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6일 16부작 <스파이>가 마무리 되었다.

2012년 이스라엘에서 평균 시청률 26%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마이스>, 미국에 앞서 우리나라에서 <스파이>란 이름으로 방영되었다.

이스라엘의 인기 드라마이며, jyj 김재중의 출연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매주 금요일 1,2회를 연속 방영하는 모험을 시도하였다. 초반 2회의 경우 7.9%(닐슨)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 몰이에 성공하는가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미 동시간대 시청자들을 사로 잡은 <삼시세끼>나, 고정 시청자 층을 확보하고 있는 <나 혼자 산다>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전작 <하이스쿨 러브 온>과 비슷한 평균 3% 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을 맞이하였다.

 

 


 

 

부익부 빈익빈의 시청률 구도 속에 고전하다

무엇보다 <스파이>란 드라마가 다수의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데는, 이미 금요일 밤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 잡은 tvn의 <삼시 세끼>나, mbc의 <나혼자 산다> 등이 고정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스파이>의 낮은 시청률을 운운하기도 그런 것이, 동시간대 mbc<띠동갑내기 과외하기>가 평균 1.7%, sbs의 <용감한 가족>이 4.3%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삼시 세끼>와 <나 혼자 산다>와, <스파이>, <용감한 가족>, <띠동갑내기 과외하기>가 부익부 빈익빈의 시청률 구도를 가지고 간 셈이다.

 

그 중 <스파이>가 안타까운 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탄탄함을 기반으로 우리 실정에 걸맞는 각색과, 스파이 물에 어울리는 박진감 넘치는 연출로 16부작에 이르기까지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이루어 내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이스라엘을 배경으로 했던 <마이스>는 우리 나라에 와서 남과 북의 대치라는 분단 상황과, 그 상황 속에 비극을 잉태한 가족의 이야기로 충분히 개연성있는 설정을 품고 있었다.

특히 이데올로기에 앞서 남과 북이라는 분단의 상황 속에 놓인 '가족'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6.25 전쟁 통에 이산 가족이 된 어른들의 아픔을 넘어, 북의 스파이였던 엄마 박혜림과, 남의 스파이가 된 아들 김선우를 통해 여전히 우리 사회를 가로지르고 있는 분단의 비극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가족을 위해 스파이가 된 이윤진(고성희 분), 조수연(채수빈 분)을 통해 그 비극의 공감대를 확산시킨다.

 

현실의 분단이 낳은 비극적 상황이 낯설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분단으로 인한 가족의 비극하면 '이산 가족'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뛰어 넘어서 현재에도 여전히 생성되고 있는 또 다른 비극이 씨앗을 '공감'으로 까지 이어가는데 역부족이었음을 <스파이>의 낮은 시청률은 증명하고 있는 셈이 되었다. 즉, 새터민들에 대한 무관심은 물론, 남한 사회에 진입하고자 하는 그들에 대한 차가운 우리 사회의 시선처럼, 여전히 우리 사회에 비극을 낳을 수 있는 현재화된 분단 상황에, 오늘을 사는 다수의 사람들이 '무심'하다는 것이 가장 결정적인 <스파이>의 낮은 시청률의 이유일 것이다.

 

1973년부터 1983년까지 매주 방영 되었던 간첩 수사극 <113 수사본부>가 <수사반장>에 필적할 만한 인기를 누리던 시절을 지나, 여전한 남과 북의 대치에도 불구하고, 냉전 종식 이후 그 시절만큼 '간첩'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 '리버럴한' 사회가 된 한국 사회에서, 사랑을 찾아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엄마 스파이 박혜림의 이야기가 매주 지켜볼 흥미를 지속시키지 못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종북'이나, '좌빨'이 주요한 사상적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과 달리, 인도적 차원에서 그들에 대한 관심은 '이기적일 정도로' 무심하다는 것을 <스파이>가 반증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즉 스파이 모자의 슬픈 운명은 우리의 이야기라기엔 너무 낯설었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작<스파이>의 존재 가치

더구나 이데올로기적으로 어느 편이 옳고 어느 편이 그르냐의 전통적인 남북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아니라, 북의 황기철(유오성 분)과, 남의 송중혁(김민재 분)나, 정규용(이대연 분)을 그리 다르지 않는 인물로 그려냄으로써, 이데올로기가 아닌, 그 이데올로기를 자신의 사적 이해나, 정치적 이해에 이용하는 인물들을 극중 악역으로 설정함으로써 <스파이>는 남북 관계를 다룬 드라마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 이해 관계에 얽힌 남과 북의 부패된 인물에 맞서 북의 스파이였던 엄마와, 남의 스파이인 아들은, 자신들의 가족과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스파이물의 형식을 띠었지만, 결국은 우리 사회에 가장 기본단위이자, 절대적 가치인 '가족애'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스파이>는 다양한 연령대의 흥미를 만족시키고자 한다. 매회 박진감 넘치는 액션, 총격씬은 스파이물로써의 쾌감을 선사하고, 그런 장르물의 외연을 넘어, 엄마와 아들의 갈등, 그리고 남과 북의 스파이로써 맺어진 김선우와 이윤진의 비극적 사랑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나 주말극의 뻔한 엄마역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선택한 스파이 엄마를 그려낸 배종옥의 연기와 캐릭터는 신선했으며, 일명 '엄마 바보'와 이윤진을 향한 '순애보' 사이에 갈등한 김선우 역의 김재중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연기를 선보였다. 거기에 초반 배종옥과 콤비를 이루며 부부 스파이로 울고 웃겼던 아버지 김우석 역의 정원중의 순애보와 가족애 역시 주인공 두 사람에 못지 않았으며, 이미 다수의 작품에서 '씬스틸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조달환과 김민재의 포스도 만만치 않았다.

 

비록 여러가지 요인으로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충분이 일어날만한 분단의 현재적 상황을 개연성있게 그려내고자 했던 <스파이>의 존재 가치와, 마지막 까지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았던 완성도는 시청률로 설명할 수 없는 수작임을 증명한다. 부디 우리의 분단 상황을 새롭게 해석하며, 극중 박혜림이나, 이윤진, 그리고 조수연처럼 여전히 분단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또 다른 작품으로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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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3.07 06:31

60여년이 넘은 분단의 역사는, 우리에게 '이산 가족'의 아픔을 전해주었다. 기성 세대의 화법으로, 기성 세대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국제 시장>에서 '가족사'의 고통이 배태되는 곳은 그래서, 흥남 부두 철수 과정에서 야기된 '이산'의 아픔이었다. 하지만, <국제 시장>이 어른들만의 이야기라는 논란처럼, 반 세기를 넘은 분단은 이제, 오래된 흉터처럼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전해진다. 

그래서, 1월 9일 새로이 시작된 <스파이>는 기존의 이산 가족과는 분단이 낳은 가족의 아픔을 배경으로 한다. 

10월 16일 방영된 <스파이>에는 두 가족의 고통이 극렬하게 전해진다. 바로, 여주인공 박혜림(배종옥 분)과, 간첩 수연(채수빈 분)의 가족들이다. 
중국에서 스파이 활동 중 자신의 목표물이었던 김우석(정원중 분)을 사랑하게 된 박혜림은 과거 자신의 흔적을 지운 채 선우(김재중 분)와 영서(이하은 분), 두 아이의 엄마로,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녀 앞에, 과거 그녀의 연인이자, 그래서 그녀로 인해 목숨을 잃을 뻔 했던 황기철(유오성 분)이 등장하면서, 박혜림의 가족은 위기에 빠진다. 몇 십년 만에 나타난 황기철이 요구하는 것이 다름아닌, 국정원에서 일하는 그녀의 아들 선우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쪽에서 공작원 신분을 접은 채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던 혜림에게 공작원이었던 그녀의 과거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면, 이제 막 '자수'를 한 수연의 발목을 잡은 건, 그녀가 북에 남기고 온 가족들이다. 
자수는 했지만, 북의 가족을 보호하고 싶었던 그녀, 하지만 그런 그녀의 소망은 아랑곳없이, 남한의 수뇌부는 그녀의 신분을 드러내는 귀순 기자 회견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선우는 그런 상황에서 희생양이 될게 뻔한 그녀의 가족들을 구하고자, 무리한 작전을 기획하지만 그 마저도 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스라엘 방송사 keshet tv에서 제작하여 이스라엘 평균 시청률 26%를 기록하며, 영국 가디언지 선정 '놓치면 안되는 세계 드라마 6편'에 들었던 <마이스>가 <스파이>의 원작이다. 
우리처럼 분단의 비극을 안고 있지마는 않지만, 중동 여러 국가에 둘러 싸여있는 지정학적 조건에, 정치적으로 팔레스타인과 군사적 충돌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스파이물 <마이스>의 배경이 된다. 
그리고 그 배경은, 우리나라에 있어 여전히 휴전이 아닌, 정전 협정의 상황인, 분단 60년의 역사로 등치되어 적용된다. 거기에, 기존에 분단하면, 상징적으로 등장하던 '이산 가족'이 아니라, 분단의 역사가 현재성으로 불러 일으킬만한 가족의 비극을, <스파이>는 담았냈기에, 현재적 공감의 재미을 얻어낼 수 있다. 

오랫동안 평범한 주부로 살았던 공작원 박혜림이 자신의 신분이 들통나자 제일 먼저 선택한 방법은,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로 살아왔던 자신의 행복한 삶을 포기한 채 사라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작원이었던 그녀를 기꺼이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기꺼이 많은 것을 감수했던 남편의 설득에, 박혜림은, 황기철이 협박을, 아들 대신, 부부가 대신 그것을 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그렇게 선우를 넘겨주는 대신 '스파이' 작전에 돌입한 부부, 그들에게 제일 먼저 주어진 임무는, 다름아닌 아들 선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다. 
한 집에서, 아들이 샤워하러 간 사이, 아들의 핸드폰과 노트북에 감시용 스파이웨어를 심는 엄마, 그것도 모른 채 샤워를 끝내고 방문을 열려는 아들에게 물 한 컵을 가져다 달라며 위기를 모면해주는 아빠, 거기서, 이른바 '가족 스파이'극의 묘미가 드러난다.
첫 장면이 손에 땀을 쥐는 상황이라면, 다음 장면, 출근 하기 전에 애인 집에 들러 그녀와 식사를 하고 입맞춤을 나누는 아들을 지켜보는 부모의 감시 작전은, 부모와 자식이기에 빚어지는 애증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스파이>의 강점으로 자리매김한다. 상황은 비극적인데, 마치 그 상황이, 자식을 손에 쥐고 흔드는 우리나라 엄마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하기에 공감되고, 웃긴 것이다. 
그렇게, '가족'이라는 특수하지만, 가장 익숙한 상황, 그리고 정서를 배경으로, 남북의 스파이 작전이 등장하면서, 스파이 물의 묘미에, 가족극의 정서가 더해지며, <스파이>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남한, 박혜림에게만 가족이 있는 건 아니다. 과거 한 남자를 사랑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끊어버린 채 남한 행을 택했던 박혜림과 달리, 자수를 한 수연은 여전히 북에 남아있는 자신의 가족을 접어버릴 수 없다. 그래서, 선우에게 자신의 가족을 지켜 달라고 부탁하고, 가족을 지켜주는 조건으로, 황기철과의 위험한 접선을 감수한다. 
어렵사리 연결된 어머니와의 통화, 수연은 어머니를 걱정하고, 어머니는 정작 자신들은 상관없으니 수연의 생명을 우선으로 할 것을 당부한다. 그 두 사람의 통화가 슬픈 것은, 황기철을 잡기 위한 볼모로 쓰일 수연의 운명처럼 북한의 가족들 역시 배신자로 낙인찍힌 수연에 따라, 생명을 보장받기 힘들 것이 뻔한 상황이기에, 박혜림보다 더 애절한 가족사를 연출한다. 

이렇게 <스파이>는 현재 남과 북이 대치하는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근간으로 한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이스라엘 드라마의 원작을 가져와, 그저, 국가와 국가의 대치라는 보편적 스파이물의 상황으로 둔갑시킨다.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드러난 황기철이라는 '악'보다도, 언뜻 드러난, 일보다는 자신의 입신양면을 우선으로 하는  남과 북의 또 다른 악이, 이들 가족의 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데올로기적 전쟁이 아니라, 일반적인 스파이물의 반전처럼, 결국, 양 쪽의 부패된 권력 집단을 상대로 한 일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거기에, 공중파에 어울리는, 전 세대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가족주의'를 주된 주제로 이야기를 끌고 감으로써 스파이물이라는 장르성을 넘어, 남녀노소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전달된다. 굳이, 누가 나쁜 놈이고, 좋은 놈인지 복잡하게 따지고 들 것도 없이, 행복하고 안온했던 박혜림 가족에 닥친 위기만으로도 드라마는 충분히 볼 거리를 제공한다. 

이렇게 해외 드라마의 화법으로 남과 북의 이야기를 전혀 다른 화법으로, 하지만 결국, 우리네 안방에 가장 익숙한 '가족' 이야기로 둔갑한 <스파이>, 케이블 금요일 약진의 대항마로 매력적인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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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1.1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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