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으로 9월 9일, 10일 양 일에 걸쳐 '내 인생의  ost'란 부제를 가진 <썸씽>이 방영되었다. 출연진의 면면은 화려하다. 16년만에 무대에 오른 이제는 배우가, 가수이기 보다는 가방 디자이너로 더 이름이 알려진 임상아에, 요즘 한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 박혁권, 그리고 <꽃보다 할배>를 통해 우리 곁에 조금은 더 다가온 근엄한 배우 박근형, 그리고 이필모 등, 특집에 걸맞는 출연진의 면모이다. 면모만이 아니다. 그들이, 무대에 서서, 그들의 지인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흑백 텔레비젼 시절에 '유쾌한 명랑회'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노래를 선보인게 다였다는 박근형의 말처럼 텔레비젼을 통해 좀처럼 만나기 힘든 분들의, 듣기 힘든 노래이다. 


그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다. 그 노래를 조금 더 감미롭게, 혹은 감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사연이 준비되어 있다. 한때 그녀의 미국 생활에서, 홀홀 단신 미국으로 건너 온 그녀에게 유일한 의지가 되었다며 미소를 띠고 등장해 주던 남편이 없는, 싱글맘이 된 임상아의 고독한 뉴욕 생활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역만리 외로운 뉴욕 생활을 견디게 해준 '어머니의 된장 찌개'라는 노래를그 노래의 주인공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부른다. 
박혁권은 몇 달 걸러 휴대폰 요금이 끊기던 시절, 자신을 처음 영화에 캐스팅해주던 임창정을 찾아, 눈물을 흘리고, 그와 함께 무대에서 '소주 한 잔'을 부른다. 
손자를 인꽃이라 부르며 노년의 사랑을 아낌없이 퍼부어주는 할배이지만, 1년 정도 아들이 음악하는 걸 반대하며 드라마에서 들을 법한 온갖 폭언을 퍼붓던 아버지 박근형은 아직도 서먹서먹한 아들과의 사이를, 뮤지션인 아들과 함께 노래를 연습하며 풀어낸다. 
어머니의 장가가라는 성화를 귓등으로 넘기는 마흔 줄의 이필모는 여전히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첫사랑을 생각하며 '별이 진다네'를 열창한다. 
이런 게스트들의 사연에 뒤질세라, 강호동은 마흔 줄 남자의 정서를 대변하고자, 최백호와 함께 '낭만에 대하여'를 우직하게 열창하고, 시청자의 사연을 접수한 김정은은, 악동 뮤지션과 함께 '붉은 노을'을 귀여운 안무까지 곁들여 공연한다. 

(osen)

일단 <썸씽>의 시도 자체는 신선하다. 그저 토크쇼도 아닌 것이, 공개 음악 프로그램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인간 극장>같은 다큐도 아닌 것이, 그 모든 것들의 장점을 모아, 출연자의 사연과 노래를 풀어낸다는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다. 
특집분 1,2회의 출연자들은 그 시도에 걸맞에 각약 각색의 감동을 준다. 내로라하는 셀러브레이티들의 사랑을 받는 가방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자신의 뉴욕 생활을 60점 대로 평가하는, 이혼의 상처를 딛지 못해 공황 장애에 시달리는 싱글맘이라는, 성공과 고독의 양면을 고스란히 내보여준 임상아의 자전적 고백에, 가진 것 없어도, 자부심만은 하늘을 찔렀던, 하지만 이제는, 그를 캐스팅해준 임창정이, 내 가족이 잘 된 것 같더라는 소회를 밝힐 정도의 위치에 오른 박혁권의 잔잔한 인생사에, 대배우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애증의 간격을 메우기 힘든, 아버지와 아들의 사연까지, 다양한 감동들이 포진되어 있다. 연예인의 입을 통해 토로되는 우리와 다를바 없는 인간사 숨겨진 속사정의 매력은 여전하고, 심지어 사연이 얹힌 노래는 실력과 상관없이 감동적이다.

그러나, 개별 출연자의 사연이 가진 진정성으로 화제를 일으킨 것과 달리, 프로그램의 완성도 면에서 2회에 걸친, <썸씽>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 사연들을 풀어내랴, 토크를 하랴, 노래를 하랴 분주했다. 분량도 제 각각이다. 풍성한 사연을 구구절절 풀어내려다 보니, 2회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연팔이'의 내용이 적은 이필모는 거의 게스트 급이 되어 버렸다. 박근형 부자의 가깝고도 먼 사이는 게눈 감추듯 시간이 흘러가 버렸지만, 애절한 임상아의 사연은 안타까웠지만, 중언부언하다보니, 늘어져 버린다. 거기에 굳이 노배우를 들러리 삼아, 강호동의 노래와 로이킴의 노래를 끼워 넣은 것은, 사족처럼 느껴졌다. 시청자의 ost까지 꾸겨 넣은 것은, 야심찼지만, 바구니가 넘쳐 보였다. 

분량이 제 각각인 사연이야,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 그렇다 치지만, 다큐식으로 풀어낸 사연 끝에, 스튜디오 토크는 아직까지 물과 기름이다. 그런데, 그 물과 기름을 가장 조장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어울리지 않는 mc의 설정이다. 깨놓고, 만약 <썸씽>의 mc가 김정은만이었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감동적인 사연과, 그들의 절절한 노래가 끝나고 그들이 자리에 앉은 후, 강호동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 감정은 깨지고, 마치 <스타킹>에 온 듯 어수선해 진다. 강호동의 끊임없는 시도는 가상하지만, <우리 동네 예체능>과 감동이 전하는 음악 프로그램의 달라진 톤을 맞추기엔 역부족이다. 솔직히 일단 그의한 톤 높은 목소리부터 <썸씽>이 주체할 길이 길이 없다.  <1박2일> 이래로 그 '갑툭튀'한 금언식의 한 줄 명언 습관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그의 어색한 돌출 정언을 수습하느라, 김정은은 진땀을 흘린다. 덕분에, 감동의 사연을 담은 다큐와, 사연을 담은 노래에 이은, 감동을 이어갈 토크 쇼는 분위기가 쫘악 깨진 채, 중언부언, 감동을 받았다 하다 끝나버린다. 그 예전의 <김정은의 초콜릿>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진행이야 다듬으면 되지만, 이미 특집으로 보여진 1,2회를 이어갈 다양한 사연들이, 아니 신선한 사연들이, 그리고 그 사연을 풀어낼 만한, 특집을 넘어설 출연자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아마도 이것이 <썸씽>이 특집을 넘어선 정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는가의 결정적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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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9.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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