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앞두고 각 방송사 별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의 개편 소식이 들린다. 

유재석, 강호동 등 이른바 예능의 전성기를 이르던 두 예능 거두의 새로운 프로그램 발진이 시도되는가 하면, 이제는 그들 못지 않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신동엽과 김구라의 새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봄 개편 예능의 대체적인 추세는 그간 인기를 끌던 리얼 버라이어티 대신 스튜디오 토크쇼라는 점이다. 물론 신동엽이 윤종신과 함께 하는 새 파일럿 예능 <미스터 피터팬>의 경우는 야외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 작품을 제외하고, 강호동의 <별바라기>, 유재석의 <나는 남자다>, 그리고 김구라의 <진격의 역지사지- 대변인들> 모두 스튜디오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토크쇼를 지향한다. 

그렇다면 리얼 버라이어티의 한 장을 과감하게 닫고 스튜디오 토크쇼가 대두하게 된 배경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장기간 독주와 범람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야외로 나가는 것도 모자라, 해외로, 정글로, 시골로, 심지어는 군대로까지 그 공간적 범위를 확대하고, 연령별로는 청년을 넘어 할배, 할미에서, 어린이, 이제는 아기까지 가리지 않고 예능의 대상이 된 상황이 포화점을 지나지고 있다는 지적은 굳이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제 아무리 포화 상태라 하더라도 검증되지 않은 것을 하느니 보다, 낯뜨겁더라도 기존의 있는 것들을 조금씩 바꿔서 연명하는 것을 선택하던 예능 트렌드가 결정적으로 변화되는 변곡점은 무엇이었을까?

가수 김그림이 JTBC 마녀사냥에 깜짝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 JTBC 방송 화면 캡처
(사진; 스포츠 서울)

그것은 외람되게도 공중파가 아닌 종편 jtbc의 예능 <마녀 사냥>의 성공이 아닐까 싶다. 
평균 시청률 2.627% 를 가지고 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 맞다. 하지만, 그 저렴한 시청률로는 설명하지 못할 이 시대의 트렌드로써 <마녀 사냥>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데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견을 내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평균 시청률 2.627 %가 의미하는 바는 역설적이기도 하다. 광범위한 연령 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시청률 표에서는 결코 집계 할 수 없는, 시청률 집계표가 놓여있는 텔레비젼이 놓인 거실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하지만 <마녀 사냥>의 초록색 기운을 공중파의 개그 프로에서 차용해 써도 이물감이 없어지는 tv 시청 양식의 변화를 <마녀 사냥>은 스스로 증명해 내고 있는 것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녀 사냥>은 마치 '금성에서 온 남자, 화성에서 온 여자'의 텔레비젼 판이라도 되는 양, 연애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프로그램의 소재로 한다. 당당하게 19금을 내건 이 프로그램은 그간 공중파의 토크쇼에서는 결코 다루지 않았던 성에 대한 담론은 스스럼없이 내세우면서, 현실적인 젊은이들의 성과 사랑을 토크쇼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결코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음성적으로나마 엿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공론화 되면서, 그 또래의 젊은이들의 연애 코치로 당당하게 등극하게 된 것이다. 

더 이상 그 시간에 그 자리를 지켜서 봐야할 의미을 잃어가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이 간절히 원하는 동시대 젊은 층의 지지를 획득한 <마녀 사냥>의 성취를 당연히 새롭게 개편을 하는 프로그램들이 놓칠 리가 없다. 

(사진; 엑스포츠 뉴스)

4월 9일 부터 선보일 유재석의 <나는 남자다>는 철저히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공중파임에도 더 이상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고 네세우는 방식에서 부터 케이블의 방식, 혹은 <마녀 사냥>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남자'를 내세우는 방식은 결국 그 이면에 그들의 이야기 대상이 대부분 여자가 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들어감으로써 결국 여자를 마녀로 규정하고 시작했던 <마녀 사냥>과 다르지 않은 출발점을 가진다. 물론 유재석의 이 프로그램을 오로지 <마녀 사냥>의 답습으로 보기는 힘들다. 8년 여 만에 폐지되었던 <놀러와>의 마지막 시도 중 하나가, 유재석과 남자 패널들이 여성 게스트를 불러다 놓고, 연애에 있어 남성적 시각과 여성적 시각의 차이를 발견하고 조율했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시 그 시도는 <놀러와>의 호흡기를 뗀 결정적 시도 중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렇게 묻혔던 아이템을 용감하게 다시 들고 나올 수 있었던 데는 그런 그들만의 이야기가 손질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마녀 사냥>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남자들만의 이야기를 내세운 것은 유재석만이 아니다. 신동엽이 kbs2에서 선보일 파일럿 예능 <미스터 피터팬>역시 남자들만의 예능을 표방한다. 물론 이 작품은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3월 7일 <마녀 사냥> 예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주도 야외 녹화만으로도 힘들다고 하는 신동엽이 하는,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는, 그것도 남자들의 이야기를 내세운 프로그램은, <마녀 사냥>의 mc 신동엽의 색채가 짙게 음영처럼 드리워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마녀 사냥>의 성공을 단지 19금이라던가, 음지에 묻어 두었던 사랑을 양지로 꺼내든 성적 담론에 국한시키면 아쉽다. 19금이라던가, 성에 관해서는 <마녀 사냥>못지 않은, 혹은 그보다는 더한 케이블의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소재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서 <마녀 사냥>이 군계 일학으로 젊은 층의 호응을 얻었던 것은,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등의 mc진과 곽정은, 한혜진, 홍석천등의 패널 등이 이루어진 솔직하고 설득력 있는 조화에서 비롯된다. 때로는 자막으로 순화시켜야 하거나, 묵음 처리를 해야 할 만큼 솔직한 입장의 토로와, 그에 못지 않은 패널 별 입장에서의 현실적이고도 설득력있는 조언들이 이 프로그램을 '소통'에 성공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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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머니투데이)

그에 따라, 봄 개편을 맞이한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스튜디오 토크쇼라 하더라도 더 이상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관객, 혹은 관객 이상의 시청자층과의 소통을 내건다. <마녀 사냥>의 성공을 뒤업고 성시경이 mc 중 하나로 등극한 kbs의 토크쇼 <진격의 역지사지-대변인들>이 그것이다. '당신의 입이 되어 드립니다'라는 컨셉은 <마녀 사냥>의, 그리고 kbs2의 <안녕하세요>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방식이다. 단지 성과 사랑이라는 소재를 넘어서, 개인의 신변 잡기를 넘어서, 갑을 관계 등 사회적 불통을 그 대상을 확산 시킨다는 점에서 발전적 모방의 사례가 된다. 이미 <라디오스타>나, <마녀 사냥>을 통해 검증된 김구라와, 성시경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감으로써, 새로운 영역의 위험 요소를 줄이고자 할 뿐이다. 

따지고 보면 홀씨처럼 날아가, 새로운 포자들을 번식시키고 있는 <마녀 사냥>이 처음이라고 말하기는 또 어폐가 있다. 그에 앞서, 게스트들을 불러놓고, 19금은 아니지만, b급 정서의 솔직한 토크로 한때 화제가 되었던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든 <라디오 스타>가 존재하며, 보다 근원적으로는, 여전히 우리의 생활 곁에서 우리의 귀가 되어주고 있는 다양한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있는 것이다. 결국은 라디오 프로그램식의 시청자가 사연을 보내주고, 그것을 mc가 소개하고, 게스트와 함께 난장토론을 벌이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방식들이 홀씨의 근원이다. 결국 범람하다 못해 고사되어 갈 조짐을 보이는 공중파 예능의 젖줄은 방송의 원류 라디오가 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4. 3. 8. 11:48