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종영한 mbc수목 미니 시리즈 <맨도롱 또똣>의 낯선 제목은 제주 방언으로 '기분좋게 따스한'이란 뜻이다. 제주도 방언을 차용한 제목답게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제주도에서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주인공은 이정주(강소라 분)는 해녀가 되기를 원하고 해녀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드라마의 설정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결혼 한 달만에 남편이 죽은 후 '물질'을 하며 아이를 키운 자부심 강한 해녀 김해실(김희정 분)이 있다. 이렇게 <맨도롱 또돗>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해녀와, 그녀들을 키워내는 '해녀 학교'를 배경으로 삼았지만, 스타 작가 홍미란 홍정은 두 작가에도 불구하고, 7%대의 낮은 시청률도 드라마도, 그리고 그 드라마가 다루었던 '해녀'의 이야기도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반면에 2013년 일본 nhkf를 통해 방영된 <아마짱>은 역시나 도호쿠 북쪽 산 리쿠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일본 해녀, 아마가 되려고 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156부의 이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27%의 인기를 끌었다. 더구나 극중 아이돌 그룹까지 되었던 작은 마을의 소녀가 대지진 이후 다시 고향 마을로 돌아가 '아마'가 되는 이야기는 '아마'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조명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해녀와 일본의 아마라 불리워지는 해녀, 두 해녀가 두 나라에서 다른 '조명'을 받게 되는 건 '드라마'가 뜨고 안뜨고의 문제일까? 거기엔 단지, 낮은 시청률의 <맨도롱 또돗>과 높은 시청률의 <아마짱>이상의 복잡한 두 나라의 문제들이 얽혀있다. 

세계 문화 유산 등재를 둘러싼 한, 일 양국의 갈등
일본이 <아마짱>을 드라마화한 시기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되었을 때이다. 그래서 재건을 위한 프로젝트가 필요했고, 거기서 눈에 띤 것이 바로 '아마'였던 것이다.<아마짱>은 일본의 해녀 아마가 일본 여성의 불굴의 정신을 보여주는 '문화 유산'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거기엔 또 하나의 숨겨진 의도가 있다. 다름아닌, 일본의 대표적 '문화 유산'으로 '아마'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굳이 '아마'를 대표적 문화 유산으로 부각시켜야 했을까? 그 배경엔 '해녀, 혹은 '아마'를 둘러싼 한, 일 양국의 문화 콘텐츠 전쟁이 있기 때문이다. 7월 5일 <sbs스페셜>은 이 한일 양국의 문화적 갈등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해녀 삼춘의 죽음이다. 제주도에서는 '존중과 친근함를 나타내는 말로 삼춘을 쓰는데, 바로 그 삼춘이라 불리우던 해녀 양석봉 할머니는 86세가 되던 올해 4월 16일 78년을 물질 해오던 바다에서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차가운 겨울 바다도 마다하지 않고, 숨을 멈춰야만 살아갈 수 있는 해녀로 살며 네 아들을 유학까지 시키며 키운 장한 어머니였던 양석봉 할머니는 하지만 결국, 그녀가 평생 살아오던 바다에서 생을 마쳤다. 

그렇게 그 어느 나라의 잠수부도 따라올 수 없는 능력으로 깊은 바닷속을 마다않는 제주 해녀, 그 해녀의 우수성은 전세계인들도 찬사를 보냈고, 이에 제주도는 10년전부터 제주 해녀의 세계 문화 유산 등재를 위해 준비해 왔다. 그런데,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의 언론들이 제주 해녀가 아닌 일본의 '아마'를 부각시키는 기사들을 내면서 판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일본이 뒤늦게 '해녀' 전쟁에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뛰어든 일본의 움직임을 빨랐고 체계적이었다. 정부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아, 해녀 전시장 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아마'의 고향이라는 미에현을 중심으로 한 8개의 현과 정부가 문화 유산 등재를 위해 다각도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학자들에 따르면 일본의 아마가 제주의 해녀를 본딴 것이라는 설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아마의 기원을 3000전까지 당기며 학문적 기원을 마련했고, 미비한 지역적 유산의 근거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종 '아마 축제'를 마련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본은 공동 등재까지 제안하며 대안까지 마련했다. 결국 1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방의 엇박자로 인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우리나라는 심사 보류라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제주 해녀의 문화 유산 등재는 2016년 하반기에 결정된다. 

문화 유산 등재보다 해녀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존중감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sbs스페셜이 다루고자 하는 것은 그저 한일 양국의 문화 전쟁이 아니다. 정작 제주 해녀를 연구해온 학자는 반문한다. 제주 해녀가 세계 문화 유산 등재가 된다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거냐고? 그리고 이 질문의 숨겨진 의미는 문화 유산 등재 전쟁 속에 드러나지 않은 양국 해녀의 위상과 존재에 대한 의문이다. 

2016년 문화 유산 등재를 낙관하는 제주도, 그런데 현재 제주에 남아있는 제주 해녀는 4,415명, 일본의 2174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이다. 하지만, 들여다 본 실정은 다르다. 지난 3년 사이 여러 가지 이유로 바다를 등진 해녀가 92명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해녀들은 중년 이상의 연배들이다. 호구지책으로 해녀로 살지만 단 한번도 자부심을 느낀 바 없다는 그녀들은 자신의 딸들이 해녀의 삶을 택하겠다면 말리겠다고 입을 모은다. 하루 종일 '물질'을 하는 해녀의 삶은 문화 유산 등재의 대상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자부심의 대상이기보다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택하는 어쩔 수 없는 일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하지만 일본의 아마는 다르다. 그저 아이돌 가수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아마가 된다는 드라마 속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에서 만난 '아마'들은 한국의 아마들과 살아가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 잠수복을 입고, 큰 물고기가 다가왔을 때 흰 색을 보고 큰 물체인 줄 착각하여 도망가게 흰 천을 뒤집어 쓰고, 허리에 납을 매달고 물질을 하는 모양새는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하루 종일 물질을 해야 하는 제주의 해녀들과 달리, '아마'들은 바다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 단 두 시간의 물질만을 허용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마들이 '아마가 운영하는 민박'집을 운영하거나 현에서 운영하는 아마 체험장에서 일을 하며 또 다른 일을 병행한다. 그리고 그런 아마의 수입은 월 500만원 정도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단지 돈벌이 만이 아니다. 일본으로 건너가 아마가 된 제주 해녀의 말처럼, 그저 먹고 살 게 없어서 해녀가 되었다고 보는 한국의 시각이랑, 아마 체험을 하기 위해 관광객이 줄을 선 일본의 처우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3대를 잇는 아마 가문이 탄생하고,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젊은 여성들이 아마가 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결국 sbs스페셜이 도달한 곳은 우리 사회에서 '해녀'이 존재론이다. 먹고 살게 없어 택하는 직업이란 인식을 넘어서지 못하는, 자기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해녀, 그런 사회적 인식과 처우가 달라지지 않는 한, 세계 문화 유산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한일 양국의 해녀 전쟁의 승자는 거창한 드러나보이는 성과가 아니라, 그 사회에서 해녀로서 행복하게 살아갈수 있는 직업적 자부심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sbs스페셜>의 결론이다. 

by meditator 2015. 7. 6.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