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블러드> 후속으로 kbs2 밤 10시에 <후아유 학교 2015>가 첫 선을 보였다. 광고가 끝나고 시작된 첫 장면, 강소영(조수향 분)이 친구에게 눈을 가려진 채 학교 건물 뒤로 온다. 건물 뒤에서 소영을 기다리는 건, 이유비(김소현 분)의 팔을 잡고 있던 또 다른 친구들. 소영이 오자, 소영과 함께 온 친구들은 '해피버스데이 투유~'하면서  '생일 축하 송'을 불러주고, 생일 축하 케잌이라도 되는 양 이유비의 머리 위에 달걀을 깨뜨리고, 밀가루를 끼얹고, 거기에 까나리까지 붓는다. 잠시 정적, 그런 모양새를 본 소영이 박수를 치며 좋아라 하고, 친구들은 그런 소영의 반응에 더 신이 난다. 오로지 머리에 달걀과 밀가루와, 까나리가 범벅이 된 이유비만이 무릎이 끓린 채 눈물을 흘리며 주먹을 움켜쥔다. 




'학교 폭력'과 '왕따'로 규정된 학교 
'왜 이래'라는 말 몇 마디 외에는 별 다른 반항을 하지도 못하는 이유비의 모습에서 이런 '학교 폭력'이 상시화되었음을 <후아유 학교 2015>는 보여준다. 또한 씻어도 까나리 액젓 냄새를 지우지 못한 이유비에게 짝궁이 저리 가라며 면박을 주고, 자신에게 말을 해야 도와줄 수 있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이유비가 '별 일 없다'고 애써 돌아서는 모습은 주변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실제 별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방관자의 역할을 하는 또 다른 학교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이제 시청자들은 그런 <후아유 학교 2015>의 장면이 낯설지 않다. 이미 이제 12회까지 달려온 <앵그리 맘>의 첫 회부터 역시나 적나라하게 등장했던 학교 폭력이기 때문이다. 아니, 거슬러 올라가 2013년 16부작으로 방영되었던 <여왕의 교실>을 통해 '학교 폭력'의 모든 것은 적나라하게 설명된 바 있다. 그 이후 방영된 드라마 속 '학교 폭력'은 <여왕의 교실>의 또 다른 버전으로 버전만 바뀔 뿐이다. 그래서, 그런 익숙해진 학교 폭력의 고민을 드라마들은 보다 시청자에게 충격파를 줄 강력한 사건으로 그려내고자 한다. 

여성과 남성, 성별의 구분없이 때리고 두들겨 맞는 것쯤이야 이젠 여사가 되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는 억울한 상황이 등장한다. <후아유 학교 2015>에서 이유비가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된 이유는 가해자인 강소영의 자작극이다. 그 대상이 이유비가 된 것은 첫 회에서 설명하다시피 보육원 13년차의 보호자 없는 만만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딱히 '왕따'를 시킬만한 이유도 없이 드라마 속 왕따는 얼굴 이쁘고 착한 여주인공을 왕따 시킨다. 하지만 그런 '만만한 착한 아이'에게 아이의 편은 없다. <후아유 학교 2015>에서 학교는 가해자의 말을 믿어주고, <앵그림 맘>에서 친구를 보호하겠다고 나선 오아란(김유정 분)은 결국 학교 폭력의 희생자로 입원까지 하게 된다. <후아유>에서 강소영은 보복을 하지 못하게 이유비의 옷을 벗겨 동영상까지 남긴다. 각종 시사 다큐에서 등장했던 '학교 폭력'과 관련된 사건들이 고스란히 드라마 속 설정이 되어 돌아온다. 

하지만 학교를 다룬 드라마들은 단지 '왕따'와 '학교 폭력'이란 문제를 다루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 벌어져도 방관하거나, 심지어 조장하는 '학교'를 부조리의 근원지로 고발한다. 이제 첫 회를 선보인 <후아유 학교 2015>에서 등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또 다른 남자 주인공 태광(육성재 분)의 아버지 공재호(전노민 분)는 극중 중심이 되는 세광고의 이사장이다. 세광고가 생긴 이래 전무후무한 망나니 아들에 승부사적 기질이 있는 학교 이사장 아버지, 벌써 이 소개문구만 봐도, 이사장인 아버지의 승부사적 전횡이 그려진다. 거기에, 강남 한복판에 학군 좋은, 그래서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거센 학교라니! 
<앵그리 맘>의 오아란이 전학간 명성고 역시 강남 한 복판에 있는 집 자제들만 다닌다는 명문 사립 고등학교 이다. 심지어 <앵그리 맘>의 학교는 비리의 온상이자, 엄마 조강자가 자신의 아이를 지키고자 갔던 학교 폭력의 근원지이다. 그리고 그 사학의 비리는, 정관계와 밀접하게 유착되어, 우리의 녹록치 않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상징한다. 



거기에 '사학 비리'는 옵션
'강남', '부유한 집 아이들이 다니는', '사학' 그리고 부당한 성적 중심주의와 '비리'는 이제 커플처럼 짝을 이루어 등장한다. 부유한 집 아이들이 다니는 강남의 한 복판의 학교는, 비리로 얼룰진 사학재단이요,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각종 비리를 눈감거나 앞장서 저지르고, 학생들의 성적 올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각종 학교 폭력 등의 문제를 외면한다. 

물론 드라마니까 거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심을 잃지 않은 선생(<앵그리 맘> 박노아(지현우 분))이 등장하고, 그런 비리에 도전장을 내민 <앵그리 맘>의 오유란같은 학생이 등장한다. 

<앵그리 맘>에 이어 야심차게 <학교 2015>라고 돌아온 학교 시리즈 <후아유>에서 조차 학교란 곳을 '왕따'와 '학교 폭력'이 일상적이 된 곳, 하지만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곳, 그리고 심지어 학교 자체가 성적 중심주의에, 비리의 온상인 곳으로 그려나가고자 한다. 그리고 이것은 2015년의 대한민국 교육을 바라보는 시점이기도 하다. '왕따'와 '폭력'이 클리셰처럼 등장한다. 학교는 학생들을 성적 기계처럼 다루고, 자신들의 이익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것이 거짓이 아니다. 

하지만 <앵그리 맘>에 이어, <후아유>에 까지 고스란히 이어진 이 학교 클리셰가 한편에선 강도 센 자극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뻔해지기 시작한다. 그것이 우리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사회적으로 지적된 그런 문제 외에는 현실의 우리 학생들을 설명할 코드가 없는가 하는 아쉬움도 느껴진다. 마치 빨간색과 녹색의 보색으로 칠갑을 해놓은 그림처럼, 자극적으로 시선을 끌지만, 그 안에 숨겨진 무지개빛 또 다른 색채들이 아쉬운 느낌. 다른 색채가 이성간의 사랑으로만 채워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왕따'와 '폭력', 그리고 '사학 비리'로 점철된 이 비윤리적인 공간에 오늘도 우리의 아이들이 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설명하는 코드로, 이것들은 너무 단순하지 않은가하는 아쉬움이다. 부디 뻔한 클리셰로 시작된 <후아유>가 학교 생활의 실제를 잘 살려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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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4.28 11:35

김은숙 작가의 <시크릿 가든>으로 신드롬을 만들었던 현빈, 그의 제대 후 복귀작이었던 <하이드 지킬 나>. 하지만 현빈의 출연이라는 화제성이 무색하게 1위는 커녕 같은 소재를 다루었던 동시간대 <킬미힐미>는 물론, 평균 시청률 4.3%(코리아 닐슨 기준)이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그간 수목드라마의 아성을 지켜오던 sbs에 패배를 안겨 주었다. 조용히 종용한 <하이드 지킬 나>의 바톤을 이어받은 것은 <하이드 지킬 나>의 여주인공 한지민과 함께 작품을 했던 이희명 작가와 박유천의 <냄새를 보는 소녀>. 몇 년이 지났음에도 그 300년의 시공간을 달리하는 운명적 엔딩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옥탑방 왕세자>의 전설을 이어갈 수 있을까? 


2012년 방영 당시 <더 킹 투 하츠>, <적도의 남자>등과 함께 이름 그대로 수목 드라마 대전의 한 축을 이뤘던 <옥탑방 왕세자>, 9.7%(코리아 닐슨 기준)동시간대 꼴지로 시작하여, 14.8% 마지막 회 동시간대 1위로 수목 드라마 대전의 승리자가 된 <옥탑방 왕세자>, 하지만 당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수목 드라마들과 달리, 이미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승기를 잡은 가운데, <앵그리 맘> 역시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한 <하이드 지킬 나>의 후발 주자인 <냄새를 보는 소녀>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이 봄에 걸맞는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 <냄새를 보는 소녀>의 합류로, 다양한 장르, 다양한 내용을 선사하는 수목 드라마의 선택에 즐거움을 더한다. 이런 진수성찬과도 같은 수목 드라마, 하지만 살펴보면 그 속에 서로 얽히고 섥힌 인연들이 짚어진다. 새로운 수목 드라마 대전에 앞서 그 숨겨진 인연, 혹은 악연을 살펴보고자 한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앞서도 말했다시피 새로이 기대되는 수목 드라마 대전에서 이미 승기를 잡고 있는 쪽은 kbs2의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다. 채시라, 김혜자, 장미희 등 중견 연기자들의 호연을 힘입어, 주부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이 드라마는 10%를 넘기 힘든 최근 시청률 환경에서 12.9%의 선전을 보이며 일찌감치 기선을 제압하고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김인영 작가는  2012년 <적도의 남자>를 썼고, 이 <적도의 남자>는 이희명 작가와 박유천이 출연한 <옥탑방 왕세장>와 동시간대 경쟁했었다. 12회 자체 최고 시청률 15%를 갱신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적도의 남자>는 하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회 14.1%라는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1위의 자리는 <옥탑방 왕세자>에게 넘겨 주고 말았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더 킹 투 하츠>와 함께 그 어떤 시절보다 풍성한 선택의 기쁨과 갈등을 안겨주었던 시간이었지만, 화제에도 불구하고 유종의 미를 <옥탑방 왕세자>에게 넘겨주었던 김인영 작가에게는 씁쓸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 이후, mbc에서 방영되었던 <남자가 사랑할 때> 역시 용두사미의 평가를 받았던 김인영 작가는 칼을 간듯 채시라, 김혜자 등 출중한 중견 연기자들의 출연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킨 <착하지 않은 여자들>로 현재 동시간대 1위는 물론, 중년 시청자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고 있다. 

과연 이렇게 안정적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김인영 작가의 <착하지 않은 여자들>과의 경쟁에서 <옥탑방 왕세자>의 콤비 이희명, 박유천이 다시 한번 2012년의 성취를 이루어 낼 수 있을런지, 그것이 수목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 첫 번째이다. 김인영 작가가 <적도의 남자>에서 미스터리 스릴러를 선보였던데 비해, 이번에는 미스터리의 요소도 가미했지만 가족극의 형태를 띤 <착하지 않은 여자들>로 돌아온 데 비해, 이희명 작가는 역시나 기업물 <야왕>을 통한 외도를 끝내고, 그의 장기인 스릴러를 가미한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300년전 조선에서 현대로 온 왕세자를 톡특한 말투와 절묘한 연기로 코믹하면서도 애절하게 그려냈던 박유천은 이번에는 동생을 잃고 감각을 잃은 무감각한 경찰로 변신했다. 박유천의 연기 변신과, 두 작가의 장르적 대결, 시청자들의 선택의 결과가 궁금하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착하지 않은 여자들>과 <냄새를 보는 소녀>가 2012년의 수목 드라마 대전에서 대결의 주인공이었다면, 이제 4회를 선보인 <앵그리 맘>의 여주인공 김희선과 <냄새를 보는 소녀> 이희명 작가의 인연 또한 만만치 않다. 

김희선은 20대 시절 90년대 대표적인 청춘 스타로, 그렇게 스타로 자리매김한 대표적인 작품에 바로 이희명 작가의 <미스터 Q(1998)>와 <토마토(1999)> 등이 있다. 김희선은 <토마토>를 시작으로 <미스터 Q>, <팝콘(2000)>, <요조숙녀(2003)>까지 남자 배우만 김민종, 김석훈, 송승헌, 고수로 바꾸며 이희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 전성기를 구가했었다. 이희명 작가 역시 김희선을 여주인공으로 한 갖가지 버전의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로코의 킹으로 군림해 왔다. 그러던 두 사람이 12년만에 동시간대 경쟁작으로 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불량 가족> 이후 개인적 사정으로 작품 활동을 쉬었던 이희명 작가는 <옥탑방 왕세자>를 통해 로코 킹의 저력을 다시 한번 선보였고, <야왕>으로 외도를 끝내고 다시 이 봄 로맨틱 코미디 <냄새를 보는 소녀>로 돌아왔다. 반면 <요조숙녀>이후 12년만에 돌아온 김희선은 이제 한 여고생의 엄마가 되었다. 미모는 고등학생으로 변신을 해도  동급생은 물론 선생님조차 절대 의심을 하지 않을 여전하지만 10여년의 세월은 로코 퀸의 그녀에게 거친 사투리와,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는 사명감 하나로 고등학생이 되어 학교로 찾아간 엄마의 역을 맡긴다. 장르도 거칠다. 학원물이지만, 그 학원의 그림자는 짙다. 학생은 교사와의 관계에서 임신을 하고, 폭력이 일상사가 되는 비리의 온상이다. 그 비리의 온상인 학교에 오로지 내 아이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한때 일짱이었던 엄마 조강자(김희선 분)이 학교 폭력으로 다친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돌진한다. 노골적으로 학교 폭력과 비리를 둘러싼 사회 고발 드라마인 <앵그리 맘>의 시청률은 선발 주자인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밀려 8.7%로 저조하지만 매회 종영 후 검색어 순위에 오르듯, 그 이야기의 여파는 만만치 않다. 물론 80%의 로매틱 코미디에 20%의 스릴러의 지분을 지닌 <냄새를 보는 소녀>의 숨겨진 사연도 만만치 않다. 무감각한 경찰과, 초감각인 여자의 숨겨진 사연도 깊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원수이건(<착하지 않은 여자들>과 <냄새를 보는 소녀>), 어제의 동지가 원수가 되어 만났건, (<앵그리 맘>과 <냄새를 보는 소녀>) 그저 시청자들은 행복할 뿐이다. 2012년 김인영 작가와 이희명 작가가 충돌했던 그 수목 드라마 대전, 마지막에 웃은 건 <옥탑방 왕세자>이지만, <적도의 남자> 평균 시청률이  12 %를 상회했고, 또 하나의 경쟁작 <더킹 투 하츠> 역시 12%를 상회하는 시청률을 보였듯이 풍성한 드라마의 진수성찬이었다. 이제 새로이 시작하는 <냄새를 보는 소녀>의 합류로, 마지막에 누가 웃던, 혹은 매회 누가 일희일비하던, 시청자들은 학원물에서부터 가족극, 그리고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까지 풍성한 이 봄의 풍성한 드라마의 식탁에 행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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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4.01 11:32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두 편의 수목 드라마가 상승세에 있다. 우선 수목 드라마의 고지를 선점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13.7%(닐슨 전국)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앵그리 맘>도 만만치 않다. 단 2회만에 9.9%의 상승세를 보이며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추격하고 있다. 몇 달 전 아저씨들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내 생애 봄날>이나, <아이언맨> 등이 작품성에 대한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는 것과 대별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이 그저 아줌마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만이 특징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이들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모두 전투적이다. 주인공들 각자는 자신들이 취한 대상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벌이고, 일생일대의 사생결단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tv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은 이런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이 전투적 아줌마들인 것이다. 



뒤늦은 인정 투쟁, <착하지 않은 여자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둘째 딸 현숙(채시라 분)은 호감과 비호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한 캐릭터이다. 언니 현정(도지원 분)의 말대로 어릴 때부터 사고치고 스무 살에 애낳고, 이제 중년에 들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해 엄마 집까지 날릴 처지에 놓인, 거기에 남편이랑 이혼까지 하겠나고 나선 현숙은 한편으론 공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론 레이프 가릿을 좋아하던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대책없음에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런 감정은 현숙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항상 엇물리고마는 자신의 인생을 지금이라도 다시 되짚어 보고자 한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평생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되물리기 위해 이혼을 하겠다는 것이요, 처음 자신의 삶이 뒤틀리기 시작했던 고등학교 시절, 인생을 엇나가게 만들었던 나말년 선생에게 사과를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몇 십년 전의 선생의 폄하를 두고 나이가 지긋한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과를 받겠다고 나선 현숙의 결심은 어찌보면 되물릴 수 없는 시간을 거스르는 우스꽝스런 행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숙이 되돌리고자 하는 것은 자신에게 가해진 선생님의 비상식적인 수모가 아니다. 그렇게 한 교실을 지배하는 절대 권력이었던 선생님에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버린 자신을, 그래서 마음대로 질주해 버렸던 뒤죽박죽인 인생을 그때로 다시 돌아가 '자존'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고등학교 시절, 이제 막 자아가 싹트던 현숙의 싹을 짓밟아 버린 나말년 선생의 사과는 중요하다. 뒤늦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인정' 투쟁이다. 그것은 정구민(박혁권 분)의 아내로, 정마리(이하나 분)의 엄마로만 살아왔던 인생에서, 김현숙 자신으로 비로소 살아보겠다는 인생의 선언이다. 여전히 충동적이고, 대책없는 현숙의 삶이 공감을 얻는 것은, 누군가의 아내로, 혹은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아보고픈 중년의 심정을 고스란히 대변하기 때문이다. 

현숙만이 아니다. 현숙의 언니 현정은 현숙과는 또 다른 현실의 인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현숙이 과거 자신을 놓쳐버린 시점으로 돌아가 자신의 자아를 되찾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면, 현정은 '아나운서'로서의 자존을 놓치지 않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아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생이 말썽을 피워 힘든 엄마의 착한 딸 노릇을 하기 위해 한 눈 팔지 않고 공부해서 얻은, 그리고 중년이 되도록 결혼도 하지 못한 채 진력을 다해 왔던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버티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남들이 다하지 않는 12시 뉴스나, 맡을 사람이 없어 대신하는 시그널 녹음만이 그녀의 몫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눈물을 삼키며, 가는 세월을 향해 버티는 그녀의 싸움은 버겁기만 하다.

공교롭게도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엄마 세대 세 사람이 벌이는 싸움의 대상은 과거다. 좋은 할아버지를 만나 재혼을 하시라는 장모란(장미희 분)의 말에 새삼 분노하는 강순옥(김혜자 분)가 여전히 싸우고 있는 것은 남편의 그늘이요, 마리의 엄마이기 보다는 김현숙이 되고 싶은 현숙이 싸우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짓밟은 선생님이요, 나이들어 밀려버린 현정이 싸우는 것은 세월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과거는 한편에서 여전히 우리 사회 여자들이 싸우고 있는 현재이기도 하다. 잘 나가는 요리 선생이 되어서도 벗어날 수 없는 가부장제의 그늘이요,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물신화된 세상이요, 나이와 미모를 중심으로 편애하는 여성 비하의 현실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할머니가, 혹은 엄마가, 그리고 사회의 중진이 되어서도 벗어나기 힘든, 여전히 우리 사회 여성들을 짓누르고 있는 현실에 대항하여 '인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엄마를 넘어선 사회적 모성의 싸움, <앵그리 맘>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사회적으로 규정된 엄마, 할머니, 혹은 직업적 규정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을 싸우기 위한 싸움을 벌인다면, <앵그리 맘>의 조강자(김희선 분)는 엄마로써의 본연에 충실한다. 하지만, 그 엄마로서의 본연에 천착한 그 모습이 오히려 그녀에게 싸움의 무기가 된다. 

학교 폭력에 희생된 딸을 대신하여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로 간 조강자의 방식은 '눈에는,에는 이' 식이다. 성희롱을 일삼는 선생을 혼내주고, 딸을 괴롭히던 여학생을 제압하고, 일진에게 한 방을 먹이는 식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즉자적' 대응 방식은 이미 1회에서 보여지듯이, 불의과 폭력이 횡행하는 세상에서, 힘이 없으면 눈 뜨고 내 자식 잃는 것이 여사인 세상에서 묘한 쾌감과 환타지를 선사한다. 그저 자기 자식을 보호하고자 하는 모성의 발로가, 뜻밖에도 그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하는 학교 폭력과 부정에 대한 징벌이 되는 것이다. 

이런 조강자의 맹목적, 하지만 정의로운 모성에서  일찌기 독재 정권의 희생양이 된 자기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던 <민주화 가족 실천 협의회> 어머님들에서 부터, 그리고 이제 세월호 사건 1년 동안 진실 규명을 위해 거리를 누비고, 팽목항에서 부터 서울 광화문까지 도보 행렬을 멈추지 않았던 사회적 모성의 맹아를 찾을 수 있다. 엄마로서, 더 큰 엄마가 되어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인정 투쟁'이든, 자기 자식을 구하러 두 손 걷어 부치고 나선 엄마든, <착하지 않은 여자들>과 <앵그리 맘>의 중년 여성들은 더 이상 자신을 겁박하는 현실에 주저앉아 울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자신의 현실을 통찰하고, 그 현실 속에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억압하는 대상을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한다. 사실 이런 전투적 여성상은 공교롭게도 아침 드라마나 주말 드라마에서 이미 변주되고 있는 여성상과도 일맥 상통한다. 아침 드라마 혹은 주말 드라마에서 자신의 삶을 질곡으로 만든 남편 혹은 시댁을 향해 즉자적으로 겨누어 졌던 복수의 칼날은, 이제 조금 더 예리하고 통찰력있게 벼려지어, 자신의 삶을, 혹은 자기 자식의 삶을 뒤틀리게 하는 억압적 구조에 대한, 삶의 프레임에 대한 싸움으로 진화된다. 그러고 보면, 이제 여성들은 아침드라마에서 부터, 주말 드라마를 거쳐, 주중 미니시리즈까지 싸움을 확전시켜 왔다. 전사로서의 여성상의 완성이다. 그리고 이는, 더 이상은 참고 살지 않는 엄마, 자신을 실현하기 위해 꺼리낌없어야 하는 이 시대 여성상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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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3.20 10:27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법으로 정해진 무상 급식을 포기하겠다고 나선 홍준표 경남도지사, 야당도 어쩌지 못한 그의 야심찬 실천(?)의 발목을 잡은 것은 뜻밖에도 엄마들이다. '강남 아이들도 하는 무상급식'을 내 아이들은 돈을 내고 먹게 생겼다며, '무상 교육'은 해도, 밥은 돈을 내고 먹어야 하냐'며 경상남도의 엄마들이 분노로 떨쳐 일어났다. 심지어 그런 엄마들의 분노에 찔끔 놀라 홍준표 지사의 결정과 실행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조했던 여당마저 너무 섣부른 결정이었다면 한 발 뒤로 물러설 태세다. 이렇게 여당은 방관하고, 야당은 발목 한번 제대로 잡지 못한 한 정치인의 폭거를 내 자식을 향한 엄마들의 사랑이 붙잡는다. 



내 자식을 지키기 위해 학교로 간 엄마
자식을 향한 엄마의 사랑을 흔히 맹목적이라 표현된다. 말 그대로 눈뜬 장님이다. 세상 그 누가 와서 뭐라 하든, 어떤 위해가 다가와도, 내 자식을 위한 것이라면, 내 자식에 해가 되는 것이라면 엄마는 그 누구보다 강한 전사가 된다. 여기 또 한 사람의 '전사'로 거듭나는 엄마가 있다. 바로 제목부터 분노한 엄마가 느껴지는 <앵그리 맘>의 엄마 조강자(김희선 분)다.

3월 18일 첫 선을 보인 <앵그리 맘>에서 엄마가 화가 난 이유는 바로 그녀의 딸 오아란(김유정 분)에게 가해지는 학교 폭력 때문이었다. 철없는 남편에, 시어머니까지 모시며 기사 식당을 운영하는 조강자는 한때는 '일짱'이었지만, 이젠 그냥 아줌마다. 그리고 그저 하나밖에 없는 딸, 아란이에게 한없이 '을'이 되고 마는 아란이 엄마일 뿐이다. 자신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비오는 날 우산을 가져다 줘도 그냥 내빼는 아이 때문에 상처받고 병나발을 불고 마는 마음약한 엄마일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없이 약해지고 마는 딸의 몸에 누군가에게 맞은 상처가 있다! 엄마는 그 순간 눈이 뒤집히고 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내 딸의 몸에 감히 누가! 

엄마는 딸의 몸에 상처를 낸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나선다. 처음 딸의 담임을 만나고, 그 다음에 경찰서를 찾고, 결국은 친분이 있는 판사까지 만나러 간다. 하지만, 그녀가 마주친 현실은 뜻밖이다. 정작 맞은 딸은 자신은 학교 폭력을 당하지 않았다 발뺌하거나, 폭력의 상흔에 주저 않고 만다. 그런 딸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 선생은 적반하장으로 딸의 전학을 주선하거나, 요즘 아이들의 네트워크 운운하며, 나대지 말 것을 주문한다. 법은 한 술 더 뜬다. 나서서 도와주기는 커녕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고, 감동을 주었던 재판의 뒷모습은 조강자가 기대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게다가 약속 시간에 늦어 찾아간 법원, 조강자가 기대려고 했던 판사를 붙잡고 한 엄마가 오열을 하고 있다. 포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서 법의 심판을 받으려 했는데, 정작 내 아이가 죽어버렸다고.
한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신념을 실천했던 일짱 조강자였지만, 아란이 엄마로 착실하게 살아보려 했지만, 이제 벌어진 아란이의 학교 폭력은 그녀에게 자꾸 여전히 법은 멀다는 진실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결국 남은 것은 '주먹', 결국 자신의 '한 주먹'을 믿고, 딸을 지키기 위해 그녀가 나설 수 밖에.



앵그리 맘이 싸워야 할 만만치 않은 교육 현실
프롤로그 격인 <앵그리 맘>의 첫 회는 한때 '일짱'이었던 엄마 조강자가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낸다. 
또한 아란이가 전학간 학교가 그저 일반적인 학교가 아니라, 상위 1%의 자제들이 주로 다니는 사립 학교로 상위층의 '갑질'이 일상화되어 있는 공간이며, 그런 상위층 자제들을 배경으로 '명성 재단'이라는 재단의 사학 비리가 첨예화되어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 사교육의 왜곡된 현실이 상징처럼 그려진다. 
결국 자신의 자식을 지키기 위한 아란이 엄마 조강자의 학교 행이 그저 아란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갑질', 그리고 왜곡된 교육 현실에 대한 '손봐주기'가 될 것임을 예시한다. 그러기에 그 싸움은 그저 내 딸 아란이의 몸에 상처를 낸 놈을 찾아서 혼내주고,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게 지켜주겠다는 소박한 마음을 넘어서,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는 부조리한 학교, 사회와의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이란 예감을 전해준다. 

하지만 이 무거운 싸움은, 자신의 친 자식이 아님에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서는, 화가 나면, 음소거가 되버리고 마는 육두문자부터 날리고 시작하는 하지만, 학원 선생도 여전히 고등학생인줄 아는 미모의 젊은 엄마 조강자의 활약을 통해 시작부터 화끈하다. 출생의 비밀에서 부터, 학생들간의 비밀 조직에, 사학 비리까지 얽히고 섥힌 이야기는 복잡해 보이지만, 어쩐지 그 복잡함이, 조강자라는 캐릭터를 통해 한 줄로 잘 꿰어질 느낌이다. 거기에, 첫 회, 야심차게 선보인 영화적 프레임의 화면이며, 연출이 제작발표회에서 노래 한 곡을 불러제낀 연출가의 의욕만큼 만만치 않다. <여왕의 교실>이 연상되는 교육적 현실을 다룬 이야기는 진중하지만, 그 진중함이 <여왕의 교실>의 낯섬 대신에, 여성판 '두사부일체'처럼 경쾌하게 다가온다. 조강자의 한 판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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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3.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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