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서 지원을 받던 저소득층 유급 생활자였던 조앤k롤링은 에딘버러의 카페에서 어린 딸을 달래며 첫 소설을 썼다. 그리고 1997년 세상에 나온 그 소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그이후로 2007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 이르기까지 '판타지 월드'의 지형을 바꾸며 4억부 이상의 책 판매와 7억 230만 달러의 전 세계적으로 두번 째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 2011년까지 여덟 편의 영화를 통해 마법의 세계를 통해 전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아이들은 성장하는 마법사 해리와 함께 커나갔고, 어른들을 위한 '점잖은 표지'로 재발간을 할 만큼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독자와 관객층을 형성했다. 하지만, 2007년 <죽음의 성물>을 통해 호그와트로 가는 벽조차 구분하지 못했던 어수룩한 소년 해리는 이제 '어머니'의 보호 마법이 필요하지 않은 어엿한'마법부의 장관'이 되어 '마법'의 세계를 이끌게 될뿐만 아니라, 행복한 가정까지 꾸리게 된다. 동시에 오랜 시간 '해리'의 세계에 발을 묶였던 저자 조앤k 롤링은 더 이상 '해리'의 이야기를 쓰지 않을 것임을 단언한다. 해리의 세계가 해피엔딩이었어도 그보다 더한 아쉬움으로 남는 순간이었다. 




돌아온 조앤k롤링
하지만 영국 여왕보다 더한 부를 지녔어도 '글귀신'을 달랠 수는 없었던가. 2013년 로버트 갤브레이스란 가명으로 <쿠쿠스 콜링>이란 탐정 소설을 통해 다시 세상에 그녀의 글을 드러냈다. 눈밝은 영국 독자들의 추적으로 결국 조앤k롤링은 '커밍 아웃'을 했고, 이어 <실크웜>을 펴낸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아이에서 성인으로 자라는 '성장'에 촛점을 맞춘 성장 판타지라면, <쿠쿠스 콜링>과 <실크웜>은 치정과 원한이 얽힌 본격 탐정 소설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작품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조앤k롤링은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감독한 피터 예이츠 감독과 손잡고 제작 및 각본가로 <신비한 동물 사전>이란 작품을 통해 '마법'의 세계에 복귀한다. 

장황하게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저자였던 조앤 k롤링의 행보를 서술했던 이유는 바로, 16일 개봉한 <신비한 동물 사전>이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spinoff)'이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통독한 독자들에게 <신비한 동물 사전>의 주인공 뉴트 스캐맨더는 낯이 익다. 바로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법 학교 학생들의 '동물학 수업'의 교재가 '신비한 동물 사전'이요, 그 저자가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 분)이기 때문이다. 뉴트뿐만이 아니다. 이번 영화에서 선보인 '신비한 동물' 중 '에럼펀트', 즉 외관이 코뿔소를 닮은 이 동물의 코뿔이 '거래 금지 품목'인 것으로 인해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등 동물 들 역시 학생들이 배웠던 그 동물들이다. 



그렇듯 영화는 '새로움'보다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기시감으로 시작된다. 마치 '단종'된 장난감 시리즈의 부활처럼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익숙하게 들려오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시그널은 향수처럼 관객들을 다시 그 '마법'의 세계로 불러들인다. 

익숙한, 하지만 새로운 마법의 세계
하지만 영화는 영리하다. '마법'의 세계는 '마법'의 세계이되, 장소가 달라졌다. '머글'들에 둘러싸였던 영국을 떠나, '노마지'를 피해 자신을 감춘 '미국'의 '마법 세계 MACUSA(미국 마법 의회)'가 새롭게 등장한다. '머글'이란 말이 인터넷 공간에서 익숙한 용어가 될 정도로 만들었던 <해리 포터>, 그 '인간'인 머글과 '마법사'의 구도를 그대로 가져오되, 그걸 '미국'이라는 물리적 공간으로 변화시켜, '머글' 대신, '노마지'를 등장시키고, 미국의 노마지 사회와 '공존'대신, '언더월드'를 택한 '마법부'의 선택을 등장시켜, 인간과 마법사간의 새로운 갈등의 축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 내내 '볼드모트'로 상징되는 악의 마법과 '덤블도어'로 상징되는 공존의 마법사간의 대결은 이제 '인간과의 공존을 주장하는 마법의회 대통령과 그에 반발하는 마법 안보부 국장의 대결로 이어진다. 콜린 파렐이 분했던 퍼시발 그레이브스는 조니뎁의 그란덴왈드로 변하며 <신비한 동물 사전>의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즉 책을 읽은 독자라면 기억하겠지만 그란덴왈드는 볼드모트 등장 이전의 흑마법사 중 한 명으로 한때 덤블도어의 친구였던 사람이다. 그의 등장으로 영화는 마치 <슈퍼맨 비긴즈>처럼 <해리 포터> 이전의 '마법' 세계로 <신비한 동물 사전>을 확장한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지만, 그의 가방이라는 '루프'를 통한 신비한 동물의 세계에서는 동물의 수호자로 거듭나는 뉴트라는 인물 역시 마찬가지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처음 마법 학교에 간 학생들이 마법 모자에 따라 정해지는 각자의 소속, 그 중에서 뉴트는 후플프프였다. 후플프프는 해리가 속해있던 그리핀도르나 그의 적대적 상대였던 알포이가 속해있던 슬리데린보다는 덜 주목받았던 '개성'강한 학생들의 집합체다. 또한 성장 소설이었던 <해리 포터> 대신 <신비한 동물 사전>은 동물학자 뉴트에 마법무 오러(어둠의 마법사를 잡는 직책)인 티나 골드스턴(캐서린 워터스턴 분)을 등장시켜 '청소년물'에서 '성인물'로 극의 중심을 변화시킨다. 



무엇보다 <신비한 동물 사전>인 만큼 새롭게 열린 마법 세계만큼 관심을 잡아끄는 건 '신비한 동물'들이다. 마치 마법사들이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라면, 그 슈트가 동물들이고나 할까? 초반부터 말썽꾸러기 니플러에서 부터 머트랭, 어럼펀트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오캐미, 천둥새, 그리고 옵스큐러스까지 영화 곳곳에서 마법 세계의 느낌을 물씬물씬 풍겨낸다. 새로운 캐릭터의 집요정도 빠질 수 없다. 당연히 이들 마법의 동물들을 부리는 마법에서부터, '노마지'의 기억을 잃게하는 마법 등등 그 '세계'를 꾸려가는 '마법'의 향연이 펼쳐지는 건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신비한 동물 사전>을 통해 새롭게 펼쳐진 미국판 마법의 세계, 하지만 맥락상 이어지는 <해리 포터> 속 마법의 역사, 그리고 펼쳐지는 마법 인물의 세계를 통해,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이 다른 사람이 아닌 조앤k롤링을 통해서 라는 점에서 무궁무진한 <해리포터> 세계의 도래를 알린다. 마치 끝없이 이어지고 확장되어지는 마블월드처럼, 책 속에 단편적으로 등장했던 신비한 동물 사전 하나만으로도 시리즈가 되듯, 앞으로 영화화될 <퀴디치의 역사>나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처럼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시리즈로 풀어질 수 있음을 <신비한 동물 사전>은 보여준다. 책으로 <해리 포터>는 마무리되었지만 스크린에서 그 세계는 무궁할 것이라 <신비한 동물 사전>은 선포한다. 

by meditator 2016. 11. 22.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