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개과천선>이 종영되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종영과 함께 상반기 드라마 계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던 이른바 '장르물'의 약진도 함께 마무리 된 듯하다. sbs는 5월 1일 <쓰리데이즈> 종영 이후 형사물 <너희들은 포위됐다>를 방영중이지만, 형사물의 외피를 쓴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경우는 장르물이기 보다는, 신참 형사들의 성장기와, 늘 그렇듯이 경찰서에서 연애하기에 촛점이 맞춰진 양상이다. kbs2의 월화 드라마<빅맨>의 후속극은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운 <트로트의 연인>이고, 수목 드라마<빅맨>의 후속 <조선 총잡이>는 개화기의 정치적 역학 관계에 기반해 있긴 하지만, <공주의 남자>와 비슷한 무협복수극에 가깝다. mbc <개과천선>의 후속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 tvn<갑동이>의 후속은 <연애말고 결혼>처럼 로맨스물로, 마치 그간 장르물로 찌푸려진 미간을 달달한 사랑이야기로 달래주겠다는 듯이 약속이나 한 듯 익숙한 사랑 이야기들이 포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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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로만 설명할 수 없는 성취
되돌아 보면 동시간대에 서로 시청률 경쟁까지 벌이며 장르물이 시청률 파이를 나눠가지던 2014년 상반기와 같은 때가 있었던가 싶다. 덕분에, 장르물에 목말라 했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축제'와도 같은 시간이었고, 반면, 겹치는 장르의 드라마가 동시에 반영되는 바람에, 갈리게 된 시청층은, 안그래도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던 장르물의 시청률을 깍아먹어, 장르물 자체의 대중성을 폄하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표절도 불사하고, 개연성 따위는 제껴둔 채, 배우들의 개인기에 의존하여, 한류붐에 편승하여, 막장의 전개조차도 마다하지 않던 우리나라 드라마 계에서, 2014년 상반기의 궤적은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고 공공 자산으로서의 방송의 책임을 다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장르물의 첫 포문은 3월 5일 <쓰리데이즈>가 열었다. 
<싸인>의 김은희 작가와, <뿌리깊은 나무>의 신경수 피디, <추적자>의 손현주, 그리고 20대의 대표적 배우인 박유천의 조합만으로도 관심을 이끌었던 <쓰리데이즈>는 걸고 넘어진 것은 도발적으로도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 
재벌 기업의 컨설턴트라는 과거를 가진 대통령(손현주 분)은, 과거 자신이 공모자가 되었던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으로 인한 양진리 양민 학살의 진실을 한태경의 아버지를 통해 알게 되면서, 진실을 알리고자 나선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이미 지나간 과거이고, 당장의 먹고 사는 나라 경제에 일말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측근의 만류에도, 대통령은 '그래야 하는 거잖아요'라는 '당위성'을 내세우며 나라를 지키는 대통령으로써의 진실된 본문에 매달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이 밝히고자 하는 진실을 둘러싼 집단과, 직책에 따른 이해 관계가 엇갈린다.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 경호실장임에도, 양진리 학살 현장에서 동료들을 잃었던 함봉수(장현성 분)는 대통령의 저격에 나섰고, 대통령의 오랜 지기이자 최측근이던 신규진(윤제문 분) 그의 국가관에 따라 대통령에 맞서 김도진의(최원영 분) 편에 서지만, 결국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진다. 그렇게, <쓰리데이즈>는 이제는 그 단어 조차도 생경한 '정의'의 문제를 들고 나온다. 그리고 그 정의가 피상적인 글 속의 문구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살아가는 대한민국, 그리고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직업, 일의 문제라는 것을 제기한다.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은, 그저 밥을 벌어먹기 위한 호구지책이 아니라,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변한다. 그래서, <쓰리데이즈>를 통해 돋보인 것은, 대한민국의 얼굴인 대통령의 강직한 모습뿐만 아니라, 주인공 한태경(한태경)을 비롯한 그저 대통령을 지키는 일개 경호관일 뿐이었던 '갑남을녀'들의 사명감넘치는 헌신이다. 

공교롭게도, <쓰리데이즈>가 드라마를 통해 지금 대한민국에서의 직업적 사명감과 정의에 대해 논하던 시기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남으로써, 드라마가 제기한 문제들은 현실의 가장 절박한 문제 제기가 되었고, 드라마 이상의 공감을 자아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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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물이 바라본 2014년의 대한민국
이렇게, 2014년 상반기의 장르물들은, 막연한 가상의 현실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얼마 전, 혹은 바로 지금 맞부닦치는 현실의 사건들을 길어올린다. 세월호 사건을 두고 회자되는 수많은 음모론들이, <쓰리데이즈>의 그것과 낯설지 않다. <빅맨>에서 자신의 아들을 위해 애꿏은 젊은이의 생명을 엿보는 재벌가의 실상은, 그들이 자신의 상권을 위해 시장 바닥에 목숨을 건 상인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과정과 그리 달라보이지 않는다. <골든 크로스>의 상위 1% 가 벌이는 은행 합병과 침탈, 그리고 <개과천선>을 통해 그려진 부실 환율 상품 사태, 재벌 그룹 경영권 싸움, 해외 비자금을 이용한 부당 파산 선고 등은 우리가 이미 사회면을 통해 익숙해진 사건들의 복기였다. 

이렇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건들을 드라마를 통해 불러들인 상반기 장르물이 바라본 대한민국 사회는 어땠을까? 그 이전의 장르물이나 사회물들이 드라마의 극적 모순 고리를, 억압적 사회, 국가 체제로 바라보는 것과 달리, 2014년 상반기 장르물이 바라본 대한민국은 부도덕한 자본의 자기 증식 과정에 짓밟힌 사회이다. 
즉 8,90년대 고도 성장기의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이, 자본의 성장을 부추키는 억압적 체제의 국가, 즉, 국가 자본주의 형태였다면, 이제 2014년의 대한민국은, 국가조차도 자본에 복무하는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극대화된 사회라는 것이, 이들 드라마의 공통적 문제 의식이다. 
그래서, 드라마의 절대 악은 자본(쓰리데이즈의 김도진, 빅맨의 강동석)이거나, 자본의 앞잡이가 되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상위 !%의 화이트 칼라군(개과천선 차영우, 골든 크로스 서동하)이다. 

이들 장르물과는 약간의 궤를 달리하며 <갑동이>는 십여년 전에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현재로 끌어온다. 하지만 과거의 연쇄 살인범과, 그를 흠모하는 현재의 카피캣을 '사이코 패스'로 설정하고, 그들의 심리를 그려내는데 천착했던 이 드라마의 사이코패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여'를 내뱉는 <쓰리데이즈>의 김도진과, '니가 감히 나를'를 되풀이 하는 <빅맨>의 강동석  등 여타 장르물의 악인들과 연결된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광경을 목격하고도 수습을 먼저 고려하는 차영우나, 불리한 위치에 놓이면 '멸사봉공'을 부르짖다가도 돌아서서 비열한 웃음을 흘리는 서동하의 성정도 그리 달라보이지 않는다. 즉, 2014년 상반기의 장르물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보이는 '사이코패스'들은 엄밀히 뇌의 이상에서 비롯된 정신병리학적 증상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의식이 결여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의 부재한 '소시오패스'에 가깝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고도 성장기에 배태한  '나만 잘 살면 돼'라는 사회적 의식은 바로 이들 장르물의 악인들을 양산해 내었다는 것을, 이들 드라마들은 공들여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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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물의 주인공들이 선택한 삶
그래서 드라마는 대체적으로 두 가지의 방향을 취한다. <쓰리데이즈>의 이동휘나, <개과천선>의 김석주처럼, 자본의 '개'가 되어 살아가던 자신을 반성하며, 자신이 했던 과오를 바로 잡으려 하거나, <쓰리데이즈>의 한태경, <빅맨>의 김지혁, <골든 크로스>의 강도윤, <갑동이>의 하무염처럼, 자신이나, 자기 가족들의 복수로 부터 행동의 동기를 가진다.
그렇게 자기 반성이나, '복수'에서 시작된 이들 주인공들의 소극적 동기는, 극이 진행되면서, 그들이 마주한 거대한 음모를 경험하며, 사회적 각성과 자각을 거치며 대승적 자아의 실현으로 귀결된다. 아버지의 죽음을 해명하려 했던 한태경은 대통령을 지키는, 즉 진정으로 나라를 수호하는 일에 나서게 되었고, 동생과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던 강도윤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던 상위 1%로의 경제 커넥션 골든 크로스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친다. 일개 시장판 일용직에 불과했던 김지혁은 거대 기업의 오너가 되어 상생 경영의 새 장을 연다. 

보다 전문적으로 우리 사회 현실을 해부하기 위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피치 못하게 전문직 종사자가 되어 등장한다. 거대 로펌의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개과천선>은 바로 그 핵심에 서서 비자금을 관리하던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삼았고, 대통령의 암살을 다룬 <쓰리데이즈>는 상위 1%의 청와대 경호관을 등장시켰다. <골든 크로스> 역시 우리 나라를 주무르는 경제 커넥션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검사보와, 그 검사보가 변신한 외국계 펀드 매니저가 극을 이끈다. <빅맨>으로 가면 한 술 더 뜬다. 시장 바닥 양아치같던 주인공은 하루 아침에 대기업 회장의 숨겨진 아들로 둔갑하는가 싶더니, 유통 그룹의 오너를 거쳐 에너지 계열사까지 거느린 회장이 되어야 했다. <갑동이>에서 연쇄 살인 사건의 해결을 형사가 맡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그들이 지향하는 해결책은 이상적이다. <쓰리데이즈>의 대통령은 스스로 과거사를 밝히고, 그 과거의 최종 책임자인 재벌, 외국 자본에 대항하며,  책임을 지고 하야를 결정한다. <빅맨>과 <개과천선>, <골든 크로스>에서 노동자들은 당당히 주인이 되어, 기업의 경영에 한 몫을 차지한다. 
물론 그런 이상만이 있는 건 아니다. <개과천선>의 마지막 여전히 거대 로펌의 그림자는 드리워져 있으며, 감옥을 나온, <골든 크로스>의 서동하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다. 
하지만, 2014년의 장르물들은 한태경, 김지혁, 김석주, 강도윤, 하무염 등순수한 정의의 인물들을 고지식하게 그려냄으로써 사회적 갈등이 극대화된 우리 현실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만이 희망'이란 불굴의 진리로 귀결한다. 

때로는 키쓰신이 있기도 하고, 안타까운 밀땅도 있었지만, 대부분, 2014년의 핍박한 현실을 그려내기 위해, 이들 장르물은, 인기를 추구한 드라마들이 노린 웃음기와, 개인기와 사랑 놀음조차 마다한 채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무뚝뚝하게 전달한다. 덕분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이전 드라마들에 비해 낮은 시청률로 비교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살기 퍽퍽했던 2014년의 상반기에, 이들 드라마들이 전해주었던 진실의 공감과 위로는, 그 어떤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로 설명할 길이 없다. 덕분에, 드라마를 멀리했던 젊은 층조차, 새삼스레 드라마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며, <쓰리데이즈>처럼, 뻔한 한류 드라마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 것이다. 
부디, 하반기, 그리고 2015년에도, 현실의 고통을 '망각'이나, 환타지'가 아닌 진실로 위로하는 장르물의 행보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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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6.27 18:34

2014년에 들어서면서 <쓰리데이즈>, <신의 선물>을 시작으로, <골든 크로스>, <개과천선>, <빅맨> 그리고 케이블의 <갑동이>, <신의 퀴즈 4>까지 다양한 장르물의 드라마들이 선전하고 있는 중이다. 장르물이라는 특성상 시청률면에는 대중성을 타 장르 드라마만큼 확보하지는 못하지만, 뉴스에서도 제대로 알리지 못했던 사회적 시선을 견지하면서, 젊은 층에게는 수치로만 설명할 수 없는 화제성을 몰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위의 드라마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 장르물 드라마들의 주인공은 한결같이 남자들이다. 그것도, <빅맨>의 김지혁을 예외로 하고, 대부분, 청와대 경호관, 전직 형사나 형사 혹은 검시관, 검사시보, 변호사 등의 전문직 남성들이다. 이들은 자기 가족, 혹은 자신이 하고 일의 과정에서 조우한 사회의 부도덕한 면에 맞서 진실을 수호하는 의지의 인물들이다. 

물론 이들 드라마에는 모두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경찰관으로 쫓기는 경호관을 돕고, 정신과 의사가 되어 범인의 심리를 파악하고, 피해자의 엄마가 되어 직접 유괴범을 쫓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여성 캐릭터들이, 올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장르물 드라마의 남성 캐릭터들처럼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라고 하면, 드라마마다 형편의 차이가 느껴진다. 때로는 신선한 독립적인 여성상을 구가하는가 하면, 여전히 수동적이며 보조적이며, 때로는 민폐에 가까운 '여성'으로서만 자리매김하는 경우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사진; osen)

6월 13일 방영된 <갑동이> 17회는, 지금까지 방영되었던 그 어떤 회차보다도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오마리아(김민정 분)와,마지울(김지원 분)이 그들 앞의 사이코패스로 인해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갑동이가 바로 수사반장 차도혁(정인기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오마리아, 하지만 공소 시효 만료로 인해 더 이상 그를 벌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의붓 아버지 한상훈(강남길 분)이 희생을 하여 가까스로 갑동이 사건을 검찰 수사선상에 올려놓게 되는 과정에 무기력감을 느낀다. 더구나 48시간을 구금하고 심문을 하고, 모든 사람들이 그가 갑동이라는 알게 된 상황에서도 너무나 태연자약한 차도혁에게 좌절감까지 절망감까지 느끼던 오마리아는 그런 자기 자신의 무기력감의 돌파구를 차도혁의 다중인격에서 찾으려 한다. 즉, 다중인격이라 갑동이가 아닌 차도혁은 죄책감을 느낄 수 없다는 정신적 분석으로, 그가 자신에게 여전히 뻔뻔하게 대하는 그 상황을 설명하고, 피해자인 자신의 고통에서 빠져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마지울은 한 술 더 뜬다. 무려 여덟 명의 여성을 즐기듯 죽인 사이코패스 류태오의 인간성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명목하에, 류태오를 찾아든 마지울은 그가 가진 분노를 일깨우며, 그 속에 숨겨진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애쓴다. 

물론, 피해자로써 자신의 사건을 설명하고 해석하고 싶어하는 오마리아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죄와 벌]의 쏘냐처럼, 범죄자의 구제에 연연해 하는 마지울이나 그럴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왜 하필, 그게, 그가 아니라, 그녀여야 하는가?

마지울은 그저 우연히 들른 커피숍에서 눈에 띤 류태오를 자신의 만화 속 범인 캐릭터로 그리려고 했고, 그로 인해 그와 면식을 튼 사이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17회를 오는 동안, 과연 마지울이, 그렇게 자신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을 감수하며, 류태오와 빈번하게 접촉하는 상황에 개연성이 충분한가에는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류태오가 마지울을 자신을 구원해줄 여인으로 삼고 싶었다는 말 한 마디에 낚여, 죄책감을 느끼고, 이제 그의 인간성 회복에 앞장서는 마지울은 단면적이다. 그녀는 여전히 하무염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대뜸 연쇄 살인범 류태오를 따라 나서던 자기 중심적인 맹랑한 여고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류태오가 살해했던 여덟 명의 여자들은 마지울의 염두에 없다. 오로지, 자신을 바라보는 류태오와, 그에게 대단한 존재인 것 같은 자신만이 있다. 거기에, 모성성의 발로라 여겨지는 무한한 측은지심이라니!

오마리아는 한 술 더 뜬다. 갑동이를 잡기 위해 치료 감호소의 정신감정의가 되고, 류태오를 갑동이를 잡기 위한 제물로 쓰기 조차 마다치 않던 그녀가, 정작 갑동이 앞에서, 정신과 의사인 그녀의 직분을 망각한 채 흔들린다. 아니, 정신과 의사라는 그녀의 지식이, 그녀의 감정에 노예가 되어, 그녀의 눈을 막게 된다. 

17회에 이른 <갑동이>의 여성 캐릭터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눈 앞에 있는 상황에 대해, 이성보다는 '감성', 냉정한 판단, 보다는 충동적 감정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르물에서 이렇게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캐릭터의 몫은 대개 여성들이라는 것이다. 

<개과천선>에서 여주인공에 해당하는 이지윤(박민영 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의협심이 강한 법학 전문 대학원 출신의 로펌 인턴 사원이 된 이지윤은 늘 그녀의 정의감이 그녀를 앞선다. 대형 로펌의 인턴 사원이지만, 사사건건 대응은 감정적이기 일쑤고, 늘 사건을 앞에두고 그녀의 결정적 요인이 되는 건, 그녀의 감성이다. 결국, 청소년 범죄자를 두고 연민에 사로잡힌 그녀는 사건의 진실에  눈 감은 채, 그를 변호하다, 뒤늦게 진실을 알고 자책한다. 물론 이런 사건은 변호사로서 그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장르 드라마에서 유독 여성 캐릭터에게는 이렇게 감정으로 인해 사건을 망가뜨리는 상황이 주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화제를 안고 시작했던 <신의 선물>에서 납치된 딸 샛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엄마 김수현(이보영 분)은 번번히 민폐적 상황을 만든다. 딸을 찾기 위한 맹목적인 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앞뒤 안 가리고 상황을 위험하게 만들고, 정작 그 상황을 해결해 주는 건, 남자 주인공이나, 주변 남자들의 몫이라, 욕을 먹게 되었다. 심지어, 그토록 사랑하는 딸임에도 불구하고, 딸의 납치범을 찾겠다고, 정작 딸을 방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 시청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골든 크로스>에서도 다르지 않다. 정의감이 투철한 검사 서이레(이시영 분)와 아버지 기업을 망가뜨린 골든 크로스 멤버들에게 복수를 하고자 골든 크로스 대표가 된 홍사라(한은정 분)이지만, 드라마 속에서 그녀들이 주로 하는 일은 사랑에 눈물 흘리고, 가슴아파하는 역할이다. 그녀들이 하는 일은 복수이거나, 정의 실현이지만, 사실 그 핵심은 '사랑'이다. 

즉, 2014년의 장르물은, 시스템을 갖춰 진 미드를 뺨칠 정도는 아니지만, 2014년의 한국 사회를 냉정하게 재단하는 사회 비평의 몫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 중이지만, 정작 그 드라마 속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수동적이고, 정적이며, 전근대적인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꼭 여성을 섹스어필한 존재로만 쓰는 것이 소모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 오로지 감성이나, 모성, 혹은 연민이라는 특정한 감정적 기제로서만 여성을 소비하는 것 역시, 편견에 사로잡힌 방식에 다름아니다. 

(사진; 뉴스엔)

물론 전부 그런 건 아니다. 웃음기 하나 없니, 사랑 타령도 없이, 건조하게 묵묵히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론을 다룬 <쓰리데이즈>는, 여성 캐릭터에 있어서도 예외가 없었다. <쓰리데이즈> 속 여성들은 감정적이지도 충동적이지도, 사랑에 휩쓸리지도 않는다. 경찰이면, 경찰, 청와대 경호관이면 경호관으로서의 사회적 삶에 충실하다. 여성이기에 앞서, 사람이다. 위기에 빠져도 거의 누가 도와주지 않고, 스스로 빠져나온다. 온 몸이 묶인 채 갇힌 이차영(소이현 분)은 스스로 악을 쓰며 묶인 것을 풀고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공중회전을 하며 차에 치일 뻔하고서도, 동료 경호관 한태경(박유천 분)에게 나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 뿐이며, 내가 나의 일을 하듯, 너는 너의 길을 가라고 말한다. 또 다른 여성 캐릭터 윤보원 순경(박하선 분)은 한 술 더 뜬다. emp 탄을 맞고, 나무 꼭대기에서 떨어져도 끄덕없고, 남자 세 명 정도는 거뜬히 쓰러뜨린다. 남자 주인공의 도움을 받기는 커녕, 오히려 적극적인 조력자로, 물심 양면으로 도움을 준다. <쓰리데이즈>의 여성 캐릭터들을 보면, 얼마든지, 작가의 의지만 있다면 여성 캐릭터들도, 보다 진일보한 이성적인 인물로써 드라마 내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까지 2014년의 대부분의 장르물은, 여성을 '여성'으로 소비하고, 소모하는데 진력하는 편이다. 덕분에, 늘 여성들은 문제를 만들고, 헤매고, 흔들리며, 그녀를 그렇게 만든 남성들의 잿밥이 되거나, 그녀들을 잡아주고, 이끌어 주는 멋진 남성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데 봉사한다.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사회적 시선의 성취만큼,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의 성취가 아쉽다. 여성을 여성이기에 앞서, 사람으로서의 보편적 존재로서, 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객관적으로 조명해 주는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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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6.14 18:29

13회 마지막 더 이상의 희생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어 청와대를 떠나는 대통령, 그런 그를 수행하는 경호실장(안길강 분)이하 경호관들. 하지만 시청자들이 그런 그들의 모습에 조마조마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그런 그들 중 누군가가 김도진과 한 편이 되어 대통령을 사지로 몰아넣는데 조력자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13회의 마지막 부분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은 바로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새로운 경호실장이었다. 그가 통화를 끝내면서 한 한 마디 '오케이'는 해석 여하에 따라 암살 작전의 완료처럼 보였으니까.


SBS '쓰리데이즈'

(사진;텐아시아)


다행히 14회 시작과 더불어, 그의 '오케이'는 대테러특공대와의 암살 시도 척결을 위한 작전 준비 완료의 시그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스개지만, <쓰리데이즈>가 시작한 이래, 매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첫 회부터 14회에 이르기까지, 아마도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은 의심을 받은 이를 들라면, 바로 새로운 경호실장 역을 수행하고 있는 안길강이란 배우가 아닐까 싶다. 대통령의 저격 음모가 있을 거라는 그 시점부터 사람들은 믿음직스런 풍모를 지닌 장현성이 분한 전직 경호실장 함봉수가 아니라, 그의 옆에서 눈치가 수상한 안길강을 의심했었다. 하지만, 그런 일관된 의심을 받으며 14회를 버텨온 그는 오히려, 믿음직스럽던 전직 경호실장이 대통령의 암살범으로 목숨을 잃고 사라진 그 자리를 대신 수행하며, 13회에서 14회에 이르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홀로 맞선 김도진의 암살 시도를 막아내는 일등 공신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런 그에게 흔쾌히 의심해서 미안해요라는 말을 전하면서, 국무회의장에서도 홀로 회의실을 지키던 이동휘에게 경호실장 휘하 경호관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듬직함 이상의 감정이 든다. 

<쓰리데이즈>의 첫 회, 화면을 가득메운 사람들은 멋들어진 검은 정장에, 이어캡을 쓰고, 무표정의 엄중한 눈빛으로 대통령을 수행하던 경호관들이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었던 한태경은, 아버지가 병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순간에도, 자신의 직분을 다하기 위해 대통령 경호에 나섰고, 결국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아버지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함봉수 비서실장은 그런 한태경에게 호된 질책을 마다하지 않았다. 만약 네가 놓친 것이 폭탄이었으면 어떻게 했냐면서 그러면 우리는 vip를 잃었을 거라고. 그리고 한태경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랬다는 변명도 하지 않은 채 시말서까지 쓰면서 기꺼이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감수한다. 

드라마 <쓰리데이즈>가 한편에서 재벌과 그들과 결탁한 정관계의 세력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반성하는 대통령 이동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은 그런 이동휘의 곁에 끝까지 남아있는 경호관들의 이야기이다. 한태경은 그런 그들의 대변자요, 상징이다. 

대통령을 저격하려는 함봉수 실장에게 한태경은 울부짖으며 말한다.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중요하지 않다고 가르치지 않으셨냐'고. 그리고 그런 함봉수를 쓰러뜨리고 난 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된 한태경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야 하는 경호관의 직을 수행할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 에돌아, 대통령의 진심을 알게 된 한태경은 결국 '대통령에게 지켜드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호관의 직으로 돌아온다. 

한태경의 약속처럼, 14회 초, 대통령이 저격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태경은 홀로 서있는 대통령을 향해 몸을 던진다. 그의 저격을 자신의 몸으로 막기 위해. 그런 그의 모습이 처음이 아니다. 동료 이차영 경호관을 향해 킬러가 총을 겨누었을 때, 한태경이 한 일 역시 그녀를 몸으로 막은 것이었다. 
부디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말고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이 생명 육신이 신의 소용에 의해 쓰여지더라도

오직 한 분의 생명은 지켜주소서

 한태경이 그의 방에서 홀로 읽었던 경호관의 기도처럼.


드라마 중간에 종종 삽입되는 한태경을 비롯한 경호관들의 훈련 장면에서 그들은 보통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훈련을 거듭한다. 즉, 생명에 위협이 느껴졌을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 위험을 피하는 방향으로 몸을 피하지만, 경호관들은 오히려 그 반대로 위험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던진다. 자신이 지키는 vip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훈련받은 그들은 14회 초반 자신들의 눈 앞에서 사라지는 대통령을 향해 애닳아 달렸고, 한태경과 함께 대통령을 에워싸 지켰다. 그리고 14회 마지막, 양진리 위령비 앞에서 위기에 빠진, vip를 향해 자신의 몸으로 막아선다. 번번히 그들은 자신의 몸을 방패로 그들의 vip를 지킨다. 이동휘의 말처럼, 그들 역시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일진대. 

아마도 그런 그들의 모습이 유독 더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자신의 직분을 다하지 않은 사람들때문에 희생이 더 커진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아픔을 겪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마치 그런 사실이 있기를 예견이라도 한듯, <쓰리데이즈>의 작가 김은희는,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자신의 직업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경호관들을 드라마의 주인공들로 내세웠다. 그녀의 전작 <싸인>의 검시의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진실을 밝혀내려 했다면, 이제 <쓰리데이즈>의 주인공 경호관들은 상시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vip를 지키고자 한다. 한태경이 마음에 들어온 윤보원 앞에서 경호관들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기에, '다녀올게'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정확하게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고 덤덤히 말하는 그 직업 정신이,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쓰리데이즈>의 굵직한 주제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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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n스타)

한 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통령, 권위의 상징이자, 절대 권력이었던 그가, 기득권을 가진 그들의 편에 서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편에 들었던 사람들이 모두 죽어나가고, 홀로 남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곁에서 그를 지키는 사람들은, 신념이 아니라, 자신의 직업으로 그를 보호하는 경호관들이다. 그림자처럼 존재하던 그들만이, 직업적 사명감을 가지고 이동휘의 곁에 남아있는 14회에 이른 <쓰리데이즈>는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바로 다음날이면 대통령 직을 끝낼 지도 모를 사람이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그가 위험에 빠지자 그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세운다. 누군가가 재신 그룹의 초대장 하나에 자신을 파는 순간에도, 직업으로서의 자신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사람들, <쓰리데이즈>가 현재의 우리들에게 주는 또 하나의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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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4.25 01:53
자, 다음 두 드라마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쓰리데이즈> 1회,  시장 순시를 나간 대통령(손현주 분)은 한 시민으로부터 밀가루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곧 그 밀가루 세례는 대통령을 음해하려하던 시도가 아니라, 대통령의 측근 양대호 대령이 그 소란스런 과정을 통해 비밀리에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과정이었음이 밝혀진다. 단 한 회만에 사건과 사건의 결과가 드러난다. 1회만이 아니다. 1회 말 세 발의 총성과 함께 대통령을 암살하려던 음모는, 곧 경호관 한태경에 의해 범인이 경호실장 함봉수였음이 밝혀진다. 어디 그뿐인가. 3회,4회에 걸쳐서 98년 양진리에서 모종의 사건이 벌어졌음이 알려지게 되고, 그 배후로 특검은 대통령을 지목한다. 하지만, 4회 말, 병실에서 혼수상태에서 가까스로 깨어나기 시작한 대통령의 입에선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는 말이 힘들게 흘러나온다. 


<신의 선물> 1회 말미, 부녀자 연쇄 살인범에게 납치당하여 죽음에 이르게 된 샛별을 따라 자살을 시도했던 혜원은 딸이 죽기 2주 전으로 돌아와, 딸을 살리기 위해 부녀자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기에 몰두하고, 곧 범인이 밝혀진다. 바로 그 자신이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받고자신처럼 버려진 아이들을 보며 그 아이들의 엄마를 찾아다니며 죽인 차봉섭(강성진 분)이었다. 혜원의 남편이 증거 불충분으로 차봉섭을 풀어주었음에도 집요한 혜원과 기동찬의 합동 작전으로 연쇄 살인범 차봉섭은 검거되기에 이르지만, 범행 현장을 보고 오는 도중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차봉섭이 죽었음에도 사진 속의 딸이 돌아오지 않은 것을 수상하게 여긴 혜원과 기동찬은 다시 혹시나 있을 지 모를 공범을 찾는데 주력하고, 10년 전 검사였던 혜원의 남편에 의해 사형을 당했던 사형수의 아들 장문수(오태경 분)를 쫓는다. 드디어 그의 방 안에서 샛별의 사진과, 즐비한 납치에 사용되었던 물품을 발견한 혜원, 이렇게 6회는 막을 내린다.



그렇다면 <신의 선물> 6회에서 등장한 장문수는 샛별을 죽인 범인일까? 물론 다음 주를 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보건대, 이렇게 일찌기 범인의 면모를 드러낸 장문수는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신의 선물>도, <쓰리데이즈>도 드라마의 초반부터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의 범인들이 밝혀지지만, 정작 그 등장한 범인들은 진짜 범인들이 아니다. 

<신의 선물>의 경우, 결정적 사건은 하나다. 주인공 혜원의 딸인 샛별이 납치당해 죽은 사건이 그것이다. 하지만, 샛별의 엄마 혜원이 샛별의 사건을 해결하여 가면 갈수록, 혜원은 정작 엉뚱한 사건의 범인을 진짜 범인이라 착각한 것이 되고, 샛별이 납치 사건은 전혀 다른 파장으로 번져나간다. 
<쓰리데이즈>의 경우는 결정적 사건인가 했는데, 보다 더 결정적인 사건이 계속 등장하는 반전에, 반전의 연속이다. 대통령이 밀가루 세례도 센세이널한 이슈인데, 한 술 더 떠 암살에, 이제 탄핵감인 양진리 사건 은폐까지 등장한다. 게다가 대통령은 죽어갈 측근들에게 말한다. 한 나라의 수장인 자기 자신보다더 더 거대한 암흑의 세력이 존재한다고.

비록 사건의 양상은 달라도 <신의 선물>이나, <쓰리데이즈>의 사건들이 진행되는 방식은 보다 본질적이고, 본원적인 문제 제기를 향해 나아간다. 그저 한 어린 소녀의 납치 사건인 줄 알았던 사건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사이코패스의 범죄 행각을 거쳐, 이제 툭 튀어난 범행 공모자를 통해 10년 전 누군가의 원죄를 건드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불현듯 등장한 대통령과 측근들의 대사들로, 이것이 혜원 가족의 문제 그 이상임을 암시한다. 
<쓰리데이즈>도 마찬가지다. 젊은 경호관 아버지의 죽음에서 촉발되어, 경호실장의 해원에서 시작된 암살 시도는 16년 전 동안 묵혀왔던 대통령의 치부를 꺼내들었고, 그건 다시 대통령조차 없애 버릴 수 있는 거대한 어둠의 존재를 드러낸다. 

벌써 범인이 밝혀지면 어쩌냐는 우려의 목소리에 그건 빙상의 일각이라는 제작진의 큰소리처럼, 시청자들의 추리를 뛰어넘는 반전의 연속은, 결국 이 두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의 확신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18일 중간 제작보고회에서, <쓰리데이즈> 출연진들이 5회에서 부터 '이제 시작'이라며, '맛없는 밥상은 권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마치 얕은 수를 가진 노름판의 초짜처럼 자신이 알아낸 패에 희희낙락하다, 다음 주 제작진이 던진 또 다른 떡밥에 농락당하기를 반복한다. 분명, 케이블의 수사 드라마들처럼 에피소드식이 아님에도, <신의 선물>과 <쓰리데이즈>는 긴 호흡의 스토리에 지치지 않도록, 매회 이 드라마에 빠진 시청자들과 즐거운 힘겨루기를 한다. 그리고 대부분 그 힘겨루기는, 회를 거듭하면서 이 두 드라마에 감탄하는 시청자층의 증가로 보건대 제작진의 승리고 판가름나고 있다. 하지만, 분명 겨우 저 멀리 가물가물한 불빛 하나에 의지하고 가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신의 선물>과 <쓰리데이즈>의 시청자들은, 그 가물가물한 불빛만으로도, 환호작약하고, 다가가 그것이 원래 자신이 찾던 곳이 아니었음을 알고도  기꺼이 농락을 당해준다

그간 시청자들은 뻔히 아는데도, 주인공만 모른채, 마치 환한 방안에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듯한 스토리에 지친 시청자들은 자신들을 매회 기만하며, 또 매회 새로운 떡밥을 던지며 유혹하는 이 두 드라마에 그간 참았던 갈증들을 마음껏 해갈하고 있는 중이다. 비단 그것은 우리나라 시청자만이 아니다. 중국에서 실시간으로 방영된 드라마의 댓글 중한국 드라마가 뻔한 로코나, 막장이 아닌 이런 드라마도 있었냐는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드라마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새 장을 열고 있는 중인 것이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시청률 따위'라며 이른바 '부심'를 내세우며 드라마를 옹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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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3.19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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