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주의'가 최우선인 대한민국에서 언제부터인가 '1인 가구'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아무리 '가족! 가족!'을 외쳐대도 2010년도 가족 구성 비율이 2인 > 1인 > 4인 > 3인 에서도 보여지듯이 '나홀로 가족'은 증가추세다. 심지어 2035년에 이르면 전체 가족 중 1인 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이를 거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 혼자 산다>는 '힐링'과 더불어 이 시대의 트렌드를 가장 정확하게 읽어 낸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나 혼자 산다>란 프로그램을 통해 어울려 가는 여섯 남자의 모습은 1인 가족의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한 시사적이다.

 

가구 수는 늘지만, 가족 수는 줄어드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지만, 그 현실의 속내는 씁쓸하다. 독거 노인의 증가, 기러기 가족의 상시화, 결혼의 부담스러운 젊은 세대, 종족적 특성으로 보면 분명 '무리'를 지어 살아가야 하건만 사회는 사람들에게 어울려 살아갈 조건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해체된 가족에서 떨어져 나온 각 개인들은 고독을 넘어 우울증이라는 병을 부산물처럼 짊어지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나 혼자 산다>의 여섯 남자들은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하고, 누군가와 부대끼는 것이 버겁다 하고 결코 혼자 사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연민의 그림자를 거둘 수 없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유럽 쪽에서 동성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합법화나 자녀 입양 허용 소식은 동성애 자체 조차도 인정하기 힘든 우리 쪽 상황에 비추어 보면 입이 딱 벌어지는 사안들이다. 하지만 좀 더 이해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 거기에 담긴 뜻은 그저 이성간의 성애나 동성 간의 성애를 인정한다는 '사회적 포용'의 문제를 넘어, 한 사회를 이루어가는 구성원들의 공동체적 생활 양식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조한혜정 교수에 따르면 동성애 결혼의 합법화는 함께 살던 동성 배우자가 죽었을 때 그 상대가 그의 유산을 받을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부터, 배우자로써 연금, 보험의 혜택을 함께 할 수 있는 일종의 공적 부조의 성격을 띤다고 한다. 입양 역시 소외받은 생명에 대한 사회적 배려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찌기 1인 가족의 존재가 현실화 되고, 그 문제가 사회적으로 고민이 된 서구에서는 그 자구책으로 동성 결혼에 대한 인정 등으로 해체되어 가는 공동체의 고민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1인 가구 노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이든 노인들이 한 집에 모여 공동체 생활을 하는 가정 양로원 등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나 혼자 산다> 이성재, 데프콘과 광선검 결투 이미지-1

 

번개 모임을 통한 여섯 남자의 어울림, 그리고 이제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성재가 데프콘을, 김태원이 김광규를, 노홍철이 서인국을 방문하며 조금 더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1인 가족을 넘어 '또 하나의 가족'을 지향하는 첫걸음이다. 가족이 뭐 꼭 함께 살아야만 가족인가? 서로 곁에서 돌봐주고, 지켜주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 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새로운 연대의 시작은 만만치 않다. <인간의 조건>에서 여섯 개그맨들의 합숙은 한시적이고, 이미 <개그 콘서트>라는 공동체를 통해 익숙해진 인간 관계의 연장으로 쉽게 새로운 '가족'의 개념을 형성해 나가지만, 매우 이질적인 조합인 <나 혼자 산다> 여섯 남자의 어우러짐은 '문화적 충격' 그 자체다.

너무 깨끗한 노홍철은 서인국의 집에 머무는 것 자체가 후각과 시각의 학대처럼 느낀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부담스러워하는 김광규는 사사건건 요구가 많은 김태원이 부담스럽다. 외양과 다른 홈보이 테프콘은 안하무인 이성재가 눈치 없어 보이고. 그러기에 또 <인간의 조건>의 '힐링'적 가족 만들기와는 다른 현실태로서의 '또 다른 가족 만들기'는 새로운 재미를 낳는다.

 

어쩌면 이제는 '개인적 삶'이 너무 익숙해진 현대인들의 보다 적나라한 모습은 <나 혼자 산다>에서, 누군가와 함께 오래 있는 것이 불편하고, 자기만의 공간을 벗어나기 힘든 그 모습들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 '현실적' 인간들이 조금씩 자기 틀을 허물고 함께 하며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이 <나 혼자 산다>의 역설적 재미이다.

by meditator 2013. 4. 6. 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