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sbs의 <도시의 법칙 in NEW YORK>이 첫 선을 보였다. 정글의 법칙 도시판으로, 땡전 한 푼 없는 뉴욕 생존기를 다룬다. 물론 단순 여행은 아니지만, 뉴욕이라는 이국의 도시로 떠나간 사람들의 고군분투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긴' 여행기에 가깝다. 그에 앞서, 6월 9일과 10일 양 일간에 걸쳐 <SNS  원정대 일단 띄워>가 방영되었다. 명목상 브라질 월드컵 특집으로, 오로지 SNS에 의지하여 브라질을 문물과 먹거리를 체험하는 여행 프로그램이다. SBS만이 아니다. MBC는 지난 5월 30일부터 <7인의 식객>이라 하여, 이른바 스토리가 가미된 음식 기행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봄 개편을 맞이한 공중파 예능들은, 현재까지 KBS를 제외하고, MBC와 SBS가 각가 한 두개씩의 여행 관련 예능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왜 하필 지금 여행 예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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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런 여행 관련 예능의 시도에 있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나영석 피디가 만든 '꽃보다' 시리즈일 것이다.  과연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 시리즈가 트렌드 상품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지 않았다면 이렇게 여러 개의 여행 예능이 거의 동시에 출격할 수 있었을까. 그저 여행을 하는 형식만이 아니다. <도시의 법칙>이나, <SNS원정대 일단 띄워>나, <7인의 식객>까지 내용면에서도 <꽃보다> 시리즈에 빛을 지고 있다. 

무엇보다, 여행을 떠난다는 기본적 전제 조건은 두 말하면 잔소리겠다. 그런데, 누가 여행을 하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영서 피디의 <꽃보다> 시리즈는 기존 예능의 틀을 한 단계 뛰어 넘었다. 이른바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등 인기 MC는 물론, 그들을 대체할 만한 내로라하는 MC진들의 주도 없이, 이순재, 박근형, 신구, 백일섭 등, 예능은 물론, 연예계 자체에서도 뒷방 신세이던 할배들을 프로그램 전면에 끌어들였으며, 그들의 조력자로, 기껏해야 <1박2일> 게스트 경험만 있었던 이서진을 '짐꾼'이라는 희한한 캐릭터로 등장시킴으로써, 신선한 예능의 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 <꽃보다 할배> 시리즈의 성공은, 그에 이은, 하지만 사실 할배 시리즈에 비해서는 맛깔난 재미는 덜했지만, 할배 시리즈가 안정정 성공을 거두었기에 접고 보아줄 수 있는 <꽃보다 누나> 시리즈가 가능했다. 

이렇게 그간 예능이라면 늘 있어야 할 것만 같았던 존재인 MC, 그것도 개그맨 출신의 MC없이, 예능에서 낯선 연기자 출신들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 프로그램을 만듬으로써 나영석 피디는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도시의 법칙>, <SNS 원정대 일단 띄워>, <7인의 식객> 들의 출연자들의 면면도 김성수, 정경호, 백진희, 오만석, 서현진, 김민준, 이영아 등 신선한 연기자 출신들이 대다수다. 

(사진; 7인의 식객 중, OSEN)

<꽃보다 누나> 시리즈에서 후배 이미연은 늘 따라다니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과연 자신들이 어디까지 보여주어야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선배 윤여정에게 털어놓는다. 그런 후배의 고민에, 윤여정은, 자신들이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는 모습이 온전히 날 것만은 아닌, 연기와 리얼의 경계에 놓여 있음을 지적한다. 즉, 연기자 출신 리얼리티 출연자들은, 각각 배우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실제와 연기의 경계 선상에서, 보다 풍부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풀어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서 짐꾼 이서진, 직진 순재 등의 캐릭터의 성공이 바로  그런 연기자이기에 가능한 지점이었다. 시청자들은 몰래 카메라를 통해 보여진 이서진의 면면이 100% 그의 실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능청스럽게 그 상황을 수용해낸 연기자 이서진의 진솔한 매력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진짜인듯, 진짜가 아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간 연기 외에는 방송을 통해 노출이 되지 않은 배우들이기에 가능한 매력들이다. 

후발 주자로 출발한 <도시의 법칙>, <일단 띄워 SNS 원정대>, <7인의 식객>은 선배인 <꽃보다> 시리즈의 이 성공 사례를 충실히 답습한다. 상황을 벌여놓고, 그 상황 속에 던져진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한 배우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매력과 재미를 끌어내고, 그것을 프로그램의 주된 흥미 요소로 끌어 가고자 한다. 그래서 <도시의 법칙>은 예능 블루칩으로 가장 예능에서 낯설은 정경호를 밀고, <SNS원정대 일단 띄워>는 소탈한 오만석과, 자유인 김민준, 야무진 서현진의 매력을 발굴하는데 공을 들인다. 묘하게도 세 프로그램 모두에서 여성 캐릭터인 이영아, 서현진, 백진희는, 남성 못지 않은 털털함과 당당함으로 자리매김하며, 여행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아간다. 

또한 <꽃보다> 시리즈의 주된 흥밋거리는, 흥청망청 여행이 아닌, 이른바 '배낭여행'으로서의 조건적 제한이다. 노년의 할배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이, '배낭 여행'이라는 컨셉에 따라, 적은 돈을 가지고, 스스로 여행지와 맛집을 찾아다니며 벌이는 '고생'이 이심전심 보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로라 하는 인기인이지만, 그 사람들이 낯선 이국땅에서는 나와 다르지 않을 거라는 그 고생담의 공감이, 거기서 빚어지는 진솔한 인간적 매력들이 시청자들을 흡인시키는 매력이 된다. 

그리고 <꽃보다> 시리즈를 벤치 마킹한 후발 주자들은 빠짐없이 이런 요소들을 포함시킨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생존기라며, 가지고 있는 돈과 핸드폰부터 빼앗아 버리는 <도시 법칙>이나, 여행의 극과 극을 보여주겠다며, 배낭 여행팀을 정하고, 적은 돈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미션을 마쳐야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는(그 어드벤티지 조차도 과연 정말 어드밴티지조차 의심이 되는) 극한의 조건을 제시한다. 어떤 도움없이 SNS에만 의존해 여행을 가야 하는 <SNS 원정대 일단 띄워>의 모습은, 핸드폰에 의존해서 갈 길을 찾던 <꽃보다> 시리즈의 짐꾼이 연상된다. 
(사진; SNS원정대 일단 띄워 중, 오마이스타)


이렇게 <꽃보다> 시리즈로 부터 시작된 여행 예능은, 이제 <도시의 법칙>, <SNS원정대 일단 띄워>, <7인의 식객>을 통해 만개하고 있다. 케이블의 아이디어를 공중파가 답습하거나, 확산시키는 컨텐츠의 역전이다. 
물론 <꽃보다> 시리즈 이전에도 무수한 여행 예능이 있었다. 하지만, <꽃보다> 시리즈의 성공은 단지 여행을 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여행을 하는 연예인의 날것의 모습을 통해, 나이가 들거나, 젊거나, 혹은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상관없이 인간 본연의 매력을 깊이있게 다가갈 수 있었던 시간이라는 점이다. <꽃보다 할배>에 새삼스레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노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열정적인, 하지만 지는 석양의 아름다운 노을을 보는 듯한 안타까움에의 공감때문이 아니었을까? 후발 주자들이 성공을 거두가 위해서는, 그저 여행을 떠나거나, <꽃보다> 시리즈가 가진 재미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선배를 뛰어넘을 여행 속에서 발견한 인간미에 대한 천착이 있어야 할 것이다. 

<꽃보다> 시리즈건, 혹은 <도시의 법칙> 등 여러 후발 주자건, 자기 충전과 삶의 돌파구로서의 대안으로서 여행이 보편화된 세상을 반영한 모습이다. 일찌기, 들뢰즈는 노마디즘을 설파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나서는 유목주의야 말로, 몇 천년의 정주 문화 속에 숨겨진 진정한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한다. 21세기에, 여행이 삶의 주된 반전이 되며, 그것이 예능 컨텐츠로서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지금의 삶과 생활 방식에 대한 권태와 회의, 새로운 삶의 대안에 대한 어쩌지 못하는 갈구의, 감각적인 반응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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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6.12 17:29

'인간이라는 종을 탄생시킨, 생물체들의 그 엄청난 뒤얽힘은 이동성, 미끄러짐, 이주, 도약, 여행으로 이루어졌다. 인간의 역사가 노마드적인 것이 되기 훨씬 전에, 아메바에서 꽃으로, 생선에서 새로, 말에서 원숭이로 진화된 생명의 역사 자체가 이미 노마드적이었다'


자크 아탈리는 그의 책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유목하는 인간이라고 정의내린다. 심지어, 우리가 인류 문명의 근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바, 농업을 통한 정주조차도, 결국, 노마드적 삶의 결과물이었다고 단정을 내린다. 그의 이론은 차치하고라도,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인류의 삶이 이제 지구의 전 대륙 심지어 남극에까지 그 손을 뻗치는 영역만 보더라도 노마드적 경향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제 사람들은, 현실의 땅을 취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디지털 유목이라 하여, 오늘도 하염없이 인터넷의 바다를 유랑하고 있는 중이다. 실상이 이럴진대, 우리가 어찌 노마드적 성향을 부인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의 본성(?) 혹은 경향성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오늘날의 인간들은, 휴식의 영역에서 조차도 노마드적 성향을 보인다. 즉, 정주해 있는 동안 자신의 삶에서 배태되었던 노마드적 본능에의 억누름을 휴식을 통해 발산하는 것이다. 바로 여행이 그것이다. 휴식이라면 그저 편하게 쉬면 될 것인 것을, 인간들은 시간을 쪼개 산으로, 바다로, 그리고 우리네 영토도 모자라 고생고생을 하며 해외로 나간다. 1월 10일 방영된 <나 혼자 산다>에서 로마에서 나폴리까지 5시간이 넘는 지난한 여정 끝에 도착한 나폴리 항구나 부산항이나 별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으면서도, 막상 돌아올 시간이 되자, 그곳을 떠나는 걸 아쉬워 하는 김광규처럼, 떠나고 고생하고 후회하면서도 다시 떠나는 여행의 딜레마를 반복한다. 그러니 이걸 노마드적 본능이라고 설명할 밖에.

(사진; 리뷰스타)

공교롭게도 소위 말하는 불금의 밤, 나란히 tvn과 mbc, 그리고 sbs는 어딘가로 떠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정글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살아남기와 시골집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미션을 중심으로 한 <정글의 법칙>과 <사남일녀>를 빼고서도, <꽃보다 누나>와 <나혼자 산다> 김광규, 김민준 편은 온전히 여행 그 자체다. 

물론, 여행이라고 다같은 여행은 아니다. <꽃보다 누나>가 터키에서 경유를 해야만 갈 수 있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나라 크로아티아로의 9박10일의 장정이었다면, <나 혼자 산다> 김광규의 이탈리아 여행이나, 김민준의 한라산 등반은 그 반에, 그 반에 반에도 못미치는 일정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정의 길고 짧음보다는 두 여행 과정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홀로냐, 함께 하냐이다.

<꽃보다 누나>는 그토록 고된 일정에도 김희애가 밤잠을 못이룰 만큼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야 하는, 그래서 작가 김수현의 한 마디에 그 스트레스가 눈물이 되어 쏟아지는 부담을 얹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으로 인한 부담만큼 어울려 지내는 시간이 되돌려 주는 선물도 만만치 않다. 데뷔한 이래 한번도 누군가에게 책잡혀본 일이 없는 바른 생활 사나이 이승기가 원점에 서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되었고, 덕분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연예인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멋진 남자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관광객이 손을 꼭 잡고 이제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한 마디에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던 처지의 이미연에게, 한참 위의 선배들은 아홉 째 날이 넘을 즈음에야 진심어린 조언을 들려 줄 수 있었다. 아마도 그 따스한 위로의, 그리고 진지한 조언들이 서울의 어느 거리 한 곳에서 였다면, 보는 사람마저 뭉클해지는 진심으로 다가갈 수 없었을 것이다. 고된 여행의 일정을 함께 해낸 동료애 위에 보태진 말이기에, 정말 이미연에게 절실하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사진; OSEN)

함께 하는 여행은 결국 함께 해서 힘들기도 하지만, 그럼으로써 덕분에 얻어지고 쌓이는 것들이 있다. 반면 홀로 하는 여행은 온전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새벽부터 시작된 한라산 백록담을 향한 김민준의 강행군은 그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영어 한 마디 변변히 못하는 김광규가 정말 홀홀단신 이탈리아 여행의 과정에서 빚어내는 해프닝도 다르지 않다. 그는 말 한 마디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발버둥치며 외로워하지만, 덕분에 곳곳에서 그에게 도움을 주는 외국인들과, 여행을 떠난 한국인 동료와의 뜻하지 않는 만남이란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 마중 나온 매니저가 밀어주려는 가방 카트를 자신만만하게 끌고가려는 김광규의 모습에서, 홀로 여행의 성과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홀로 떠나건, 함께 하건, 자신이 머무르던 일상을 떠난 그 새로운 공간과 시간은 떠난 자에게 원컨 원치 않건 뜻밖의 선물을 건넨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노마디즘의 정신이다. 노마디즘이 그저 정처없이 떠도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 철학자인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프랑스 정신분석학자인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가 공통 집필한『천개의 고원(Mille plateux)』(혹은 '천의 고원'으로 번역)에서, 들뢰즈, 가타리가 주목한 유목적 삶은 그냥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불모지에 달라붙어 새로운 생성(生成)의 땅으로 바꿔가는 것이다. 즉, 노마디즘은 제자리에 앉아서도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붙박히지 않고 끊임없이 탈주선(脫走線)을 그리며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사유의 여행을 뜻하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진; 뉴스엔)

떠남이 지금 머무름과 다르지 않다면 무에 그리 고생을 감수하면서 떠나겠는가. 인간은 묘하다. 머무를 수 있는데도, 구태여 또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하여 떠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바꾸고, 지금 자신이 사는 자리를 벗어나 비약한다. 결국 노마디즘의 현존, 여행은 현존 삶의 노마디즘을 위한 또 하나의 자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텔레지젼을 통해서라도 바라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는 시청자들, 그런 노마디즘의 간접 체험자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성장한 이승기에, 여행을 통해 서로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누나들, 그리고 말 한 마디 통하지 않는 외국 여행을 홀로 해낸 김광규, 자신의 목표인 백록담에 닿은 김민준에게 매료되어 그걸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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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1.11 13:20

여행을 떠나야 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무엇일까?

여행에 가지고 갈 것들 빠뜨리지 않기? 여행지의 정보? 편안한 숙박 시설, 볼만한 풍경, 맛있는 먹거리, 그리고 원활한 교통 수단?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혹은 여행 과정에서 순탄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들이지만, 그 모든 것들에 우선하여 마련되어야 할 것들은 바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아닐까? 즉 나와 함께 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내 맘에 드는가 아닐까 말이다. 제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한 여행이라도 여행지에서는 별 일이 다 생기고, 그래서 인생을 길고 긴 여행에 빗대듯이, 짦건 길건, 여행이라는 행로에서 함께 하는 사람이 우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산해진미가 차려지고, 화려한 볼거리가 넘쳐나는 여행이라도 내내 불편하기가 그지 없을 것이다. 
<꽃보다 누나>를 만든 제작진은 바로 이 여행의 가장 큰 관건을 제대로 아는 듯하다. 아니 <꽃보다 할배>의 여행 과정을 통해 더더욱 여행의 결정적 요소가 무엇이라는 걸 확실히 절감한 듯하다. <꽃보다~> 시리즈는 출연하는 배우들이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지만, 시청자들 역시 그들과 내내 함께 여행을 하는 마음이 드는 프로그램이다. 그러기에, 누구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꽃보다 할배>에 이어, <꽃보다 누나>시리즈 첫 회를 보고 있노라면 누구를 데리고 어디를 여행해도 재미있는 여행기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게 만든다. 

<꽃보다 할배>가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은 건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선 할배들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여행이라는 컨셉이었다. 다리가 아픈 걸 꾹꾹 참으며 어쩌면 다시 못볼 지도 모를, 젊어서는 일하느라 차마 찾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을 풍광에 감탄하며 바라보는 할배들의 모습은, 많은 설명이 필요없이 감동적이었다. 거기에 더해 투덜거리면서도 할배들이 부르면 그 어떤 토를 달지 않고 '네'하며 달려가는 말 그대로 국민 짐꾼 이서진의 매력 또한 할배들의 여행의 조력자로서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할배들의 여행은, '할배들'이란 말 그대로 특수한 사정을 지닌 것이었기에 일단 접어 주고 들어가는 것이 있었다. 그에 이어 '할매'도 아니고, '누나들'의 여행을 그것도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등 결코 만만해 보이지 않는 이질적인 조합의 여행을 한다고 할 때 과연 저 여행도 할배들 만큼 성공할까란 의구심이 든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무려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두 달 전부터 '짜~'하게 반복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는, 케이블의 불리함을 홍보로 이겨내겠다는 시도를 넘어, 마치 빈수레가 요란한 거 아냐 라는 의구심을 살 정도였었다. 

그렇게, 아직도 이 프로그램이 시작조차 하지 않았어? 라는 반문을 할 정도로, 몇 번의 티저와,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수많은 기사들을 뒤로 하고, 드디어 11월 29일 <꽃보다 누나>의 첫 방송이 방영되었다. 아마도 이 프로그램을 지켜본 사람들은, <꽃보다 할배>를 보았던 그 감동을 다시 누리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고, 어디 그만큼 재미있을까? 라며 가재미 눈을 뜨고 바라보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함께 한 멤버 중 누군가는 일전에 다른 여행에서 여행 컨셉과 어울리지 않는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바도 있었으니 더더욱 그러했으리라. 

하지만, 의심은 무색하게 <꽃보다 누나>는 <꽃보다 할배>만큼 재미가 있을 듯하다. <꽃보다 할배>가 그러했듯 <꽃보다 누나> 역시 방송 첫 회만에 함께 여행을 떠날 멤버들의 캐릭터를 분명하게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으며, 심지어 그 캐릭터들에게 애정을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롱이 다롱이라고 세상 사람들은 저 마다 생긴 것이 다른 만큼, 성격도 다 다르다. 그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 함께 만나면 부딪칠 일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 그런데 <꽃보다 ~> 제작진이 어느 누구를 데려다 놔도 푸근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바로 그들이 저마다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인간미 넘치는 관점이다. 


투덜거렸지만 능수능란했던 짐꾼 이서진과 달리, 제작진이 '짐'이라고 명쾌하게 정의내린 이승기는 여행 가이드로서는 서투른 게 첫 방송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고등학생 시절 연예계에 들어와서 본인 말 대로, 늘 남들이 준비해놓은 것을 착실하게 한 것으로 이 자리에 온 사람이었지만,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것만으론 이국의 공항에서 맞닦뜨린 상황은 스타로 살아온 그의 이력을 넘어선 것이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걸 여행의 불편함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짐꾼'이 아니라, '짐'이라는 애교 섞인 정의를 내리더니, 곧 이 여행이 이십대 후반의 젊은이 이승기의 홀로서기의 과정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꽃보다 누나>의 관전 포인트가 또 하나 생긴 것이다. 그저 못하는 애을 짜증내며 보는 게 아니라, 저 애가 얼마나 성장할까 라며 관점을 바꾸어 놓음으로써 시청자들이 그를 응원하며 지켜보게 만드는 것이다.

누나들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 보다 깐깐 할 거 같은 여정쌤이 승기가 나타나지 않자, 스스로 길을 물어 나선다. 가장 연장자이지만, 연장자로써 우세란 찾아볼 수 없다. 30분을 넘게 걸어야 한다는 승기의 난감한 안내에, '난 누나가 아니라, 할머니야'라며 그저 지긋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드라마 속 펄펄 뛰던 할머니는 없다.
알듯 모를듯 우아한 미소를 띠며 여행을 함께 하던 김희애는 호텔로 가는 교통편을 결정하는 과정만으로 그녀의 모든 매력을 어필했다. 이미연과 윤여정이 승기가 오지 않는다고 걱정이 늘어질 때도 가만히 있던 그녀가 시간이 지체되자 조용히 인포메이션을 찾아 정보를 알아내더니 다시 가만히 있는다. 결국 나타났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쩔쩔매는 승기를 은근히 인포메이션으로 안내하고, 다시 결정을 하지 못하는 승기를 도와주는 식으로, 보이지 않는 도움을 줄  뿐이다. 지쳐가는 급한 상황 속에서도, 가이드 승기의 낯을 세워주는, 처음 여행을 하니 당연히 서툴거라고 두둔해 주는 김희애의 모습은 그 한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반면 김희애와 다르게 이승기처럼 처음 홀로서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이미연은 괄괄하다. 늦는 이승기를 제일 못기다리는 것도 이미연이요, 그 감정을 참지 못하고 쏟아내는 것도 이미연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런 이미연의 다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미연의 괄한 성격을 상쇄시킨다. 그녀가 이승기만큼이나 허당이라는 것과, 괄한 성격만큼이나 씩씩하게 앞장서 짐도 들고, 나이든 언니들도 챙기려 애쓴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는 그저 이승기를 못미더워하지 않고 그의 옆에서 힘이 되 줄 거라는 예고를 보여줌으로써, 이미연에게 혹시라고 가질 수 있는 '미움'을 불식시키려 한다. 
제일 압권은 김자옥이다. 연기 생활을 쉬어야 할 정도로 재발된 암으로 인한 투병 생활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된 건강은 둘째치고, 다른 멤버들이 난리법석을 부리는데도 고요히 앉아서 글을 쓰는 그녀의 캐릭터는 독보적이다. '공주'라는 별명이 그저 얻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그게 또 미워보이지 않는다. 모두다 법석을 떨어봐야, 사실 어수선하기만 한 상황에서 누구 한 사람, 잘 되겠지 하는 그런 사람 한 사람 정도는 있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모습들은 보기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짐꾼일 줄 알았는데, 짐이 돼! 라며 한심해 하던가, 뭘 이승기를 기다려 빨리빨리 결정해 버리지 라든가, 어린 동생 시켜놓고 참을성이 없다던가,  혼자 한가하게 뭐하고 있어? 등등 보기에 따라 얼마든지 싫어질 수 있는 꺼리들이다. 백 사람이 백가지 미운 짓을 할 수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마치 언제나 '허허' 거리는 나영석 피디와, 슬몃슬몃 비칠 때마다 언제나 웃는 낯인 이우정 작가의 모습처럼, <꽃보다 누나> 첫 회의 모든 좌충우돌은,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 라며 넉넉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사람사는 냄새가 난달까. 
그러고 되돌아 보니, <1박2일>의 까나리 볼불복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냄새조차 역해서 마실 수 없는 그것을 전국민이 해보고 싶은 게임으로 만든 그것으로 만든 역사 역시 '까나리'를 먹는 게 결코 '패배'라거나, '나쁜 것'으로 느껴지지 않게 만들었던 제작진의 기막힌 노하우였었단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저 세상의 모든 고됨이, 이 제작진과 함께라면 그 어떤 것도 해볼 만한 것이 되는 듯하다. 그래서 <꽃보다 누나>의 크로아티아 여행도 새삼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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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3.11.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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