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6월 10일 tvn을 통해 첫 선을 보인 드라마 <비밀의 숲>은 방영과 동시에 화제가 되었다.  6월이었지만 이미 한 여름과도 같았던 시절, 그런 더위를 잊게 해줄만큼 한 겨울을 배경으로, 그 배경만큼이나 서늘하게 막을 열었던 <비밀의 숲>은 검사 황시목이 방문한 집에서 목격한 살인 사건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3년이 흐른 2020년 8월 50여 일에 걸쳐 비가 내리는 이 시절에 통영 지청에서 원주 지청으로 발령을 받은 처지인 황시목 검사는 안개가 자욱한 통영 바닷가를 지나다 다시 한번 '두 청년'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사건' 현장'을 통한 황시목과 한여진의 재회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인간', 사람들은 황시목(조승우 분)을 시쳇말로 그렇게 표현했다. 어릴 적 받은 뇌수술로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황시목에게 '법'이라는 이성적 장치는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명문화된 법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면 되는 '서부지검' 내부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라 동료들이 그와 밥을 먹는 것조차 불편해 했지만, 황시목은 아랑곳없이 자신의 직무에 충실했다.

2017년 <비밀의 숲> 1회에서 사건을 목격한 검사 황시목은 현장에 있었던 그 자신이 한여진(배두나 분) 경위에게 '용의자'로 의심받고 있는 것 따위 무색하게 그가 목격한 현장에서 발견한 '사실'을 중심으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 나간다. 

그리고 이제 2020년 원주 지청으로 발령받은 황시목은 통영지청장님이 직접 환송을 해주겠다는 '자리'를 '쌩까고' 이번에도 사건 현장인 통영 바닷가로 발길을 돌린다. 그리고 현장에서 발생한 두 청년의 죽음에 '사고' 이상의 의문을 느끼던 순간, 자신의 집에서 핸드폰으로 '안스타' 순례를 하던 한여진 경감 역시 한 남자의 통영 사진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을 보며 '의구심'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황시목과 한여진은 2017년 <비밀의 숲>에 이어 다시 돌아온 시즌2 <비밀의 숲>에서 한 사건을 통해 '재회'하게 된다. 

황시목이 발견했던 박무성의 죽음, 그 죽음은 그저 한 개인의 죽음, 혹은 검찰 스폰서의 죽음이 아니라, 결국  검찰 내부에 얽히고 얽힌 커넥션을 밝히기 위해 훗날 검사장과 청와대 수석 비서관이 될 이창준(유재명 분)이 기획하고 검찰 수사과 과장 윤세원(이규형 분)이 실행한 '설계된 죽음'이었으며, 검찰이라는 거대한 집단의 비리의 음모를 벗겨줄 첫 번 째 '실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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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사건의 의미는? 
그렇다면 이제 통영에서 벌어진 두 청년의 뜻하지 않은 죽음도 시즌 2를 관통할 사건의 시작일까? 

우선 통영 사건을 통해 시청자들은 다시 한번 황시목과 한여진이 누구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이 주인공인 '환송회' 자리 대신 두 청년의 죽은 현장으로 간 황시목, 그는 그저 술을 먹고 파도가 거센 바다에 뛰어들어 우발적으로 죽었을 것이라고 모두가 '퉁'쳐버리는 사건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자신이 처한 위치와 상황에 안주하는 대신 그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대로 '사실'에 집중한 황시목에게 통영 바닷가의 사건은 그저 우발적인 사고라기엔 의문점이 남았기 때문이다. 안개가 자욱한 바닷가, 분명 접근 금지 푯말이 있었어야 할 이곳에 제 아무리 술이 취했기로서니 청년들은 그리 무모하게 뛰어들었을까란 의문이 그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같은 시간 이제는 경찰청 수사구조혁신단 주임 경감이 된 한여진 역시 의아함을 느낀다. 통영 바닷가에서 접근 금지 푯말을 배경으로 커플 사진을 찍어 올렸던 사람이 황급히 사진을 삭제한 상황에 한때 동료였던 장건(최재웅 분)에게 협조 요청을 하고 두 사람은 '안스타'의 사진을 토대로 '가해자'로 추정된 사람을 찾기에 이른다. 
그리고 황시목에게 전화를 걸어 2017년 <비밀의 숲> 1회에서 용의자와 형사로 만났던 두 사람은 이제 '과거'의 공조 팀 동료로 다시 한번 '통영' 사건의 '공조 수사'를 벌인다. 

황시목이 그렇듯이, 한여진 역시 시즌 1에 이어 다시 한번 '정의감'이 투철한 형사로 돌아왔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법적인 사실에만 충실한 황시목과, 반면에 너무도 '인간적인' 한여진은 극과 극의 인간형이다. 그러나 그들이 처한 주변 상황과 관계를 제치고 '사건'의 본질, 그리고 그 사건으로 희생된 사람들에만 충실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역설적으로 '공통 분모'를 가진다. 통영 사건은 <비밀의 숲>을 지난 시간 그리워했던 애청자들에게 통영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절묘하게 두 사람의 캐릭터를 환기시키며  <비밀의 숲> 시즌 2 또한 이러한 두 사람의 전혀 다른, 하지만 공통의 '지향'이 시즌을 관통할 것임을 기대하도록 만든다.

두 사람은 앞으로 펼쳐질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중대 사안'을 통해 '적'으로 부딪치게 될 것이다.  검찰과 경찰, 서로가 자신들이 지금까지, 혹은 앞으로 가지고 싶은 '권한', '권력'을 향해 치열하게 수싸움과 기세 싸움을 벌일 판의 '말'로 던져질 예정인 것이다. 

하지만 경찰청 수사구조 혁신단 단장을 맡은 최빛이 시즌 1의 이창준의 죽음과 거기에 연루된 황시목을 검찰 관련 자기 식구 감싸기 사안으로 몰고가려 하지만 그 수하가 된 한여진이 자기 역시 '관계자'였음을 환기하며 그 사건은 그리 간단하게 검찰의 자기 편 감싸기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고 제지하듯이, 한여진은 쉽사리 '말'로 '헌신'만 하지는 않을 조짐이 보인다.

박무성의 죽음을 시작으로 결국 자신을 발탁한 이창준에 이르렀던 '설계'를 한 눈 팔지 않고 끝내 밝혀냈던 황시목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미 종료된 통영 지청 업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눈 앞에서 죽어간 두 청년의 죽음에 의아심을 가지게 된 황시목과, 수사구조 혁신단으로 옮겨 가서 굳이 나서도 되지 않지만 '불의'는 넘길 수 없어 직접 탐문 수사에 나선 한여진의 기세로 보건대, 이들이 검찰과 경찰의 치열한 권력 투쟁 사이에서도 '사고'가 될 뻔한 두 청년의 죽음을 '사건'으로 길어내듯, 적어도 이들이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과정에서 뜻밖의 '진실'을 향해 다시 한번 우직하게 발걸음을 옮기게 될 것이라는 것을 <비밀의 숲> 시즌2 1회는 보여주고 있다. 

by meditator 2020. 8. 16. 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