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예능국과 <별에서 온 그대>의 스타 작가 박지은, 그리고 역시나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 로코의 대명사 공효진, 차태현, 아이돌스타 아이유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었던 <프로듀사>. 역시나 그 화제성에 걸맞게 2회를 남겨둔 현재 시청률 14.6%(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이름값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가시적으로는 명성에 걸맞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프로듀사>이지만 과연 박수칠 일만 있는 것일까? 한번쯤은 생각해 볼 지점들이 있다. 


결국 방송국에서 연애하기
역시나 김수현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프로듀사>는 매회 시청률 갱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과연 극중 신참 프로듀서 백승찬으로 분한 김수현이 선배 프로듀서인 탁예진(공효진 분)과 신디(아이유 분) 중 누구와 이어질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참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이 드라마의 제목이 왜 <프로듀사>인지를. 애초에 드라마국이 아닌 kbs예능국이 주도한 이 프로젝트 <프로듀사>가 과연 백승찬을 사이에 둔 선배 프로듀서와 아이돌 스타의 사랑 이야기가 목적이었던가?

51회 백상 예술 대상 시상식은 tv 부문 대상을 다른 그 누구도 아닌 프로듀서 나영석에게 수여했다. 그리고 상을 받으러 올라가 나영석은 자신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과 함께 했던 나영석 사단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그 공을 주변으로 돌렸다. 이우정 작가를 필두로 한 이른바 '나영석 사단'이라 칭해지는 '집단 창작 체제'가 나영석이라는 예능 트렌드를 만들었고, tvn의 또 다른 트렌드인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프로듀서'라는 직업으로 상징되는 방송 창작의 이면을 그려내겠다는 것이 kbs예능국, 그리고 서수민 피디가 야심차게 내보인 <프로듀사>의 발문이었다. '검사', '의사'에 못지 않은, 또 하나의 고시로 등장한,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 프로듀서의 직업 세계를 그려내 보이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제 2회를 남긴 <프로듀사>는 애초에 야심차게 그려내 보이겠다는 그 시도를 제대로 구현해 내고 있을까? 물론 kbs예능국 ppl같다는 평가처럼, 매회 현란한 까메오들을 등장시키며, kbs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는 톡톡히 해내었다. 하지만, 애초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마치 <응답하라>를 통해 90년대를 복기하고 추억할 수 있듯이, 직업의 세계, 혹은 창작의 세계로서 '프로듀서'의 영역을 살펴보고자 하는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극중 <1박2일> 피디로 등장하는 라준모를 통해 그려지는 프로그램의 창작 과정은 겉훑기식이다. 심지어 라준모의 트라우마로 등장하는 신디와 같은 소속사의 선배 아이돌 스타와 관련된 에피소드 등은, 프로듀서의 직업적 애환으로 다루어 지기보다는, 신디와 관련된 사연의 밑밥으로만 작동된다. 즉, 결국은 장황하게 프로듀서로 상징되는 방송가의 속살을 드러내 보이겠다는 의도와 달리, 결국 <프로듀사>는 방송국에서 연애하는 이야기가 되고만 것이다. 



배우들의 이름값에 걸맞는 연애담? 
그렇다고 <프로듀사>가 <별에서 온 그대>의 스타 작가 박지은이라는 이름값에 걸맞는 흥미진진한 로코가 되었을까? 과연 <프로듀사>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또 하나의 필모에 어울리는 성과를 남겨주었을까?

<별에서 온 그대>에서 몇 백년의 세월을 지구에서 살아온 외계의 왕자같던 도민준으로 분했던 김수현은 그저 첫사랑을 보기 위해 신입 프로듀서로 들어온 어리버리한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다. 또한 드라마에서의 꾸준한 출연에도 불구하고 두각을 드러내보이지 못했던 아이유의 경우, 신디라는 아이돌 스타를 양 극단의 캐릭터를 오가며 그려냄으로써 드라마 연기에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극의 중심을 이끌고 있는 라준모 피디의 차태현의 경우, 극중 탁예진의 영원한 첫사랑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그가 까메오가 아닌가 싶게 극중 분량이 적다. 사각 관계에 가까운 극중 네 인물의 설정에서 그가 하는 역할은 미미하다. 그래서, 탁예진의 일관된 외사랑에 대응하여, 이제 비로소 탁예진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그의 변심(?)에 쉽게 공감하기가 힘들다. 
공감하기 힘든 건 라준모만이 아니다. 선배 프로듀서로 등장하여, 백승찬의 차 수리비를 떼어먹고 만날 때 마다 주겠다는 식으로 갑질을 하던 탁예진이 어느 순간 백승찬이 사랑하는 대상이 된다는 것 역시 따지고 보면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제일 공감하기 어려운 것은 백승찬이다. 첫사랑이 좋아서 피디가 되었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젠 또 탁예진 바라기인가 싶은데, 신디에겐 '어장 관리'다. 신디에겐 '진심'이 어떻고 온갖 입바른 소리를 다하는가 싶더니, 탁예진이나 라준모 앞에선 '어리버리'하기가 그지 없다. 
캐릭터의 일관성 따위야, 김수현과 공효진, 아이유가 삼각 관계로 얽히고 설키니, 그게 또 관심이 가고, 누구랑 될까 궁굼해 지는게 <프로듀사>니, 그저 어디서든 연애를 하면 시청률엔 장땡인가 싶다.

편성의 한 수? 꼼수?
<프로듀사>라는 거창한 의도와 달리 조족지혈이 된 제작 의도, 일관성 없는 배우들의 캐릭터,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 12부작으로 방영된 <프로듀사>에 대해 무엇보다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바로 방영시간이다. 

매주 금, 토 9시 15분부터 방영되는 <프로듀사>의 공식 방영 시간은 10시 35분 <연예가 중계>까지 이다. 그런데 1회부터 방영된 <프로듀사>의 방영시간을 보자. 1회 72분, 2회 81분, 3회 76분, 4회 76분, 5회 82분, 6회 80분, 7회 81분, 8회 87분, 9회 83분, 10회 88분이다. 10회에 이르러서는 거의 90분에 육박한다. 

제 아무리 kbs예능국 주관이라 한다지만, 엄연히 <프로듀사>는 드라마이다. 그간 미니시리즈들이 시청률을 더 내기 위해 방송 시간을 늘이는 꼼수를 쓰다가, 방송사간 타혐을 본 지점이 68분이다. 68분룰은 시청률을 위한 꼼수의 방지 및, 방송 제작 환경의 건간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것이다. 물론 <응답하라> 등의 케이블 드라마 들은 이런 68분 룰의 예외의 영역이다. 그런데, <프로듀사>는 kbs예능국 제작이라는 이유에서인지, 가볍게 68분 룰을 어긴다. 심지어, 80분도 넘고, 90분대를 육박하고 있는데. 이 정도라면 거의 미니 시리즈 한 편 반을 상영할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회 시청률 면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자평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화제성을 이어가기 위한 무리수는 아니었을까? 과연 <프로듀사>가 신선한 기획인지, 아니면 미꾸라지처럼 방송가의 기존 룰을 갖가지 편성 시간 편법과, 까메오 범람 등을 통한 물흐리기인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고갈 일이다. 

by meditator 2015. 6. 14. 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