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영이 떠서 다행이야"

돌아온 <kbs 드라마 스페셜 단막극 2013>을 보며 내가 한 말이다.

도대체 출연하는 류수영과 단막극이 수요일에 들어간 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런데도, 마음이 그런 걸 어쩐다. 그렇게라도 화제성이 조금 더 있으면, 1%라도 시청률이 더 나올까? 하는 <kbs 드라마 스페셜> 애청자의 마음이다.

그런데 웬걸, 역시나, 그 전에 종영한 <두드림>의 3.7% 보다도 못한 3%가 나왔다. 일요일 밤, 내일 출근하려고 잠자리에 들고도 남을 11시 반이 넘어서야 겨우 한 자리 잡는가 싶더니, 쬐금 승격시켰다는게 <라디오 스타>와 <짝>이 떠억하니 들어앉아있는 수요 예능 사이라니! 더구나, 김구라가 <라디오 스타>에 돌아오는 날, 첫 방송이라니!

이런 게 단막극의 팔자려니 싶다. 나 또한 <라디오 스타>의 애청자로서, 갈등에 시달렸다. 돌아온 김구라를 볼 것인가, <드라마 스페셜>을 볼 것인가, 나의 선택은, 안쓰러운 <드라마스페셜>이었지만, <드라마 스페셜>에 맛을 들이지않은 시청자라면 익숙한 그 무엇을 선택했으리라. 그래도, 열강 사이에서 버텨온 우리의 역사까지 되새김질 해서라도, 강 예능 사이에서 근근히 버텨갈, <드라마 스페셜>의 존립을 kbs는 책임져 주길 바란다. 방송 시간대가 바뀌어도 찾아드는 나같은 개근 시청자도 있으니까.

 

(사진; tv리포트)

 

 

3% 밖에 나오지 않는 <kbs 드라마 스페셜>의 존립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아마도, <드라마 스페셜>은 그것이 생긴 이래, 늘 이런 생존의 질문을 끊임없이 달고 다녔을 것이다. 좋은 작가와, 훌륭한 제작진의 개발, 그리고 장편 드라마에선 다룰 수 없는 시의성있는 여러 주제들에 대한 시도. 이런 말을 되새기기 조차 구차할 정도로, 숱한 대답을 주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만능 세상에, 많은 사람에 의해 회자되지 않는 작품은 늘 그 존재 자체가 위기이다.

고3 수험생을 자식으로 둔 주제에도 맨날 텔레비젼만 들여다 보는 뻔뻔한 엄마를 둔 덕에,오며가며, 심지어 벽 뒤에 서성이며 함께 텔레비젼을 시청하는 고 3 아들이 역시나 함께 돌아온 <드라마스페셜>을 시청했다.

"어, 웬만한 드라마보다 나은데?"

물론 그 말에, 저 고3은 지가 뭘 안다고, 공부는 안하고 저러고 드라마 품평이나 하고 섰나 라는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말인즉, 옳은 말이다. 지하고 나하고, 그간 얼마나 숱한 드라마를 보면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라며 흥분을 했었는가. 심지어, 엄마가 그래도 그건 이런 의미가 있어, 라고 한편 좀 접어주기라도 하면, 냉혹한 10대 아들은 말도 안된다며 더 거품을 물며 반론을 제기했었다. 그런 아들이, 괜찮단다. 그래, 정말 괜찮다.

홍시가 홍시이지, 홍시 보고 무슨 맛이냐고 묻는다면?이라고 했던 어린 장금이의 반문처럼, 드라마는 다같은 드라마인데, 단막극이라고 무에 그리 다른 맛이 나겠냐고? 물론 때로는 너무 실험적이다 못해 날 것같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진득한 근성같은 게 느껴진다. 마치 영화에 첫 입봉하는 감독들 작품에서 느껴지는 진솔한 주제 의식과,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고자 이리저리 공들인 화면 등, 그런 것들이 <드라마 스페셜>에서는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서 어떤 주제, 어떤 계절이 드라마 안에 담겨도, 늘 <드라마 스페셜> 자체는 초 여름의 생기같은 게 느껴진다.

 

 

단막극은 짧다.

긴 드라마의 호흡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그 다음을 기대하며 막 책장을 넘기다, 여운만을 남긴 체, 이만 총총 해버린 단편 소설을 읽었을 때 느꼈던 그 당혹감을 느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여운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처럼, 긴 드라마의 호흡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 받는다.

첫 작품으로 등장한 <내 낡은 지갑 속의 기억>은도 그랬다. 추리 소설 마니아인 엄마는, 마지막에 순탄하게 남자 주인공이 그가 사랑했던 여인을 만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게 시시했지만, 그 사랑 이야기가 흐뭇했던 아들은, 그런 엄마에게 이상한 걸 너무 많이 봐서 그렇다고 쯧쯧거렸듯이, 제목처럼 서정적인 한 편의 동화같은 이야기였다. 물론 다음에 언젠간 엄마가 좋아하듯이, 찾아갔더니, 그 여자가 다른 남자랑 결혼해서 잘 살고 있더라든가, 알고 보니, 남자 주인공이 여자를 죽였다던가 하는 인생을 허무하게 만든다든가, 괴기스럽게 만드는 이야기들도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든, 시청률 때문에 원래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상투적 선악 구도로 만든다거나, 클리셰를 남발하지 않는 재기발랄한 그 무엇들이 될 것이라는 건, 장담한다.

일단 한번 보시라니까요, 이렇게 단막극에 대한 글은, 언제나 호객 행위로 마무리된다.

by meditator 2013. 6. 13. 0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