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새로운 예능이 등장했다. 안보였던 1mm의 재발견 팟 캐스트 <매직 아이>

<매직아이>는 팟 캐스트를 지향한다. 즉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부분과 방송에서 다 보여지지 않은 부분, 혹은 미처 다룰 수 없는 부분이, 팟캐스트 <매직 아이>를 통해 마저 전달된다. sns를 함께 공유하는 방송 형식은 있었지만, 공중파의 방송과, 인터넷 채널을 공유한 새로운 예능, 실효성 여부를 차치하고 형식만 놓고 본다면 <매직 아이>는 형식적인 면에서 신선한 시도라 할 만하다.

<매직 아이>는 두 개의 채널로 구성된다. 
그 첫 번째 채널은 '혼자 알면 안되는 뉴스', '언제나 주목 받는 건 헤드라인과 주인공 뿐, 하지만 우리가 놓친 뉴스 속에 진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요, 그런 놓친 뉴스, 그 뉴스를 혼자 알면 사라지지만, 그 뉴스를 함께 알면 힘을 얻는다'는 것이 이 첫번째 채널의 탄생 이유이다. 
그렇게 사라져서는 안될 뉴스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 네 명의 여자가 모였다. '좀 놀아 본'효리, '깊이 보는' 소리, '엣지 있는 진경, '뚫어보는'경선이 바로 그들이다. 그리고 첫 회 함께 이야기를 나눌 객원 mc로 이적과 김기방이 합류했다. 


첫 회, 19금이라 당당히 내건 <매직 아이>를 위해 선택된 소재는 이른바 '데이트 폭력'이다. 한 해 123명의 사람들이 데이트 과정에서 폭력을 당하고 , 심지어 목숨을 잃게 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매직 아이>는 화두로 삼았다. 
심심치 않게 사회 면에 등장하는 데이트 폭력, 즉,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폭력적 양상을 내건 것만으로도, 충분히 함께 나누어 힘이 되는 뉴스라는 첫 번째 채널의 의의는 일정 정도 담보되었다. 
하지만, 그 함께 나누어 힘이 될 주제를 과연 적절하게 나누었는가로 들어가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데이트라는 협소한 단어를 넘어 남녀 사이의 문제를 사적으로 치부하는 사회, 더 나아가 물론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에 들어 과보호된 성장 과정으로 인하여 감정 조절이 쉽지 않은 요즘 세대의 특징으로 인해, 더더욱 폭력적인 양상으로 분추되는, '애정 폭력'에 대한 정의는 적절했다. 
또한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것이 애정 폭력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하는 시도도 좋았다. 

하지만 애정 폭력의 양상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매직 아이>는 점점, <마녀 사냥>의 연애 사례로 흘러든다. 애정 폭력이라는 정의처럼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은 운전 중 욕설이나, 머리를 잘라주는 개개인의 연애담의 사례로 희석되는 느낌이 완연했다. 그나마 이적의 지적으로, 모든 것을 맞추어 주는 연애 과정이 이별이라는 사건으로 인해 역으로 폭력성을 띨 수도 있다는 것이 그나마 데이트 폭력에 걸맞는 인과 관계를 낳는 사례라 할 만했다. 

<매직 아이>의 의도는 훌륭하지만, 그런 공적인 주제를, 과연 네 명의 여자 mc들이 소화할 능력이 있을까에 대해 조금은 의문을 가지게 된 첫 회가 되었다. 즉, 보다 근본적으로 공적인 주제를 예능화하는 과정의 딜레마라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주제는 공적이며, 결론 역시 그에 걸맞는 수준이이어야하지만, 과정의 사유는 지극히 사적이다 보니, 어딘가 아귀가 안맞는 느낌이 들었다. mc들 자신도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한 정확한 개념 파악이 되지 않은 듯, 예능과 시사 토론 사이를 오갔다. 주제만 그럴 듯하게 하고, 19금의 토크쇼를 하겠다는 것인지, 진짜 함께 나누어 힘이 될 만한 뉴스를 나누겠다는 것인지, 애매한 첫 회라 하겠다. 


그렇게 혼자 알면 안되는 뉴스가 얼기설기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뜬금없이 화면이 전환된다. 선글라스를 쓴 김구라와, 배성재 아나운서가 거리에 나타나 인터뷰를 하겠단다. 또 하나의 매직 아이, 화제가 된 뉴스 속에 숨겨진 인물을 찾아 인터뷰를 하겠다는 것이 두번 째 채널 '숨은 사람 찾기'의 목적이다. 

첫 번째 방송 두 사람이 찾아간 사람은 화제를 모았던 '별에서 온 그대'의 이길복 촬영 감독을 찾아간다. 하지만 정작 방송을 통해 많은 비중으로 다루어 진 것은 이길복 촬영 감독을 기다리며 김구라가 은연 중에 배성재 아나운서를 통해 박지성 김민지 연인 들의 뒷 이야기이다. 어렵게 몇 시간을 기다려 만난 이길복 감독에게 정작 물어 본 것은 김수현과 전지현 중 누가 더 얼굴이 크냐 정도 였다. 
두번 째 채널 '숨은 사람'은 이른바 요즘 세간에 인기를 끌고 있는 '뒷다마'성 인터뷰이다. 그런 면에서 김구라만큼 적역이 없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하지만 첫 번째 채널이 데이트 폭력을 다루며 방송의 공공성 영역의 책임을 다하려고 한 반면, 두번 째 채널로 넘어가면서 지극히 사적인, 누군가의 뒷다마를 하는 방식은, <매직 아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혼돈을 불러온다. 더구나 개인의 사적 영역에 대한 존중이 중요시 되는 세상에, 인터넷 게시판에서나 갑론을박할 박지성 김민지 연인의 속사정이나, 김수현 전지현의 얼굴 크기를 새 예능의 내용으로 삼기엔 시대착오적이란 생각마저 든다. 

첫 번째 채널과 두 번째 채널의 병존은, 그 예전 <황금 어장> 시절, 강호동이 진행하는 1인 인터뷰와 그 후반에 얹혀지던 <라디오 스타>의 공존이 떠올려 진다. 그런데, <황금 어장>의 한 지붕 두 가족은, 이른바 보다 공식적인 1인 인터뷰와, B급의 정서를 표방한 다인 인터뷰라는 공통점과 그 공통점에 기반한 차별성을 가진 하나의 범주 안에 묶을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매직 아이>의 두 채널은, 숨겨진 1 mm라고 하는데 그 공통의 질이 선뜻 전달되지 않는다. 두 채널의 진행 방식 자체가 너무나 이질적이다 보니, 전혀 다른 프로그램 두 개를 그저 붙여놓은 느낌이다. 마치 둘 중 하나 걸려라 하는 느낌이랄까. 차라리 첫 번째 채널의 mc들을 활용하면서, <마녀 사냥>처럼 포맷을 연관성을 가지고 이어갔으면 어떨까 싶다. 그렇다 치더라도, 첫 회 방영된 첫번 째 채널 사적 관계조차 사회적 시야를 가지고 접근한 데이트 폭력과 두번 째 채널 연인의 뒷다마나 연예인의 신체 조건 뒤지기는 함께 하기엔 너무 먼 주제들이다. 어색한 한 지붕 두 가족, 아직은 이도 저도 아니다. 


by meditator 2014. 5. 14. 0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