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0일 <불후의 명곡>, 이미 5승을 거둔 문명진이 이제 막 노래를 마친 하동균과 악수를 나눈다.

그리고 이어진 문명진의 인터뷰, 자신이 오랜 무명 후에 <불후의 명곡>을 통해 세상에 나왔듯이 하동균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이 이어진다. 그때 자막엔 '10년의 무명 문명진, 그리고 6년의 칩거 하동균'이란 멘트가 적혀 있었다. 


<불후의 명곡>엔 늘 대세가 있다. 그런데 그 대세라는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정의를 내리는 '대세'와 좀 다르다. 

흔히 대세라고 하면, 거대 기획사에서 기획에 따라 만들어지고 알뜰하게 밀어주는 아이돌이거나, 단박에 주인공을 꿰어찬 신예 배우라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불후의 명곡>의 대세는 그런 기성품(?)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아마도 처음 <불후의 명곡>을 통해 대세로 등극한 것은 '알리'였을 것이다. 그토록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노래를 잘 한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지만 언제나 세상이 외면했던 그녀를 대세로 만들어 준 것이 바로 <불후의 명곡>이다. 그녀 이후로도 여러 명의 대세가 등극했다. 이미 슈퍼스타 k를 통해 인정을 받았지만 높은 공중파의 장벽을 넘지 못했던 '허각'과 '울랄라 세션'이 그 진가를 인정받고, 뮤지컬 가수였던 임태경이 광고를 찍을 정도의 인지도를 얻기도 했다.  


(사진; tv 리포트)



그리고 100회를 찍고, 안정기에 들어선 <불후의 명곡>은 좀 더 자신감있게 묻혀진 여러 가수들을 발굴하거나, 다양한 장르의 숨겨진 재주꾼들을 섭외한다. 그런 의미에서 21일의 <불후의 명곡>은 상징적이다. 

mc 신동엽은 문명진을 이렇게 소개한다. 오십 먹은 아줌마를 처음으로 가수의 팬까페에 가입을 하게 만든 요즘 대세라고, 그리고 그 말에 대기실의 모든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문명진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문명진은 파죽의 5연승을 거둔다. 문명진이라는 사람이 평상복같은 차림으로 외로이 무대에 서서 그간의 설움을 토해내듯이 노래를 불렀던 것이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이다. 그런데 그 머지 않은 시간 동안, 이제 문명진은 그가 무대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환호를 하게 만드는 가수가 되었다. 이제 지나가면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사람이 된 문명진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하동균에게 자신처럼 세상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덕담을 남길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문명진이라는 가수의 저력이요, 그 저력을 알아보고 띄워준 <불후의 명곡>의 힘이다. 


20일 방송의 대미는, 문명진의 바램(?)처럼 문명진의 뒤를 이어, 문명진을 이기고 하동균이 2승을 거두며 새로운 대세로 등극할 조짐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집 밖에 웬만해서는 나오지 않는다는, 한때 가장 촉망받던 그룹의 일원이었으나 동료의 죽음으로 인해 날개를 꺽여버렸던 하동균, 말수도 적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그를 대세로 만들기 위해 <불후의 명곡>대기실은 분주했다. 하동균의 모창을 하동균에게 시키는 해프닝을 벌이는가 하면, 매번 모든 질문의 향방이 하동균을 향해, 세상과 담쌓은 그의 칩거를 순수함과 고독함의 표상으로 이미지메이킹한다. <불후의 명곡> 현장의 관객들은 무대를 보고 판단하겠지만, 집에서 텔레비젼을 통해 보는 시청자들은 이미 그가 무대에 오르기 전 문명진을 꺽고 새롭게 대세로 등극할 적임자로 하동균을 마음에 두도록 프로그램은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문명진의 짙은 소울과는 다른, 짙눌러 가두지만 그 벽을 뚫고 나와 호소하는 하동균만의 '절창'으로 새로운 대세의 탄생을 알렸다.


(사진; tv리포트)


20일 방송의 큰 줄기는 문명진의 내민 손을 잡은 하동균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대세의 탄생이긴 하지만 꼭 그런 '대세론'이 아니더라도 눈여겨 봐야 할 지점이 많다. 

한때 나가수의 음악 감독이었던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 수상자였던 정지찬이 또 다른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 수상자인 박원과 함께 만든 그룹 '원모어 찬스'의 출연도 기념비적이다. 이제는 사라진 상대 방송국 음악 서바이벌의 관계자가 경연 대상자가 되어 무대에 서는 것도 묘하지만, 무엇보다 유재하를 기념하는 자리에 유재하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경연대회 수상자가 나왔다는 '역사적' 상징성 또한 의미심장하다. 십 여회를 훌쩍 넘겨버린 유재하 경연대회의 수상자들이 조금 더 많이 출연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뿐만이 아니다. 롤러코스터의 일원으로 전설의 언더그라운드 여자 가수로 이름을 날렸던 조원선의 등장도 주목해야 한다. 하동균처럼 사연있는 6년의 칩거는 아니지만, 조원선 역시 오랜만에 무대에 올랐었고, 파격적인 탱고 리듬의 편곡으로 조원선의 매력을 한껏 살린 '우울한 편지'를  열창해보였다. 꼭 1승이라는 성과를 논할 필요없이 이미 충분히 특정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하지만 일반 대중에겐 조금은 낯선 실력자들의 귀환은 반갑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여전히 누군가의 노래를 통해서만이 자신의 진가를 내보여야 하는 <불후의 명곡>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도 그러하거니와, 또 여전히 나가수 식의 내지르고 통곡해야만이 판정단의 눈에 잘 부르는 것처럼 보이는 편곡의 딜레마 역시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또 어떤 새로운(?) 가수가 등장해 보석처럼 빛을 발할까 하면서 <불후의 명곡>을 기대하는 마음이 덜해지지는 않는다. 



by meditator 2013. 7. 21.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