나말년 선생의 사과는 중요하다. 뒤늦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인정' 투쟁이다. 그것은 정구민(박혁권 분)의 아내로, 정마리(이하나 분)의 엄마로만 살아왔던 인생에서, 김현숙 자신으로 비로소 살아보겠다는 인생의 선언이다. 여전히 충동적이고, 대책없는 현숙의 삶이 공감을 얻는 것은, 누군가의 아내로, 혹은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아보고픈 중년의 심정을 고스란히 대변하기 때문이다. 

현숙만이 아니다. 현숙의 언니 현정은 현숙과는 또 다른 현실의 인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현숙이 과거 자신을 놓쳐버린 시점으로 돌아가 자신의 자아를 되찾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면, 현정은 '아나운서'로서의 자존을 놓치지 않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아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생이 말썽을 피워 힘든 엄마의 착한 딸 노릇을 하기 위해 한 눈 팔지 않고 공부해서 얻은, 그리고 중년이 되도록 결혼도 하지 못한 채 진력을 다해 왔던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버티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남들이 다하지 않는 12시 뉴스나, 맡을 사람이 없어 대신하는 시그널 녹음만이 그녀의 몫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눈물을 삼키며, 가는 세월을 향해 버티는 그녀의 싸움은 버겁기만 하다.

공교롭게도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엄마 세대 세 사람이 벌이는 싸움의 대상은 과거다. 좋은 할아버지를 만나 재혼을 하시라는 장모란(장미희 분)의 말에 새삼 분노하는 강순옥(김혜자 분)가 여전히 싸우고 있는 것은 남편의 그늘이요, 마리의 엄마이기 보다는 김현숙이 되고 싶은 현숙이 싸우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짓밟은 선생님이요, 나이들어 밀려버린 현정이 싸우는 것은 세월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과거는 한편에서 여전히 우리 사회 여자들이 싸우고 있는 현재이기도 하다. 잘 나가는 요리 선생이 되어서도 벗어날 수 없는 가부장제의 그늘이요,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물신화된 세상이요, 나이와 미모를 중심으로 편애하는 여성 비하의 현실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할머니가, 혹은 엄마가, 그리고 사회의 중진이 되어서도 벗어나기 힘든, 여전히 우리 사회 여성들을 짓누르고 있는 현실에 대항하여 '인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엄마를 넘어선 사회적 모성의 싸움, <앵그리 맘>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사회적으로 규정된 엄마, 할머니, 혹은 직업적 규정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을 싸우기 위한 싸움을 벌인다면, <앵그리 맘>의 조강자(김희선 분)는 엄마로써의 본연에 충실한다. 하지만, 그 엄마로서의 본연에 천착한 그 모습이 오히려 그녀에게 싸움의 무기가 된다. 

학교 폭력에 희생된 딸을 대신하여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로 간 조강자의 방식은 '눈에는,에는 이' 식이다. 성희롱을 일삼는 선생을 혼내주고, 딸을 괴롭히던 여학생을 제압하고, 일진에게 한 방을 먹이는 식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즉자적' 대응 방식은 이미 1회에서 보여지듯이, 불의과 폭력이 횡행하는 세상에서, 힘이 없으면 눈 뜨고 내 자식 잃는 것이 여사인 세상에서 묘한 쾌감과 환타지를 선사한다. 그저 자기 자식을 보호하고자 하는 모성의 발로가, 뜻밖에도 그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하는 학교 폭력과 부정에 대한 징벌이 되는 것이다. 

이런 조강자의 맹목적, 하지만 정의로운 모성에서  일찌기 독재 정권의 희생양이 된 자기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던 <민주화 가족 실천 협의회> 어머님들에서 부터, 그리고 이제 세월호 사건 1년 동안 진실 규명을 위해 거리를 누비고, 팽목항에서 부터 서울 광화문까지 도보 행렬을 멈추지 않았던 사회적 모성의 맹아를 찾을 수 있다. 엄마로서, 더 큰 엄마가 되어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인정 투쟁'이든, 자기 자식을 구하러 두 손 걷어 부치고 나선 엄마든, <착하지 않은 여자들>과 <앵그리 맘>의 중년 여성들은 더 이상 자신을 겁박하는 현실에 주저앉아 울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자신의 현실을 통찰하고, 그 현실 속에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억압하는 대상을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한다. 사실 이런 전투적 여성상은 공교롭게도 아침 드라마나 주말 드라마에서 이미 변주되고 있는 여성상과도 일맥 상통한다. 아침 드라마 혹은 주말 드라마에서 자신의 삶을 질곡으로 만든 남편 혹은 시댁을 향해 즉자적으로 겨누어 졌던 복수의 칼날은, 이제 조금 더 예리하고 통찰력있게 벼려지어, 자신의 삶을, 혹은 자기 자식의 삶을 뒤틀리게 하는 억압적 구조에 대한, 삶의 프레임에 대한 싸움으로 진화된다. 그러고 보면, 이제 여성들은 아침드라마에서 부터, 주말 드라마를 거쳐, 주중 미니시리즈까지 싸움을 확전시켜 왔다. 전사로서의 여성상의 완성이다. 그리고 이는, 더 이상은 참고 살지 않는 엄마, 자신을 실현하기 위해 꺼리낌없어야 하는 이 시대 여성상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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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3.20 10:27

김혜자, 채시라, 도지원 등 출연진의 면모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 방영 2주만에 일곱 개의 인격의 변주에 충격적 과거사까지 밝혀진 <킬미 힐미>의 시청률을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넘었다.(목요일 기준 닐슨 전국 기준, <킬미 힐미> 9.8%, <착하지 않은 여자들>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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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하지 않은 여자들
ⓒ kbs2



주타깃층 공략에 성공한 <착하지 않은 여자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주인공들의 면면에서 부터 알 수 있듯이 tv 리모컨의 향배를 쥔 이른바 '아줌마'층을 노골적으로 공략한 드라마이다. 
주인공 김현숙(채시라 분) 도박장까지 넘나드는 독특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부터 되는 일이 없으며 지금도 역시나 되는 일이 없다'며 억울해하는 전형적인 아줌마들의 억눌린 정서를 대변하는 말을 종종 내뱉음으로써 이 드라마가 특정인 김현숙이 아니라, 아줌마들 공통의 정서에 기반한 드라마임을 노골적으로 강조한다. 심지어, 과거에 되는 일이 없었던 사연으로는 독특하게도 입시 지옥 속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영혼이어서 선생님에게 눈밖에 나는 바람에 학교 밖으로 내처지게 된 공감의 역사를 도입한다.
그런가하면 늘 잘난 언니가 되어 못난 동생의 열등감의 대상이었던 김현정(도지원 분)은 여자들의 공공의 적, '나이'앞에 장사가 없음을 대번에 증명함으로써 또 다른 공감 코드를 획득한다. 
뿐만 아니라, 채시라의 엄마 역인 김혜자가 극중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로 과거 그녀의 남편을 빼앗은 장모란(장미희 분)을 등장시킴으로써 이른바 '조강지처'의 고뇌와 한을 극중 갈등의 축으로 끌어 들인다. 
물론 극중 채시라의 딸 정마리 역에 이하나가 등장하여 송재림, 김지석 등과 삼각관계를 펼칠 예정이지만, 실제 극중 정마리의 분량도 아직은 미미할 뿐더러, 방송작가로 엄마의 과거를 추적하는 일을 맡음으로써 주인공 채시라의 사연을 채워주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세대별 연령별로 아줌마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로 꼭꼭 채워넣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채시라, 김혜자, 도지원 등의 호연에 힘입어, 거기에 김인영 작가의 내공있는 '스릴러' 방식의 스토리까지 곁들여져 단 2주 만에 화제의 드라마 <킬미힐미>을 제압한다. 

<킬미힐미>는 '차도현입니다'라는 대사가 복선이었음을, 승진가의 숨겨진 비밀을 통해 드러낸다. 결국 차도현과 오리진은 승진가의 비극 속 희생자로 만나야 할 운명이었음을, 만나서 그들의 억눌린 트라우마를 함께 풀어야 할 '동지'였음을 절정의 <킬미 힐미>는 밝혀낸다. 하지만 여전히 7개의 인격이 난무하는 드라마는 흥미진진하면서도 때로는 기괴하게 느껴지는 낯설음을 극복하기 힘든 면이 있다. 과거의 트라우마에 기인한 두 주인공의 고통은 분명 그들이 함께 눈물을 흘릴 때마다 거기에 공감하는 누군가는 그로 인해 함께 치유받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또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진전이 없이 과거에 얽매여 '내내 징징 짠다'는 지겨움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시작부터 도박판을 전전하다 홀홀 단신 야반 도주에서 부터 검찰 난동에, 과거 선생님과 동창 들 앞에서 '무릎을 끓라'며 도발하는 여주인공의 다이내믹한 활약에 비하면 <킬미 힐미>가 동심원을 그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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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하지 않은 여자들
ⓒ kbs2



선전이라기보다는 세대별 tv시청 양극화 현상
하지만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 선전이 단지 작품의 재미나, 우월함으로 설명되기 힘든 면이 있다. 젊은 층들이 즐겨 보는 '티빙' 등의 경우에는 실시간 점유율이 <킬미 힐미>가 40%가 넘는 반면,<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10%도 되지 않는다던가, vod 역시 압도적으로 <킬미 힐미>가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심지어 <하이드, 지킬 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점에 이르면,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재미가 더 있다기 보다, 마치 <국제 시장> 처럼 과거 정서에 기반한 tv타깃층 공략에 성공한 것이라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특히,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영화<세시봉>처럼,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끊임없이 과거 김현숙의 사연을 설명하기 위해, 김현숙이 고등학생이던 시절, 여고생들이 열광했던 레이프 가릿 열풍을 재연한다. 억압적 입시 지옥에 시달리던 김현숙에게 유일한 위안은 레이프 가릿을 흠모하며 그를 좋아했던 것이다. 마치 요즘 청소년들이 아이돌을 좋아하듯 아이돌 스타가 없던 그 시절 김현숙은 레이프 가릿을 통해 자신의 열정을 불사른다. 

하지만 여기서 맹점이 드러난다. 극중 중년이 된 김현숙이 자신의 지금까지의 일생에서 '젊음의 절정'을 레이프 가릿 공연 무대에 불려나가 그의 세레나데를 들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그 시절 레이프 가릿 등이 아이돌 스타를 갈구하던 여고생들의 로망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레이프 가릿의 내한 공연은 상당한 가격으로 일반적 여고생들이 김현숙처럼 그렇게 쉽게 접근할 공연이 아니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는 있었지만 막상 그 공연을 간 사람들은 그래도 부유한 층에 속하는 아이들 중 일부에 국한된 일이었다. 요즘 아이돌 공연 가듯이 그렇게 쉽게 레이프 가릿 공연에 접근할 수 있었던 시절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치 <세시봉>이 이제 와 사는 게 넉넉해져서 그 시절 세시봉을 추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세시봉 공연을 갈 수 있게 되었지만 정작 젊은 시절에는 사느라 팍팍해져서 세시봉 근처에는 가볼 엄두도 나지 못했던 세대에게 <세시봉>을 그 시절 대표적 문화로 설명하려 하듯, <착하지 않은 여자들> 역시 레이프 가릿을 통해 김현숙의 고등학교 시절을 보편화시키는 일반화의 맹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레이프 가릿 열풍을 통한 당시 세대 문화를 일반화시키려 하듯이 말끝마다 '일찌기 어린 시절부터 되는 일이 없고, 지금도 되는 일이 없다'는 아줌마 일반의 공감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김현숙의 푸념 역시 마찬가지로 일반화의 우려를 지닌다. 하지만, <킬미 힐미>를 보자니 난해하고, <하이드, 지킬 나>를 보자니 재미가 없었던 아줌마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심지어,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는, 미워했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사랑하는 남편의 존재라던가, 사십 평생 노처년 앞에 등장할 재벌 급의 출판사 사장 등은 이리저리 꼬아놨음에도 여전히 순애보적 환타지에 충실한 행보를 보일 것임을 예고한다. 

오히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역전으로 우려가 되는 것은 시청률표에서 보여지듯이, 중장년 층에 시선을 빼앗긴 공중파 tv 프로그램의 노후화이다. 시청률표의 상위 순위는 대다수 중장년층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들로 채워진다. 심지어 수요일 kbs1의 <생로병사>를 보던 사람들은 목요일이 되자 <착하지 않은 여자들>로 이동하듯이, 건강과, 그들이 공감하는 스토리로 리모컨은 옮겨다닌다. 반면, 젊은 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티빙' 등의 인기 프로그램은, 공중파의 시청률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드러낸다. 공중파 프로그램 시청률 표에서는 보이지 않는 케이블과 jtbc의 프로그램들이 대거 몰려있다. 그 나마 그 중에서 구색을 맞춘 것이 <킬미힐미> 정도이다. 그런 면에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선전은 '선전'이라 보기 민망한 지점이 있다. 오히려 양극화된 tv 시청 문화가 다시 한번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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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3.0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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